Share

제349화

Penulis: 임공
BLUE.

도착하자마자, 시연은 깨달았다.

유건이 여배우를 데리고 온 이유가 있었다.

이곳은 술자리였다. 비즈니스 회식이나 연회뿐만 아니라, 남자들은 술자리에서 더 많은 거래를 논의하곤 했다.

각양각색의 남자들과 각양각색의 여자들.

하지만 차이가 있든 없든, 공통점 하나는 여자들이 다들 분위기를 잘 맞추고, 술도 잘 마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연은 그 분위기에서 확연히 안 맞았다.

‘난 애초에 술을 못 마시는데...’

지금은 몸 상태가 안 되지만, 임신 전에도 한 잔이면 끝이었다.

유건과 함께 자리에 앉자, 시연은 단숨에 모든 시선의 중심이 되었다.

첫째, 그녀는 유건이 데리고 온 여자였고,

둘째, 이곳에 온 여자들은 모두 화려하게 화장하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만큼은 아무런 치장 없이, 베이지색 롱 원피스를 입고, 심지어 어깨에는 백팩까지 메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학생 같았다.

남자들은 슬쩍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다.

‘고 대표님, 저런 스타일이 취향인가?’

‘하지만 확실히 청순하고 예쁘긴 하네.’

‘...’

“꼬마 아가씨.”

누군가 시연에게 술을 따라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긴장하지 마, 다들 즐기러 온 거잖아? 한잔해.”

가득 채워진 술잔을 보며, 시연은 고민에 빠졌다.

‘마셔야 하나?’

유건이 여배우를 데리고 오지 않은 걸 보면, 시연을 곤란하게 만들 심산인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 술은 피할 수 없는 건가?’

시연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고유건은 나쁜 놈이긴 해도, 내 배 속의 아이를 배려해 줬어.’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지. 이제 나를 증오하는 건가?’

‘아무래도... 나를 장소미와 함께하는 시간을 방해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시연은 유건이 고상훈을 미워할 수 없으니, 그 모든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 그냥 마시고 바로 화장실 가서 토하면 되니까.’

시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손을 뻗어 술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50화

    “별거 아니에요.”“별거 아니라고?”유건은 전혀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시연의 핸드폰을 낚아챘다.“왜요? 돌려줘요!”시연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하지만 남자는 키도 컸기에, 팔만 살짝만 들어도 그녀는 전혀 닿을 수가 없었다.유건은 한 손으로 여자의 머리를 가볍게 누르며,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시간이 짧아 아직 자동 잠금이 걸리지 않아서 그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 화면에는 ‘이연우’에 대한 정보가 떠 있었다.남자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 불꽃이 튀었다.‘질투 안 난다고?’‘안 난다면서 몰래 이연우를 검색했다고?’‘이 여자, 겉과 속이 다르네. 입만 살아서!’유건은 피식 웃으며 시연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질투 나면 질투 난다고 솔직하게 인정해. 별거 아니잖아.”시연은 그가 완전히 오해했다는 걸 알고, 어이없었다.‘그냥 궁금해서 찾아본 건데...’‘이연우가 무슨 제2의 장소미라도 되나? 질투할 상대라도 되면 몰라.’그녀가 해명하지 않자, 마치 동의라도 한 듯 보여 유건의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그는 시연을 다시 자리로 끌어앉히고, 그녀의 접시를 힐끗 내려다보았는데, 자신이 자리를 비우기 전과 똑같았다.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맛없어?”“네, 맛없어요.”BLUE는 원래 음식이 목적이 아니라, 술자리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음식이 맛없을 수밖에 없었다.“그럼 먹지 마.”유건은 여자의 손에서 젓가락을 빼앗고, 냅킨을 들어 그녀의 입가를 가볍게 닦아주었다. 그러고는 시연의 백팩을 집어 들었다.“어디 가요?”“맛없다며. 그럼 제대로 된 곳에서 먹어야지.”...장소를 옮긴 곳은 ‘영복루’이었다.커다란 중식 원형 테이블 위로, 시연의 앞에 다양한 요리가 쌓였다. 심지어 작은 전골냄비까지 준비되어 있었다.전골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었고, 유건은 그녀를 위해 직접 재료를 넣어 익히고 있었다.그리고 적당히 익은 음식을 건져내고, 소스까지 곁들여 시연의 그릇에 올려주었다.“맛있어?”“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51화

    결국 시연은 타협했고, 결혼식 당일 우주가 참석하는 것을 허락했다.우주의 예복을 보내주려던 차에, 유건이 함께 가겠다고 나섰다.시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도 가려고요?”“그렇게 놀랄 일인가?” 유건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제대로 처남을 만나지도 못했네. 결혼 전엔 꼭 만나봐야지.”이유는 충분히 합리적이었으니, 시연은 거부할 수 없었다.두 사람은 우주의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누나를 보자마자 우주는 기뻐하며 손을 꼭 잡고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유건은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생각보다 똑똑해 보이네.’‘역시 천재 소리를 들을 만한 아이야.’“누나?”우주는 유건을 발견하고 누나에게 눈으로 물었다.시연이 소개하기도 전에 유건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안녕, 난 고유건이야. 네 누나의 남편, 즉 네 매형이 될 사람이야. 곧 결혼할 거야.”“매형?”우주는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누나를 바라봤다.“우주야.”시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차분하게 설명했다.“매형이라는 건, 앞으로 누나랑 함께 살면서...”“그리고 누나와 함께 널 아껴줄 사람이기도 하지.” 유건이 말을 덧붙였다.“아...”우주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듯했지만, 유건을 위아래로 유심히 살폈다.그러다 갑자기 손가락으로 유건을 가리키며 외쳤다.“아!!”“왜 그래?” 시연이 이마를 찌푸렸다.“마술사 형!”우주는 갑자기 신이 나서 소리치며 환하게 웃었다.‘이 아이... 설마 아직도 내가 도와준 그 일을 기억하고 있나?’유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가 기억하고 있구나. 대단한데?”시연은 어리둥절했다. “지금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마술사 형이라니? 전에 만난 적 있어요? 왜 난 몰랐죠?”그 일이라는 것은 전에 유건이 우주를 찾아 헤맸던 것이었다. ‘우리 처남은 역시 똑똑해! 기억력도 보통이 아니야!’유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우리만의 비밀이야. 미안하지만, 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52화

    “네?”이호민은 잠시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이 말씀 안 하시던가요? 아마 사모님께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준비하려는 걸 거예요.”그러고 나서 설명을 덧붙였다.“도련님께선 사모님의 동생분이 ‘웰스’로 가시면, 분명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 미리 간병인을 구했다고 하셨습니다. 남은 시간은 두 사람이 서로한테 적응하는 기간이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경험이 아주 풍부한 간병인입니다. 나이도 마흔 넘었으니, 꽤 잘 어울리실 거예요.”시연은 그 말을 듣고 물었다.“그럼, 그 간병인도 우주와 함께 웰스로 간다고요?”“네.”이호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도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동생분의 상황이 특이한지라 ‘웰스’ 쪽에서도 간병인을 동반하는 걸 허용했고요”시연은 그 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주를 웰스로 보내는 것도 힘들 정도인데, 전문 간병인을 고용할 돈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도련님께서 그 간병인에게 GP그룹 정직원 대우를 해주겠다고 하셨으니, 동생분에게 정말 충실할 거예요.”‘아, 그렇게 되면 그 간병인은 평생 우주에게 의지하게 될 테니까...’“알겠어요, 이제 이해했어요.”시연은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고씨 가문이 자신에게 베풀어준 것이 너무 많아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그러니까... 내 결혼은... 내가 지금까지 받은 것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야...’...오늘 밤, 유건은 그렇게 빨리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시연은 샤워를 마친 후, 서재에 가서 책을 읽으려 했다.하지만, 책을 펼치기 전에 먼저 장부를 꺼냈다.그리고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았다.그 장부에는 그녀가 유건에게 빚진 돈뿐만 아니라, 고상훈이 부담한 ‘웰스’ 비용까지 기록되어 있었다.‘지금 이 상황에서도 고씨 가문과의 일을 이 장부에 계속 기록해 둬야 할까?’‘기록만 하고 갚지 않으면, 너무 억지스럽지 않을까?’잠시 망설이다가, 시연은 결국 펜을 들어 또 하나의 항목을 적었다.[XX년 X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53화

    진아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 시간에 온 택배면 결혼 선물 아니야?”“그럴 수도 있지.”“빨리 뜯어봐. 뭐야? 혹시 난 빠져줘야 해?”시연은 진아를 흘겨보며 말했다. “무슨 헛소리야?”그러면서 택배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작은 주얼리 상자가 들어 있었다. 팔찌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 같았다.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대로 팔찌였다.“오?”진아의 눈이 반짝였다. “예쁘네.”무엇보다도, 이 팔찌는 딱 봐도 시연의 취향과 잘 맞았다.단순하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되었으며, 일상에서도 착용하기 좋은 디자인이었다.함께 들어 있던 카드에는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너에게 한 사람이 나타나, 기쁨의 성을 선물하고, 따뜻한 노래로 삶을 채워주기를.]필체에서는 단정하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졌다. 노은범의 친필이었다.진아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고, 시연 역시 그랬다.은범이 이 글을 적으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알 수 없었다.이 팔찌는, 시연이 웨딩드레스를 보러 갔던 날, 매장에서 착용해 봤지만 사지 않았던 바로 그 팔찌였다.은범은 그때도 사주겠다고 했지만, 그녀가 거절했다.그런데 결국, 그는 몰래 사서 결혼식 전날 시연에게 보냈다.시연은 눈을 깜빡였다. 가슴 한쪽이 서서히 저렸다.은범을 생각하니, 두 사람이 놓쳐버린 과거를 생각하니 더더욱 그랬다. 진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화해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아니.”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끝나는 게 가장 좋아.”...저녁 무렵, 제남도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밤이 깊어질수록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졌다.조금 늦은 시간, 유건이 도착했다.시연은 남자의 재킷을 받아서 들었다. 유건은 차를 타고 왔지만, 옷에는 빗물이 조금 묻어 있었다.“샤워해요. 다 준비해 놓았어요.”“알겠어.”유건은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 “반지랑 액세서리는 이미 시내에 도착했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내일 아침에 가져오겠대. 웨딩드레스랑 같이 확인하면서 전체적인 느낌 보면 될 거야.”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54화

    “할아버지의 말씀을 따르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그러셨는데, 결혼식 전에 같이 자면 안 된대요... 그게 고씨 가문의 규칙이라고 하셨다고요!” 옛 어른들의 규칙에 따르면, 결혼식 전에는 신랑 신부가 아예 얼굴도 보지 않는 게 좋다고들 했다. 고상훈도 손자를 걱정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유건은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규칙이야? 그냥 할아버지가 대놓고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시는 거잖아?’ “하하.” 시연은 유건의 반응에 웃음을 터뜨렸다. “불만 있으면 직접 가서 할아버지께 말씀드려요. 나는 못 해요.” “너는 못 한다고?” 유건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할아버지는 너를 더 아끼시잖아. 나보다 네가 진짜 손주 같지! 네가 못 하면 난 더더욱 할 말이 없어. 두고 봐, 내가 널 그냥 둘 것 같아?” “하하하...” 예민한 부위를 간질이니 시연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 거야?” 유건이 단단히 그녀를 안고 있지 않았다면, 시연은 바닥에 나뒹굴었을지도 모른다. “안 그럴게요! 안 그럴게요!” 연신 손을 흔들며 항복 선언을 했다. “이번만 봐준다.” 유건은 대장처럼 거들먹거리며 여자의 볼을 살짝 꼬집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으로 갔다. 옷을 다 갈아입을 즈음,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순간, 유건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굳어버렸다. 몇 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소미 씨.” [유건 씨...] 장소미는 울먹이고 있었다. [모레가... 유건 씨의 결혼식이라고...]이 말을 듣자, 유건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침묵했다. [유건 씨...] 소미는 흐느껴 울며 말을 이었다. “지금 나... 너무 힘들어요... 너무 속상해요... 나... 나 정말 유건 씨를 보고 싶어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유건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 여자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55화

    순간, 시연은 얼어붙었다.‘장소미가 왔다고?’지동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소미는 분명 고유건을 찾으러 갔을 거야. 너 지금 고유건과 같이 있지? 잘 지켜봐. 네 남편이 네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게 해.]시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동성이 자신에게 이런 정보를 흘려줄 줄은 예상치 못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 분명, 유건이 방금 나간 이유는 소미를 만나러 가기 위함일 터.시연이 이해할 수 없던 건, 지동성이 왜 자신에게 이런 전화를 했냐는 점이었다.‘장소미는 나보다 더 소중한 딸인 거 아니었나? 심지어 죽을병에 걸려서도 장소미한테는 간 이식을 요구하지 않을 정도로 애지중지했지...’시연은 바로 물었다. “왜 인제 와서 그런 걸 알려주는 거예요?”[시연아...]지동성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예전에는... 아빠가 많이 잘못했다. 하지만 이제라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고유건... 그 사람, 네가 기대기엔 부족해.]하지만 시연은 지동성의 말을 끝까지 들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손에 힘이 들어가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호흡도 거칠어졌다.바로 분노 때문이었다.시연이 가장 듣기 싫은 것은 지동성이 하는 이 따위 ‘사과’였다.지동성은 과거 십여 년간 시연과 우주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걸 이제 와서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시연과 우주가 잃어버린 것들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었다.그녀는 깊은숨을 몇 번 들이쉬고 나서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왜냐하면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그리고 지금 나가면, 어쩌면 유건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솔직히, 시연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한 번이라도 배신한 남자는 평생 용서받을 자격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유건은 시연이 선택한 남자가 아니었다.그는 고상훈이 시연에게 맡긴 사람이었다.결국 시연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손으로 얼굴을 몇 번 두드린 뒤, 얇은 카디건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56화

    제남도는 관광지인 만큼, 호텔과 숙박시설이 부족할 일이 없었다.유건은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한 경비에게 건넸다.“차 좀 가져다주세요.”“네, 고 대표님.”경비는 공손히 키를 받아 들고 주차장으로 향하려 했다.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멈춰 섰고, 입술을 살짝 떨며 조용히 침을 삼켰다. “사모님.”하지만, 속으로는 진심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 본처가 현장을 덮치는 거야? 하필 내가 이걸 봐야 한다고?!'“안녕하세요.”시연은 우산을 받쳐 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이어서 시선이 유건에게 향했다.그 순간, 유건의 등골이 서늘해졌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심지어 혀가 굳어 제대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저기...”시연의 눈길이 남자의 품 안에서 의식이 흐릿한 소미를 스쳤다. 그리고 가볍게 웃었다. 차를 가져가려고요? 어디 가려고 해요?”유건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이미 시연이 나타난 이상, 소미를 데리고 나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소미를 여기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시연아.”유건이 침착하게 말했다. “이 사람은 취했고, 온몸이 다 젖었어. 이렇게 놔두면 감기에 걸릴 거야. 우선 방을 하나 잡아서 씻고 옷부터 갈아입게 해야 해.”시연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 “그럼 차는 뭐예요? 이 호텔로 들여보내고 싶은 거 아니에요?” “그래.” 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허락해 준다면...”‘허락해 준다면?’시연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허락 안 하면 상황이 달라지나?’ “유건 씨...”소미가 남자의 품에서 몸을 움찔거리며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너무 힘들어요... 너무 추워요...”그리고 계속해서 유건의 허리를 감싸며 매달렸다. 마치 풀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유건은 소미를 달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참아. 씻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건은 다시 부탁했다.“그냥 씻고 옷만 갈아입히는 거야. 네가 지켜보고 있으니, 아무 일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57화

    “소미 씨.”유건은 재빠르게 소미의 팔을 붙잡아 더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유건 씨...?”소미는 멍해졌고, 곧이어 상처받은 표정으로 물었다. “날 밀어낸 거예요?”유건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 “소미 씨, 여긴 내가 결혼식이 끝난 후 쓰려고 한 방이야.”순간, 소미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리고 시선이 욕실 문 근처에 서 있는 시연에게 닿았다.여자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그래, 여긴 호텔이야.’‘모레면 고유건의 결혼식이지.’ ‘지시연이 여기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구나...’그렇게 생각하니, 소미의 눈물이 다시 뚝뚝 떨어졌다.이어서 스스로 몸을 일으키며, 거칠게 눈물을 닦아냈다.“이제 가야겠네요.”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러나 곧바로 시연과 마주쳤다.소미는 순간 멈칫하더니, 부어오른 눈으로 흐느끼며 말했다. “미안해요. 여기 오면 안 됐는데... 너무 힘들어서, 너무 슬퍼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실례했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가려 했다.하지만,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갑자기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소미 씨!”다행히도, 유건이 재빠르게 소미를 붙잡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은 너무 늦었고, 밖에선 폭우가 내리고 있어. 지금 어디로 가겠다는 건데?” “유건 씨... 흐흑...”소미는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미안해요... 내가 부족해서 그래요... 날 못 이기겠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소미 씨 잘못이 아니야.”유건은 이를 악물고 시연을 바라봤다.“시연아, 하룻밤만 여기 머물게 해줄 수 있을까? 지금 소미 씨는 너무 취했어. 이렇게 내보내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시연은 가볍게 눈을 깜빡였다. “당신이 알아서 해요.”“고마워.”‘고맙다고?’시연은 그 말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고, 무력감이 들었다.‘이런

Bab terbaru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41화

    그날 밤.임진아는 다급히 시연이 사는 곳으로 찾아왔다.“야... 이게 뭐야? 진짜로 나온 거야?”짐이 구석구석 정리되어 있었지만, 분위기는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었다.“응, 가짜로는 안 되지. 진짜로 나온 거야.”진아는 멍하니 둘러보다가 툭 내뱉었다.“근데 두 사람... 싸우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근데 매번 이러다가 또 돌아갔잖아. 이번엔 진짜야?”시연은 잠깐 말이 없다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응, 이번엔 진짜야.”그리고, 은범의 병실에서 벌어졌던 일을 털어놨다.“뭐??!”진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야, 그래서! 도대체 왜 그 침대에 누워 있었던 건데? 은범이가 널 안은 것도 아니고, 설마 네가 알아서 올라간 거야? 도무지 기억 안 나?”시연은 진아를 쳐다보며 한쪽 눈썹을 올렸다.“기억 상실 드립은 그만. 너 로맨스 소설을 너무 많이 봤나 보지?”“하긴...” 진아는 입을 삐죽였다. ‘그럴 리가 없지. 시연이가 은범한테 그런 마음 있을 리 없어.’“그럼... 진짜로 뭔가 이상한 거 아냐?”시연은 말없이 일어났다. 안방에서 두 개의 종이봉투를 들고 나왔다.“그건 또 뭐야?”“은범이 어머니가 준 거야. 임부복.”“뭐...?”진아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헐... 그 아줌마? 그 아줌마가 임부복을 챙겨줘? 몰라보게 바뀌었네... 예전엔 널 사람 취급도 안 하더니.”곧바로 뭔가 떠오른 듯, 진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시연아... 설마... 노은범 어머니가... 널 침대에 올려놓은 거 아니야?”시연은 작게 웃었다. 표정은 여유로웠지만, 그 안엔 감정이 억눌려 있었다.“그럴지도.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요즘 지나치게 친절하더라.”“세상에... 역겨워! 전엔 널 그렇게 무시하고 수치 주던 인간이,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꾼다고? 자기 아들을 살릴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눈이 돌아간 모양이지?” 진아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외쳤다.“그래서..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40화

    “놔둬. 우리 고 대표, 요즘 상태 안 좋아. 그냥... 내버려둬.”...차 안.지한이 조심스럽게 운전대를 잡으며 물었다.“형님, 어디로 모실까요?”유건은 창밖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고 무심했다.“갈 데가 어디 있겠냐. 본가로 가자.”“네, 형님.”지한은 운전대를 돌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결국 돌아가시긴 하네... 형수님 그런 식으로 떠났는데, 형님은... 아직 포기 못하셨구나.’ ...고씨 가문 본가.차에서 내리자마자, 유건은 곧장 현관을 박차고 들어갔다. 걸음은 빠르고, 눈빛은 날카로웠다.하지만 집 안은 조용했고, 시연은 없었다.유건은 믿기지 않는 듯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안방, 서재, 게스트룸, 드레스룸...어디에도 시연은 없었다.‘정말 가버린 거야?’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와 왕성애와 이호민을 불러세웠다.“지시연, 어딨습니까?”넥타이를 세차게 잡아당기는 그의 목소리엔 급박함이 섞여 있었다. “예...?”이호민은 순간 얼이 빠졌다. “사모님요? 나가셨는데요... 도련님이 나가라고 하셨잖아요.”“내가?”“네... 저희도 다 들었어요. 기환이가 전화했을 때, ‘앞으로 그 여자 일로 날 귀찮게 하지 마’라고... 그 말, 솔직히 ‘더 이상 상관 없다’는 뜻 아니었나요?”“이모님,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유건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제가... 그랬다고요?”왕성애가 나섰다.“네, 저도 들었는걸요. ‘앞으로 그 여자 일로 날 귀찮게 하지 마’라는 게, 무슨 뜻인 줄 모르세요? 도련님, 그건 사모님을 쫓아내는 말이었다고요.” 유건은 할 말이 막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진짜... 그랬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기환이 급하게 전화했을 때, 술에 올라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그 한마디가 시연을 보낸 거였다.“됐어요. 알겠어요.”짧게 대답한 유건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도련님!”이호민이 다급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39화

    “고... 고 대표님...”무대에서 내려온 댄서가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레 다가왔다. 목소리는 부끄러움과 설렘이 섞여, 낮게 떨렸다.“제... 예명은 시연이에요.”뚝-순간, 공기 자체가 얼어붙은 듯했다. 주변의 시끄러운 음악,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시연... 시연이라니...’유건은 천천히 그 이름을 되뇌었다.입꼬리는 올라갔지만, 그것이 웃음인지, 비웃음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래, 시연이구나.”목소리는 가볍지만, 그 안에 도사린 감정은 날이 서 있었다. 유건의 손끝이 떨리는 것을 가까이서 본 지하는 알아챘다.“고 대표님... 감사해요. 오늘... 무대를 봐주셔서요. 제가 한 잔 드릴게요.” 여자는 작게 고개를 숙이며 술병을 들었다.“고 대표님... 어느 잔이... 쓰시던 건가요?”그 말의 의미는 명확했다. 같은 잔으로, 같은 술을, 같이 나누자는 은근한 제안.지하와 강석, 정빈은 아무 말 없이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 일 터지겠는데...’유건은 천천히 턱을 들어, 가장 가까이 있는 잔을 가리켰다. “저거.”“네, 고 대표님.”여자는 긴장한 손으로 잔을 집으려 했다. 하지만 손이 닿기 직전, 유건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탁-그대로 테이블 위로 꾹 눌렀다.“고... 고 대표님?”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유건은 피식 웃었고, 웃음 끝에 감도는 건 조롱과 냉기였다.“너, 누구야?”“네...?”“아무나 내 잔에 손을 얹어도 된다고 생각했어? 내가 개나 소나 ‘고 대표님’이라고 부르면 상대해 줄 거라고 생각했냐고.” “저... 죄송합니다...”여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뭐야, 분명 아까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꺼져.”낮고 가라앉은 유건의 목소리. 그러나 그 말은 날카롭고 차갑게 뼛속까지 파고들었다.“네...?”“꺼지라고.”쾅!술잔이 바닥에 내던져졌고, 깨진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꺅!”여자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38화

    유건은 지하의 어깨에 팔을 걸쳤고, 약간 술에 취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야, 그거 알아? 아까 무대 위에 있던 애, 나 걔한테 걸었다? 오늘의 ‘댄스 퀸’은 무조건 걔가 될 것 같았거든. 어때, 춤 괜찮았지?” 지하는 눈을 살짝 흘기며 잔을 들었다. ‘와... 진짜 맛이 갔구나.’ “응, 잘 추더라.”“그런데 유건아...” 무언가 진지하게 말을 꺼내려던 찰나, 벌떡 일어난 유건이 무대를 향해 우렁찬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좋아!”“잘한다! 브라보!”지하는 어이가 없어 술잔을 내려놨다. ‘진짜 망가졌네, 망가졌어.’무대가 끝났고, 분위기도 한풀 꺾였다. 유건은 흥이 남은 얼굴로 말했다.“자, 술 마시러 가자.”오늘은 일부러 룸을 잡지 않고, 메인 홀 자리에 앉았다. 유건이 일부러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 머물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조용한 데 가면,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질 테니까.’ 정빈은 이미 술을 채워두고 있었는데, 유건은 자리에 앉자마자 잔을 집어 단숨에 비웠다. 강석이 지하에게 눈짓을 보냈다. ‘어때? 얘기는 좀 들어봤어?’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방법이 없어. 지금은 완전히 벽이야, 벽.’그 순간, 클럽 매니저가 다가왔다.“고 대표님, 지하 도련님, 주 대표님, 강석 도련님, 반갑습니다.” 정중히 인사한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아, 그리고 고 대표님, ‘댄스 배틀’ 결과 나왔습니다. 고 대표님이 베팅하신 8번 참가자가 오늘의 ‘댄스 퀸’으로 선정되었어요.”“그래?” 유건이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상금은 현금으로 환전해 드릴까요, 아니면 칩으로 보관해 드릴까요?”“필요 없어.” 유건은 손을 툭 내저으며 말했다. “그냥 술값에 써. 테이블이나 돌리라고.”“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매니저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이런 분들한텐 돈보다 기분이지.’“그리고... 약속대로 오늘의 ‘댄스 퀸’이 술을 한 잔 따라드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37화

    “그렇게까지요...?”이호민은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 바로 시연을 위해 차량을 호출했고, 기환은 말없이 그녀의 캐리어를 트렁크에 실었다.“집사님, 이모님, 기환 씨... 그동안 감사했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시연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조용히 차에 올랐다. 창문이 올라가며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가려졌고, 차는 조용히 대문을 빠져나갔다.남겨진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대문 앞, 서로 눈을 바라보며 굳어 있었다.“기환아...” 이호민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넌 뭔가 알고 있는 거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그게...”기환은 한숨을 내쉬며, 하는 수 없다는 듯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병실에서 벌어진 일, 유건이 본 장면, 그리고 그 뒤에 생긴 오해까지... 사실대로, 차분히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예요.”이야기가 끝나자, 왕성애와 이호민은 동시에 외쳤다.“말도 안 돼! 사모님이 바람을 피워? 그건 아니지! 그럴 리 없어!”이호민의 얼굴이 붉어졌고, 왕성애는 황급히 팔짱을 풀며 어이없어했다.“사모님이 어떤 사람인데! 기환아, 정말 그 상황을 믿는 건 아니지?” “솔직히 말해서요...” 기환도 고개를 숙였다. “저도 믿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형님이 두 눈으로 직접 보셨어요. 그 자리엔 저도 있었고요.”차 안.시연은 두 팔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차 안은 너무 조용했다. 조용해서, 오히려 더 춥게 느껴졌다.‘추워... 정말 추워.’몸이 추운 게 아니라, 마음 깊숙한 데서 올라오는 냉기가 뼈를 때렸다.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 시연의 감정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심지어 눈을 감아도 ‘그 사람’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앞으로 그 여자 일로 날 귀찮게 하지 마.”그 말은 정말이지 두 사람 사이에 마침표를 찍는 말이었다. ‘진짜... 끝이구나.’시연의 눈가가 점점 뜨거워졌고, 감정을 참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눈물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36화

    “사모님?”짐을 정리하던 시연의 방에 왕성애가 들어섰다. 뒤이어, 이호민도 들어왔다.요즘 병원 쪽에 매달려 있던 이호민은 부부 사이의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줄 몰랐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호민은 바닥에 놓인 캐리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유건 도련님이 또 사모님을 속상하게 했나요? 괜찮아요, 사모님. 속상한 게 있으면 어르신께 말씀드리세요.”“어르신은 누구보다 사모님을 아끼시잖아요. 원래 부부는 조금씩 다투기도 해요. 집까지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손을 뻗어 캐리어를 대신 들려 했다.하지만 시연은 고개를 저었고, 쓴웃음과 함께 말했다.“집사님, 그게 아니에요. 유건 씨가 저를 속상하게 한 게 아니라... 제가 유건 씨 속을 뒤집어놨어요. 지금은... 절 보고 싶지도 않을 거예요.”이호민과 왕성애는 동시에 얼어붙었다.‘어떻게 된 거지...? 저런 말까지 나올 정도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시연은 캐리어 손잡이를 쥐고, 백팩을 둘러맸다. “이모님, 집사님... 그동안 감사했어요. 저, 이만 가볼게요.”그 말에, 왕성애와 이호민은 허겁지겁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가는 시연을 서둘러 붙잡았다.“사모님, 잠시만요.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시는 거 아닐까요? 유건 도련님이 돌아오시면, 다시 얘기 나눠보는 건 어떠세요?” “맞아요. 도련님 성격 급한 거 사모님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홧김에 한 말일 수도 있어요.”시연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단호하게 말했다.“유건 씨가 돌아와서 저를 보면 더 화가 날 거예요. 전... 그걸 더 보고 싶지 않아요.”‘그 사람한테 더 미운 존재가 되기 전에 조용히 사라지는 게, 내가 그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예의야.’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도련님이 그렇게까지...’고씨 가문 본가 대문 앞. 그 순간, 정기환이 막 대문에 들어서고 있었다.“형수님?”그는 시연이 캐리어를 끌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35화

    유건의 분노는, 무너지는 파도처럼 쏟아졌다.하지만, 시연은 물러서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남자의 눈을 또렷하게 마주 보며 조용히 말했다.“지금... 많이 화났어요?”그 말에 유건은 순간 얼이 빠졌다. ‘뭐?!! 이 여자,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이 상황에서 ‘많이 화났냐’고 묻는다고?’시연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조용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조금은 멍한 목소리에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톤이었다.“잘 모르겠어요. 지금 내가 당신을 좋아하느냐 마느냐 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에요?” ‘그게 네 진실한 마음이라고?’ 유건은 순간 말문이 막혔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니면...” 시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동자에 짙은 의문을 담았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진짜 의문이었다.“당신은 고씨 가문의 도련님이고, 당연히 모든 걸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법적으로 당신의 ‘아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까...”“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더라도, 나는 무조건 당신을 좋아해야 하고, ‘배신’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좋아해야 하고, 배신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하냐고?’ 시연의 말이 유건의 가슴을 도려냈다.‘좋아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럼 우린 대체 뭐였지?’ “혼인 중에 외도라니, 네 진심이 그거였어?” 유건의 목소리는 저음으로 가라앉았지만, 안에 담긴 분노는 더 짙었다.“내 진심이... 그거였냐고요?” 시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그리고 문득, 아까 자신이 본 그 나비난 화분이 떠올랐다. 유건이 가장 먼저 들렀던 곳... 바로 장소미가 있는 곳. 시연은 아내였지만, 유건의 ‘첫 번째’가 아니었다. 늘 ‘두 번째’, 늘 ‘장소미의 다음’이었다.시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서로서로... 똑같지 뭐...”“뭐라고?” 유건이 날카롭게 물었다.“아...” 시연은 힘없이 웃었다. “맞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이젠 굳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34화

    유건은 분명히 봤다. 두 눈으로, 직접. 그런데도 그는 아직도 무언가 기대하고 있었다.‘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그게 정말... 단순한 우연이었을지도 몰라.’‘아니면, 어쩌면... 진짜로, 오해일 수도 있잖아.’되뇔수록, 마음은 더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고유건,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네 자존심은? 너답던 원칙은 다 어디로 갔어?’유건의 감정은 맹렬히 소용돌이쳤다. 그러는 사이 문밖의 시연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그러다 유건의 시선이 책상 위 어딘가에 멈췄다. 작은 노트 하나.그 작은 책상은 시연의 것이었다. 평소에 시연이 쓰던 전공 서적과 자료들이 정리돼 있었고, 그 위에는 익숙하지 않은, 낯선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무심코 들춰본 노트 속. 글자와 숫자들이 정돈된 필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이건... 가계부?’두 페이지를 더 넘긴 순간, 유건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장난해?’4000만 원, 우주의 첫 치료비. 그 뒤엔 우주의 식중독 입원비, 시연 어머니 묘지 이전 비용... 그녀가 ‘고씨 가문'에, 아니, 유건에게 ‘빚진’ 항목들만 정리된... ‘일종의 청구 리스트’였다.‘이게... 뭐야?!’순간, 유건의 심장이 ‘툭’하고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분노가 밀물처럼 되살아났다.그중 한 줄에서 남자의 손가락이 멈췄다. 바로 시연 어머니 묘지 이전비였다. ‘묘지 이전?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 ‘그땐 우린 이미 결혼했는데... 난 아무것도 몰랐어!’‘저 여자는 단 한 마디도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아니, 말하기조차 싫었던 거겠지. 나란 존재가 그 정도였다는 거잖아.’그러던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똑- 똑-유건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문 안 잠겼어.”밖에 있던 시연은 그 말에 미묘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왜 저렇게 말투가...?’‘기분이 상했나, 저 정도로?’ 속으로 작게 숨을 내쉬며, 시연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유건은 작은 책상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33화

    ‘정말... 그냥 가버린 거야?’시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 유건이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연의 온몸이 서늘하게 식어갔다. ‘정말... 끝난 걸까?’ 무기력한 체념이 밀려오고, 그녀의 마음속은 새까맣게 비어버린 듯했다. 시연은 마침 잘못을 저지르고 버림받은 아이처럼 혼란스러웠고, 무서웠다. “형수님!”지한이 당황한 얼굴로 다가왔다. “멍하니 계시면 어떡해요! 형님 진짜 화나셨어요!”“지금 안 따라가면... 후회할지도 몰라요!”“아... 네!” 시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바로 허겁지겁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발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천천히요.” 지한이 팔을 내밀었다. 시연은 지한의 손을 잡고 균형을 잡으며 슬리퍼를 신었다.그때, 시연의 시선이 강수희에게 향했다. ‘왜... 내가 침대에 있었지? 대체 어떻게 된 거야?’강수희는 눈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시연아, 어서 가보렴. 고 대표님한테 잘 설명해. 오해일 뿐이잖니?”“네...” 시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더 묻지 않았다. 지금은 유건이 먼저니까 무조건 그를 잡아야 했다.하지만 병실을 나서자 유건의 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형님, 본가로 가셨어요. 형수님도 어서 타세요.”“알겠어요.”...본가에 도착하자, 왕성애가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사모님, 도련님이랑 싸우셨어요? 도련님 얼굴이... 귀신 본 사람보다 더 창백하더라고요. 도련님의 그렇게 화난 얼굴을 본 게... 몇 년 만인지 몰라요.”시연은 말없이 웃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다른 남자랑 침대에 있던 걸 들켰다’라고 할 수도 없잖아.’유건이 화내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상상 이상으로 격렬했을 터.“이모님, 저 이만 올라가 볼게요.”“얼른 가봐요.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잖아요. 얘기만 잘하면 다 풀릴 거예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마주 내려오던 가사도우미들의 손에 익숙한 화분이 들려 있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