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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Author: 송진
“에릭이 정말 결혼하고 싶다면 상관은 없다만 최소한 정상적인 사람을 골라야지 않습니까? 저 여자는 사기꾼이라고요.”

“역시 당신 같은 미친놈들이랑 어울리면 결국 이렇게 되는 거군요. 지금 보세요! 에릭까지 제대로 정신이 나갔잖습니까! 결국 뒷수습은 또 제가 해야 하고!”

알리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안색 또한 어두워졌다.

하지만 박한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듣고 있을 뿐이었다.

알리가 자신을 어떻게 깎아내리든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당신이랑 에릭, 두 사람 분명 연락하고 있겠죠? 당장 에릭에게 말하세요. 얌전히 나랑 같이 돌아가자고. 정말 가정을 이루고 싶다면 부모님의 뜻을 따라야 할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 꿈을 완전히 박살 내버리겠다고.”

비록 알리의 말투엔 여전히 약간의 억양이 섞여 있었지만 그 태도와 싸늘한 눈빛은 강한 위압감을 풍겼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앞에서 기가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한빈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

“다 말하셨습니까?”

“다 하셨으면 이제 나가시죠.”

알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 박한빈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이 호텔, 너무 형편없습니다. 전 여기서 안 잘 겁니다.”

“그럼 안 자면 되죠. 어디 가든 당신 맘대로 하십시오.”

알리는 코웃음을 치며 오히려 더욱 느긋하게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 행동은 마치 안 나가면 어쩔 거냐고 묻는 듯했다.

박한빈은 그 모습을 보다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성유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경찰 부르자. 강제로 쫓아내게.”

그 말이 너무도 자연스러웠기에 성유리는 순간 망설였다.

그렇지만 박한빈은 성유리의 생각을 읽은 듯, 기다릴 것도 없이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호텔 매니저와 보안팀이 먼저 방으로 들어왔다.

알리는 아무리 봐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확실한 건 박한빈의 존재감이었다.

이 호텔에서 박한빈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들은 알리를 ‘정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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