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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박한빈이 보낸 그 눈빛의 의미를 성유리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경고였고 또 혐오였다.

겉으로 보면 겸손하고 온화해 보이는 박한빈의 겉모습에 가려진 진짜 박한빈은 차갑기 그지없는 냉혈한이었다.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오늘 그것을 더욱 뼈저리게 느낀 성유리는 눈을 아래로 해 쓰레기통에 꽂힌 반으로 찢긴 이혼서류를 주시했다.

백번을 망설이다 마침내 건넨 서류였건만 박한빈은 그것에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박한빈은 애초에 성유리를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성유리의 감정 그리고 그녀가 내린 결정에도 역시 관심이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동안 성유리는 박한빈은 본 적이 없었다. 가장 최근에 전해 들은 소식은 공식회의에 박한빈이 참석했다는 것이었다.

짙은 색의 정장을 입은 박한빈은 코앞에 들이닥친 카메라 앞에서도 변함없는 미모를 유지했는데 입꼬리까지 살며시 올라가 있어 마치 영화배우를 연상케 했다.

그런 기사를 보고서야 성유리는 박한빈이 지금 도성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성유리는 달갑지 않은 그 얼굴을 더 보지 않고 자신의 홈페이지로 넘어가 연재를 재촉하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성유리는 만화가였지만 성유리가 속한 상류사회에서는 별로 인정해주지 않는 직업이었다.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다들 미술을 배웠지만 그들이 접하는 건 국화나 유화지 성유리가 그리고 있는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가미된 만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성유리의 만화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많았기에 성유리는 답글을 좀 달다가 태블릿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내려놓기 바쁘게 성유리의 핸드폰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진무열에게서 온 문자 때문이었다.

“내일 진씨 집안에서 저를 위해 파티를 열어준대요, 유리 씨도 올래요?”

미간을 한번 찌푸린 성유리가 답장하려고 하는데 진무열이 두 번째 문자를 보내왔다.

“올 거죠? 며칠 전에 내가 공항에서 유리 씨 다섯 시간이나 기다려줬는데.”

진무열의 말에 타자를 하던 성유리의 손가락이 공중에 머물렀다.

이미 데리러 가지 않을 거라고 말했었는데, 거기서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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