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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성유리의 말이 끝나도 가만히 있던 박한빈은 서유리를 한번 보고 마침내 그 이혼합의서를 받아들었다.

이혼합의서의 마지막 페이지부터 들추어본 박한빈은 이미 사인이 되어있는 성유리의 이름을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성유리가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박한빈은 이혼서류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그 모습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던 성유리였지만 그녀는 애써 평온한 척하며 물었다.

“이 서류가 맘에 안 들면 다시 인출해서 줄게.”

박한빈은 여전히 말없이 찢어진 서류를 쓰레기통에 던져놓고는 성유리를 향해 한걸음 성큼 다가왔다.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낯빛이 변한 성유리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렇게 성유리의 등은 빠르게 뒤에 있던 테이블에 닿았고 원래도 상처가 있던 등에 딱딱한 테이블이 닿으니 느껴지는 통증에 성유리가 신음을 흘려댔다.

“이혼?”

박한빈은 아파하는 성유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너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아님 밀당하는 건가.”

“너의 이런 치졸한 수법들이 난 매번 역겨워.”

남편이 아내에 대한 평가가 역겹다라니.

성유리는 아까 성유정 앞에서 박한빈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박한빈은 그 순간에 성유정을 보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유리에게 혐오를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껏 참 많이도 실망했던 성유리였지만 심장은 아직도 이런 말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누군가가 쥐어짜는 것처럼 아파왔다.

성유리는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고 입술을 달싹였지만 목구멍이 막혀버린 듯한 느낌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건 이 와중에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목소리를 되찾은 성유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협박 아니고 진심이야.”

눈을 가늘게 뜨는 박한빈에 성유리가 말을 이었다.

“우리 결혼을 더 지속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럼 너한테 뭐가 의미 있는 건데? 아, 진씨 집안 그 혼외자?”

박한빈이 진무열을 언급할 줄 몰랐던 성유리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그 눈도 따라서 커졌다.

하지만 박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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