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돈부터 받아둬요.”손윤서는 지갑 안에서 돈을 한 뭉텅이 꺼내 하은별에게 건넸다.“걱정하지 마요. 하은별 씨가 이 일을 잘 처리한다면 운성 그룹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줄게요.”“진짜예요?”하은별의 두 눈이 기대로 반짝였다.손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지금 서정원 씨가 성운이 앞에서 알짱거리잖아요. 서정원만 없다면 성운이는 하은별 씨의 좋은 점을 떠올릴 거예요. 하은별 씨는 운성 그룹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니 공로는 없어도 고생은 했잖아요. 때가 되면 제가 성운이 앞에서 좋은 얘기 몇 마디 하면 돌아갈 수 있을
손윤서는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싱긋 웃더니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내가 시아야. 성운아, 내가 네 시아야!”최성운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는 취기 때문에 괴로웠다.‘시아가 온 걸까? 정말 시아인 걸까?’“너 취했어. 내가 데려다줄게.”손윤서는 허리를 숙이고 힘을 써서 최성운을 일으켜 세웠다.“시아야, 너야? 정말 너야?”최성운은 비틀거리며 손윤서에게 기댔다. 그의 어조에서 믿을 수 없음과 놀라움이 느껴졌다.그렇게 오랫동안 찾았던 시아가... 드디어 돌아온 것일까?“그래. 당연히 나
서정원은 당황했다. 웬 여자가 최성운의 전화를 받다니?게다가 조금 익숙한 목소리였다. 손윤서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그런데 손윤서일 리가 없었다.최성운은 분명 손윤서를 싫어하는 듯했으니 말이다.'설마... 시아인 걸까?'서정원은 마음속 의문을 억누르며 덤덤히 입을 열었다.“최성운 씨를 찾는데요.”“서정원 씨죠?”손윤서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도발하듯 말했다.“저 손윤서예요. 성운이 지금 제 방에서 샤워하고 있어요.”‘역시나 손윤서라고?’서정원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최성운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돌아오지 않고
서정원은 몸을 살짝 비틀어 민첩하게 하은별의 일격을 피했다.“하은별 씨, 뭐 하는 거예요?”서정원은 원망스러운 표정의 하은별을 바라봤다.하은별은 정말 끈질겼다. 저번에는 칼로 찌르려 하더니 이번에는 그녀를 호수에 빠뜨리려 했다.서정원과 하은별 사이에는 큰 원한이 없는 듯한데 하은별은 왜 그녀를 죽이려는 걸까?하은별은 서정원이 피하자 눈동자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그녀는 서정원을 죽어라 노려보았다.“서정원, 이 천한 것! 당신 때문에 난 회사에서 쫓겨났고 미래도 망가졌어. 지금 일자리도 찾지 못한다고. 난 당신을
“곽천호,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야? 당장 서정원 저 살인자를 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최지연은 비참한 몰골로 바닥에서 일어나 옆에 있던 곽천호를 노려보았다. 그는 최지연을 오랫동안 짝사랑 해왔고 오늘 최지연이 그를 이곳으로 부른 건 서정원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 순간 그의 도움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항상 그녀를 여신이라고 여겼던 그는 최지연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서정원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서정원의 앞을 막아섰다. “서정원 씨? 사람을 죽이고도 도망갈 생각인가요?”그녀는 어이가 없어 미간을
경찰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연인 호수 쪽으로 와서 멈춰 섰고 차에서 형사 두 명이 내려왔다. 형사들을 보고 최지연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가 서정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자예요. 바로 저 여자가 하은별을 호수에 빠뜨렸어요.”그녀의 말에 형사들은 고개를 돌렸고 이내 무릎을 꿇은 채 열심히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서정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쪽으로 가보죠.” 그중 나이가 많은 남자 형사가 입을 열었다. “네, 왕 형사님.”옆에 있던 여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왕 형사의 뒤를 따라갔다. “무슨 일인가요?”왕
어젯밤, 술에 취해 끊임없이 시아라는 이름을 외치는 최성운을 보며 손윤서는 시아가 누구인지 되게 궁금했다.그의 말투로 보면 그가 시아라는 여자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손윤서는 즉시 사람을 시켜 시아에 대해 알아봤다. 알고 보니 시아라는 여자는 어렸을 때 최성운과 함께 납치당한 적이 있었고 그가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는 여자였다. 그걸 알게 된 손윤서는 왠지 모르게 기뻤다. 사실 그녀는 최성운이 서정원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그가 계속 잊지 못하고 있던 여자는 시아였고 지금 그 시아라
최성운이 입을 열자 경찰서 로비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해성시에서 최성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해성시 최고의 재벌가 최씨 가문의 주인이자 운성 그룹의 대표, 최성운은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의 말에 임창원은 조사실 쪽을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지금 최지연 씨와 사건 진술 중입니다.”‘평소에는 늘 태연하고 침착하시던 분이 이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건 또 처음보네. 서정원 씨가 대표님한테 정말 중요한 분이구나.’“저쪽으로 가보자.”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고 한편, 옆에 있던 손윤서는 마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