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운은 만취 상태였고 그는 흐릿한 눈을 겨우 떴다. 눈을 뜨자마자 그는 비율 좋은 여자아이를 눈앞에서 보게 되었고 어딘가 모르게 친밀감이 느껴졌다.그는 마치 13살,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는 여자아이와 어두컴컴한 작은 오두막에 갇혀 있었고 오두막 밖엔 문을 지키는 흉악한 대형견이 있었다.최성운은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무서워했다. 그랬기에 여자아이는 항상 그를 꼭 끌어안고 그를 지켜주려고 했었다.“무서워하지 마요. 오빠가 무서워할수록 저 강아지는 오빠한테 더 달려들려고 할 거예요.”어둠 속에서도 여자아이의 눈은 초
“서정원, 거기 서!”최지연은 쿵쿵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그녀는 거실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에서 깬 것이었고 일어나서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확인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녀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보게 된 것은 서정원과 최성운이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녀가 다시 확인해 보니 최성운은 만취 상태인 것 같았다.최지연은 더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7살 때, 처음 최씨 가문으로 오게 된 날부터 지금까지 최성운이 술에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최성운은 만취 상태였다.게다가 그런 최성운을
들려오는 소리에 최지연은 고개를 돌렸고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던 서정원도 정신을 차렸다.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최지연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죠?”최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서정원의 시선을 피하더니 일부러 침착한 척 말했다.“오빠가 술 많이 마신 것 같아서, 그냥 입 닦아 주고 있었어.”“그래서, 지금 본인의 입술로 닦아드린 건가요?”서정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를 비꼬았고 시선을 돌려 최성운을 바라봤다.최성운은 두 눈을 감은 채로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보아 아마 잠든 것 같았다.아까 최성운이 만취 상태
그렇게 살면서 가장 즐겁지 않았던 주말이 지나가고, 다음 날 아침 서정원은 일찍 운성 그룹으로 출근했다.서정원은 자리에 앉아 프랑스 레이디 패션과의 협력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들을 보고 있었다.갑자기 탁 소리가 나더니 하은별이 한 뭉텅이의 자료들을 서정원의 책상에 내려놓았고 순간 책상이 살짝 흔들리기도 했다.서정원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지금 뭐 하시는 거죠?”하은별은 거만한 표정으로 서정원을 내려다보면서 명령하는 어투로 말했다.“이 자료들을 싹 정리해 줘요. 점심시간 전까지.”서정원은 산처럼 쌓인 자료들을 한번 쓱 훑어
‘시아라고?’‘또 시작된 거냐...’‘왜 자꾸 시아라고 부르는 거야?!’서정원은 살짝 짜증이 난 어투로 손을 빼내려고 애를 썼다.“최성운 씨, 그만 해요! 이것 좀 놔요. 그리고 왜 자꾸 뜬금없이 시아라는 분을 찾는데요!”서정원의 반응에 최성운은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이 사람은 그가 찾는 시아가 아니었다.그가 아는 시아는 절대 이렇게 그를 거부할 리가 없었다.최성운은 서정원의 손을 놓아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몸을 기댄 그는 다시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단추를 받아 들고 물었다.“제
서정원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최성운 씨,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전 당신에게 정말 관심도 없다고요. 당신이 누구를 좋아하든 말든 저랑 상관없어요. 그냥 우리 사이만 똑똑히 기억해두면 돼요! 우리 사이는 그저 3개월의 약속으로 묶인 사이에요. 아니지, 이미 한 주가 지났으니 3개월도 아니네요. 어차피 나중엔 우린 파혼할 거고, 우린 그냥 서로 남남인 거예요. 알아들었어요?”남남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 최성운은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빴다.그는 도대체 왜 서정원이 이토록 신경 쓰이는지 몰랐다. 그는 서정원
그러나 이어진 다음 순간, 최성운은 싸늘해진 목소리로 손윤서에게 말했다.“손윤서, 너보고 나가라고 한 거야.”“성운아...”손윤서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아랫입술을 물었다.“나 아직 기획안도 너에게 설명 안 했어!”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잔뜩 짜증 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거기 놓고 가.”“하지만, 오빠가 너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라고 했단 말이야...”손윤서는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최성운이 서정원 앞에서 그녀의 체면도 고려하지 않고 내쫓고 있었다.예전부터 비록 최성운이 그녀에게 차갑게 대하긴
회의에 참여한 인원엔 하은별과 백아영, 그리고 이번 프랑스 레이디 패션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를 맡게 된 이은진이 있었다.서정원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일제히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다음 회의엔 지각하지 마세요.”최성운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정원을 보더니 이내 앉으라고 했다.‘지각했다고?’‘애초에 누구도 회의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잖아.’말하지 않아도 하은별의 짓임을 알아챌 수가 있었다.서정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대충 자리를 찾아 앉았다.회의가 시작되고 하은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프랑스 레이디 패션 협력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