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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숙청제의 얼굴에 기쁨도 분노도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대반은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분노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회왕비가 그럴만한 그릇이 못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이렇게 많은 장신구로 궁녀를 매수할 능력이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스스로를 챙기기 바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이 일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만약 아우가 이를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면, 궁에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를 발견했지만, 조사하지 않고 궁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은 너무 많은 문제에 휘말리기 싫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사람을 돌려보냈음에도 아무런 실마리도 얻지 못하였으니 숙청제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숙청제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태의를 불러 목숨을 붙들어 두도록 하고 끝까지 심문하거라.”

이 사건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를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거대한 함정을 파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느낌이었다.

“예!”

오대반은 명을 받고 물러났다.

그렇게 다시 반나절 동안 심문이 이어지고 오대반이 마침내 다시 보고하러 왔다.

“전하, 그녀가 한 사람을 자백했사옵니다. 바로 장공주가 그녀에게 지시했다고 하였사옵니다. 회왕비를 지목한 이유는 장공주가 그녀의 가족을 해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죽었느냐?”

숙청제가 대뜸 물었다.

“태의께서 가망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자리를 뜰 때 숨을 거두기 직전이었으니, 아마 죽었을 것입니다.”

숙청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외부에 알리지 말고, 심문했던 자들의 입을 막아라. 내일 아우를 궁으로 부를 것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지도 오래되었구나. 그리고 송지안의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아라. 지금쯤이면 진전이 있을 것이다.”

오대반은 밖으로 나가 지시를 내린 후, 다시 궁으로 돌아와 시중을 들었다.

차를 따르던 오대반은 생각에 잠긴 숙청제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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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이 말했다. “나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니 그 문제는 나중에 고민하자꾸나. 정말 안 되면 다른 곳에 팔아버리면 그만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첫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는 것이야.”“그래,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여학은 더 힘들지 않겠느냐?”“아니다, 여학은 자리가 늘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송석석이 말했다.그러자 시만자가 턱을 괴며 말했다. “그래. 기분이 좋지 않으니 오늘 밤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켜야겠다.”송석석이 가볍게 웃었다. “시 사부, 어서 공지를 내려라. 네 제자들은 무공에 대한 열정이 아주 대단하더구나.”시만자도 웃으며 말했다. “장기문이 제일 부지런하다. 이 녀석은 항상 최선을 다해 발전도 빠르지. 무공을 배우기에 정말 좋은 자질이야. 어릴 때 사부를 만났다면 지금쯤 무공이 얼마나 뛰어났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야 배우는 걸 보니 조금 아쉬울 뿐이다.”그 후, 송석석은 평서백부로 향했고, 시만자는 가죽 채찍을 들고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켰다.최씨가 송석석의 말을 듣자마자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자 송석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부인이 도와주시니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여인은 살기가 너무 힘드니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복을 쌓는 일이지요.” 최씨는 깊은 슬픔이 깃든 눈빛으로 말했다. 지난번 만났을 때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송석석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부인, 무슨 일이 있으신겝니까? 괜찮으시면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최씨도 그녀를 여러 번이고 도왔기에 그녀는 진심으로 최씨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최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몇 가지 작은 문제가 있긴 하다만 왕비님께 걱정을 끼칠 일은 아닙니다.”송석석도 더는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그때, 하녀가 급히 뛰어와 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3화

    소진 소주방은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언제든 사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덕회 부인은 다과회를 열어 이 사실을 알렸고 곧 백성들의 입에도 소주방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록 말은 많았지만 이혼당한 부인 중 누구도 소주방에 발을 들이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시만자는 의아해하며 홍시와 함께 조사를 진행한 끝에 많은 이혼당한 부인들이 암자에 머무르며 고된 일에 시달렸고, 심지어 때로는 끼니조차 거르는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친정으로 돌아간 여인들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시달리며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3월 10일 십자리강에서는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경조부의 조사 결과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이혼당한 자수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만자는 참을 수 없는 마음에 곧바로 송석석을 찾으러 경위부로 달려갔다.송석석은 다급히 달려온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이 일은 본래부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소주방에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첫 번째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소주방에 들어가면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가 이혼당한 부인임을 알리는 셈이 될 테니. 그걸 이겨내기 힘든 것이야.”"소주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혼당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시만자는 속이 상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는 소진 소주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녀들을 위해 살길을 마련해 주려 했지만 기꺼이 죽음을 택하면서도 소주방에 들어오지 않는 이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려무나. 처음부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도 알고 있었지 않느냐.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고 강에 투신한 그 여인도 아마 절망한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그래도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일인데 왜 그리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걸까." 시만자는 답답함과 좌절감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송석석은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만지며 위로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우리가 그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2화

    안태부와 목 승상은 왕부에 남아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음식은 매우 푸짐했고 좋은 술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양 마마는 손수 장수 찐빵을 만들었는데 그 위에 찍은 붉은 점이 마치 눈 위에 떨어진 한 송이 붉은 매화처럼 보였다.소 대장군은 무척 기뻐하며 술자리를 즐겼다. 식사 중 그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전 노장군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목 승상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때 내가 전 노장군을 생각해 전북망의 중매를 서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오. 두 사람이 원수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소. 정말 후회스럽군.”"사람마다 각자의 운명이 있는 법이오."안태부가 말했다. 그러고는 소 대장군을 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젊은 사람들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몸이나 건강하게 지키며 자손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게 좋지 않겠소?"이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지금의 황제는 젊고 기반이 불안정하며 또 일부 노신을 새로운 신하로 물갈이를 할 것이 뻔했다. 세월이 바뀌면 세상도 변하는 법이니 이미 물러났다면 그저 평범한 노인으로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었다.소 대장군이 웃으며 말했다. "태부의 말씀에 일리가 있으니 그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오." 이젠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도 이제 나이를 먹어 성릉관을 지키긴 힘들었다. 다행히도 현재 총사령관 자리는 삼랑이 맡고 있으니 당장 무장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소가군은 여전히 성릉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그들은 한껏 술을 마시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목 승상은 소 대장군의 손을 잡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번 이별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몸 건강히 지내게나, 친구.""자네도 몸조심하게!" 소 대장군은 공손히 인사하며 송별했다. 비록 술을 많이 마셨으나 여전히 산처럼 우뚝 서 있는 모습이었다.사여묵도 소 대장군과 함께 그들을 배웅했는데,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남씨가 란이의 손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1화

    북명황실에 도착한 란이는 외조부와 남씨를 보더니 눈물을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 큰절을 올렸다. 소 대장군과 남씨는 무의식적으로 문밖을 바라보았으나 한동안 아무도 보이지 않자 잠시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하지만 그들은 금세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남씨는 웃으며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바보 같은 것, 대체 왜 울고 있느냐? 외조부를 무사히 만났으니 기쁜 게 아니더냐?"그러자 란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기쁩니다, 너무 기뻐서 그러는 겁니다."소 대장군은 외손녀가 겪은 고난을 알기에 눈가에 연민이 가득했다. "란이야, 어서 이리 오렴. 어디 찬찬히 보자꾸나."소 대장군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듣자, 순간 어머니의 냉담함이 떠올라란이는 가슴이 아려 눈물이 다시 흘렀다. "외조부님, 란이는 석석이 언니가 도와주고 있어서 괜찮습니다."소 대장군은 송석석을 한 번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사촌동생을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너희가 서로 도울 수 있다니 외조부는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 의지하거라.""예, 외조부의 말씀 꼭 명심하겠습니다." 송석석과 란이는 동시에 대답했다. 그녀들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이별의 슬픔을 억누른 채 최대한 밝게 웃어 보였다.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소 대장군은 묻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가 머뭇거리는 모습에 남씨가 란이에게 물었다. "란이야, 네 어머니는 왜 오지 않은 것이냐?"란이가 대답하려는 순간 사여묵이 목 승상과 안태부를 모시고 들어왔다. 그러자 소 대장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안태부, 목 승상, 모두 오랜만이오. 그간 모두 무탈하셨소?"안태부는 예를 갖추며 인사하고 목 승상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소 대장군, 잠시 실례하겠소."송석석은 남씨와 란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후 바로 자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0화

    란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외조부께서 내일이면 성릉관으로 돌아가십니다. 연세가 많으시니 이번에 뵙지 못한다면 아마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번 생신은 혼자 서쪽 별당에서 보내셨다고요. 어머니께서 함께 가셔서 오래도록 건강하시라고 축복해 드리고 싶지 않으십니까?”하지만 회왕비는 여전히 눈물을 닦으며 걱정할 뿐이었다. “아니야, 나는 못 가겠다. 게다가 그날 석석이가 찾아뵙지 않았을까?”란이는 답답해하며 말했다. “어머니,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날 외조부님 생신에 언니는 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폐하께서도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런 부적절한 시기에 절대 그럴 수 없었을 것입니다.”회왕비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는 것이냐? 어차피 대단한 날도 아니고 이제 와서 생일상 한 번 올려드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 않느냐? 네외조부님께서 막 돌아오셨을 때 물론 나도 찾아뵈려고 했다. 하지만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누가 막아서 돌아와야 했으니,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요즘 들어 마음의 평정을 잘 유지하고 있었던 란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그럼 저도 더는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단지 마음이 여리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냉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그러자 회왕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거의 세상이 무너지듯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를 한 번 뵙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더냐? 네가 냉정하지 않다면 어째서 네 어미가 이렇게 힘든 처지에 놓인 건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 네 부왕께서 나를 버리셨다. 집의 금은보화를 다 가져가 버렸어. 나는 이제 가진게 아무것도 없단다.”란이는 자리를 뜨려다가 어머니가 이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설득해 보려 했다. “부왕의 일은 따로 알아보면 됩니다. 그게 어머니가 외조부를 뵙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9화

    저녁 식사 후, 소 대장군과 사여묵은 오랫동안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송석석은 처음에 들어가서 듣고 싶었지만 소 대장군이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니 그녀가 들어오면 불편할 것 같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결국, 송석석은 평 사저와 대사형을 찾아갔다.저녁 식사 중에 사숙은 자신도 매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니 함께 가자며, 특히 대사형에게 엄격히 명령하고 돌아가도록 했다. 대사형이 왕부에 머무는 동안 많은 사람이 그를 찾아와 왕부가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대사형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조정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사숙은 그런 인물들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또한 그의 제자 사여묵에게 해를 끼칠까 우려가 되어 그들에게 반드시 왕부를 떠나라고 엄숙하게 지시했다.평 사저는 뒤에서 몰래 사숙은 일이 필요할 때만 부려 먹고 일이 끝나면 귀찮아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평 사저는 평소에 남을 험담하는 일이 없지만 유일하게 사숙에 대해서만은 뒷말을 하였는데, 그것도 직접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었다."정말로 돌아가야 합니까? 며칠 더 머무르실 수는 없습니까…?" 그러자 송석석이 사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물었다."돌아가기 싫어도 가야 한다. 사숙님이 명령을 내리셨잖니." 평무종은 어린 사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사실 우리가 오래 머무는 것도 좋지 않다. 평소에도 사부님은 우리가 자주 너를 찾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으니 말이다. 우린 강호인이라 왕부에 강호인이 많이 드나드는 것도 좋지 않고, 너에게 민폐가 될 것이다.""전혀 민폐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전 그저 모두가 제 곁에 있어 주는 게 좋습니다!" 송석석이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 "사숙님 혼자만 돌아가라고 하십시오."그러자 평무종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조용히 말하거라. 사숙님께 들키면 나중에 벌을 받을 것이야."송석석은 고개를 들어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왕부에선 사숙님이 저에게 벌주지 않을 겁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8화

    시만자는 원래 그들의 몸에 더 많은 구멍을 뚫어줄까도 생각했으나 보주의 말을 듣고 멈추기로 했다. 몇 번 더 찌른다면 피가 너무 빨리 흘러 그들이 너무 쉽게 죽을수도 있어서였다.송석석은 조상 묘지 앞의 작은 사당에서 향을 가져와 불을 붙여 향로에 꽂았다. 그러고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무릎을 꿇고 세 번 큰절을 올렸다. 그녀는 절을 올리면서 먼저 떠난 가족들이 저세상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사여묵 역시 향을 피우고는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송석석이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어 그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사여묵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범인이 이미 처형되었으니 장모님도 저세상에서 이제는 편히 쉴 수 있을 것이오.”송석석은 그들이 정말로 안식을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비록 복수는 했지만 마음속 고통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강해지고 행복해져야만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서경의 두 정탐꾼은 아직 죽지 않았으나 과다 출혈로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서경 말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송석석과 시만자 등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오직 사여묵만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바로 “송구하다”라는 말이었다.그들 역시 자신의 잘못을 알지만 단지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었는데,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그동안 저지른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듯 했다. 송구하다는 말이야말로 그들이 이 묘지 앞에서 비로소 할 말이었다.사여묵이 송석석과 보주에게 전했다. “이자들이 송구스럽다고 말하는구나.”보주는 여태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사여묵의 말을 듣자마자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시만자의 품에 와락 안겼다.“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송구스럽다고 해서 이 모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보주는 목이 찢어질 듯한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단지 송구하다는 말로 모든 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7화

    일행은 이상서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송석석은 내내 보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그리고 곧 두 명의 서경 정탐이 끌려 나왔는데 그들의 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지고 피가 묻어있었으며, 얼굴은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 있었다. 그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몸이 앞쪽으로 쏠려 거의 넘어져 엎어질 지경이었다.보주는 눈에 핏대를 세운 채 그런 그들을 노려보았다.그녀와 송석석은 단 하루도 진북후부의 멸문에 대한 복수를 잊은 적이 없었다.이제 대세는 정해졌고 그녀도 마침내 가족과 송 부인 등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녀의 가슴 속에 있던 슬픔과 분노는 산을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솟구쳐 나왔다.보주는 당장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붓고 싶었으나 이상서 앞에서 무례하게 굴어 왕야와 아씨의 얼굴을 깎아내릴 수 없었다.이대인이 말했다. “이 두 정탐은 형부에 보내졌을 때까지도 죽음을 각오한 듯 오만한 태도였습니다. 하관이 직접 고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뺨을 몇 대 때렸습니다. 그들의 몸에 난 상처도 이미 잡혀 올 때부터 있었습니다.”그러자 사여묵은 평 사저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역시나 심하게 맞은 후 여기에 데려온 것이다.사여묵은 가볍게 허리를 굽히고는, 몽동이에게 그들을 데리고 송가의 조상 묘지에 가라고 지시했다.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이 그림자를 드리워 날은 앞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몽동이는 그들을 마차 앞에 묶고 말을 몰았다. 그러던중 송가의 멸문이 떠올릴 때면 그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송가 조상 묘지 앞에 도착하자, 몽동이는 발로 그들을 묘지 앞으로 걷어찼다.보주도 그들 앞으로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둥글게 말아 쥔 손바닥이 뺨에 연달아 떨어졌으나 마음속의 분노와 슬픔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모두 그녀를 막지 않았고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언제나 사랑스럽고 순진했던 그녀가 이토록 광기에 휩싸인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마음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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