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명왕부, 서재염 선생이 상황을 보고한 후 자리에 앉아 천천히 차 한 모금 마셨다."승은백부가 회왕부에서 나온 후 바로 연왕부로 갔단 말이오?" 사여묵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흠, 역시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군.. 이들은 모두 장공주와 한통속이었어.""이 회왕이란 자가 너무 깊이 숨어 있어서, 너무 주의깊게 보지 않았던 것 같소.”염 선생이 말했다."내가 지난 몇 년 동안 남강 전장에서 시간을 보냈던 탓에, 경중의 많은 일을 모르고 있었군." "저들이 지금 권세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황제가 즉위할 때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군. 당시 성릉관에서 혼란이 있었고, 남강에서 전쟁이 벌어졌으며, 동시에 신황제가 즉위하였으니, 그때가 저들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였을 것이오."그러자 염 선생은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때가 비록 저들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였지만, 제왕에게는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었소. 그러니 그런 번거로운 일을 스스로 떠맡을 리가 없지 않소. 어렵긴 하지만 상황이 혼란스러웠기에 저들이 성공할 가능성도 컸을 것이오. 이것이 바로 연왕이 야심이 큰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이오. 황위를 원하면서도 명성과 민심까지도 원했소. 그래서 그는 이렇게 깊이 숨어 있었던 것이오. 만약 외적을 막고 있을 때 저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면, 설령 황위를 차지하더라도 연왕은 반란을 일으킨 대역 죄인이 되었을 것이오. 무엇이든 다 얻고자 하는 사람은 결국 빈손으로 끝나기 마련이오. 아마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것이오." 사여묵은 염 선생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일단 계속 주시하는 게 좋겠소만. 왕비의 계획을 먼저 돕고 장공주 쪽을 뒤흔들어 보겠소. 참, 서경 쪽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소?”이것이 바로 염 선생이 오늘 두 번째로 보고해야 할 소식이었다. "수란키가 암살을 당하여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소. 그 전에도 몇 차례 암살 시도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피하지 못했소. 우리 사람을 그곳에 심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군…""성공
사여묵은 이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지 못한다면 결코 혼인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알겠소, 이 일은 내가 왕비에게 한 번 이야기해보겠소. 허나 형님께서 이를 받아들일지 장담할 수는 없소. 사실 이 이야기는 좀 황당하게 들리오.”그러자 염 선생은 오히려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왕야께서는 그저 소인을 대신해 물어봐 주시면 됩니다. 안 된다고 해도 소인도 실망하지 않겠소이다.”“음, 알겠군.” 사여묵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문제들을 논의한 후 방으로 돌아갔다.이때 송석석 또한 마침 사란에게 다녀온 참이었다. 사여묵과 염 선생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놀란 기색이 역력하였다. “염 선생에게 어린 시절 실종된 여동생이 있었다니.. 의외입니다. 헌데 이미 홍시를 통해 평 사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왜 직접 편지를 보내 묻지 않았을까요?”사여묵이 웃으며 대답했다. “염 선생께서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분명히 구분하시는 분이오. 홍시를 통해 평 사저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왕부의 일이지만, 심 형님께 부탁드리는 일은 개인적인 일이니 중재자를 찾으신 것이오.”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대사 형님에게 편지를 보내 물어볼게요. 허나 대사 형님께서 지금 매산에 계신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분은 늘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하시니깐요.”사여묵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 지금쯤은 매산에 계실 거요. 사숙께서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셨으니, 당분간 매산에서 떠나는 이는 없을 거요.”이상하게도, 사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송석석은 여전히 그에 대한 경외심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그분을 떠올리며 긴장된 듯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저는 하산을 해서 혼인할 수 있었던 거네요.” “게다가 당신은 사숙의 유일한 사랑을 받았던 제자와 혼인했으니, 그분께서도 특별히 아끼실 거요.” 사여묵은 자랑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
송석석은 믿기지 않아 잠시 멍해졌다. ‘내가 정말 그랬다고?’그녀는 그와 가까워지는 것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 매일 밤에도 그들은 가까이 지내며 함께 밤을 보냈다. 지금껏 그녀는 그의 가슴품을 떠난 적이 없었다.보주는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들어 철이 덜 든 것 같은 송석석에게 직접 물었다."아씨, 왕야와 서로 예를 지키는 손님 같은 부부로 남고 싶으세요? 아니면 진정으로 은애하는 부부가 되고 싶으세요?""보주, 너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아니더냐?" 송석석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니? 아님 열이라도 나는 거야?"보주는 그만 화가 나서 볼이 부풀어 오르며 눈도 동그랗게 뜬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씨, 어서 대답하시지요!"그러자 송석석은 어쩔 수 없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했는데, 이때 그녀의 이마 주변에 몇 가닥의 잔머리가 풀려나와 저녁 햇빛 아래서 반짝였다. "서로 예를 지키는 부부와 진정으로 서로를 은애하는 부부… 때론 둘 다 필요하지 않겠어? 사랑을 하면 서로 존중하지 않게 되는 거야? 굳이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해?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거니?""어?" 보주도 잠시 멍해졌다. 둘 다 가질 수 있다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보주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때로는 아씨가 왕야의 감정을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단 말이에요. 왕야께서는 아씨의 감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잖아요. 그저 아씨도 그럴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거예요…”"내가 왜 신경 안 써? 나도 신경 쓰고 있단다.""뭔가 부족해요." 보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째 도련님과 둘째 마님께서는 서로를 진정으로 은애하셨어요. 둘째 도련님 부부처럼 아씨도 좀 노력을 하시란 말이예요!"송석석은 매산에서 돌아올 때마다 오빠와 새언니의 다정한 모습을 떠올렸다. 그들은 걸을 때 손을 꼭 잡았고, 앉을 때도 꼭 옆에 앉았으며, 아무도 없을 때 그녀의 오빠는 새언니에게 몰래 입을 맞추기도
량소의 재판이 시작되었고, 먼저 영안군주와의 의절을 선고했다. 의절은 은혜를 베푼 승은백부의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그다음은 그가 본처를 학대하여 유산을 초래한 혐의였다. 특히, 낙태된 아이는 황실 군주의 신분을 지녔으며, 황제의 명령도 있었기 때문에 처벌이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대리사 소경은 량소에게 10년간 흉주로 유배를 보내어 흉주 관아의 관리하에 농지를 개간하며 고역을 치르도록 판결했다.재판장에서는 즉시 판결이 내려졌고, 다음 날부터 바로 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그러자 승은백부도 더 이상 내려진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연왕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연왕은 태후 앞에서 그들의 가문을 위해 청원을 넣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연왕은 이번에 량소만 처벌하고 그들의 작위는 박탈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했다. 더 소란을 피우면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고 경고를 한 것이다.량소가 유배형을 받았다는 사실은 태부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태부인은 단지 그가 감옥에서 고생하지 않는다고만 알고 있었고, 그를 보지 못하는 것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그 아이는 태부인의 마음속에서 가장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였기 때문이았다.량소가 떠나는 날이 오자 승은백부는 그를 배웅하러 나갔다. 하인이 실수로 말을 흘렸고, 그 소식을 들은 태부인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이미 이틀간 단식을 했던 터라 몸이 약해져 있었고, 연로한 나이에다 분노와 슬픔이 겹쳐 결국 반신불수가 되어 입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구강마비까지 오고 말았다.한편, 아들인 량소를 배웅하러 간 승은백부부는 아직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성 밖에서 량소를 호송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아들이 족쇄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보자, 과거 그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초췌하고 겁에 질린 모습 뿐, 예전의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승은백부는 그런 그에게 급히 다가가 뇌물을 건네며 잠시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량소는 결국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애
량소는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을 지으며 뒤돌아 그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결국 말을 꺼냈다. "아버지, 연유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저에게 한 번이라도 진심이었던 적이 있었는지 물어봐 주세요."승은백부는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눈앞이 깜깜해지며 목이 무언가에 막힌 듯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그는 몸이 비틀거리더니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승은백부인은 울음을 터뜨리며 통곡했고, 주변에 있던 많은 백성들이 이를 보고 몰려들었다.원래 승은백부 집안과 회왕부 집안의 일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이제는 수도의 백성들 입방아에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상황이 되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한 명은 눈물을 흘리며 크게 울었지만, 백성들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양반가의 슬픔과 기쁨을 백성들이 공감할 리 없었으니, 그저 재밌는 이야깃거리 하나 더 생긴 것에 불과했다.승은백부 부부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태부인은 이미 정신을 잃고 반신불수가 되어버린 후였다.그들은 모든 하인들에게 태부인 앞에서 입조심하라고 거듭 경고를 했지만, 태부인이 량소 때문에 병이 악화되었다는 소식은 결국 퍼지고 말았다. 이로 인해 량소는 불효자의 명성을 얻게 되었고, 설령 그가 훗날 돌아오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뿐이었다.태부인은 반신불수가 된 후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지만, 하루 종일 량소만을 생각하며 지냈다. 꿈속에서도 몇 번이고 량소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았고, 유배 가는 길에서 죽는 꿈을 꾸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심신이 지친 그녀는 며칠 지나지 않아 결국 세상을 떠났다.이렇게 태부인이 죽고 난 후, 승은백부 집안은 공주를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다는 죄와 불효자의 오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가문 내 여러 고위직에 있던 아들들 또한 연이어 탄핵을 당했고, 황제는 분노하여 이들을 모두 강등시켜버렸다.비록 승은백부의 작위는 박탈되지 않았지만, 이 일로 인해 그의 가문은 완전히 몰락해 버리고 말았다.사여묵은 회의를 마친 후 승은백부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회왕은 고개를 숙였다. 분노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팔걸이에 놓인 그의 손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누님 말씀이 옳습니다,""샤린이는 이제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아이는 결국 송석석과 함께 있기를 택하지 않았습니까? 왕부로 돌아오는 걸 원치 않는 듯 보였어요." 장공주가 말했다.회왕은 말이 없었지만, 그의 눈가에는 핏줄이 잔뜩 서려 있었다. 차가워진 분위기를 느낀 연왕이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됐습니다, 승은백부 가문의 일은 이미 끝났지 않았습니까? 이 나라는 더 이상 불효한 관리는 절대 중용하지 않으니, 그들의 좋은 시절도 이제는 다 끝났습니다. 제가 이번에 찾아온 이유는 이방의 일 때문입니다. 그쪽으로 암살자를 보냈는데, 송석석이 그를 도와주었더군요. 그 일로 인해 제 부하들을 잃었습니다.""허나.. 셋째 형님, 지금 이방을 죽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황제가 장군부에 경위를 보내 지키고 있거든요. 겉으로는 평복을 입었지만, 확인해 보니 확실하게 경위였습니다."회왕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덧붙였다. "게다가 이방은 매우 교활한 자예요. 장군부에서 한 발짝도 나서지 않더군요.""장군부 사람을 매수해서 독살하는 건 어떻소?" 연왕이 물었다."이미 시도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녀 곁에는 하인이 한 명뿐이고, 그 외의 사람은 절대 쓰지 않더군요. 게다가 방 안에 들이는 음식은 모두 은침으로 독이 들었는지 확인한다고 들었습니다. 방 안으로는 사람을 함부로 들이지 않더군요."연왕은 웃는 얼굴로 회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나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암살도 실패하고, 독살도 실패하다니… 보아 하니 형님께서는 이방을 처리할 마음이 없는 것 같군요?"비록 웃으며 말했지만, 그 안에는 실망감이 섞여 있었다. 회왕은 그가 만족하지 않다는 걸 잘 알았다.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보겠네.""예, 알겠습니다. 허나 서둘러야 할 겁니다. 서경 황제는 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고, 이미 서경 태자가 황제의 곁을 지키고 있다 하더군
그러자 연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허나.. 어쨌든 이방이 죽는 것이 가장 좋고, 그 죄목은 소 씨 가문이 지어야 합니다. 이방은 생명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며, 심지어는 교활하기까지 해요.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샀으니 그녀의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소 씨 가문은 성릉관을 수년 동안 지켰지만, 평민을 죽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만약 누군가가 이를 이용해 그를 구하려 한다면, 오히려 이 사건에서 쉽게 빠져나가고 말 거예요.”회왕이 다시 반문했다. “허나 우리의 목표는 소 씨 가문을 멸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단지 성릉관의 장수를 교체하고 소 씨 가문을 밀어내려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우리쪽 사람을 성릉관에 배치해야 해요. 지금 왕표가 아직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에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성릉관을 차지해야 해요. 두 곳의 중병을 통제하거나 그들을 전투에 휘말리게 만든다면,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될 거예요. 그럼 그때 가서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농민 봉기를 일으켜 황제가 하늘의 분노를 샀다고 소문을 퍼뜨리는 거죠. 그때가 바로 우리가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가 될 거예요.”그가 말을 마치고 차를 들 때, 장공주의 얼굴을 슬쩍 살펴보앗는데 그녀의 얼굴에 순간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역시 장공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소 씨 가문 사람들은 반드시 죽어야 해요.”연왕은 답답한듯 이내 이마를 찌푸렸다. “공주,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 아우가 말한 대로, 우리의 목표는 소 씨 가문이 성릉관에서 철수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죽을지 말지는 우리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닙니다!”회왕은 장공주가 반박할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연왕은 달랐다. 그는 장공주가 자신의 말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게다가 연왕이 말한 대로, 자신이 증오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비참하게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통쾌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연왕은 그녀가 더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계속 말을 이어
만종문, 심청화는 손에 서신을 들고 사숙을 찾아갔다. "사숙, 사여묵 사제가 서신을 보내왔는데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진성으로 한 번 오라 하였습니다." 사숙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기에 지금 누구도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출입하던 자들 또한 발이 묶였고 밖으로 나간 자들 중 돌아오지 않은 이들도 감히 다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남강 떠나기 전 그는 북산에 집을 짓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었다. 그 땅에 오층 높이의 채성루를 지을 생각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 달을 볼 수 있고 무공을 연마할 수도 있었다. 특히 경공을 수련하는 데에 가장 최적화된 장소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내년 봄에 공사를 시작하려고 계획했는데 그들은 이제서야 서둘러 집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지세가 높고, 맞은편엔 폭포가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그 풍경을 누리려는 속셈 이었다.하지만 하나같이 별로 대단한 성과는 이루지도 않았으면서, 누리는 것에는 제일 앞장서니 화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무 꼴불견이였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형, 임병일은 이미 폐관을 선언하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다.숨을 테면 숨어보라지. 꼭 기억해 둘 거라고 다짐한 그였다. 내년까지 채성루가 완공되지 않으면 절대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였다. 심청화는 사숙이 말이 없자, 조심스레 다시 일깨웠다."사여묵 사제가 급하게 서신을 보내온 것이니,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옵니다. 제가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끝나면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그에게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여묵의 일이라고 하자 사숙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심청화는 그 작은 목소리가 사숙의 최대한의 양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사여묵의 일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꺼져라' 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는 급히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지금 바로 하산하겠사옵니다. 만약 일이 발생한다면 사숙께 다시 서신
며칠 후, 태후궁에서 궁녀의 시신 한 구가 들것에 실려 나왔다.그날 숙청제는 즉시 칙령을 내려 수빈을 혜의궁에서 쫓아내고, 삼공주와 삼황자를 데리고 계란궁으로 이주하게 했다.계란궁은 황궁의 서북쪽 끝, 냉궁과 가까운 곳에 있어 평소 찾아오는 이조차 드물었다.칙령이 내려졌을 때, 수빈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오랜 시간 멍하니 굳어 있었다.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직이 명령했다."짐을 챙기거라."그녀는 이제 자신과 삼황자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사실, 그녀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복소의의 아이가 사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너무 빨랐다. 그녀가 탄 약의 양은 극히 적은 탓에, 반드시 보름 동안 먹어야만 효과가 나타나도록 조절했기 때문이다.그런데 하루 만에 유산이 되었다는 것은 그녀가 심어둔 사람 중 누군가가 황후나 덕비에게 붙었다는 뜻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이제 그 배신자가 누구인지 따질 필요조차 없었다. 그건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이었다. 황제가 그녀의 거처를 옮기기로 했다는 것은 그가 이미 수빈이 복소의의 태아를 해하려 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만약 더 발버둥 친다면, 궁을 옮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곧장 냉궁으로 내쳐질 터였다.이번 처분이 오히려 최선일 수도 있다. 추후에 더 가혹한 처벌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곧 후궁 전역에 수빈의 이주 소식이 퍼졌다.불과 얼마 전만 해도 혜의궁으로 옮겨갔을 때의 화려했던 순간이 모두의 기억에 선명한데, 이제는 냉궁 근처로 밀려난 신세가 되었다. 후궁의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이 복소의의 유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의심했다.하지만 황제의 교지에는 삼황자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조용한 환경에서 요양해야 하므로, 보다 한적한 계란궁으로 이주하게 한다고 쓰여 있었다.또한, 수빈이 삼황자를 돌보아야 하므로 후궁을 관리하던 권한 당분간 내려놓을 것이며, 덕비와 함께 후궁을 보좌할 적절한 인물을
송석석은 황제라는 위치가 얼마나 갑갑한 것인지 실감했다. 이 권력의 저울질과 계산 속에서 그조차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지금 황제는 대황자를 태자로 세우려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황후는 이 일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대황자는 본래 평범한 인물이니, 만약 황후가 황자를 해하려 한 죄목까지 더해진다면 그가 태자로 자리 잡는 것도 위태로워질 것이었다.그리고 직접 손을 쓴 수빈에 대해서도 황제는 그녀의 부친을 고려해야 하기에 함부로 처벌할 수 없었다.결국, 이 사건은 절대 표면적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한 사람도 만만한 이가 없구나."태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절대적인 권력 앞에서는 누구라도 목숨을 걸고 한 번쯤 싸워보고 싶은 법이다."송석석이 왜 이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는지 물으려 할 때, 태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가 궁 안의 일들을 꼭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다. 폐하께서 한때 북명황실을 경계하더니, 이제는 다시 너희를 신뢰하고 있지않느냐. 누군가 그 자리를 탐낸다면 네게서 빈틈을 찾으려 할 것이다. 후궁의 음흉한 계략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어떤 일이든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고,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송석석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이 일은 그냥 이렇게 마무리 되는 겁니까?"태후가 고개를 저었다."저지른 죄를 어찌 그저 덮어둘 수 있겠느냐. 지금은 그대로 둔다 해도, 훗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업보를 지고 가는 법이다."송석석이 다시 한 번 물었다."이미 모든 의도를 파악하셨는데, 후궁의 평온은 이미 깨진 것이 아닙니까? 이를 막을 수 있으시겠습니까?"태후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말했듯이 사람의 마음이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다. 한순간 천국을 꿈꾸다가도, 한순간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지. 그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일인데, 어
송석석은 사여묵으로부터 복소의의 유산 소식을 전해 들었다.진왕비는 송석석에게 함께 입궁하여 문병을 가자고 제안했고, 송석석도 이를 받아들였다.본래 송석석과 진왕비는 별다른 왕래가 없었으나, 진왕이 그녀와 함께 서경을 다녀온 이후, 진왕비는 동서지간에 자주 왕래하는 것이 좋다며 송석석에게 더욱 살갑게 굴었다.하지만 진왕비는 제씨 가문의 여인으로, 황후의 종매이긴 했지만, 황후가 금족 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황후를 찾아가지 않았다.즉, 그녀가 말하는 동서지간에 자주 왕래하는 것이 좋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귀찮은 일이 없을 때는 교류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이었다.예전에 황제가 북명황실을 경계하던 시기에도 진왕비는 송석석을 철저히 피하며 혹여 화를 입을까 두려워했다.사실 이번에 진왕이 특별한 공을 세웠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저 황제의 가벼운 칭찬 한마디를 들은 정도였지만, 진왕에게는 그 한마디가 두 해나 자랑할 거리였다.그들은 함께 입궁하면서도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진왕비는 그저 몇 마디 가벼운 이야기만 했는데, 송석석은 그런 진왕비가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때때로 일부러 어리숙한 척 행동하며, 평온하고 안락한 삶만을 바랬기 때문이다.그렇기에 단둘이 있을 때에 그녀는 더욱 쓸데없는 말을 하지도, 남에게 꼬투리를 잡힐 행동도 하지 않았다.입궁하여 복소의를 만나게 되자, 진왕비는 이 아이와 그녀의 인연이 이미 닿아 있었다며, 결국 그 인연 덕분에 품계를 올리게 된 것이니 조만간 다시 태중으로 돌아와 전생의 모자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한 가득 쏟아냈다.그녀가 나긋한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러니 지금 해야 할 일은 그저 몸을 잘 돌보는 것 뿐이다. 괜히 이 일로 침울해 하면 안된다. 폐하께서 정무로 바쁘신데, 소의가 매일 울기만 하면 보시기에 번거롭지 않겠는가?"진왕비의 말은 빈틈이 없어 송석석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그녀가 한참 이야기하다가 문득 송석석을 향해 한 마디 던졌다.
자신의 궁으로 돌아오자, 숙청제는 비로소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곧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기 때문이다.후궁에서 벌어지는 수작들은 때로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법이다.단신의가 복소의의 태아를 보전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설령 무사히 태어난다 해도 선천적으로 허약하거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을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숙청제는 한때 복소의에게 약을 직접 먹일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이 아이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끝내 결단을 내리지는 못했다.한 번쯤 걸어보고 싶긴 했다.이번 일은 누군가 개입한 것이 분명했다. 그가 최근 들어 복소의의 궁에 자주 드나들었으니, 누군가는 불만을 품었을 것이 틀림없었다.덕비는 분명 복소의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복소의는 황제의 총애를 믿고 오만하게 굴며, 심지어는 덕비를 원망하는 마음까지 품었다. 그날 그녀에게 경고를 주었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덕비는 후궁을 총괄하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그녀와 수빈이 배치한 사람들이 후궁 곳곳에 퍼져 있었으니, 복소의의 태아를 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덕비가 직접 손을 썼을 가능성은 낮았다. 만약 덕비가 아이를 해하려 했더라면 애초에 복소의를 보호해주지 않았을 것이었다. 게다가 덕비가 이황자를 데리고 자주 드나든 것도 반은 아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반은 복소의의 태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었다.복소의가 황제에게 덕비를 험담했던 것은 반드시 덕비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었다. 덕비가 이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그녀가 복소의에게 손을 떼자, 마음 속에 꿍꿍이가 있던 자들이 움직이기 훨씬 쉬워졌다.그가 실망한 이유는 복소의의 태아를 잃은 것 때문이 아니었으며, 그가 바라지 않았던 후계 경쟁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는 점이었다.그는 이 일을 벌인 자가 누구인지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황후이거나 수빈 둘 중 하나일 것
혜의궁에서는 삼황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삼공주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막 머리를 감았는데, 굳이 그 고양이랑 놀겠다고 해서 온 머리와 얼굴이 털투성이가 되었잖아. 다음번에도 이러면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도자기처럼 매끄러운 분홍빛 살결의 귀여운 아이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공주의 품에 기댔다."누이, 고양이는 재미있고 귀여워요. 작은 발로 내 몸을 밟고 지나갈 때면, 포근해서 기분이 좋아요. 안고 있으면 따뜻하기도 하고요."그러자 삼공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 그러셨잖아. 아바마마께서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그런데 넌 자꾸 아바마마께 고양이 이야기를 해서…… 그러니 요즘 아바마마께서 널 찾지 않으시는 거야."삼황자는 누이가 머리를 말려주는 대로 꼿꼿이 앉아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아바마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잖요. 당연히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는 거지요. 아바마마께서 싫어한다고 해서 나까지 싫어해야 해요? 내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니, 아바마마께서 아무리 싫어하셔도 나한테 버리라고 하시면 안 되는 거죠."삼공주는 그의 코끝을 톡 하고 건드리며 말했다."말은 참 잘하네."삼황자는 웃으며 말했다."누이가 나를 설득 수 없는 건 누이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황숙께서 그러셨는데, 이치에 맞게 말을 한다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그래? 그런데 요즘 왜 황숙께 무예를 배우러 가지 않는 거야?"삼황자는 고개를 기울였다."무예라 해도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 주시니까요. 그런 건 궁에서도 연습할 수 있어서 이미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 타기는… 아직 말 위에 혼자 올라갈 수가 없으니까 좀 더 자라서 다리가 길어지면 그때 배울거에요.""다 할 수 있다고? 못 믿겠는데." 삼공주가 말했다."정말 할 수 있다니까요!"삼황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황숙께서 며칠 동안 같은 걸 반복해
복소의는 춘당의 입가에 스친 조소를 알아채지 못했다.춘당은 복소의가 첩여로 승급될 때부터 곁에서 그녀를 모셔왔다. 그녀는 영리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녀 복소의에게 여러 차례 계책을 내주었고, 당시 황후가 그녀를 끌어들이려 했을 때도 춘당은 이렇게 말했었다.‘황후마마께서 여러 번 금족 처분을 당하신 것으로 보아, 폐하께서 이미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후궁을 다스릴 권한도 없으시니, 황후마마께는 겉으로만 응하는 척하고 실질적으로는 덕비 마마와 수빈 마마께 가까이 다가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그리고 춘당의 말은 역시나 옳았다. 덕비는 늘 그녀를 잘 대해주었고, 먹고 입는 것 모두 넉넉히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더 이상 감히 그녀를 깔보는 자도 없어졌다.예전의 덕비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이유로 폐하께 가까이 가려 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마마께서는 덕비 마마께서 오시는 것이 싫으십니까?"춘당이 그녀의 머리와 허리를 살짝 받쳐주며 말했다. 침상에 오래도록 누워만 있어 등이 아픈 그녀를 배려한 것이었다.그녀는 춘당을 신뢰했기에 자연스레 속내를 털어놓았다."내 태가 안정되었을 때는 덕비 마마께서 그리 열심히 오시지도 않으셨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자주 찾으시는 것이 진심이겠느냐? 분명 폐하를 의식해서 오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폐하께서 날 아끼시기에 자주 찾아와 주시는 것인데, 매번 덕비 마마와 이황자가 끼어드는 바람에 폐하와 두세 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지 않느냐."춘당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며 말했다."마마께서는 그저 몸을 잘 돌보시면 됩니다.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복소의는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밤낮으로 누워만 있어야 하다니…… 폐하께서 오실 때만 겨우 앉을 수 있구나. 이 아이는 나를 참 힘들게 한다. 부디 황자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지. 내가 이 고생을 한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춘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반드시 마마께서 바라시는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