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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28 20:00:00
사여묵은 역시 어릴 때 가 좋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는 형님과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고 할 말이 있어도 지금처럼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접 얘기했으니까.

노 집사는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황제폐하께서 은혜를 베풀어 태비님을 여기로 보낸다고 해서 사람을 시켜 봉명원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그리고 태비께서 지목한 가구를 마련하는데 총 은 3만 냥이 들었습니다.

그의 말에 사여묵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3만 냥? 무슨 가구를 사는데 3만 냥이나 써?”

말을 마친 그는 일어나 직접 봉명원으로 갔다. 정원에 들어서자 모란, 작약이 심어져 있었는데 특별히 온실까지 제작했다. 하지만 이 여름엔 쓸모가 없고 겨울을 대비해서 제작한 것이었다.

“원래 있던 매화나무는 모두 베었어?”

사여묵은 미간을 더 찡그리고 물었다.

노 집사는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태비께서 매화는 곰팡이가 껴서 싫다고 해서 모두 옮겼습니다.”

사여묵이 궁에서 나온 후부터 정원에 각종 매화나무를 심었었다. 그래서 겨울이면 정원에 매화의 향기가 풍겨 마치 매산에 사는 것 같이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가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모든 건 배나무로 제작한 것이었는데 그래도 3만 냥이 될 만큼 비싸 보이지는 않았다. 정말로 비싼 건 골동품 선반 위의 골동품과 벽에 걸려 있는 서화였다.

그리고 침실에 있는 화장대, 여름 침대, 푹신한 침대, 귀비의자, 이 모든 건 다 배나무로 제작되었고 조각 솜씨가 정교해서 황궁의 물건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이것도 노 집사가 가격을 깎고 깎아서 3만 냥에 살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사여묵은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이 아니라 쓸 땐 쓰고 아낄 땐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는 은 3만 냥으로 정원을 장식하기엔 너무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다.

사여묵도 어마마마와 함께 살고 싶지 않지만 출정하기 전에 형님께서 남강을 정복하면 어마마마와 황궁 밖에서 사는 걸 허락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모셔온 것이었다. 듣기에는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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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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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아...여기도 만만치않겧는데...우리 석석이 오또카니~~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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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태비가 참견 많이 할테지ㅠ 노부인보다 더 독한 아줌마같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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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왜송석석에게청혼을하지않은건지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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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은 오 대반을 배웅한 후 염선생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곧바로 시만자와 오사형이 준비한 모닥불에 둘러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는 자리에 합류했다.남풍관의 일은 염선생에게 맡겨 두었으니, 염선생이 사람을 보내 감시할 것이다.오사형과 시만자는 제제사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시만자는 자신이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믿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끊임없이 놀라워했다.왕이장은 남북을 돌아다니며 온갖 일을 겪고, 또 온갖 것을 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의아해했다.“나이가 그렇게 많고 지위도 그렇게 높은 사람이 왜 그런 곳에 가야 했을까?”그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제제사는 남풍관에서 특별히 부끄러울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단지 몇 명의 소관을 불러 시중을 들게 하고, 술을 조금 마시고 노래를 들으며 손을 만지는 정도였다.제제사는 선황제의 스승이었다. 선황제는 남색을 가장 싫어했고, 심지어 이를 깊이 혐오한 인물이었다. 그런 선황제의 스승으로서, 제제사는 선황제가 즉위한 후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국가를 다스렸다. 또한 과거 신중하고 겸손했던 제씨 가문의 태도를 생각하면 그 역시 남색을 극도로 싫어해야 맞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는 말년에 갑자기 억압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모든 걸 무시하고 남풍관으로 드나들었다.송석석은 자리에 앉아 고구마 하나를 집어 들어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이리저리 던지며 식혔다. 이를 본 왕이장이 손을 뻗어 고구마를 가져갔다. 후후 숨을 불어 열기를 식힌 다음 두 손으로 살살 굴려 껍질을 벗겨 송석석에게 건넸다.“빨리 먹어. 먹고 몸 좀 따뜻하게 해.”송석석은 활짝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고는 말랑말랑해 보이는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하아, 하아 숨을 불어가며 겨우 다 삼켰다.시만자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왕이장을 쳐다봤다.“다정한 면도 있었네?”“뭐 어려운 거라고. 너도 하나 줄게.” 왕이장은 두 손가락으로 고구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1화

    혼사 문제가 해결된 뒤, 송석석은 비로소 소란을 일으킨 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방시원은 혼사를 논의하러 직접 제씨 가문을 찾아갔을 때 문제를 일으켰던 이들을 소집하기만 했을 뿐, 사적 형벌을 가하지는 않았다. 송석석 또한 공정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녀는 오진에게 관련된 모든 인물들을 데려오게 하고는, 그들에게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소란을 일으킨 혐의로 처벌을 내렸다.벌금형을 부과하거나 매질을 하도록 했으며, 염선생의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처벌했다.한편, 제씨 가문이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일부러 사람을 동원하였고, 이 과정에서 연여옥을 고의로 해치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송석석은 수집한 모든 증거를 민지 장공주에게 넘겼다. 민지 장공주는 이를 자신의 시아버지인 어사대부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조회가 끝나기 전에 제씨 가문에 대한 탄핵 상소가 이루어졌다.비록 제상서는 자신은 전혀 이 일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숙청제는 관리 소홀을 이유로 그의 반년 치 봉록을 삭감하고 연말 포상까지 제외시켰다.오 대반이 북명황실로 포상을 전달하러 오자, 송석석은 그를 직접 맞이하며 차를 대접했다.서우도 집으로 돌아와 있던 참이었다. 송석석은 서우를 데리고 나와 오 대반에게 인사를 드리게 했다.서우는 지난 1년간 키가 부쩍 자랐고, 외모는 점점 그의 아버지를 닮아갔다. 서원에 들어간 이후로는 더욱더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였으며, 품행 또한 단정해졌다.오 대반은 그를 바라보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정말 훌륭하게 잘 자랐구나. 공부도 잘하고."서우는 공손히 말했다.“차를 드십시오.”그는 보주가 가져온 간식 쟁반을 직접 받아 들고 나와 말했다.“이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생강 대추 떡입니다. 많이 드십시오. 마마께서 이 떡이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셨습니다.”오 대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래, 그래!”그는 떡 한 조각을 먹고 차 한 모금을 마신 뒤, 서우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0화

    경주는 문 밖에 서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가씨가 지난날 얼마나 힘들고 마음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는지 그녀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방 장군이 이렇게 북과 징을 울리며 청혼하러 오고 중매자로 승상 부인을 데려왔으니, 이 일이 성사된다면 바깥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가씨는 어째서 아직 승낙하지 않는 것인지, 경주는 속이 타 들어가, 아가씨 대신 대답을 해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안여옥은 코끝이 찡했다."오늘 제가 승낙하지 않으면 장군께서 저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실 겁니다."방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는 사람들에게 비웃음 당하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소. 더 실컷 비웃으라지. 사내가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소? 당신은 여학에서 학생들을 용감하게 구했으니, 이런 유언비어에 시달릴 이유가 없소."안여옥은 그의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그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청혼을 하러 온 이유는 만약 그녀가 거절하더라도 소문을 자신의 쪽으로 돌려 그녀를 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방시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입가에 여전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천천히 생각해 보시오. 굳이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소. 충분히 고민한 뒤 사람을 보내 알려주기만 하면 되오."안여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외쳤다."장군! 저…… 승낙하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불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린 채 말을 이었는데,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는 애교 섞인 투정이 담겨 있었다."저는…... 저는 다른 의견 없어요. 무조건.. 조부모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몸을 돌려 황급히 도망치듯 뛰어나갔다.방시원은 잠시 놀란 듯 그 자리에 굳어 서 있었다. 이내 그의 눈빛에 따스한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침내 소원이 이루어진 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얼굴 가득 번져 나갔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09화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난 후, 안태부가 사람을 보내 그녀를 밖으로 불렀다.안여옥은 경주가 가져온 화려한 옷과 정교하게 맞춘 장신구들을 바라보았지만, 결국 간단히 흰옷과 살구색 망토를 걸쳤다. 마치 손님을 맞거나 자신의 인생을 논할 중요한 순간이 아닌, 단지 정원을 산책하러 나가는 것 같은 차림새였다.외원의 본채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곧바로 방시원을 향했다. 그도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빛은 깊고 맑았으며 약간의 절제가 묻어나 있었다.그녀는 단 한 번 마주치고도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다. 심장은 북을 치는 것처럼 요란하게 뛰었고,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졌다.하지만 그녀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한 명 한 명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이때 그녀를 보자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쁨이 차오른 오수인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요즘 많이 힘들었지? 정말 속상했겠다."어른에게서 건네받는 따뜻한 위로에 안여옥은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콧날이 시큰해졌지만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옷깃을 여미고 몸을 낮춰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승상 부인은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훌륭한 아가씨가 사람들 입에서 얼마나 심하게 오르락 내리락거렸는지!"참하기도 하지. 오늘 내가 이 혼사를 주선하러 왔단다. 네 조부모님께서도 네 의견을 묻고 싶어 하신다. 방시원과의 혼인을 받아들이겠니?"안여옥은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최대한 태연하고 당당하게 보이려고 했지만, 왜인지 마음속의 억눌렀던 감정이 갑자기 밀려들었다.그녀는 거의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목이 여러 번 멘 탓에, 동의한다고도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모두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때 방시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으로 걸어오며 공손히 말했다."잠시 둘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08화

    태부부 앞에서 한때 소란을 일으켰던 사람들이 이제 줄지어 대문 밖에 서 있었던 것이다. 모두 고개를 떨군 채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그들 앞에는 덩치가 크고 건장한 남자들이 그들을 주시하며 서있었는데, 그들의 주먹은 야자수 열매만큼 커서 한 대만 때려도 머리를 박살낼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방시원은 말에서 내려 냉랭한 눈빛으로 그들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없이 서 있었지만, 그의 위엄 있고 살벌한 기운은 이들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다리는 후들거렸고, 서로 몸을 붙이며 작은 안전이라도 찾으려는 듯했다. 아무도 방시원의 얼음 같은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안태부는 중문을 열도록 지시했고, 안씨 노부인은 방씨 가문에서 청혼을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병이 절반이나 나은 듯했다. 그녀는 곧바로 하인들에게 따뜻한 물을 준비하게 하고, 단장을 하며 직접 나가 맞이하겠다고 말했다.안여옥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조부가 며칠째 그녀를 추월원에 머물게 했으며 하인들에게 외부의 소문을 그녀에게 전하지 못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그녀는 겉으로는 독서를 하거나 눈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며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은 고통으로 뒤덮여 있었다.그녀는 처음에 자신이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소문이 폭풍처럼 그녀를 휘몰아치자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힘들기는 해도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그것은 그녀가 읽은 수많은 책 덕분이었다. 책 속에서 그녀는 많은 인생 이야기를 접했다.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와 강인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만연한 수많은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인간의 삶이 항상 평탄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험난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삶에는 반드시 행복한 순간도 있고 어려운 시기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그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위로하며 다짐했다. 소문을 신경 쓰지 않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07화

    안여옥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은 끊임없이 퍼져나갔다. 염선생이 조사한 결과, 실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를 조종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과거의 일들이 하나하나 끄집어내져 그녀와 여학을 얽매는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안여옥을 깎아내리는 것은 곧 안태부를 깎아내리는 것이었고, 동시에 아군여학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이어졌다.안태부와 제제사는 학문의 거장으로 가장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안태부는 신격화된 위치에서 추락해 사람들의 존경을 잃어갔다. 반면, 사람들은 제제사를 치켜세우기 시작했다.흥미롭게도, 이전에 문제가 되었던 제상서의 외실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제씨 가문을 치켜세우는 여론은 제씨 가문에도 이득이 되지 않았다. 권세가 지나치게 드러나면 반감을 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제씨 가문은 여론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염선생이 지켜본 결과, 제씨 가문은 실제로 여론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다시 화제를 여학과 안여옥으로 돌려, 안여옥의 혼사와 관련해 그녀를 깎아내리고 모욕하는 일이 계속되었다.염선생은 참을 수 없이 분노했다. 안여옥처럼 깨끗하고 순결한 여인이 이들에게 이렇게 더럽혀지다니, 정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를 모욕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진심으로 청혼을 하러 오기도 했다. 물론 품행이 바르지 못한 하찮은 인간들이었지만, 그래도 결혼 의사는 있었다.하지만 이후에 찾아온 이들은 순전히 안여옥을 모욕하려는 의도로만 왔다. 보기 흉한 이들이 몰려왔고 청혼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비꼬는 말들을 내뱉었다. 제부에 들어가지 못하면 대문 밖에서조차 선심을 써 그녀를 데려가 주겠다고 외쳐댔다.염선생은 사람을 시켜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두었다. 나중에 이들을 조사한 뒤 응징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무리가 이들의 이름을 적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이 사실을 송석석에게 보고하자, 누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06화

    제자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얼굴이 너무나도 창백해졌다.그녀는 여전히 왕지아에 대한 분노가 남아 있었다. 방시원을 두둔한 사람은 다름아닌 왕지아였다. 그 몇몇 집안의 엉망진창인 상황들은 듣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방씨 가문의 내실이 이렇게 어지러운데, 그렇게 큰 저택에서 이런 추잡한 일이 벌어진 사실을 감추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그녀는 충동적으로 왕지아의 뺨을 때렸지만, 잘못은 여전히 왕지아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방시원을 두둔해서는 안 되었고, 그런 사람들과 그런 일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주창우는 훌쩍이며 눈물을 흘렸고, 제자예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제자예는 머리가 너무나도 복잡해졌다.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다가 끝내 나지막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사실 여학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은데, 하황후께서 여학을 싫어하시니까…”지나치게 보호 받으며 자란 소녀, 제자예는 일의 심각성을 알지도 못한 채 결국 주창우에게 사실을 말해 버렸다.그러자 주창우는 순간 울음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황후께서 싫어하신다고? 왜 여학을 싫어하신다는 거야? 여학은 태후께서 명을 내려 세우신 거잖아.”“아마도 북명왕비가 훈장으로 있기 때문일 거야. 예전에 내가 큰어머니를 따라 궁에 갔을 때, 황후께서 큰어머니에게 하시는 말을 들었거든. 황제께서 원래 북명왕비를 궁에 들여 후궁으로 삼으려 했었대. 그래서 황후께서 줄곧 북명왕비를 싫어하셨어. 그러니 그녀가 세운 여학과 공방도 당연히 좋아하시지 않겠지.”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갖다 댔다.“이건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돼. 비밀이야.”주창우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을게.”그러고 나서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그 사람들은 도대체 왜 갑자기 들이닥쳐 사람만 보면 모조리 안으려고 한 걸까?" “그러게 말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05화

    문 앞의 이야기꾼들을 쫓아내고 나니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겼다.이번에는 중매쟁이들이 번갈아가며 안여옥을 위한 것이랍시고 혼담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그들이 말하는 혼처들은 안여옥의 부모의 얼굴을 울긋불긋하게 만들 정도로 황당한 인물들이었다. 평소에는 청혼은커녕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침을 뱉고 지나갔을 법한 이들이었다.집안 배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들의 품행이 바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통방과의 사이에서 이미 서장자와 서장녀를 둔 사람이었고, 어떤 이는 매일 도박장에 들러 두 눈이 빨개지도록 돈을 탕진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자였다. 또 어떤 이는 기루의 단골 손님이거나, 바깥에 첩을 둔 사람이었다.이들은 평소라면 감히 청혼하러 올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같이 은혜라도 베풀듯 거만하게 굴며 안여옥이 자신들과 혼인하지 않으면 다른 길은 없을 것처럼 굴었다.안태부는 평생 이렇게 큰 화를 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빗자루를 집어 들고 사람들을 쫓아냈지만, 결국 또 새로운 구설수만 만들어졌다.이 일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단 한 마디로 요약되었다.‘웃음거리.’"마치 그녀가 아직 선택할 여유가 있는 것처럼 굴지만, 누군가 그녀를 아내로 맞아주겠다고 나선 것만으로도 조상님 덕분이지.""그 더러운 남자에게 안겨 순결도 잃은 주제에 여전히 체면 따위를 챙기겠다고?""평생 시집가지 못할 팔자지. 누가 그녀를 데려가겠어? 빨리 머리 깎고 여승이나 되라지. 여자들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남자도, 여자도 가리지 않고 이런 말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본인들이 당하는 일이 아니기에, 모두혀끝으로 상대를 아프게 하며 즐거워했다.이 모든 상황 속에서 가장 즐거워한 사람은 바로 제자예였다. 그녀는 원래부터 안여옥을 몹시 싫어했다. 황후가 그녀에게 안여옥을 괴롭히고 골칫거리를 만들라고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안여옥을 자신의 적으로 삼았다.그래서 이번에 안여옥에게 일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친구 주창우를 찾아가 함께 안여옥 이야기를 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04화

    연말이 다가오자 백성들은 설 맞이 장을 보느라 바빴다. 각 집안은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분주했다.하지만 분주한 만큼 사람들 사이의 교류도 늘어나게 되면서 온갖 소문이 무성하게 퍼졌다. 태후가 안여옥을 칭찬하며 내린 하사도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태후가 직접 칭찬한 것이 안여옥이 단순히 모욕만 당한 것이 아닐 거라는 의혹으로 이어졌다.심지어 이 의혹은 점점 사실로 되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듯했다. 북명황실이 나서서 공정한 말을 하거나,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이 나와 안여옥이 학생들을 보호하다가 그 인간에게 잠시 몸이 닿은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백성들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백성들은 신을 만들어내기를 좋아했고, 신을 무너뜨리는 일에는 더욱 열광했다.과거 안여옥의 규수로서의 명성,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 훌륭한 집안 출신을 부러워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만큼 배로 그녀에게 악의를 퍼부었다.그녀의 과거까지 들춰내며 사실 그녀는 고고하고 자만하여 사람을 깔보고 학문이 부족한 동료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장공주의 연회에서 사슴을 말이라 지칭하며 분명 그 그림이 심청화 선생의 작품이 아님에도 우긴 적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그 당시 안태부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할 수 없이 사슴을 말이라 칭했고 또 그것이 심청화 선생의 작품이라 주장했지만, 사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모두 비웃었다는 것이다. "심청화의 인장도 아니었는데, 그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비웃지 않았겠어? 다만 체면을 봐서 들추지 않았을 뿐이지.”또한 그녀의 시와 그림이 명백히 표절이며, 이는 안태부가 그녀의 명성을 높여 북명왕과의 혼인을 성사시키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고, 북명왕은 차라리 재혼한 여성을 선택할지언정 그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다.그녀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방시원에게 시집가기를 꿈꿨으나, 방시원은 어리석지 않아 그녀의 속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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