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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Author: 유애
무상은 지금이야말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야께서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빨리 지혈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왕비님, 얼른 놓아주셔서 의원이 지혈하게 해주십시오!"

그는 송석석을 날카롭게 주시하며 연왕을 놓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녀가 놓기만 하면 곧바로 사사들에게 송석석을 포위하라고 명령을 내리곤 공격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녀들의 지원병이 도착하기 전에 이들을 모두 처치하고 재빨리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송석석은 여전히 연왕의 목을 붙잡고 있었다. 다만, 이전보다 약간 힘을 풀어주어 숨을 쉴 수는 있게 했다.

"그냥 작은 상처일 뿐입니다. 단검을 뽑지만 않으면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연왕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복부의 고통으로 그의 온몸이 떨렸다. 이 여자는 정말 망설임 없이 행동했으며 아주 잔혹했다.

그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몸을 휘청거렸다.

송석석이 경고했다.

"서 있는 편이 좋을 좋으실 겁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단검이 더 깊이 박힐 테니, 그렇게 되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연왕이 분노에 차 외쳤다.

“감히 친왕을 해치려 하다니! 네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느냐!"

송석석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상하군요. 이 단검이 설마 제 것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도대체 목적이 무엇이냐?"

연왕은 고통으로 핏줄이 서 이미 궁지에 몰린 듯한 모습이었다. 비록 아직 완전히 끝장난 것은 아니었으나 그의 감정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태였다.

송석석은 천천히 대답하며 시간을 끌었다.

"저는 왕야께서 이곳에 진을 치고 계신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혹시 위소를 기습하시려는 겁니까?"

그녀는 연왕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이번 일이 지금 당장 시만자와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일지더라도, 그녀는 시만자가 해독하고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끌며 연왕을 단단히 붙잡아놓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반드시 시만자와 오사형이 돌아와 연왕을 철저히 혼내야만 이 억울한 분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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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a 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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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수
맨밑의 길쭉한 광고(쿠팡 등)는 없애주던지 다른곳을 이동시키던지 해주세요 상당히 독자들에게 불편하다고 안하던가요? 치우세요 그리고 그곳은 비워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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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09화

    측비 김씨는 뺨을 맞아 머리가 헝클어지고 뺨이 붉게 부어올랐다. 게다가 한쪽 발도 걷어차여서 연왕 위로 넘어져 버렸다. 연왕은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시만자는 그녀를 걷어찬 뒤 바로 시민주를 향해 걸어갔다.시민주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쳤다."잠시만 동생아, 지금 뭐 하려는 거야? 나는 네 언니야! 나는 널 해치려 하지 않았…… 아악!"시만자는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나무쪽으로 내던졌다. 시민주는 허리가 부러진 듯한 고통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소리쳤다."마지막으로 말해봐! 네 몸에 묻은 향기, 그거 네가 내게 뿌린 독이잖아."시만자는 그녀를 들어올리며 살기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말했다."시민주, 저 더러운 남자를 도와서 너에게 가는 이득이 무엇이냐? 설마 네가 이 왕비 자리에서 계속 앉아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어리석고 악독하기도 하지."시만자는 옆에 있던 부병의 칼을 빼앗아 시민주의 가슴에 겨누었다. 살기 가득한 눈빛은 여전했다."아니야……"시민주는 겁에 질려 결국 울음을 떠뜨리고 말았다. 그녀의 비명은 진심으로 공포로 가득 찬 비명소리였기에 측비 김씨의 흐름을 망쳐 놓을 정도였다. "나는 정말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하지만 왕야가 내게 강요했어. 그래, 측비 김씨도 강요했어. 그들은 미친 사람들이라고!"절박한 상황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정말로 두려웠다. 왜냐하면 시만자는 진심으로 그녀를 죽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상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결과는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세상에 완벽한 계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치밀하게 준비해도 연왕이 이렇게 조급해하지 않고 관도를 넘어 숲 속으로 들어가기만 했어도 쉽게 발견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랬다면 계획을 성공할 수는 있었다. 연왕의 두 아들과 두 현주는 마차 안에 숨어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밤의 사건이 그들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그저 충격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10화

    결론적으로, 최소한 그들을 연주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 일론 큰 소란은 일으켜도 지나치게 확산 되지는 않아야 한다. 시만자는 어느 정도 분이 풀렸지만 아직 억울함이 전부 해소되지는 않았기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복수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순방영과 경위가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 왕정은 금군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금군은 명령 없이는 진성을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왕정은 몰래 변장을 하고 나왔다.그들은 사건의 전말을 속속히 다 알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분노한 적은 생전 처음이었다. 시만자가 어떤 사람인가? 그녀는 그들의 사부이다.사부를 능욕하는 것은 부모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다.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홍현이 비밀리에 사건의 전말과 현재 연왕과 왕비의 음모를 그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들은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나 있었지만 일단 참고 연왕을 때리지 않았다. 대신 순방영과 경위의 현갑군에게 연왕 일행을 포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특히, 중점은 검은 옷을 입은 사사들을 주의하라고 했다. 이들은 사람을 죽이는 데 망설임이 없는 자들인데, 지금이 되어서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사람은 장기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장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지만, 사건의 전말을 파악한 뒤에는 격노하여 이를 악물고 연왕에게 달려들어 주먹질을 시작했다."너희가 납치한 여자는 내 의동생이다! 구출되긴 했다지만 감히 그녀를 모욕하려 하다니! 이 추잡한 놈아, 내가 내 의동생의 복수를 하겠다!"그는 연왕의 몸에 직접 타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그는 상황의 경중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리 두 군데를 집중적으로 가격했고, 이어 그의 치욕스러운 부위를 주먹으로 두 번 내리쳤다.이는 사실 시만자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그녀는 더럽다고 느껴 직접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장기문이 대신 나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해주는 것을 보자 시만자는 이상하게 눈시울이 붉어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11화

    연왕은 명예를 잃은 것도 모자라 치료도 받으러 가야 했다.그렇게 그는 진성을 떠날 때는 위풍당당했지만 돌아갈 때는 위소의 병마에 호송되어 초라하게 복귀하게 되었다.무상은 연왕이 여자를 마음에 들어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둘러댔지만 방시원은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진실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사사들은 모두 꼼짝달싹할 수 없이 체포되었다. 이전에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붙잡힌 사사 두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태도가 매우 강경하여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었다.하지만 이번에 그들은 사사로서의 신분을 부인했다. 만약 그들이 사사임을 인정한다면 위소 근처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방시원이 군영 기습을 시도한 중대한 죄로 그들을 처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연황실의 부병이라고 주장하며, 연왕을 호위하여 진성으로 오고 연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부병은 신분이 특별하여 진성에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서산구의 별장에서 머물렀다고 해명했다.이 말은 겉으로 보기엔 일리가 있었지만, 그들의 검은 옷차림은 사여묵과 방시원에게 약점을 잡힐 구실을 제공할 수 있었다.그들을 압송하여 진성으로 돌아올 때, 송석석과 시만자는 같은 말에 올라탔다.시만자는 아까 전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두려움을 느껴 송석석에게 감사함을 전했다."석석아, 네가 제때 날 구하러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고맙게 여겨야 할 사람은 우리 오사형이지. 오사형이 널 먼저 구했거든."시만자는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렸다."네가 뛰어들어와 날 구해준 게 아니었어?""널 먼저 구해준 건 오사형이였어."그러자 시만자는 놀라 목을 길게 빼고 뒤를 살폈는데, 대열 맨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한 마리 당나귀가 보였다. 거리가 좀 멀어서 당나귀가 마치 개처럼 보일정도로 거리가 좀 멀었지만, 그 당나귀 위에는 원숭이 한 마리가 올라타 있는 것 같았다.사여묵이 없는 것 같자 시만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 대화에 집중했다. 그리고 순간 왕노오가 자신을 안고 뛰어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12화

    사여묵은 본질적으론 여전히 무장이었기에 무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와 관련된 일에는 더욱 많은 열정을 쏟아냈다.하지만 심청화는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일단 돌아가게. 석석과 좀 틀어졌지않나. 그녀는 아마 아직도 모르는 것 같긴 하다만."사여묵은 순간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틀어지지 않았습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그럼 됐고. 어서 가지.”심청화는 채찍을 휘두르며 앞서갔다.사여묵은 말을 이끌고 몇 걸음 걸은 뒤에야 말에 올라타 그를 따라갔다. 그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왜 일이 생기면 송석석은 항상 자신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는 것인지, 왜 항상 마지막에야 모든 것을 알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알리기는커녕 혼자 말을 타고 성 밖으로 쫓아갔다.사람을 보내 몽동이를 부르라고는 했지만, 대리사에 소식을 전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위가 성문을 봉쇄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를 찾았기 때문에 그가 상황을 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만약 성문 봉쇄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시만자가 구출된 뒤에야 가볍게 이 일을 전하기만 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끝냈을지도 모른다.사실 그는 이전부터 송석석이 자신에게 온전히 마음을 주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들 사이는 겉으로는 다정해 보였지만, 그저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항상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그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믿음? 석석이 자신을 믿는 것은 확실했다.호감? 최소한 석석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녀가 입에 올리지는 않았더라도 말이다.호흡? 그는 자신들이 서로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공무든 사적인 일이든 둘 사이의 호흡은 매우 잘 맞았다. 어쩌면 염선생과의 호흡만큼이나 완벽했을지도 모른다."지금의 석석이 예전에 알던 석석과 같지 않다고 느낀 건가?"심청화가 바람을 맞으며 묻자 사여묵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으니 변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녀가 여전히 그녀라면, 저에게는 변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13화

    시만자는 여러 번 목욕을 하며 온몸을 깨끗이 씻어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송석석에게 애교를 부리며 한참 동안 머물렀다.그 사이 보주가 다른 시녀들과 함께 야식을 들고 들어왔다. 시만자는 맛있는 음식이 보이자마자 송석석을 무시하고 곧바로 식탁으로 달려갔다.“보주, 오사형은 잘 모셨느냐?” 그러자 송석석이 보주에게 물었다.“노 집사께서 직접 모셨습니다. 정위원에 머물고 계신데 이 시간쯤 야식을 드셨을 겁니다. 방금 노 집사께서 말씀하시길, 오사형이 만둣국 두 그릇을 드셨다고 하더군요.”송석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분이 그걸 좋아하시잖아. 일찍 주무시라고 전해라. 내일 내가 직접 만자와 함께 가서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네.”“알겠습니다.” 보주는 공손히 인사하고 물러났고, 나머지 두 사람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서주와 명주가 옆에서 시중을 들며 시만자에게 국물이 빌때마다 계속 따라주었다.“양 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이 국을 드시면 빠르게 숙면에 취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밤 잘 못 주무실까 봐 준비했습니다.”시만자는 잘 먹다가 서주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송석석은 그 모습을 보고 막 위로하려다 시만자가 손으로 눈물을 닦고 다시 먹기 시작하는 것 보고는 말을 멈췄다.마치 폭풍처럼 음식을 쓸어 담고 나서 젓가락을 내려놓은 시만자는 석석을 올려다보며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황실은 마치 우리 집 같아. 모두가 날 이렇게 잘 챙겨주네. 석석, 나 여기 평생 살아도 될까?"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평생 살아도 좋지.”시만자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난 이번 생에 이렇게 큰 모욕은 처음이야. 사금이 모욕을 당한 후 왜 죽으려 했는지 알겠어. 석석, 겪어보지 않으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지 몰라.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 끔찍해.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어.”송석석이 위로하며 말했다.“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시만자는 진지하게 송석석을 바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14화

    송석석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어딘가 모를 아쉬움이 묻어났다.모든 무술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꿈을 꾸었을 것이다. 바로 검을 들고 천하를 누비며 불의를 보면 칼을 뽑아 정의를 실현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을 보고 여협님이라고 부르게 되는 꿈 말이다.어릴 적에는, 특히 막 무술을 배우기 시작하고 조금씩 성과가 보일 때에 이런 꿈을 자주 꾸곤 했다. 자부심이 넘치던 시절, 꿈속에서 자신은 무적의 고수가 되어 수많은 악당들을 처단했다. 악당들이 자신의 칼날 아래에서 용서를 빌어도, 한 마디의 말만 남기며 끝내 악인을 처단하곤 했다."이 세상의 공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야 이것이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협심을 발휘하여 의로운 일을 하는 것이 사실 법을 위반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협객은 법을 집행할 권한이 없고 관청에 소속된 사람도 아니니 말이다.게다가 사람을 죽이려면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했다. 설령 범인이 눈앞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목격했더라도 그 증거를 관청에 제출하고, 관청의 조사와 대리사의 재심을 거쳐야만 비로소 처형할 수 있었다.이 모든 번거로운 과정은 억울한 누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판결을 뒤집을 여지를 주기도 했다.그때 평 사저에게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어떤 관청은 범죄가 입증되더라도 범인의 집에서 충분한 은화를 제공하면 증거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증언을 뒤집기도 한다고 했다. 죄명을 감형할지 무죄로 만들지는 결국 보낸 뇌물의 액수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그 당시 그녀는 정말 큰 환멸을 느꼈다.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는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평 사저와 한참 동안 논쟁을 벌이며 법이라는 건 악을 저지른 자를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어떻게 은화로 판결을 바꿀 수 있냐고 반박했다. 관리는 조정에서 봉급을 받으며 그 봉급은 백성이 낸 세금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들은 백성의 부모와 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15화

    사여묵은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니 천만다행입니다. 그 협객이 어느 정도는 자비를 베풀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다른 불편함은 목숨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이 사건은 제가 직접 황제께 보고하겠습니다. 만약 그 여인이 나서서 문제 삼지 않는다면, 이 일은 이대로 지나간 걸로 처리될 겁니다. 그리고 황숙을 다치게 한 그 협객을 굳이 추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황숙께서 반드시 추적을 원하신다면 제가 경조부와 경위에 협조를 요청하겠습니다. 하지만 강호의 협객들은 잡아내기가 쉽지 않지요. 결국 황숙께서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셨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이 일을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그러자 연왕은 온몸을 떨며 소리쳤다. 이는 고통 때문이기도 했고, 분노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더 이상 음험하고 독살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꺼져!""그럼 저는 황숙의 휴식을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사여묵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황숙께서는 부디 상처를 잘 돌보십시오. 이곳 진성은 풍요로운 곳이니 한두 달 더 머무르셔도 괜찮을 겁니다. 다만 낮에 이미 짐들을 공방으로 보냈으니, 지금 텅 빈 이 저택에선 어떻게 생활하시겠습니까? 짐들을 다시 가져오길 원하십니까?"눈을 감은 연왕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온몸의 힘을 모두 고통을 참는 데 쏟은 그는 꺼지라는 한 마디를 내뱉은 뒤 더 이상 사여묵과 한 마디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사여묵은 이들의 문제에 너무나도 신경을 쓴 듯 보였다. 연왕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그는 무상을 불러 별청으로 나갔다. 측비 김씨는 이를 보고 급히 따라가 문 앞에 서서 엿들었다.사여묵은 상석에 앉아 온화한 태도로 말했다."오늘 밤의 일은 누구의 잘잘못도 따지지 않겠소. 그저 죄에는 마땅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뿐이오. 선생께서 숲속에서 말씀하시길, 황숙께서 그 여인 때문에 군영 근처에 주둔했던 것이지 불순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였소. 이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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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1화

    그러자 송석석이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왕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아주 잘 대해줍니다. 조카딸의 혼담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집간 부군이 잘 대해준다 하더군요. 다만 그녀는 자신이 두 번 시집갔음에도 처가에 머무는 것이 조카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되어 그러는 모양입니다.”그 말에 전북망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순간 번개처럼 날렵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최씨 부인이 떠올랐다. 최씨 부인에게는 적자와 서자녀들이 있었고, 아직 혼담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혼인 문제로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렸을지 생각하니, 전북망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형수로서의 최씨 부인을 존중하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전북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물었다. “우리 단둘이 여기에 있으면, 섭정왕이 질투하지 않을까요?” 송석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답했다. “이 정도 신뢰도 없다면, 제가 어찌 현갑군 지휘사로 오래 근무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서로 숨김없이 모든 걸 공유합니다. 이번 만남 역시 그분께 이미 알려두었죠.”송석석이 떠나자 전북망도 따라나섰다. 그는 섭정왕이 어딘가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의심했지만, 정작 별청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앞마당에서야 섭정왕을 발견했는데, 그는 대장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송석석을 보자 미소로 맞이하며 불러세우는 섭정왕의 모습에 전북망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진정한 부부란 저런 것일까.'그러나 성릉관이든 진성이든, 남녀의 단독 만남은 명예에 흠이 될 수 있음도 잘 알았다.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른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했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걱정하는가.’자조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왕청여의 제안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5일의 고민 시간이 주어졌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진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씨 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답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0화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 전북망은 송석석과 다시 만났다. 사실 그전에도 송석석이 성릉관으로 갔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서먹해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이 매번 성릉관을 떠날 때마다 몰래 배웅하곤 했다. 전북망은 자신이 당시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송석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방과 왕청여에게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들과는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다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장군부만 송석석에게 상처를 줬을 뿐, 송석석은 장군부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않았다. 비록 이혼한 후에는 전북망 어머니의 병세에 대해 상관하지 않았지만 큰형수에게 어떻게 단설환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는 이미 섭정 왕비가 되어있고 나서였다. 변방의 전사들에겐 양식과 무기가 풍부하고, 봉록까지 올라, 그들에겐 이득이기에 이제는 조정의 정세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다. 섭정왕은 한때 장수였기에 병사들이 배불리 먹어야만 국토를 지킬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북망과 송석석이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섭정왕과 함께 소 대장군에게 생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소 대장군의 눈빛은 여전히 자애롭고 인자했다. 전북망은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그때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면 지금 송석석과 함께 노장군의 생신을 축하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후회를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 걸 보니, 자신만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송석석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일잔치가 끝난 후에 송석석이 뜻밖에도 먼저 그를 찾았다. 그와 송석석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섭정왕은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가?’전북망은 당황하고 불안해 보였고, 송석석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먼저 입을 열지도 못하고 송석석이 말하기만을 기다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9화

    전북망은 성릉관에서 몇 년 동안 두 번이나 발탁되었고, 지금은 장군의 신분으로 수천 명의 병사를 관리하고 있다. 계속 성릉관에 주둔하고 있어 다시 진성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고, 진성의 부름 없이는 제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는 재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혼자 살아갔다. 성릉관의 모래바람은 해마다 그의 얼굴에 흔적을 남겨 또래들보다 몇 살이나 더 늙어 보였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기에, 진정제를 먹어야만 잘 수 있었다.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이방과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송석석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부가 되었을까? 아마도 우린 귀여운 자녀도 낳았겠지.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석석은 가문의 내무를 책임지며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돌보고 있었겠지? 설령 내가 승진을 하지 못하고 평생 장군으로만 살아도 그는 날 떠나지 않았겠지.’ 이전의 전북망은 송석석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였는데 자신을 위해 날개를 부러뜨리고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며 군부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책임지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가 알아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도 없었다. 전북망에게는 이미 이방이 있었고 이방을 사랑한다고 했으니, 송석석이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는 심한 말을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송석석 또한 후회할 게 없었다. 이혼을 하면서 전북망을 위해 부러뜨렸던 날개가 다시 자라나 전쟁터로 날아가 쉽게 공을 세웠으니까 말이다. 이방은 송석석이 큰 가문의 아가씨인 데다가 부친과 오라버니가 그를 위해 길을 닦아주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의 성공은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문이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만종문에서 송석석의 무공은 거의 최고였는데, 그건 송석석이 그만큼 노력을 했고, 그만큼 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전북망은 송석석을 존경했지만 그는 자신이 송석석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8화

    어머니께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신이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더 심한 꾸지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이가 이 혼사를 반대하는 것은 양지춘과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양지춘에게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놀며 감정을 쌓으라고 했다. 신이는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가 억지로 그녀를 마차에 태웠고, 심지어는 하녀에게 그녀가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엄명했다. 양지춘의 얼굴은 그나마 멀쩡하게 생겼는데, 처음에는 신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척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신이의 외모와 품평을 논하며 신이가 외모가 예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그를 부인으로 들이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오만한 태도는 신이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아마도 신이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양지춘은 일부러 신이를 마차에 태워주는 척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꼬집었다!그 순간 신이는 온몸의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경박한 눈빛에 신이는 이내 눈물이 쏟아졌고, 모욕감에 온몸을 떨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돌왔는데, 하녀와 마부는 그의 동작을 보지 못한 탓에, 오히려 그가 세심하고 자상하다며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이는 억울해서 어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그녀가 일부러 꾸민 말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꾸짖으며 사흘 동안이나 외출을 금지했다. 신이는 그렇게 방에 갇혔고, 매일매일을 눈물로 얼굴을 씻었다. 심지어 그날 선비의 말을 듣고 호수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내가 양지춘에게 시집가는 것이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사흘 후, 외출 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신이는 다시 경산사로 가서 같은 핑계로 하녀를 내보냈다. 이번엔 정말 죽을 각오로 호숫가에 간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다시 그 선비를 만났다.그는 쓸쓸하게 호숫가에 앉아 작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7화

    신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나무 그늘에 몸이 가려져 있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초라해 보였고 눈 밑에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바로 다리 앞에서 그림을 팔던 선비이자, 학정이 말하던 퇴학 해서 기녀를 키우는 학생이었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짜증을 냈지만, 그가 한 말을 떠올리자 내심 두려웠다. “나는 여기에 물귀신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겠지요.” 신이는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귀신은 두려웠고 진흙탕에 영원히 깔려 있는 건 더욱 두려웠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 나오자 얼굴은 더욱 여위어 보였다. “호숫가의 주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건 사람들이 이곳으로 예불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경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절을 하고 바로 돌아가니 당연히 보지 못하겠지요.” 신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순간 깊이가 보이지 않는 호수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는 여전히 굳게 서서 말했다. “예불하는 사람은 천지와 자연을 경외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경치가 있다면 반드시 한 번 보러 올 것입니다. 이런 곳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곳일 텐데 아무도 없다는 게 아기씨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감히 그런 무서운 곳에서는 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절대 쉽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고 싶어도 살 지 못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 밑은 이내 붉어졌고 눈물이 고여 반짝이는 것 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6화

    신이의 사촌 여동생과 하녀는 신이를 찾으러 돌아왔다. 신이가 하녀보고 이순에게 삼백문을 주라고 하자 이순은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래는 우연한 만남일 뿐이라 다시는 접점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조모님의 생신 때 가문 연회에서 공학정이 데리고 온 제자들 중에 이순이 있었다. 강남의 예의 규율은 진성처럼 엄격하지 않아서 연회에 참석할 때 여인들도 앞마당에 갈 수 있었다. 이순은 신이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는 그때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두 눈만 드러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순은 식사를 하지 않고, 신이의 조모에게 생신 축하 그림만 드린 후에 집에 일이 있다며 작별을 고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학정이 그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총명하긴 한데 진취심이 없어서 계속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걸 여기로 데려와 진취성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다니. 정말 실망이군. 학교를 그만두겠다면, 이젠 마음대로 하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신이의 부친이 위로했다.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껜 학생이 많으니 그가 나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학정은 마치 울화가 쌓인 것처럼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네. 그런데 진취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창에게 돈을 빌리질 않나, 게다가 집에 기녀까지 키우고 있다더군.” 신이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을 가장 싫어하였다. “그런 사람은 얘기할 가치도 없습니다.” 신이는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마음속으로 실망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날은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같다고 생각해 마음이 갔던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 후, 신이의 혼사도 낙착되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회주 지부의 둘째 아들인 양지춘이고, 올해 22살이었다. 22살인데도 결혼하지 않았던 건 첩을 통해 서자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가문은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5화

    그의 이름은 신이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해서 말할 때, 경멸하는 기색을 띠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사람까지 모두 침을 뱉으며 뻔뻔하다고 할 정도였다. 알다시피 애인과 야반도주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것보다 더 욕먹을 일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후회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녀는 시집간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죄책감을 느끼긴 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시 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되어 형제자매들과 조카들이 혼사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이는 시 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태어날 때부터 온갖 보살핌을 받아왔다. 먹는 것은 물론 모두 산해진미이고, 입는 것도 모두 능라 비단이었다. 게다가 보모님과 오라버니의 총애까지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한 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열네 살 때까지 월사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많은 의사들을 불러 진찰을 받고 밤낮으로 약을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몸이 차서 그러니 몸조리를 하면 나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몰래 의사가 부모님께 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그가 몸이 차서 그런 병이 생긴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곳이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마치 작은 꽃병과 같아서 꽃을 꽂을 수는 있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유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건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서 부군에게 첩을 들인 후, 첩이 낳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라고 조언해주었다.시 씨 가문이라는 후원이 있으면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어도 아무도 그녀의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씨 가문의 재물은 그녀가 평생 부귀하게 살기에 충분했다. 신이의 조모도 그녀에게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시 씨 가문의 딸이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4화

    추운 겨울이 되자 눈이 내려 성릉관은 하얗게 뒤덮였다. 세상이 마치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황자는 몇 년 동안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발우를 받쳐 들고는, 가는 길에 동냥을 하다가 절을 보면 이틀 묵으며 부처님께 참회하면서 살았다. 사실 그는 원래 있던 절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편안하진 않지만 풍찬노숙할 필요도 없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곳에서는 평생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계속 길을 걷고 계속 고생해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그가 성릉관에 도착했을 때 짚신은 이미 찢겨 있었고 발바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자갈이 가득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모든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눈보라를 맞으며 성릉관에 위치한 감은사로 향했는데, 몇 년 동안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 탓에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는 눈이 가득 쌓인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따뜻한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있는 방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눈에 눌려 허리가 굽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순간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돌더니 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거라.” 이때 누군가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면서 약그릇을 그의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해,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우 형?!’ 그는 자신이 잘못 보았을까 봐 다시 자세히 보려 했지만, 몸이 너무 어지러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3화

    대황자는 봄 사냥 때 숙청제에게 꾸중을 듣고 돌아간 후 앓아누웠다. 당시 이황자와 서우가 모두가 걱정했는데 덕비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분명히 대황자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덕비는 이황자를 안고 반드시 부지런해야 하고, 태부와 황숙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잘 배워 황형을 제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그로 인해 이황자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덕비가 줄곧 그에게 태자와 황제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말해주었을 때 비록 그도 마음이 설렜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와 대황형, 서우 형, 그리고 셋째 동생이 사이가 좋아 도저히 대황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모순적으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학업이 나빠졌고 승마 연습을 할 때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하지만 덕비는 이상하게 그를 탓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계속 게으르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덕비는 이황자를 데리고 복마마를 자주 뵈러 갔고, 복마마 궁전에서 숙청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 덕비는 며칠 동안 그곳을 드나들더니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말투로 청이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황제폐하를 자주 뵈러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황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와 승마술에 전념했다. 이황자는 당시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고, 비록 매일 힘들긴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기에,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숙청제의 천추세에 승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세 황자와 서우도 가서 겨뤄 보기로 했다. 원래 그런 대회에서 황자들은 재미있게 참석만하면 되지만, 덕비는 그 경기를 몹시 중시했다. 덕비가 이황자에게 마름쇠를 건넬 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황자는 원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황형의 목숨을 앗으려 하다니, 이황자는 처음으로 어마마마가 무서워졌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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