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본적 없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고 눈부셨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매, 볼, 코, 입술 그리고 더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의 가늘고 긴 목도 아름다운 색상으로 물들어져 있었다.그는 아름다운 차우미의 모습을 보다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그렇게 대답도 하지 않고 말없이 안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볼 때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자신을 바라볼 때 긴장됐다.그녀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나상준을 찾아온 게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가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며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있었다.조금 전에 똑똑히 설명한 그녀는 더 이상 말하는 건 불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는 걸 제지하지 않았다.이와 동시에 차우미의 머릿속에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그녀의 말은 거짓 없는 사실이었다. 나상준이 만약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그녀는 물건을 내려놓고 떠나가려 했다. 그리고는 하성우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뒤 하성우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다. 의사를 부르던지, 아니면 나상준을 병원에 데려가던지 해야 했다. 비록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하성우에게 연락하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하성우에게 연락하는 걸 제외하고는 다른 해결방법이 없었다.차우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녀에게 머물러 있던 시선이 사라지며 뚝뚝 거리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무언 가를 느낀 차우미는 고개를 돌려 샤워 가운을 입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나상준을 바라봤다.‘내 말을... 믿는 건가?’믿는 것 같았다.3년을 부부로 살았었기에 차우미가 나상준에 대해 아는 것만큼 나상준도 그녀에 대해 알았다.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는 잘 알았다.마음이 놓인 차우미는 안으로 들어가 문을 살짝 닫았다.나상준은 소파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그의 모습은 마치 차우미가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뜻
예전에 이곳은 아주 조용했었다. 모든 것이 조용했던 이곳에 한 사람이 많아진 이후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침실에서 들려오는 옷장이 열리는 소리와 그녀의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 그리고 물건을 뒤지는 소리에 이곳은 더는 조용하지도 썰렁하지도 않았다.모든 것에 온도가 느껴졌고 따뜻했다.자신도 모르게 나상준은 가슴이 떨려왔다. 마음속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으며 그의 마음을 태웠다.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담요를 찾기 바빴다. 이글거리는 나상준의 눈빛이 마치 차우미를 태울 것만 같았다.침실도 컸지만 침대는 더 컸다. 침대 위에는 베개와 깔맞춤인 이불이 가지런히 깔려있었다. 옷장 안에 있는 옷들도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했다. 차우미는 찾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얇은 담요 하나를 발견했다.담요를 꺼낸 그녀는 뭔가 생각이 난 듯 수건과 드라이어를 찾으러 갔다.나상준의 머리카락이 완전히 젖어있었기에 말려줘야 했다. 특히 그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기에 한기가 머릿속으로 들어가 머리가 아플 수 있었다.차우미는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찾았다. 얼마 안 되어 발견한 그녀는 담요와 수건, 드라이어를 들고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는 나상준을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발밑의 길을 보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고 나상준은 침실에서 나오는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 진지해 보였다. 마치 지극히 원칙적인 선생님처럼 매우 엄밀한 모습이었다.나상준은 더는 눈을 감지 않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소파 뒤로 간 차우미는 한쪽에 수건과 드라이어를 놓은 뒤 그에게 담요를 덮어줬다. 될수록 그를 보지 않은 채 말이다.그러나 나상준을 보지 않고 그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나상준을 힐끗 쳐다보며 그에게 담요를 덮어줬다.이렇게 덮어주면 담요가 밑으로 흘러내릴 수 있었기에 차우미는 담요 양쪽을 잡고 그의 허리 뒤로 끌어당겨 꼼꼼히 덮어준 뒤 목 뒤에 매
나상준을 보지 않은 차우미는 주위의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담요로 매듭을 지은 뒤 그를 바라봤다. 살결이 보이는 곳 없이 없자 그녀는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안심했다.자신이 방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행동한 것이 이상할 수 있었기에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상준 씨가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것 같아. 지금 이렇게 적게 입고 있으면 감기가 더욱 심해질 수 있으니 담요를 덮고 있어.”말을 마친 그녀는 한시름 놓으며 시선을 거두고 수건을 가져왔다.나상준이 담요를 덮고 있었기에 보이지 말아야 할 곳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차우미도 더 이상 아까처럼 긴장하며 불편해할 필요가 없었다.나상준의 머리를 닦아주려던 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다른 사람의 머리를 닦아줘 본 적이 없었기에 자신이 잘 닦지 못해 그를 아프게 할까 봐 걱정했다.나상준의 모습을 보아하니 움직이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닦아주지 않는다면 나상준은 이 상태로 있을 게 뻔했다. 그렇게 된다면 감기가 더 심해질 것이기에 차우미는 수건을 들고 소파 뒤로 갔다. 그녀는 나상준의 검은 머리카락을 보며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상준 씨, 머리가 젖어있는데 먼저 닦아 줄래? 닦지 않으면 머리가 아플 수 있어.”차우미는 원래 나상준의 머리를 닦아주고 싶었지만 나상준이 싫어할 것 같았다. 머리는 사람에게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나상준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했다.그래서 나상준에게 먼저 물어보고 닦아달라고 하면 그때 닦아줄 생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상준의 의견을 구하는 거였다.나상준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아무런 미동도 없이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머뭇거림이 담긴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는 TV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손과 발이 담요에 꽁꽁 덮인 모습이 마치 밧줄에 묶인 것처럼 결박당한 모습이었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내가 지금 스스로 닦을 수 있다고
아주 좋지 않았다.누구나 아플 때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는 TV에 비친 그녀의 보습을 바라봤다.차우미는 나상준을 상사를 대하는 것처럼 대하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다른 곳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기에 아무 잡심도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남녀 간의 정과 사랑은 그녀에게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그녀는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긴장해 하지도 않았으며 나상준을 좋아하는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일할 때처럼 진지하고 냉정한 모습이었다.차우미가 나상준을 정상적인 남자로 대하고 있지 않았기에 나상준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녀의 손놀림은 부드럽고 섬세했지만 자상하지는 않았으며 조심스럽고 신중했다.자신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손가락에 닿았음에도 그는 그녀에게서 어떠한 온도도 느낄 수 없었다.그녀는 차가웠다. 김온 옆에 있을 때처럼 따뜻하지 않았다.이 순간, 무언가가 그의 심장에 쿵 하고 떨어졌다.가만히 앉아 있던 그의 눈빛에 어두움이 일렁이면서 방 안의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차우미는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정신은 온통 나상준의 머리카락에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가 아파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머리에 있는 물기를 닦아낸 뒤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줬다.그녀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 사이를 누볐다. 굵고 단단한 머리카락이 그녀의 손등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수많은 풀 사이를 지나가는 것처럼 차가웠지만 생명력으로 가득했다.이 순간, 차우미는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는 더 이상 눈썹을 찌푸리지 않았고 마음속에 있던 긴장감도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 그녀의 표정이 부드러워졌고 편안해 졌다.나상준은 차우미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뒀다. 그의 눈에 있던 어두움이 무서우리만치 더욱 짙어졌다.수건이 아닌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부드럽고 섬세하게 그의 머리카락 사이를 누비자 답답하던 그의 마음이 순간 굳어졌다가 이내 풀렸다.모든 먹구름이 걷히고 파도가 잔잔하게 밀려왔다. 모든 것이
차우미는 나상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사람이 잠들었을 때와 잠들지 않았을 때가 매우 달랐다.편안한 모습으로 잠에 빠진 모습이 깨어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지금 나상준의 모습은 평상시처럼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지 않았다.그는 낮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했다. 수많은 일을 내려놓고 완전히 휴식을 취했다.그를 보고 있던 차우미는 가슴이 아팠다.높이 올라간 만큼 위험한 것이다. 그가 결코 쉬운 자리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차우미는 밖을 쳐다봤다. 이미 아주 늦은 시간 임에도 그는 아직 약을 먹지 않았다.제일 중요한 것은 의사에게 진찰을 받지 않았기에 현재 나상준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예전에 차우미 어머니에게 직업병이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감기에 걸리기 마련이다. 감기에 걸려 여러 차례 의사에게 찾아가 진찰을 받은 뒤로는 어떤 약은 어떨 때 먹어야 하는 약인지 알게 된 어머니께서 평상시에도 감기약을 집에 준비해두곤 하셨다. 감기 기운이 조금 있을 때에는 약을 먹으면 금방 나았고 심할 때는 병원으로 갔다.그 뒤로 차우미도 약을 준비해두는 습관이 생겼고 나상준과 결혼한 3년 동안에도 계속 그렇게 해왔었다.나상준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기에 차우미는 약과 체온계를 챙겨왔다. 그의 체온을 측정한 뒤 열이 나는지 확인하고 어떤 약을 먹일지 생각해 보려 했다.차우미는 지체하지 않고 체온계를 꺼낸 뒤 나상준을 바라봤다. 평상시 같으면 곤히 잠든 그를 보고 가만히 내버려 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반드시 체온을 재야 했다. 차우미는 그를 깨우지 않고 소파 뒤로 가서 체온계를 그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띠 하는 소리와 함께 체온계에 체온이 나타났다. 38.5도였다.정말 열이 나는 그의 모습에 차우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녀는 체온계를 넣은 뒤 해열 시트를 꺼내 포장을 뜯은 뒤 다시 나상준의 뒤로 가서 그의 이마에 붙여줬다.차우미는 나상준이 깬 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나상준은 TV에 비
나상준이 이런 모습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줄 몰랐던 차우미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반응하며 입을 열었다.“깼어?”손에 들려 있던 약을 내려놓은 뒤 허리를 굽혀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상준 씨 열나는 것 같아.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해열 시트를 붙여줬으니 열은 내렸을 거야. 어디가 아픈지 나에게 말해주면 내가 먹어야 약들 챙겨줄게.”차우미는 마치 의사가 된 듯 부드럽고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맥을 짚어 주는 것만 빼고 말이다.나상준은 자신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과 눈빛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가슴 아파하는 것도 같았다.그녀가 가슴 아파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나상준의 눈빛이 움직였다.“목이 불편해.”나상준이 말하지 않아도 차우미는 전보다 더 갈라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그의 갈라진 목소리는 마치 그가 아닌 다른 사람 목소리 같았다.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불편한데? 목이 타는 느낌이야? 아니면 아픈 느낌? 아니면 간지러워?”“아파.”차우미는 바로 이해가 됐다. 그녀는 계속 이어 물었다.“다른 곳은 어디 불편한 곳 없어?”나상준이 그녀를 바라봤다.“머리 아파.”차우미의 찌푸려졌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그리고?”“힘이 없어.”“그리고?”“말하고 싶지 않아.”“...”긴장하던 차우미는 나상준의 마지막 대답을 듣고 멍해졌다.만약 하성우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빵 터졌을 것이다.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나상준의 말에 말이다.차우미는 입술을 벌린 채 나상준을 바라봤다. 차우미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고 농담은 더더욱 없었다. 차우미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알았어. 약 챙겨줄게.”말을 마친 그녀는 일어나서 약을 가지러 갔다.나상준은 소파에 앉아 차우미가 진지한 모습으로 약을 신중히 고르는 모습을 바라봤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상준은 이런 말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더욱이 의사 면허증도 없는 사람한테 약 처방을 받지 않았을
차우미는 약을 숟가락에 놓고 그에게 먹인 뒤 컵을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나상준은 물을 마셨다. 약이 뜨거운 물과 함께 목구멍을 넘어 위 속으로 들어가니 뜨거운 열기가 몸에 피어올랐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단숨에 물을 들이켜는 모습을 보며 한 시름 놨다.약을 먹었으니 괜찮아 질 거다.차우미는 사실 나상준이 약을 먹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다. 병원에도 가지 않겠다는 나상준이었기에 걱정이 됐다.하지만 협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차우미의 눈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컵을 씻은 뒤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어느덧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나상준이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차우미는 나상준 앞으로 걸어갔다.“일어날 수 있겠어?”나상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차우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곳에서 자면 불편할 거야. 춥기도 하고. 침실에 들어가서 자면 내일이면 많이 괜찮아 질 거야.”나상준의 심장이 끓는 물처럼 뜨거워졌다. 그의 눈동자도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부축해줘.”이 말은 아무 문제 없었다.그가 지금 아프기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차우미가 그를 부축해줘야 하는 게 당연했다.“알았어.”차우미는 나상준의 손을 잡아주려 했다. 이때 자신이 나상준을 담요로 꽁꽁 덮어놓은 사실이 떠올랐다.그러나 나상준은 전처럼 가만히 차우미가 잡아주길 기다리지 않고 일어나 앉은 뒤 손을 내밀었다. 차우미는 이내 그의 손을 잡고 그를 부축했다.나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벌려 차우미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순간적으로 차우미를 끌어안았다.딱딱한 그의 가슴에 부딪힌 차우미는 그의 가슴이 더는 차갑지 않고 뜨거운 것을 느끼고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표정을 회복했다.왜냐하면 그가 그녀에게 의지하며 대부분의 체중이 그녀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무거움에 차우미는 순식간에 똑바로 설 수 없었다.“잠... 잠깐만 기다려. 내가 먼저 똑바로 설 때까지 기다려줘.”나상준이 차우미에게 기대자 차우미는 지탱할 힘
“상준 씨, 상준 씨 먼저 앉아. 그 다음...”차우미는 조심스럽게 나상준을 부축하여 침대 앞까지 갔다. 그녀가 몸을 돌려 그를 먼저 눕히려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발이 붕 뜨더니 중심을 잃고 침대에 넘어졌다.이때, 그녀의 허리를 감은 손과 함께 나상준도 그녀를 따라 침대에 쓰러졌다.눈앞이 빙빙 돌았다. 차우미는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벌린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나상준 위에 엎드려 있었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너무 놀란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몰랐다.나상준은 침대에 누워 자신 위에 엎드려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원래는 빨갛던 그녀 얼굴이 방금 너무 놀란 나머지 하얗게 질려있었다.그녀는 입술을 벌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눈에는 놀라움과 망연함이 역력했다.그녀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나상준은 말없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허리에 감은 손에 여전히 힘주고 있었다.차우미는 허리를 조이는 힘에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가슴을 졸이며 정신을 차렸다.차우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상준 위에 엎드려 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해하며 입을 열었다.“미안해...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차우미는 나상준 위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나상준이 다시 팔에 힘을 주자 그녀는 순식간에 나상준 위에 다시 엎드리게 됐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지... 지금 뭐 하는 거지?’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차우미의 눈이 조금 전보다 더욱 커졌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도 차우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 의아함, 당황스러움, 불안함과 무서움이 연달아 스쳐 지나갔다.“조심해.”말을 마친 나상준이 차우미의 허리를 꽉 누르고 있던 팔을 풀자 차우미도 긴장을 내려놓으며 표정이 부드러워졌다.나상준의 조금 전 행동이 순식간에 그녀를 무섭게 만들었다.어젯밤 나상준이 취해서 그녀를 안았을 때도 그녀는 무서워했다.차우미는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