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온이샘이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걸 기억한다.나상준도 매운 것을 먹지 못한다.둘 다 청주 사람이기에 매운 걸 먹지 못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괜찮아, 요즘 싱겁게 먹어서 매운 거로 식욕 돋구고 싶어."온이샘이 직원에게 메뉴판을 돌려주었다. "일단 이렇게 주문할게요.""네."직원에게 차우미가 말했다. "고추 조금만 넣어줘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표기해 둘게요."직원이 간 뒤, 온이샘이 차우미의 컵에 회성 특색의 차를 따랐다. 어떤 레스토랑이든 비치된 회성의 특색 차다.찻잔을 바라보던 차우미가 고맙다고 말한 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차우미는 전에도 이 차를 마셔본 적 있다, 맛이 괜찮았다."여기 찜닭이 맛있어서 손님마다 주문한다고 하더라."차우미가 눈썹을 살짝 구부리며 말했다. "선배, 전에 여기서 먹어본 적 있어?"온이샘이 웃으면서 주전자를 내로 놓았다. 찻물을 한 모급 마신 뒤 그가 말했다. "중학교 때, 외삼촌을 따라 회성에 왔는데 외삼촌이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이 집에 왔었어. 그때 이걸 먹었는데 맛이 좋더라고.""게다가 여기 장사한 지 엄청나게 오래됐어.""여기에 아직도 그게 있는 줄 몰랐는데..."차우미는 이해되었다. "이따가 제대로 맛보자."차우미는 매운 것도 잘 먹었다, 매운 것을 먹어도 여드름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특히 여가현은 매운 것을 많이 먹으면 여드름이 잘 생겨 매번 차우미를 부러워했다."그래."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는 사이 음식이 나오자 온이샘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회성에서 겪었던 일화를 알려주었다.그녀는 온이샘의 말을 들으며 음식을 먹었다.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다.점심을 다 먹은 뒤, 차우미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온이샘에게 미안한 듯 말했다. "선배, 미안한데 오후에 일정이 있어. 5시쯤에 끝나.""먼저 회성에서 돌아다니고 있어, 내가 끝나면 올게. 그래도 돼?"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
차우미는 잠시 당황했다.미처 온이샘이 오늘 밤에 가자고 할 줄 몰랐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얼굴이 살짝 굳자, 긴장한 체로 얼른 말했다. "오후에 거기 간다며? 나도 가면 네가 갔다 왔다 반복할 필요 없잖아."차우미의 눈매가 부드럽게 변했다. "그래."온이샘이 그녀를 번거롭게 하지 않기 위해 이런다는 것을 차우미도 잘 알고 있다."선배, 난 옛 성벽 맞은편에서 일해. 5시쯤에 출발하면 일 끝나자마자 내가 옛 성벽 쪽으로 넘어갈게. 거기서 보자."온이샘이 말했던 풍경이 좋다던 곳은 행사장의 맞은편이다.그녀가 오후에 둘러볼 곳은 아직 공터나 다름없었다.온이샘이 미소 지었다. "그래."식사를 마친 그들은 레스토랑을 나서기로 했다.온이샘은 지나가던 택시를 세운 뒤 차우미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오후에 아무 일도 없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문자해, 전화해도 되고." 차 문이 닫기 전 온이샘이 허리를 굽혔다.온화한 눈빛으로 차우미에게 말했다.차우미를 제외한 모두가 그의 마음을 알고 있다."응, 선배도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차우미기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온이샘이 눈가에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차 문을 닫았다.곧 차가 시야에서 사라졌다.온이샘은 자리에 서서 차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의 눈에 웃음이 가득했다.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녀는 온이샘에게 회성에 와서 무엇을 할 것인지, 대략 언제 돌아갈 것인지 묻지 않았고, 그는 또한 말하지 않았다.아무것도 묻지 않았기에 더 좋았다.온이샘은 그녀 때문에 여기에 왔다. 하지만 그가 미리 차우미에게 알렸다면 그녀는 분명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다.한편, 레스토랑 맞은편 주차장에 벤츠 차량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차 안에는 운전기사가 있었다. 그는 차우미가 택시를 타고 떠난 뒤, 온이샘 혼자 서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운전기사가 하성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차우미를 따라가야 하는지, 온이샘을 따라가야 하는지 물어보기 위해
진정국이 웃음을 멈추었지만, 그의 입가에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전문가뿐일까, 대단한 스승님이지."차우미의 재능과 솜씨가 저 정도인 것으로 볼 때, 그녀의 아버지는 더욱 대단한 사람이다.하성우가 흥미로운 얼굴로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왜 참석하지 않은 거예요?""같이 왔으면 훨씬 더 좋았겠는데.""이번 프로젝트가 잘되면 모두가 저희의 손기술 알게 될 텐데, 예술인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진정국이 손사래 쳤다. "안 된다, 안 된다."하성우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왜요?"진정국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구속도, 규칙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하는 것만 하는 성격이야. 게다가 자기 가게도 있어 너무 바쁜 일상을 보내, 여기까지 올 시간이 없어.""아... 그렇구나. 선생님께서 시간 날 때 멈추었지만, 그의 와서 놀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하하, 직접 여기까지 오게 할 수 있다면 난 상관없다."오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하성우, 차우미 그리고 나상준이다.하성우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나한테 맡기세요!"진정국이 웃음을 터트렸다.차 안에 두 사람은 매우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하성우가 전화를 끊자 운전기사가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운전기사는 출발하기 전에 온이샘을 한번 쳐다보았다.차우미가 떠난 지 얼마 안 가, 온이샘도 택시를 타고 떠났다.그는 호텔로 돌아가려 했다.안평시에서 차우미의 집에 들렀었다. 두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차우미를 만나기 위해 회성에 간다고 말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하선주는 그가 회성에 간다고 하자 회성에서 구할 수 없는 차우미가 좋아하는 간식들과 옷가지를 챙겨주었다. 하선주는 차우미가 이렇게 오랫동안 회성에 머물 줄 몰랐다. 그래서 입을 옷이 부족할까 봐 온이샘에게 그녀의 옷을 챙겨준 것이다.온이샘이 이번에 챙겨온 물건의 태반이 차우미의 것이다. 그의 것은 오히려 얼마 없었다.그는
진정국이 웃음을 멈추었지만, 그의 입가에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전문가뿐일까, 대단한 스승님이지."차우미의 재능과 솜씨가 저 정도인 것으로 볼 때, 그녀의 아버지는 더욱 대단한 사람이다.하성우가 흥미로운 얼굴로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왜 참석하지 않은 거예요?""같이 왔으면 훨씬 더 좋았겠는데.""이번 프로젝트가 잘되면 모두가 저희의 손기술 알게 될 텐데, 예술인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진정국이 손사래 쳤다. "안 된다, 안 된다."하성우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왜요?"진정국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구속도, 규칙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하는 것만 하는 성격이야. 게다가 자기 게도 있어 너무 바쁜 일상을 보내, 여기까지 올 시간이 없어.""아... 그렇구나. 선생님께서 시간 날 때 멈추었지만, 여기 와서 놀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하하, 직접 여기까지 오게 할 수 있다면 난 상관없다."오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하성우, 차우미 그리고 나상준이다.하성우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나한테 맡기세요!"진정국이 웃음을 터트렸다.차 안에 두 사람은 매우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하성우가 전화를 끊자 운전기사가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운전기사는 출발하기 전에 온이샘을 한번 쳐다보았다.차우미가 떠난 지 얼마 안 가, 온이샘도 택시를 타고 떠났다.그는 호텔로 돌아가려 했다.안평시에서 차우미의 집에 들렀었다. 두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차우미를 만나기 위해 회성에 간다고 말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하선주는 그가 회성에 간다고 하자 회성에서 구할 수 없는 차우미가 좋아하는 간식들과 옷가지를 챙겨주었다. 하선주는 차우미가 이렇게 오랫동안 회성에 머물 줄 몰랐다. 그래서 입을 옷이 부족할까 봐 온이샘에게 그녀의 옷을 챙겨준 것이다.온이샘이 이번에 챙겨온 물건의 태반이 차우미의 것이다. 그의 것은 오히려 얼마 없었다.그는 차
차우미는 현장의 배치 문제에 관해 토론했다. 어떤 곳이 배치가 타당하지 않아 재차 수정이 필요해 보였다.하성우는 차우미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하성우가 그녀를 바라보다가 황급히 눈을 돌렸다.입을 오므린 채 웃는 듯한 하성우의 모습에 차우미가 눈살을 찌푸렸다.하성우가 이상해 보였다.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차우미는 별생각이 없었다.일이 끝난 뒤 왜 그러는지 물어보기로 했다.시간이 흘러 5시가 되어서야 일이 끝났다.배치 문제에 관해서도 모두 토론한 뒤 다시 조정했다.하성우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5시인데 다 같이 식사하고 휴식하시죠. 내일부터 다음 단계로 넘어가요."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라탔다.차우미가 하성우의 곁에서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하성우는 의외가 아니라는 듯 다른 사람들과 간단히 말을 나눈 뒤 그녀에게 다가왔다. "형수 왜 그래?"하성우가 만면에 미소를 띠며 다가와 물었다.하성우는 재밌는 일을 기다리는 것처럼 흥분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차우미가 하성우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일 있어?""어?"하성우가 눈을 깜빡이며 일부러 더 놀란 듯 물었다. "일이라니? 무슨 일?""나 아무 일도 없는데, 형수는 무슨 일 있어?"차우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하성우가 재빨리 말했다. "형수 무슨 일 있으면 말해."하성우가 계속해서 말했다. "친구분은 어디 계셔? 와서 같이 저녁 먹으라 해."차우미는 하성우의 모습이 수상했다.그래서 다시 묻기도 어려웠다."아니야, 저녁에 같이 밥 먹기로 했어. 나 빼고 가서 먹어. 난 친구랑 밥 먹고 회성 구경 좀 하고 들어갈 거야."하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성분이 이런 아저씨들과 저녁 하는 것보다는 둘이 가서 먹고 노는 게 훨씬 좋지.""형수 말대로 해, 가서 재밌게 놀아."차우미가 당황한 것 같았다.온이샘을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하성우의 모습에 당황했다.하성우가 말을 마치자 차우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아무것도 모르는 다는
[안 바빠?]이런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여가현 뿐이다.차우미가 미소 지었다.여가현이 워낙 바빴던 탓에 영통이나 전화를 하기 어려웠다.차우미는 그녀가 바쁘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 갑자기 그녀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내기 어려운 사람이기에.차우미가 그녀에게 답장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온 소식을 알렸다.다섯 시가 되자 온이샘이 그녀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나 도착했으니까 천천히 와. 안 급해.]차우미가 답장을 하던 찰나 여가현이 전화를 걸었다.스크린에 찍힌 여가현의 이름에 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요즘 너무 바빴지?"여가현이 서류 넘기는 소리가 휴대폰으로 들려왔다.차우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아무리 바빠 봤자 너보다 바쁠까.""그건 그래.""넌 나랑 차원이 다르게 바쁘잖아. 네 능력은 우리보다 훨씬 대단한걸." "지금 와서 하는 말인데, 난 애초에 길을 잘못 들어섰어. 이럴 줄 알았으면 너희 아버지한테 목각 디자인을 배웠어야 했어. 이렇게 죽을 고생 할 줄 몰랐다니까."여가현이 하소연하듯 말했다.차우미도 여가현이 장난으로 꺼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가현은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목각을 할 수 있는 인내심이 부족했다.감상하는 거면 몰라도 직접 만들라고 하면 못한다.차우미가 바깥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녁 먹고 일해.""먹으면서 일해도 되고."차우미는 여가현이 끼니도 거르고 일을 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응, 이것만 끝내고 먹을거야.""참, 넌 어때? 선배 도착했어?"차우미가 살짝 놀랐다. "선배 회성 온 거 너도 알고 있었어?""당연하지!""며칠 전에 선배랑 통화했거든. 선배가 너보러 회성간다고 하더라. 마침 네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전화했어. 선배 회성 갔지?"여가현은 항상 차우미를 자기보다 더 관심했다."응, 왔어. 오늘 점심에."전화 너머로 여가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둘이 같이 있어?"창밖의 건축물을 볼 때쯤
차우미가 다시 시선을 옮겼다. "왜 그래?""그 쓰레기 안 왔지?"차우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여가현의 입에서 나온 쓰레기는 분명 나상준이다.차우미가 난감한 듯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아팠다."가현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그 사람 좋은 사람이야.""이 미친! 너 설마 그 자식한테 마음 있어?"차우미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차우미는 그녀가 아무리 여가현에게 나상준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우미야, 너 그놈 얼굴에 속지 마!""그놈은 꽃 같은 얼굴로 뒤에서 무슨 짓 할 줄 모른다고!""선배처럼 얼굴 청초하고 맑은 사람이 훨씬 좋아! 나쁜 구석이 없어서 너한테 좋은 영향만 끼친다고!"점점 터무니없는 말을 해대는 여가현 때문에 차우미가 황급히 말을 끊었다. "알았어, 네 말이 맞아.""그러니까 빨리 가서 밥부터 먹어. 나 거의 도착해.""도착했어?""응,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래, 그래. 선배랑 얼른 결혼해서 건강한 애나 낳아! 내가 잘 키워줄게!""내 말 들어!""그래, 네 말 들을게."어쩔 수 없이 여가현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는 차우미다.곧 전화가 끊겼고 차우미는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녀는 여가현에게 나상준에 관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 차우미는 휴대폰을 넣고 점점 가까워지는 옛 성벽을 바라보았다.온이샘의 기럭지가 워낙 훤칠해서인지, 차우미의 눈이 좋아서 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한눈에 온이샘을 알아봤다. 그는 밝은 셔츠와 편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입구에 서 있었다. 우뚝하게 솟은 몸이 아우라가 남달랐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여가현이 한 말이 떠올랐다.그녀에게 좋은 영향만 주는 사람이다.운전기사는 백미러의 차우미를 힐끗 쳐다보았다. 차우미가 휴대폰을 꺼내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보고 그제야 시선을 돌려 전방을 보았다.차우미가 운전기사에게 말했
온이샘은 차우미가 무엇을 타고 오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오가는 차량을 주시했다.차우미가 온이샘에게 문자를 보냈다.온이샘이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확인했다.[선배, 곧 도착해.][그래.]차우미가 휴대폰을 내리고 미소 짓는 온이샘을 바라보며 따라 웃었다.여가현이 한 말을 그녀도 이해되었다.이미 결혼 경험이 있는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다.온이샘의 조건은 확실히 훌륭했다.그녀도 알고 있다.차가 온이샘의 앞에 멈춰 섰다.그는 차우미가 택시를 타고 올 줄 알았다.순간, 온이샘이 긴장했다.차우미가 가방을 챙겨 들고 말했다. "걱정 말고 가요."말을 마친 그녀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선배."차우미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평소와 같았다.온이샘이 안심하며 물었다. "일 끝났어?""응.""그럼... 우리 들어갈까?"온이샘이 옛 성벽을 가리키며 물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두 사람이 멀어지자 운전기사가 차를 멈추었다.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운전기사가 하성우에게 연락했다.한편, 하성우는 사람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하성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는 직원에게 사람들을 부탁한 뒤 밖으로 나갔다.직원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을 데리고 걸음을 옮겼다.모두가 들어가고 나서야 하성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도련님, 사모님께서 저더러 그만 돌아가라고 합니다."하성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다. "차 어디에 세웠어?""옛 성벽 입구에 세웠습니다. 사모님은 낮에 봤던 그분과 함께 들어가셨습니다."운전기사의 말에 하성우가 웃음을 터트렸다."됐어, 그만 따라가고 가서 볼일 봐.""네."전화가 끊기자 하성우는 양훈에게 다시 연락했다.양훈은 분명 온이샘에 관해 조사를 마쳤을 것이다.곧 전화가 연결되었다.하성우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그들은 명문가의 도련님이다. 평소 하는 일 없이 노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