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빈은 자기 뜻대로 되니 속으로 아주 기뻤다.고다정의 감정은 치솟았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질 때까지 그녀는 혀끝을 깨물고 모든 감정을 참았다.다정의 날카로운 눈빛은 다빈을 쏘아붙였다.그리고 다정의 목소리는 뼈에 사무치는 싸늘함이 배어 있었다.“그래? 그럼 내가 네 친절과 너와 자매임에 감사해야 하는 거야? 안타깝지만, 우리 엄마는 나 하나만 낳았지, 여동생 같은 건 낳은 적이 없어. 첩 자식 주제에 나랑 친한 척하지 마.”그녀의 말은 무척 날카로웠고, 다빈의 배경을 직접적으로 비꼬았다.이 말이 나오자 심여진과 다빈의 표정이 바뀌고, 고경영의 표정도 어두워졌다.여론의 방향도 그들을 향해 불타올랐다.“고경영이 바람을 피워서 심여진과 만났고, 그 사이에서 둘째 딸이 생긴 거잖아.”누군가가 작게 속삭인 말이 많은 야유를 불러일으켰다.“그런 줄은 몰랐어. 고 회장은 굉장히 가정적으로 보였는데,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심 여사도 우아해 보였는데, 불륜녀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그들이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었고 심여진과 다빈은 날카로운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결혼식이 이렇게 엉망으로 되자, 진시목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다정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축하는 하지 못하더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 지난 몇 년 동안 다빈이는 줄곧 네 걱정만 했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니?”그의 말은 분명 다정을 비난하며 다빈을 보호하고 있었다.고다정은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그따위 관심에 신경 쓸 거 같아? 고다빈은 나를 걱정한다고 했지만, 이틀 전에 직접 날 찾아와 우리 외할머니를 밀쳐 병원에 입원시켰어, 근데 지금도 여기서 위선 떨고 있다니. 역시 연예계 스타네, 여우주연상은 받았지? 혹시 못 받았다면 내가 상을 줘야겠는걸.”그녀는 쯧쯧 소리를 내며 비웃었다.이 말에 모든 사람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또 주위에는 기자들이 있었는데, 다빈이 다정의 할머니를 밀쳤다는
이때, 고다정은 이 역겨운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그런 거라면 고경영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오기를 바란 것도 당연했다.알고 보니 그녀를 임 씨 집안에 팔아넘기기 위한 것이었다!어쨌든 오늘 밤, 그녀는 이미 사람들에게 충분한 조롱거리가 됐다.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개의치 않았다. 다정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었다.다정은 머리를 쓸어 올리고는 웃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6년 전, 당신들이 날 쫓아냈으면서, 이제 와서 다른 집안과 약혼시킨다고요? 저기요, 고 회장님이 무슨 자격으로 제 약혼에 간섭하시는 거예요?”다정은 고경영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눈썹을 치켜올린 채 임성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임 회장님, 제가 더 이상 고 씨 집안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6년 전에 전 이미 지위도 명예도 다 잃었어요. 그런데 아들에게 시집가라니, 참, 대단하시네요!”다정의 눈빛은 순간 예리해지더니 무척 날카로워졌다.그녀는 오히려 오늘 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릴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임성은 침을 삼키며 그녀의 기세에 눌려 뒤로 물러났다.그는 그녀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다.임성은 한평생 사업으로 바쁘게 살아왔지만, 그는 오늘 어린 계집애한테 겁을 먹었다.고경영은 한참 지나서야 화가 나 반응했다.‘감히 공개적으로 그를 모욕해? 정말 버르장머리가 없구나!’그는 화가 극에 달하여 그 자리에서 다정의 코를 향해 삿대질하며 노발대발했다.“넌 아직도 그렇게 말할 낯짝이 있니? 그때 그런 창피한 일을 저질렀는데도 임 씨 집안에서 너를 원하는 것은 네가 감사해해야 할 일이야! 네가 뭐라도 된 줄 아는데, 아무리 내가 쫓아냈다고 하더라도 넌 뼛속까지 같은 피가 흐르는 나 고경영의 핏줄이야!” 고경영은 그녀를 노려보며 숨을 거칠게 쉬었다.심여진은 이 상황을 보고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여보, 아이가 철이 없는 거니 더 이상 따지지 마요.”그리고 그녀는 고다정을 바라보더니 이어서 말했다.“그래,
고경영은 그녀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그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못난 자식!”그는 다가가서 손을 들어 고다정의 얼굴을 때리려 했다.온몸의 힘을 담은 손바닥이 곧 그녀의 얼굴에 떨어지려 했고, 모두가 숨을 죽였다.이는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아도 그녀의 작은 얼굴은 오랫동안 부어있을 게 뻔했다.바로 이때, 누군가 고경영의 손목을 잡았다.그의 손목이 큰 손에 꽉 잡혀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 사람은 바로 여준재였다.검은색 양복에 훤칠한 몸매, 그렇게 서 있으니, 귀티가 물씬 풍겼다.모두 그를 보고 무척 의아해했다.‘누구야?’고경영은 화가 난 상태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보았는데 본 적 없는 청년이었다.‘누구 집 자식이야?’‘감히 나 고 회장을 건드리다니!’그는 즉시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왜 날 막는 거야?”여준재는 그를 바라보며 목소리가 너무 차가운 나머지 곧 얼어붙을 것 같았다.“오늘 큰 행사가 있다고 했는데, 진 씨 집안은 이런 모습을 보라고 절 여기로 초대한 겁니까?”그렇게 말한 준재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고경영의 손을 뿌리쳤다.그리고 그는 구남준이 건네준 손수건을 받아 손을 닦았다.고경영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비틀거렸다.그는 아직 똑바로 서지도 않았는데, 진동진이 흥분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고 말투는 공손했다.“여 대표님, 오셨습니까?”이 말이 나오자, 현장은 놀랐다.[여 대표?][여 대표라니. 설마 여 씨 집안사람인 거야?]현장의 많은 사람들이 소곤소곤 의논했다.[진 씨 집안이 여 씨 집안을 결혼식에 초청했다는 것을 들었는데 난 거짓말인 줄 알았어. 근데 진짜라니. 그것도 심지어 YS 그룹의 대표 이사, 여준재라니!]현장에는 많은 재벌 집 아가씨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그녀들은 여준재의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보며 약속이나 한 듯이 얼굴을 붉혔다.[역시 여 대표는 정말 잘생겼어!][맞아, YS그룹 대표가 잘생기고 고귀하다는 말을 오랫동안 들어왔지만, 정말 그럴 줄은 몰랐
진동진도 분명히 매우 당황했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못했다.그는 겸연쩍게 손을 거두었고 말투는 여전히 공손했다.“여 대표님, 좀 늦게 오셨군요. 하지만 제가 자리를 예약해 뒀으니, 괜찮으시면 자리에 앉으시죠.”그는 허리를 굽히고 손을 받쳐 여준재를 손님석으로 인도했다.주최자임을 과시하면서도 자신의 난처함을 덜었다.그는 여 대표님이 앉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생각지도 못할 때, 여준재가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는 깔끔해서 무척 듣기 좋았다.“필요 없습니다. 전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게 아니라, 누군가를 데려가기 위해 온 거니까요. 근데 한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모습을 보다니, 참 시원시원하시네요.”모두가 잠시 놀랐고,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다정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그녀 앞에 다가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다정도 어리둥절했고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준재의 목소리가 들렸다.“제가 돌아오면 찾아온다면서요? 왜 여기에 계신 겁니까? 제가 직접 당신을 데려갈 수밖에 없잖아요.”그의 목소리는 꿀처럼 부드러웠고 감미로웠다.준재는 그윽한 눈빛으로 다정을 바라보았다.준재는 손을 들어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그의 손길은 마치 신사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웠다.그들의 거리는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다정은 준재에게서 나는 시원한 향을 맡았다. 그들의 숨결이 어우러져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했다.그녀는 멈칫하더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갑자기 나에게 왜 이러시는 거야?’하객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준재의 반응을 보면, 그와 다정의 사이는 보통 관계가 아닌 게 분명했다! “맙소사, 고 씨 집안 큰딸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야? 진 씨네 도련님 진시목도 원래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고 임 씨 집안 도련님도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마당에 지금은 여준재 대표님조차 그녀를 좋아하다니!”사람들 속에는 충격적인 상황에 감탄하는 사람도 있었다.세가의 젊은 아가씨는 다정의 아름다운 얼굴을 씁쓸한
고다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경영을 바라보며 분노를 드러냈다.이 말이 나오자, 고경영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이 사실이 만약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면 그가 딸을 팔아먹었다는 게 들통날 게 뻔했다!이런 양심 없는 짓을 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고 씨 집안은 상류 사회에 발도 못 들일 것이다.주변 사람들도 난리가 났다!그들은 모두 다 고경영을 바라보며 의심을 품었다.‘설마 구 비서님이 한 말이 사실인 거야?’고다빈과 심여진의 얼굴은 많이 어두워졌다.다빈은 심장이 두근거렸고 손바닥은 온통 땀투성이였다. 그녀는 표정 관리도 되지 않았다.심여진은 딸과 눈을 마주치더니 서로의 눈빛에서 초조함을 느꼈다.이 일은 절대로 공개되어서는 안 됐다.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기자들이 반드시 이 일을 보도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고 씨 집안의 명성은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특히 다빈은 공인으로서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게 뻔했다. 그때가 되면,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 일에 연루되어 연예계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었다.‘찰칵’하는 소리에 다빈은 자기도 모르게 불안해했다.현재 상황에서 그녀는 기자들을 몰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원한의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고다정은 어째서 여 씨 집안사람과 연결된 거야?’‘게다가 여 대표님은 또 어떻게 된 일이야? 분명 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 같은데, 오히려 우리 가족의 체면을 구기고 있잖아!’그녀는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현 상황에서는 고 씨 집안의 누명을 벗겨 줄 사람을 찾아야 했다.여론은 그때 가서 돈으로 막으면 됐다.시목은 깜짝 놀라 의아함이 가득 찬 눈으로 다빈을 바라봤다.그녀는 재빨리 그에게 윙크했다.시목은 자연스럽게 남준에게 말을 걸었다.“구 비서님, 제가 보기엔 비서님과 다른 분들이 저희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일은 구 비서님께서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임 씨 집안 도련님은 말도 안 되는 소란을 피웠지만 지금은
여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우아하게 손을 내밀어 그녀가 뻗은 손을 잡았는데 부드럽고 섬세했다.그들은 함께 구남준을 따라 문 쪽으로 걸어갔다.계획이 실패한 것을 본 고다빈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서 그들의 길을 막았다.다빈은 당당하게 준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여 대표님, 당신이 제 언니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언니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으시네요. 정말 다행이에요.”마지막 몇 글자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말에는 뼈가 있었다.다빈은 더러운 과거가 있는 자신의 애인을 신경 쓰지 않을 남자친구는 없다고 믿었다.다정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멈춰 섰다.다정은 싸늘하게 웃었다. 이 말은 얼핏 들으면 자신을 배려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녀를 비꼬는 것이었다.다빈은 여전히 다정을 매장하려 했다.‘고다빈은 왜 이렇게 날 싫어하는 거야?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봐야 속이 후련한 거야?’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다빈을 바라보던 다정은 그녀를 비웃었다.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준재가 멈춰서서 말했다.“다정 씨가 어떤 사람인지 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아까부터 다정 시의 과거를 들먹이는 겁니까? 모두가 그녀에게 삿대질하고 뻔뻔하다며 욕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군요!”그는 헛웃음을 치며 계속 말했다.“이런 관심은 저도 처음 보는군요. 참 대단합니다!”준재의 표정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그는 비즈니스를 해오며 별의별 사람들을 상대해 왔다.하지만 저 여자는 누구인지, 본 적도 없었다.가족 간의 다툼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 가식적인 여자는 정말 역겨웠다.그의 말을 들은 다빈은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준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하객들도 바보는 아니다. 점차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선동된 것 같았다.다빈은 눈시울을 붉히며 불쌍한 척했다.“아니에요, 전 정말 언니를 걱정하고 있는걸요.”그
임 회장의 말은 가시처럼 고 씨 집안사람들에게 파고들었다.고경영은 자기 딸을 팔아먹은 게 확실했다!심여진과 고다빈 심지어 진시목도 이 일에 연루되어 벗어날 수 없었다.현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심여진은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고경영의 안색은 잿빛으로 변해 가만히 서 있었다.오늘 일어난 일은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다빈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진 씨 집안사람들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다빈과 시목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결혼식 뒤풀이는 그렇게 끝났고, 고 씨 집안의 일은 이미 동네에 소문이 좍 퍼져있었다.고 씨 집안과 진 씨 집안은 밤늦게까지 바삐 전화하고 있었다.고경영, 심여진 그리고 진시목은 명단에 적힌 기자들에게 즉시 전화를 돌렸다.“시목아,우리 다빈을 위해 이렇게 애써줘서 고마워. 오늘 밤 일은 절대로 퍼지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다빈이의 명성이 무너질 거야!”심여진은 시목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속으로는 매우 불안했다.시목은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모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다빈은 소파에 앉아 운 탓에 눈이 부어있었다.진동진과 유이단은 집으로 돌아와 고경영과 그의 아내를 비난했다.“고 회장이랑 심 여사는 오늘 왜 그렇게 일을 크게 벌인 거야? 그 부부 때문에 우리도 당황하고 여 대표한테 미움까지 샀잖아!”진동진은 침대에 걸터앉아 매우 화를 냈다.“행복해야 할 결혼식이 엉망이 됐잖아!”그는 이 기회를 통해 인맥을 넓히려 했지만, 모든 것이 엉망으로 돌아갔다.고경영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고 씨 집안의 계략에 오히려 진 씨 집안이 연루되었다.사실 고경영도 그에게 버려진 다정이 어떻게 여 씨 집안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한편, 다정은 결혼식장에서 나온 뒤, 줄곧 침묵을 지켰다.준재의 차에 타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입을 열어 감사를 표했다.“여 대표님, 오늘 도와주셔서
고다정은 우울해하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확실히 그런 거 같네요.”‘나만 아니었어도 우리 엄마는 죽지 않았을 거야.’준재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다정은 준재가 아직 곁에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버리고 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마워요.”준재는 눈썹을 찌푸렸다.“왜 또 고맙다고 하세요, 제가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요.”다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준재는 정말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준재가 정말 그곳에 있을 줄도 몰랐고, 게다가 준재는 다정을 도와줬지 않은가?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졌다.“여 대표님, 정말 절 찾으러 결혼식에 가신 건 아니죠?”다정의 눈은 마치 작은 여우처럼 교활함이 보였다.준재는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우아하고 포근한 향기를 맡고 약간 혼미했다‘정말 좋은 향이야…….’그는 정신을 차린 뒤,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결혼식에 초대받은 상황이었고, 우연히 고 선생님과 마주쳐서……, 그래서 도와드린 거예요.”준재는 말을 하다 순간 잘못됨을 감지하고 멈칫했다.다정은 그가 안 좋은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다.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비웃었다.‘왜 또 이런 일에 신경을 쓰는 거야?’“저를 도와주시면 안 됐어요. 오늘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지위가 높은 사람들인걸요. 기자들도 있었으니, 이 일은 분명 퍼지고 말 거예요. 여 대표님께도 분명 영향을 끼칠 거고요.”다정의 목소리는 맑고 감미로워 성숙미가 돋보였다.준재의 눈은 불타고 있었고, 그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준재는 입을 열었지만 이내 말을 삼켰다. 그는 다시 입을 열며 이렇게 말했다.“그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든 전 상관없어요.”준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그의 귀여운 행동을 본 다정은 피식 웃었다.이내 그는 잠시 멈칫했다.방금 준재는 사실 다정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