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재는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말했다.“너희 엄마가 나를 치료해 주었고…… 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장난감을 선물한 것도 고마움의 표시야. 그러니까 받아도 돼.”하준은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레고를 절대 받지 않겠다고 했다.여준재는 마음속으로 꼬맹이가 남의 걸 탐내지도 않고 예의도 바른 것이 참으로 기특하다고 생각했다.‘고다정 이 여자, 애들 교육을 참 잘했네. 젊은 여자가 대단해.’구남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참으로 잘 가르쳤구나. 착하네.”남준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는 처음 봤다.하지만 칭찬이라고 한 말에 하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아빠 없어요. 엄마와 외증조할머니만 있어요.”목소리가 씁쓸함을 띠고 있는 게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여준재와 구남준은 순간 자신들이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했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다.그나저나 집에 들어오고부터 애 아빠는 보이지 않았다.앞에 다정과 두 번 만났을 때도 그녀는 늘 혼자였다.추측해 보면 아마도 이혼했을 것이다.“꼬마야, 미안해. 아저씨가 몰랐어…….”구남준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남준은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비록 한부모 가정이지만, 애들이 참으로 예의 바르게 잘 컸다.오히려 하준이 씩씩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이미 익숙한걸요. 비록 저는 아빠가 없지만, 멋진 사내대장부가 되어 우리 가족들을 지킬 거예요.”그의 말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눈빛에 확고함이 담겨 있었다.‘난 이 집안에서 유일한 남자야. 앞으로도 내가 외증조할머니, 엄마, 여동생을 지켜야 해.’여준재와 구남준은 말없이 하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꼬마 아이가 이렇게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니.’하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혼자 잘 놀고 있었다. 비록 방안은 적막감이 감돌았지만.한편 다정과 하윤은 약방에 도착했다.이른바 ‘약방’이라 함은 바로 그들이 거주하는 주택단지 아래층에 있는 작은 창고를 말하는 거였다. 거기에 다정이 재배한 다양
구남준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부르는 게 값이구만.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격을…….’‘약 두 봉지에, 500만 원이라니? 너무 비싸잖아!’“500만 원짜리 한약이 어디 있어요? 게다가, 교통사고 합의금에서 까기로 했잖아요, 왜 우리더러 돈을 지불하라고 해요?”구남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가 너무한다고 생각했다.‘혹시 도련님이 돈 많은 걸 알고 돈을 뜯어내려는 잔꾀를 부리는 게 아니야?’ 구남준은 의심이 갔다.다정은 당찬 눈빛으로 그를 올려보았다.“보통 약재는 별로 비싸지 않아요. 하지만 이 안에 한 가지 약이 더 들어가 있어요. 진귀한 약재예요. 내 손에도 총 세 뿌리밖에 없어요. 천만금을 줘도 구하기 힘든 약재라고요. 이 약이야말로 당신 도련님의 병세를 해결하는 주재료라고요.”그녀가 재배한 이 약은 원래부터 값싼 약이 아니었다.신수노인와 거래할 때도 이 가격이었다.‘장사를 시작한 이래로 한 번도 누군가를 속인 적 없이 양심적으로 임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돈 많은 재벌들에게 의심받다니?’지난번의 합의 결과를 생각해 본 다정은 덧붙여 말했다.“교통사고 합의금은 치료비로 상쇄하고, 약값은 따로 계산합니다. 처음부터 약속된 건데요.”그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약값의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그들도 찬성했었다.화가 난 구남준이 이는 분명 바가지를 씌우는 거라고 말을 뱉으려는 순간에 준재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줘!”자기 집 도련님이 주라고 말씀하셨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이체해 주면서도 말투는 비아냥거렸다.“이렇게나 돈을 잘 버시는데 어떻게 돈이 부족할 수 있죠? 제가 봤을 때는 곧 재벌이 될 거 같은데요…….”탐욕스럽다는 비아냥을 듣고도, 다정은 개의치 않고 입을 삐죽거렸다.“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거…… 희귀 약재예요, 얼마나 재배하기 어려운데요? 나한테 그 약재가 많았더라면 치료비로 접촉 사고 합의금 1,000만 원을 충당하지는 않았겠죠.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정성 들여
구남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준재는 병을 앓은 지 오래되었다.그의 고통을 덜어줄 명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안타깝게도 매번 기대를 잔뜩 안고 찾아 나섰다가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그런데 지금 이런 사람이 나타나다니? 그것도 이렇게 젊은 여자라…… 정말 믿기지 않았다.그 교통사고도 어찌 보면 우연이 아니었다.이때 여준재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이번에 해외에 나가면 레고 세트를 몇 개 사서 쌍둥이들에게 선물해 줘.”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도련님은 왜 갑자기, 그 꼬마들한테 이렇게 신경 쓰시는 거지?’그는 떠보듯 물었다.“도련님, 그 쌍둥이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준재는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그의 잔잔한 눈동자에서 그 어떤 기분도 읽을 수 없었다.“왠지 모르게…… 그 녀석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져.”그도 자신이 왜 꼬맹이의 말을 마음속에 두고 있는지 의아했다.레고가 없어서 실망한 그 꼬마의 눈빛이 그의 마음속에 새겨져 줄곧 떨쳐낼 수가 없었다.‘나와 그들, 분명 어떤 인연이 있을 것이야.’구남준은 별생각 없이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그 두 아이가 너무 귀엽고, 똑똑해서 그럴 거예요.”그는 조금도 의아하지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도 두 꼬맹이는 너무 사랑스러웠으니까.“나는 그 아이들이 한부모 가정일 거란 상상도 못 했어.”이 정도까지 말하자 구남준은 순간 자신이 일찍이 고다정의 뒷조사를 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 너무 바쁜 나머지 자료를 찾아보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태블릿을 꺼내 그녀의 자료를 보던 구남준은 깜짝 놀랐다.“도련님, 다정 씨가 바로 5년 전, 그 떠들썩한 고 씨 집안의 큰 아씨입니다!”‘얘가?’여준재는 눈살을 찌푸리고 뒤돌아보며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지?”‘고 씨 집안 아씨라?’ 들은 것 같지만 별로 기억나지 않았다.구남준은 설명을 덧붙였다.“고다정 씨는 원래 진 씨네 도련님 진시목과 커플이었는데, 결혼하기 전날 밤 술자리에서
고경영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일었다.그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네 돌아가신 엄마의 목걸이가 나한테 있어. 내가 알기로는 그건 네 엄마 혼수였는데…….”다정은 의심스러웠다. 아버지가 자꾸 오라고 하는 것에는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고경영이 갑자기 자신에게 집에 오라고 하는 것은 틀림없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 텐데…….‘목걸이? 본인이 지어내서 날 속이려는 거 아냐?’“그걸 내가 어떻게 믿죠?”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꽉 쥐고 물었다.“정 못 믿겠으면 네 외할머니한테 가서 물어보거라. 외할머니가 알려주실 거야. 청첩장은 이미 보내뒀다.”고경영은 음침한 표정을 짓고, 눈에는 승리의 빛이 반짝였다.다정은 전화를 끊고, 강말숙의 침실로 달려갔다.강말숙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손바느질하고 있었다.“외할머니,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다정은 문을 밀고 들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강말숙은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뭔데 그러니? 물어봐.”심각한 다정의 표정을 보니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고경영이 말하기를, 엄마가 시집올 때 혼수로 장만한 목걸이 하나가 있다면서 저더러 가지러 오래요…… 혹시 정말 그런 목걸이가 있나요?”강말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목걸이가 하나 있긴 했지. 내가 젊었을 때 너의 외할아버지께서 내게 사준 선물이야. 그걸 너희 엄마가 시집갈 때 줬단다.”이 말을 하던 강말숙의 얼굴에는 그리움이 일었다.“언제 가지러 오라던?”다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다음 주 수요일, 고다빈과 진시목의 결혼식 당일에요…….”강말숙의 눈에 경계의 눈빛이 비쳤다.“아마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닐 거다. 너희 엄마가 돌아가신 지 벌써 몇 년째인데 이제야 이 얘기를 꺼내다니…… 지금에 와서 그걸 미끼로 너를 결혼식에 부르려는 속셈인 거 같은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가지 않는 게 좋겠어. 그 집안 인간들이 너를 어찌할까 봐 두렵구나.”예식장에서 모욕당할 게 뻔했다.다정은 고개를 저었다
“짐 싸. 서류 결재 끝나면 공항으로 가자.”지시를 듣고 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한 번 보았다. 시간이 아직 일렀다.“도련님, 귀국 후 빠른 시간 내에 고다정 씨를 찾아가 침을 맞도록 하죠.”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좋을듯했다.그들은 공항으로 달려가 귀국길에 올랐다.비행기에서 내리자, 관자놀이가 지근지근 아파졌다. 여준재는 손을 뻗어 관자놀이를 힘껏 문질렀다.십여 시간의 비행으로 매우 피곤했다.공항을 나서자, 여 씨네 운전기사가 이미 대기 중이었다.운전기사는 준재를 보고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도련님, 회장님께서 오늘 저녁 8시에 GS그룹 진시목의 결혼식에 다녀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구남준은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손목시계를 한 번 보았다.“8시? 지금 벌써 6시인데…… 그럼, 지금 바로 가라는 건가요? 대표님께서 일주일 내내 출장 마치고 지금 귀국하셨는데…… 휴식이 필요합니다.”준재의 몸이 버텨내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지금 상황에서 급선무는 고다정에게 연락하여 치료받는 것이었다.운전기사는 약간 난처한 기색을 하며, 준재의 뜻을 살폈다.준재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가지, 시간 지체하지 말고!”구남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는 결혼식장으로 향했다.이때 블루웰 호텔, 4층 연회장에 손님들이 운집했다.그중에는 상류층 사업가도 있고, 화려한 스타도 있었다.오늘 진 씨네 도련님과 고 씨네 아가씨가 여기서 결혼식을 진행할 예정이다.JS그룹과 GS그룹 이 두 그룹이 사돈을 맺는 것은 성대한 일이다.예식홀은 낭만적이고, 럭셔리하게 꾸며졌다.바닥은 화려한 한백옥 대리석을 사용했고, 사방에는 붉은 비단이 가득 걸려 있으며 크리스털 샹들리에는 눈부시도록 빛을 반짝이고 있다.홀, 거대한 스크린에는 구다빈과 진시목이 찍은 쇼츠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화려한 옷차림을 한 고경영과 심여진, 그리고 신랑인 진시목과 그의 부모인 진동진과 유이단이 입구에 서서 얼굴에 미소를 띠
고다빈이 장미, 소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직원이 다가와 문을 두드리며 그들에게 말했다.“신부님, 곧 결혼식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조금 있으면 신부 입장이에요.”다빈은 고개를 끄덕였고 장미는 그런 그녀를 대신해 면사포를 씌워줬다. 소유는 그녀의 뒤에서 웨딩드레스를 정리했다.한편, 고다정은 막 택시에서 내려 고개를 들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호텔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정장도 아닌 평범한 녹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모두가 차려입고 참석했지만, 다정은 아주 캐주얼했다.다정은 청첩장을 손에 쥐고 깊은숨을 들이마신 후, 그녀 스스로에게 말했다.“그래, 엄마의 유품만 챙기고 바로 나오는 거야.”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위층 연회장으로 올라갔다.결혼 행진곡이 연회장에서 은은하게 들려왔다.다빈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채 회전계단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승리자의 기쁨과 함께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환한 미소는 다정의 시선을 사로잡아 반감을 불러일으켰다.“신부가 나왔어요!”‘찰칵’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며 플래시는 거의 사람의 눈을 멀게 할 만큼 반짝였다.계단 입구에는 고귀한 턱시도를 입은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가 서서 다빈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마치 백마 탄 왕자가 공주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윽하고 경건했다.다빈은 계단 아래에 다다르자 우아하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오늘의 새 신랑, 신부는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걸었다.다정은 이 장면을 바라보며 수년 전, 다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며 다짐한 그 남자를 떠올렸다.“다정아, 난 네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갈 거야. 우리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 하자.” 그 결과, 그는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있었다.다정은 역겹고 우스웠다.‘그때의 난 왜 그런 말을 철석같이 믿었을까? 정말 바보 같아.’하지만 다행히 지금 그녀의 마음속엔 아무런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다!“오늘 다빈 씨는 정말 아름다워요. JS그룹 도
아직도 고경영은 고다정을 보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아직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고경영은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있었고 지금은 자기 딸의 결혼식이었다.만약 성급하게 떠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것이다.심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결혼식장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아마도 이 도시 역사상 이렇게 큰 규모의 결혼식은 흔치 않을 거야.’오늘 밤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우리 딸은 성공한 스타이고, 우리 사위도 이렇게 훌륭하니 말이야.’게다가 축하하러 온 하객들 모두 유명한 인물들이었다.그녀는 세어 봤을 때, 여 씨 집안을 제외한 모든 세가가 참석했었다.‘여 씨 집안?’심여진은 멈칫했다.‘방금 진시목이 이미 여 씨 집안에 청첩장을 보냈다고 했어.’‘여 씨 집안이 우리의 체면을 세워줄지도 몰라.’고경영도 이 점을 생각하고 옆에 앉아 있던 진동진에게 물었다.“사돈, 오늘 여 씨 집안도 옵니까?”진동진은 웃으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여 씨 집안 쪽에서 온다고 했으니 반드시 누구라도 올 거예요. 누가 오든, 우리에겐 큰 자랑이죠! 제가 이미 입구에 있는 사람에게 잘 지켜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오면 가장 먼저 보고할 거예요!”고경영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어쩔 바를 몰랐다.“그래요? 그럼, 정말 잘 됐군요!”여 씨 집안은 이 도시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세가다.진 씨 집안과 고 씨 집안은 모두 이 기회를 빌려 여 씨 집안과 연을 맺고 싶었다.그럼, 그 집안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여 씨 집안도 결코 아무나 넘볼 수 있는 집안이 아니었다.심여진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이건 정말 우리 두 집안의 큰 경사네요! 역시 여 씨 집안은 세가답게 예의를 지키며 우리를 축하하러 오는군요.”그녀는 점점 더 기세등등해졌다.이제 여 씨 집안도 그녀의 가족들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그녀는 눈 밑에 음흉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고다정, 네가 다빈이랑 겨룰 수 있을 것 같아?’
고경영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너무 바쁜 나머지 전화하는 것을 잊어버렸다.그는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지금 전화해 볼게요. 임 회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그는 잠시 자리를 떠나 급히 고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정은 멀리서 이 상황을 보고 비웃었다.‘난 단지 어머니의 유품을 가져오기 위해 왔을 뿐이야.’‘그것만 찾는다면, 더 이상 여기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그래서 다정은 고경영의 앞으로 걸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전화할 필요 없어요.”고경영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불쾌한 말투로 질문했다.“너는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그리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 꼴은 또 뭐야? 오늘이 무슨 날인데 내 체면을 구기는 거야?”말을 마치자, 그는 눈까지 부라렸다.잠시 후, 임 회장이 본다면 고 씨 집안을 얼마나 무시할지 모른다.‘변변한 옷도 없이 거지처럼 입고 오다니.’‘다행히 임 씨 집안의 그 녀석도 그리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어쨌든 임 씨 집안은 다정을 원하지 않을 리 없어.’자신을 무시하는 말투를 들은 다정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사람이 바로 내 친아버지라니.’그녀는 즉시 싸늘하게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제가 정말로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전 우리 엄마의 유품을 가져가기 위해 온 거예요. 물건만 챙기고 바로 갈 거니까 굳이 꾸미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잖아요.”‘내 모든 걸 빼앗은 악랄한 고다빈 부부를 축복하라고?’‘꿈 깨.’고다정은 손을 내밀어 귀찮다는 듯 말했다.“당장 내놔요!”고경영은 차가운 얼굴로 뒷짐을 지고 물건을 가지고 올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뭐가 그리 급해? 내가 널 부른 것은 단지, 너에게 물건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 역시 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그녀는 냉담하게 말했다.“그럼, 무엇을 위해서죠?”그가 어떤 목적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