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가 그의 손을 잡고는 허리를 숙이더니 ‘쉿’ 표정을 지었다.찬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얘기하면 안 되는 거예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우리 그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면 돼. 소리를 내지 말자고.”찬이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이슬 이모가 오늘 정말 예쁘네요.”송연아도 스테이지 위에 선 안이슬을 보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그렇다, 오늘의 안이슬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신부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녀는 그렇게 아름답고 매력적일 수 없었다....결혼식장은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졌고 세련된 꽃과 조명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하객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꽃들이 놓여 있었는데 화사한 색채를 뽐내며 결혼식에 생기를 더했다.안이슬은 꽃송이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심재경에게 다가갔다.주위의 소리와 공기는 모두 차단되듯이 심재경은 오직 그녀만 보였다.심재경이 손을 내밀자 안이슬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와 손을 맞잡았다.박수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의 축복도 끊이지 않았다.찬이가 제일 열심히 박수를 쳤고, 그다음이 바로 임지훈이었다.구애린이 임지훈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지훈 씨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흥분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그는 진원우를 보며 말했다.“네 아내를 좀 어떻게 해봐.”진원우는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내가 어떻게 하겠어.”임지훈은 서러운 감정이 북받쳤다.“다들 나만 괴롭히지.”찬이가 말했다.“지훈이 삼촌, 저는 지훈이 삼촌 편이에요. 삼촌은 절대 혼자가 아니에요.”임지훈은 감동받아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그는 찬이를 안아 들고는 말했다.“찬이밖에 없어.”“오늘같이 기쁜 날에 우리는 신랑 심재경 군과 신부 안이슬 양의 결혼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귀한 발걸음해 주신 일가친지 및 하객분들, 감사합니다.”사회자가 힘찬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하객들의 시선을 끌자 사회자는 정식으로 결혼식의 시작을 알
하지만 이 사랑은 두 사람에게 모진 비바람을 안겨 주었다.다행히 바람이 멎고 파도가 잔잔해져 무지개가 곧 피게 될 것이다.그녀는 웃으며 진심으로 두 사람을 축복해주었다.무대 위에서 안이슬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내 인생 가장 현명한 결정이 바로 너와 결혼하는 거야.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 절대 지금까지 안 기다렸을 거야.”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지금 이 순간도 마치 꿈 같아. 모든 게 실감이 나지 않아.”심재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제 얼굴을 어루만졌다.“과거는 얘기하지 말고 미래만 바라보자.”안이슬이 머리를 끄덕였다.“알았어.”“두 분 감정이 정말 부럽군요.”사회자가 앞장서 박수 쳤다.“신랑은 아름다운 신부에게 키스합니다.”뜨거운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심재경이 몸을 살짝 기울여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찬이가 두 눈을 막았다.“두 분 뽀뽀해요. 찬이 쑥스러워요.”송연아는 아이의 두 눈을 막아줬다.구애린도 덩달아 감동했다. 마치 저 자신이 떠오른 듯싶었다.그녀와 진원우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진원우의 섬세한 보살핌과 너그러운 아량이 있었기 때문이다.구애린은 진원우의 어깨에 기대어 생각했다.‘네가 있어서 참 좋아. 널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진원우도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한편 강세헌은 송연아에게 티슈를 건넸고 그녀는 멍하니 강세헌을 쳐다봤다.이때 임지훈이 옆에서 말했다.“나도 꼭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해야지.”현장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다들 감동에 푹 젖어 있었다.이어서 식사 순서이다.고급 뷔페라 그런지 없는 음식이 없었다.찬이는 너무 신났다. 이때 옆에 있던 윤이가 깨났다. 찬이는 윤이가 먹보라며 줄곧 자다가 음식 먹을 때만 깨난다고 했다.어차피 윤이는 못 알아들으니 마음껏 말하라고 하지 뭐.강세헌은 작은아들을 안고서 아이가 자다 흘린 침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아이는 맛있는 음식만 보면 냉큼 손 내밀어 잡으려 한다.먹을 것을 보자마자 바로 잠에서 깬 듯싶다.
인사를 하는 것도 순서가 있다. 우선 메인 석에 앉은 심재경의 가족분들부터 차례대로 내려가며 인사한다.그렇게 쭉 인사해오며 실은 심재경과 안이슬이 일부러 강세헌 테이블을 맨 마지막으로 남겨뒀다.이렇게 하면 여기 남아 함께 식사할 수 있으니까.신랑, 신부의 인사에 강세헌과 임지훈, 진원우 모두 반갑게 맞아주었다.“두 분도 배고프시죠. 얼른 앉아서 좀 드세요.”송연아가 말했다.심재경은 안이슬에게 의자를 빼주고 그녀 옆에 앉았다.임지훈이 그런 심재경을 보며 물었다.“더 드실 수 있겠어요?”이제 막 전복 한 입을 입에 넣으려던 심재경이 그의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구겼다.“내가 왜 못 먹죠? 여긴 내 결혼식 뷔페인데 먹으려면 더 많이 먹어야죠. 말 참 이상하게 하네.”임지훈이 웃으며 답했다.“난 또 너무 행복해서 배가 부르신 줄 알았죠. 사람이 행복에 겨우면 배가 불러 음식도 못 먹는다잖아요.”심재경이 말했다.“그럼 지 씨가 한 번 물만 먹고 버텨봐요. 견딜 수 있을지.”“난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 필요 없지만 재경 씨는 이슬 씨가 옆에 있잖아요.”심재경은 전복 한 입 쑤셔 넣고 주스도 마시며 천천히 음미했다.“음식은 다 정상인데 왜 탄 내가 나죠? 마치 질투에 불탄 냄새랄까.”“...”임지훈은 말을 잇지 못했고 이때 옆에 있던 구애린이 입을 열었다.“재경 씨를 질투할 만도 하죠. 무대에서 그토록 깨가 쏟아지는데 지훈 씨가 속이 남아나겠어요?”임지훈은 재빨리 심재경에게 음식을 집어줬다.“얼른 드세요. 오늘은 재경 씨 결혼식이니 많이 드셔야 해요.”그는 심재경의 입을 가로막고 싶었다.괜히 감당 못 할 말을 하면 안 되니까.하긴, 다들 커플로 왔는데 알콩달콩한다고 투덜대는 건 화를 자초하는 일이지!심재경도 그에게 음식을 집어줬다.“우리 가운데 지훈 씨가 제일 불쌍하니 지훈 씨 많이 드세요. 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와이프가 집어주는데 지훈 씨는 솔로라 누가 집어줄 사람도 없잖아요.”“...”임지훈은 곧바로 항복
구애린도 당연히 호텔에만 있고 싶지 않았다. 이토록 간절히 돌아오고 싶은 이유는 답답한 게 싫어 바람 쐬며 힐링하기 위해서가 아닌가?진원우는 백미러로 찬이를 바라봤다.“역시 찬이가 고모 마음 잘 아네. 너희 고모 지금 마침 같은 생각이었을 거야.”찬이는 다정하게 구애린의 손을 잡았다.“나랑 고모는 당연히 친하죠.”구애린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녹아내리는 애교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다.“말해봐, 어디 가고 싶어? 고모가 데리고 가줄게.”구애린이 말했다.“찬이가 고모라고 불러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나 봐요?”진원우의 물음에 구애린은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내 마음이야.”진원우는 속절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내가 졌어요. 어디 가고 싶은데요 그래서.”구애린이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놀이공원 갈까?”이런 곳이라면 아이들이 분명 좋아할 것이다.“좋아요, 놀이공원.”찬이가 곧장 대답했다.“뒤차에 전화해서 우리 호텔 안 간다고 말해요 그럼.”진원우가 당부했다.뒤차엔 송연아와 강세헌이 윤이와 함께 앉아있다.윤이는 차에 앉아있는 게 답답했던지 칭얼거리며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아이가 마구 움직이니 송연아는 제대로 안지 못했다.강세헌이 윤이를 안고 그녀에게 물었다.“애가 배고픈 거 아니야?”결혼식에서 윤이는 줄곧 자다 보니 딱히 먹지 못했다. 이제 차에서 깨난 아기는 잠투정이 심했다.송연아는 밖을 내다보며 근처에 레스토랑이라도 있으면 뭐라도 사 먹이려고 했다.우웅...이때 휴대폰이 울렸고 그녀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구애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우리 호텔 안 돌아가요.”“어디 가는데요?”송연아가 물었다.“찬이가 호텔에만 있으면 답답하다고 해서 아이 데리고 놀이공원 가려고요.”“애린 씨 상태로 그런 곳에 가서 놀면 안 돼요.”송연아가 미간을 살짝 구겼다.구애린의 현재 상황에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차라리 안 가기만 못하다.“알아요, 난 안 놀아요. 원우더러
구애린은 시선을 피하며 부인했다.“아니야.”“맞는 것 같은데요.”진원우는 역시 그녀를 잘 안다.평상시에 털털하고 밝은 성격 같아 보여도 가끔 저 자신을 궁지로 밀어붙이며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애린 씨네 오빠랑 새언니 모두 좋은 분들이에요. 다들 그런 거로 켕겨 하는 분들이 아니니 애린 씨도 너무 마음에 두지 말아요.”진원우가 위로했다.“우리 모두 한 가족이에요. 자꾸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알았으니까 운전이나 잘해. 방심하지 말고.”구애린이 대답했다. 옆에 있던 찬이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맑은 눈망울로 살짝 의아하다는 듯 둘에게 물었다.“고모, 삼촌, 두 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왜 난 못 알아듣겠죠.”구애린이 아이를 품에 안으며 답했다.“고모한테 이렇게 착한 조카가 있어서 기쁘다는 뜻이야.”찬이는 그녀 품에 기댔다.“나도 고모가 있어서 너무 기뻐요. 이젠 엄마, 아빠한테 효도하는 것처럼 고모한테도 똑같이 효도할 거예요. 고모가 날 제일 이뻐하잖아요.”어머...녀석의 달콤한 말에 구애린의 마음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아이의 두 볼을 감싸고 이마에 연신 뽀뽀했다.“적당히 해요.”진원우의 말에 찬이가 반박했다.“고모가 날 사랑한다는데 불만 있어요?”“...”진원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되물었다.“너희 고모 날 사랑하는 게 아니었어?”“누가 그래요. 고모는 날 사랑한다고요!”찬이가 발끈했다.“그래?”진원우는 웃으며 되물었고 아이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당연하죠. 못 믿겠으면 고모한테 물어봐요, 누굴 사랑하는지.”진원우는 백미러로 구애린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애린 씨 누굴 사랑해요?”구애린은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그거야 당연히 우리 보배둥이 찬이지.”“나 사랑하지도 않는데 내가 왜 놀이공원까지 운전해야 하지? 나 안 해.”진원우가 유턴하려고 하자 구애린이 재빨리 말했다.“원우 씨도 사랑해, 사랑한다고.”진원우는 그제야 만족스러웠다.“삼촌 너무 소심해요.”“고
구애린이 입을 삐죽거렸다.“너나 얌전히 말 잘 들어. 무슨 윤이를 돌본다고 그래. 너만 시끄럽게 안 굴어도 소원이 없겠어.”“고모, 난 윤이의 형이에요. 윤이랑 샛별이 모두 내가 보살펴야 한다고요.”구애린이 샘 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고모 배 속의 아기는 안 보살필 거야?”찬이는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고모 배 속의 아기도 당연히 보살펴야죠. 내가 맏형이잖아요.”“자, 다들 그만하고 얼른 들어가자.”송연아와 찬이는 윤이의 손을 잡고 나란히 들어갔고 진원우는 입장권을 사러 갔다.윤이가 아직 너무 어려 딱히 놀 수 있는 게 없었다. 송연아는 윤이를 데리고 연못가에서 물고기를 잡기로 했다.“세헌 씨가 찬이 데리고 다녀요.”강세헌은 그녀에게 어디론가 가리켰다. 방향대로 시선을 옮기니 찬이가 어느덧 진원우와 구애린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찬이는 두 사람한테 맡기지 뭐.”강세헌이 윤이를 쳐다봤다.“우린 여기 남아있자.”송연아는 머리를 끄덕였다....임지훈도 호텔에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 비록 프랑스에서 일하지만 전에 늘 국내에 있어 핫플레이스를 다 꿰차고 있다. 그는 곧장 술 마시러 클럽으로 향했다.진원우와 구애린, 강세헌과 송연아까지 그들과 함께 있으면 괜히 더 외로워진다. 특히 실랑이를 벌일 때 남들은 다 자기편이 있는데 유독 임지훈만 쓸쓸하게 혼자다.겉으론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 그도 무척 짝을 찾고 싶다.최소한 매번 말다툼할 때 제 편이 있을 거니까.임지훈은 홀로 술 마시며 마음을 달래러 왔다.미인이 다가와 말을 걸어도 딱히 거절하지 않지만 이런 곳의 여자는 다 별로라는 걸 잘 안다.여기서 돈 많은 남자를 만나거나 혹은 쌓인 스트레스를 풀거나, 절대 이런 곳에서 결혼할 상대를 찾는 사람은 없다!임지훈도 맞춰주며 놀아줄 뿐이다.기분이 우울한 탓인지 그는 점점 더 많이 마셨고 옆에 있던 미녀가 물었다.“너무 많이 마셨네요. 우리 장소 바꿀까요? 차 밖에 있죠?”임지훈이 대답했다.“나 차 없어.”그는 국내에 정
임지훈은 고개 숙여 냄새를 맡아봤는데 확실히 코를 찔렀다. 그는 머쓱한 듯 히죽 웃었다.“미안, 옷에 술을 쏟았어.”강세헌은 썩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임지훈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한지라 이런 사소한 부분쯤은 바로 알아챌 수 있다.다만 그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 강세헌도 조심스러울 따름이었다.“그럴 것까진.”말인즉슨 여자친구가 없는 걸 너무 전전긍긍하지 말라는 뜻이다.임지훈은 바로 알아듣고 민망해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이때 진원우가 말했다.“내가 함께해줄까?”“아니야, 괜찮아.”임지훈이 바로 거절했다.구애린이 임신 중인데 이런 시기에 진원우를 뺏어갈 순 없다.임지훈도 이 정도의 눈치는 있다.찬이가 다가오며 그의 손을 잡았다.“삼촌, 찬이가 함께해줄게요.”임지훈은 고개 숙여 아이를 바라보더니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찬이 참 착하네.”아이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죠. 저도 솔로잖아요.”“...”구애린이 말했다.“네가 왜 솔로야. 넌 샛별이가 있잖아.”임지훈은 아예 말문이 막혔다....구애린은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무고한 눈길로 진원우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물었다.“내가 무슨 말실수 했어?”진원우가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요. 다 맞는 말만 했어요.”그는 구애린의 팔을 부축했다.“우리 이만 방에 돌아가서 쉬어요.”“잠깐만. 아직 여기 사람들 다 있잖아.”진원우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다들 여자는 임신하면 적어도 3년 동안 반응이 느려지고 머리가 나빠진다더니 애린 씨는 이제 고작 첫해네요. 남은 2년은 말을 줄여야겠어요.”구애린은 바로 알아챘다.“내가 말실수했다는 거네?”임지훈은 이런 사소한 일로 화낼 리가 없다.“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 전부 맞는 말이에요.”구애린이 그를 바라봤다.“난 생각하는 대로 말을 내뱉어서 가끔 말실수해도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네, 알았어요.”임지훈은 그리 속 좁은 사람이 아니다.“그럼 이만 방으로 돌아가죠.”송연아는 찬이를 목욕시켜야 한
임지훈이 말했다.“네 와이프 착하네.”진원우는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지.”“넌 겸손해지는 것부터 배워야겠다.”“어쩔 수 없어. 나도 겸손해지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되잖아. 찬이 봐봐, 날 고모부라고 불러. 너랑 재경이는 다 삼촌인데 나만 달라.”“...”임지훈은 말문이 막혔다.‘이 자식 지금 자랑하는 거야?’그는 물을 다시 가져갔다.“재경이 찾아서 둘이 함께 널 확 패버리는 수가 있다.”진원우가 웃으며 반박했다.“재경 씨는 오늘 시간 없어.”신혼 첫날밤인데 그들과 놀아줄 리가 있을까?임지훈은 원래 아무 일도 없는데 진원우가 괜히 찾아와서 속만 더 뒤집어놓았다.“얼른 네 방 가서 와이프나 챙겨. 난 제발 좀 신경 꺼주겠니. 조금만 더 함께 있으면 제 명에 못 살겠어.”진원우는 뻔히 알면서 되물었다.“왜 못 사는데?”“너 때문에 화나서.”진원우는 허리띠를 풀었다.“나 씻을 건데 계속 여기서 지켜볼 거야?”진원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괜찮아, 계속 벗어. 다 같은 남자이고 거기도 똑같게 생겼겠는데 네가 보라고 해도 안 봐. 난 뭐 없냐.”“...”임지훈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너 진짜 뻔뻔스럽구나.”그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진원우가 대체 언제 이렇게 파렴치해졌지?“너 웃기려고 그런 거야.”진원우가 말했다.“...”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누가 농담을 이런 식으로 하냐고?!게다가 다 큰 성인인데 유치하게 이런 식으로 놀려대다니.“그럼 네 마음대로 해.”임지훈은 욕실에 들어가 샤워했다.진원우는 전혀 떠날 기미 없이 소파에 지그시 기대 목을 움직였다.우웅...이때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꺼내 보니 심재경한테 걸려온 전화였다.진원우는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고 발신자 번호를 다시 확인한 후에야 그에게 물었다.“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첫날밤 보내야지!”신혼 첫날밤에 대체 무슨 시간이 나서 그에게 전화한 걸까?심재경이 말했다.“첫날밤이 내 친구 행복보다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