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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김세라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란 송연아는 몸을 돌리며 실수로 상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강세헌은 두 눈으로 그녀를 노려봤고 표정은 몹시 험악해 보였다.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녀는 다급하게 설명하며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주우려고 손을 뻗었고 그 순간 손목이 으스러질 정도의 큰 힘이 그녀를 덮쳤다.

‘아파!’

부러질 듯 아픈 느낌에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고 강세헌은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화냈다.

“더러운 손 치워요!”

말하면서 그는 송연아를 힘껏 밀쳤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반응을 못 한 탓에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캐비닛 모서리에 부딪혔다.

극심한 통증에 머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는 느낌을 받아 손을 뻗어 만져보니 역시나 피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조심스럽게 상자를 줍는 강세헌의 모습을 보았고 행동만으로도 그 물건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상자 속의 내용물이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폈고 다행히도 튼튼한 상자 덕에 안에 있던 물건은 그대로였다.

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방금 이걸 깨뜨릴 뻔한 송연아를 생각 하니 또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충혈된 눈으로 싸늘하게 송연아를 노려봤다.

“당신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송연아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고 극심한 통증이 신경까지 건드려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지만, 꾹 참으며 일어났다.

“미안해요...”

이 물건이 강세헌한테 매우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다.

“미안? 그거면 된다고 생각해요?”

뻔뻔스러운 것도 모자라 대범하기까지 한 그녀의 행동에 강세헌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서서히 송연아를 향해 다가갔고 사람을 짓누르는 기세에 간담이 서늘해진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뒷걸음질 치며 벽에 부딪혔다.

“다가오지 마요...”

그는 손으로 있는 힘껏 그녀의 턱을 잡았다.

뼈가 어긋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아무런 소리도 지르지 못했고, 그저 겁에 질린 채 그를 바라봤다.

지옥에서 올라온 저승사자처럼 광기와 흉악함이 가득 찬 그의 모습은 섬뜩했다!

섬뜩한 기운과 함께 느껴지는 강력한 힘에 저항하려 했지만, 턱도 없었고 그저 그가 이끄는대로 끌려가야만 했다.

“난 당신이 가진 모든 걸 부숴버릴 거예요! 전부!”

마지막 두 글자를 강조하며 말하는 그 모습에 송연아는 겁에 질린 채 몸을 떨었다.

강세헌은 그녀를 밀쳤고 힘 빠진 풍선마냥 몸을 제어할 수 없었던 송연아은 그저 벽에 기댄 채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강세헌은 다시 상자를 제자리에 놓았고 그 옆에 놓인 액자에는 가족사진이 있었다.

그녀는 무심코 사진에 시선이 사로잡혔고 그와 동시에 상자 안의 내용물이 낯익은 듯 한참이나 바라봤다.

“당장 나가!”

확인할 틈도 없이 그녀는 다급하게 방에서 나왔다. 그 자리에 더 있는 순간 강세헌이 정말로 죽일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방을 나서자, 강세헌의 표정은 그제야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애틋한 눈으로 상자속의 내용물을 바라보더니 종래로 볼 수 없었던 온화함을 드러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그는 가슴이 얼어붙었고 오직 이 물건의 주인만이 그에게 따듯함을 줄 수 있었다.

십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은 생생했다. 작은 몸으로 그를 힘겹게 끌어당기는 굳건함과 그 맑은 눈동자는 그가 지금껏 봤던것 중에 제일 깨끗했다.

물 속 그 여자아이의 몸은 뜨거웠고 얼어붙은 그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

송연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머리에 난 상처를 가리며 밖으로 나왔고 마침 강의건과 마주쳤다.

“어떻게 된 거야?”

“조금 다쳤어요.”

주눅 든 목소리로 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강의건이 표정이 굳었다.

“무슨 일인데?”

“제가 실수로 상자를 떨어뜨렸어요...”

“가족사진이랑 같이 놓인 그 상자?”

강의건은 다급하게 물었고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강의건은 뭔가 깨닫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건 내가 편들어 줄 수가 없네. 그 물건은 세헌이한테 너무 중요한 거여서 나도 함부로 만지지 못해.”

가족사진과 함께 놓은 걸 보니 얼마나 소중한 물건인지 송연아도 이제는 깨달았다.

한때 그녀에게도 소중한 물건이 있었는데 잃어버렸다. 그건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준 첫 생일 선물이었다.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일곱 살 되는 해 할아버지와 함께 강씨 저택에 왔었고 너무 어렸던 터라 그때는 몰랐지만, 그날이 강세헌 부모님의 장례식날이었다.

어린 그녀는 당시 강씨 저택을 마구 뛰어다니며 돌아다녔고 때마침 웬 여자가 열 살쯤으로 보인 남자아이를 물에 빠뜨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때 송연아는 처음으로 인간의 사악함을 느꼈고 공포에 질려 도망치려고 했으나 남자아이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내려 사람을 구했다.

수영을 배웠음에도 하마터면 올라올 수 없었을 정도로 힘들었고 마침 할아버지가 제때 도착해 그녀와 어린 남자아이 모두를 구할 수 있었다.

당시 남자아이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고 할아버지의 응급처치 덕분에 간신히 물을 뱉으며 정신을 차렸다. 그 순간 할아버지는 재빨리 그녀를 끌고 자리를 피했다.

어린 송연아는 당시 할아버지가 왜 그렇게 당황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저 아이는 누구예요? 왜 해치려고 하는 거죠?”

“너랑 마찬가지로 그냥 장례식에 온 아이야.”

행여나 그녀가 보복당할까 봐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고 어린 송연아는 아무것도 몰랐다.

“오늘 일은 잊어버려. 누가 물어봐도 절대 얘기해서는 안 돼.”

할아버지는 거듭 강조했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의 말을 잘 들었기에 지금까지도 그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옥패를 잃어버린 걸 발견했다. 옥패에는 불상이 새겨졌고 부처의 발음이 복과 비슷하다며 자비롭고 너그러우며 긍정적이고 활발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생각에 선물했었다.

그건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준 축복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기에 한 살 때부터 쭉 몸에 지니고 다녔다.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었던 송연아는 화를 내는 강세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난폭하게 대하는 걸 원망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속으로는 그를 두려워했다.

“전 집사, 심 선생을 데려 와서 연아 좀 살펴보라고 해.”

강의건의 말에 송연아는 다급히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혹시 구급상자 있나요? 이 정도는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어요.”

그녀는 자신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강의건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덧붙였다.

“저도 의사라서 알아요. 이 정도는 전혀 문제없어요.”

그녀가 확신을 보이자, 강의건도 마음을 놓았다. 작은 상처일 뿐인데 깊이 파여 계속 피가 났었다.

상처를 감싸는 게 회복에 느리다는 걸 알고 있어 거즈나 반창고 없이 간단하게 처치했다.

전 집사는 화장실을 힐끗 보고선 낮은 목소리로 강의건한테 속삭였다.

“사모님이 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쳤네요... 만약에 회장님이 이 자리에 없으셨더라면 이보다 더한 일이...”

집사는 말끝을 흐렸지만, 강의건은 그의 뜻을 완벽하게 알아챘다.

“만일을 대비해서... 이혼하지 못하게 손을 써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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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끊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핸드폰을 탁자 위로 던졌다.펑 소리가 났다!송연아는 깜짝 놀랐지만 조용히 서서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누구든지 자신의 여자가 전 남친과 얽혀 있다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강세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그게 ...”그녀가 말을 하려 했다.강세헌은 분노에 휩싸여 송연아를 쳐다보는 것조차 불쾌했다.그는 진정이 되지 않아 이를 갈았고 눈에는 분노가 꽉 차있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것은 자기 여자의 이러한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다.여기에 있으면 계속 방금 들었던 불쾌감이 떠올랐던지 그는 밖으로 나갔다.송연아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따라 나가며 불렀다.“강 대표님...”강세헌은 분노에 불타며 말했다.“꺼져!”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강세헌이 자신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오늘 같은 일을 당했으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따라가지 않았다.오늘 여기 온 이유가 강세헌에게 계속 의사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할 예정이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안 된다는 걸 느끼고는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그때 문 앞에 들어오는 남자가 보였다.고훈은 여기에 놀러 왔는데 강세헌과 마주치자 웃으며 인사를 했다.“강 대표...”강세헌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 곧장 차에 탔다.강세헌은 성질이 나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기에 고훈은 개의치 않았다.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송연아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했지만 고훈이 강세헌과 웃으며 무슨 말을 하는 것만 보았다. 송연아의 가슴은 순식간에 조여 왔다.지난번에 강세헌이 바로 이 남자를 이용하여 송연아를 망치려고 했었다.‘그렇다면 강세헌이 또 같은 수작을 부리려고 고의로 나를 여기로 오라고 한 건가?’순간, 그녀는 강세헌을 죽이고 싶었다!‘이 남자, 정말 나쁜 놈이다. 아니, 그냥 짐승이다!’‘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떻게 이토록 짓밟을 수가 있지?’송연아는 뒤돌아서서 숨을 곳을 찾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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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이 여자는 애초에 강세헌이 그한테 찾아준 여자였다.송연아는 실망했다. 역시나 강세헌이였다.“여기에 개인룸이 있는데 거기로 가서 놀아 볼까요? 근데 송연아씨는 미인 중에 미인인데 강세헌은 왜 싫다고 할까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건가?”고훈은 웃으며 송연아를 바라보았다.강세헌은 여자 친구가 한 번도 없었고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의 주변에 남자들만 있고 여자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성적으로 무력하거나 아니면 게이라고 의심도 한다. 한마디로 정상이 아니라는 거다.송연아는 속으로 비웃으며 그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했다.최지현이 전 남자친구와 얽혀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얼마나 화를 냈는데 그건 바로 신경이 쓰여서 그런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그래도 강세헌한테는 정말 고맙다고 해야겠어요. 강세헌이 아니었으면 어찌 당신을 만났겠어요?”그날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칼을 들고 그를 위협하는 그 여자의 모습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보통의 여자들은 원치 않으면 두려움에 비명만 지르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송연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나도 고맙다고 해야겠네요.”“그럼 동의하는 거죠?”고훈의 눈빛이 밝아졌다.송연아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고개를 숙여 자신을 붙잡고 있던 그의 팔을 깨물어 고훈이 고통스러워할 때 또 그 틈을 타 머리로 그의 얼굴에 들이박았다.고훈은 코피를 흘리며 외쳤다.“으악!”고훈이 고통을 호소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을 때 송연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도망쳤다. 너무 무서웠지만 그녀는 잡히면 끝이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도망쳤다. 고훈이 따라올 가봐 뒤돌아보며 계속 달렸다. 땀에 흠뻑 젖고 기운이 다 빠지고 사람들이 많은 곳임을 확인하고는 멈춰서 길옆에 앉더니 두려워서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며 마음속으로 강세헌을 미워했다. 그는 몇 번이고 이런 식으로 그녀를 위험에 빠뜨렸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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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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