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가 있어. 저 자식 확실히 강해. 만약 저 자식이 4, 5백만 정도 불렀다면 둘째 아가씨도 허락했을 거야. 그런데 거기서 그렇게 터무니없는 액수를 부를 줄 누가 알았겠니? 그러니까 둘째 아가씨도 도범에게 골탕을 먹이려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그런데 저 자식은 억지로라도 들어가려는 거고!”장소연이 바로 답했다.“이러면 보디가드는 고사하고 우리 집에 페를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겠는데요!”“망했네. 그러면 내 2억짜리 차도 날아간 거야?”박해일이 울상을 지었다. 그는 몹시 서러워하고 있는 중이었다. 좋은 차 한 대 건질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한 여름날의 꿈이었을 뿐이었다.“아직도 자동차 타령이야? 난 어제 그런 말을 꺼낼 때부터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었어!”장소연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짜증 나! 가자! 우리 돌아가자꾸나! 보면 볼수록 혈압만 오를 뿐이야!”대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이 하나둘 도범에게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본 나봉희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번졌는데 용 씨 가문의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세 사람은 곧바로 카페에서 나와 택시를 잡고 그곳을 벗어났다.“이 자식, 너, 너 두고 봐. 내가 경고하는데 너 이제 끝났어!”체구가 큰 보디가드가 그 말을 마치고 곧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더니 소리쳤다.“안에 있는 형님들. 여기 지원 요청 바랍니다. 누군가가 저택 내부로 억지로 쳐들어가려고 합니다. 여기 우리 힘 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너 이 자식, 경고하는데 너 이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 여기 있는 문지기들은 보디가드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낮거든. 그렇기 때문에 월급도 높지 않았던 거야!”“흥! 저택 안을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인재들이라 실력이 어마어마하거든!”바닥에 누워있던 남자가 콧방귀를 뀌며 원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도범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섰다.용 씨 가문의 저택은 호화롭기 그지없었다.번화가에
“당신 쪽 사람들이 나를 못 들어가게 한 거야. 그리고 공격도 그쪽에서 먼저 했다고!”도범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는 이미 거의 다 피운 상태였다. 그가 담배를 끄고 손가락을 튕기니 담배꽁초가 정확히 쓰레기통에 들어갔다.“하하 그럼 네가 설명해 봐. 우리 쪽에서 뭘 믿고 너를 들여보내야 하는데?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행색을 보아하니 돈도 많아 보이지 않는데. 말해 봐. 여기까지 온 목적이 뭐야?”서하라고 불린 소대장이 소리 내어 웃더니 물었다.“서하 소대장님, 저 자식 말로는 자기가 둘째 아가씨가 초빙해 온 보디가드라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한 달에 월급을 40억씩 받는다고도 했어요. 저희는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았고 막으려 했지만 저 자가 억지로 밀고 들어갔습니다!”바닥에서 뒹굴뒹굴하던 놈들이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으로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한 달에 40억이라고?”서하라는 남자가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너 거짓말도 정말 못하네. 보고 있기가 안타까워!”“서하 대장님, 제가 한 번 해결해 보겠습니다. 저 몸 쓴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근육이 다 뻐근할 지경입니다!”체구가 건장한 남자가 볼살을 덜렁거리며 나섰다. 키가 190은 되어 보였고 우람한 체격에 인상이 퍽 흉악해 보였다.그가 주먹을 쥐고 앞으로 몇 걸음 나섰다.“그래. 네가 교육 좀 잘 해 줘라. 어디 한 쪽 못쓰게 망가뜨리면 더 좋고!”서하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문제없습니다!”우람한 체격의 남자는 목소리가 굵었고 둔탁했다. 말을 마친 그가 곧바로 커다란 주먹을 들고 도범을 향해 돌진했다.“퍽!”하지만 도범이 순식간에 날아오르더니 정확히 상대방의 가슴을 발로 찼다.그 커다란 체구가 도범에게 맞아 뒤로 눕는가 싶더니 몇 미터는 날아가고 나서야 바닥에 떨어졌다.“쿨럭!”모두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전투력 뛰어나고 몸도 단단한 자가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얼굴도 하얗게 질려버렸다.“이
도범이 담담하게 웃더니 갑자기 움직였다. 경호원들의 눈 속에 비친 도범은 환영 같았다,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그들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다 같이 덤벼!”앞에 있던 경호원들을 처리한 도범이 서하와 남은 경호원들에게 손짓을 했다.“소대장님, 소대장님이 나서주시죠!”그중의 경호원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 도범의 속도를 보고 나니 자신이 덤볐다가는 도범의 속도를 따라갈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도범의 상대가 못 되었다.서하도 속으로 놀랐다, 그도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기에 일반인 사오백 명은 혼자서도 거뜬하게 이길 수 있었다.하지만 방금 전 도범의 속도를 보고 나니 서하는 그를 이길 자신이 없어졌다.“왜요? 소대장님, 솔선수범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서하를 바라봤다.“방금 전까지 곧 달려들 것처럼 굴었잖아요?”“젠장,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도범의 도발에 서하는 자신이 없었지만 주먹을 쥐고 도범과 싸울 준비를 했다.“멈춰!”하지만 그때,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시름 놓은 서하도 그제야 멈췄다.“지금 뭣들 하는 거야?” 용신애가 두 서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천천히 다가왔다.“아가씨, 이놈이 용 씨 저택으로 쳐들어가려고 해서 저희가 막았는데 저희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다치게 했습니다.”서하가 얼른 용신애에게 말했다.“그리고 자기가 아가씨께서 고용한 경호원이라고 하면서 월급 40억을 받을 수 있다는 헛소리를 했습니다.”또 다른 경호원 하나가 간신히 일어나 도범을 쏘아보며 말했다.“우리 신애 아가씨가 여기에 있으니 뭐라고 할 수 있는지 내가 볼 거야!”하지만 도범은 그저 상대방을 보며 웃을 뿐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들의 말을 들은 용신애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뗐다.“도범 씨, 죄송한데 제가 어제 집으로 돌아온 뒤에 바빠서 이분들이랑 도범 씨 얘기하는 걸 깜빡해서 모르고 있었던 거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아가씨, 저놈 정말 아가씨께서 뽑은 경호원입니까? 너무 건들거리는 거 아닙니까!”그때 경호원 하나가 말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도범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하지만 방금 전 시도해 본 결과, 그의 주먹이 도범에게 닿기도 전에 그는 저 멀리 날아갔다.“어제 내가 뽑은 경호원, 도범이다!”용신애가 그제야 웃으며 도범을 소개했다.“월급이 40억이라는 말은 정말이니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정면으로 도전해 봐도 좋다!”말을 마친 용신애가 도범을 보며 웃더니 다시 입을 뗐다.“도범 씨가 이분들을 쓸모없는 분들이라고 했으니 이분들이 도범 씨한테 도전장을 내미는 거 두려워하는 건 아니겠죠.”“당연하죠!”도범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제가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서하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범의 말만 생각하면 그는 기분이 나빴다, 그 누구도 서하를 이토록 얕잡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월급이 정말 40억이었다니, 서하 소대장님, 힘내세요. 저 자식이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한 번 보고 싶습니다!”적지 않은 경호원들이 도범의 월급을 듣곤 놀랐다.“네가 모르는 게 있는데 사실 내가 제일 잘 하는 건 칼부림이거든.”고민에 잠겼던 서하가 작은 칼을 꺼내더니 도범을 보며 냉랭하게 웃었다.“맞습니다, 서하 소대장님, 이놈은 속도가 빠르고 힘이 세니 칼을 쓰면 이길 수 있을 겁니다.”서하는 칼을 잘 다루어 백발백중의 적중률을 자랑했다. 이번에는 도범이 서하의 곁을 가까이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네가 칼부림을 잘 한다면 나는 그 칼들을 전부 다 잘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어.”도범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도범의 말을 들은 서하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이런 순간에도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하다니.서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들자마자 하얀색 빛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슈욱!”무서운 칼은 빠른 속도와 함께 일반인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을 소리를 냈다.하지만 다음 순간, 도범이 허공에 손을 내밀자 칼이 그의 식지와 중지 사이에 끼어들
다행히 도범은 서하와 그리 멀지 않았기에 당연히 백발백중할 수 있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도범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가 어떻게 한 건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사이, 5개의 칼과 처음 날려졌던 칼까지, 총 6개의 칼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이게 무슨…”그 모습을 본 서하가 침을 삼키며 놀라움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는 도범이 그 칼을 전부 받아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도범이 어떻게 그 칼들을 전부 받아냈는지 보지도 못했다.대대장님이라고 해도 자신의 5개 칼을 전부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것을 서하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도범이 그 칼을 받아냈다는 건 도범의 속도와 민첩함, 그리고 각 방면이 대대장보다도 대단하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용신애는 그 모습을 보곤 눈에 빛을 밝혔다, 도범의 실력이 과연 대단했기에 그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0억도 헛되게 쓰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이제 제 차례죠, 칼 다루는 거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한 번 던져보고는 싶네요.”도범이 웃으며 손에 있던 6개의 칼을 전부 서하에게 던졌다.“안돼!”서하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도범이 칼을 잘 다루지 못한다고 하면서 칼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도범은 힘도 셌기에 그가 던진 칼은 속도도 빨랐다.그런 사람이 잘 다루지도 못하는 칼을 던졌다가 혹시라도 옆에 있던 용신애의 몸에 상처를 남긴다면 큰일이었다.다른 경호원들도 그 말을 듣곤 놀랐다. “슉슉슉!”6개의 칼이 빠른 속도로 서하를 향해 다가왔다.“아!”그리고 서하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6개 부위에서 동시에 고통이 전해져왔다. 강대한 힘이 서하를 저 멀리 나가떨어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피까지 토하게 했다.“젠장, 심장에 칼을 꽂다니!”서하가 땅에 누워 말했다, 가슴에서 은은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칼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뭐야? 나, 나 안
운이 좋았다니, 여기에 있는 이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칼자루만 서하의 몸을 명중하는 일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그리고 서하는 실력이 대단한 소대장이었다, 그도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을 누가 감히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정말 대단하네요! 여기에 도범 씨 상대는 없는 것 같으니 저희 아버지랑 할아버지, 오빠나 만나러 가요. 그분들 만나고 숙소를 마련해 줄게요, 물론 오후에는 할 일이 없으니 일찍 퇴근해서 와이프를 데리러 가도 돼요. 다른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나가봐도 되고요, 아니면 여기에서 쉬어도 돼요, 숙소를 마련해 주겠지만 입주를 할지 말지는 도범 씨가 결정하세요.”용신애가 웃으며 도범을 데리고 용 씨 저택으로 들어갔다.경호원들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청하게 바라봤다.“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퇴근하고 싶을 때 퇴근을 하라고 한 거 맞죠?”“그러니까요, 그리고 용 씨 저택에서 지낼 필요도 없고 언제든지 와서 얼굴을 비추면 된다는 거예요?”경호원들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월급 40억에 저렇게 자유롭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니, 저 사람 도대체 누구길래 용 씨 집안사람들이 저렇게 잘 해주는 거지?“할아버지, 아버지, 오빠, 이분이 도범이에요!”용신애가 도범을 세 사람 앞에 데리고 오더니 웃으며 소개했다.“그쪽이 도범이라고요?”용천수가 도범을 한 눈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첫 출근인데 제대로 갖춰 입지도 않은 겁니까? 그래도 여기 용 씨 집안인데!”하지만 도범은 용천수의 말을 듣고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이 옷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깨끗하면 된 거 아닌가요? 사람 마음도 깨끗한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죠, 마음이 깨끗하면 무엇을 봐도 깨끗한 법이니까요.”“너…”도범의 말을 들은 용천수는 화가 났다, 도범은 분명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도범에게 돈을 주고 경호원으로 고용한 것은 이들이었기에 이들은 사장님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런 태도로 말을 하다니.“자네 말이 맞네!”용천수가 말을 하기도 전에
하지만 지금 용준혁도 도범의 실력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어쨌든 한 달에 40억의 월급은 적은 액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도범도 이미 허락을 했으니 그도 말리기가 귀찮았다.용천수는 밖으로 나서자마자 다른 경호원과 함께 있는 서하를 만났다.속으로 횡재를 부른 용천수가 서하를 불렀다, 서하는 소대장 중에서도 가장 실력 있는 경호원이었기 때문이다.“서하 씨, 여기로 와서 새로 온 경호원분이랑 시합을 한 번 해보세요, 너무 무리하진 말고요.”곧 난감한 상황에 처할 도범을 생각하니 용천수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서하도 이길 수 없다면 그만한 월급을 받기가 도범도 부끄러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 모습을 본 용신애가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용천수가 미간을 찌푸리고 의아하게 물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용신애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그리고 그때, 용천수의 말을 들은 서하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그의 옆에 선 몇 명의 경호원들은 입가에 핏자국을 달고 있었고 가슴 부근에도 선명한 발자국이 찍혀있었다.서하의 입가에도 채 마르지 않은 핏자국이 있었다.“도련님, 새로 온 경호원이라는 분이 도범 씨를 얘기하고 계신 건 아니겠죠?”“서하 씨, 얼굴이 다들 왜 그래요? 누구한테 맞았어요? 설마요, 서하 씨도 다친 거예요? 어느 놈이 그런 겁니까? 네? 누가 서하 씨를 이렇게 만든 겁니까?”용천수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도련님, 이분이 새로 온 경호원인 걸 저희가 모르고 먼저 손을 댔다가… 다친 이들이 더 많은데 저희보다 심해서 지금 쉬고 있는 중입니다.”서하가 두려운 얼굴로 옆에 있던 도범을 한 눈 바라봤다.“네, 도련님, 방금 서하 소대장님께서 도범이랑 실력을 비겨봤는데 졌습니다.”다른 경호원이 고개를 숙이고 계면쩍게 말했다.“그, 그래요. 이미 비겨봤다고 하니 도범 씨는 통과한 거네요.”용천수가 속으로 놀라며 말했다. 서하도 저 정도로 다쳤으니 도범이 제법 실력이 있다는 걸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실
“네, 알겠어요, 도범 씨, 가시죠.”용신애가 뒷짐을 진 채 웃으며 도범을 데리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별장으로 향했다. 도범이 떠난 뒤, 용준혁이 진지한 얼굴로 용천수를 보며 말했다.“천수야, 내가 뭐라고 했어. 도범이 실력이 어떻든 예의를 다 해서 대하라고 했잖아, 부대에 있는 5년 동안의 행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야, 광재가 저 사람 행적이 비밀정보에 속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용준혁의 말을 들은 용천수가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아버지, 도범을 존중하지 않은 게 아니라 경호원이 한 달에 40억을 받는 건 조금 높다고 생각해서 실력을 한 번 보려고 했던 겁니다.”용천수가 말을 하다 갑자기 고개를 들고 웃었다.“그런데 방금 보니 확실히 실력이 괜찮은 것 같아요, 저런 실력이면 부대에서도 푸대접을 받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전신과도 알고 있었던 거겠죠.”“그래, 적어도 준장은 됐을 거다, 아니면 중장일지도 모르지! 그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뿐일 거다.”용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편, 집으로 돌아간 나봉희는 안색이 보기 좋지 않았다.“뭐 하러 갔던 거야? 표정이 왜 그래?”세 사람을 본 박영호가 물었다. 그러다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 도범 그놈 확실히 실력이 꽤 있더라고, 내 다리 전보다 많이 나았어. 이제는 감각도 조금 돌아왔어, 이번에는 절대 환각이 아니야, 이틀 만에 이렇게 되었으니 그놈 말대로 일주일만 치료를 받으면 내 다리 다 나을 수 있을 거야!”“정말요? 너무 잘 됐네요, 사돈!”옆에 있던 서정이 박영호의 말을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5년 못 본 사이, 제 아들이 의술까지 배우게 될 줄 몰랐네요, 5년 동안 고생하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맞아요, 당신 아들 대단하죠, 용 씨 집안사람한테 손까지 댈 수 있을 정도로. 언젠가는 우리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놈이에요.”나봉희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사돈, 그게 무슨 말이에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
각양각색의 논조,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끝없는 토론. 그러나 도범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도범은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오양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오양수가 무기를 꺼내들자, 도범도 천천히 자신의 회흑색 장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 장검은 오랫동안 도범과 함께한 무기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오양수는 청란골패를 가볍게 휘두르자, 뚜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기가 청란골패에서 뿜어져 나오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꾸었다.현재 오양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도범을 쓰러뜨린 뒤, 잔인하게 고통을 주어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알게 하는 것이었다.오양수는 크게 포효하며 두 손을 뒤집어 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오양수의 손바닥에 육각형 모양의 얼음 화살이 생겨났고, 4초 후,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오양수의 앞을 가득 메웠다.오양수는 다시 한번 포효하며 앞을 향해 힘껏 밀어붙였다. 그러자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도범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고, 이 화살들과 함께 엄청난 한기가 도범을 덮쳤다.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수많은 육각형 얼음 화살은 단숨에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그때,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도범 저 녀석, 실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양수가 수련한 무기는 지급 상급 무기, 빙봉천리에요! 그런데 도범이 단칼에 빙봉천리를 가르다니, 실력이 꽤 강한데요!”그 사람이 말을 끝내자마자 주변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나왔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바라문 세계를 둘러봐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방금 전의 공격은 단지 약간의 힘만 사용한 거에요. 오양수가 진심으로 도범을 죽이려 했다면, 반항할 틈조차 없었을 거에요!”오양수가 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눈살을 찌푸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네가 뭔 상관이야! 이 건방진 놈, 죽고 싶어! 마침 상대가 필요했는데, 너의 입탑영패를 가지고 와. 우리 한 판 붙자!”그러자 오수경은 콧방귀를 뀌며 태연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강자 흉내 내지 마. 내 가슴에 6품 연단사 휘장이 붙어 있는 걸 못 봤어? 그런데 네가 연단사인 나와 실력을 겨루겠다고? 차라리 연단술을 겨뤄보는 게 어때?”이 말에 검은 옷의 대장부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규칙이 없었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오수경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더욱 신나서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범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너는 왜 이렇게 매사에 신중하지 못해?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알겠어?”도범의 꾸짖음에 오수경은 목을 움츠리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전에 도범에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검은 옷의 대장부는 냉소를 머금은 채 다시 도범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들의 대화를 일부 들었기에 도범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네가 정말 8품 종문의 친전 제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해?”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은 옷의 대장부를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도범이 대답하지 않아도 화내지 않았다.이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아마도 내기 때문이거나 도범의 냉담한 태도 때문인지 상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도발적인 말이 다시 들리지 않았다. 제73회 대결이 곧 시작되려 할 때, 도범은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잠시 후, 도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내쉬고는 오수경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를 보든, 어떤 말을 듣든, 이 자리에서 떠나지 마.”그 말을 마치고 도범은 큰 걸음으로 대결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내기를 하려면 정식으로 해야 하지 않겠어? 누구도 뒤집을 수 없도록, 우리 계약 하나 체결하자. 네가 이기면 내가 19만 개의 영정을 주고, 내가 이기면 너는 같은 수량의 영정을 줘야 해.”그러자 민경운이 눈살을 찌푸린채 말했다.“너는 사람들과 계약을 맺는 걸 참 좋아하네.”칠현대에서 민경운은 도범이 검은 옷의 대장부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도범의 거래를 방해했었다. 그런데 도범과 내기를 할 때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하니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민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계약을 맺고 싶지 않다면 솔직히 말해. 다른 핑계를 대지 말고, 계약을 맺는 것이 내기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이라고 생각할 뿐이야.”이 말을 듣고 나서 민경운은 더 이상 도범과 쓸데없는 말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사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민경운에게는 유리한 일이다.도범은 자신의 실력만 믿고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에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범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19만 개의 영정을 내놓으려 한다면, 민경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래서 민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어서 계약을 체결하자.”도범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평생 가장 빠른 속도로 계약 내용을 작성하고 자신의 정혈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계약서 두루마리를 민경운에게 건네주었고, 민경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그어 피를 떨어뜨렸다.계약서에 적힌 모든 문자가 즉시 뒤틀리며 두루마리의 속박을 벗어나 공중에 떠올랐다. 천지의 기운이 쏟아져 내려와 이 문자들과 얽히기 시작했고, 세 번의 호흡 후에 문자는 다시 두루마리에 합쳐졌다. 이것은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의미했다.모든 절차가 끝난 후, 도범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계약 두루마리를 회수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변경할 수 없고, 거짓말할 수도 없다.한편, 민경운은 도범의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고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민경운은 콧방귀를 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