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태용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모여 있는 공을 흩트려 놓았지만 아쉽게도 공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쯧쯧, 태용 씨 오늘 운이 안 좋나 보네요. 하나도 안 들어갔네.”도범은 슬쩍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이제 제 차례죠? 흰색 공 위치 꽤 괜찮네요. 빨간 공들이 다 구멍 앞에 있어서.”“괜찮긴 하죠. 그런데 처음 큐대 잡아본 사람한테 사실 저는 방어할 필요를 못 느껴요. 모두 흩트려 놓은 것도 한 번에 이기려고 한 거고.”태용은 그런 도범의 말이 우스웠는지 호탕하게 웃어댔다.용천수도 차갑게 웃으며 한 마디 거들었다.“보기에는 쉽겠지. 그런데 하나도 들어가지 않으면 바쁘다고 생각할걸.”“탕!”하지만 도범은 그들의 비아냥을 가볍게 무시한 채 태용이 했던 자세를 그대로 따라 하며 공을 쳐냈다. 그리고 빨간 공은 깔끔하게 들어갔다.“들어갔어!”제갈소진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좋아서 방방 뛰었다.“대박! 도범 씨가 해냈어! 너무 잘하는데!”“이게 들어가네. 방향도 나쁘지 않고!”용신애도 어안이 벙벙한 듯 한마디 했다. 도범의 자세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방금 전 용천수와 태용의 경기를 한 번 구경하고 이러저러한 물음을 물어보지 않았다면 프로급으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하나 들어갔다고 뭔 소용 있어. 아직도 저렇게 많이 남았는데. 이제는 다른 색 맞춰야지!”하지만 용일비는 여전히 걱정이 앞섰다. 한 판에 200억 짜리 내기. 사실 그녀도 처음 보는 스케일이었다.그 시각 주위에서 당구 치던 사람들은 모두 동작을 멈추고 하나 둘 도범네 테이블로 모여들었다.한 판에 200억이 오가는 큰 내기라니 놀랄만한 스케일이었으니 말이다.“흰 공을 여기로 오게 했어야 7점 쉽게 먹는 건데. 힘 조절이 제대로 안됐나 보네 하필이면 여기로 오네. 여기에 있으면 6점 공이 더 쉽겠지? 금방 배웠으면서 7점 치겠다고 설쳐대다가 큰코다치면 안 되니까!”도범은 테이블 위에 놓인 공을 관찰하면서 혼자 중얼댔다.“잘난체하기는. 7점 공을
“헐! 또 들어갔어?”용신애는 무척 흥분했다. 만약 첫 번째 공이 운으로 들어간 거라면 이번은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이번에는 6점 공을 넣은 것도 모자라 흰 공이 아주 좋은 위치에 멈춰 섰다. 아무렇게나 쳐도 될 만큼.“도범 씨 꽤 소질 있는데!”제갈소진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순간의 짜릿함에 가슴이 요동쳤다.그때 당구장 사장님이 다가와 6점 구를 다시 주어 테이블 위에 놓으며 도범을 향해 싱긋 웃었다.“총각, 처음 치는 거라면 진짜 소질 있어. 이 정도면 아주 잘 배운 거야. 연속 이틀 친다면 정말 많이 발전하겠는데.”이에 도범은 담담하게 웃었다.“걱정 마세요. 방금 한 번 구경했으니 기본 룰은 이미 익혔어요. 잘 맞히고 힘만 조절하면 되는데 맞히는 건 제가 군에 있을 때 총을 많이 쐈으니 알아요. 총하면 제가 또 마스터 급이거든요!”나 원래 잘해요 식의 자뻑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자기 입으로 건 마스터라니.“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계속하지? 그쪽이 날 이길 거라는 생각은 안 하니까.”태용은 방금 전 상황이 도범의 실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재 테이블 위에 공들의 위치가 모두 괜찮기에 도범이 실수만 해준다면 다음 판에 모두 뒤집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그런데 저 자식 꽤 총명하단 말이야. 내가 일부러 져준 것까지 다 알고.’솔직히 돈내기도 아니고 설명해 주는 판이였기에 이길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오늘 이미 용천수의 돈을 많이 이겼기에 저녁에 뭐라도 사주면서 관계 유지를 한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없었다.그리고 그의 카드에 있는 돈도 솔직히 용천수한테서 딴 거였다. 때문에 가끔 그에게 승리의 맛을 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탕!”그가 한참 생각에 잠겨있을 그때, 도범이 또 빨간 공을 넣어벼렸다. 그리고 흰 공이 한참을 굴러 꽤 좋은 위치에 멈춰 섰다. 7점 공을 넣을 좋은 기회였다.“이게 말이 돼?”도범이 7점 공을 노리자 태용은 조급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상대가
“그러네!”용신애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최고점 147점 중에서 도범이 80점을 땄으니 이미 이긴 판이었다. “저, 저 이겼어요?”하지만 도범은 어리둥절했다.“아직 테이블 위에 공이 있는데요?”도범의 표정을 본 용일비가 바로 설명했다.“최고점이 147점인데 도범 씨가 벌써 80점이니까 상대가 나머지 공을 다 친다고 해도 도범 씨 점수 초과하지 못해요!”“그렇네요.”그제서야 도범은 활짝 웃으며 태용을 바라봤다.“태용 씨, 이번엔 태용 씨 차례예요.”하지만 태용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눈앞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저 자식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점수를 따다니. 이번 판은 이미 졌는데 또 뭘 하라는 거야. 씨발.’“여기서 뭘 어떻게 더 해요? 이번 판은 내가 졌어요.”태용은 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애먼 사장한테 신경질 적으로 소리쳤다.“사장님, 얼른 다음 판 준비해 줘요!”사장도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후다닥 달려와 준비하고는 도범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총각 대단한데. 아주 천재야 천재. 확실히 처음 만져보는 사람은 맞아. 자세도 엉망이고 공을 맞추는 데 오래 걸리고 멈칫거리는 게 내 눈에 보였단 말이지. 그런데 점점하다 보니 아주 날아다니던데!”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은 태용 일행과 용천수의 심기를 건드렸다.사실 용천수도 도범이 졌으면 싶었다. 그것도 10판 모두. 그러면 도범이 어떻게 할지 아주 기대됐다. 제갈소진이 대신 돈을 낸다해도 도범이 상대에게 신세를 지는 거기 때문에 그것대로 좋았다.그런데 도범이 첫판을 이길 줄이야!“시작하시죠!”태용은 싸늘한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봤다.“첫판은 내가 실수했어요. 그쪽을 너무 얕잡아 봐서 공을 흩어놓는 바람에 그쪽한테 기회가 간 거예요. 하지만 이번 판은 그렇게 쉽지 않을걸요.”도범은 가볍게 웃더니 곧바로 시작했다. 힘 조절을 하며 살짝 건드린 흰 공은 테이블 옆에 맞혀 다시 돌아오더니 2점짜리 공 뒤에 멈춰 섰다.“스누커!
“하!”공이 흩어진 것을 보자 태용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순간 불안감이 휘몰아쳤다.“고마워요.”도범은 담담하게 웃으며 테이블로 다가갔다.태용은 여유로운 도범의 모습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등 뒤에 있는 친구를 불렀다.“나 물 좀 줘. 씨발 더워 죽겠네.”남자도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태용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걸 보아냈다.그도 그럴 것이 태용은 삼류 가문에 속하는지라 유동자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만약 이렇게 계속 진다면 태용 손에 있는 1000억도 모자랄 판이었다.친구가 물을 건네자 태용은 병을 다기 바쁘게 몇 모금 들이켰다.“탕!”“탕!”그 사이 도범은 또 연속 몇 공을 넣어 벌써 십몇 점을 벌어놓았다.“이대로라면 희망이 있겠는데! 궤적도 좋고!”제갈소진은 도범이 이번 판도 이길 거라는 직감에 또다시 방방 뛰었다.“조용히 좀 하죠? 여기 공공장소예요.”하지만 태용은 제갈소진의 소리에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째려봤다.“왜요? 질까 봐 겁나요? 지고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겠죠?”그런 그의 시비에도 제갈소진은 화내기는커녕 싱긋 웃으며 상대를 자극했다.“아까 그 사기는 어디 갔어요? 한판 끝나고 나니 사기가 다 꺾였나?”“쓸데없는 참견하지 말지?”태용은 이를 갈았다.“탕!”그런데 그때 공 하나가 또 들어가는 것을 보자 태용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도범은 79점까지 도달했다.“또 이겼네요. 원한다면 제가 봐줄 수도 있고. 명색이 당구 왕자씩이나 되는데 빵점이면 체면이 말이 아닐 테니까.”도범은 큐대를 내려놓으며 태용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그 모습에 태용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얼굴색은 말할 것도 없이 어두워졌다. 그는 옆에 있는 물을 들어 마시려고 했지만 이미 다 마셔버렸다는 걸 발견하고는 손에 힘을 줬다.“그쪽이 이번 판도 이겼네요.”태용은 식은땀을 닦으며 화를 참았다.“그만하죠. 못하는 척 구라 친 것 같은데. 이미 당구 칠 줄 알았죠? 그것도 실력자면서 모르는 척 한 것
그는 태용의 말이 우스웠던 모양이었다.“그래요. 더 이상 하기 싫다는 걸 제가 억지로 잡아둘 순 없으니까. 그런데 400억이 아니라 2000억이겠죠.”도범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전에 그쪽 입으로 말했잖아요. 중도 포기하거나 기권하면 나머지는 모두 졌다고 인정하는 것이기에 10판 모두 진 거나 마찬가지잖아요.”태용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 말은 확실히 그가 한 말이 맞았다. 그런데 그도 도범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고 더욱이 질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기에 한 말이었다.벌써 400억을 졌는데 나머지 판까지 채우면 그의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헛소리 그만해. 나 안 한다고. 계좌 불러. 400억 보낼 테니까. 게다가 당신 애초에 실력을 숨겼잖아. 아주 베테랑이더구만 뭐!태용은 이를 갈며 시치미를 떼며 적반하장으로 소리쳤다.이에 도범은 큐대를 든 채로 태용을 가리키더니 고개를 살짝 든 채로 말했다.“저 실력 숨긴 적 없어요. 이거 두 사람 시합하는 거 보고 배운 거예요. 지금 그쪽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요. 하나는 2000억 내 계좌로 보내든가 아니면 나머지 8판 계속하던가. 누가 알아요? 운이 좋아서 한 판이라도 이길지.”‘운이 좋으면 한 판이라도 이길 거라고?’태용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솔직히 도범의 경기를 보니 자신감이 없어진 건 사실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한 판이라도 이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이봐. 선 넘지 마. 기껏해야 보디가드 주제에 어디서 기어올라? 용 씨 가문 보디가드라서 꼬박꼬박 존대를 쓰며 대우해 줬더니! 안 그랬으면 우리 참지 않았어!”그때 태용의 친구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도범에게 쏘아붙였다.“내 말이. 두 판에 400억이 적어? 너한테 400을 주는 건 천수 씨 체면을 봐서야. 그렇지 않으면 국물도 없어!”다른 한 놈도 적반하장의 태도로 버럭 화를 냈다.두 명의 친구가 제 편을 들어주자 태용은 한껏 당당한 태도를 내비쳤다.“이봐, 400억 줄 테니까 계좌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도범 씨 데려온 사람 나야. 오빠가 뭔데 해고하네 마네 해? 게다가 아빠가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해고라니?”용천수 말에 화가 난 용신애는 참지 못하고 버럭 화냈다. 하지만 용천수는 싸늘하게 웃었다.“그깟 보디가드 하나 해고하는데 아버지한테 동의라도 구해야 해? 저 자식이 뭐라고 그렇게 저자세야?”용신애는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다.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이 일은 오빠 말 들을 수 없어!”“나 네 오빠야. 이젠 오빠도 인정 안 해?”용천수는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저 자식이 하는 짓을 봐. 주인인 내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곁에 둬서 뭐해?”그 말에 도범은 차갑게 웃었다.“하하, 그래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저도 보디가드 더 할 수 없겠네요. 안 그랬다가 뒤에서 또 말이 많을 테니까.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그리고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일 그만두는 건 괜찮아요. 월급도 지난달 건 이미 받았으니 괜찮고. 이번 달 며칠간은 신애 씨를 봐서 무료로 일했다 쳐요. 하지만 태용 씨가 나한테 빚진 돈을 안 갚으면 오늘 곱게 보내지 않을 거예요!”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태용이 눈을 반짝거리며 용천수에게 물었다.“천수 씨, 저 자식 이제 용 씨 가문 보디가드 아니죠? 그렇다는 건 내가 저 자식 때려도 용 씨 가문과 척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용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죠. 그런데 저 자식 실력이 꽤 있어요. 밖에 있는 태용 씨 보디가드들도 저 자식 상대는 안 될걸요.”“어디 한 번 도범 씨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봐!”그때 제갈소진이 화가 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도범 씨가 용 씨 가문 보디가드가 아니라도 제갈 가문도 쉽지 않다는 거 명심해. 도범 씨 건드리면 우리 제갈 가문과 척지는 거로 간주할 거니까!”“얼씨구, 소진 씨. 이젠 저 자식을 보호하려고요? 저 자식 마누라도 있는 데다가 소진 씨한테 마음 없다는 것 같던데 이렇게 저 자식 위해준대도 상대가 알까 모르겠네요.
“여기 겁대가리 상실한 놈 하나가 나 집에 가겠다는데 계속 막아서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태용은 씩 웃으며 용천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천수 씨 걱정 마요. 저 사람들 일반 보디가드 아니에요. 혼원형의 권법이라고 특별한 권법을 쓸 줄 아는 친구인데 다 같은 사부를 두고 있어요!”그 말에 용천수는 살짝 미소 지었다.‘그래, 태 씨 가문이 아무리 삼류 가문이라고 해도 보디가드 중에 실력자가 없으란 법은 없잖아! 솔직히 아무리 삼류 가문일지라도 서로 마음이 맞아 목숨을 내걸고 가문을 지키는 보디가드들도 수두룩하니까.’태용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용천수는 도범을 이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솟아났다. 이 기회에 도범이 된통 당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이 자식이 감히 우리 도련님을 건드려? 죽으려고 환장했나?”그들은 점점 도범을 둘러쌌다.“퍽퍽퍽!”하지만 아쉽게도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에 널브러져 곡소리를 냈다. 부들부들 거리며 일어서려고 애썼지만 일어 설 수가 없었고 고통에 표정은 일그러져 보기가 흉했다.“이게 무슨…….”용천수의 낯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쓸모 있는 놈이 하나도 없잖아! 혼원형의 권법 무슨! 얼어 죽을! 아무 소용도 없으면 어쩌자는 거야? 열댓 명이 덤벼들었는데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 게 말이 돼?’“2000억을 주지 않겠다면 여기서 목숨을 내놓던가!”도범은 담담하게 웃으며 태용을 바라봤다.“아 참, 그리고 여기 물건 하나라도 망가지면 그쪽이 배상해. 당신이 나한테 돈 안 줘서 생긴 일이니까 안 그래?”태용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한참 머리를 굴려보던 끝에 그는 끝내 입을 열었다.“아직 여덟 판 남았잖아. 내가 다 진다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다시 시작하다고. 아까는 내가 실력 발휘를 잘못해서 생긴 일이니 나머지 여덟 판은 내가 발라줄게! 돈이나 준비해!”“하하, 그렇다면야 계속 놀아드려야지. 두 판 해보니 꽤 재밌더라고.”그 말을 들은 도범은 크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태용은 화가 머리끝까지
“이제 그만하지? 1000억도 적은 돈이 아니고 돈이 없다잖아. 운 좋게 1000억이나 뜯어갔으면 만족을 알아야지.”용천수는 싸늘하게 웃으며 거들먹거렸다.하지만 기분이 안 좋았던 도범은 상대방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나 차갑게 대꾸했다.“그건 안 되겠는데요. 내가 졌으면 저 자식 2000억 무조건 받아 갔을 거고 천수 씨도 나서서 말해주지 않았을 거잖아요. 게다가 생대방이 먼저 내기하자고 했는데 내가 돈을 뜯어냈다니요? 기술 없어서 진 게 내 탓인가?”“이봐, 기어오르는 거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이 분 우리 태 씨 가문 도련님이라고!”쓰러져 있던 보디가드들은 이미 모두 일어나있었다. 하지만 아직 고통이 사라진 건 아닌지라 도범을 보는 그 순간 눈에서 두려움을 숨기지 못했다.도범은 자기의 눈빛 하나에 놈들이 몇 걸음 뒤로 가는 걸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뉘 집 도련님이든 상관 안 해. 돈 안 내놓거나 일전 한 푼이라도 적일 시 여기에서 나갈 생각하지 마.”“천수 씨, 아니면 천수 씨가 저 대신 나머지 1000억 대 주면 안 돼요?”도범의 완강한 태도에 여기를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태용은 이를 갈며 용천수에게 부탁했다.그 말에 용천수는 할 말을 잃었다.“태용 씨, 이거 10억이 아니라 1000억이에요.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빌려줄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요. 100억도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데 저더러 1000억을 어떻게 빌려달라고요?”모든 길이 막히자 태용은 다시 도범에게로 눈길을 돌렸다.“나 지금 1000억 밖에 없는데.”“하하, 간단해. 1000억에 네놈 모가지. 어때?”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 보이는 도범의 태도에 태용은 얼굴이 창백해졌다.“이훈, 너 가서 1000억 구할 수 있나 알아봐. 안 그러면 나 오늘 여기서 죽을 지도 몰라!”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보디가드 한 명을 잡고 명령했다.그리고 곧바로 도범에게 고개를 돌렸다.“내가 지금 보디가드더러 아버지한테 돈 가지러 가라고 했으니 이제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