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됐어요.”그 말을 들은 왕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주인님, 이화당 사람들이 주인님을 찾아뵈려고 합니다.”이때 경호원이 들어와 보고를 올렸다.“이화당 당주와 고수 몇명이 주인님을 찾아뵈려 합니다.”왕대인과 왕호는 의아해헀다.“이화당 사람들이 왜 우리를 찾아온거지? 우리와 같이 떳떳한 세력들이 그들과 엮일 일이 없는데?”왕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화당 사람들은 이류세가들보다도 세력이 컸다.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 좀 걱정되였다.“아버지, 설마 우리 사람들이 이화당 사람들을 건드려서 이렇게 찾아온게 아닐가요? 정말 그렇다면 좀 귀찮겠는데요. 이 사람들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닐거에요.”왕호는 걱정이 되였다.왕대인은 경호원을 보며 물었다.“그들이 들어올때 화 나 있는 기색이였어?”경호원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닙니다. 아주 평범한 표정으로 들어왔습니다. 주인님과 논의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그럼 들어오라고 해.”왕대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손짓했다.“아마 귀찮게 하려고 온건 아닌것 같아.”경호원이 자리를 뜨자 왕대인이 왕호를 보며 말했다.자리에 착석한 최용은 왕대인을 향해 손짓했다.“왕 주인, 오랜만입니다. 듣기로는 왕 씨 집안이 아주 장대해졌다더군요. 아주 부럽습니다.”왕대인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별로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류세가들과는 아직 비할바가 되지 못합니다.”“하하 보아하니 점점 일류세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것 같습니다.”최용은 겸손하게 웃으며 왕호를 바라보았다.“어머 왕 도련님의 얼굴 아직 나으시지 않으신겁니까? 쯧쯧, 참 딱하네요. 제가 듣기로는 박이성이 때린거라면서요?”이 말을 들은 왕호는 화가 나서 펄쩍 뛰며 말했다.“박이성이 때린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화나는건 박 씨 집안의 그 데릴사위 입니다. 그 놈이 이 방법을 생각해내지 않았더라면 제 얼굴이 이렇게 부어오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박이성이 괘씸하긴 하지만 그래도 도범이…….”왕호는 이를 갈며 주
최용은 왕대인의 말에 그제야 설명하기 시작했다.“아마 자네들도 우리 이화당에서 사람이 삼백명 죽은 사실을 알고있을것이라 믿네. 우리는 그 살인범을 계속 조사하고 있었네. 우린 그를 찾아서 꼭 목을 베고야 말겠네.”“그런 일이 있었나요? 그럼 살인범은 찾았는지요?”왕대인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최 당주가 우리 집에 온건 무슨 일이시죠? 설마 우리 사람들이 그런거라고 의심하고 있으시진 않으시겠죠? 이화다의 그 삼백명 모두가 본부의 엘리트고 그중 한명은 이화당 사대고수중 한명이지 않습니까? 우린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입니까?”최용은 다급히 부인했다.“오해요. 오해일세. 왕 주인이 오해를 하고 있네. 내기 오늘 찾아온건 자네들을 귀찮게 하려 하는것이 아니고 자네들과 손을 잡으려 하네.”최용은 뜸을 들이더니 옆에 있는 왕호를 보며 말했다.“우리가 조사한바에 따르면 그 삼백명을 도범이 죽였네. 박 씨 집안 데릴사위 말이네.”“뭐요?”왕호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설마요. 그 놈 전투력이 그렇게 강하다는 말씀이세요?”“그에 대한 상황을 잘 모르시나요?”최용도 덩달아 놀랐다.“전 왕 도련님이 박시율과 꽤 친한 사이라 도범의 상황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지 않나?”“잘 알지 못해요. 전 그저 그가 싸우는걸 보았을 뿐이에요. 그땐 겨우 열댓명의 경호원들과 싸웠었어요. 그가 전투력이 센건 알고 있지만 삼백명을 죽였다는건 불가능하지 않나요?”왕호는 가능성이 없다는듯 최용을 바라보며 말했다.“착각한것이 아닌가요? 이화당 사람들을 죽일 전투력이면 아마 준장을 넘어서 대장 급이여야 하지 않나요? 도범 그 놈 그저 대대장일뿐이에요.”“그럴리가 없습니다. 이미 여러번 확인한 결과 그 녀석이 확실합니다.”최용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도범 이 자식 쉬운 놈이 아니네. 난 그가 대장의 실력을 숨기고 살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네. 이 녀석을 건드리면 그 후과는 아주 감당하기 어렵
도범 일행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즐기고는 집으로 향했다.“뭐 별로 비싸지도 않네. 1억 4천만밖에 안 되다니, 난 또 2억은 할 줄 알았더니!”그때 적막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다름 아닌 나봉희였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부유해지니 목소리에 자신감부터 실려있었다.“엄마도 참…… 이젠 우리가 어렵게 살던 날을 잊었어요?”어머니의 말투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짓는 박시율.“얘, 지금 예전과 같아? 이렇게 돈 잘 벌어다 주는 사위와 딸이 있는데 남은 생 좀 즐겨야 하지 않겠어? 돈이 있는데 설마 안 써?”나봉희는 그런 딸에게 싱긋 웃고는 서정을 바라봤다.“안사돈, 갑시다. 제가 어제 아주 괜찮은 옷 가게를 하나 봐뒀는데, 그 가게의 옷이 사돈한테 딱이에요. 우리 쇼핑이나 해요.”“비싸지 않나요?”서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번 도범한테 끌려가 샀던 브랜드 옷 한 벌을 지금까지도 어색해 입지 못하고 있는데, 또 옷이라니.사실 도범한테서 적지 않은 용돈을 받았지만 청소부로 일하던 나날을 생각하면 아까워 쓰지도 못하고 있다.“안 비싸요, 안 비싸. 몇백만밖에 안 해요. 게다가 예쁘면 그만이지 안 그래요? 제가 키만 좀 컸으면 사돈한테 추천해 주지도 않아요. 내가 입고 말지.”나봉희는 활짝 웃었다. 어제 방금 도범한테서 180억이라는 큰돈을 용돈으로 받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마 기분이 째지겠지. 그덕인지 데릴사위도 이제는 썩 마음에 들었다.“그래요 그럼.”서정는 그런 그녀에게 미소로 화답하고는 함께 매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의 신변 보호를 위해 미녀 보디가드가 뒤따르는 것도 필수였다.“해일아, 우리는 PC방 어때? 아빠가 돼서 아들이 운영하는 PC방 구경은 해야지, 안 그래?”아내와 사돈이 떠나가자 박경호는 아들의 어깨를 찰싹 때리며 자리를 떠났다. 술을 많이 마신 덕인지 얼굴이 이미 벌겋게 닳아올라서 말이다. 그들 뒤에도 역시 보디가드가 따라붙었다.“자기야, 그러면 우리는 수아 데리고 수족관
백준은 이를 악물었다.“걱정 마. 애들 이미 풀어뒀으니까. 죽지 않을 정도로만 밟아주라고 해. 저 새끼가 박시율 생일 파티에서 망신 당하는 건 봐야지. 어떻게 고통스럽게 죽는지 말이야!”성경일은 씩 웃더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에서 열댓 명 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우락부락한 체격 하며, 껄렁한 태도 하며 딱 봐도 좋은 사람들은 아닌것 같았다.“형, 이 사람들로 정말 괜찮겠어?”무리를 흘깃 스쳐본 백준은 눈살을 찌푸렸다.“걱정 마. 이 사람들은 내가 신분 노출될까 봐 일부러 찾아온 깡패거든. 그런데 쓸만한 놈 몇 섞여있어!”성경일은 자신만만했다.“만약 도범이 중독되지 않았다면 이 사람들은 그 자식한테 상대도 안 됐겠지만 벌써 중독된지 며칠 됐잖아. 지금 전투력 말이 아닐 거란 말이지. 만약 그 자식이 자기가 그런 상황인지 눈치채지 못했다면 이 사람들 무조건 이겨. 그런데 저 네 명의 보디가드가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박 씨 일가에서 길러진 보디가드라서 전투력이 어떨지 모르겠네!”백준은 네 명의 미녀 보디가드들을 바라보더니 순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범 옆에 보디가드가 붙은 건 확실히 조금 의외였다.“대체 언제 저런 보디가드들을 데려온 건지 알 수 없으니 원. 장소연이 저놈 곁에 없으니 소식도 알 수 없고 미치겠네!”성경일은 욕설을 퍼붓더니 네 명의 보디가드들을 흘깃 스쳐보며 입을 열었다.“괜찮을 거야. 저 여자들이 무슨 보디가드야. 저 다리에 저 피부만 보면 보디가드가 아니라 특A급 모델이 더 어울리지. 딱 봐도 이 사람들 상대가 아니야. 걱정 마!”그 말을 들은 백준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맞창구 쳐댔다.“그러게. 하나같이 예쁜 애들이잖아. 내가 볼 때 그 자식 보디가드가 아니라 그냥 예쁜 여자를 데려온 것 같은데!”성경일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개 같은 자식. 시율 씨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저 자식 무조건 저 여자들과 뭐 있어. 씨발 생각할수록 열받네. 내가 시율
“이게 말이 돼? 열댓 명이나 되는 사람이 어떻게 몇 초 사이에 다 쓰러져!” 바닥에서 뒹구는 보디가드들을 보는 순간 성경일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형, 저 사람들 실력 괜찮다며! 저 자식 실력 확인도 하지 못하고 다 나가떨어지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백준의 표정은 순간 잿빛으로 변했다. 들끓어 오르는 분노에 가슴은 쉴 새 없이 벌렁거렸다.“이건 사고야. 이럴 리 없어. 저 여자들이 저렇게 대단한 줄 누가 알았겠냐!”성경일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도범 일행이 떠나가는 걸 바라보기만 했다.“저 여자들 실력 장난 아니네!”그때 한참 고민에 잠겨있던 백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형은 지금 형 쪽 보디가드들 쓰면 저 자식 알아볼 수 있어 걱정하는 거잖아. 그러면 하는 수 없지. 백 씨 가문에 전화하는 수밖에. 우리 백 씨 가문에 실력 좋은 고수들 꽤 있으니까 내가 불러올게!”성경일은 한참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실력 좋은 놈으로 불러와. 그런데 너 다리 다친 거 아직은 너희 부모님한테 비밀로 해. 화를 못 참고 도범 그 자식 찾아갈까 봐 그래. 그러면 그 자식이 박시율 씨 생일 파티에서 고통스럽게 죽는 모습 못 보잖아!”“알았어. 그 자식 곱게 죽게 할 수는 없지!”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시각…….“자기야, 아까 그 사람들 누군지 알아? 왜 우리를 공격하는데?”물론 그들 쪽 보디가드들과 비하면 훨씬 뒤처지는 실력이지만 박시율은 여전히 걱정됐다. 아무래도 그들은 밝은 곳에 있고 적들은 어두운 곳에 있으니까. 만약 지금처럼 계속 습격한다면 방어막이 뚫리는 순간이 무조건 있을 것이다!운전을 하던 도범도 아내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나도 감이 안 잡혀. 박이성일 가능성이 있어. 내가 지난번에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왕호도 나 죽이고 싶어 하니까 왕호일 가능성도 있겠네. 그리고 성경일도 한지훈도 다 가능성 있고. 그 외의 사람이라면 청천당일 수도 있어. 내가 그들 돈줄 끊어놨으니 뒤에서 손썼을지도 모르지…….”한참
수아의 말에 도범은 호탕하게 웃더니 몇 마디 툭 내던졌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그 말을 들은 박시율은 남편의 허벅지를 살짝 꼬집더니 그를 째려봤다.“나 우리 딸 앞으로 여장부처럼 되는 거 원치 않아. 수아 얼굴을 봐, 이게 어디 여장부 할 얼굴이야?”“하지만 가르칠 건 가르쳐야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그러지 않으면 나쁜 사람 만났을 때 당하기라도 하면 어떡해? 우리 수아 크면 엄청 미인이라서 날파리들 꼬일 텐데!”웃으며 내뱉은 도범의 말에 박시율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걸 말이라고. 누구 배속에서 나왔는데!”투닥거리며 얘기하던 것도 잠시, 도범은 이내 아내와 딸을 데리고 수족관으로 향했고 오후 내내 마음껏 즐기고 거의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그 후 며칠은 아무 일도 없이 순조롭게 지나갔다.하지만 박시율의 생일이 스무날 정도 남았을 무렵, 웬 봉고차 한 대가 퇴근하던 도범의 차를 막아섰다.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시커먼 정장을 입은 남자가 우르르 몰려나와 도범에게 달려들었다.상황을 눈치챈 도범은 이내 차에서 내렸다.“이번엔 무조건 성공할 거야. 저 사람들 모두 너희 집에서 가장 실력 좋은 보디가드들이라며. 저 자식도 이제도 중독된지 열흘이나 지났겠다. 지금 몸 상태가 최악일 거야. 문제는 저 자식이 자기 상태를 눈치챘는지 모르겠네!”그 시각, 멀리에 정차된 차 안에서 성경일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조금만 기다리면 저 자식 아주 너덜너덜해지겠지? 생각만 해도 짜릿하네!”“당연하지. 내가 부른 저 사람들 모두 우리 집에서 키우는 보디가드들 중의 팀장들이야.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아마 소장 급은 될걸…….”백준도 흥분한 표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도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누가 보냈어?”그 시각, 사람이 적은 곳으로 자리를 옮긴 도범의 주위에 이여덟 되는 사람이 둘러쌌다.“하, 이 새끼 봐라. 그건 알아서 뭐 하게? 넌 그런 거 알 자격도 없어. 물론 알려줄지도 않을 거지만!”도
“하하, 자신만만한 말투네. 그런데 그렇게는 안 될걸!”보디가드 하나가 싸늘하게 웃더니 자기쪽으로 달려오는 도범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퍽!”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거대한 힘이 전해져 오면서 남자는 순간 붕 떠서 내동댕이 쳐졌다.“풉!”뜨거운 피를 뿜어내는 순간 그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봤다. 이렇게 작은 체구에서 이렇게 폭발적이고 공포스러운 힘이 뿜어 나올 줄이야? 공격하는 순간 앞에 커다란 산 하나가 막혀 있는 기분이었다.“퍽!”그 순간, 도범에게 덤벼들었던 또 한 명의 남자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의 옆으로 떨어지더니 피를 토해냈다.“퍽!”도범의 주먹이 이번에는 다른 놈의 목을 사정 없이 가격했다. 곧이어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퍽퍽퍽!”사정없는 공격이 이어졌고 실력 좋기로 유명한 백 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하나 둘 쓰러졌다.“말, 말도 안 돼!”맨 처음 바닥에 쓰러졌던 남자는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에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실력 좋은 동료들이 하나둘씩 목숨을 잃자 순간 극도의 공포 그를 덮쳤다.“아!”짤막한 신음과 함께 소장 급 실력을 갖고 있던 또 한 놈이 또 몇 초도 안 되는 사이에 도범의 손에 무참히 살해됐다.“네가 마지막이네. 이제 내 말 믿겠어?”도범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마지막 한 놈을 보며 싸늘하게 미소 짓고는 천천히 접근했다.그리고 그의 앞에 다다랐을 때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깊게 한 모금 들이켰다.“말해 봐. 누가 보냈어?”“몰, 몰라!”남자는 이를 악물며 부정했지만 눈은 저도 모르게 멀리에 정차되어 있는 벤츠 한태를 흘깃 스쳤다.하지만 그 작은 동작을 놓칠 도범이 아니었다.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남자의 눈길이 향한 쪽을 바라봤다.“씨발. 저 멍청한 자식 왜 이쪽은 보고 난리야!”그 시각, 차 안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성경일은 겁먹은 채 이내 시동을 걸었다.그와 백준은 순간 생각 회로가 멈췄다.
도범이 손에 힘을 푸는 순간 남자는 눈을 뜬 채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마지막 순간 그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죽을라고 환장했네.”도범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띤 채로 차에 올라탔다.그는 이번만큼은 저들을 쉽게 살려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저들이 계속 그의 생활을 방해할 테고, 앞으로 편안하게 살기도 어려울 테니까.그 시각 한참을 도망친 성경일은 도범이 계속 쫓아오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음에도 안심하지 못했다. 한참 뒤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백준에게 말했다.“우리 지금 뭘 본 거지? 네가 이번에 부른 사람들 중에 소장 급도 있지 않아?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다 그 자식 손에 죽어버리는데!”방금 전 일만 회상하면 그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잔뜩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키며 식은땀을 닦아냈다.“대체 무슨 일이지? 왜 그 자식 중독되지 않은 것 같지? 우리 설마 박이성과 장소연에게 놀아난 거 아니야?”백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성경일을 바라봤다. 그런 그의 말에 성경일도 주먹을 꽉 쥐었다.“씨발. 그러고 보니 진짜 장소연 그년한테 속은 것 같은데. 만약 도범 그 자식이 중독됐다면 그렇게 날아다닐 리 없어. 게다가 소장 급 사람을 그렇게 쉽게 죽이다니! 그 자식 대대장 급 아니었어? 오늘 평소 실력보다 잘 싸우기라도 한 건가? 아닐 텐데!”“실력을 보니 그 자식이 소장 급이 아니야. 내가 볼 때 중장 급인데 실력을 숨겼던 거야!”백준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고 대장 급일리는 없어. 대장은 개나 소나 다 되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대장이라면 벌써 유명해지고도 남았어. 그 자식 실력으로 볼 때 무조건 중장 급이야. 중장은 수도 많은 데다가 유명하지 않잖아.”하지만 성경일은 오히려 의아했다.“만약 그 자식이 중장이라면 왜 실력을 숨겼는데?”“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백준도 의문이었다. 도범은 대체 왜 실력과 신분을 숨겼는지.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