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연은 박시율이 이런 어조로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멍하니 서있다가 팔짱을 껴고 예전처럼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말했다.“너희들 돈 좀 있다고 언성도 높아졌다? 그저 몇십억짜리 별장 하나 갖고 난 너희들 안중에도 없지?”박시연은 더욱더 삐뚤어져갔다.“내가 듣기론 팀장은 많아도 보너스를 38억밖에 가지지 못한다고 들었어. 5년이란 청춘을 바치고 수많은 생사를 오가면서 이까짓 돈을 받는게 많은 돈은 아니야. 별장 말고도 차도 사고 경호원도 들였다며? 이렇게 계산하면 도범도 이젠 돈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 많아도 몇억밖에 남지 않았을거 같은데.”박시율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래. 우리 남은 돈 별로 없어. 하지만 우린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몇억도 있어. 그걸로 만족해. 비록 돈 많은 부자들과는 비기지 못하지만 우리도 나쁘지 않아. 난 이걸로 만족해.”박시율운 박시연르 보며 지적했다.“이 나이를 먹고도 시집 가지 못한 여자만 나은거 같은데. 온 하루 직장도 다니지 않으면서 집안의 돈만 갖다 쓰며 빌 붙어 사는것만 낳지 않아?”“너…….”박시연은 화가 단단히 나있었다.“그러게. 우리집 돈이 많은건 아니지만 딸은 한달에 이억씩 벌고 연말이면 보너스도 있어. 내 사위는 가드이기는 하지만 월급이 상당히 높지. 한달에 사억씩이나 벌고 있잖아. 넌?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면서 돈을 벌어들이기나 하는거야?”나봉희는 박시연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그저 바라볼수가 없어서 한마디 했다. 예전에 박 씨 집에서 쫓겨날때도 박시연한테 돈이 없다는 이유로 많은 기시를 받았었다. 그때는 참는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집안 사정이 그렇게 부유한것은 아니지만 돈이 부족한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백배 천배는 부유한 삶을 살고 있으니 용기가 생겼다.“어쨌든 당신 사위 그저 가드일뿐이야. 알바생인 주제에 자랑할만한것이 있기나 해?”박시연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오늘 할아버지가 왜 부른줄 알고있어?”“식사 하러 오라는
“엄마, 무슨 소리예요? 이건 다 제가 선택한 거고 후회할 거 없어요. 게다가, 저는 도범이 그 왕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좋지 않은 기분으로 어머니를 힐끗 본 박시율이 안으로 걸어갔다.“흥!”도범을 보는 나봉희의 마음이 불편했다. 모두 그의 능력이 없기 때문이고, 그 집안도 조금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고 있었다. 차가운 콧방귀를 뀐 나봉희가 안으로 들어가고, 박영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도범의 어깨를 두드렸다.“너무 마음에 두지 말게. 원래 행동은 좀 거칠어도, 성격은 나쁘지 않아. 시율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으니까 저러는거야.”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하세요, 장인어른.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저는 다른 좋은 집안에서 혼사를 요청해도 다 거절할 거예요!”박영호의 입가는 참지 못하고 약간 경련을 일으켰다. 원래 도범을 위로하려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이 녀석이 이런 큰소리를 치다니. 이 점이 그의 마음을 조금 불쾌하게 했다. 도범 이 녀석은 가끔 너무 사리분별을 못하고 남보다 못한 걸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아이고!”한숨을 쉬고, 박영호도 별장 대문으로 걸어갔다.“아유, 신경 쓰지 마. 혼자 최선을 다하면 돼. 네 장모가 만족할 줄 모르고 자꾸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려고 하네!”서정이 다가가 도범을 향해 웃었다.“엄마, 저도 알아요.”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홀에 도착하자 이미 여러 개의 테이블이 가득 놓여 있었다. 박씨 가문의 많은 친척들을 제외하고도 그 김씨 가문 집주인과 도련님, 친척들이 많이 왔다.“빨리 와요, 여기 자리가 하나 남았어요!”도범이 마지막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박시연이 손을 흔들었고, 그걸 본 도범의 안색이 약간 가라앉았다. 만약 그에게 직접 선택하라고 했다면 절대 그 테이블에 앉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에는 박씨 어르신, 박준식, 그리고 김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있었다. 박시연이 고의로 그를 모욕하기 위해 부른 게
도범은 담담하게 웃은 후에 걸어가서 박시율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허허, 네가 바로 도범이구나, 우리는 해외여행을 갔다가 돌아온지 얼마 안 됐어!”도범이 앉자마자 그 김씨네 도련님 김제성이 냉소를 참지 못했다.“진작 네 소문을 들었지. 바로 그 군대에 간 놈 맞지? 데릴사위, 허허, 이미 5년이 됐다고?”“박 영감, 이게 바로 그 데릴사위야?”다음 한쪽, 김씨 집안 어르신은 도범을 본 후 얼굴색이 약간 좋지 않았다.“그래, 아니, 돌아온 지 한 달이나 됐어!”박씨 어르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김씨 어르신의 얼굴이 더욱 보기 흉해졌다.“오늘은 큰일을 상의하는 자리야. 우리 집 김제성과 박시연의 결혼식을 상의해야 해. 이 테이블에 다른 사람이 앉으면 안 되겠지?”“그래, 박 영감, 여기에 앉을 자격이 있는 건 어쨌든 박씨 집안이라고 할 수 있지. 데릴사위는 좀 그렇지?”박씨 어르신도 김씨 집안 사람들이 이렇게 신경 쓸 줄은 몰랐다는 듯 갑자기 어색하게 웃었다.“도범이 데릴사위긴 하지만 반은 박씨 가족이라고 할 수 있어. 나도 가족으로 인정해.”“허허, 이상해!”이때, 김제성도 입을 열었다.“두달 전에 시연이가 말했는데, 도범이 술에 취한 틈을 타서 시율씨를 얻었다고요. 이러면 범죄랑 뭐가 다르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다니, 이걸 감동적이라고 해야 되나?”박시율은 김제성이 이렇게도 도범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도범을 데릴사위라고 하면서 업신여기는 건 참을 수 있었으나, 범죄라니. 그녀의 얼굴이 차가워지며 김제성을 향해 냉소를 보냈다.“하하, 어떤 증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증거가 없으면 유언비어도 믿지 마세요. 그날 밤 일을 당사자인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여기까지 말하고, 박시율은 옆의 도범을 보고 담담하게 웃으며 이어 말했다.“제가 결혼한 날, 다 원해서 한 거예요. 원해서 한 걸 어떻게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범죄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죠?”
아마 이 때문에 김씨 집안 도련님과 바로 결혼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겠지.“왜 절 쳐다봐요? 전 임신 안 했어요!”박시연은 도범의 눈빛을 느끼고 약간 어이없어하며 옆을 보고 말했다“어차피 저는 그런 쉬운 여자 아니니까!”“벌써 6주인거 다 알아요. 임신이 뭐 면목 없는 일도 아닌데, 요즘 사회에 아주 정상이죠.”도범이 웃으며 바로 폭로해버렸다.“시연아, 너 정말 임신했어?”박씨 어르신의 얼굴색이 가라앉았다. 혼전임신은 확실히 이상한 일도 아니고, 적지 않게 발생하는 일이다. 하지만 어르신은 체면을 가장 중요시하신다. 이런 이류세가의 명문가 여자가 약혼 전에 임신이라니, 박씨 집안의 체면이 서지 않을 수밖에.“할아버지, 이 사람, 이 사람이 헛소리 한 거예요. 제가 임신했다면 왜 몰랐겠어요?”박시연은 화가 너무 났지만, 마음속으로 당황하지 않으려 애썼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왜 도범이 잠깐 몇 번 본 것만으로 이렇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녀가 임신한 일은 부모님에게 조차도 아직 말하지 않았다. 도범이 그냥 추측한 거라면, 어떻게 정확하게 추측할 수 있었을까?“이놈아, 헛소리하지 마, 내 딸이 어떻게 그래?”박시연의 아버지가 일어서서 화가 난 채 도범을 바라보았다.“네가 시연이 손도 건드리지 않고 맥도 짚은 적이 없는데, 어째서 입만 열고 임신 6주가 됐다고 말하는거야?”“그러게, 함부로 말하지 마. 우리 집이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만만한 집안도 아니야. 게다가 데릴사위가 뭐라고 함부로 나서?”박시연의 어머니도 일어서서 분개했다.“도범아, 내가 방금 너에게 어떻게 말했니?”반박하려던 도범의 말이 나봉희에 차가운 말에 가로막혔다. 확실히 아까 문으로 들어서기 전에 나봉희가 그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건 똑같이 대응하지 않고 참을 수 있었지만, 박시율을 겨냥해서 하는 말은, 그의 아내에게 하는 말을 도범은 참을 수 없다.그는 나봉희의 말
김씨 집안 사람들이 하나같이 도범을 무시하자, 박영호의 마음은 매우 불쾌했다. 이전에 도범을 보는 그의 마음에도 업신여김과 미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실력으로 자신의 우수함을 증명하였는데 김씨 집안 사람들이 이렇게 무시하다니.그래서 그는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도범을 도와 말을 얹었다.“허허, 신의 의술? 군인이 무슨 신의 의술이야?”박시연이 즉시 비웃었다.“허풍도 좀 작작해요. 무슨 한우현 전신이라도 되는 줄 알아요? 전 세계에 신의 의술이라고 자칭할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되겠어요?”김씨 집안 주인은 더욱 웃으며 말을 보탰다.“아무리 자네가 장인의 다리를 치료하는 걸 도와주고 제갈소진의 병도 치료했다고 해도, 단지 장님 고양이가 죽은 쥐를 만난 것처럼 운이 좋았던 거겠지. 의술이 좋다고 쳐도 신의 의술이라 하기에는 아직 멀었네!”도범은 이 말을 들은 후에도 여전히 조금도 개의치 않고 웃었다.“사실을 숨기지 않을게요. 한우현의 의술도 좋지만, 그는 저의 제자입니다. 저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경우가 많지요.”“풉!”국물을 마시고 있던 김제성이 하마터면 탁자 위에 뿜을 뻔하며 크게 웃었다.“참 대단해, 정말 대단해, 허풍 떠는 데 1인자네.”김씨 어르신도 박씨 어르신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 데릴사위, 오늘 저를 정말 놀라게 하네요. 한우현 전신이 여기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름만 직접 부르는 이런 행위는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칭 신의 의술이라고 하면서, 조금도 부끄럼 없이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는다는 게 참 대단하군요.”“여보, 무슨 헛소리야?”박시율도 어이가 없어 몰래 도범의 소매를 잡아당겨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신호를 주었다. 모두들 그가 허풍을 떤다고 여기는데, 이런 소문이 나면 어떻게 되겠는가?더욱 화가 난 나봉희는 직접 입을 열었다.“도범아, 입 좀 다물어! 오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한우현 전신이 얼마나 높은 존재인데? 세상 사람들이 가장 숭배하는 전신이야. 9대 전
“눈을 뜨고 거짓말을 하다니, 벼락을 맞는 게 두렵지도 않아요?”도범이 기분 나쁘게 상대방을 한 번 보았다.“당신…….”박시연은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감히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다니, 담력도 크지.“도범, 헛소리 하지 마!”박씨 어르신이 보면서 어이가 없어 도범을 노려본 후에야 김씨 집안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당신들은 출국한 지 두 달이 되었는데, 도범이 이제 겨우 돌아온 지 한 달이 넘어서 아직 도범에 대해서 잘 모를 거예요.”김씨 어르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잘 몰랐네요, 이렇게 허풍 떠는 걸 좋아할 줄은!”박진천은 입가에 살짝 경련을 일으킨 후 말했다.“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의술 쪽에서 능력이 있는 건 맞습니다. 가끔 허풍을 좀 떨어서 그렇죠. 그러나 저는 한우현 전신이 오셔도 그를 죽이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어쨌든 우리 화하를 위해 5년 동안 전장에서 싸운 대대장이니까요.”여기까지 말하고 박씨 어르신은 잠시 멈추고서야 또 설명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도범이 장진 전신을 구해낸 적이 있어요. 장진 전신이 틀림없이 한우현 전신이 도범을 죽이지 못하게 막아주겠지요.”“잠깐, 설마, 장진 전신도 우리 중주에 있는 거예요?”김씨 어르신이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놀라워하고, 박씨 어르신이 웃기 시작했다.“하하, 당신들이 떠난 지 두 달이 되었고 이제 막 외국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최근 한 달간 발생한 일을 잘 모를 수도 있어요. 장진 전신은 중주에 있을 뿐 아니라, 저의 70세 생일잔치에 참가한 적도 있어요.”“그래? 그녀가 왔다고요?”의외의 사실에 김씨 어르신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자, 술 마셔요. 제가 천천히 말해드리죠!”박씨 어르신은 그날 70번째 생일, 어떤 모습이었는지 하나하나 자세히 이야기했다. 김씨 가문 사람들은 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을 잘 모르기에 아주 진지하게 들었다.“수아야, 자, 많이 먹어!”박시율도 옆에 있는 딸에게 요리를 집어주며 자세히
“하하, 좋아요!”박씨 어르신이 자랑하기 위해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명주를 가져온 다음 김씨 어르신의 앞에 건네주었다. 박시연은 모두가 도범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걸 보았고, 그녀도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의 뱃속에는 확실히 아이가 있었다. 만약 정말 소란을 피우다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박씨 어르신은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정말 크군요, 이 세상에 이렇게 큰 야명주가 있다니, 정말 부럽습니다!”김씨 어르신이 상자 안의 야명주를 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야명주를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큰 것은 처음이었다.“허허, 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효과가 중요해요. 듣자하니 장수 효과도 있다더라구요. 이걸로 몇 년 더 살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박씨 어르신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했다.“정말 부러워요. 참, 불을 꺼 볼까요? 밝기가 어떤지 보려구요.”김씨 어르신은 금방 뭔가 생각났는지 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좋아요!”박씨 어르신이 바로 불을 끄라고 명령했고, 야명주가 빛을 발했다. 온 집안의 불을 켜지 않아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불빛.“보물이야, 정말 보기 힘든 보물이야!”김씨 어르신은 손을 놓지 못하고 연거푸 감탄했다.“박씨 어르신, 정말 보물을 하나 얻었군요. 천억은 물론이고 이천억의 가치도 있을 것 같아요.”“하하! 애초에 많은 명문가에서 이 물건을 쟁탈하려고 했다고 들었는데, 효과를 확신하지 못해 천억이 된 후에도 아무도 더 이상 가격을 부르지 못했다더군요. 만약 물건을 손에 넣은 후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큰 손해 아니겠습니까?”“그래요, 오직 전신과 같은 존재만이 조금도 꺼리지 않고 바로 천억을 투자할 수 있죠!”김씨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불을 다시 켜라고 한 후에야 아쉬워하며 그 상자를 잘 덮고 박씨 어르신에게 건네주었다.“장진 전신이 조금의 인색함도 없이 대범하게도 천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을 도범에게 주다니!”“하하, 어쨌든 도범이 그녀의 생명을 구했으니까요.
김씨 가문에서 은행카드 한 장을 꺼내 박시연의 어머니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얼굴에 기쁜 기색을 가득 띠고 카드를 받으며 웃었다.“아유, 이렇게 많은 예단을 주시면 정말 죄송한데요!”“허허, 사돈댁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딸을 이렇게 인품이 좋게 잘 키워주셨는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저희는 시연이가 참 마음에 들어요.”박씨 어르신도 웃기 시작했다.“그럼, 우리 집 시연이야 평소에 말 제일 잘 듣지, 생김새도 인품도 좋지, 얼마나 많은 집 도련님들이 쫓아다니는지 몰라요. 모두 거절하더니 김씨 집안 도련님을 선택하더라고요, 이게 인연일지도 모르죠!”박시연의 어머니가 허허 웃으며 은행카드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뒤 박시율을 보며 말했다.“아이고, 아쉽다. 우리 집안에서 제일 예뻤는데 좋은 집에 시집가지도 못하고. 아마 예단도 40억 정도 줬었지? 과연 선택이 정말 중요하네.”김씨 어르신도 그녀의 말뜻을 알고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다들 좋은 집에 시집가려는 거 아니겠습니까. 좋은 집을 만나면 이후의 생활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나쁜 집안을 만나면 고생하는 거지요.”나봉희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분명히 자신의 딸을 두고 시집을 못 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오늘의 예단 160억을 생각하면, 도범이 준 40억은 차이가 크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답답했다.“아저씨 감사합니다!”박시연이 싱글벙글 웃으며 외쳤다.“어, 왜 아직도 아저씨라고 부르니? 섭섭하게.”김씨 어르신이 일부러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아, 고마워요, 아버님!”박시연이 그제서야 알아차리며 한마디 외쳤다.“하하, 그래, 그게 맞지!”김씨 집안 김은풍은 웃으며 박진천을 향해 말했다.“다음에는, 결혼 날짜를 정합시다. 좋은 날을 골라서 아이들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치러줘야죠.”“네, 문제 없습니다. 어떤 날이 적당한지 좀 볼까요?”박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 가문은 확실히 돈이 좀 있는데다, 이렇게 많은 예단을 주는 것도 성의를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