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병실의 침대 위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를 본 성경일이 한숨을 쉬었다."형, 우리 아버지한테 전화하자. 내가 그놈 죽여버리고 말 거야."백준이 이를 물고 말했다. 저번에 백화점에서 용신애에게 집적거리던 그는 도범에게 맞아 손목이 부러지고 말았다.결국 그는 어쩔 수없이 왼손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자신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만 생각하면 그는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성경일은 이 일을 백준의 부모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백준이 성경일을 찾아왔다가 이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기에 그에게도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전화를 했지만 결국 이 사실을 알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이 일을 얘기해야 할지 몰라 백준에게도 시간이 지난 뒤에 얘기하자고 했다.지금은 백준도 퇴원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계속 이렇게 미룰 수 없었다. 아무 미루어봤자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준아, 급해하지 마, 이 일은 네가 돌아가서 너희 부모님께 직접 알려주는 게 좋아. 오늘 나는 너한테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 온 거야."성경일이 백준을 보며 말했다."좋은 소식? 무슨 좋은 소식이 있겠어? 지금 나는 그저 도범이라는 그놈을 내 앞에서 당장 죽이고 싶어,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말이야."백준이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원망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말이 맞아, 오늘 바로 그 얘기를 하려고 온 거야. 그놈 이제 기껏해야 한 달 더 살 수 있어."성경일이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뭐? 한 달? 경호원 하나 없애는데 이렇게 복잡해?"백준이 차가운 얼굴로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그렇게 쉬울 리가 있겠어? 그놈 우리 집의 고수 장건까지 해치운 놈이야, 그놈을 죽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그리고 오늘 내가 박 씨 어르신 생신잔치에 갔는데 도범이 대대장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런데 명패를 잃어버려서 못 내놓고 있다는 거야, 실력을 대충 알았으니 그것도 좋은 일이지.""대대장? 그럼 조금 상대하기 어렵겠는데."백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계속 말을
"확실해? 그놈 똑똑해서 상대하기 쉬울 것 같지 않은데."백준은 드디어 자신을 위해 복수를 해주려는 성경일을 보니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이 복수를 하지 못한다면 그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낙성의 이류 가문의 도련님인 그가, 고귀한 신분을 가진 그가 낙성보다도 작은 중주에서 경호원 하나 때문에 불구가 되었다니.낙성으로 돌아간다면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을 게 분명했다.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그를 장애인이라고 비웃을지도 몰랐다."걱정하지 마, 믿을만한 사람이니까. 전에 그놈에게 약을 먹이지 않은 건 박이성이 혹시나 어르신께서 생신 때 도범을 박 씨 집안에서 쫓아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데 어르신이 도범을 박 씨 집안에서 쫓아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체면만 세워준 격이 되었어. 그래서 박이성이 도범을 죽이기로 마음을 먹은 거지.""그래, 하지만 그런 놈을 한 달이나 더 살게 해야 한다고 하니 기분 더럽네, 그리고 그 독약만으로는 그놈을 고통스럽게 죽게 할 수도 없잖아."백준이 화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독약이 고통스럽지 않다고 누가 그래? 처음에는 아무 느낌도 없어서 고통스럽지 않을지 몰라도 죽기 전이면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될 만큼, 그때가 되면 무슨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어."성경일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놈 전부터 혼내주고 싶었는데, 조용히 박시율 곁을 떠났으면 살려줄 수도 있었어. 그런데 그놈이 굳이 박시율 옆에 붙어있겠다고 하니 나도 어쩔 수 없지.""응, 그럼 나도 집으로 안 가고 형 집에서 지내면서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백준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한편, 도범은 박시율 가족을 데리고 190억 원을 주고 산 단독 별장을 구경 중이었다."어때? 마음에 들어?"도범이 웃으며 박시율에게 물었다.그에게 있어서 어디에 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낼 곳만 있으면 그만이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가족을 고생하게 하고 싶지 않았
나봉희가 박시율을 흘겨보더니 다시 화가 난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도범, 내가 아까 사람이 많아서 네 체면 세워주려고 말 안 했는데 지금은 우리뿐이니 말 좀 해야겠어.""어머님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저는 알 것 같아요."도범이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해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고 있다고? 그럼 네가 말해 봐, 내가 왜 화가 났는지."나봉희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전신이 저한테 왕호를 혼내주라고 했는데 그 처벌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고 계신 거죠? 나중에 왕호가 그걸 빌미 삼아 저한테 시비를 걸까 봐 걱정하고 계신 거잖아요.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전신 사이를 생각해서라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설사 정말 시비를 건다고 해도 저 하나도 안 무서워요.""어머니, 지금 다른 사람이 도범을 해칠까 봐 걱정하고 계셨던 거였어요?"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도범의 안위를 걱정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나봉희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화가 난 건 전신이 그 야명주를 너한테 줬는데 왜 일찍 얘기하지 않았냐는 거야."그 말을 들은 도범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도 나봉희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그런데 나봉희는 그 야명주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어머님, 저도 할아버지를 놀라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거였죠, 오늘 기뻐하시는 모습 보셨잖아요. 그리고 선물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나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맞아, 나도 놀랐어. 그런데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산 야명주를 전신께서 당신한테 줄 줄은 몰랐지.""나도 놀랐지, 그런데 이런 귀중한 물건을, 그것도 그런 보물을 우리한테 말도 하지 않고 할아버지한테 선물해 주다니!"나봉희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우리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우리 딸을 너한테 내어주고 딸까지 낳게 했는데, 그리고 우리도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런 선물을 우리한테 할 생각은 왜 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야명주를 선물했는데 그걸 받아오기가 어디 쉽겠어? 그때가 되면 박준식이 가져가겠지, 빌려준 것도 아니고 선물해 준 거잖아."나봉희가 다시 도범을 보며 말했다."이번에는 그냥 넘어갈게, 이 별장을 봐서 따지지 않을게. 하지만 다음에는 귀중한 물건이나 보물을 손에 놓으면 먼저 나한테 말을 해야, 알겠지?""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안에 가서 봐요, 그리고 어느 방에서 지낼지 정해야죠. 저는 어머님 아버님께서 나이를 드셨으니 1층에서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랑 박시율이랑 해일이는 2층으로 가고요.""내가 한번 볼게, 하지만 1층에서 지내는 게 편하긴 할 거야."나봉희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여기 인테리어 정말 좋네요!"안으로 들어선 장소연이 신이 나서 말했다. 안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이 지내기에는 무척 적합했다."그러니까 너무 좋은데, 소연아, 우리 올라가서 방부터 고르자." 박해일이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도범이 박해일을 막았다."잠깐만, 방 고르는 건 네 누나가 고르고 수아가 고른 뒤에 너희들이 마지막에 골라."도범의 말을 들은 박해일과 장소연의 안색이 언짢아졌지만 이 별장을 산 사람은 도범이었고 박시율의 이름으로 되어있었기에 그들은 할 말이 없었다."네, 알겠어요. 그런데 박 씨 저택에서는 제가 예전에 살던 그 방을 고를 거예요,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 없죠?""걱정하지 마, 그 집에 들어가서 살 가능성은 크지 않으니까, 시율이도 박이성 그놈을 자주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도범을 보며 웃었다."나를 잘 알긴 하네, 그 별장에는 아마 들어가지 않을 거야, 나는 이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리고 우리 남편이 거액의 돈을 들여서 산 집이니 나는 이 집에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그런데 도범이 대대장이면 퇴역하고 돈을 얼마나 받은 거야?"그때 나봉희가 갑자기 물었다.그 말을 들은 도범은 난감해졌다. 그들은
나봉희도 자신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한 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도범만 그 돈을 나에게 준다고 하면 나는 당연히 좋다고 하겠지, 돈 많은 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도범은 그런 나봉희를 보며 참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든 간에 모두 내놓으라고 할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도범의 장모님이었기에 도범도 뭐라고 할 수 없었기에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손에 있는 돈 다 쓰고 나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저희 가족이니 어머님께서 돈 걱정을 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나봉희가 신이 나서 대답했다."그래, 우리 사위, 내가 돈을 사랑해서도 아니고 네 돈을 탐내는 것도 아니야. 네 돈은 목숨으로 바꿔온 돈이니 얼마가 되었든 간에 다 너한테 남겨두는 게 맞지. 하지만 네가 너무 생각 없이 돈을 쓸까 봐 그러는 거지. 아껴가면서 돈을 써야 돼, 네가 혹시라도 그 돈을 다 써버릴까 봐 너 대신 관리하려고 했던 거야. 이 별장도 그래, 어디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는 집이니."도범은 그 말을 들으며 돈을 나봉희에게 줬다가는 다시 내놓으라고 했을 때, 그녀가 분명 쉽게 내놓을 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갑시다, 형부, 저 얼른 2층에 가보고 싶어요."박해일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옆에 있던 장소연을 바라봤다."소연아, 우리도 이제 집이 있는 사람이야. 나중에 차까지 생기면 내가 너희 집에 가서 결혼 허락을 받을 게, 너희 부모님께서도 아마 허락해 주시겠지? 우리 얼른 결혼하고 애 낳자."박해일은 조금 다급해졌다. 장소연은 그와 함께 지내면서 한 침대에서 잠을 잤지만 기껏해야 입맞춤을 허락하는 정도였다.그는 오래전부터 장소연과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장소연은 매번 그가 차와 집이 없다는 핑계를 대곤 했다.하지만 지금 집과 차가 생겼으니 박해일은 곧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 얼른 결혼해야지. 나이도 적지 않으니 결혼하고 우리 손주 안겨줘야지
"네, 알겠습니다. 조만간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장소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일단 허락했다.그렇게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가 한참을 둘러보다 각자 방을 선택했다."방도 다 정했으니 가자, 일단 가서 짐 정리를 하고 이사부터 해야지. 이사하고 저녁 좀 일찍 먹은 뒤에 수아 데리고 주위에서 산책을 하는 게 좋겠어."박시율이 도범을 보며 말했다."응, 여기는 전에 살던 곳보다 볼거리가 많으니까."머지않아 사람들은 전에 살던 낡은 집으로 돌아와 짐 정리를 하곤 이사 갈 준비를 했다.짐 정리를 마친 뒤, 마당에 선 박시율은 낡고 작은 이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이제 보니 여기에서 5년 동안 지냈네, 처음에는 정말 불편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익숙해지더라고. 5년 동안 지내던 곳에서 이사 갈 생각을 하니 조금 아쉽긴 하다."박시율이 감탄했다."가자, 다 나 때문이야. 당신이랑 수아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금부터 내가 당신을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도범이 웃으며 다시 나봉희를 바라봤다."어머님, 한 달 뒤면 시율이 생일이잖아요. 그때 제가 시율이한테 가장 화려한 생일파티를 열어줄 거예요, 평생 잊지 못할 만큼 화려한 그런 파티.""그래? 네가 한 말이야. 나 친구들한테 말할 거니까 때가 되어서 망신당할 짓 만들지 마."나봉희가 기분 좋게 말했다. 자신의 딸이 그동안 고생을 하며 생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기에 그녀도 그것이 나름 짠했다.그런데 도범이 그런 말을 하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도범이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성경일보다 돈이 적었지만 박시율에게는 잘 대해줬기 때문이었다.성경일과 한지운은 돈이 많았지만 마음이 악독했다. 자신을 찾아와 도범에게 독약을 먹이라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녀는 아직도 무서웠다."도범, 너 지금 전신이랑 사이가 좋지만 오늘 전신께서 네 체면을 제대로 세워줬으니 그 은혜를 다 갚았다고 볼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 함부로 나서지 마, 다른
"그럼 어쩔 수 없네. 아무튼 자기가 먼저 건드리지 마, 시간이 지나서도 우리가 같이 잘 지내면 알아서 포기할 거야. 그리고 다른 목표를 가지거나 다른 예쁜 여자를 만나면 알아서 포기할 거야."박시율이 말했다."그래? 우리 시율이보다 더 예쁜 사람도 있다고?"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얼굴을 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수아가 벌써 몇 살인데, 나 이미 아줌마라고. 오늘 제갈소진이랑 용일비, 용신애 다 예쁘잖아, 그런 사람들을 젊고 예쁘다고 하는 거야.""걔들은 너무 어려, 자기가 분위기 있지. 그리고 당신이랑 걔들은 그냥 달라."도범이 개구지게 웃으며 얼굴을 붉힌 박시율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봤다.박시율은 평소에는 도도했지만 부끄러움을 타기 시작하면 그 모습은 정말이지 사람의 마음을 녹게 만들었다.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장소연의 표정이 언짢아졌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자신은 미녀의 축에도 못 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박시율이 그렇게 많은 여자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일부러 자신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만 가자, 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닭살 돋는 짓을 하고 있니."나봉희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온몸에 닭살이 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서정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다정한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다."갑시다!"박시율이 부끄러운 얼굴로 도범을 힐끔 바라보더니 수아를 안고 차에 올라탔다.머지않아 이사를 마친 그들은 4대의 차까지 전부 마당에 세워두었다. 고급스러운 외제차는 그제야 자신에게 어울리는 위치에 세워진 듯했다."그냥 나가서 먹어요, 금방 이사해서 힘들기도 하고 땀도 많이 났잖아요. 벌써 6시나 되었는데 냉장고에도 먹을 게 없어요. "박시율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시율이 말 들어야지, 일단 씻고 밖에 나가서 밥 먹죠."도범의 말을 들은 이들이 모두 씻으러 들어갔다.샤워를 마친 뒤, 잠시 휴식을 한 이들
장소연은 도범이 그런 자신의 모습까지 알아차렸을 줄 몰랐다."스팸전화예요, 부동산에서 자꾸 전화해서 집 살 거냐고 물어보는 거 있죠, 짜증 나게."놀란 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휴대폰 줘 봐, 내가 전화해서 욕 좀 해줄게."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그 말을 들은 장소연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전화를 건 이가 바로 박이성이었기 때문이었다.도범과 박시율에게 자신과 박이성의 일을 들켰다가는 큰 사달이 날 게 분명했다."괜찮아요, 그냥 스팸전화일 뿐이잖아요, 다들 식사하시죠."장소연이 말을 하며 젓가락을 들었다."스팸전화라고 하면서 안 보여주는 거야? 뭐 찔리는 거라고 있어? 다른 남자가 전화한 거야?"도범이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계속 캐물었다.장소연은 그 말을 들으니 더욱 당황했다. 그는 도범을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런 상황까지 추측해낼 줄은 더더욱 몰랐다."도범 씨, 지금 무슨 뜻이에요? 다른 남자라뇨? 제가 그런 사람 같아요? 그리고 이거 제 휴대폰이잖아요, 여기에 제 개인 정보가 담겨있을 수도 있는데 왜 당신한테 줘야 하죠? 저 해일이한테도 제 휴대폰 안 보여주는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제 휴대폰을 보겠다고 하는 거죠?"장소연이 화를 내며 젓가락을 탁하고 내려놓더니 도범에게 말했다."도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선 넘지 마. 당신한테 형부라고 부르는 건 우리 누나를 봐서라고요, 그리고 요즘 하는 짓도 마음에 들고 사고도 치지 않아서 형부라고 불렀던 거예요. 그렇다고 내 머리 위에 올라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내 여자친구 휴대폰을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보겠다는 겁니까?"박해일이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나봉희도 옆에서 거들기 시작했다."도범, 소연이 말이 맞아. 네가 소연이 휴대폰을 봐서 뭐 하려고? 지금 우리 집 사위는 맞지만 그래도 신분을 제대로 알아야지. 지금 소연이가 너를 미워했었다고 해서 아직도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 아니겠지?"그러자 도범이 얼른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