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봉희가 박시율을 흘겨보더니 다시 화가 난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도범, 내가 아까 사람이 많아서 네 체면 세워주려고 말 안 했는데 지금은 우리뿐이니 말 좀 해야겠어.""어머님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저는 알 것 같아요."도범이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해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고 있다고? 그럼 네가 말해 봐, 내가 왜 화가 났는지."나봉희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전신이 저한테 왕호를 혼내주라고 했는데 그 처벌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고 계신 거죠? 나중에 왕호가 그걸 빌미 삼아 저한테 시비를 걸까 봐 걱정하고 계신 거잖아요.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전신 사이를 생각해서라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설사 정말 시비를 건다고 해도 저 하나도 안 무서워요.""어머니, 지금 다른 사람이 도범을 해칠까 봐 걱정하고 계셨던 거였어요?"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도범의 안위를 걱정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나봉희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화가 난 건 전신이 그 야명주를 너한테 줬는데 왜 일찍 얘기하지 않았냐는 거야."그 말을 들은 도범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도 나봉희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그런데 나봉희는 그 야명주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어머님, 저도 할아버지를 놀라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거였죠, 오늘 기뻐하시는 모습 보셨잖아요. 그리고 선물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나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맞아, 나도 놀랐어. 그런데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산 야명주를 전신께서 당신한테 줄 줄은 몰랐지.""나도 놀랐지, 그런데 이런 귀중한 물건을, 그것도 그런 보물을 우리한테 말도 하지 않고 할아버지한테 선물해 주다니!"나봉희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우리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우리 딸을 너한테 내어주고 딸까지 낳게 했는데, 그리고 우리도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런 선물을 우리한테 할 생각은 왜 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야명주를 선물했는데 그걸 받아오기가 어디 쉽겠어? 그때가 되면 박준식이 가져가겠지, 빌려준 것도 아니고 선물해 준 거잖아."나봉희가 다시 도범을 보며 말했다."이번에는 그냥 넘어갈게, 이 별장을 봐서 따지지 않을게. 하지만 다음에는 귀중한 물건이나 보물을 손에 놓으면 먼저 나한테 말을 해야, 알겠지?""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안에 가서 봐요, 그리고 어느 방에서 지낼지 정해야죠. 저는 어머님 아버님께서 나이를 드셨으니 1층에서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랑 박시율이랑 해일이는 2층으로 가고요.""내가 한번 볼게, 하지만 1층에서 지내는 게 편하긴 할 거야."나봉희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여기 인테리어 정말 좋네요!"안으로 들어선 장소연이 신이 나서 말했다. 안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이 지내기에는 무척 적합했다."그러니까 너무 좋은데, 소연아, 우리 올라가서 방부터 고르자." 박해일이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도범이 박해일을 막았다."잠깐만, 방 고르는 건 네 누나가 고르고 수아가 고른 뒤에 너희들이 마지막에 골라."도범의 말을 들은 박해일과 장소연의 안색이 언짢아졌지만 이 별장을 산 사람은 도범이었고 박시율의 이름으로 되어있었기에 그들은 할 말이 없었다."네, 알겠어요. 그런데 박 씨 저택에서는 제가 예전에 살던 그 방을 고를 거예요,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 없죠?""걱정하지 마, 그 집에 들어가서 살 가능성은 크지 않으니까, 시율이도 박이성 그놈을 자주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도범을 보며 웃었다."나를 잘 알긴 하네, 그 별장에는 아마 들어가지 않을 거야, 나는 이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리고 우리 남편이 거액의 돈을 들여서 산 집이니 나는 이 집에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그런데 도범이 대대장이면 퇴역하고 돈을 얼마나 받은 거야?"그때 나봉희가 갑자기 물었다.그 말을 들은 도범은 난감해졌다. 그들은
나봉희도 자신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한 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도범만 그 돈을 나에게 준다고 하면 나는 당연히 좋다고 하겠지, 돈 많은 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도범은 그런 나봉희를 보며 참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든 간에 모두 내놓으라고 할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도범의 장모님이었기에 도범도 뭐라고 할 수 없었기에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손에 있는 돈 다 쓰고 나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저희 가족이니 어머님께서 돈 걱정을 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나봉희가 신이 나서 대답했다."그래, 우리 사위, 내가 돈을 사랑해서도 아니고 네 돈을 탐내는 것도 아니야. 네 돈은 목숨으로 바꿔온 돈이니 얼마가 되었든 간에 다 너한테 남겨두는 게 맞지. 하지만 네가 너무 생각 없이 돈을 쓸까 봐 그러는 거지. 아껴가면서 돈을 써야 돼, 네가 혹시라도 그 돈을 다 써버릴까 봐 너 대신 관리하려고 했던 거야. 이 별장도 그래, 어디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는 집이니."도범은 그 말을 들으며 돈을 나봉희에게 줬다가는 다시 내놓으라고 했을 때, 그녀가 분명 쉽게 내놓을 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갑시다, 형부, 저 얼른 2층에 가보고 싶어요."박해일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옆에 있던 장소연을 바라봤다."소연아, 우리도 이제 집이 있는 사람이야. 나중에 차까지 생기면 내가 너희 집에 가서 결혼 허락을 받을 게, 너희 부모님께서도 아마 허락해 주시겠지? 우리 얼른 결혼하고 애 낳자."박해일은 조금 다급해졌다. 장소연은 그와 함께 지내면서 한 침대에서 잠을 잤지만 기껏해야 입맞춤을 허락하는 정도였다.그는 오래전부터 장소연과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장소연은 매번 그가 차와 집이 없다는 핑계를 대곤 했다.하지만 지금 집과 차가 생겼으니 박해일은 곧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 얼른 결혼해야지. 나이도 적지 않으니 결혼하고 우리 손주 안겨줘야지
"네, 알겠습니다. 조만간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장소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일단 허락했다.그렇게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가 한참을 둘러보다 각자 방을 선택했다."방도 다 정했으니 가자, 일단 가서 짐 정리를 하고 이사부터 해야지. 이사하고 저녁 좀 일찍 먹은 뒤에 수아 데리고 주위에서 산책을 하는 게 좋겠어."박시율이 도범을 보며 말했다."응, 여기는 전에 살던 곳보다 볼거리가 많으니까."머지않아 사람들은 전에 살던 낡은 집으로 돌아와 짐 정리를 하곤 이사 갈 준비를 했다.짐 정리를 마친 뒤, 마당에 선 박시율은 낡고 작은 이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이제 보니 여기에서 5년 동안 지냈네, 처음에는 정말 불편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익숙해지더라고. 5년 동안 지내던 곳에서 이사 갈 생각을 하니 조금 아쉽긴 하다."박시율이 감탄했다."가자, 다 나 때문이야. 당신이랑 수아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금부터 내가 당신을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도범이 웃으며 다시 나봉희를 바라봤다."어머님, 한 달 뒤면 시율이 생일이잖아요. 그때 제가 시율이한테 가장 화려한 생일파티를 열어줄 거예요, 평생 잊지 못할 만큼 화려한 그런 파티.""그래? 네가 한 말이야. 나 친구들한테 말할 거니까 때가 되어서 망신당할 짓 만들지 마."나봉희가 기분 좋게 말했다. 자신의 딸이 그동안 고생을 하며 생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기에 그녀도 그것이 나름 짠했다.그런데 도범이 그런 말을 하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도범이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성경일보다 돈이 적었지만 박시율에게는 잘 대해줬기 때문이었다.성경일과 한지운은 돈이 많았지만 마음이 악독했다. 자신을 찾아와 도범에게 독약을 먹이라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녀는 아직도 무서웠다."도범, 너 지금 전신이랑 사이가 좋지만 오늘 전신께서 네 체면을 제대로 세워줬으니 그 은혜를 다 갚았다고 볼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 함부로 나서지 마, 다른
"그럼 어쩔 수 없네. 아무튼 자기가 먼저 건드리지 마, 시간이 지나서도 우리가 같이 잘 지내면 알아서 포기할 거야. 그리고 다른 목표를 가지거나 다른 예쁜 여자를 만나면 알아서 포기할 거야."박시율이 말했다."그래? 우리 시율이보다 더 예쁜 사람도 있다고?"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얼굴을 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수아가 벌써 몇 살인데, 나 이미 아줌마라고. 오늘 제갈소진이랑 용일비, 용신애 다 예쁘잖아, 그런 사람들을 젊고 예쁘다고 하는 거야.""걔들은 너무 어려, 자기가 분위기 있지. 그리고 당신이랑 걔들은 그냥 달라."도범이 개구지게 웃으며 얼굴을 붉힌 박시율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봤다.박시율은 평소에는 도도했지만 부끄러움을 타기 시작하면 그 모습은 정말이지 사람의 마음을 녹게 만들었다.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장소연의 표정이 언짢아졌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자신은 미녀의 축에도 못 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박시율이 그렇게 많은 여자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일부러 자신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만 가자, 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닭살 돋는 짓을 하고 있니."나봉희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온몸에 닭살이 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서정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다정한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다."갑시다!"박시율이 부끄러운 얼굴로 도범을 힐끔 바라보더니 수아를 안고 차에 올라탔다.머지않아 이사를 마친 그들은 4대의 차까지 전부 마당에 세워두었다. 고급스러운 외제차는 그제야 자신에게 어울리는 위치에 세워진 듯했다."그냥 나가서 먹어요, 금방 이사해서 힘들기도 하고 땀도 많이 났잖아요. 벌써 6시나 되었는데 냉장고에도 먹을 게 없어요. "박시율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시율이 말 들어야지, 일단 씻고 밖에 나가서 밥 먹죠."도범의 말을 들은 이들이 모두 씻으러 들어갔다.샤워를 마친 뒤, 잠시 휴식을 한 이들
장소연은 도범이 그런 자신의 모습까지 알아차렸을 줄 몰랐다."스팸전화예요, 부동산에서 자꾸 전화해서 집 살 거냐고 물어보는 거 있죠, 짜증 나게."놀란 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휴대폰 줘 봐, 내가 전화해서 욕 좀 해줄게."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그 말을 들은 장소연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전화를 건 이가 바로 박이성이었기 때문이었다.도범과 박시율에게 자신과 박이성의 일을 들켰다가는 큰 사달이 날 게 분명했다."괜찮아요, 그냥 스팸전화일 뿐이잖아요, 다들 식사하시죠."장소연이 말을 하며 젓가락을 들었다."스팸전화라고 하면서 안 보여주는 거야? 뭐 찔리는 거라고 있어? 다른 남자가 전화한 거야?"도범이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계속 캐물었다.장소연은 그 말을 들으니 더욱 당황했다. 그는 도범을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런 상황까지 추측해낼 줄은 더더욱 몰랐다."도범 씨, 지금 무슨 뜻이에요? 다른 남자라뇨? 제가 그런 사람 같아요? 그리고 이거 제 휴대폰이잖아요, 여기에 제 개인 정보가 담겨있을 수도 있는데 왜 당신한테 줘야 하죠? 저 해일이한테도 제 휴대폰 안 보여주는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제 휴대폰을 보겠다고 하는 거죠?"장소연이 화를 내며 젓가락을 탁하고 내려놓더니 도범에게 말했다."도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선 넘지 마. 당신한테 형부라고 부르는 건 우리 누나를 봐서라고요, 그리고 요즘 하는 짓도 마음에 들고 사고도 치지 않아서 형부라고 불렀던 거예요. 그렇다고 내 머리 위에 올라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내 여자친구 휴대폰을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보겠다는 겁니까?"박해일이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나봉희도 옆에서 거들기 시작했다."도범, 소연이 말이 맞아. 네가 소연이 휴대폰을 봐서 뭐 하려고? 지금 우리 집 사위는 맞지만 그래도 신분을 제대로 알아야지. 지금 소연이가 너를 미워했었다고 해서 아직도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 아니겠지?"그러자 도범이 얼른
박시율도 장소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사실 그녀도 요즘 장소연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입는 옷도 그렇고 가방도 브랜드 가방만 메고 다녔다. "소연아, 휴대폰 나한테 눠, 이런 스팸전화 짜증 나잖아. 내가 제대로 욕해 줄게."장소연이 전화를 받지 않고 있자 이번에는 나봉희가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장소연이 더욱 놀라서 얼른 대답했다."어머님, 괜찮아요. 이분도 일하고 계신 거잖아요, 이렇게 늦게 퇴근도 못하고 돈을 벌고 있는 거니 그냥 제가 안 받으면 되죠.""소연이 네가 이렇게 착한 줄 몰랐다, 다른 사람을 이렇게 생각해 주다니. 그럼 얼른 밥 먹자, 전화는 안 받으면 그만이지."나봉희가 말했다."네, 어머님. 제가 술 한 잔 드릴게요."장소연이 한시름 놓으며 나봉희에게 술을 부어줬다.그리고 요란스러운 벨 소리도 드디어 멈췄다.도범도 신경 쓰기 귀찮아져 밥을 먹기 시작했다.다행히 전화는 더 이상 걸려오지 않았다.밥을 먹은 뒤, 이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장소연 좀 이상해."도범이 방 문을 닫고서야 말했다."좋은 사람은 아니야, 그러니까 절대 해일이랑 결혼시켜서는 안 돼. 아니면 해일이만 불쌍해질 거야."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다른 남자가 있는 게 분명해. 아니면 그렇게 많은 새 옷이 어디에서 났겠어? 다 꽤 비싸 보이던데, 가방도 몇 개나 바꼈어."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범이 콧방귀를 뀌었다."자기가 샀다고 하던데 나는 절대 못 믿어, 돈이 많았다면 전에는 왜 이런 비싼 옷을 사지 않은 거야? 예전에도 돈을 아껴 쓰는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그럼 어떡하지? 저번에는 다른 사람이랑 우리 부모님 돈을 빼앗으려고 했잖아, 해일이가 우리 말은 듣지도 않고 저 여자 말만 믿고 있으니. 해일이는 정말 속이기 너무 쉬워. 저런 여자랑 같이 둔다면 큰 코 다칠 거야."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장소연 너무 돈을 밝혀서 문제야. 저번에 그 폭주족들을 죽였을 때, 장소연까지 해치우고 싶었는데 여자이기도 하고 당신 동생
"해일이가 사랑하는 여자니까 죽인다면 해일이가 슬퍼할 거야. 그리고 바보 같은 짓을 할지도 모르지.""응, 나도 저번에 그게 걱정이 되어서 장소연한테 꺼지라고 한 거야. 그런데 저렇게 다시 돌아올 줄 몰랐지. 그리고 전에 나를 미워한 일 때문에, 내가 지금 복수를 하기 위해 자기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억울하다고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웃기지도 않지.""그럼 우리가 일단 증거를 잡자, 해일이도 있을 때 현장에서 잡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래야 해일이도 정신 차리지, 장소연을 죽일지 말지는 해일이가 결정하게 하자. 어때?"박시율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응, 당신 말이 맞아."말을 마친 도범이 얇은 잠옷을 입고 있는 박시율을 보더니 짓궂게 웃었다."여보, 이제 수아도 자기 방이 생겼으니 우리 걱정할 것도 없는 거지?"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자기는 왜 자꾸 그런 생각밖에 안 하는 거야? 정말 남자들은 다 똑같아.""남자들은 다 그렇다니, 나 5년 동안 당신 몸에 손 안 댔잖아."도범은 부끄러운 얼굴을 한 박시율을 보니 희망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박시율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수아를 낳은 지 5년이나 지났지만 그날 밤은 그저 실수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밤의 일이 기억나지도 않았다.하지만 박시율도 여자였기에 기댈 수 있는 남자가 필요했다.그녀는 쉬운 여자는 아니었다, 5년 동안 그 어떠한 이에게도 틈을 보여주지 않고 도범이 돌아올 수 있기만을 기다리며 그가 진정한 남편과 아빠 노릇을 해주기를 바랐다.도범이 너무 쓸모없는 사람만 아니라면 그녀는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그런데 도범은 좋은 아빠일 뿐만 아니라 좋은 남편이기도 했다, 게다가 나라를 위해 싸운 영웅이기도 했다.도범이 이제 돌아온 지 고작 한 달이 지났지만 그녀는 이미 그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의 그녀도 자신을 그에게 완전히 내어주고 싶었다.도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