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율도 장소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사실 그녀도 요즘 장소연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입는 옷도 그렇고 가방도 브랜드 가방만 메고 다녔다. "소연아, 휴대폰 나한테 눠, 이런 스팸전화 짜증 나잖아. 내가 제대로 욕해 줄게."장소연이 전화를 받지 않고 있자 이번에는 나봉희가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장소연이 더욱 놀라서 얼른 대답했다."어머님, 괜찮아요. 이분도 일하고 계신 거잖아요, 이렇게 늦게 퇴근도 못하고 돈을 벌고 있는 거니 그냥 제가 안 받으면 되죠.""소연이 네가 이렇게 착한 줄 몰랐다, 다른 사람을 이렇게 생각해 주다니. 그럼 얼른 밥 먹자, 전화는 안 받으면 그만이지."나봉희가 말했다."네, 어머님. 제가 술 한 잔 드릴게요."장소연이 한시름 놓으며 나봉희에게 술을 부어줬다.그리고 요란스러운 벨 소리도 드디어 멈췄다.도범도 신경 쓰기 귀찮아져 밥을 먹기 시작했다.다행히 전화는 더 이상 걸려오지 않았다.밥을 먹은 뒤, 이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장소연 좀 이상해."도범이 방 문을 닫고서야 말했다."좋은 사람은 아니야, 그러니까 절대 해일이랑 결혼시켜서는 안 돼. 아니면 해일이만 불쌍해질 거야."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다른 남자가 있는 게 분명해. 아니면 그렇게 많은 새 옷이 어디에서 났겠어? 다 꽤 비싸 보이던데, 가방도 몇 개나 바꼈어."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범이 콧방귀를 뀌었다."자기가 샀다고 하던데 나는 절대 못 믿어, 돈이 많았다면 전에는 왜 이런 비싼 옷을 사지 않은 거야? 예전에도 돈을 아껴 쓰는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그럼 어떡하지? 저번에는 다른 사람이랑 우리 부모님 돈을 빼앗으려고 했잖아, 해일이가 우리 말은 듣지도 않고 저 여자 말만 믿고 있으니. 해일이는 정말 속이기 너무 쉬워. 저런 여자랑 같이 둔다면 큰 코 다칠 거야."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장소연 너무 돈을 밝혀서 문제야. 저번에 그 폭주족들을 죽였을 때, 장소연까지 해치우고 싶었는데 여자이기도 하고 당신 동생
"해일이가 사랑하는 여자니까 죽인다면 해일이가 슬퍼할 거야. 그리고 바보 같은 짓을 할지도 모르지.""응, 나도 저번에 그게 걱정이 되어서 장소연한테 꺼지라고 한 거야. 그런데 저렇게 다시 돌아올 줄 몰랐지. 그리고 전에 나를 미워한 일 때문에, 내가 지금 복수를 하기 위해 자기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억울하다고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웃기지도 않지.""그럼 우리가 일단 증거를 잡자, 해일이도 있을 때 현장에서 잡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래야 해일이도 정신 차리지, 장소연을 죽일지 말지는 해일이가 결정하게 하자. 어때?"박시율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응, 당신 말이 맞아."말을 마친 도범이 얇은 잠옷을 입고 있는 박시율을 보더니 짓궂게 웃었다."여보, 이제 수아도 자기 방이 생겼으니 우리 걱정할 것도 없는 거지?"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자기는 왜 자꾸 그런 생각밖에 안 하는 거야? 정말 남자들은 다 똑같아.""남자들은 다 그렇다니, 나 5년 동안 당신 몸에 손 안 댔잖아."도범은 부끄러운 얼굴을 한 박시율을 보니 희망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박시율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수아를 낳은 지 5년이나 지났지만 그날 밤은 그저 실수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밤의 일이 기억나지도 않았다.하지만 박시율도 여자였기에 기댈 수 있는 남자가 필요했다.그녀는 쉬운 여자는 아니었다, 5년 동안 그 어떠한 이에게도 틈을 보여주지 않고 도범이 돌아올 수 있기만을 기다리며 그가 진정한 남편과 아빠 노릇을 해주기를 바랐다.도범이 너무 쓸모없는 사람만 아니라면 그녀는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그런데 도범은 좋은 아빠일 뿐만 아니라 좋은 남편이기도 했다, 게다가 나라를 위해 싸운 영웅이기도 했다.도범이 이제 돌아온 지 고작 한 달이 지났지만 그녀는 이미 그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의 그녀도 자신을 그에게 완전히 내어주고 싶었다.도범은
"뭐야, 여보. 지금 멈추라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전에 약속했던 3가지만 지킬 수 있다면 허락해 주겠다고 했잖아. 그리고 나한테 여자가 없다는 것도 확인했고 전신이 내 친구라는 것도 확인했잖아."도범이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바보, 내가 언제 안 된다고 했어. 그냥 자기 몸에 상처가 많은지 그거 물어보려고 한 거야, 내가 다른 사람한테 들었는데 중장 하나가 옷을 벗었는데 등이랑 가슴에 전부 칼자국이었다는 거야, 그런데 살아남았다는 게 대단하기도 한데 조금 무서워.""나한테 상처가 많으면 자기도 무서울 것 같아? 나 안 좋아해 주는 거야?"도범이 멍청한 얼굴로 물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는 중요한 문제였다."당연히 좋아해 줘야지, 지금은 내 남편인데 내가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박시율이 몸을 세워 앉더니 부끄러운 얼굴로 도범의 단추를 풀었다."나는 그냥 우리 남편 몸에 새겨진 상처가 궁금해서. 당신도 전쟁터에서 많이 고생했을 거 아니야, 내가 집에서 겪은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알아."도범은 박시율이 이런 예쁜 말을 할 줄 몰랐다. 그의 마음은 달콤한 이 말들에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당신이랑 우리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꼭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도범이 박시율의 머리를 만지며 다정하게 말했다.그리고 드디어 도범의 마지막 단추가 벗겨졌고 복근이 드러났다. 이는 보는 사람에게 무서운 시각적 충격을 안겨줬다. 그 복근을 바라보는 박시율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그리고 긴장감도 더욱 짙어졌다."뭐야? 당신 몸에는 왜 상처가 하나도 없는 거야?"박시율이 의아한 얼굴로 도범의 옷을 전부 벗겨내더니 등을 돌려보라고 했다."뭐야, 등에도 없네. 여보 정말 대단하구나. 전쟁터에서 5년 동안 있었는데 한 번도 안 다친 거야?"박시율은 그 어떠한 흉터 자국도 보이지 않는 도범의 몸을 훑어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도범은 다친 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단한 의술을 지니고 있었던 덕분에 흉터를
박시율은 긴장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도범의 입술이 닿자마자 박시율은 참지 못하고 그의 목을 안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뜨거운 키스가 이어지던 그때, 문 앞에서 미세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10시가 넘은 이 시간에 누가 온 거야?"도범이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박시율도 놀라서 얼른 일어나 자신의 잠옷을 추슬렀다."문 열어 봐, 어머니인가? 아직 우리가 같이 자는 걸 허락하지 못해서?"결국 도범은 다시 옷을 입고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화가 난 얼굴로 문을 연 도범은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을 때, 불쌍한 두 눈으로 기대하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아를 발견하곤 웃었다. 순간 그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던 분노가 사라졌다."수아,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도범이 다정하게 물었다.수아는 방 안을 둘러보더니 불쌍하게 말했다."수아는 엄마랑 자야 잘 수 있어요!"박시율도 수아가 이 밤에 자신을 찾아올 줄 몰랐다."수아 이제 4살이잖아, 몇 달 후면 5살이니까 다 큰 어린이가 되는 거야. 다 큰 어린이는 혼자 잘 수 있어야 해."박시율이 수아 앞으로 다가오더니 무릎을 굽히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그리고 계속 어른들이랑 자면 수아 친구들이 수아를 놀릴지도 몰라."그 말을 들은 수아가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이더니 다시 불쌍하게 말했다."엄마, 오늘 마지막으로 수아랑 같이 자면 안 돼? 내일부터 수아 혼자 잘게.""그래, 그럼 내일부터 수아 혼자 자고 엄마가 수아 자기 전에 이야기책 읽어주는 거 어때?""응!"수아가 신이 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 조심스럽게 도범을 바라봤다."아빠, 수아 엄마 아빠랑 같이 자도 돼요?"도범은 귀여운 아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아이를 보고 나니 다른 생각도 들지 않았다.머지않아, 세 사람은 잠들었다.이튿날 아침, 장소연은 밥을 먹은 뒤, 박해일에게 친구들과 쇼핑을 하러 간다는 말을 남기곤 집을 나섰다.평소 친구들이랑 쇼핑을 하러 가면 장소연은
"우리 베이비,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장소연이 룸으로 들어서자마자 박이성이 그녀를 안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아침부터 뭐예요?"장소연이 박이성을 밀어내곤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어제는 왜 그런 거예요? 처음에 전화했을 때 제가 끊었으면 통화하기 불편하다는 건데 왜 또 전화를 한 거예요?""보고 싶어서 나와서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하려고 그랬지, 다시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그때 알아차렸어."박이성이 장소연에게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전화받기 불편했던 거야?""이성 씨가 전화했을 때 나 밖에서 밥 먹고 있었어요. 박해일 가족들이랑 같이. 그런데 도범 그놈이 얼마나 예민하던지 내가 당신 전화를 끊자마자 이상한 걸 알아차리고 왜 전화를 끊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스팸전화라고 거짓말했더니 굳이 보여달라고 해서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알아요? 내가 일부러 화를 내지 않았다면 들통날 뻔했다고요."장소연이 화가 나서 말했다."젠장, 그놈 정말 상대하기 힘드네, 그렇게 예민하다고?"박이성이 주먹을 쥐더니 생각에 잠겼다."일찍 죽이는 게 좋겠어.""이제 준비하려는 거예요? 저도 이러다가는 들통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럴 바엔 빨리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요즘 집에서 얌전하게 박해일이랑 같이 있었던 덕분에 태도도 많이 달라졌고 생각도 바뀐 것 같아요. 어제 도범이 의심한 것만 빼면."장소연이 다시 박이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이성 씨, 도범에게 약을 먹이고 나면 박해일을 떠나서 당신한테 올 거라는 거 잊지 마요. 이성 씨가 집안사람들 앞에서 내가 이성 씨 여자친구라고 소개하겠다고 했잖아요.""걱정하지 마, 나도 그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박이성이 웃으며 연신 장소연의 허리를 만졌다."그리고 박해일 그 바보 같은 놈이 네가 내 여자친구라는 걸 알고 난 뒤의 그 절망한 얼굴을 보는 것도 기대돼.""그래요? 그럼 됐어요. 저는 이성 씨가 나를 이용하고 버릴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고요."장소연이
막 침대에 눕혀진 장소연은 신혼여행이라는 말에 문뜩 무언가 떠올랐다.그녀가 급히 말했다.“참 이성 씨 갑자기 생각났는데 정말로 당신한테 말해줘야 할 일이 있긴 있었어요!”“무슨 일인데?”박이성이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설마 도범 그 자식에 관한 일이야?”“맞아요. 그놈이 박시율의 생일날에 서프라이즈를 해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녀에게 중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했어요!”장소연이 이어서 말했다.“이런 일도 당신한테 말해야 하는 거죠?”“그래. 박시율의 생일이라면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네.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까먹을 뻔했어!”박이성이 침대에 걸터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도범이 그 새끼는 진짜 큰소리치기 좋아한단 말이야. 뭐? 중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하하 중주시가 얼마나 큰데. 박시율을 위한 생일 파티가 중주시를 뒤흔들어? 웃기고 있네. 중주시를 뒤흔들려면 적어도 몇백억은 써야 한다고!”“후후 분명 과장한 걸 거예요!”장소연이 미소를 지었다.“차라리 잘 됐어. 너 내일이나 모레쯤 기회를 봐서 그 약 도범이한테 먹여. 어쩌면 박시율의 생일이 도범이 그놈의 제삿날이 될 수도 있겠어. 하하 기대되네!”박이성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장소연을 침대에 눕히고 몸을 겹쳤다.“동생아, 최근 네 여자친구한테서 뭐 이상한 점 같은 거 못 느꼈어?”박해일은 홀로 정원에 앉아 무료한 표정으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박시율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다가가 물었다.“이상한 점이라니? 예전과 똑같은데?”박해일은 게임을 하며 무심하게 답했다.“너 정말 왜 이렇게 멍청해? 너 그 애랑 사귄 지도 꽤 오래되었잖아. 관계를 가져 본 적은?”박시율이 자신의 동생을 흘겨보며 물었다.박해일은 그제야 휴대폰을 내려놓고 귀찮다는 듯이 답했다.“누난 왜 그런 걸 물어? 소연이가 비록 옷을 좀 섹시하게 입고 노는 애들처럼 다니긴 하지만 속은 보수적인 여자아이라고. 누나가 소연이
“그럴 리 없어!”박해일이 인상을 팍 쓰더니 고개를 저었다.“누나!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야! 소연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만약 진짜 끌어안고 있었다고 해도 그건 그냥 장난이었을 거야. 그건 끌어안은 게 아니라 그냥 장난치며 티격태격한 거라고!”박시율은 너무나 기가 막혔다.“박해일, 넌 네 누나가 바본 줄 알아? 내가 끌어안고 있는 것과 장난치는 걸 구분 못할 것 같아?”“증거 있어? 사진은? 없지?”그녀의 말에 오히려 박해일이 더욱 흥분하며 몰아붙였다.“증거도 없으면서 소연이한테 나쁜 말 하지 마. 나랑 소연이가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내가 걔를 모르겠어? 누나가 나보다 소연이를 더 잘 알아? 내가 봤을 때 누나랑 도범은 똑같아. 그냥 소연이가 싫어서 일부러 걔한테 상처를 주는 거야. 그리고 방금 누나가 그랬잖아. 폭주족 일당들은 이미 죽었다고. 그러니까 나도 소연이의 과거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박시율은 너무 화가 나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너한테 정말 실망이야 박해일. 넌 정말 멍청한 놈이야. 진짜 답도 없어!”“내가 왜 멍청한데? 누나가 증거도 없으면서 함부로 말한 거잖아!”화가 난 박해일이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내 휴대폰 내놔. 게임 계속해야 돼. 팀원들이 기다려!”“악!”마찬가지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박시율은 박해일의 휴대폰을 들더니 옆에 있는 바위 위로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지, 지금 내 휴대폰 박살 낸 거야? 그거 사과 폰이라고!”순간 욱한 박해일이 성큼성큼 다가가 한 손으로는 박시율의 멱살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꽉 쥔 채 그녀를 때리려고 했다.“쳐봐.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쳐보라고!”박시율은 빨개진 눈으로 자신의 동생을 힘껏 노려보았다. 그녀는 동생이 장소연 그 여자한테 놀아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박해일 네가 만약 진짜 네 누나를 때리면 내가 남은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멀리서 그들을 본 도범이 싸늘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가 성큼성큼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남자로 태
“동생아 한 번 잘 생각해 봐. 최근 들어 그 애가 어디 달라진 점이 있었는지. 어제 전화가 두 번이나 걸려왔었는데 다 받지 않았어. 넌 그 전화가 정말로 부동산에서 걸려왔을 것 같아? 난 엄청 수상하다고 생각해!”“그리고 최근 들어 명품 가방을 자주 사는 것 같던데. 하나에 몇백만 씩 하는 것들도 보였어. 비싼 옷도 많이 사는 것 같더라.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박시율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박해일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너는 걔랑 결혼까지 하고 싶잖아. 너는 이렇게 진지한데 그 애를 생각해 봐. 어젯밤만 해도 얼른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우물쭈물하면서 속 시원하게 답을 하지 않았잖아. 나는 걔가 밖에 다른 남자를 두고 있다고 확신해!”“몰라. 난 증거만 믿을 거야. 증거도 없이 말하는 건 다 모함이야!”박해일이 씩씩거리더니 땅에 내팽개쳐진 자신의 휴대폰을 주었다.“내 휴대폰, 산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몇십만 원이나 주고 산 거라고!”“여기 150만 정도 될 거야. 이걸로 가서 휴대폰 사! 우리가 그 애를 의심하고 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 알았어? 그리고 너의 협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꼭 잘 협력해 줘! 그래야만이 증거를 잡을 수 있어!”도범이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지갑에서 현금을 한 움큼 꺼내서 박해일한테 건넸다“걱정 마세요. 그런 증거는 절대 찾지 못할 테니까!”박해일이 싸늘하게 웃더니 돈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휴 보아하니 당신 동생 그 여자한테 빠져도 단단히 빠진 것 같은데!”도범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갑갑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박해일이 장소연 때문에 박시율을 때리려고 할 줄은 몰랐다. 무려 자신의 친누나를 말이다.“난 예전부터 그 여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단지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이지 동생한테 엄청 티를 냈거든. 쟤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박시율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야말로 장소연의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밝혀내야겠어. 그럼 내 동생도 포기하겠지. 해일이는 나름 생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