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침대에 눕혀진 장소연은 신혼여행이라는 말에 문뜩 무언가 떠올랐다.그녀가 급히 말했다.“참 이성 씨 갑자기 생각났는데 정말로 당신한테 말해줘야 할 일이 있긴 있었어요!”“무슨 일인데?”박이성이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설마 도범 그 자식에 관한 일이야?”“맞아요. 그놈이 박시율의 생일날에 서프라이즈를 해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녀에게 중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했어요!”장소연이 이어서 말했다.“이런 일도 당신한테 말해야 하는 거죠?”“그래. 박시율의 생일이라면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네.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까먹을 뻔했어!”박이성이 침대에 걸터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도범이 그 새끼는 진짜 큰소리치기 좋아한단 말이야. 뭐? 중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하하 중주시가 얼마나 큰데. 박시율을 위한 생일 파티가 중주시를 뒤흔들어? 웃기고 있네. 중주시를 뒤흔들려면 적어도 몇백억은 써야 한다고!”“후후 분명 과장한 걸 거예요!”장소연이 미소를 지었다.“차라리 잘 됐어. 너 내일이나 모레쯤 기회를 봐서 그 약 도범이한테 먹여. 어쩌면 박시율의 생일이 도범이 그놈의 제삿날이 될 수도 있겠어. 하하 기대되네!”박이성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장소연을 침대에 눕히고 몸을 겹쳤다.“동생아, 최근 네 여자친구한테서 뭐 이상한 점 같은 거 못 느꼈어?”박해일은 홀로 정원에 앉아 무료한 표정으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박시율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다가가 물었다.“이상한 점이라니? 예전과 똑같은데?”박해일은 게임을 하며 무심하게 답했다.“너 정말 왜 이렇게 멍청해? 너 그 애랑 사귄 지도 꽤 오래되었잖아. 관계를 가져 본 적은?”박시율이 자신의 동생을 흘겨보며 물었다.박해일은 그제야 휴대폰을 내려놓고 귀찮다는 듯이 답했다.“누난 왜 그런 걸 물어? 소연이가 비록 옷을 좀 섹시하게 입고 노는 애들처럼 다니긴 하지만 속은 보수적인 여자아이라고. 누나가 소연이
“그럴 리 없어!”박해일이 인상을 팍 쓰더니 고개를 저었다.“누나!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야! 소연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만약 진짜 끌어안고 있었다고 해도 그건 그냥 장난이었을 거야. 그건 끌어안은 게 아니라 그냥 장난치며 티격태격한 거라고!”박시율은 너무나 기가 막혔다.“박해일, 넌 네 누나가 바본 줄 알아? 내가 끌어안고 있는 것과 장난치는 걸 구분 못할 것 같아?”“증거 있어? 사진은? 없지?”그녀의 말에 오히려 박해일이 더욱 흥분하며 몰아붙였다.“증거도 없으면서 소연이한테 나쁜 말 하지 마. 나랑 소연이가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내가 걔를 모르겠어? 누나가 나보다 소연이를 더 잘 알아? 내가 봤을 때 누나랑 도범은 똑같아. 그냥 소연이가 싫어서 일부러 걔한테 상처를 주는 거야. 그리고 방금 누나가 그랬잖아. 폭주족 일당들은 이미 죽었다고. 그러니까 나도 소연이의 과거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박시율은 너무 화가 나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너한테 정말 실망이야 박해일. 넌 정말 멍청한 놈이야. 진짜 답도 없어!”“내가 왜 멍청한데? 누나가 증거도 없으면서 함부로 말한 거잖아!”화가 난 박해일이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내 휴대폰 내놔. 게임 계속해야 돼. 팀원들이 기다려!”“악!”마찬가지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박시율은 박해일의 휴대폰을 들더니 옆에 있는 바위 위로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지, 지금 내 휴대폰 박살 낸 거야? 그거 사과 폰이라고!”순간 욱한 박해일이 성큼성큼 다가가 한 손으로는 박시율의 멱살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꽉 쥔 채 그녀를 때리려고 했다.“쳐봐.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쳐보라고!”박시율은 빨개진 눈으로 자신의 동생을 힘껏 노려보았다. 그녀는 동생이 장소연 그 여자한테 놀아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박해일 네가 만약 진짜 네 누나를 때리면 내가 남은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멀리서 그들을 본 도범이 싸늘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가 성큼성큼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남자로 태
“동생아 한 번 잘 생각해 봐. 최근 들어 그 애가 어디 달라진 점이 있었는지. 어제 전화가 두 번이나 걸려왔었는데 다 받지 않았어. 넌 그 전화가 정말로 부동산에서 걸려왔을 것 같아? 난 엄청 수상하다고 생각해!”“그리고 최근 들어 명품 가방을 자주 사는 것 같던데. 하나에 몇백만 씩 하는 것들도 보였어. 비싼 옷도 많이 사는 것 같더라.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박시율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박해일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너는 걔랑 결혼까지 하고 싶잖아. 너는 이렇게 진지한데 그 애를 생각해 봐. 어젯밤만 해도 얼른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우물쭈물하면서 속 시원하게 답을 하지 않았잖아. 나는 걔가 밖에 다른 남자를 두고 있다고 확신해!”“몰라. 난 증거만 믿을 거야. 증거도 없이 말하는 건 다 모함이야!”박해일이 씩씩거리더니 땅에 내팽개쳐진 자신의 휴대폰을 주었다.“내 휴대폰, 산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몇십만 원이나 주고 산 거라고!”“여기 150만 정도 될 거야. 이걸로 가서 휴대폰 사! 우리가 그 애를 의심하고 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 알았어? 그리고 너의 협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꼭 잘 협력해 줘! 그래야만이 증거를 잡을 수 있어!”도범이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지갑에서 현금을 한 움큼 꺼내서 박해일한테 건넸다“걱정 마세요. 그런 증거는 절대 찾지 못할 테니까!”박해일이 싸늘하게 웃더니 돈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휴 보아하니 당신 동생 그 여자한테 빠져도 단단히 빠진 것 같은데!”도범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갑갑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박해일이 장소연 때문에 박시율을 때리려고 할 줄은 몰랐다. 무려 자신의 친누나를 말이다.“난 예전부터 그 여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단지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이지 동생한테 엄청 티를 냈거든. 쟤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박시율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야말로 장소연의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밝혀내야겠어. 그럼 내 동생도 포기하겠지. 해일이는 나름 생긴
그 시각 도범은 막 용 씨 가문에 도착했다.거실로 들어서자 뜻밖의 인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제갈소진이 용신애, 용일비와 함께 있는 것이다.“당신이 왜 여기 있습니까?”도범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후후 나는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난 여기 둘째 아가씨를 만나러 왔다고요. 우리 세 사람은 이제 친구가 되었는걸요.”제갈소진이 배실배실 웃으며 말했다.“한참 기다렸어요. 마침 우리 셋이 쇼핑하러 가려고 했거든요. 함께 가요. 도범 씨가 있으면 보디가드도 더 많이 필요 없잖아요. 도범 씨 혼자서 충분하니까!”용신애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내 생각에는 그래도 몇 명 더 데려가는 게 좋겠어요. 몇 명만 더 데려가죠. 우리 세 사람이 쇼핑을 하면 도범 씨 혼자서는 그 많은 쇼핑백을 다 들지 못할 테니까요.”“어머 신애야 너 혹시 도범 씨가 힘들까 봐 걱정하는 거야? 그래서 짐을 들 사람을 몇 명 더 데려가자고 그러는 거지?”제갈소진이 꺄르르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도범 씨는 내가 찜한 남자라고. 뺏지 마. 그래도 뺏고 싶으면 순서 지켜. 내가 두 번째고 너는 세 번째야!”그러더니 곁에 있는 용일비를 힐끗 보고 말을 이었다.“일비 너도 나랑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너는 네 번째야 알았지?”“누가 너랑 경쟁하겠대? 헛소리하지 마!”용신애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그러게 말이야. 허튼소리 하지 마. 난 절대 저 변태를 좋아하게 될 일이 없을 테니까!”용일비 역시 새빨개진 얼굴로 받아쳤다. 그녀는 왠지 엄청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걱정 마세요. 제가 여기 아가씨 세분을 마음에 품을 일은 결코 없으니까요!”도범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쇼핑할 생각이면 지금 나가죠!”“당신……”세 미녀는 열불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그녀들은 수많은 남자들이 꿈에 그리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보디가드 놈은 그런 그녀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치밀었다.“가요.
“저 사람은 누구예요? 엄청 강해 보이는데. 포스가 장난 아니네요!”돌아선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용일비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남자는 그녀에게 무척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누가 되었든 저 사람은 지금 나한테 선전 포고를 한 겁니다. 사내대장부 답네요.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내일 그 장소로 갈 수밖에 없네요!”도범이 여유롭게 웃었다.“가보면 저자가 왜 내 목숨을 노리는지 알게 되겠죠!”“왜 그렇게 여유로워요? 상대가 엄청 강하면 어쩌려고요?”용신애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아니면 제가 서하와 주원이한테 말해 둘 테니까 여럿이 모여 함께 가요. 보험을 들어두는 거죠.”하지만 도범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답했다.“만약 나조차 저 사람 상대가 안 된다면 용 씨 가문 전체 보디가드들이 함께 간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겁니다. 가봤자 개죽음밖에 안 돼요.”확실히 도범은 화하에 속한 부대에서 가장 강대한 존재였다. 이런 그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대라면 서하 같은 일반인이 가봤자 개죽음밖에 되지 못했다.용신애는 그제야 지난번 늦은 밤에 보았던 그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떠올랐다. 도범은 혈혈단신으로 이화당의 삼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과 싸워 그들을 전멸시켰었다.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그가 해결할 수 없다면 서하나 다른 사람이 가도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다.“그래도 조심해요. 혹시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상대면 도망쳐요. 죽는 것보다 그게 나아요!”제갈소진 역시 걱정하며 말했다.“도망?”도범이 순간 멈칫거리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생각이 지나치셨습니다. 갑시다. 가서 쇼핑마저 하죠. 저쪽에서 죽고 싶어서 안달 난 거라면 그렇게 해주면 됩니다!”“당신 참,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에요?”곁에 있던 용일비가 쓴웃음을 지었다.“아가씨한테 충분한 실력이 있게 될 때. 그때면 아가씨도 이 정도의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도범이 담배를 꺼내 천천히 한 모금 빨아들였다. 그는 미녀들을 데리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마저
“안 와?”정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꼭 올 거야. 안 오면 그놈 와이프나 딸, 그리고 그 가족들이 화를 입게 될 거라고 했거든. 하지만 그건 그냥 겁만 줄 생각으로 한 말이고. 진짜 가족까지 건드릴 생각은 없어. 난 스승님의 복수로 그놈 모가지만 따면 돼!”“정말 너무 멍청한 짓을 했습니다. 만약 그놈이 겁을 먹고 당장 가족들을 데리고 몰래 중주시를 떠나면 어쩝니까? 만약 중주시를 벗어나면 그땐 찾으려고 해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화가 난 하재열이 방안을 서성거렸다.“제가 그전에 말했었잖습니까. 기회를 봐서 암살 하라고요. 중장인 당신이 암살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성공할 건데 그러면 얼마나 좋습니까? 아무도 모르게 그놈을 죽여버리는 것만큼 편한 일이 어디 있다고요?”정진이 오히려 싸늘하게 웃더니 하찮은 표정으로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하재열 도련님, 그건 도련님 의견이었고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 마음이야. 중장인 내가 대대장 하나 죽이는데 암살을 하라고? 그게 사내대장부로서 할 짓이야? 난 남자끼리의 싸움은 정정당당하게 하는 걸 즐기는 편이야!”“그건……”하재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그래도 하루 전에 통보하는 건 아니죠. 그놈한테 도망갈 기회를 준 거잖습니까?”“하하 걱정 마. 그럴 놈 같아 보이지는 않았어. 분명 그놈도 엄청난 실력을 갖고 있을 거야. 내가 선전 포고를 할 때 그자는 일말의 당황함도 보이지 않았거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어!”정진이 피식 웃었다.“그리고 그놈은 자기 가족을 아주 사랑해. 당연히 자기 가족들한테 도망만 치는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을 거야. 게다가 중장은 꽤나 큰 힘을 갖고 있어. 자기 가족들까지 함께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겠어? 하루하루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내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거기까지 말하던 정진이 잠시 침묵하다가 자신 있게 마저 말했다.“때문에 그놈은 내일 꼭 올 거야!”정진의 말에 하재열은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알겠어요
“맞아요 오빠들. 저를 그냥 보내주세요. 저는 생긴 것도 엄청 평범하잖아요. 제가 200만 원을 더 드릴게요. 먼저 200만원으로는 도련님한테 다른 여성분을 찾아주시고 제가 준 200만으로는 여기 오빠들이 가서 술이라도 마시는 게 어떠세요?”멀대 같은 장정들 앞에서 잔뜩 겁에 질린 장소연은 당장이라도 돈을 꺼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하하 돈? 우린 오늘 돈을 목적으로 온 게 아니라서 말이야!”보디가드 중 한 명이 낄낄거리며 말했다.“둘 다 데려가!”“잠깐만 기다려 봐!”전에 나서던 보디가드가 갑자기 그를 말리며 말을 꺼냈다.“거기 두 사람 지금 현금을 얼마나 갖고 있지? 내놔 봐!”“장필 형님 이건…… 설마 지금 도련님 명령을 거역하는 겁니까?”곁에 있던 남자가 그를 보고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그러나 장필이라고 불린 남자는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나봉희와 장소연을 향해 말했다.“꾸물꾸물 대지 말고 빨리!”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들은 서둘러 돈을 꺼내서 상대에게 건넸다.“하하 두둑하네. 이거 다 합하면 1500만 정도는 되겠는데. 현금을 꽤나 많이 갖고 다니나 봐!”돈을 건네받은 장필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그, 그럼 이제 저희는 가도 되겠죠? 고맙습니다. 저희들을 살려줘서 고마워요!”나봉희가 곧바로 상대를 향해 미소를 짓고 서둘러 장소연을 잡아끌며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다.“잠깐!”하지만 장필은 여전히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들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나는 너희들을 그냥 놓아주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너희들이 돈을 주겠다고 해서 받았을 뿐이잖아? 하하!”“그러네. 어차피 납치해 갈 사람들인데 돈을 마다할 필요는 없었잖아?”장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던 보디가드들도 그제야 하나둘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순간 장필이 너무 똑똑해 보였다.“당신, 당신들 정말 파렴치한 사람들이군요. 어떻게 저희를 속일 수 있어요!”장소연이 악을 써댔다. 돈까지 줬는데 상대는 전혀 그들을 놓아줄 마음이
“맞아 빨리빨리 내놓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이걸로 당신들 얼굴을 그어버릴 수도 있으니까!”다른 남자가 작은 비수를 꺼내 보이며 씩 웃었다.“우, 우리가 이걸 다 주면 그냥 보내 줄 거예요?”나봉희는 상대가 비수까지 꺼내든 걸 보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목숨을 부지하는 게 중요했다. 여기서 상대가 자신더러 은행에 가서 돈을 꺼내오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가능할 것 같아? 하하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우리 도련님께서 그랬어. 여기 이 여자애뿐만 아니라 당신 딸 박시율까지 데려오라고. 지금쯤 우리 쪽 사람들이 이미 그 여자를 잡으러 따라갔을 거야. 하하 아마 회사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붙잡히겠지.”장필이 킬킬 웃으며 말했다.“우리 도련님께서 두 미녀의 몸매에 꽂히셨거든. 이번 기회에 데려가서 잘 데리고 놀겠다고 했지.”“어머니 이게 다 도범이 그 자식 때문이에요. 어디서 또 어느 도련님을 건드린 건지. 이제 저희는 끝났어요!”장소연은 너무나 화가 났다. 그녀는 도범이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분명 성경일 도련님이 부른 사람들일 거야. 도범이 그놈한테 평소에 겸손하게 다니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결국 이런 사달이 났구나. 그놈 때문에 이렇게 우리들까지 피해를 보고!”나봉희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장신구들을 상대에게 건넸다. 그때 그녀는 순간 아까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장필에게 말했다.“거기 형님분, 당신들 도련님이 당신들한테 내 딸과 여기 장소연 두 사람을 데려오라고 했다고요? 그러면 저는 데려오라고 한 적이 없잖아요. 저는 억울해요. 이것 보세요. 제가 이렇게 돈과 귀중품까지 다 드린 걸 봐서라도 저는 그냥 보내주면 안 될까요?”“당신 말은 그쪽만 놓아달라? 여기 이 여자는 데려가고?”장필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맞아요. 이런 늙은이까지 데려갈 필요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나봉희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머니…… 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