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율은 긴장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도범의 입술이 닿자마자 박시율은 참지 못하고 그의 목을 안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뜨거운 키스가 이어지던 그때, 문 앞에서 미세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10시가 넘은 이 시간에 누가 온 거야?"도범이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박시율도 놀라서 얼른 일어나 자신의 잠옷을 추슬렀다."문 열어 봐, 어머니인가? 아직 우리가 같이 자는 걸 허락하지 못해서?"결국 도범은 다시 옷을 입고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화가 난 얼굴로 문을 연 도범은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을 때, 불쌍한 두 눈으로 기대하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아를 발견하곤 웃었다. 순간 그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던 분노가 사라졌다."수아,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도범이 다정하게 물었다.수아는 방 안을 둘러보더니 불쌍하게 말했다."수아는 엄마랑 자야 잘 수 있어요!"박시율도 수아가 이 밤에 자신을 찾아올 줄 몰랐다."수아 이제 4살이잖아, 몇 달 후면 5살이니까 다 큰 어린이가 되는 거야. 다 큰 어린이는 혼자 잘 수 있어야 해."박시율이 수아 앞으로 다가오더니 무릎을 굽히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그리고 계속 어른들이랑 자면 수아 친구들이 수아를 놀릴지도 몰라."그 말을 들은 수아가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이더니 다시 불쌍하게 말했다."엄마, 오늘 마지막으로 수아랑 같이 자면 안 돼? 내일부터 수아 혼자 잘게.""그래, 그럼 내일부터 수아 혼자 자고 엄마가 수아 자기 전에 이야기책 읽어주는 거 어때?""응!"수아가 신이 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 조심스럽게 도범을 바라봤다."아빠, 수아 엄마 아빠랑 같이 자도 돼요?"도범은 귀여운 아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아이를 보고 나니 다른 생각도 들지 않았다.머지않아, 세 사람은 잠들었다.이튿날 아침, 장소연은 밥을 먹은 뒤, 박해일에게 친구들과 쇼핑을 하러 간다는 말을 남기곤 집을 나섰다.평소 친구들이랑 쇼핑을 하러 가면 장소연은
"우리 베이비,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장소연이 룸으로 들어서자마자 박이성이 그녀를 안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아침부터 뭐예요?"장소연이 박이성을 밀어내곤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어제는 왜 그런 거예요? 처음에 전화했을 때 제가 끊었으면 통화하기 불편하다는 건데 왜 또 전화를 한 거예요?""보고 싶어서 나와서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하려고 그랬지, 다시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그때 알아차렸어."박이성이 장소연에게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전화받기 불편했던 거야?""이성 씨가 전화했을 때 나 밖에서 밥 먹고 있었어요. 박해일 가족들이랑 같이. 그런데 도범 그놈이 얼마나 예민하던지 내가 당신 전화를 끊자마자 이상한 걸 알아차리고 왜 전화를 끊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스팸전화라고 거짓말했더니 굳이 보여달라고 해서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알아요? 내가 일부러 화를 내지 않았다면 들통날 뻔했다고요."장소연이 화가 나서 말했다."젠장, 그놈 정말 상대하기 힘드네, 그렇게 예민하다고?"박이성이 주먹을 쥐더니 생각에 잠겼다."일찍 죽이는 게 좋겠어.""이제 준비하려는 거예요? 저도 이러다가는 들통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럴 바엔 빨리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요즘 집에서 얌전하게 박해일이랑 같이 있었던 덕분에 태도도 많이 달라졌고 생각도 바뀐 것 같아요. 어제 도범이 의심한 것만 빼면."장소연이 다시 박이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이성 씨, 도범에게 약을 먹이고 나면 박해일을 떠나서 당신한테 올 거라는 거 잊지 마요. 이성 씨가 집안사람들 앞에서 내가 이성 씨 여자친구라고 소개하겠다고 했잖아요.""걱정하지 마, 나도 그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박이성이 웃으며 연신 장소연의 허리를 만졌다."그리고 박해일 그 바보 같은 놈이 네가 내 여자친구라는 걸 알고 난 뒤의 그 절망한 얼굴을 보는 것도 기대돼.""그래요? 그럼 됐어요. 저는 이성 씨가 나를 이용하고 버릴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고요."장소연이
막 침대에 눕혀진 장소연은 신혼여행이라는 말에 문뜩 무언가 떠올랐다.그녀가 급히 말했다.“참 이성 씨 갑자기 생각났는데 정말로 당신한테 말해줘야 할 일이 있긴 있었어요!”“무슨 일인데?”박이성이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설마 도범 그 자식에 관한 일이야?”“맞아요. 그놈이 박시율의 생일날에 서프라이즈를 해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녀에게 중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했어요!”장소연이 이어서 말했다.“이런 일도 당신한테 말해야 하는 거죠?”“그래. 박시율의 생일이라면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네.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까먹을 뻔했어!”박이성이 침대에 걸터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도범이 그 새끼는 진짜 큰소리치기 좋아한단 말이야. 뭐? 중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하하 중주시가 얼마나 큰데. 박시율을 위한 생일 파티가 중주시를 뒤흔들어? 웃기고 있네. 중주시를 뒤흔들려면 적어도 몇백억은 써야 한다고!”“후후 분명 과장한 걸 거예요!”장소연이 미소를 지었다.“차라리 잘 됐어. 너 내일이나 모레쯤 기회를 봐서 그 약 도범이한테 먹여. 어쩌면 박시율의 생일이 도범이 그놈의 제삿날이 될 수도 있겠어. 하하 기대되네!”박이성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장소연을 침대에 눕히고 몸을 겹쳤다.“동생아, 최근 네 여자친구한테서 뭐 이상한 점 같은 거 못 느꼈어?”박해일은 홀로 정원에 앉아 무료한 표정으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박시율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다가가 물었다.“이상한 점이라니? 예전과 똑같은데?”박해일은 게임을 하며 무심하게 답했다.“너 정말 왜 이렇게 멍청해? 너 그 애랑 사귄 지도 꽤 오래되었잖아. 관계를 가져 본 적은?”박시율이 자신의 동생을 흘겨보며 물었다.박해일은 그제야 휴대폰을 내려놓고 귀찮다는 듯이 답했다.“누난 왜 그런 걸 물어? 소연이가 비록 옷을 좀 섹시하게 입고 노는 애들처럼 다니긴 하지만 속은 보수적인 여자아이라고. 누나가 소연이
“그럴 리 없어!”박해일이 인상을 팍 쓰더니 고개를 저었다.“누나!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야! 소연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만약 진짜 끌어안고 있었다고 해도 그건 그냥 장난이었을 거야. 그건 끌어안은 게 아니라 그냥 장난치며 티격태격한 거라고!”박시율은 너무나 기가 막혔다.“박해일, 넌 네 누나가 바본 줄 알아? 내가 끌어안고 있는 것과 장난치는 걸 구분 못할 것 같아?”“증거 있어? 사진은? 없지?”그녀의 말에 오히려 박해일이 더욱 흥분하며 몰아붙였다.“증거도 없으면서 소연이한테 나쁜 말 하지 마. 나랑 소연이가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내가 걔를 모르겠어? 누나가 나보다 소연이를 더 잘 알아? 내가 봤을 때 누나랑 도범은 똑같아. 그냥 소연이가 싫어서 일부러 걔한테 상처를 주는 거야. 그리고 방금 누나가 그랬잖아. 폭주족 일당들은 이미 죽었다고. 그러니까 나도 소연이의 과거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박시율은 너무 화가 나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너한테 정말 실망이야 박해일. 넌 정말 멍청한 놈이야. 진짜 답도 없어!”“내가 왜 멍청한데? 누나가 증거도 없으면서 함부로 말한 거잖아!”화가 난 박해일이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내 휴대폰 내놔. 게임 계속해야 돼. 팀원들이 기다려!”“악!”마찬가지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박시율은 박해일의 휴대폰을 들더니 옆에 있는 바위 위로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지, 지금 내 휴대폰 박살 낸 거야? 그거 사과 폰이라고!”순간 욱한 박해일이 성큼성큼 다가가 한 손으로는 박시율의 멱살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꽉 쥔 채 그녀를 때리려고 했다.“쳐봐.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쳐보라고!”박시율은 빨개진 눈으로 자신의 동생을 힘껏 노려보았다. 그녀는 동생이 장소연 그 여자한테 놀아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박해일 네가 만약 진짜 네 누나를 때리면 내가 남은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멀리서 그들을 본 도범이 싸늘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가 성큼성큼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남자로 태
“동생아 한 번 잘 생각해 봐. 최근 들어 그 애가 어디 달라진 점이 있었는지. 어제 전화가 두 번이나 걸려왔었는데 다 받지 않았어. 넌 그 전화가 정말로 부동산에서 걸려왔을 것 같아? 난 엄청 수상하다고 생각해!”“그리고 최근 들어 명품 가방을 자주 사는 것 같던데. 하나에 몇백만 씩 하는 것들도 보였어. 비싼 옷도 많이 사는 것 같더라.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박시율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박해일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너는 걔랑 결혼까지 하고 싶잖아. 너는 이렇게 진지한데 그 애를 생각해 봐. 어젯밤만 해도 얼른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우물쭈물하면서 속 시원하게 답을 하지 않았잖아. 나는 걔가 밖에 다른 남자를 두고 있다고 확신해!”“몰라. 난 증거만 믿을 거야. 증거도 없이 말하는 건 다 모함이야!”박해일이 씩씩거리더니 땅에 내팽개쳐진 자신의 휴대폰을 주었다.“내 휴대폰, 산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몇십만 원이나 주고 산 거라고!”“여기 150만 정도 될 거야. 이걸로 가서 휴대폰 사! 우리가 그 애를 의심하고 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 알았어? 그리고 너의 협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꼭 잘 협력해 줘! 그래야만이 증거를 잡을 수 있어!”도범이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지갑에서 현금을 한 움큼 꺼내서 박해일한테 건넸다“걱정 마세요. 그런 증거는 절대 찾지 못할 테니까!”박해일이 싸늘하게 웃더니 돈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휴 보아하니 당신 동생 그 여자한테 빠져도 단단히 빠진 것 같은데!”도범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갑갑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박해일이 장소연 때문에 박시율을 때리려고 할 줄은 몰랐다. 무려 자신의 친누나를 말이다.“난 예전부터 그 여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단지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이지 동생한테 엄청 티를 냈거든. 쟤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박시율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야말로 장소연의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밝혀내야겠어. 그럼 내 동생도 포기하겠지. 해일이는 나름 생긴
그 시각 도범은 막 용 씨 가문에 도착했다.거실로 들어서자 뜻밖의 인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제갈소진이 용신애, 용일비와 함께 있는 것이다.“당신이 왜 여기 있습니까?”도범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후후 나는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난 여기 둘째 아가씨를 만나러 왔다고요. 우리 세 사람은 이제 친구가 되었는걸요.”제갈소진이 배실배실 웃으며 말했다.“한참 기다렸어요. 마침 우리 셋이 쇼핑하러 가려고 했거든요. 함께 가요. 도범 씨가 있으면 보디가드도 더 많이 필요 없잖아요. 도범 씨 혼자서 충분하니까!”용신애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내 생각에는 그래도 몇 명 더 데려가는 게 좋겠어요. 몇 명만 더 데려가죠. 우리 세 사람이 쇼핑을 하면 도범 씨 혼자서는 그 많은 쇼핑백을 다 들지 못할 테니까요.”“어머 신애야 너 혹시 도범 씨가 힘들까 봐 걱정하는 거야? 그래서 짐을 들 사람을 몇 명 더 데려가자고 그러는 거지?”제갈소진이 꺄르르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도범 씨는 내가 찜한 남자라고. 뺏지 마. 그래도 뺏고 싶으면 순서 지켜. 내가 두 번째고 너는 세 번째야!”그러더니 곁에 있는 용일비를 힐끗 보고 말을 이었다.“일비 너도 나랑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너는 네 번째야 알았지?”“누가 너랑 경쟁하겠대? 헛소리하지 마!”용신애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그러게 말이야. 허튼소리 하지 마. 난 절대 저 변태를 좋아하게 될 일이 없을 테니까!”용일비 역시 새빨개진 얼굴로 받아쳤다. 그녀는 왠지 엄청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걱정 마세요. 제가 여기 아가씨 세분을 마음에 품을 일은 결코 없으니까요!”도범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쇼핑할 생각이면 지금 나가죠!”“당신……”세 미녀는 열불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그녀들은 수많은 남자들이 꿈에 그리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보디가드 놈은 그런 그녀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치밀었다.“가요.
“저 사람은 누구예요? 엄청 강해 보이는데. 포스가 장난 아니네요!”돌아선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용일비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남자는 그녀에게 무척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누가 되었든 저 사람은 지금 나한테 선전 포고를 한 겁니다. 사내대장부 답네요.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내일 그 장소로 갈 수밖에 없네요!”도범이 여유롭게 웃었다.“가보면 저자가 왜 내 목숨을 노리는지 알게 되겠죠!”“왜 그렇게 여유로워요? 상대가 엄청 강하면 어쩌려고요?”용신애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아니면 제가 서하와 주원이한테 말해 둘 테니까 여럿이 모여 함께 가요. 보험을 들어두는 거죠.”하지만 도범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답했다.“만약 나조차 저 사람 상대가 안 된다면 용 씨 가문 전체 보디가드들이 함께 간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겁니다. 가봤자 개죽음밖에 안 돼요.”확실히 도범은 화하에 속한 부대에서 가장 강대한 존재였다. 이런 그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대라면 서하 같은 일반인이 가봤자 개죽음밖에 되지 못했다.용신애는 그제야 지난번 늦은 밤에 보았던 그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떠올랐다. 도범은 혈혈단신으로 이화당의 삼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과 싸워 그들을 전멸시켰었다.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그가 해결할 수 없다면 서하나 다른 사람이 가도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다.“그래도 조심해요. 혹시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상대면 도망쳐요. 죽는 것보다 그게 나아요!”제갈소진 역시 걱정하며 말했다.“도망?”도범이 순간 멈칫거리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생각이 지나치셨습니다. 갑시다. 가서 쇼핑마저 하죠. 저쪽에서 죽고 싶어서 안달 난 거라면 그렇게 해주면 됩니다!”“당신 참,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에요?”곁에 있던 용일비가 쓴웃음을 지었다.“아가씨한테 충분한 실력이 있게 될 때. 그때면 아가씨도 이 정도의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도범이 담배를 꺼내 천천히 한 모금 빨아들였다. 그는 미녀들을 데리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마저
“안 와?”정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꼭 올 거야. 안 오면 그놈 와이프나 딸, 그리고 그 가족들이 화를 입게 될 거라고 했거든. 하지만 그건 그냥 겁만 줄 생각으로 한 말이고. 진짜 가족까지 건드릴 생각은 없어. 난 스승님의 복수로 그놈 모가지만 따면 돼!”“정말 너무 멍청한 짓을 했습니다. 만약 그놈이 겁을 먹고 당장 가족들을 데리고 몰래 중주시를 떠나면 어쩝니까? 만약 중주시를 벗어나면 그땐 찾으려고 해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화가 난 하재열이 방안을 서성거렸다.“제가 그전에 말했었잖습니까. 기회를 봐서 암살 하라고요. 중장인 당신이 암살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성공할 건데 그러면 얼마나 좋습니까? 아무도 모르게 그놈을 죽여버리는 것만큼 편한 일이 어디 있다고요?”정진이 오히려 싸늘하게 웃더니 하찮은 표정으로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하재열 도련님, 그건 도련님 의견이었고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 마음이야. 중장인 내가 대대장 하나 죽이는데 암살을 하라고? 그게 사내대장부로서 할 짓이야? 난 남자끼리의 싸움은 정정당당하게 하는 걸 즐기는 편이야!”“그건……”하재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그래도 하루 전에 통보하는 건 아니죠. 그놈한테 도망갈 기회를 준 거잖습니까?”“하하 걱정 마. 그럴 놈 같아 보이지는 않았어. 분명 그놈도 엄청난 실력을 갖고 있을 거야. 내가 선전 포고를 할 때 그자는 일말의 당황함도 보이지 않았거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어!”정진이 피식 웃었다.“그리고 그놈은 자기 가족을 아주 사랑해. 당연히 자기 가족들한테 도망만 치는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을 거야. 게다가 중장은 꽤나 큰 힘을 갖고 있어. 자기 가족들까지 함께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겠어? 하루하루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내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거기까지 말하던 정진이 잠시 침묵하다가 자신 있게 마저 말했다.“때문에 그놈은 내일 꼭 올 거야!”정진의 말에 하재열은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