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데. 그 박스 한눈에 보아도 엄청 낡아 보이는데 그 안에 담긴 물건이 수백억이 넘는다고? 너 지금 누구 놀려?”박이성이 그가 꺼낸 박스를 보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보아하니 이제 박 씨 가문에서 나갈 일만 남은 것 같은데. 네가 네 입으로 한 말이니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고 안 그래?”“저, 저 박스는 야명주를 담았던 그 박스잖아?”모용 가문의 도련님 모용권이 그 박스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정말 그 박스인 것 같은데. 저 안에 설마 진짜 야명주가 있는 건 아니겠지?”우 씨 가문의 가주 우진 역시 기함했다. 저 물건은 그때 그 부잣집 사모님이 사 가지 않았던가?하지만 그 부잣집 사모님은 전신인데?“그럴 리가? 그건 전신님이 사 가셨잖아? 그런데 왜 저놈한테 있지?”누군가가 의아한 표정으로 도범과 장진을 번갈아 보았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도범이 박스를 열었다. 예상대로 커다란 야명주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저, 저게 바로 그 장수를 돕는다는 야명주인가?”박 씨 어르신이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야명주는 치열한 경매를 통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웬 부잣집 사모님한테 넘어갔다고 했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 사모님이 전신인 장진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그런데 그 귀한 보물이 현재 도범의 손에 들려있었다.“맙소사 저건 천억에 낙찰된 야명주잖아!”나봉희가 경악하며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야명주를 빼앗아 오고 싶었다. 도범이 저놈은 저렇게 좋은 물건이 있으면 바로 자기한테 가져와야지!그러나 당장 보는 눈이 너무 많았고 저건 도범이 할아버지 생신 선물로 준비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아쉬운 마음을 억누르며 애써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바로 저거야!”우진이 부러운 표정으로 야명주를 바라보았다. 그건 엄청 귀한 물건이었다.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야명주는 신진대사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당시 그 물건을 낙찰받고 싶어 했었다.하지만 결국 천억 원
박시율이 활짝 미소 지었다. 할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다시 한번 박 씨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박시율의 속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벅차올랐다.박 씨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지난 몇 년간 참 많이 고생했다. 하지만 그때 너는 너무나 제멋대로였어. 그 정도의 벌을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단다!”“아니에요. 다 지난 일인 걸요. 그땐 제가 고집을 부렸던 게 맞으니까요……”박시율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천천히 걸어가 수줍은 얼굴로 도범의 팔짱을 끼더니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저 하나도 후회하지 않아요. 왜냐면 덕분에 저는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났는걸요. 아마 이게 운명인가 봐요!”“그래. 이 할아비를 원망하지 않아줘서 고맙구나!”어르신의 눈이 빨개져 있었다. 사실 박시율의 성격은 그와 많이 닮아 있었다. 둘 다 무척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다.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손녀를 몹시 가슴 아파하고 있어다. 단지 체면 때문에 자기가 뱉은 말을 쉽게 바꾸지 못했을 뿐이었다.“전신님. 저, 저 야명주는 원래 전신님이 사신 것 아닙니까? 어떻게 도범이한테 있는 겁니까?”박이성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져있었다. 그는 이 상황이 내키지 않았다. 도범이 그 세 가지를 모두 해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는 도범이 수십억 가치의 보물을 내놓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한지운은 특별히 사람까지 붙여서 도범이 값비싼 물건을 사는가 사지 못하는가 지켜보기까지 했었다.그런데 도범이 준비한 선물이 저 야명주라니!장진이 태연한 표정으로 씩 웃으며 말했다.“다들 알다시피 도범은 의술에 아주 능하지. 전쟁터에서 그가 그 훌륭한 의술로 내 목숨을 구한 적이 있어. 때문에 야명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저런 야명주 열 개를 준다고 해도 내 고마운 마음을 다 표한하지 못하니까!”“그랬군요. 그래서 전신님께서 이번 박 씨 가문의 생일 연회에 참석한 거군요!”누군가가 감탄하며 말했다.“그런 거였어.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걸. 저 박 씨 가문의 쓸
맥이 풀려 바닥에 앉아 있던 왕호가 장진의 말에 하마터면 오줌을 지릴 뻔했다. 식은땀이 주르륵주르륵 흘렀다.비록 박이성과 한지운도 나서서 몇 마디 하긴 했지만 왕호가 제일 나대면서 심한 말을 했었다. 보아하니 전신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것 같았다.“전신님 사, 살려주세요. 제가 전신님인 줄 모르고 그랬습니다. 전……”왕호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그러다 곧바로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곁에 서있던 박이성을 가리키며 외쳤다.“저는 그저 박이성과 그 일당들이 한 말을 들었을 뿐입니다. 저들이 웬 부잣집 사모님이 도범에게 스폰을 대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저자들에게 속아 왔을 뿐입니다! 억울합니다!”박이성은 왕호가 물귀신 작전으로 자신을 잡아 끌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당황스러움에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그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왕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왕호 도련님, 저희는 절친한 친구 사이가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아까 그 부잣집 사모님의 얼굴을 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누굽니까? 누가 저분이 낯짝이 두껍다고 말했죠? 또 누가 목을 뻣뻣이 세우고 거들먹거렸습니까?”“흥 너도 그렇게 말했잖아!”왕호가 콧방귀를 뀌었다.“너는 뭐 저분을 부잣집 사모님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왕호는 절대 혼자 죽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어떻게든 박이성을 끌어들일 작전이었다.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박이성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그는 무조건 죽을 목숨이라는 것을. 죽지 않더라도 불구자가 될게 분명했다.한지운이나 성경일을 끌어들인다고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러나 박이성은 달랐다. 박이성은 박 씨 가문에 하나밖에 없는 도련님이었다. 때문에 여전신도 여기서 그를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오늘은 박 씨 어르신의 칠순 생신날이었다. 아무리 전신이라고 해도 박 씨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그의 손자를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내, 내가 비록 전신님을 부잣집
그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도범이 입을 열었다.“네가 내 명성을 더럽힌 건 괜찮아. 어차피 나는 한낱 용 씨 가문의 보디가드일 뿐이니까. 그런데 전신님의 명성을 더럽힌 건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잖아? 우리 전신님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네가 감히 그분을 그렇게 말하다니……”거기까지 말한 도범이 박이성한테 시선을 옮기더니 말을 이었다.“박이성 아까 저 뚱돼지 놈이 너도 전신님의 명성을 더럽혔다고 했는데, 이건 너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잖아?”“그래 맞아 맞아. 나를 모독했어. 완전한 모독이라고. 내가 얼마나 전신님을 존경하는데. 정말 한치의 거짓도 없어. 내 마음속에는 전신님이야말로 구대 전신 중 가장 훌륭하신 분이라고. 여자의 몸으로 전신에까지 오르는 게 얼마나 쉽지 않으셨겠어!”박이성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부의 말을 내뱉었다.“뭐? 너 지금 여자를 무시한 거야?”그런데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장진의 얼굴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언짢다는 듯이 말했다.“아닙니다 아닙니다.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저, 저는 그저 전신님께서 정말 쉽지 않으셨겠다는……”박이성이 화들짝 놀라더니 연신 식은땀을 흘렸다.도범이 그제야 말을 이었다.“박이성 너도 저놈이 너를 모독했다고 말했으니까 이렇게 하면 되겠네. 아주 쉬워. 너한테 표현할 기회를 줄게. 잘 해. 우리의 전신님도 보고 있으니까. 네가 가서 저기 저 뚱돼지의 뺨을 있는 힘껏 200대만 후려치는 거야. 참, 때릴 때마다 꼭 우리가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한 소리가 나야 돼. 그래야만이 전신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할 수 있어! 그렇게 못한다면 네가 진심으로 저분을 존경한다는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할 거야!”“그래 그거 좋네. 네가 나에 대한 존경심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아볼 시간이야!”장진이 씩 웃더니 팔짱을 끼고 말했다.“시작해!”“이, 이백 대는 너무 많잖아!”왕호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그는 속으로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도범이 저놈 정말 너무한 게 아닌가? 그저 무릎
왕소호 대장의 말에 왕호가 화들짝 놀랐다. 어찌나 놀랐는지 볼살이 다 흔들리고 있었다.왕소호 대장은 그와 같은 왕 씨 성을 가졌는데 그러면 한 가문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같은 왕 씨 가문으로서 저 대장은 그에게 도움을 줄 생각은 안 하고 자기가 나서서 때리려고 하다니!그는 무려 대장이었다. 3번은 고사하고 그가 진짜 힘을 발휘한다면 따귀 한 방이면 충분했다.“박이성 너 빨리 때리지 않고 뭐해? 자, 때려. 뭐 하러 꾸물대고 있어!”왕호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지금은 그저 이를 악물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맞는 게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박이성은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도련님이었다. 그런 그가 힘이 세면 얼마나 세겠는가? 또한 자신과는 친분도 있는데 어느 정도는 봐 주면서 때릴 거라고 생각했다.박이성한테 맞는 게 대장이나 준장한테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지금 가장 화가 나는 건 도범이었다. 설마 자신에게 이런 벌을 줄 생각을 하다니!수많은 사업가들과 명문 세가 사람들 심지어 전사들까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왕호 도련님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박이성이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 왕호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잡아끌며 물귀신 작전을 썼다. 만약 그때 전신이 벌컥 화라도 내서 자기까지 벌하려 들거나 죽이려 들면 어디 가서 그 억울함을 호소하겠는가!“짝!”박이성이 손을 높게 들어 올린 후 그대로 왕호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악!”왕호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뺨에는 커다란 손바닥 자국까지 생겼다.“너……”왕호가 고개를 번쩍 쳐들고 씩씩거리며 박이성을 쳐다봤다. 망할 놈이 이렇게 세게 때리다니. 이놈은 살살할 줄 모른단 말인가?하지만 박이성은 그런 왕호를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장진에게 물었다.“어떠십니까 전신님. 이 정도로 때리면 될까요?”“응 괜찮아! 지금과 같은 힘으로 때리면 되겠어!”장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순간 왕호의 머릿속에 팟하고 뭔가가 떠올랐다. 아마 박이
한지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도하고 있었다. 여전신이 아까 자신이 나서서 했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제발 전신이 자신에 관한 일을 마음에 두지 말고 이대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하지만 지금 여전신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이제 다음 타깃은 자신이 될 것인가 보다.한지운의 아버지인 한용휘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용서를 구하러 나서려고 했다.그는 막 한 걸음 내 디디려고 하다가 순간 멈칫거렸다.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무려 여전신이었다. 만약 자신이 나서서 용서를 빌었는데 상대가 언짢아하며 그들 일가족을 죽이려 들면 어쩐단 말인가. 그녀가 그렇게 행동해도 그들은 그저 자기들이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저, 전신님 저한테 볼 일이라도 있으신가요?”한지운이 마른침을 삼키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곁에 서서 숫자를 세어. 하나도 적어서는 안 돼!”장진이 말했다.“네. 네 알겠습니다!”한지운이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불렀을 때 정말 너무 놀라 심장이 다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저 숫자를 세라고 불렀을 뿐이었다.“셋, 넷……”박이성은 한번 또 한 번 왕호의 뺨을 때렸다. 그의 뺨은 이미 부어올라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고여있었다.한참을 때리던 박이성은 손이 너무나 아팠다. 그의 손도 곧 부어오를 것 같았다.비록 때리는 역할이지만 그의 손 역시 아팠다. 단지 자신의 역할이 왕호보다 조금 더 나을 뿐이었다.“구십구…”순식간에 99번의 따귀를 때렸다. 이제 왕호의 얼굴은 시뻘겋게 부을 대로 부어있었다.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고 흐릿해져 있었고 너무나 맞아서 이제 뺨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그는 자신이 잘못 건드려도 한참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용 씨 가문의 가주 용준혁 님께서 그 가족분들과 함께 박 씨 어르신의 칠순 생
용준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곁에 있는 박 씨 가문의 하인한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우리가 조금 늦게 온 관계로 아직 지금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데, 혹시 여전신이 도범의 신분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나? 예를 들어 대장이라고 불렀다거나?”“아니요. 그런 말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범 님은 자신의 명패를 잃어버렸다고 했고 저택을 산 돈은 모두 자기 돈이라고 했었습니다.”“아마 대대장 정도나 되지 않겠습니까? 5년 사이에 대대장 정도면 퍽 대단한 거죠!”하인이 답했다.“저자가 만약 대대장이라면 왜 그전에 말하지 않았겠나?”뒤에 서있던 광재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도범 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길에서 명패를 잃어버렸는데 말해도 아무도 믿을 것 같지 않아서 아예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저는 도범 님이 참으로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분이 아니었다면 오늘 여전신도 오지 않았을 거고 이렇게 많은 대단한 분들이 저희 어르신 생신 연회에 오시지도 않았을 겁니다!”하인이 길을 안내하면서 말했다.“사실 박시율 아가씨도 그렇고 도범 님도 그렇고 다들 참으로 좋으신 분들입니다. 이제 도범 님도 드디어 박 씨 가문의 인정을 받았으니 앞으로 두 분의 앞날에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걱정 말게. 꼭 그럴 것이야!”용준혁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는 도범의 말을 믿지 않았다. 명패를 잃어버렸다고?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그는 도범의 신분이 절대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오히려 그는 도범이 도대체 어떻게 장진을 설득했기에 그녀가 도범의 신분을 감춰주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혹시 여전신이 갓 입대했을 때, 아직 그렇게 강하지 못해서 부상을 입었고, 도범이 의술로 그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 일로 그녀가 그를 돕고 있는 건 아닐까?“용 가주님, 둘째 아가씨, 큰 도련님 오셨습니까!”용준혁과 그 일행들이 온 것을 본 도범이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네. 신애와 일비 이 계집애들이 화장을 하고 옷을 반나절 동안 고르지만 않았다면
“오랜만입니다 장진 전신님!”왕호가 실려간 후 용준혁이 곧바로 장진 앞에 나서며 말을 건넸다.장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옆에 서있는 두 미녀를 보고 웃으며 말을 걸었다.“이 아름다운 두 여성이 바로 소문으로만 들었던 용신애와 용일비 겠구나.”그 말을 들은 용신애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전신이 직접 자신을 칭찬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안녕하세요 전신님. 저, 저는 용신애입니다. 저는 미녀 축에 끼지도 못해요. 전신님이야말로 너무 아름다우세요. 몸매만 좋을 뿐만 아니라 품위가 느껴져요!”용일비 역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맞습니다. 맞아요. 전신의 품위는 아무나 갖고 있는 게 아니죠. 왕호 그놈 평소에도 엄청 나대고 다녔었는데 오늘 이 일로 이제 함부로 거들먹거리고 다니지 못할 거예요!”두 미녀의 눈빛은 너무나 순수했고 옷차림도 단정했다. 장신은 두 미녀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 용신애한테 건넸다.“이건 내 전화번호야. 나중에 시간 되면 함께 커피나 마시자고. 어차피 나도 중주에 아는 친구가 별로 없어서 말이야!”용신애는 장진의 뜻밖의 호의에 순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그제야 장진이 건넨 명함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알겠어요. 시간 되면 꼭 연락할게요. 참, 이건 제 명함이에요!”용신애가 빠르게 자신의 명함을 꺼내더니 두 손으로 공손히 그녀에게 건넸다.용신애의 경직된 자세를 본 장진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내가 신도 아니고 말이야. 나를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친구처럼 말이야!”“그, 그건 안 되죠. 전신님은 비록 신이 아니지만 신과 비슷한 존재잖아요. 전신님은 무려 전신님인걸요!”용신애는 그녀의 호의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상대는 무려 위대한 전신이었다. 그런 그녀를 친구처럼 대하고 함께 놀라고? 그녀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압박감을 안겨주는 인물이었다. 매 순간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