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우스갯거리가 되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6성급 대장 황대성의 등장에 놀랐다."뭐! 황대성도 왔다고!""그렇게 이름 부르면 안 돼, 황 대장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기분 나쁘게 했다가는 그 사람 주먹 한방에 맞아죽을 지도 몰라.""대박, 6성급 대장이 왜 우리 같은 집안에 온 거지? 정말 생각도 못 했다."박 씨 집안사람들은 황대성의 이름을 듣자마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황 대장님께서 축의금 120억을 내셨습니다."그때 축의금을 관리하던 한 남자가 말했다."제가 무슨 선물을 사는 게 좋을지도 모르고 어르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라서 돈으로 가져왔으니 어르신이 좋아하는 걸로 사세요."황대성이 웃으며 어르신에게 다가가 호탕하게 말했다."황 대장님, 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여기에 와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인데요. 다른 사람이 대장님을 초청해도 대장님께서 쉽게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압니다. 그냥 오시지, 뭐 이렇게 선물까지 챙겨오셨어요."박진천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자신의 칠순 잔치에 세 명의 준장이 온 것도 놀라운데 6성급 대장까지 얼굴을 비춰줬으니 말이다."120억이라니, 손도 크구나."사람들이 감탄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이렇게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왕 씨 집안 주인장과 도련님께서 옥팔찌 한 쌍을 선물하셨습니다."머지않아, 또 다른 손님이 도착했다.박 씨 집안의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이는 도범을 힐끔힐끔 훔쳐보기도 했다.도범이 전에 오지 않았던 집안에서 얼굴을 비출 뿐만 아니라 전신도 올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 상황으로만 보면 도범이 말이 정말일 것 같았다.방금 전 도착한 왕 씨 집안은 3류 가문에 속했지만 예전에는 박 씨 어르신의 생신잔치에 참석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뜻밖에 얼굴을 비췄다."백림 대대장께서 금빗을 선물로 가지고 오셨습니다."그때 손님을 맞이하던 이가 또다시 말했다.그리고 대대장이 자신의 아내와 부모님을
생각지도 못한 집안의 사람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며 귀중한 선물도 더불어 들고 왔다."도범,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거라는 거 어떻게 안 거야?"박 씨 어르신이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설마 정말 그 200상을 다 채울 수 있는 건 아니겠지?""할아버지, 일단 그 200상의 돈을 제가 내야 하는지 아니면 박 씨 집안에서 낼 건지부터 말씀해 주세요, 아니면 저도 말 안 할 거예요."도범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요, 이 돈을 저희 아들이 내게 할 수는 없죠. 이류 가문의 사람들도 왔고 준장에 대장까지 왔으니 정말 전신이 올지도 모르잖아요."서정이 얼른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그래,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든 200상의 돈은 우리가 내마."어르신이 기분 좋게 말했다.도범이 그제야 어르신의 말에 대답했다."많은 이들이 이미 전신이 할아버지 생신에 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으니 다른 집안에서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요.""전, 전신이 정말 올 거라는 말이야?"어르신이 놀라서 물었다. 그는 왜 전신이 자신의 칠순잔치에 오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박 씨 집안과 전신은 잘 알지도 못했다.하지만 전신이 오지 않는다면 준장이나 대장도 오늘 이곳에 올 리가 없었다.마침 옆에서 그 말을 들은 홍희범이 웃으며 다가왔다."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 오늘 전신이 반드시 올 겁니다, 제가 그날 전우들끼리 모였을 때, 전신을 만났거든요. 그때 전신께서 오늘 여기로 올 거니 시간 될 때 다들 오라고 하셨어요.""너무 잘 됐네요."어르신이 신이 나서 말했다. 전신이 온다면 박 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신이 왜 온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이류 가문도 그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이는 박 씨 집안의 명성을 좋게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 박 씨 집안의 사업이 잘 되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정말 전신이 온다고?"박이성과 성경일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멍청하게 서로를 바라봤다. 방금
그 말을 들은 도범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여자가 오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 190억이 아니라 1900억도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사실 제가 할아버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저 별장이 아니라 다른 물건입니다.""그게 뭐냐!"도범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선물 얘기를 꺼내자 사람들이 그들의 말에 집중했다. 별장이 선물이 아니라면 또 무슨 선물을 할 수 있다는 말이지?박시율도 점점 도범을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별장이 선물이 아니었다니."별장이 선물이 아니라면 저 별장은 왜…"박진천이 의아하게 물었다.도범은 옆에 있던 박시율을 보더니 그녀를 끌고 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그녀의 손에 넣어줬다."이 별장은 제가 시율이를 위해 준비한 거예요.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조금 좁아서 가족들이랑 전부 여기로 이사 올 생각이에요. 원래 시율이한테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박이성한테 들켜서…"도범이 박시율의 뺨을 쓰다듬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자기야, 미안해. 오늘 할아버지 잔치가 끝난 뒤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 별장을 보여주면서 말이야. 이렇게 될 줄 몰랐지, 그래서 그냥 지금 얘기할게."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별장은 도범이 여자와 몰래 데이트를 하려고 산 것이 아니라 도범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던 것이었다.그녀는 다행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도범을 의심하며 몰아붙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도, 도범,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190억을 써서 저 별장을 사서 우리 딸한테 주려고 한 거였다고? 우리 가족들이 여기로 들어와서 살 거라고?"나봉희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방금 전까지 여자에게 몸이나 판다고 도범을 탓했었는데 아마도 정말 오해인 것 같았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문서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지만 위에 시율이 이름만 쓸 거예요, 이 집은 제가 시율이를 위해 준비한 거니까요. 아니면 수아도 저희랑 같이 자는 건 조금 불편할 것 같아서요, 시율이도 이제 4살이잖아요.""그래, 그,
성경일과 한지운, 왕호는 그 모습을 보니 언짢아졌다. 심지어 질투가 나기도 했다."190억 가지고 생색은, 나한테 시집오면 그것보다 훨씬 많이 줄 수도 있는데."왕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도범이 별장 하나를 사줬을 뿐인데 박시율이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화가 났다. 자신들은 박시율에게 잘해주고 싶어도 박시율이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도범, 이 별장을 시율이한테 주려고 산 거라면 할아버지 선물은 어디 있는 거예요?"그 꼴을 보고 있기가 싫었던 박시연이 팔짱을 끼고 기고만장하게 물었다."설마 준비 안 한 건 아니겠죠?""그러니까, 도범. 전에 약속했던 것들은? 준비 못 했으면 박 씨 집안에서 꺼져."박이성도 일어서며 말했다."도범, 마누라를 위해서 별장을 사줄 정도라면 어떤 의미겠어? 네가 돈이 엄청 많다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돈이 많으니 어르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도 엄청 비싼 거겠지.""20억 딱 맞춰서 산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어르신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시율이한테는 190억이 다 되어가는 별장을 사줬잖아."성경일과 왕호가 틈을 타 말했다."걱정하지 마, 별장보다도 더 비싼 거니까."도범이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래? 사람도 이렇게 많이 왔는데 선물은 언제 꺼낼 작정이야?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어야 할 텐데."왕호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제갈 가문에서 어르신 생신을 축하하러…"그때 일류 가문의 제갈 가문 주인장이 등장했다."일류 가문 사람까지 정말 왔네. ""선물은 언제 줘도 좋으니 내 일단 제갈 가문 주인장부터 맞이하러 가야겠다. "박 씨 어르신이 박이성과 왕호의 말을 끊고 웃으며 제갈 가문의 주인장을 맞이하러 갔다.오늘 얼마나 많은 손님이 왔고 도범이 무슨 선물을 준비했는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도범이 여자에게 받은 돈으로 별장을 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는 만족했다.도범이 준비한 선물이 별장보다도 비싸다는 말은 그는 믿지 않았다. 그저 도범이 큰소리를 치는
"축하드립니다, 어르신."제갈 가문의 주인장이 웃으며 선물을 꺼내더니 안으로 들어섰다."도범 씨! 너무 잘 됐어요. 드디어 또 만났네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그때 제갈 가문 주인장의 등 뒤에 있던 하얀 원피스를 입은 미녀 하나가 도범을 보더니 다가왔다.제갈 가문 주인장은 자신의 딸이 도범을 보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곤 난감하게 웃었다.그는 제갈소진이 왜 도범을 저렇게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도범이 의술도 좋고 여러 방면으로 훌륭하다고 하지만 제갈소진보다 나이도 많았고 게다가 그는 결혼까지 하고 애까지 있는 남자였다.하지만 제갈소진은 신분이 고귀할 뿐만 아니라 얼굴도 예뻤기에 남자친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저 사람은 누구야? 완전 예쁘네."자리에 있던 도련님이 의아한 얼굴로 제갈소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제갈소진이 주인장을 따라왔으니 당연히 그 집안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제갈소진, 도범이 저 여자 병 고쳐줬다며. 살 빠지고 나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네, 저 몸매에 저 얼굴이라니…"왕호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제갈소진이 살을 빼고 나니 이렇게 예쁠 줄 알았다면 그녀를 쫓아다닐 걸 하는 생각까지 했다.그 누구도 제갈소진이 이렇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저 눈빛을 보니 정말 제갈소진이 맞는 것 같네."성경일은 제갈소진이 저번 경매장에서처럼 도범을 따라다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어머, 소진 아가씨도 오셨네요. 오랜만이에요."도범이 제갈소진에게 인사를 하기도 전에 나봉희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갔다."네, 어머니, 안녕하세요."제갈소진이 웃으며 도범 앞으로 다가와 새빨간 입술로 말했다."요즘 당신 못 봤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박시율은 그런 제갈소진을 보니 어이가 없어졌다. 그녀는 도범의 아내인 박시율을 완전히 무시했다."네."도범이 어색하게 웃으며 박시율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시율아, 우리 저쪽으로 가자.""응."박시율은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알았죠?"나봉희는 제갈소진이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이런 남다른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어쩌면 제갈소진을 도범의 첩으로 들여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물론 지금의 그녀의 집은 그렇게 가난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돈이 많은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소진 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그때 왕호가 웃으며 제갈소진에게 다가갔다."이제 보니 저희 알고 지낸지도 꽤 되었는데 전화번호도 없더라고요. 연락처라도 교환하는 거 어때요? 앞으로 시간 될 때 같이 차 마셔요.""맞아요, 소진 씨. 연락처 좀 알려줘요. 심심할 때 같이 놀아도 되고."한지운도 얼른 다가와 말했다.제갈소진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의 몸매와 얼굴은 박시율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게다가 그녀의 집에는 돈도 많았고 젊기까지 했다. 이런 미녀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았다.하지만 한지운을 본 왕호는 속으로 그를 욕했다. 자신의 말을 끊고 다가와 제갈소진의 연락처를 달라고 하는 한지운이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하지만 제갈소진은 두 사람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제가 뚱뚱했을 때에는 제 앞에서 욕도 스스럼없이 하더니, 뒤에서는 얼마나 더 심한 말을 했을지 생각 안 해도 알아요."그 말을 들은 한지운과 왕호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그들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니에요.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한테 방해받는 게 싫다면 저희가 갈게요, 하지만 앞으로 시간 날 때 저희 찾아와도 돼요.""맞아요, 소진 씨. 심심할 때 연락해요."왕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백 씨 집안 주인장께서 어르신의 칠순을 축하해 주러…"그때, 사대 일류 가문에 속하는 백 씨 가문이 등장했다.그들도 여전신이 박 씨 어르신의 칠순잔치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선물을 들고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박진천은 도범의 말대로 소대장, 대대장, 심지어 준장까지 올 줄
"세상에, 장세천 대장님께서도 오셨다니!"소대장 하나가 장세천의 이름을 듣곤 감탄했다."그러니까, 저번에 소명용 대장이 준비한 파티에도 안 오신 분인데 오늘 여기에 오셨네."옆에 있던 전사 하나가 눈까지 비비며 들어오는 이가 장세천이 맞는지 확인했다.8성급 대장의 신분과 지위는 확실히 높았다. 그리고 공적도 많이 세운 사람이었기에 황대성도 그를 보면 예의를 차려야 했다.이로써 사람들 마음속에서 장세천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었다."당연하지, 아마 전신께서 오신다는 소리를 들으셨으니 파티를 좋아하지 않는 장세천도 전신 체면을 봐서 온 거겠지. 그리고 장 대장님께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여전신 장진이잖아. 그래서 오늘 장 대장님께서 오실 거라고 생각했어."중장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사람들도 오늘 이 작은 박 씨 집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 몰랐다."할아버지, 오신 분들 정말 다들 대단하신 분인데요."박이성은 도대체 누구와 말을 걸어야 할지 몰랐다.그는 중장이나 소장을 잘 알지도 못하기도 했고 누구와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대장과는 어떻게 해서든 말을 걸고 친해지고 싶었다. 다만 이런 인물과는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오늘 이곳에 온 이들의 신분이 너무나도 높아서 박이성은 어지러웠다."장세천도 왔네."한편 도범은 박시율과 수아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는 데릴사위일 뿐이었고 중요한 인물은 더더욱 아니었기에 손님들을 대접할 필요가 없어 이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참이었다.하지만 장세천의 이름을 들은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장세천은 그의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전에 전쟁터에서 도범은 마침 장세천을 구해줬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도 마침 떨어져서 장세천에게 얼굴을 보이고 말았다.그랬기에 장세천은 도범의 장군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당신 왜 그래?"도범의 이상함을 알아차린 박시율이 물었다. 그가 장세천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
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농담이야, 내가 왜 자기를 탓하겠어. 박이성이 당신 신발 닦아줄 때의 그 표정까지 상상할 수 있어, 재밌었겠는데. 당신은 그런 건 사진을 찍어서 나한테 보내줬어야지, 나도 좀 같이 기분 좋아하게.""그때는 그런 생각 못 했지, 다음에 기회 되면 꼭 찍을게."도범이 웃으며 그네를 밀었다.수아는 그네 위에 앉아 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이제 그 누구도 수아에게 아빠도 없는 잡종이라고 할 수 없었다."그런데 돈 많다는 그 여자랑 도대체 무슨 사이야? 그 여자 정말 와? 그리고 나 당신이 정말 대대장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박시율이 도범을 보며 말했다."사실 나 대대장보다 훨씬 대단해. 그런데 그 명패를 내놓을 수 없어서 그래, 그러니까 당신 남편이 대단하다는 거 당신만 알고 있으면 돼. 전신이 나를 봐도 예의를 차려야 한다고."도범은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박시율에게 암시했다."큰소리치기는, 5년 안에 대대장 된 것도 완전 대단한 거지. 나 아직 전신은 만나본 적 없는데, 듣기론 여전신이 그렇게 예쁘다며.""자기야, 사실 사람들이 말하는 돈 많은 여자가 여전신이야. 내가 전에 말했잖아, 여전신이 내 친구라고."도범이 저번에 말했던 대로 다시 박시율에게 알려줬다. 9명의 전신이 전부 자신의 제자라고 했었지만 박시율은 믿지 않았다. 그랬기에 도범도 이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 그럼 당신 여전신한테 돈을 받은 거네? 정말 그런 거라면 나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당신이 나라를 위해 몸을 내어준 거잖아, 안 그래?"박시율이 웃으며 농담을 했다. 그는 여전히 도범의 말을 믿지 않았다. 많은 대대장들도 전신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기에 여전신과 친구라는 도범의 말은 아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전신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었지만 도범은 늘 자기 앞에서만 그 얘기를 꺼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기에 박시율은 도범이 거짓말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