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말이에요. 샴페인도 다 준비되었어요. 이번에 어르신께서 무리 좀 하신 것 같은데요. 여기 한 테이블에 2억씩 들었다면서요? 엄청나게 화려하네요!”“박이성이 이번에야말로 자기 아버지 체면을 세워줬네요. 순 이윤만 6백억이라던데 이번 계약이 크긴 큰가 봐요!”박 씨 가문의 친척들이 의론이 분분했다. 곁에 있던 박준식 또한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그때 방 문이 열리더니 나봉회와 박영호가 박시율과 기타 가족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나봉희 담도 크네, 이 많은 사람들을 다 기다리게 하고 말이야!”들어서자마자 친척들 중 누군가가 비꼬는 말투로 일부러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봉희가 곧바로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어쩔 수 없었어요. 오는 길에 차가 좀 막혀서요.”박시연은 박시율이 어제 산 명품 브랜드 옷을 입고 온 것을 보고 비꼬며 말했다.“쯧쯧, 시율이 넌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구나. 그 짝퉁을 정말로 입고 오다니. 나였으면 부끄러워서 입고 나올 생각조차도 못 했어. 쪽팔리지도 않아? 다른 사람이 알아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그 말을 들은 나봉희가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면서 반박했다.“시연이 너 말 막 하지 말거라. 이건 백 퍼센트 정품이야. 우리 집이 비록 조금 가난하긴 하지만 이 옷만큼은 틀림없는 정품이야!”“그래요? 조금 가난한 집에서 4천만 원씩 하는 옷을 마음대로 산다고요? 그걸 누가 믿어요? 그리고 그 옷은 한정판이라고요!”박시연이 바로 반박하며 말했다.“당신들 수준에서 그 가격의 옷을 사는 건 우리가 4억짜리 옷을 사 입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알겠어요?”“우리 수준에 살 수 없다니!”나봉희가 소리 질렀다.“이래봐도 도범이는 퇴역 군인이야. 국가를 위해 5년간 복무했고 이번에 오면서 상금도 두둑이 타왔어. 네가 뭘 모르나 본데 보통 일이 년 후에 돌아와도 몇천만은 탈 수 있어. 그런데 도범은 5년이나 복무했고 공까지 세웠으니까 상금 몇 억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도범이 진땀을 흘렸다. 오늘 현금을 많이 꺼내
박진천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도범을 향해 말했다.“도범이 자네 지금 내가 자네와 장난하는 거로 보이나?”“도범이 너 주작이 너무 심한 거 아니니? 감히 어르신의 물음에 거짓말로 답해?”“그러게 말이야. 너 지금 어르신을 만만하게 보고 그러는 거지? 잊지 마, 애초에 어르신이 너한테 2억 원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네 어머니는 살아서 네 곁에 있지도 않았어!”몇몇 친인척들이 곧장 맹렬한 기세로 도범에게 쏘아붙였다.“어르신, 제가 한 말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참, 여러분들이 믿지 못한다고 하면 저로서도 어쩔 수 없죠.”도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그는 단지 누가 박시율을 괴롭히는 것이 걱정되어 이 자리까지 함께 온 것이지 원래는 오고 싶지 않았다.“잠깐만, 이 계집애는 또 누구야?”박시연은 원래 박시율을 끝까지 걸고넘어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범이 공을 세웠다고 하는 걸 보아 아마 그 드레스는 정품이 맞을 것이고 이로써 더 이상 해코지할 거리가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처음 보는 낯선 얼굴에 눈길을 돌렸다.“참 시연 누나, 내가 소개할게. 내 여자친구인 장소연이야. 만난 지는 꽤 되었고 이제 곧 결혼할 거야!”“마침 할아버지께서 가족들을 다 불러 식사 대접을 한다고 하니까 이번 기회에 인사드리러 같이 왔어!”박해일이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모습이 어딘가 우물쭈물해 보였다.“해일아 이건 좀 아니지 않니? 오늘은 우리 박 씨 가문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자리인데 외간 사람을 부르는 건 좀…”“도범이는 그래도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한 입장이지만 네가 데리고 온 애는…”박시연이 속으로 기뻐하며 곧바로 빈정거리며 말했다.“소연이는 외간 사람이 아니야. 이 아이는 이미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는걸. 이제 곧 우리 해일이와 결혼하게 될 아이야!”박시연이 장소연을 괴롭히려고 하는 모습을 본 나봉희가 급히 나서서 두둔했다.“됐어 됐어. 저 아이가 뭐 이런 곳에 와본 적이나 있겠어? 이 기회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며 지켜보다 결국 나서서 물었다.“그러게 말이야. 아버지 오늘 무슨 큰 경사라도 있어요? 샴페인까지 준비하고!”박영호 역시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도 왜 점심부터 이렇게 성대한 만찬을 준비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당연히 몹시 경사스러운 일이 있지. 이성이가 지금 어마어마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계약이 얼마나 큰지 이성이가 말하기를 순이익만 6백억이 된다고 하더구나. 6백억은 자그마치 회사의 1년 이윤과 맞먹는 액수야!”어르신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맞아. 우리 이성이가 드디어 이번에 빛을 본 거야. 이렇게 큰 계약을 다 따내다니!”박준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어디 회사와 계약한 거예요?”박시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어딘가 미심쩍은 기분이었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는 그 자식이 갑자기 그렇게 큰 계약을 따냈다고?“왕 씨 가문이다. 지금 계약서에 사인받으러 갔다. 어젯밤 전화 통화로 이미 다 끝난 얘기라고 하더구나. 아마 이제 곧 도착할 거다!”어르신이 시간을 확인했다.“시율아, 사실 예전에 너도 꽤 잘 나갔었는데 아쉽게 되었구나. 만약 저 자만 아니었다면…”한 친척이 도범을 힐끗 바라보고 은근히 속내를 비췄다.“작은 아버지의 뜻은 알겠어요. 제가 선택한 길인걸요. 전 후회 없어요!”박시율이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바로 그때, 또 한 번 방문이 열리더니 드디어 박이성이 도착했다.“이성이 돌아왔어요. 자 다들 박수!”곧바로 박준식이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순간 친인척들의 박수소리로 룸 안이 북적거렸다.“잘 왔어 이성아, 모두들 너만을 기다리고 있었어!”“맞아요. 이성 도련님, 어서 도련님이 따온 계약을 공포하세요. 샴페인도 다 준비되었어요!”몇몇 친척 사람들이 곧장 다가가서 아부의 말을 전했다.도범과 박시율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자리에 그들 가족을 부른 건 그저 박이성의 공적을 자랑하려고 하기 위함
“왕호 그 자식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젯밤에 했던 약속을 오늘에 와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이 엎어버리다니!”“그러게 말이야. 정말 너무 한거 아니야? 이렇게 큰 계약을 장난으로 삼아?”박 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성을 내며 모든 잘못을 왕호한테 돌리고 있었다.박이성은 자신을 탓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곁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도범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이번 일이 박이성의 말만 믿고 단정 지을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나봉희는 모처럼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앞장서며 말했다.“이성이 너도 참, 우리 모두 네가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정말로 우리 박 씨 가문을 위해 6백억이나 되는 큰돈을 벌어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헛물만 켰구나!”그 말을 들은 박이성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원래 그는 나봉희 일가 사람들을 불러 그들 앞에서 자신의 공적을 마음껏 뽐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비웃음거리만 제공하게 된 꼴이었다.순간 박이성의 눈에 도범이 띄었다. 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번 계약이 성사하지 못한 것은 저의 실수입니다. 그 정도 신분을 가진 왕 씨 가문 도련님이 그렇게 변덕스러운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든요.”박이성이 잠시 뜸을 들이다 은근히 도범을 겨냥하며 계속하여 말했다.“하지만 그래도 누구보다는 낫죠. 돌아와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직장도 못 찾았다죠? 사실 이런 사람은 직장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죠!”그 말에 박시연이 맞장구쳤다.“그러게 말이야. 군인들은 퇴역하고 나면 직업 찾기 쉽지 않다고 하던데. 아니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서 배달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녀의 말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눈에 비친 배달이라는 업종은 너무나 비천한 직업이었다.“참, 내가 아는 몇몇 퇴역 군인들은 돌아와서 적당한 직업을 못 찾으면 경비나 보디가드로 일한다고 하더라고. 하하 아니면 우리 회사에 경비원으로 들어오는 건
도범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가 퇴역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수많은 세력들이 암암리에 그에게 연락을 취해왔었다. 심지어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액수를 제시하면서 그를 데려가려고 애를 썼지만 도범은 모든 제안을 거절했었다.때문에 박이성이 백만 원을 부르며 일자리를 제공해 주겠다고 그를 모욕한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 알았어 알았어. 네 말이 다 맞아. 넌 공까지 세웠으니까 국가에서 적지 않은 돈을 받았겠지. 하하 이제 보니 우리가 괜한 걱정을 했네!”박이성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도범은 그를 상대하기조차 귀찮았다. 그는 테이블에 놓인 샴페인을 보고 말했다.“어르신 연회를 계속 이어나가실 겁니까? 더 지체하면 음식이 다 식어버릴 겁니다.”박진천은 입술을 씰룩거렸다. 도범이가 눈치도 없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곳을 건드린 것이다. 비록 원래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이 맞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건 일부러 그들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당신 지금 이렇게 고급스러운 요리를 마주해본 적이 없어서 빨리 먹고 싶어서 이러는 거죠?”박시연이 도범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음식도 다 나왔는데 먹자꾸나. 다들 평소와 같이 회식이라 생각하고 자리에 앉거라!”박진천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박이성을 향해 말했다.“이성이 넌 명심하거라. 앞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그 어떤 구두 약속도 소용이 없다. 협력 업체는 언제든지 말을 바꿀 수 있어 알겠니? 다음에는 절대로 확실하다는 말 같은 건 내뱉지 말거라!”박이성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명심하겠습니다 할아버지. 어서 앉으세요!”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장소연은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자신의 미모에 꽤 자신이 있었다. 이곳에 오면 박 씨 가문 사람들이 무조건 자신을 반갑게 맞아 줄 것이라고 자만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웬 여자에게 무시만 당하고 심지어 지금은 아무도
첫 잔은 도범이 나라를 위해 싸워 온 것을 위하여, 두 번째 잔은 그와 박시율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두 가지 모두 도범이 거절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또한 상대방은 연장자이기도 하니 도범이 이를 함부로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결국 도범은 미소를 유지한 채 한 잔 또 한 잔 술잔을 비워낼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도범도 예기치 못했던 건 세 잔 정도 함께 마시고 그 연장자가 자리를 떠난 지 채 일 분이 안 되어 또 다른 남자가 술잔을 들고 다가오는 것이었다.도범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평소에는 자신을 보는 척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주동적으로 술을 권하러 다가오다니. 명백히 누군가가 자신을 취하게 만들려고 꾸며낸 속셈이 분명했다.하지만 이런 시답잖은 속셈으로는 도범을 당해낼 수 없었다.5년간 전쟁터에서 생활하면서 그의 신체는 이미 극한으로 단련되어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남들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갖고 있는 자신을 이곳 사람들이 술로 이기려 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연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술을 권했고 그때마다 도범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상대했다. 그는 능청스럽게 인사말을 건네고는 주는 족족 통쾌하게 술잔을 비워나갔다.그가 와인을 여덟 잔 정도 연거푸 비워내자 곁에 있던 박시율은 몹시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범이 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물었다.“적당히 마셔도 돼. 아니면 거절하지 그랬어. 그렇게 급하게 많이 마시다가 취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박시율이 낮은 목소리로 그를 일깨워주었다.순간 도범은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박시율이 이토록 자신을 관심해 주고 걱정해 줄 거라고 생각지 못했었다.이렇게 좋은 와이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체면을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었기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나 술 주량이 센 편이니니까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리고 당신도 보았다시피 술을 권하는 사
도범이 머리를 저으며 술을 마다하는 모습을 본 박이성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가 이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박이성은 서둘러 재촉했다.“괜찮아 괜찮아. 자 자 자, 오늘 분위기도 좋은데 세 잔 정도는 원샷 해야지!”“알았어.”도범은 곤란한 척 연기를 하며 천천히 술을 들이켰다.그는 이제까지 열잔은 족히 마셨다. 술을 권한 자들과 박이성 역시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그들은 이제 곧 도범이 쓰러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자 자 자, 이렇게 모인 것도 오랜만인데 다 같이 한잔하시죠!”박이성이 또다시 술잔을 들고 연회장 내부의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그는 속으로 비웃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함께 잔을 든 상황에서 도범은 절대 피하지 못할 것이고 억지로라도 마셔야 했다.“그래 다들 잔을 들고 건배하자꾸나. 우리 하람 그룹이 승승장구해 나가기를 기원하며, 위하여!”박진천도 미소 지으며 거들었다.“위하여!”박이성이 쭉 잔을 비웠다.술잔을 내려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이성은 또다시 몇몇 사람들에게 번갈아 가면서 도범에게 술을 권하라고 눈짓했다. 그는 도범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다짐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상대하고 있는 도범은 이미 어느 정도 취해 보이기는 했지만 계속하여 한 잔 한 잔 쭉쭉 비워나가는 것이다.오히려 박이성의 지시대로 움직이던 연장자라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르며 말도 바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그중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기까지 했다.화가 난 박이성이 직접 나서서 도범과 술을 겨뤘다. 하지만 도리어 자신만 취하고 도범은 아직까지도 멀쩡해 보였다.“젠장, 저건 괴물이야 뭐야? 무슨 술이 저렇게 쎄?”얼큰하게 취한 남자가 박이성 곁으로 다가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전쟁터에서 살아 나온 사람들은 다들 신체도 좋고 술 주량이 세다고는 하던데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 몇 명이서 돌아가며 상
“외부인이요? 하하 그러면 제가 꺼져드려야죠!”박이성의 말에 싸늘하게 얼어붙은 용신애가 곧바로 픽 웃으며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단번에 용신애의 정체를 알아차린 박진천이 숨을 들이켰다.그녀는 중주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딸이었다. 이곳 중주에서 용 씨 가문의 세력은 어마어마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자그마한 연이라도 맺으려고 안간힘을 썼던가. 하지만 아무나 선택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박 씨 가문과 같이 자그마한 중소기업은 기를 쓰고 엮이려고 해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었다.그 가문의 딸인 용신애가 바로 지금 그들 앞에 서있었다. 그런데 어리석은 손자 녀석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그런 망언을 해버린 것이다.“용, 용 씨 가문 둘째 아가씨…”흥분한 박진천이 말까지 더듬으며 그녀를 불렀다.“이성이 너 이 자식 그게 무슨 헛소리야? 이분은 바로 그 용 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란 말이다. 어서 사과하지 못해?”놀란 박준식 다급하게 박이성에게 호통쳤다.취기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던 박이성은 아버지의 말에 기겁하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녀에게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것 참 당신이 바로 그 용 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군요. 너무나 갑작스럽게 만나게 되어 미처 아가씨 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가씨와 같이 귀한 분을 여기서 뵙게 될 줄은…”박이성은 도무지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무작정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하지만 용신애는 그저 뒷짐만 지고 박이성의 말 따위는 무시하며 박진천을 바라보았다.“어르신께서는 저를 환영해 주시나요?”“그럼 당연히 환영하죠!”박진천이 다급하게 웨이터를 불렀다.“웨이터, 이쪽에 그릇과 젓가락 좀 세팅해 주게. 이리 와서 앉으세요 아가씨!”용신애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방금 친구들과 바로 옆에서 밥을 먹었거든요. 나가려다 마침 반가운 지인의 얼굴이 보여서 인사나 할 겸 들렀을 뿐이에요.”“어머 아가씨, 이렇게 여기서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