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형의 말을 들은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네, 용형.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세요!”말을 마친 남자가 수아와 지유를 향해 다가왔다.“이봐, 예쁜 아가씨, 왜 거지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나왔어? 이렇게 하면 우리 눈을 버려야 하잖아, 입맛도 떨어지고.”남자는 지유 앞으로 다가가 장난기가 다분한 얼굴로 걸상을 밟곤 턱을 만졌다.“거, 거지가 아니에요. 그냥 옷이 좀 낡고 더러워졌을 뿐이지.”남자의 말을 들은 지유는 놀라서 어쩔 바를 몰랐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아하니 쉽게 물러날 것 같지도 않은데 도범까지 자리에 없어 그녀는 난감해졌다.“쯧, 내가 거지라고 하면 얘는 거지인 거야. 거지를 그렇게 감싸주다니, 역시 예쁜 사람은 달라,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말도 예쁘게 하네, 하하!”남자가 웃으며 한 손으로 수아를 들더니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걸어갔다.“우리가 밥 먹는데 입맛 떨어지게 했으니까 이 아이는 내다 버릴 거야, 예쁜 아가씨는 조용히 우리 용형 옆에서 밥이나 먹으면서 술이나 따라주고. 우리 용형 시중을 잘 들어주면 이 일 없던 걸로 해줄 테니까, 알았지?”“아이는 놓아주세요, 이제 4살 밖에 안 된 아이예요. 아이 아빠가 화장실에 갔으니 이제 곧 나올 거예요.”놀란 지유가 얼른 남자에게 달려가 그를 막았다.“짝!”하지만 남자는 지유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내가 말한 거 못 들었어? 아니면 귀먹은 거야? 가서 우리 용형 밥 먹는 거 시중이나 들으라고… 꼬맹이 아빠? 거지 아빠면 큰 거지겠네? 아유, 무서워라!”남자에게 따귀를 맞은 지유는 머리가 어질해졌다.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맺혀있었다.“수아 내려놔!”하지만 금방 정신을 차린 지유가 다시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쿵!”남자의 힘이 워낙 셌기에 지유는 그의 발길질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젠장, 한 마디만 더 하면 네 딸 때려죽인다.”남자가 소리치자 지유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몇 발자국만에 식당 밖으로 온 남자가 냉랭하게
지유는 도범을 데리고 도심을 벗어난 곳에 위치한 낡은 집 앞으로 왔다.마당 앞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는데 밖에서 보니 무척이나 고요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집이 너무나도 낡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랑 시율이,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이런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는 거야?”눈앞의 집을 보니 도범은 괴로워졌다.박시율은 박 씨 집안의 아가씨였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미녀 대표님이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도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사랑을 갈구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이를 남겨두기 위해 집에서 쫓겨나 이런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도범의 말을 들은 지유가 쓸쓸하게 웃었다.“도련님 처남도 이곳에 계세요, 5년 전에는 어렸었지만 지금은 열아홉이 되었는데 모두 이곳에서 지내고 계세요.”“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지유의 말을 들은 도범이 눈시울을 붉혔다.“시율이가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하지만 도범은 곧 마당 옆에 세워진 벤틀리를 발견했다.“이 벤틀리는 뭐야?”도범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하게 물었다.“저도 모르겠어요, 자주 오지 않아서. 5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시율 아가씨는 도련님이 오시기를 늘 기다리고 있었어요!”“하지만 아가씨 부모님께서는 진작에 인내심을 잃으셨어요, 그리고 도련님께 불만을 품고 계셔서… 심지어 결혼 첫날밤, 도련님께서 시율 아가씨께서 술에 취한 틈을 타 강제로 아가씨랑 하룻밤을 보낸 거라고 했어요…”지유가 미간을 찌푸린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어쩔 수 없지, 천천히 보답해 드리는 수밖에. 다 같이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도범이 한숨을 쉬었다. 그도 자신의 여자 옆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집안에 발을 들인 도범은 얼마 가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지유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집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도범의 안색이 새파래졌다.안에서는 박시율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
“네, 도련님 말이 맞아요, 사실 저도 저 계집애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나봉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에요!”그 말을 들은 도범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이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속으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나봉희는 자신의 장모님이기도 했고 박시율의 어머니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이곳은 더 이상 살육으로 가득한 전쟁터가 아니었다, 적어도 박영호와 나봉희는 적이 아니었다.자신과 박시율이 결혼식을 올린 첫날밤의 충동으로 박영호의 다리도 지금처럼 된 것이었다.그랬기에 두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미워하는 것도 도범은 이해가 갔다.하지만 이곳에는 바깥사람이 한 명 있었다.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성경일을 바라봤다.“수아는 내 딸이야, 덤받이도 아니고 잡종은 더더욱 아니야. 그러니까 무릎 꿇고 방금 했던 말에 대해 사과해!”말을 멈췄던 도범이 다시 입을 뗐다.“내가 오늘 금방 돌아와서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아, 그게 아니었다면 너 이곳에서 죽었을 거야!”“하하, 이 자식 봐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너 지금 누구랑 말하고 있는 건지 알기나 해?”성경일이 웃음을 터뜨리며 밖의 벤틀리를 가리켰다.“너 예전에 배달부였다며, 전쟁터에 나가서 싸움 좀 하다 오니까 아주 대단한 것 같지? 하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 저 차가 얼마나 하는지 알아? 너 같은 건 평생 일해도 못 사.”“그러니까, 도범. 행패 그만 부리고 네 딸 데리고 여기서 꺼져!”나봉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내 딸 행복한 생활을 망치지 말라고!”“어머니, 시율이가 직접 떠나라고 말하기 전까지 저 시율이 곁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나봉희가 단호한 얼굴을 한 도범을 바라봤다.“뭐 가지고 나랑 비길 건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시율이 곁에 있겠다고 하는 거야?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하는 거야, 안 그래?”성경일이 도범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전쟁터에 발 좀 들였던 쓰
“무조건 죽인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도범은 상관없다는 듯 밖을 한 번 내다봤다. 지유는 수아를 데리고 소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었다.“흥, 어디 이따가도 그렇게 당당하게 굴어보시지!”성경일은 더 이상 도범과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곧 도범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머지않아 여러 대의 차량이 집 밖에 멈춰 섰고 장건이 여러 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성큼성큼 집안으로 들어섰다.장건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욕을 내뱉었다.“누구야? 감히 우리 도련님을 때리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지금의 장건은 마침 분노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자신이 감히 상대조차 할 수 없는 놈을 만난 덕분에 애꿎은 손가락을 하나 잃었기 때문이었다.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성 씨 어르신의 전화를 받은 그는 도련님이 맞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당장 처리하라는 명을 받았다.“이 도범이라는 쓰레기가 나를 때렸다, 전쟁터에 좀 있었다고 생색내려는 건 가 본데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성경일은 장건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곤 순식간에 기세등등해져서 말했다.“젠장, 정말…”욕을 하며 마당 안으로 들어선 장건은 금방이라도 싸움판을 벌일 기세였다. 그는 이곳에서 더러워진 기분을 풀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경일 앞에 선 남자를 본 순간, 장건은 놀라서 제자리에 얼어버리고 말았다. “또 만날 줄 생각도 못 했네!”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붕대를 감은 장건의 손을 바라봤다.“그래도 약속은 잘 지키는구나, 남자답네, 말한 대로 한 걸 보니!”성경일은 도범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리곤 장건을 보며 말했다.“둘이 만난 적 있어?”성경일의 말을 들은 장건이 씁쓸하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 점심시간도 다 되어가는데 그만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장건이 말을 하며 성경일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밥? 밥은 무슨 밥? 저놈 때려, 젠장, 오늘 이 화풀이를 하지 않으면 내가 사람도 아니다!”성경일이 분노에 찬 목
“어머니, 그래도 수아 아버지이고 두 분 사위인데 앞으로는 이 사람한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미 지나간 일은 더 이상 입에 올리지 마세요!”박시율은 여전히 다른 이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알 뿐만 아니라 착하기까지 했다.“우리는 저놈을 사위라고 인정한 적 없다, 이 일은 무효야!”나봉희가 말했다.“그래, 저놈만 아니었다면 내 다리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도영호가 씩씩거리며 말했다.“하지만 저 이한테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그때 저도 홧김에 도범이랑 결혼을 한 거라고요.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될 줄 저도 몰랐다고요!”박시율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확실히 자신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짓이었지만 아이를 지우기는 아까웠다.오늘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도 그때 저지른 잘못을 만회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그렇다고 정말 아이를 낳을 필요까지는 없었잖아, 정말... 내가 너 때문에 제 명에 못 죽지!”나봉희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렸다.“그만하세요, 도범이 이렇게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왔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라도 찾아서 할 수 있다면 생활은 점점 나아질 거예요!”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영호가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도범을 보니 화가 나기는 했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수아는 도영호의 외손주였고 자기 딸의 아이이기도 했다.“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예전에 살던 그 별장보다 편안할 수 있을 것 같아?”나봉희는 여전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시율아, 우리 어머니는 어디에 계셔? 왜 안 보이는 거야?”도범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 이곳에 발을 들인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유는 도범의 어머니께서도 이곳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얘기했었다.“지금 일 나가셨어, 너희 어머니는 배운 것도 별로 없고 나이도 많으셔서 청소부로 밖에 일할 수 없어. 월급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보태줘서 우리 가족이 그나마 살아갈 수 있게 해주셨어.”박시율이 씁쓸하
“그러니까, 쓰레기들이 모여서 전쟁이니, 나라를 위해 서니, 그딴 소리 지껄이고 앉았네!”또 다른 노란색 머리를 한 남자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퍽!”하지만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눈앞이 어지러워지더니 저 멀리 날아가 등 뒤의 담벼락을 무너뜨렸다.“푸웁!”피를 토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아, 사람이 죽었어!”그 모습을 본 두 여자는 소리를 지르며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도망갔다.“도범, 지금 뭐 하는 거야? 사, 사람을 죽이다니, 저 사람들이 우리가 건드리지 못할 신분을 가진 사람이거나 어느 조직의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서정은 바닥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보곤 얼굴이 창백해졌다.“너, 너무 충동적인 거 아니야? 여기는 전쟁터가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거라고. 여기가 아직 전쟁터이고 상대방이 적인 줄 알아? 그렇게 마음대로 죽이게?”“왜 항상 자기 성질을 못 죽여서 이렇게 일을 크게 키우는 거야? 저 사람들 그냥 몇 마디 한 것뿐이잖아!”박시율은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하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가 자기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본 도범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어머니, 시율아, 걱정하지 마, 그냥 잠깐 정신을 잃은 것뿐이니까. 나도 나름 힘 조절한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깨어날 거야.”도범이 웃으며 설명했다.“정말이야?”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얼른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가 손가락을 코에 대고 시험해 봤다. 그리고 한시름 놓으며 말했다.“아직 숨 쉬고 있으니까 큰 일은 없겠네.”“가자, 가, 얼른 가!”주위를 둘러본 서정이 얼른 말했다.“가요, 어머니, 이 일도 이제 그만두세요, 앞으로 복 누릴 일만 남았으니까.”도범이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갑시다,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까 옷이라도 몇 벌 사줄게요!”“몇 벌?”도범의 말을 들은 서정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가 돈이 어디 있다고? 그리고 내가 일을 그만
“저 세 사람 이상하지 않아? 저렇게 꼬질한 옷 입고, 저 여자는 청소부 옷에 밀짚모자를 쓰고 들어오다니. 세상에, 여기 그래도 브랜드 전문점인데.”명품 백을 들고 옷을 고르려던 귀부인 한 명이 세 사람을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지금 바로 쫓아내겠습니다!”옆에 있던 점원이 얼른 웃으며 귀부인에게 말하더니 다시 옆에 있는 점원을 바라봤다.“가서 나가라고 해, 격 떨어지게 정말!”점원은 즉시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세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여기에서 옷을 살 생각인가요? 저희 매점은 해외상품만 취급하는 명품 럭셔리 매장인데...”여직원은 보통 이렇게 말을 하면 돈이 없는 손님들은 자신이 매장을 잘못 찾았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하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사람을 잘못 봤다.“마침 럭셔리 매장을 찾고 있었는데 잘 됐네요. 제 아내와 어머니에게 비싼 옷을 사주려고 했던 참이었거든요, 너무 격 떨어지는 옷은 눈에 안 차서.”“네? 손님, 확실하세요?”여직원이 멍청하게 물었다.그러자 도범이 옆에 있던 박시율을 보며 대답했다.“이렇게 예쁜 아내를 두었는데 고급스러운 옷을 입는 것도 당연하잖아요.”“네, 그럼요, 당연하죠. 그런데 혹시라도 계산을 할 때가 되어서 곤란한 상황을 마주할까 봐 그런 거 아니겠어요?”여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매장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직접 그들에게 돈도 없는 주제에 여기의 물건들을 살 수나 있겠냐고 했을 것이다.“무슨 곤란한 상황을 마주친다는 거죠?”직원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도범은 원피스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시율아, 저 원피스 괜찮네,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됐어, 나 저런 색 안 좋아해. 도범, 우리 그냥 나가자!”박시율이 도범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 결혼 전에는 그녀도 이런 매장에 자주 왔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이런 매장에 오니 그녀는 마음대로 쇼핑을 즐길 수 없었다.“이런 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좋은 핑계거리네.”그때 귀부인이 세
“이 세 벌 모두 다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자기는 어때,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면 사!”점원들은 더 이상 도범을 무시할 수 없어 옆에서 조용히 서있었다.자신을 자기라 칭하는 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얼굴을 붉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싼 것 같아!”박시율은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은 채 세 벌의 옷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하나만 사주면 돼, 그렇게 많이 살 필요 없어!”“돈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지, 어디서 있는 척이야. 오늘 돈 안 내면 여기서 나갈 생각도 하지 마!”박시율의 말을 들은 귀부인이 옆에서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점원들은 귀부인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고소해했다. 돈도 없는 주제에 행패를 부리는 세 사람이 자신들보다 더 대단한 사람을 만났으니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도범은 세 벌의 옷을 집어 들더니 자신에게 뺨을 맞은 여직원에게 주며 말했다.“이 세 벌로 할게요, 담아주세요.”“정말 살 생각인 건가요? 세 벌을 합치면 3500만 원인데…”멍청하게 질문을 던진 여직원이 결국 길을 안내했다.“손님, 이쪽으로 오세요.”도범은 여직원을 따라 계산대로 가더니 금색의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이, 이걸로 계산해 드리면 되나요?”여직원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이런 은행 카드를 그녀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2조 원 안에는 비밀번호 없어도 계산 가능합니다.” 도범이 성가시다는 듯 점원을 한 눈 보더니 한 쪽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박시율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하지만 점원은 도범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눈앞의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 중에 블랙카드만이 19억 안에 비밀번호 없이 계산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도범은 2조 원 안에 비밀번호 없이 계산을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당연히 허풍을 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원은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