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홍 씨 도련님, 전화 통화가 너무 긴 거 아니야? 난 너한테 7억6천만원을 현금으로 가져오라는 말만 전하라고 했는데, 설마 구하러 오라고 한 건 아니겠지?”도범은 홍영재가 한참 동안이나 통화를 한 후 끊는 모습을 보고 느긋하게 물었다.“그럴 리가? 난 그저 사람을 시켜서 7억6천만원을 현금으로 가져오라고만 말했을 뿐이야. 걱정하지 마. 곧 사람이 올 테니까!”홍 씨 도련님이 당황해하며 빠르게 답했다.“그래? 만약 날 속인 거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도범이 싸늘하게 말하더니 홍 씨 도련님 쪽으로 손에 들고 있던 총을 휙 던져버렸다.“악!”마침 총이 홍영재의 다리를 맞고 떨어졌다. 화가 난 그가 그걸 덥석 잡더니 도범 쪽으로 던지려고 했다.“젠장,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도 분수가 있…”거기까지 말한 홍영재가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그제야 도범이 자신한테 던진 것이 총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하 이 새끼 지금 죽고 싶어서 용을 쓰는구나. 총을 던져?”홍영재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도범이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이 총인 줄 모르고 던졌을 거라 생각했다.곧바로 그가 도범을 향해 총을 겨누며 말했다.“움직이지 마. 돌도 주을 생각하지 말라고. 네가 거기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쏴버릴 테니까. 하하!”도범은 상대방의 행동에 피식 비웃더니 몸을 일으켰다.“죽고 싶어?”도범이 움직이는 것을 본 홍영재는 그가 혹시 돌을 줍는 것은 아닌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곧바로 도범을 향해 방아쇠를 연속 두 번 당겼다.그런데 다음 순간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총에 탄알이 없었던 것이다.“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홍영재는 이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렀다. 이번에야말로 도범을 죽여버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총알이 없었을 줄이야!“하하 홍 씨 도렴님, 내가 설마 총알이 남아있는 총을 너에게 던졌을라고?”도범이 하하 큰 소리를 내며 웃더니 기지개를 한 번 켜고 말했다.“그냥 네가 어떻게 나오나
신용당에 이런 고수들이 있었기에 그동안 중주에서 활개치며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너 이 새끼 담도 크네. 감히 우리 도련님을 납치해? 하하 이 몸이 중주에 온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지금껏 이렇게 간 큰 놈은 본 적 없다니까!”그들 중 한 대머리 남자가 싸늘하게 웃더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둘러보았다.“보아하니 너 이 새끼 실력 좀 있나 본데, 그래봤자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은 신용당에 들지도 못하는 조무래기들일 뿐이야. 진짜 고수를 만나게 되면 그저 죽을 목숨일 뿐이지.”“하하 설마 지금 나를 죽이겠다는 건가?”도범이 큰 소리로 웃더니 홍 씨 도련님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그들은 도범과 홍영재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고 낯빛이 새파래졌다.비록 그들의 실력이 강하고 속도도 빠르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도범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리고 도범은 갓 부대에서 퇴역한 군인이었다. 전장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으면 당연히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었다.때문에 그들은 도범한테는 충분히 그들이 달려가는 시간보다 빠르게 자신들의 도련님을 죽여버릴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더군다나 현재 홍 씨 도련님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하하 오해야 오해!”대머리가 큰 소리로 웃더니 말을 이었다.“이봐 너, 순순히 우리 도련님을 풀어주면 이 돈을 줄게. 7억6천만원일뿐이잖아. 좋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야! 우리 도련님 목숨 값은 이 돈보다도 훨씬 값지다고!”“하하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야지!”도범이 호탕하게 웃더니 그제야 그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들은 오히려 도범이 주동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응당 도범이 총이나 칼 같은 걸 들고 홍영재를 위협하고, 양쪽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가다가 사람과 돈을 바꿔야 하지 않나?그런데 이 자식은 눈앞의 홍 씨 도련님은 상관도 하지 않고 제 쪽에서 먼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엄청난 힘이야!”어느 정도 상태를 회복한 한 녀석이 곧바로 바닥에서 기어 일어나 굳은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남은 세 사람도 급하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다섯 명이 도범을 가운데 두고 에워쌌다.도범이 그들에게 포위된 모습을 확인한 홍 씨 도련님은 그제야 한시름 덜었다.“너희들 절대 그놈 쉽게 죽이지 마. 일단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 줘야 돼. 절대 통쾌하게 한 방에 죽게 두지 않을 거야!”대머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 이놈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우리들이 이자를 죽일 수 있다고 해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그 말을 들은 홍 씨 도련님이 숨을 들이켰다.“그럴 리가. 너희들은 우리 신용당의 다섯 호랑이라고, 원래는 여섯 호랑이였는데 안타깝게도 춘식이 형님이 죽어버렸지.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 신용당은 다른 당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어!”“이 자식은 5년간 군 생활을 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무려 5년이나 버텨낸 놈이니 당연히 그 실력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천명에 한 명꼴로 나타날 인물이죠!”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말했다.말을 마친 그가 손바닥을 펼치며 뒤집자 아까와 같은 비수가 나타났다. 그가 비수를 꽉 쥐며 말했다.“하지만 저놈이 우리 다섯과 만나게 된 건 저 자식 운이 지지리 나쁘다는 걸 설명하죠. 도련님, 걱정 마세요. 이놈은 오늘 무조건 죽을 목숨이니까!”콧수염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홍 씨 도련님은 그제야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하하 너희들 아까까지만 해도 자기들이 엄청 신용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나를 죽이지 않겠다고도 했던 것 같은데, 그깟 돈 7억 6천만원이라고 했잖아?”도범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 말을 믿다니, 순진한 놈이네! 우리 신용당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지. 하하 네가 우리 신용당의 도련님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네 생각에는 우리가 너를 그냥 보내줄 것 같아?”대머리가 싸늘하게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야, 우리 도련님은 신분이 아주 존귀
하지만 대머리 역시 독한 놈이었었다. 그가 다리에 꽂힌 비수를 단숨에 뽑아내자 피가 사방으로 낭자하게 튀었다. 그는 뽑아낸 비수를 쥐고 도범을 향해 달려들었다.그가 비수를 들고 도범을 향해 찌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왜냐하면 다른 켠에 서있던 세 사람 역시 도범을 향해 공격해오는 모습을 확인했던 것이다.네 사람이 동시에 사방에서 도범을 향해 공격해 왔다. 팔목이 끊어난 콧수염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고수가 동시에 도범을 포위하며 돌진한 것이다. 사방을 어찌나 꼼꼼하게 막으며 달려드는지 도저히 도망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다른 세 사람 역시 이번에는 도범이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하지만 그 순간 그들은 눈앞이 번쩍이는 느낌이 들었다. 도범이 몸을 뒤로 젖히는가 싶더니 엄청난 속도와 괴상한 자세로 그들의 공격을 피한 것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들 중 한 사람의 몸 뒤로 돌아가 다리를 걸어 상대방을 넘어뜨렸다.“퍽 퍽 퍽!”남은 세 사람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도범이 빠르게 공격을 해온 다음이었다. 세 사람이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졌다.어느새 도범의 손에 비수가 들려져 있었다. 비수의 손잡이 부분에는 고풍스러운 용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칼날이 날카로웠다. 네 사람이 막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그 순간 도범이 삼백육십 도로 몸을 휘리릭 돌리더니 멈춰 섰다. 네 사람이 멀뚱멀뚱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퍽 퍽 퍽!”그때 사람들이 하나둘 바닥에 꼬꾸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경악과 공포가 새겨져있었고 목 위에는 어느샌가 한줄기 상처가 생겼다.도범의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비수에는 핏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았고 쓰러져있는 사람들의 목에 난 상처에서도 2, 3초가 지나서야 빨간 선혈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말, 말도 안 돼!”이미 팔 하나를 잃은 콧수염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넋을 놓고 있었다. 그는 다섯 호랑이라 불리는 그들이 동시에 도범 하나를 공격했는데 이런 결과를 초래할 것
홍영재는 줄곧 자신이 충분히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상황을 놓고 볼 때 도범은 준장 아니면 대장 정도는 될 인물이었다.그게 아니라면 단 한 사람이 그들 신용당의 서열 5위를 한꺼번에 해치울 수는 없었다.그런데 대장보다도 높은 직급이라면 자신과는 까마득한 위치에 있는 구대 전신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대 전신은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된 인물들로 TV에까지 나온 적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얼굴과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구대 전신에는 도범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도범은 계속 그보다 높은 직급으로 맞추어보라고 한다.“그럴 리가? 설마 구대 전신이 아니라 십대 전신이야? 당신은 공식 발표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건가?”홍영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은 이제 죽을 목숨임을 깨달았다. 도범은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눈앞의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꼭 알고 싶었다.순간 번뜩이는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가 숨을 들이켰다.“당, 당신은 장군이었어! 그래 맞아, 분명 원래는 장군의 신분을 공식 발표하려고 했었는데 곧바로 취소되었다고 했어. 그 후 장군의 신분은 줄곧 베일에 싸여있었고!”여기까지 생각한 홍영재는 가슴이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그깟 돈 7억으로 장군의 심기를 거스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장군은 화하의 정점에 서있는 존재였고 마음대로 바람과 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까지 전해지는 인물이었다.“하하 하하!”그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내가 실제로 장군님을 만났다니, 그 실물을 영접하게 되다니! 좋습니다, 좋아요. 이제 전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말을 마친 그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자 오십시오. 저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려주십시오. 감사합니다!”도범은 그가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사내대장부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스륵!”도범이 칼로 그의 목을 긁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가죽 케이스가 있는 쪽으로 걸
“그래 맞아 맞아. 그건 네 말이 맞구나!”나봉희가 황급히 돈을 넣고 케이스를 닫더니 이어서 말했다.“네놈이 드디어 조금 쓸모가 있게 되었구나. 고작 하루 반 정도 지났는데 내가 잃어버렸던 돈을 되찾아 오다니. 이제 보니 너도 그렇게 쓸모없기만 한 놈은 아니네!”“조금만 쓸모 있다니, 난 이놈이 점점 마음에 드는 것 같아!”박영호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선 자리에서 펄쩍펄쩍 두 번 뛰더니 이어서 연속 스쿼트까지 선보였다. 공연을 마친 그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여보 이것 좀 봐, 이것 좀! 다 나았어, 완전 다 나았다고. 이제 보통 사람과 똑같아. 달리기도 할 수 있다고!”“정말 나았잖아!”나봉희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전에 도범이 일주일 정도면 완쾌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정말로 다 나은 것이다. 이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곧바로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뭘 그리 기뻐하고 그래? 당신 다리는 원래 멀쩡했었다고. 멀쩡했던 다리가 저놈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뭐 그런 걸로 기뻐해. 흥 그걸로 저놈한테 돈을 요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많이 봐 준 거지!”“장모님 말씀이 맞습니다. 확실히 이 일은 제 책임입니다. 마땅히 배상해야 하죠. 말씀하세요,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도범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박영호의 다리는 확실히 자신이 다치게 한 것이 맞았다. 애초에 그와 박시율이 결혼 한 그날 밤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그들 가족은 지난 5년간 그렇게 고된 나날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었다.때문에 오늘날 나봉희가 그를 책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됐거든, 넌 우선 할아버지 생신날에 나한테 약속했던 혼수 비용 40억이나 준비해 두거라. 40억을 못 구해 오면… 후후 절대 내 인정을 받을 생각도 하지 말고, 우리 시율이 털끝 하나 건드릴 생각도 하지 말거라!”나봉희가 빠르게 쏘아붙였다. 잊고 있었을 때에는 몰랐는데 다시 떠올리니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결혼식?”도범이 잠깐 놀라더니 곧바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나도 시율이한테 결혼식을 올려주지 못했네요.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생신을 마친 후 제가 꼭 그녀한테 중주시를 뒤흔들만한 성대한 결혼식을 차려줄 테니까요!”“네가?”나봉희가 도범을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네 꼴로 전 중주시를 뒤흔들만한 결혼식을 차려준다고? 그 말을 누가 믿어? 내가 보기엔 쪽팔리는 결혼식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적합하겠어!”“하하 너도 참 괜한 일 벌이려고 하지 말거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려면, 그것도 전 중주시를 뒤흔들만한 결혼식을 올리려면 돈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네가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할아버지 생신날 몇십억 가치에 상당하는 선물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 집안의 체면을 살려주는 거란다!”박영호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그들이 결혼식을 올렸을 때에는 확실히 급작스럽고 초졸했었다. 그저 박 씨 가문 사람들끼리만 모여 식사를 했었기에 박시율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었다.하지만 이미 5년이나 지났고 도범과 박시율의 아이도 제법 나이가 들었다. 박영호는 더 이상 그 일을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이제는 도범과 박시율의 수입도 적지 않았다. 그들이 꾸준히 출근을 하기만 하면 앞으로의 생활은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지게 될 것이다.“걱정 마세요 장인어른, 이건 제가 시율이한테 빚진 겁니다. 당연히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그녀에게 보상을 해 줄 겁니다!”도범이 담담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다가 이어서 말했다.“참 이 일이라면 나중에 다시 얘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급하게 그녀에게 알릴 필요도 없고요. 나중에 그녀가 깜짝 놀라게 만들어 줄 겁니다!”“하하 이건 네 입으로 직접 말한 거야. 만약 네가 전 중주시를 뒤흔들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지금껏 우리 시율이한테 못해줬던 것을 보상해 준다면 나도 더 이상 지난 5년간 우리 집안이 겪었던 고통을 네 탓이라고 말하지 않겠다!”나봉희가 비웃으며 팔짱을 꼈다. 분명
곁에 있던 나봉희의 얼굴이 굳어졌다.“왕 씨 도련님은 혼수 비용으로 100억도 문제없다고 했어. 그리고 시율이한테 호화로운 결혼식을 올려주겠다고도 했다고. 그 사람은 정말로 돈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 돈이 아쉽지 않을 테지. 하지만 도범은 돈도 없으면서 허풍이나 치고 다니기 좋아하는 놈이라고. 절대 그놈 말을 다 믿어서는 안 돼!”“하지만 도범의 월급은 정말인걸? 그날 용 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본인 입으로 직접 승낙했어. 이건 거짓일 수가 없잖아?”“그리고 내 다리도, 봐봐, 정말 나았다고. 난 이건 기적이라고 생각해! 전문가조차 치료할 수 없었던 걸 걔가 치료했어!”박영호는 여전히 도범을 두둔하며 말했다.“후후 월급은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없어. 그리고 도범은 오랜 시간 전쟁터에 있던 버릇이 남아 있어서 사고를 잘 쳐. 그는 그저 우둔한 놈일 뿐이야. 그러다 어느 날인가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리게 되면 우리도 함께 휘말리게 될 거라고!”“그리고 당신 다리는 도범이 전쟁터에 오래 있다 보니 타박상을 입은 병사들을 치료하는 법을 읽혔나 보지. 그건 보통이잖아? 만약 그놈한테 감기 같은 병을 치료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걸!”나봉희가 박영호를 흘겨보고 나서 가죽 케이스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이 두 박스에 담긴 돈은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돼. 어렵게 찾아온 거니까 내일 우리 다른 은행에 가서 저축하는 게 좋겠어. 또다시 다른 사람들 눈에 띄어서는 안 되니까!”나봉희의 뒷모습을 보고 박영호가 입을 삐쭉거렸다. 그의 다리가 어디 타박상 정도로 간단한 문제였던가?같은 시각, 신용당 소재의 웅장한 저택 내부에서는 한 중년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 주위로 홍 씨 가문의 몇몇 사람들이 모여있었다.“아빠 어떻게 된 거예요? 듣기로 우리 신용당에 남아있는 다섯 호랑이들을 모두 내보냈다면서요. 혹시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거예요?”젊은 여자가 자신의 아버지, 즉 전설 속의 홍 씨 어르신을 보고 물었다.“네 오빠한테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