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건 너무…”전대영 역시 자기 여자가 이런 일을 벌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오전에 그런 일이 있었긴 했어도 그는 줄곧 이런 비겁한 수단을 쓰는 사람들을 경멸해왔었다.임여을이 이를 악물고 뻔뻔하게 말했다.“이건 내 탓이라고 할 수 없잖아? 도범이 마음껏 시키라고 했다고. 우리는 그저 저 와인의 맛이 궁금해서 시켰는데 그러면 안 돼? 흥, 돈이 없으면 있는 척하지나 말던가. 왜 우리더러 마음껏 시키라고 한 거야?”“임여을, 너 이혜민의 인성과 그 성질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쟤가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너도 함께 동조해?”나호영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무려 22억이 넘는 돈이었다. 이걸로 오늘 밤 박시율과 도범이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떡한단 말인가? 돈을 지불하지 못하면 상대 쪽에서 그들을 죽일지도 몰랐다.여기는 일류 가문의 영업장이었고 그 배후 역시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심지어 나호영의 여자친구마저 이 순간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도 저쪽에서 이렇게 비싼 술을 시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누구야? 누가 감히 우리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바로 그때 한 뚱뚱한 여자가 검은 정장을 입은 장정 열몇 명을 거느리고 들어왔다.“우리 가게의 보물인 그 술은 그곳에 놓여있은지 오래되었지만 줄곧 아무도 시키는 사람이 없었어. 그런데 너희들이 술을 시키고 다 마시기까지 했으면서 돈을 안 내겠다고 했다고? 우리가 할인도 해주고 선물로 와인까지 더 주겠다고 했는데도 감히 먹튀할 생각을 해?”“도범이 너 계산하지 그래? 네 입으로 우리한테 마음껏 시키라고 했잖아!”이혜민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허세도 자기가 능력이 되는 만큼 부려야지. 돈이 없으면 우리 앞에서 괜히 거들먹거리지나 말던가!”방민석도 비웃기 시작했다. 그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바로 저기 저 남자가 자기 와이프와 함께 우리한테 한턱 쏘겠다고 해서 오게 된 거예요. 저희는 그냥 불러서 온 거고
“전, 전신이 저놈 친구라고?”가게 점장이 그 말에 숨을 들이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신과 조금이라도 얽히려고 했는지 모른다. 전신과 말 한마디 주고받는 것도 보통 사람들에겐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었다.심지어 수많은 언론사에서 중주에 있는 여 전신 장진의 인터뷰를 따지 못해 안달 나 있었다. 하지만 번마다 도도한 여 전신에게 문전 박대 당하기 일쑤였다.그런데 눈앞의 이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녀석이 전신과 친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설마? 쟤가 전신과 아는 사이란 말이야?”이혜민 역시 놀라 숨을 들이켰다. 만약 도범이 정말로 전신과 친구 사이고, 그것도 꽤 돈독한 사이면 그야말로 큰일이었다.오늘 일은 그녀와 임여을이 함께 벌인 일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이 일의 주범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전신과 친구 사이라는 것을 핑계로 그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아마 이 씨 가문 전체가 끝장나게 될지도 몰랐다.“그럴 리 있겠어? 전신이 뭐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방민석이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전신은 우리나라에서도 신급인 존재인데 적어도 장교급 인사는 되어야 만날 수 있지 않겠어? 저놈은 단지 5년 동안 군인 생활을 했을 뿐이잖아. 만약 전쟁터에서 적들과 싸우면서 마침 먼발치에서 전신을 본 걸로 아는 사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신과 아는 사이겠어!”“이런 젠장, 거짓말이었어?”놀란 점장이 곧바로 벌컥 화를 내며 도범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녀의 얼굴에서 볼살이 출렁거렸다.“네가 지금 날 놀린 거야? 나도 티비에서 여 전신을 본 적 있거든? 그럼 나도 전신과 친구 사이가 되는 거야?”“젠장 이제 보니 저 자식이 허세를 부리는 거였잖아!”“내가 봤을 때 저놈 자기 마누라랑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것 같아. 전신과 친구인 척 연기하면 우리가 면제해 줄 거라고 생각했겠지. 저 자식 체면을 살려주는 게 전신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안 그래?”“맞아 맞아 맞아. 그럴
박시율의 모습을 본 도범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가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 그대로 이혜민의 뺨을 내리쳤다.“찰싹!”명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순식간에 주위가 고요해졌다.“지금 혼자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나랑 내 와이프가 우리 돈을 내고 너희들에게 술을 샀으면 응당 감사하게 받아먹어야지. 우리한테 무릎을 꿇어라고? 하하 아직 달콤한 꿈에서 깨질 못했나 봐?”도범이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이혜민이 선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사람한테 맞아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이 씨 가문의 외동딸로 부모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곱게 키운 자식이었다. 그런데 오늘 한낱 보디가드한테 따귀를 맞은 것이다.“방민석 너 지금 멀뚱멀뚱 서서 뭐 하고 있어?”이혜민은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는 방민석을 보고 소리쳤다.“제기랄 감히 여자를 때려? 네가 그러고도 사내대장부야?”방민석이 주먹을 꼭 쥐고 곧바로 도범을 향해 달려들었다.“퍽!”하지만 안타깝게도 평생을 호강하면서 얼굴만 믿고 산 쓰레기한테 전투력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도범의 발차기에 치여 저 멀리 날아가 소파 위로 떨어졌다.“악!”방민석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움켜쥐었다.“너 이 자식 너 후회하게 될 거야!”이혜민이 화가 나 어쩔 줄 몰라 도범과 박시율을 손가락질하며 소리 질렀다.“좋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너희들이 계산할 돈이 없으면 내가 대신 내주려고 했는데. 하하 이제 난 한 푼도 내놓지 않을 거야. 너희가 내 발아래 무릎을 꿇고 빈다고 해도 절대 돈을 내지 않을 거야. 이제 너희들은 이 가게 사람들한테 매서운 맛을 보게 될 거야!”여기까지 말한 그녀가 방민석한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여기 AY 라운지 사장은 일류 가문 가주의 동생이 꾸린 가게거든. 하하 내가 똑똑히 지켜볼 거야. 너희 두 사람이 오늘 어떻게 이곳에서 빠져나가는지를!”도범이 피식 웃었다.“내 눈에
“네가 참여한다면, 하하 정말로 그냥 죽으러 가는 거야. 개미 한 마리 눌러 죽이는 거랑 똑같은 거라고!”“맞아. 그 C 국에서 온 놈 체격이 엄청나다고. 아마 2미터는 더 될걸. 그놈 팔뚝이 네놈 허벅지만큼 실해. 네놈처럼 작은 체격으로는 하하…”몇몇 사내들이 도범의 몸을 보고 비웃기 시작했다.“쯧쯧 무려 10명이나 되는 고수를 모두 죽였다고? 그 C 국에서 왔다는 놈 정말 흉악한 놈이네!”나호영이 감탄하며 말했다.“하지만 예전 시합은 그냥 상처를 입히고 기껏해야 불구로 만드는 것 정도였잖아? 그런데 그놈이 정말로 사람을 죽였다고?”“C 국과 우리 화하는 이미 몇 년이나 전쟁을 했었잖아. 이제는 전쟁이 끝나긴 했지만 쌍방 간의 증오는 아직도 남아 있지!”“비록 양국이 아직 서로 왕래하고는 있지만 사소한 마찰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어!”나세리가 쓴웃음을 지었다.“목숨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사인까지 하고 하는 시합이니까 자연히 그쪽에서도 쉽게 봐주면서 하지 않겠지!”그렇게 말한 그녀가 박시율을 보고 말을 이었다.“시율아 빨리 네 남편한테 가지 말라고 말려 봐. 그러다 정말 맞아 죽을 수도 있어. 이 돈은 우리가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 무엇보다 사람이 살아있는 게 중요하지!”“우리 화하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였다고? 그런 사람이라면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그리고 그 경기에서 내가 이기게 되면 술값을 면제해 줄 뿐만 아니라 6억이라는 상여금도 있다고 했지?”도범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에서 뜨거운 불꽃이 솟구쳤다. 순식간에 일으킨 전의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 철렁였다.“물론 있어. 하하 네가 그렇게 가서 죽고 싶다면 우리도 더 이상 말리지 않을게!”“감히 우리 가게에서 공짜밥을 먹으려고 하다니. 그럼 어디 한 번 네 목숨으로 갚아 봐!”여자 점장이 피식 비웃었다. 그녀는 이제 도범은 무조건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정말 가려고? 상대가 엄청난 사람이라고 하잖아! 당신이 강하다는 걸 알고
“내가 기념으로 남겨둘 수 있도록 사진 예쁘게 찍어줄게.”방민석이 화가 나서 말했다.“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방민석의 말을 들은 매니저가 말했다.“그래요, 그럼 저 자식이 운이 좋은 거였네.”방민석이 조금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머지않아 사람들은 3층에 도착했다.3층은 원형의 거대한 시합장이었다, 사방이 관람석으로 둘러져 있었고 중간에는 조명이 집중된 거대한 링이 보였다.“도범이 왜 여기에 온 거야?”성경일과 한지운, 그리도 다른 도련님들도 시합을 구경하러 왔다. 성경일은 한지운도 도범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한지운과 사적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성경일은 오늘 저녁, 한지운과 도범을 죽일 방법을 논의해 볼 생각이었다, 아니면 도범과 박시율을 이혼하게 만드는 것도 좋았다.그런데 이곳에서 도범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박시율도 있네요!”사이가 좋아 보이는 두 사람을 확인한 한지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여기 큰 룸을 예약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거잖아요.”성경일이 고민해 보더니 도범의 옆에 선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했다.“이혜민이 밥을 사줬나 보네요, 그런데 이상하지, 이혜민이 어떻게 저 두 사람이랑 알고 있는 거죠? 게다가 몇 억을 들여가며 밥까지 사주고.”“누가 알겠어요, 도범이랑 박시율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솟구치네요!”한지운이 화가 나서 말했다, 조심스러운 자신의 아버지 덕분에 도범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 일만 생각하면 한지운은 창피했다.그저 퇴역하고 돌아온 군인일 뿐인 도범이 정말 그렇게 무서운 것일까?“한지운이랑 성경일도 있네.”도범이 두 사람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재벌 자제들끼리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저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걸 보면 두 사람 다 좋은 사람은 아닐 거야!”박시율이 혐오감을 드러냈다.그리고 다시 링 위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조심해, 못 이기겠으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자기부터 보호하라고.”“자기 마음속
“홍희범이 왜 여기에 온 거지?”성경일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의아하게 말했다. 자신의 절친이 오늘 밤의 전투에 참석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홍희범 알아요?”한지운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저 사람 중장이잖아요, 전투력 완전 대단할 걸요.”“당연히 알죠, 제 절친이에요! 오늘 저녁에 홍희범이랑 붙는 사람은 죽었다고 봐야죠. 오늘 재미있는 경기가 되겠네요.”성경일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중장 홍희범이 당신 친구라면 언제 날 잡아서 도범을 몰래 죽이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저희 두 사람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하지운이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성경일에게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성경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저는 그런 생각 안 해본 줄 알아요? 전에 도범을 혼내주라고 했었는데 둘이 무슨 얘기를 한 건지 홍희범이 저한테 앞으로 도범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뭐 저희 성 씨 집안 전체가 위험해 질지도 모른다는 말도 했어요.”“네? 설마요.”성경일의 말을 들은 한지운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물들었다.“설마 저 자식 중장보다도 더 대단한 실력을 지닌 걸까요? 그렇다면 말로만 듣던 대장이라는 말이에요? 도범이 정말 대장이라면 큰일이에요, 하지만 중주에서 도범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장이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제가 인터넷에 가서 검색도 해봤다고요. 정말 대장이라면 전신보다 한 두 단계 낮은 거잖아요, 정말 그런 사람이면 저희는 못 건드리죠.”“저는 도범이 대장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대장이었다면 자기 마누라랑 그런 낡은 집에서 계속 살리가 없잖아요, 별장이라도 하나 샀겠지. 대장이 퇴역을 하면 상여금도 만만치 않게 준다고요.”“그렇긴 하네요.”한지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데 왜 홍희범이 도범을 무서워하는 것 같죠? 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다른 이유요?”성경일이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알겠다는 듯 말했다.“홍희범이 도범을 위해 말을 한 이유는 두
두 웨이터의 말을 들은 여자 매니저가 등 뒤의 남자를 보며 말했다.“이 자식 잘 보고 있어, 도망가게 하지 말고, 오늘 경기장에도 못 올라갈 것 같으니까. 새벽 한 시까지 돈을 못 내놓는다면 죽을 준비하고.”“네, 다음으로 우리의 도전자, 홍희범 씨를 링 위로 모시겠습니다!”MC가 큰 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조각상 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문발 뒤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그는 관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을 둘러보곤 옆에 서서 자신의 상대를 기다렸다.“너무 잘 됐어, 우리 화하의 강자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어. 젠장, 이번에는 저 C국의 놈을 때려죽일 수 있을 거야.”“중장이 나섰으니 중장 손에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지.”“그건 모르지, C국의 저 사람 몸도 튼실하고 힘도 좋아 보이잖아. 저렇게 서있는 모습만 보면 딱 짐승 같아, 전에 저 사람이랑 붙은 사람들 중에 고수들도 많았지만 모두 맞아 죽었잖아!”재벌 자제들이 흥분한 얼굴로 의논하기 시작했다.그 말을 들은 도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링을 개설한 이유가 바로 도련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모양인 듯했다.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전에 진행된 경기에도 빠짐없이 참석한 듯했다.경기 관람은 공짜라고 했지만 큰 룸을 예약해야만 들어올 수 있었기에 적어도 2억은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이 사실을 아는 재벌이 많아질수록 이곳에 들리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었다.“자, 여러분, 다음으로 저희들의 챔피언 니엘을 모시겠습니다, 열렬한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니엘은 벌써 10연승을 거머쥔 선수인데요, 오늘도 연승 역사를 이어나갈지 아니면 새로운 강자 홍희범에게 승자의 자리를 내어줄지 지켜봐 주세요!”MC의 소개가 끝나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또 목숨 귀한 줄 모르는 놈이 왔네.”니엘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목소리부터 거칠었다, 거대한 그의 앞에 선 홍희범은 유난히 작아 보였다.웃통을 벗은 니엘의 팔뚝에는 근육들이 가득 붙어있었는데 마치 무서운 뱀이 그의 몸에 똬리를 틀고 있는 듯했
“속도 완전 빨라!”사람들이 홍희범을 보며 감탄했다.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링 위의 광경에 눈길을 사로잡혔다.홍희범은 한 마리의 치타처럼 순식간에 앞으로 뛰쳐나갔다.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니엘 앞에 도착했다.“퍽!”홍희범의 주먹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니엘의 가슴 위로 떨어졌다.“니엘이 맞았어!”“세상에,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잖아!”“속이 시원하다, 니엘 저놈 우리 화하를 늘 얕잡아봤잖아. 더 때려라, 더!”경기장 안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하지만 니엘의 가슴을 가격했던 홍희범은 반동에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러더니 진지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니엘은 고작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곤 웃었다.“꽤 하네, 화하의 중장다워, 힘만 보면 전에 그 쓰레기들보다 훨씬 세.”“너한테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 다 영웅이야!”홍희범이 니엘에게 소리쳤다, 그 사람들은 졌지만 홍희범의 마음속에서 그들은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들이었다.“영웅? 승리를 거머쥔 사람만이 영웅이라고 불릴 수 있는 거야, 실패한 사람들은 다들 쓰레기야! 여기에 나를 이길 수 있는 놈 하나도 없어, 내 눈에 다들 병든 사람들 같으니까.”니엘이 미친 것처럼 웃었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건방졌다.“그래? 아쉽게도 이번 전쟁은 우리 화하가 이겼으니 우리가 영웅이야!”홍희범이 차갑게 웃으며 일부러 니엘을 자극했다.역시나 홍희범의 말을 들은 니엘이 주먹을 꽉 쥐었다.“이겼다고? 우리 원수가 너희들 손에 죽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겼을 지도 몰라!”“어쨌든 너희가 졌잖아, 인정할 수 없다 이거야?”홍희범이 말을 마치더니 다시 움직였다.그의 속도는 전보다도 훨씬 빨랐다, 금방 니엘 앞으로 다가온 홍희범이 다시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퍽퍽!”홍희범의 주먹이 내려앉을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니엘은 연신 뒤로 물러섰다.“아!”그때 니엘이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더니 주먹으로 홍희범의 주먹을 막아냈다.“쿵!”두 사람의 주먹이 맞닿자마자 뒤로 날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
각양각색의 논조,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끝없는 토론. 그러나 도범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도범은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오양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오양수가 무기를 꺼내들자, 도범도 천천히 자신의 회흑색 장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 장검은 오랫동안 도범과 함께한 무기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오양수는 청란골패를 가볍게 휘두르자, 뚜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기가 청란골패에서 뿜어져 나오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꾸었다.현재 오양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도범을 쓰러뜨린 뒤, 잔인하게 고통을 주어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알게 하는 것이었다.오양수는 크게 포효하며 두 손을 뒤집어 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오양수의 손바닥에 육각형 모양의 얼음 화살이 생겨났고, 4초 후,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오양수의 앞을 가득 메웠다.오양수는 다시 한번 포효하며 앞을 향해 힘껏 밀어붙였다. 그러자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도범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고, 이 화살들과 함께 엄청난 한기가 도범을 덮쳤다.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수많은 육각형 얼음 화살은 단숨에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그때,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도범 저 녀석, 실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양수가 수련한 무기는 지급 상급 무기, 빙봉천리에요! 그런데 도범이 단칼에 빙봉천리를 가르다니, 실력이 꽤 강한데요!”그 사람이 말을 끝내자마자 주변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나왔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바라문 세계를 둘러봐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방금 전의 공격은 단지 약간의 힘만 사용한 거에요. 오양수가 진심으로 도범을 죽이려 했다면, 반항할 틈조차 없었을 거에요!”오양수가 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눈살을 찌푸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네가 뭔 상관이야! 이 건방진 놈, 죽고 싶어! 마침 상대가 필요했는데, 너의 입탑영패를 가지고 와. 우리 한 판 붙자!”그러자 오수경은 콧방귀를 뀌며 태연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강자 흉내 내지 마. 내 가슴에 6품 연단사 휘장이 붙어 있는 걸 못 봤어? 그런데 네가 연단사인 나와 실력을 겨루겠다고? 차라리 연단술을 겨뤄보는 게 어때?”이 말에 검은 옷의 대장부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규칙이 없었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오수경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더욱 신나서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범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너는 왜 이렇게 매사에 신중하지 못해?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알겠어?”도범의 꾸짖음에 오수경은 목을 움츠리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전에 도범에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검은 옷의 대장부는 냉소를 머금은 채 다시 도범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들의 대화를 일부 들었기에 도범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네가 정말 8품 종문의 친전 제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해?”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은 옷의 대장부를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도범이 대답하지 않아도 화내지 않았다.이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아마도 내기 때문이거나 도범의 냉담한 태도 때문인지 상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도발적인 말이 다시 들리지 않았다. 제73회 대결이 곧 시작되려 할 때, 도범은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잠시 후, 도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내쉬고는 오수경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를 보든, 어떤 말을 듣든, 이 자리에서 떠나지 마.”그 말을 마치고 도범은 큰 걸음으로 대결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