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당신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알겠지? 쉬어야 할 땐 쉬고.”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도범에게 말했다.“알겠어. 나 지금 진혼경 1품으로 돌파했으니까 낮에만 잠깐 수련하고 저녁에 단약 정제하는 것도 잠깐 쉬려고.”도범이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수호 연맹 쪽에서 분명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다만 양쪽 간의 큰 싸움을 피면하기 위해 대종문 쪽에서 직접 나서지 않고 밑에 있는 작은 세력을 파견하겠지.”“그럼 어떡해? 요 며칠 사이에 우리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시율은 듣자마자 속으로 다시 걱정하기 시작했다.“걱정하지 마. 그들은 우리가 아홉 마을에 남았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 먼저 운람종 쪽으로 가겠지. 하지만 운람종과 엄청 가까운 곳에 반연맹 쪽 대종문이 있으니 크게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야. 그러다 그들이 눈치 채고 아홉 마을로 찾아오게 될 땐 우리 쪽에도 진혼경의 강자들이 엄청 늘어났겠지.”걱정하는 시율이와는 달이 도범은 꽤 자신이 있어 보였다.“며칠만 더 있으면 기타 마을의 회장들이 분분히 진혼경으로 돌파하게 될 거고, 나의 수련 경지와 전투력까지 더해지면 우리 새 종문은 보기에나 새 종문이지, 실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 거야.”“그래, 그들이 진혼경 7품이나 8품의 강자들을 파견하지 않는 이상 우린 두려울 것 없어. 게다가 당신 지금 3품 고급 연단사잖아. 이제 안정을 충분히 취하고 나면 더 높은 등급으로 돌파할 수 있을 거고, 그때가 되면 더욱 무서울 것 없지.”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범에게 와인 한 잔을 따라주며 웃음을 드러냈다.“자, 이제 밥 먹자.”이에 도범이 반찬 한 입 먹고 시율이 따라 준 와인을 원샷 한 후 다시 감탄했다.“우리 이제 떠난 지도 3개월이 지났네. 수아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보고 싶네, 우리 딸.”“그래, 나도 수아가 너무 보고 싶어.”시율도 자신에게 와인 한 잔을 따른 후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수아도 이제 컸으니 알아서 갈 길을 가야지. 비록
“맞아요, 마 종주님의 말씀에 일리가 있어요. 우리만 믿고 있는 세력들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되죠!”다른 종문의 장로도 바로 일어나서 말했다.“우린 무조건 나서서 태도를 보야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 수호 연맹 쪽엔 종문이 여섯 개고 반연맹 쪽엔 다섯 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실력이 우리보다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종속되어 있는 세력도 우리보다 적어요. 우린 절대 이렇게 당해서는 안 된다고요!”“맞아요. 벙어리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죠. 젠장, 이건 반드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요!”다른 종문의 종주도 덩달아 일어서며 제의했다.“그들이 감히 우리 쪽 종문 하나를 멸망시켰으니 우린 그들 쪽 종문 두 곳을 밀어버리자고요! 젠장, 그렇게 많이 들어온 것도 모자라 20여만 명이나 살아있다니. 우리 그들 쪽 종문 두 곳을 밀어버리면 비슷하게 20만 명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 이건 괜찮잖아요?”그런데 이때 한 백발의 노인이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60여만 명이 들어왔는데 20여만 명만 살아남은 거면 꽤 많이 죽었죠. 복수엔 끝이 없습니다. 왕건봉도 그만 두자고 건의한 이상, 나도 그의 뜻대로 반연맹 쪽 세력을 찾아가 손해 청구만 간단하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용 종주가 듣더니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혈사종은 처음부터 청운종에 종속되어 있는 세력이었으니, 혈사종이 사라진 지금 기타 종문은 크게 신경 안 쓰고 있다지만 그는 엄청 아쉬워하고 있었다.그래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홍 종주, 진짜 나이가 들수록 담이 작아지네요. 편안한 세월이 길어지니까 싸우는 게 많이 두려운가 보죠? 지금 우리가 반연맹보다 더 강하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홍 종주는 오히려 복수하는 걸 포기하겠다니요? 허, 진짜 이젠 쫄보가 다 된 것 같네요.”용 종주의 말에 여러 노인이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이때 한 노인이 홍 종주를 향해 말했다.“여러분, 먼저 조용히 해주세요. 난 홍 종주의 사람됨을 잘 알고 있습
“그래요, 여러분의 뜻에 따를 게요. 난 그냥 나의 의견을 제기했을 뿐, 나중에 절대 후회하지 마세요.”홍 종주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많이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콧대가 높은 자들이라 체면을 제일 중요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더욱 복수하고 싶어했던 거고.그런 상황에서 그가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없을 건 뻔한 일이었다.“그럼 공평 공정한 결정을 위해 손 드는 형식으로 갑시다!”이때 용 종주가 다시 일어서서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밑에 있는 세력을 파견하여 그들을 공격하는 거에 찬성한다면 손을 드시고 찬성하지 않으면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곧 80프로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고,그 모습에 용 종주의 얼굴에는 마침내 만족스러운 웃음이 드러났다.“보아하니 다들 쫄보는 아닌 것 같네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그 녀석들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 운람종으로 갔을 가능성이 클 겁니다. 운람종에 없다면 아홉 마을로 갔겠죠. 그래서 우리 두 종문을 파견하여 동시에 두 곳으로 가는 겁니다, 어때요?”“운람종 쪽에는 진혼경 2품인 종주와 진혼경 1품인 장로 한 명뿐이니, 진혼경 4품의 강자가 한 명이 있는 종문을 파견하면 될 것 같은데요?”마 종주가 잠시 생각한 후 분석하기 시작했다.“아홉 마을과 같은 경우는, 허, 고작 전투력이 진혼경 1품에 비견되는 그 녀석과 수련 경지가 진혼경 1품에 도달한 종주뿐이니, 진혼경 2품의 강자가 있는 종문을 파견하면 될 것 같아요.”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물론, 그 녀석의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난 건 사실이니, 도망갈까 봐 걱정된다면 만일을 대비하여 진혼경 3품의 강자가 두 명이 있는 종문을 파견하면 되겠죠?”“진혼경 3품이 두 명인 종문이면 혈귀종밖에 없네요. 그 종문에는 진혼경 3품인 강자가 두 명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진혼경 1품의 강자도 세 명이 있어요. 아홉 마을을 밀어 버리기엔 충분하죠. 그 녀석이 아홉 마을에 있다면 단번에 같이
수호 연맹의 6대 종문은 하룻밤 내내 회의를 한 후 다음 날에 바로 밑에 있는 종문에 소식을 돌렸고, 준비를 다 한 뒤 아무도 모르게 공격하러 갈 계획을 세웠다.이번의 공격에 대해 그들은 백 프로 이길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반연맹 쪽에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고 뼈저린 교훈을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운람종의 종주 나천동도 돌아간 후 갑자기 무엇이 생각 났는지 이튿날에 바로 반연맹 쪽 대종문으로 가서 모든 일을 보고했다.그리고 같은 시각, 다른 큰 산 아래 하나의 거대한 궁전에서 반연맹 쪽 다섯 대종문의 사람들도 모여 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이 일은 정말 많이 갑작스럽네요.”그 중 한 노인이 자초지종을 다 듣고나서 감탄했다.“몇 십 명 내지 몇 백 명이 들어왔어도 이 일은 처리하기 쉬웠을 겁니다. 주동적으로 수호 연맹 쪽 세력과 잘 말하면 큰 싸움이 일어날 필요도 없을 거고. 하지만 60만 명이 들어왔다는 건 완전히 다른 개념이죠.”다른 한 노파가 말했다.“확실히 골칫거리이긴 하네요. 60만 명은 말할 것도 없고, 만 명이 들어와도 수호 연맹 쪽에서 아주 결사적으로 반대할 겁니다.”“다행인 건 지금 40여만 명이 죽었다는 거죠. 수호 연맹 쪽에서도 어쩌면 이 점에서 화가 많이 풀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20여만 명이 살아남았는데, 수호 연맹 쪽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요.”전에 의견을 내놓았던 노인이 담배 한 모금을 빨고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아니면 주동적으로 그들을 찾아가 이 일에 대해 상의하고 손해 배상 같은 걸 물어줄까요? 아무래도 그들의 체면이 구겨지는 일인데, 우리 쪽에서 먼저 태도를 보여야겠죠?”노파가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네요. 싸움은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해야죠. 만약 정말로 싸움이 일어나 어느 두 종문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적어도 20여만 명을 잃게 되는 건데, 그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다들 한참을 상의한 후 결국 보물들을
“글쎄요.”도범이 듣더니 눈살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도범이 말하기도 전에 용호가 먼저 다시 말했다.“도범 씨, 나에게 괜찮은 생각이 있는데. 우리 여긴 아홉 마을이잖아. 그러니 난 우리 종문의 이름에 아홉을 의미하는 ‘구’자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어때?”이에 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회장님께서 ‘구’자를 원한다면, 저는 ‘천’자가 들어갔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희는 천급으로 돌파하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온 거니까요. 그러면 구천종이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좋아, 이 이름 괜찮네. 하하! 구천으로 승승장구하다! 구천종, 이 이름 괜찮네. 자네 쪽이든 우리 쪽이든, 모두 의미가 있는 이름이지. 두 세력의 집합이라고도 할 수 있고.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용호가 눈빛이 순간 밝아지더니 기뻐하며 물었다.“좋아요, 이 이름 좋네요.”여러 회장들도 듣고 나서 분분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이에 용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높은 소리로 말했다.“여러분! 우리가 상의해본 결과, 새 종문의 이름을 구천종으로 결정지었습니다. 앞으로 아홉 마을의 가족이든 버려진 세상에서 온 세력이든 막론하고, 다들 한 가족처럼 화목하게 지내야 합니다. 절대 누구는 어느 가문의 사람이다, 누구는 어느 마을의 사람이다 등 화목에 영향을 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네!”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이 듣더니 하나같이 높은 소리로 대답했다. 모두 새 종문의 설립에 신심이 넘치는 모양이었다.“그래요. 그럼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 바로 새 종문의 새 종주를 선거하죠! 부 종주는 나중에 종주가 선출하고, 장로들도 종주의 의견에 따르죠.”용호가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 모든 권력을 혼자 쥐고 싶어하는 마음이 너무 뻔했다, 그에게 속해야 하는 권력이나 지위가 도범한테 빼앗기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 마냥.이에 도범은 저도 모르게 난감한 표정을 드러냈다.‘미리 손을 써놓기 잘했네. 이 사람이 종주로 되었다간 난 분명
“하하, 아무래도 큰 회장님의 수련 경지가 높은 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회장님께서도 저에게 투표할 생각이셨다는데, 제가 회장님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잖아요.”도범도 덩달아 웃으며 대답했다. 용호의 허위적인 모습에 많이 할 말을 잃은 듯했다.‘하지만 오히려 잘 됐어. 이 사람이 재차 종주의 권력을 강조했으니, 내가 종주로 된 후에 분명 뭐라하지 못하겠지.’그리고 도범이 예상한바와 같이 큰 회장 쪽 사람들은 누구도 도범을 선택하지 않았다.“도범 씨, 자네 쪽에도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들 보고 와서 투표하라고 해.”용호가 어색해서 도범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도범이 여태껏 한 표도 얻지 못했으니 많이 미안했던 모양이다.“그래요.”도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초용휘 등에게 눈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용휘 등이 투표하러 올라왔고 그들은 말 할 것도 없이 모두 도범에게 투표했다.“하하, 도범 씨. 우리 아홉 마을의 사람들은 나도 뭐라해야 할 지 모르겠네. 아마 내가 여태껏 그들을 이끌고 있었으니 나에게 많이 의지하는 모양이야. 나 참, 분명 도범 씨가 더 훌륭한데, 그것도 몰라보고 나에게 투표하다니. 진짜 미안하게 됐어.”첫 라운드의 투표가 끝난 후 용호가 일부러 미안한 척 한마디 했다.그러고는 능청스럽게 앞으로 걸어가 큰 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아홉 마을의 주민 여러분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번 투표는 반드시 마음이 가는 곳에 해야지 내가 여태껏 여러분을 이끌었다고 모두 나한테 투표하면 어떡합니까? 도범 씨도 충분히 훌륭한데, 도범 씨에게도 투표해야죠.”도범이 듣더니 저도 모르게 울지도 웃지도 못하겠다는 표정을 드러냈다.‘어느때라고 저렇게 도량이 넓은 척 나의 편에 서서 말하는 거야?’“자, 계속해서 투표합시다. 여러분이 선택하고 싶은 사람에게 투표하시면 됩니다.”도범도 따라서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왕가촌에서 먼저 투표를 하게 되었고, 왕 회장은 덤덤하게 웃으며 바로 용호의 상자 앞으로 다가가 표를
왕가촌의 투표가 끝난 후 임가촌의 차례가 되었고, 임 회장도 역시 올라오자마자 표를 용호의 상자 속에 넣었다.용호는 그제야 다시 웃음을 드러냈다. 그는 임가촌의 사람들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 거라고, 분명 그들 회장 따라 자신에게 투표할 거라고 예상했다.하지만 어이없게도 임가촌도 마찬가지로 임 회장 외에 모두 표를 도범의 상자 속에 넣었다는 것이다.그리고 그 덕분에 도범이 얻은 표는 곧 용호를 초과하게 되었다.용호는 순간 얼굴색이 어두워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그러다 잠시 생각한 후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여러분, 잘 생각하세요. 꼭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도범 씨의 상자이고, 이건 나의 상자입니다. 다들 줄 잘 서시고, 자, 나가촌 올라오세요.”하지만 용호가 준 귀띔은 결국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기타 마을에서도 회장을 제외하고 전부 도범에게 투표를 했고, 도범이 얻은 표가 그보다 몇 배 더 많게 되었다.이에 용호의 안색은 점점 더 보기 흉해졌다. 그도 도범이 새로운 종문의 종주로 될 거라는 걸 예상한 모양이었다.“크흠. 큰 회장님, 투표가 다 끝났는데, 누구한테 통계를 맡길까요?”이때 도범이 용호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용호가 듣더니 입가가 순간 심하게 몇 번 떨렸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굳이 통계할 필요가 있나? 바보가 봐도 자네의 표가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겠는데.”그러다 그는 곧 또 생각에 잠겼다.‘도범이 종주로 되었다는 건, 부 종주를 도범이 결정해야 한다는 거잖아?’그 생각에 용호는 즉시 도범을 향해 웃음을 드러냈다.“하하, 도범 씨. 지금 자네가 구천종의 종주로 되었으니 어서 결정해 봐, 부 종주의 자리를 누구에게 맡기는 편이 좋을지.”하지만 도범이 고민한 후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것도 참 골치 아픈 일이네요. 저는 아무래도 말을 제일 잘 듣는 사람에게 부 종주의 자리를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회장님은
“여러분, 오늘부로 도범이 우리 새 종문 구천종의 종주로 될 겁니다. 그리고 방금 우리 도 종주가 나를 부종주로 임명했고요. 앞으로 다들 다같이 도 종주의 말에 따르고 함께 노력하여 종문을 위해 분투하면서 더욱 강대한 종문을 만들어냅시다!”용호가 바로 앞으로 나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지금 우리 구천종의 종주, 도 종주의 말씀을 들어봅시다!”순간 아래쪽에서 박수갈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특히 도범과 함께 들어온 버려진 세상의 사람들은 더욱 격동되어 있었다. 비록 다들 도범이 어떻게 종주가 되었는지, 기타 마을의 사람들이 왜 모두 도범에게 투표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마냥 기쁘기만 했다.도범이 두 걸음 앞으로 나와 높은 소리로 말했다.“용 부종주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앞으로 우린 모두 한 가족입니다. 이렇게 새 종문도 세워졌으니 우리 금방 여러분에게 통일된 영패와 옷을 나눠드릴 겁니다. 물론, 옷은 입고 싶으면 입으시고 입고 싶지 않으면 안 입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영패는 반드시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합니다.”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다시 말했다.“지금, 부종주님을 제외하고 수련 경지가 진혼경 1품으로 도달한 분들은 전부 우리 종문의 장로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또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하게 된 분이 나타나게 된다면 종문 호법의 직위를 맡을 수 있습니다.”나머지 여덟 마을의 회장들이 듣더니 모두 하나같이 속으로 엄청 기뻐했다. 그들은 지금 이미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하게 되었고 새 종문의 장로로 되었으니.하지만 용호가 듣더니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도범에게 말했다.“도 종주, 지금 나 말고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한 자들이 없어. 기타 마을 회장들은 고작 천급 9품밖에 안 되는데, 그럼 지금 종문에 장로들이 없단 말인가? 저들이 진혼경으로 돌파하기를 기다리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데? 진혼경으로 돌파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이에 도범이 웃으면서 용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직접 일찍 준비한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모든 장로님들의 권력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