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우리 전부 천급 3품으로 돌파해야만 이 숲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하하, 그럼 사양하지 않을 게.”초용휘가 호탕하게 웃으며 단약을 거두었다.‘역시 전에 도씨 가문과 화해를 한 게 현명한 선택이었어. 안 그러면 쉽게 이 숲 속으로 들어오지도 못했을 거고, 이렇게 빨리 천급으로 돌파하지도 못했겠지.’옆에서 그걸 보고 있는 도량천은 그들이 부럽기만 했다. 전에 그도 천급 1품으로 돌파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서 며칠은 더 기다려야 다시 도전할 수 있었고. 아무래도 진신경에서 천급 1품으로 돌파하는 게 보기엔 간발의 차이인 것 같지만 실은 엄청 큰 돌파라고 할 수 있었으니. 그러니 천급 1품의 전투력과 진신경 정점의 전투력은 완전히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이튿날 날이 밝아지자마자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영초 찾으러 떠났다.그러다 중도에 그들은 영초를 빼앗고 있는 비영종의 제자와 운소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되었다.“도범 도련님, 살려주세요!”인원수가 현저하게 적었던 비영종의 제자들은 몇 배나 더 많은 운소종의 제자들에게 포위를 당하고 있었고, 이미 많은 제자들이 운소종의 손에 죽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영초를 내놓겠다고 승낙했지만 운소종은 여전히 그들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그래요, 도범 도련님! 저희를 살려주면 영초를 전부 드릴 게요!”비영종 제자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다.그리고 운소종의 사람들을 전부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던 도범은 당연히 이렇게 좋은 기회를 낭비할 리가 없었다.‘게다가 저 200여명에 달하는 운소종 제자들이 이 안으로 들어온 지도 열흘이 넘었는데, 저들을 죽이게 되면 보물도 적지 않게 빼앗을 수 있을 거고. 틀림없이 2품이나 3품 영초를 많이 따냈을 거야.’“도범 도련님, 우린 댁들과 아무런 원한도 없습니다. 이건 운소종과 비영종 간의 일이니 끼어들지 말아주세요. 안 그러면 우리 운소종과 뒤틀어지는 거나 다름
“하하, 두분께서 손이 근질근질해할 줄 알았어요. 그럼 전 옆에서 보고 있을 테니, 부탁드리겠습니다.”도범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을 드러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죽여!”그러자 실력을 일찍 발휘해보지 못해 많이 한스러웠던 무광과 도훈은 도범의 말이 떨이지기 바쁘게 바로 앞으로 날아가 살육을 시작했다.이에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던 도무정과 초용휘도 신속히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뭐야! 천급의 강자들이야?”“맙소사, 심지어 여러 명이나 돼!”그 상황에 운소종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세상에,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천급으로 돌파한 자들이 나타나다니.”비영종의 제자들은 분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은은한 금색 빛을 띄고 있는 영기는 더욱 그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쿵쾅쿵쾅-싸움 소리는 얼마 지속되지도 못하고 바로 끝났고, 운소종의 제자들은 그렇게 차가운 시체가 되어 땅에 누워 있었다.“자네들은 왜 이렇게 빨리 끼어든 거야. 나 겨우 스트레칭이 끝나 제대로 싸워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무광이 무정 등을 쳐다보며 언짢아 하는 어투로 말했다.그러자 무정이 바로 무광을 한번 노려보고는 대답했다,“우리도 손이 근질근질해서 그랬다, 왜! 자네만 손이 근질근질한 줄 알아?”꼴깍-전에 도범에게 도움을 청한 비영종의 제자가 마른 침을 한번 삼키고 도범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도범 도련님, 구해줘서 고마워요. 우리가 따낸 영초를 전부 드릴 게요.”그러자 도범이 그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말했다.“다들 수련 경지가 그다지 높은 거 같지 않으니 영초를 지니고 있으면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겁니다. 이렇게 합시다, 일단 가지고 있는 영초들을 전부 꺼내 보세요. 내가 단약을 정제하는 데에 유용한 영초들만 고를 테니 나머지는 댁들이 가지고 있으세요.”그러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다시 비영종의 제자들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이 안의 상황이 매우 복잡합니다. 이따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상황을 한번
현재의 도범은 모두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도범이 있어야만 그들이 빠른 시일 내로 더 강해질 수 있는 거고, 이번에 몇 십만 명이 숲 속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이 수호 연맹의 귀속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니까.“하하,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도범이 호탕하게 웃으며 보물을 고르기 시작했고, 오후에 그들은 계속해서 영초를 찾는 데에 전념했다. 하지만 전에 도범 등이 천급으로 돌파하기 위해 며칠을 지체해서 그런지 내내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이에 도범은 속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숲 속을 빠져나가면서 수호 연맹 쪽 세력의 손에 죽게 되었을까 봐.물론 운소종이나 해역의 세력 신왕전 같은 경우는 제외하고. 그 두 세력은 도범의 원수라 그들이 먼저 두 세력의 제자들을 만나게 되었으면 바로 죽였을 것이다.저녁에 도범 등은 외진 동굴을 찾았고,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일부 가족을 남겨 동굴 밖에서 순찰하게 한 뒤 수련해야 할 사람들은 동굴로 들어갔다.도범 등 천급 1품에 돌파한 여섯 명의 고수는 하나같이 다리를 꼬고 동굴 속에 앉아 3품 저급 단약을 꺼내 삼키고는 돌파할 준비를 했다.도범 체내의 영기 소용돌이는 줄곧 주동적으로 천지의 영기를 흡수해왔기에 현재 여섯 명 중에서 도범이 제일 안정적이었고, 진보도 제일 컸다.게다가 진작 근맥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거에 익숙해졌으니 수련 속도도 전에 천급 1품으로 돌파했을 때보다 훨씬 많이 빨라졌다.그렇게 하룻밤만에 도범은 성공적으로 천급 2품에 돌파하게 되었고, 체내의 단약은 의외로 3분의 1도 채 안 되게 소모되었다.하지만 파동이 체내에서 막 발산되는 순간 도범은 즉시 파동을 거두어들였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벌어져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누구도 도범이 이미 천급 2품으로 돌파했다는 걸 눈치챌 수가 없었다.도범은 속으로 은근 기뻐하며 계속해서 영기를 통제하기 시작했다.‘체내에 남은 단약의 양으로 봐서는 단번에 3품까지는 돌파하는 건 일도 아니야. 잘하면
“하하, 이 모든 게 다 도범의 덕분이야. 도범이 없었더라면 우린 3품 저급 단약 같은 건 만져보지도 못했을 거고, 기껏해야 수많은 영초와 시간을 들여 수련하면서 조금씩 돌파해야 했겠지.”초용휘도 덩달아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동굴 밖을 한번 살펴보더니 곧 눈살을 찌푸렸다.“아쉽게도 날이 또 어두워졌네. 당장이라도 나가서 전투력이 강한 요수들과 한번 맞붙어 보고 싶은데.”“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요.”도남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체내에서 폭증하고 있는 힘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도범 오빠,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까요? 나와 새언니 모두 성공적으로 돌파했어요!”이때 도연이 깡충깡충 도범의 앞에 뛰어와서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이에 도범이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래? 연이도 드디어 진신경 중기로 돌파하게 되었네? 연이는 천부적인 재능이 괜찮으니 더 노력해서 하루빨리 천급 1품으로 돌파해봐. 그래야만 지금의 용모를 그대로 몇 백 년 유지할 수 있지. 천급으로 돌파하게 되면 신진대사가 늦어지거든.”“그래요? 헤헤, 그럼 더 열심히 해야겠는데?”도연이 헤헤 웃으며 대답하고는 또 박시율을 한번 쳐다보았다.“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으로 따지면 새언니의 천부적인 재능이 더욱 뛰어났죠. 새언니가 벌써 위신경 후기에 돌파했는데, 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진신경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래, 시율의 천부적인 재능은 확실히 괜찮았지. 나중에 시율이 위신경 정점에 돌파한 후 내가 알맞은 단약 한 알을 정제해주게 되면 쉽게 진신경으로 돌파할 수 있을 거야.”도범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물론 시율의 수련 경지가 일찍 제고되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그가 시율의 옆에 없을 때 시율이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으니.“지금 아직 저녁이니 다들 앉아서 수련에 전념하면서 안정을 찾으세요. 난 3품 중급 단약 정제를 시작할 테니까.”도범이 여러 사람을 향해 한마디 하고는 곧 또 다리를 꼬고 앉았다. 3품 중급
“자네도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성격이군. 도범은 시비도리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야. 애초에 내가 루희를 루씨 가문까지 바래다주었어도 도범 그들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똑같게 날 대했어. 그러니 도범은 분명 누구에나 공평하게 기회를 줄 거야. 자네를 장로 자리에 앉힌 것만으로도 그 점이 충분히 설명된 거 아닌가?”루선이 웃으며 말했다.“정 그렇게 물어보기 뭐하다면 내가 나중에 물어봐 줄게. 자네가 이미 진신경 정점에 돌파했다고, 그래서 도씨 가문을 위해 힘을 더 보태기 싶어한다고. 그러면 도범도 다 알아들을 거야.”“그,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사실 2품 고급 단약을 가지고 싶어하는 건 우기도 마찬가지였다. 단약만 있으면 다음 단계로 돌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테니. 하지만 필경 여자라 낯가죽이 얇아 그런지 차마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뭐가 걱정인데? 이제 이틀 후에 내가 물어봐 줄게.”루선이 전혀 개의치 않은 듯 견지하자 우기는 결국 웃음을 드러냈다.“그래요. 그나저나 도범 도련님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돌파에 성공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들이 사용하는 게 아무래도 3품 저급 단약인데, 천급 3품으로 단번에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그건 내일이면 알겠지.”루선이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이튿날 아침, 도범 등은 함께 안에서 걸어 나왔다.도범은 여러 사람을 한번 둘러보고는 마지막에 우기를 쳐다보며 말했다.“아홉 번째 장로님, 괜찮네요. 수미 씨와 똑같이 진신경 정점으로 돌파했네요.”그러다 손바닥을 뒤집어 2품 고급 단약 두 알을 꺼낸 후 두 사람에게 나눠주었다.“이건 장로님과 수미 씨가 하나씩 가지고 계세요. 그러다 정점의 경지에서 충분히 안정을 찾게 되면 시간을 찾아 천급 1품으로 돌파해보세요. 아무래도 지금 다들 공법을 가지고 있으니.”초수미와 우기가 듣자마자 속으로 엄청 기뻐했다.특히 어젯밤까지만 해도 루선과 도범을 찾아가 단약을 요구할 건지 말 건지에 대해 토론했던 우기는 그들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네, 꼭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도씨 가문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겠습니다.”우기가 감동된 얼굴로 맹세하고는 단약을 받아 조심스럽게 거두었다.“가요, 이 숲은 영초도 많은 게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아요. 수호 연맹 쪽 세력에 발견되기 전까지는 이 곳에 한동안 머물며 수련 경지를 향상하는 데에 전념하죠.”도범이 전방의 숲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초용휘가 웃으며 대답했다.“헤헤, 그래, 가자. 이 숲에 비록 천급에 비견되는 요수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수련 경지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니야. 요 며칠에 만난 것도 거의 다 천급 2품에 비견되는 요수들이었고. 천급 3품이나 4품에 달하는 요수와 마주치지 않는 한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이미 천급 3품으로 돌파한 그의 얼굴에서는 윤기가 돌고 있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전투력이 강한 요수와 맞붙어 실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어 안달이나 있는 듯했다.“에휴, 큰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이때 초수정이 큰언니 초수영이 생각나 걱정된 어투로 말했다.“그러게, 우리가 수련을 위해 또 이틀 동안 이곳에 숨어 있었으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멀리 떠나갔거나 숲 속을 벗어났겠지. 그러면 더욱 찾기 힘들텐데.”용휘도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아무래도 이곳은 미지의 땅이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야. 이런 상황에서 나의 세 딸이 다 내 곁에만 있다면, 아니면 수영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안전한지를 알 수만 있어도 괜찮겠는데.’“이 숲에 3품 영초가 많으니 다들 쉽게 이곳을 떠나지는 않을 겁니다. 이곳에서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공법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을 수도 있어요. 특히 진신경 정점이나 후기에 돌파한 자들은 3품 영초를 여러 그루 사용하게 되면 천급 1품으로 돌파하기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터니까요.”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러니 천급으로 돌파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아직 이 곳에 머물러 있을 겁니다. 그럼 우리도 그들을 따라잡
같은 시각, 전방에서 무서운 싸움 소리가 들려왔고, 신왕종의 종주인 여홍 등이 의외로 신왕전의 모 장로 등에게 포위되었다.여홍이 차가워진 얼굴색으로 모 장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요 며칠 사이에 여홍은 마침내 공법을 찾아내고 종문의 진신경 정점에 돌파한 두 명의 장로와 함께 천급 1품으로 돌파하게 되었다.비록 흩어질 대로 다 흩어지긴 했지만 그들은 그래도 운 좋게 7~800명 정도는 찾아냈던 것이다. 그런데 마침 이때 천여명에 달하는 신왕전의 세력에 포위될 줄은 그들도 생각지 못했다.‘우리 쪽에 진신경 강자가 많았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우린 진작 죽었을 거야.’‘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상황이 너무 낙관적인 건 아니야. 상대 쪽에 인원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모 장로는 더욱 천급 2품으로 돌파했어. 게다가 천급 1품으로 돌파한 강자도 세 명이나 있고. 이 곳으로 들어온 며칠 동안 보물을 적지 않게 얻어낸 게 분명해.’‘반대로 우리 쪽엔 이미 2~300명이 죽었어. 비록 상대 쪽에도 200여 명이 죽었다지만 이 상황이 우리에게 있어 너무 유리한 건 아니야. 두 세번이나 뚫고 나가려 했지만 오히려 많은 제자들이 상처만 입은 채 전부 실패했고. 이러다 상대 쪽에서 한 번 더 공격해 오면 우린 아무런 승산이 없을 거야.’“여홍 종주님, 충고하는데 그냥 순순히 우리 신왕전으로 귀순하시죠.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신왕종의 제자들을 데리고 우리 신왕전으로 귀순하기만 하신다면 내가 종주님에게 장로 자리 하나 마련해 드리겠습니다.”모 장로의 얼굴에는 음미하는 듯한 웃음이 가득했다.“참,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 창몽 그 멍청이가 자주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거든요. 우리 밑에 제자들의 말로는 이미 숲 속에서 그 멍청이의 시체를 발견했다 던데. 상황으로 봐서는 이 숲으로 들어온 지 이틀도 안 되어 죽음을 당한 거 같더군요. 천급으로 돌파하기도 전에 죽다니, 참 우습네요.”이때 다른 한 노인이 아부하는 표정을 지으며 모용을 향해 말했다.“모 전주님, 이게
“종주님, 저, 저는 여기서 죽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겨우 영초가 많고, 영기도 짙은 곳을 찾아내 희망을 보게 되었는데, 이대로 죽어야 하다니요! 전 받아드릴 수가 없습니다.”한 신왕종의 장로가 이를 한번 악물고는 여홍의 옆으로 다가와 작은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이에 여홍이 옆에 있는 장로를 한번 보더니 덩달아 이를 악물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쓸데없는 소리! 난 뭐 죽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우리 쪽에 지금 겨우 몇 백 명 밖에 안 되고, 기타 제자들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투항했다간 큰 망신을 당할 거라고! 게다가 우리 이미 천급 1품으로 돌파했는데, 어떻게 저들에게 투항할 수 있어?”장로가 듣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우리도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아니면 우리 먼저 항복하는 척하고 기회가 생기면 다시 도망갈까요? 우리 종문에 이미 천급 2품으로 돌파한 장로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발 있었으면 좋겠는데.”“돌파해도 소용없잖아. 지금 당장 나타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결국 죽게 돼있어.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지!”말하고 있는 여홍의 얼굴색은 엄청 어두워져 있었다. 투항하는 건 쪽팔리고, 그렇다고 이대로 죽는 건 또 너무 비극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나 겨우 천급 1품으로 돌파하게 되었는데, 아직 이 곳이 어떤 상황인지, 어떤 세력들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죽어야 한다는 건가?’“거기서 뭘 중얼거리고 있는 거죠? 상의는 다 끝났어요?”두 사람이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에 모용이 한참 기다리다 짜증이 묻은 어투로 물었다.이에 여홍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차마 투항하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런데 이때 여홍을 제일 어이없게 한 건 그들 종문의 천급 1품에 돌파한 다른 한 노파가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검을 들어 전방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늙은이, 우린 절대 투항하지 않아. 우리 종주는 4대 고종인 신왕종의 종주야! 차라리 서서 죽을지 언정 무릎을 꿇은 채 살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