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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작가: 은광수
‘그게 나라는 건가?’

‘정 사장님이 나한테 유일하게 이런 중책을 맡겨 주셨다니.’

나는 살짝 놀랐다. 그와 동시에 사장님이 나를 이렇게 믿어준다는 것에 감했다.

그때 서윤기가 말을 이었다.

“이 찻집에 대한 정보는 내가 일부러 흘렸어요. 때문에 강북의 약재 시장을 노리는 사람들이 요즘 계속 이곳에 진을 치고 있었거든요. 요즘 수호 씨를 찾아오는 사람이 아마 엄청 많을 거예요. 수호 씨가 그 유혹을 이겨내는 지가 관건이에요.”

나는 그제야 충격에서 조금 벗어났다.

“지금 그러니까 저한테 강북 시장 약재 관리를 맡기겠다는 말씀인가요?”

이런 생각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걸 알지만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것뿐이었다.

그러자 서윤기가 싱긋 웃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상세한 건 저도 몰라요. 돌아가서 정 사장님께 물어보세요.”

서윤기는 내 물음에 직접적인 대답을 주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내심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순되었다.

궁금한 건 이렇게 큰 강북 시장에 자기만의 약재 관리 시스템이 있다는 거였고, 모순되는 건 정 사장님이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맡겨주면 나중에 민우와 어떻게 따로 일하는가 하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정 사장님은 나를 신임하는 만큼 중요한 일을 모두 나에게 맡겨 주었다. 그런데 내가 가면 화인당은 어떡하고 약재 시장은 또 어쩐단 말인가?

만약 정 사장님이 정말 나에게 약재 시장을 맡겨줄 생각이라면, 이 일에 대해서 사장님과 제대로 얘기해 볼 필요가 있다. 절대 사장님을 실망하게 하면 안 되니까.

“저 잠깐만 정 사장님께 전화 좀 하고 올게요.”

내 말에 서윤기는 편한 대로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정 사장님께 전화해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정 사장님 목소리는 약간 기운이 없었지만 내 질문에 답하는 건 문제없었다.

“수호 씨, 사실 나도 회장 신분은 진작 내놓고 싶었는데 합당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서 그동안 미뤘던 거야. 상회는 우리 한약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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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내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사장님이 방금 한 말이다.나더러 서윤기의 말을 무시하고 화인당에 필요한 약재만 챙기라니?나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어느 정도 자초지종을 분석해 냈다.나는 사장님더러 몸조리에만 신경 쓰고 다른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고 다시 서윤기 앞으로 다가갔다.“다른 일은 우선 제쳐두고, 저는 화인당만 챙기면 될 것 같아요. 이건 정 사장님께서 나열한 목록이니 한번 봐주세요.”서윤기는 그걸 급히 확인하지 않고 여전히 나를 바라봤다.“수호 씨, 정 사장님이 요즘 상회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텐데 정말 고려해 보지 않을 겁니까?”“왜 저한테 그런 걸 묻죠?”“너는 장사꾼이라 이익만 따지지 정은 뒤로 하거든요. 저와 정 사장님이 다년간 협업해 온 건 맞지만, 정 사장님이 항상 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저희가 버는 게 크게 없어요. 오히려 가짜 약재를 파는 상인들이 저희보다 더 많이 벌어요.”“수호 씨가 정 사장님 손에서 상회 다른 회원의 소식을 알아내서 저한테 넘기면, 제가 이윤을 조금 넘길게요. 어때요?”나는 서윤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 사람 목적이 이것일 줄은 몰랐다. 이 틈에 가격을 올릴 작정이었다니.정 사장님이 서윤기와 협력하는 걸 봐서 강북의 대부분 약재는 모두 서윤기가 제공한다는 걸 알 수 있다.하지만 정 사장님도 대단한 분이기에 이런 사람한테서 약재 가격을 후려쳐 그동안 최저가로 거래해 온 거다.그런데 서윤기는 지금 욕심이 발동해 가격을 올리려는 속셈이었다.나는 정 사장님이 어떻게 하신 건지는 모르지만 너무 존경스러웠다.시장 규율은 한번 깨지면 혼란스러워진다. 심지어 야심 없는 약재상들이 그 틈에 파고들 수 있다.나는 절대 그런 죄인이 될 수는 없었다.“아무리 돈이 좋대도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야 한다고 했어요. 정 사장님이 저를 이렇게나 믿어주시고 저더러 서 사장님과 거래하라고 여기까지 보냈는데, 전 절대 정 사장님께 미안한 일은 할 수 없어요.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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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지금, 누군가 그 균형을 깨고 싶어 한다. 게다가 정 사장님은 지금 제 코가 석 자라 조만간 그 균형은 깨질 거다.나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 업계는 물이 너무 깊어 내가 낄 수 있는 게 아니다.그날 오후 퇴근 시간이 다가왔을 때 주해진은 또 가게로 찾아왔다.그 순간 나와 민우는 바짝 경계심을 높였다.하지만 주해진은 그저 헤실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내가 말했잖아, 친구가 되고 싶다고.”민우는 콧방귀를 뀌었다.“그 말을 누가 믿어?”“이것 봐, 내가 선물도 가져왔는데. 이만하면 성의 표시는 충분하지 않나?”주해진은 슈트 차림에 가죽 구두를 신고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심지어 평소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똘마니들도 데려오지 않은 걸 봐서 소란 피우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대체 무슨 꿍꿍이야?”나는 오히려 주해진이 속 시원하게 목적을 말하기를 바랐다.그때 주해진이 선물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인맥도 내가 한 수 아래고, 실력도 내가 한 수 아래야. 그런데 내가 왜 주제도 모르고 소란 피우러 오겠어? 머리가 어떻게 된 것도 아니고.”“머리가 어떻게 된 거 맞는 거 같은데? 어젯밤, 그 사람들 부르면 안 됐어.”내가 남주 누나한테 도움을 청했을 때, 주해진은 나한테 뒷배가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사촌 형 말은 귓등으로 듣고 사람까지 불러 나를 처리하려 했다.이렇게 무모한 사람이 이대로 포기할 거라는 걸, 나는 절대 믿지 않는다.주해진은 또 헤실 웃었다.“여기 사람도 많은데, 우리 안에 들어가서 얘기할까?”주해진은 어제 자기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가게 사람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곧 죽어도 체면은 차려야 하는 작자였다.나는 결국 주해진의 체면을 차려주기로 결심하고 그를 데리고 뒤뜰로 향했다.그러자 민우는 내가 걱정됐는지 함께 따라왔다.주해진은 자세를 바짝 낮추었다.“어제 일은 내가 너무 충독적이었어. 두 사람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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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을 잡는 게 맞을까?만약 두 사람과 손을 잡으면 자금을 모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덜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해진과 김진호가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와 민우 피만 쪽쪽 빨아먹을 수도 있었다.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거절했다.“됐어. 너무 교활한 사람과 손잡으면 우리한테 남는 게 없을 수도 있어.”“에이, 그러지 말고. 손잡으면 당연히 파트너지. 내가 어떻게 두 사람을 모해하겠어?”주해진은 정말 우리와 손잡고 싶은 모양인지 간절한 모습을 보였다.사실 솔직히 주해진을 완전히 거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그와 협력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상대가 자세를 낮출수록 우리가 상대를 주무를 수 있고, 가장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까.때문에 나는 손을 저으며 귀찮은 척했다.“됐어. 그만 말하고 얼른 가. 난 당신 같은 사람은 안 믿어.”“수호 동생, 나 진짜 진심이라니까.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나는 여전히 주해진을 무시했다.그러자 주해진은 조급해했다.“대체 어떻게 해야 믿어줄 건데? 우리 계약서라도 쓸까? 계약서에 똑똑히 적으면 되잖아.”내가 여전히 떠나려 하자 주해진은 다급히 나를 붙잡았다.“멈춰 서서 내 말 좀 들을 수 없어?”나는 그제야 멈춰 서서 되물었다.“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천수당에 문제 생겼지?”주해진은 나한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그 모습에 나는 이내 냉소를 지었다.“실제 상황도 알려주기 싫으면서 손잡자고? 저리 꺼져.”내가 또 떠나려 하자 주해진은 다급히 말했다.“그래, 말할게. 애초에 천수당을 손에 넣으려고 내가 대출을 좀 섰거든. 김진호 그 자식이 무조건 손님을 빼돌려 천수당을 흑자로 만들겠다고 해서.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록 일전한 푼도 벌지 못했어.”“이대로 가면 절대 안 돼. 무조건 살려내야 해. 난 한의학을 잘 모르니까, 두 사람이 합류하면 어떻게 경영하고 운영할지, 뭘 어떻게 팔아야 할지 알 거잖아. 그건 전적으로 두 사람한테 맡길게.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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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해진이 떠난 뒤 민우는 내 생각을 물어봤다.나는 사실 아무 생각도 없었다.“협력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급할 거 없어. 저쪽에서 버티지 못하면 우리가 그때 천수당을 인수하면 그만이니까.”민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마를 바라봤다.“그 자식 말에 하마터면 줏대 없이 굴 뻔했어. 그러데 네 그 말 한마디만 있으면 나도 마음 놓여.”“사실 급할 거 없어. 뭐가 됐든 뭐든 정 사장님이 나은 뒤에 생각해야 해.”나도 그저 대략적인 생각만 있을 뿐, 아직 어떻게 실행할지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주해진이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다.나는 더 이상 그 일을 생각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했다.어찌 됐든 주해진이 소란 피우러 찾아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었다.퇴근 후, 나는 민우더러 내 차를 타고 돌아가라고 하고 나는 택시를 타고 사모님 댁으로 향했다.오늘 출근할 때 사장님이 특별히 자기 차를 내어주면서 앞으로 출퇴근할 때 사용하라고 했다.원래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가 사장님을 대표하고 있기에 계약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 잦았다. 그런데 고작 몇천만 원짜리 차를 운전하는 건 신분에 맞지 않았다.게다가 매일 밤 민우를 먼저 집에 바래다주는 것도 조금은 번거로웠다.사모님 댁에 도착했더니 사모님은 사장님 다리를 마사지해 주고 있었다. 오랫동안 누워 있으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기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했다.사모님은 오늘 베이지색 슬립을 입고 있었는데 무척 우아해 보였다.게다가 매일 다른 스타일을 입을 정도로 많은 슬립을 갖고 있다는 게 감탄스러울 정도였다.나는 오늘 약재를 구매한 상황을 사장님께 보고드렸다. 물론 주해진이 찾아왔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업무 보고를 마친 뒤, 나는 오늘 약욕을 할 약재를 준비하고 사장님을 안으로 옮겼다. 그러고 사모님이 안에서 사장님을 돌보자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었다.어젯밤 그런 일을 겪은 터라 나는 또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을까 봐 거실에 앉아 있지 않았다.침대에 누웠는데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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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요. 여기에 쪽지 한 장이 들어 있어요.”그 쪽지를 꺼내 내용을 본 순간 내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워졌다.이 안에 든 물건은 왕정민이 보낸 것이었다. 게다가 이 물건은 애교 누나에게 보낸 게 아니라 나한테 보낸 거였다.왕정민은 쪽지에 모욕적인 욕설을 가득 적었다. 심지어 애교 누나가 중고라면서 나와 천생연분이라고 욕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가만두지 않겠으니 딱 기다리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나는 곧장 그 쪽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왕정민 그 개자식이에요.”애교 누나는 여전히 놀라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왕정민이 왜 이런 짓을 해요? 이미 떠났으면서 아직도 날 놔주지 않겠다는 거예요?”“아마도 우리는 점점 잘 사는데 본인은 하루하루 지옥에서 보내고 있으니 불만이 생긴 모양이에요.”왕정민은 전승빈을 해치려던 일이 실패한 뒤 어쩔 수 없이 강북을 떠나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의 사업은 모두 강북에 있었기에 그가 그렇게 떠나고 나니 회사는 하루아침에 몰락했다.그러니 원망하지 않을 리가 있을까?“제가 이거 버리고 올게요.”고작 이런 방식으로 겁을 주려 하다니 왕정민이 참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건을 버리고 돌아왔다. 하지만 애교 누나는 너무 충격이 컸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몸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나는 누나가 너무 안쓰러워 품에 꼭 안았다.“됐어요. 이제 괜찮아요. 왕정민은 강북에 없으니 그저 이런 방식으로 우리를 겁주려는 것뿐이에요. 앞으로 또 이런 택배가 오면 아예 받지 말고 거절해요.”애교 누나는 내 품에 꼭 기댔다.“수호 씨, 왕정민이 절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난 그 인간이 강북에 다시 돌아와 두 배로 복수할까 봐 두려워요.”“두려울 거 뭐 있어요? 저 이제 많이 변했어요. 덤빌 테면 덤벼 보라죠.”내 말은 사실이다.지금의 나는 싸움 실력이든 개인 능력이든 모두 크게 향상했다. 오히려 왕정민은 집 잃은 개 신세가 되어버렸다.역시 사람 일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68화

    “너무 잘됐네요. 이러면 나도 취업 문제를 해결했고 수호 씨도 가게 문제를 해결한 셈이네요.”고수연은 어찌나 기뻤는지 특별히 반찬 몇 가지를 더 준비했다.물론 나는 그저 한번 시도해 보라고 했지 남을 수 있을지 말지는 고수연의 능력에 달렸다.우리 가게 장부는 반드시 세심히 정리해야 하기에 조금의 착오도 용납할 수 없다.그런데 몇 년 동안 일을 쉰 고수연이 단번에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하지만 어찌 됐든 발등에 떨어진 문제는 이미 해결한 셈이다.“그럼 하던 일 마저 해요. 저는 형수 잠깐 보고 올게요.”나는 침실에 들어가 형수의 상태를 살폈다.형수는 집에 돌아온 이후로 아무런 반응도 한 적 없다.그 사실만 떠올리면 나는 마음이 초조하고 조급했다.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매일 있었던 일을 형수한테 들려주어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주는 것이었다.“형수, 얼른 일어나요. 저 가게 오픈했어요. 진동성도 더 이상 강북에 없고요. 앞으로 형수 괴롭힐 사람 없어요.”나는 형수의 손등을 살살 닦아냈다.그 시각 형수는 속으로 소리 지르고 있었다.‘수호 씨, 나도 일어나고 싶어요. 그런데 눈꺼풀이 봉인된 것처럼 떠지지 않아요.’형수는 사실 병원에 있을 때부터 이미 의식이 돌아왔다. 하지만 완전히 정신을 차릴 수는 없었다.매일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형수는 다 알고 있었다. 형수도 무척 깨어나고 싶었지만 아무리 애써도 일어날 수 없었다.나는 형수를 잠시 돌보다가 애교 누나가 보낸 문자를 받고 누나 집으로 향했다.“누나, 무슨 일로 저를 찾았어요?”애교 누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내가 저녁 준비했는데 수호 씨랑 같이 먹고 싶어서 불렀어요.”사실 나는 이미 저녁을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애교 누나의 호의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그러자 애교 누나는 닭 다리 하나를 짚어주었다.“수호 씨, 많이 먹어요. 그동안 가게 일 때문에 힘들었죠?”“아니에요. 매일 바쁘긴 했지만 그만큼 알찼어요.”“그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67화

    주해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난 괜찮아. 돈만 벌면 되니까. 네가 직접 봐 봐. 아직 정식으로 오픈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왔잖아.”“게다가 대부분 정 사장 소개로 온 사람들이야. 이것만 해도 넌 정수호 따라가려면 멀었어. 이런데도 승복하지 못하겠어?”김진호는 가게 안을 꽉 채운 사람들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주해진이 웃으며 김진호의 어깨를 두드렸다.“네가 남보다 못하다는 거 인정하는 거 어렵지 않아. 다 돈 벌려고 시작한 일이잖아. 돈만 벌면 되지. 게다가 넌 신경도 쓸 필요 없이 연말마다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을 어디서 찾아?”“저 자식들이 가게 일에 신경 쓰고 싶다고 하면 신경 쓰라고 해. 나를 좀 따라 배워. 사람은 마음을 비워야 해.”주해진은 말을 마친 뒤 허허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김진호의 마음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매일 할 일도 없이 술집 일만 돕다 보니 김진호는 자기가 참 쓸모없게 느껴졌다. 전에 주해진은 분명 천수당이 잘 자리 잡으면 방법을 대서 그를 꽂아주겠다고 했는데 지금 보아하니 주해진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 때문에 김진호는 자기가 주해진한테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사촌형이 남을 편드는 것도 서러운데, 그 남이 하필 그의 철천지원수라니.김진호는 이 분노를 도저히 삼킬 수 없었다....“수호야, 모든 준비가 다 끝났어. 내일 개업하면 돼.”민우와 현성도 하루 종일 바삐 일했다.나는 모두를 휴식하게 하고 내일 개업하는 시간을 정했다.“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면 돼. 이제 다들 가서 휴식해. 내일 개업한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하면 돼.”주해진은 허허 웃으며 다가왔다.“대단한걸. 아직 정식으로 오픈한 것도 아닌데 벌써 수입도 생겼네.”나도 웃으며 대답했다.“오늘은 지인 소개로 온 손님들이야. 이런 상태를 오래 유지하려면 우리 가게 평판이 좋아야 해. 그러니 가게에서 사용하는 약재도 좋은 걸 사용해야 해. 예전의 공급업체와는 더 이상 손잡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66화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애교 누나에게 이 문자를 보내고 싶었다.지금껏 애교 누나와 알게 된 이래 우리는 로맨틱한 기억이 없었다. 내가 한 번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기에 그런 기억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내 유일한 추억이라고는 그저 애교 누나의 훌륭한 몸매와 다정한 모습뿐이다.이 모든 게 그저 욕망 때문이라면 내가 너무 나밖에 모르는 쓰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문자를 보낸 뒤 나는 곧장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애교 누나가 보낸 문자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좋은 아침이에요.]짤막한 한마디였지만 그걸 본 순간 내 기분은 유난히 좋았다.이게 바로 연애의 맛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 나왔던 것처럼 단순한 연애의 맛.나는 침대에 누워 애교 누나와 문자를 주고받았다.그때 민우가 들어와서 아침에 뭘 먹을 건지 물었고 나는 ‘아무거나’라고 대충 대답을 흐렸다.그러자 민우는 아예 내 쪽으로 다가와 침대에 털썩 앉았다. 나도 민우를 피하지 않았기에 그는 나와 애교 누나의 대화 내용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아침부터 연애질이야?”민우는 언짢은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무척 부러워했다.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네가 나더러 좀 배우라며? 그래서 실천 중이잖아. 그런데 기분은 진짜 좋네.”“수호야, 뭐 하나만 물어보자.”“뭔데?”“너 정말 애교 누나랑 결혼할 거야?”나는 되려 반문했다.“난 애교 누나랑 결혼하면 안 돼?”“어. 난 네가 그냥 누나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 줄 알았지.”“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나는 민우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알고 싶었다.지금껏 나는 내 감정에만 신경 쓰면서 다른 사람의 견해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걸 알아내면 나도 이태웅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그때 민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너 여자 친구 많잖아. 그 누나들과 모두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아? 그래서 네가 결혼하겠다고 한 건 그냥 여자 달래는 수법인 줄 알았지.”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보아하니 다른 사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65화

    나는 그 문자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건 왜요?][내가 남자의 다릿심에 관한 특집 하나 만들 거거든.]‘그런 거였구나. 난 또 나랑 뭘 해보자는 줄 알았네.’나는 두말없이 영상을 찍어 전송했다.[됐어. 나 이제 영상 편집해야 해서 얘기는 나중에 해.]어렵게 대화할 상대를 찾았나 싶었는데 몇 마디 나눠보지도 못하고 또 가버렸다.‘됐어. 그냥 영상이나 찾아보자.’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영상을 보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그러다 비몽사몽 중에 누군가 내 방으로 들어와 내 몸을 더듬는 걸 발견했다.그 순간 나는 번쩍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누구야?”“수호야. 나야.”그건 다름 아닌 민우의 목소리였다.“젠장. 깜짝 놀랐잖아. 걷는데 왜 소리도 없어? 내 몸은 왜 더듬는 건데?”나는 말하면서 침실의 불을 켰다.그러자 민우가 헤실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난 현성인 줄 알았잖아. 너인 줄 몰랐어.”“왜? 너 현성이한테 관심 있어?”“아니거든. 전에 형성이 그 자식이 여자애랑 해본 경험이 없다고 기회가 되면 우리끼리 먼저 체험해 보자고 했거든.”그 말에 내 눈은 커다래졌다. “너희 변태야? 남자 둘이 어떻게 해?”“그냥 체험. 진짜로 하는 게 아니라. 수호야, 나 요즘 임설아랑 부쩍 가까워졌어. 이제 꼭 결혼할 거야. 사실 나도 설아랑 진도 더 빼고 싶은데 내가 이런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는데, 네가 좀 가르쳐줄래?”‘이 자식 뭐라는 거야? 남자를 상대로 어떻게 가르쳐달라는 거지? 난 남자를 보고 아무 느낌도 없는 건 물론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나는 두말없이 야동 하나를 공유했다.“네가 직접 봐.”“어. 이런 영상은 싫어. 너무 노골적이잖아. 좀 아름다운 영상은 없어?”“나도 섹스를 어떻게 아름답게 해야 하는지 몰라. 너 사람 잘못 찾아왔어.”나는 확실히 그런 방법 따위는 모른다. 나는 항상 하고 싶으면 바로 본론으로 직행하는 스타일이라.민우는 내 말에 투덜거렸다.“나 정말로 설아랑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64화

    곧이어 백연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호 씨, 좋아요?”“당연하죠. 연우 씨처럼 농염한 여자를 싫어할 남자가 어디 있어요?”곧이어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그 순간 내 뇌는 새하얗게 질렸고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버린 채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나는 다급히 그곳을 떠났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고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안 와서 다른 사람을 부른 건가?’‘우리는 처음부터 서로 즐길 목적으로 만난 건데 진지할 거 뭐 있어?’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은 좋지 않았다.나는 차에 앉아 담배를 연거푸 몇 대를 태웠다. 하지만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그러다 결국 월세방으로 돌아갔다.그동안 조현성과 주현영이 월세방에서 함께 지냈다. 현성은 매일 가게에 나가보는 것 외에 온 신경을 주현영에게 쏟아부었다.그리고 현성의 끊임없는 노력 덕에 주현영은 확실히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내가 돌아왔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앉아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를 본 현성은 실망한 의아한 듯 말했다.“수호야, 네가 왜 왔어?”여긴 분명 내 집인데 현성은 오히려 내가 손님인 것처럼 굴었다.하지만 나는 말하기 귀찮아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소파에 주저앉았다.“너무 피곤해 운전하기 싫어서 여기로 왔어.”현성은 곧바로 내 옆으로 다가와 내 목을 끌어안았다.“그럼 너 혼자 여기서 지내. 난 선영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갈 거야.”“그러던가.”현성은 내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기분 나빠하고 있었다. 다만 이 기회에 주선영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나서 호텔 방 하나 잡아...현성은 생각할수록 기뻤다.원래는 이곳에 돌아와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현성 이 자식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친구를 바로 버렸다.현성이 주현영을 데리고 가는 바람에 집에는 또 나 혼자 남았다. 그 순간 기분 나쁜 일들이 물밀듯 밀려왔다.하지만 내가 질투할 자격이 있을까? 나와 백연우는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백연우가 누구를 만나든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63화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사장님 말씀대로 할게요. 우리 화인당과 천수당이 힘을 합쳐 사업을 더 크게 발전시켜 봐요.”“하하. 나도 바라던 바야. 앞으로 화인당에 정형외과 환자가 있으면 천수당을 추천할게. 그쪽에도 마사지를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우리 화인당을 추천해.”마침 정 사장님과 뜻이 맞아 나는 무척 기뻤다.나는 얼른 사장님의 손을 잡고 말했다.“사장님. 우리가 힘을 합치면 분명 이 업계를 점점 더 잘 발전시킬 수 있을 거예요.”그때 유미 사모님이 옆에서 농담조로 끼어들었다.“두 사람 너무 친한 거 아니야? 보는 내가 다 부럽네.”나는 머쓱해서 사장님 손을 바로 놓아주었다.“사장님, 사모님. 일찍 쉬세요. 전 방해하지 않을게요.”“수호 씨, 내가 앞까지 마중해 줄게요.”사모님은 마치 나에게 할 말이 있어 보였다.아니나 다를까 문을 나서자마자 사모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수호 씨, 우리 그이 몸 완전히 회복된 거 맞죠?”사모님이 이 말을 할 때 얼굴부터 귀불까지 발그스름했다.그 순간 나는 사모님의 뜻을 이해했다.유미 사모님은 무척 함축적으로 물어보면서도 부끄러워했다. 사모님은 워낙 내성적이라 백연우처럼 남녀 간의 정사를 함부로 입에 쉽게 담지 못했다.나 역시 사모님이 이 순간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기에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문제없을 거예요. 자제하면서 하면 돼요.”내 말에 유미 사모님의 얼굴은 확 달아올랐다.“내, 내 말은 그게 아니라.”“사모님, 저 다 알아요. 그러니까 얼른 들어가서 사장님 돌봐드려요.”“그래요.”사모님은 기분이 좋았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너무 아름답고 눈부셨다.사실 나는 사모님의 마음을 진작 꿰뚫어 봤다. 오늘 특별히 한껏 치장하고 예쁘게 화장한 것도 모자라 섹시한 옷을 입은 걸 보면 사장님을 꼬시려는 게 분명했다.사모님과 사장님 대신 내가 다 기뻤다. 사장님이 건강을 되찾았으니 사모님도 이제 더 이상 성욕을 참을 필요가 없다. 그러면 두 부부의 관계도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62화

    윤지은은 픽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은 설마 너랑 잔 여자들이 모두 너한테 먼저 들러붙었다는 거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아닌가?애교 누나 외에 내가 먼저 꼬신 사람은 아무도 없다.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내가 신들마저 공분하게 할 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런 말 할 자격은 없다.그때 윤지은이 갑자기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왜? 내 말에 자신감을 잃었어? 솔직히 말하면 너 확실히 잘생겼어. 게다가 선천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뭔가를 지니고 있어.”“그건 돈 주고 산 남자들한테서 찾을 수 없는 거야. 돈 주고 산 건 재미가 없어. 오히려 너처럼 약간 멍청한 게 사람을 더 끌리게 하지.”나는 윤지은이 오늘 밤 좀 달라 보였다. 왠지 자꾸만 나를 꼬시는 것 같았다. 물론 불장난에 휘말릴까 봐 윤지은의 뜻을 마음대로 추측할 수는 없었다.“뜬금없이 웬 칭찬이에요? 쑥스럽게.”나는 이 기회에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그때 윤지은이 내 어깨를 살짝 꼬집었다.“그러니까 잘생긴 게 다는 아니라고. 그냥 하느님이 너한테 운을 몰아준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후회할 짓 하지 마.”윤지은은 마지막 한마디를 하는 순간 살기를 내뿜었다. 그 눈빛과 마주친 순간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그 순간 나는 윤지은이 전에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윤지은은 나더러 자기 친구들을 눈독 들이지 말라고 했다. 가까운 접촉은 더더욱 하지 말고.그렇다면 나와 백연우의 일은 윤지은이 절데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윤지은이 내 가죽을 벗길지도 모르니까.나는 너무 놀라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운전했다.윤지은을 집에 데려다준 뒤 나는 다시 사모님 댁으로 향했다.방금 친구 세 명이 모여 대화를 하는 바람에 나는 옆에서 듣기만 하느라 사장님께 한약관 얘기를 하는 걸 깜빡했다.천수당은 모레면 개업식이라 나는 하루빨리 화인당 일을 사장님께 다시 인수해야 했다.그동안 휠체어만 타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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