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는 게 맞을까?만약 두 사람과 손을 잡으면 자금을 모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덜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해진과 김진호가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와 민우 피만 쪽쪽 빨아먹을 수도 있었다.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거절했다.“됐어. 너무 교활한 사람과 손잡으면 우리한테 남는 게 없을 수도 있어.”“에이, 그러지 말고. 손잡으면 당연히 파트너지. 내가 어떻게 두 사람을 모해하겠어?”주해진은 정말 우리와 손잡고 싶은 모양인지 간절한 모습을 보였다.사실 솔직히 주해진을 완전히 거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그와 협력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상대가 자세를 낮출수록 우리가 상대를 주무를 수 있고, 가장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까.때문에 나는 손을 저으며 귀찮은 척했다.“됐어. 그만 말하고 얼른 가. 난 당신 같은 사람은 안 믿어.”“수호 동생, 나 진짜 진심이라니까.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나는 여전히 주해진을 무시했다.그러자 주해진은 조급해했다.“대체 어떻게 해야 믿어줄 건데? 우리 계약서라도 쓸까? 계약서에 똑똑히 적으면 되잖아.”내가 여전히 떠나려 하자 주해진은 다급히 나를 붙잡았다.“멈춰 서서 내 말 좀 들을 수 없어?”나는 그제야 멈춰 서서 되물었다.“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천수당에 문제 생겼지?”주해진은 나한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그 모습에 나는 이내 냉소를 지었다.“실제 상황도 알려주기 싫으면서 손잡자고? 저리 꺼져.”내가 또 떠나려 하자 주해진은 다급히 말했다.“그래, 말할게. 애초에 천수당을 손에 넣으려고 내가 대출을 좀 섰거든. 김진호 그 자식이 무조건 손님을 빼돌려 천수당을 흑자로 만들겠다고 해서.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록 일전한 푼도 벌지 못했어.”“이대로 가면 절대 안 돼. 무조건 살려내야 해. 난 한의학을 잘 모르니까, 두 사람이 합류하면 어떻게 경영하고 운영할지, 뭘 어떻게 팔아야 할지 알 거잖아. 그건 전적으로 두 사람한테 맡길게.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기
주해진이 떠난 뒤 민우는 내 생각을 물어봤다.나는 사실 아무 생각도 없었다.“협력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급할 거 없어. 저쪽에서 버티지 못하면 우리가 그때 천수당을 인수하면 그만이니까.”민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마를 바라봤다.“그 자식 말에 하마터면 줏대 없이 굴 뻔했어. 그러데 네 그 말 한마디만 있으면 나도 마음 놓여.”“사실 급할 거 없어. 뭐가 됐든 뭐든 정 사장님이 나은 뒤에 생각해야 해.”나도 그저 대략적인 생각만 있을 뿐, 아직 어떻게 실행할지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주해진이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다.나는 더 이상 그 일을 생각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했다.어찌 됐든 주해진이 소란 피우러 찾아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었다.퇴근 후, 나는 민우더러 내 차를 타고 돌아가라고 하고 나는 택시를 타고 사모님 댁으로 향했다.오늘 출근할 때 사장님이 특별히 자기 차를 내어주면서 앞으로 출퇴근할 때 사용하라고 했다.원래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가 사장님을 대표하고 있기에 계약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 잦았다. 그런데 고작 몇천만 원짜리 차를 운전하는 건 신분에 맞지 않았다.게다가 매일 밤 민우를 먼저 집에 바래다주는 것도 조금은 번거로웠다.사모님 댁에 도착했더니 사모님은 사장님 다리를 마사지해 주고 있었다. 오랫동안 누워 있으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기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했다.사모님은 오늘 베이지색 슬립을 입고 있었는데 무척 우아해 보였다.게다가 매일 다른 스타일을 입을 정도로 많은 슬립을 갖고 있다는 게 감탄스러울 정도였다.나는 오늘 약재를 구매한 상황을 사장님께 보고드렸다. 물론 주해진이 찾아왔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업무 보고를 마친 뒤, 나는 오늘 약욕을 할 약재를 준비하고 사장님을 안으로 옮겼다. 그러고 사모님이 안에서 사장님을 돌보자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었다.어젯밤 그런 일을 겪은 터라 나는 또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을까 봐 거실에 앉아 있지 않았다.침대에 누웠는데도 내
“유미야, 나 혼자 몸 좀 담글 테니까 넌 가서 휴식해.”사장님은 마지 못해 사모님 손을 놨다.그러자 사모님 얼굴에 이내 쓸쓸한 표정이 드리우더니 눈시울을 붉힌 채 욕실을 나왔다.그 틈에 나는 얼른 내 방에 숨어 들었다. 하지만 나 역시 마음이 심란했다. 심지어 손에는 아직도 사모님 부탁으로 사온 팬티가 들려 있었다.아까부터 나는 팬티를 건넬 기회만 노렸는데 지금 갈지 말지 고민됐다.‘지금 가면 너무 이상하지 않을까?’하지만 사모님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나는 걱정이 앞섰다. 결국 이를 악무로 사모님에게 다가갔다.“사모님, 이건 사모님이 부탁했던 팬티예요.”나는 당당하게 팬티를 사모님께 건넸다. 그러자 사모님은 얼른 눈물을 닦고는 그걸 건네받았다.“고마워요. 얼마예요? 이체할게요.”“필요 없어요. 얼마 하지도 않는데요.”“그래도 안 돼요. 이런 은밀한 물건을 어떻게 수호 씨한테서 받을 수 있어요? 남편 돌보느라 밖에 나가지 못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부탁 안 했어요.”사모님 말에도 일리가 있어 나는 얼른 대답했다.“1만 9천 원이요.”사모님은 얼른 나한테 돈을 이체했다. 사실 여기까지 했으면 떠나는 게 맞지만, 눈물범벅이 된 사모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러자 사모님은 멍하니 나를 보더니 이내 흠칫 놀라며 내 손을 뿌리쳤다.“뭐 하는 거예요? 수호 씨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나도 적지 않게 놀라 얼른 설명했다.“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사모님이 울고 계셔서 눈물을 닦아준 것뿐이었어요.”사모님은 여전히 어두운 안색으로 나를 노려봤다.“수호 씨가 내 눈물을 왜 닦아줘요? 수호 씨가 무슨 신분인데요? 무슨 자격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어요?”사모님의 말은 나를 쿡쿡 찔렀고 갑자기 뿌려진 찬물처럼 번쩍 정신이 들게 했다.그동안 사모님은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여자라고 생각해 나도 모르게 선 넘는 짓을 해버렸다.그런데 사모님이 냉담한 표정으로 나한테 호통치고 나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
나는 순간 굳어버려 다급히 사장님을 설득했다.“왜 그렇게 생각하세요?”사장님은 한숨을 푹 쉬었다.“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내 몸은 내가 잘 알아.”사장님은 심지어 이틀 동안 사모님이 저한테 관계를 요구한 사실까지 말했다.그걸 듣는 내내 나는 낯이 뜨거워 붉게 달아올랐지만 한편으로 두 사람이 안타까워 연신 탄식했다.정 사장님도 노력하고 싶어 했지만 기운이 없으니 몸이 따라주지 않는 모양이었다.사장님이 이렇게 솔직히 말했는데, 내가 부끄럽다고 우물쭈물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었다.“사장님 몸은 지금 너무 허약해요. 하지만 병세만 안정되고 약물치료로 조절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어요. 방금 저한테 한 말은 사모님한테 절대 하지 마세요. 이게 사모님을 위한 거라고 생각되겠지만, 사실은 그분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거나 다름없어요.”“두 분 사이가 그렇게 좋은데 부부관계가 순조롭지 못하다고 사모님을 다른 남자한테 양보할 생각이에요? 사모님이 그런 여자 같아요?”사장님은 고래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 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하지만 너무 미안해서...”“미안하면 몸조리에 더 신경 써야죠.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일찍 포기하세요?”이건 비록 사장님을 꾸짖는 말인 듯해도 사실은 사장님을 위해서 한 말이었다.안 그래도 병마에 시달려 부정적인 생각과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는 환자인데, 이대로 가면 좋은 일이 아니기에 제때 바로잡아야 한다.“하, 오랫동안 앓더니 이젠 머리도 안 돌아가는 것 같아.”사장님은 한숨을 푹 쉬었다.“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은 억제할 방법을 찾았잖아요. 꾸준히 치료에 협조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얘기해요.”“알았어.”약욕을 끝낸 뒤, 나와 사모님은 함께 사장님을 방으로 부축해 갔다.그 과정에 사모님은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아직 나한테 화가 풀리지 않은 듯했다. 때문에 나도 일부러 다가가지 않았다.사장님을 침대에 눕혀 놓은 뒤, 나는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사모님이 항상 나한테 다정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나한테 호감을 살 필요가 없으니까.내가 주제도 모르고 잘난 척한 거다.나는 한숨을 푹 쉬며 잘 준비를 했다.그때, 밖에서 갑자기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이 시간에 돌아오고 사모님 집 비번을 알고 있는 사람은 윤미화밖에 없었다. 아침에 잔뜩 신이 나서 가버려 오늘 밤은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윤미화는 들어오자마자 내 방으로 직행했다.“정수호, 일어나.”나는 문을 열고 멍하니 윤미화를 바라봤다.“왜 그래요?”“뭐 하나만 물어볼게.”윤미화는 무척 화나 보였다.그 모습에 나는 오히려 어리둥절했다.“뭔데요? 물어봐요.”“만약 수호 씨한테 여자친구가 있다면 둘이 할 때 수호 씨가 더 적극적이야? 아니면 여자 친구가 더 적극적이야?”‘어...’‘뜬금없이 이건 뭔 뚱딴지같은 질문이지?’나는 무의식적으로 안방 쪽을 흘긋거렸다. 우리의 대화를 두 분이 들을까 봐, 나는 얼른 윤미화를 방 안으로 들였다.그랬더니 윤미화는 씩씩기거리며 내 침대에 털썩 앉았다.“윤 사장님, 혹시 남편 분과 싸웠어요?”“우선 내 질문에 대답해.”윤미화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결국 나는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이건... 절대적인 게 아니죠. 하지만 저라면 당연히 서로 마음이 맞아 협조하는 게 좋죠. 그래야 서로 기쁠 테니까요.”“그럼 수호 씨는 여자가 적극적인 게 좋아?”윤미화는 계속해서 물었다.솔직히 적극적인 여자라면 당연히 좋았다.지금껏 만난 누나들 중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애초에 형수님이 먼저 나를 꼬시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아마 동정 딱찌를 떼지 못해 매번 스스로 해결해야 했을 거다.게다가 적극적인 여자는 더 농염하고 섹시하고 재미있다.내 말을 들은 윤미화는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그런데 우리 남편은 왜 내가 적극적인 걸 싫어하지? 내가 오늘 아침 유미한테서 계발을 받아 집에 가서 남편을 꼬셨는데, 그 인간이 뭐라는 줄
나는 윤미화와 끝도 없이 얘기하고 싶지 않아 또다시 축객령을 내렸다.“얼른 나가요. 저 이제 잘래요. 이따가 사모님 깨겠어요.”“안 가. 나 지금 심란하니까 나랑 얘기 좀 해.”“이봐요, 누님. 내일 일 안 해요?”내 말에 윤미화는 내 귀를 잡아당겼다.“누구더러 누님이래?”‘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나보다 나이 많은 거 맞으면서.’하지만 귀가 잡힌 상황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었기에 나는 어른 말을 바꾸었다.“동생. 동생. 우선 손부터 놓고...”“누가 동생이야? 어디서 은근슬쩍 말 놓으려고.”‘어떻게 하든 결론은 다 내 잘못이구나.’“사랑하는 윤 사장님, 자비를 베풀어 손 좀 놔주실 수 있나요? 제 귀가 떨어질 것 같아요.”나는 헤실 웃으며 윤미화의 눈치를 살폈다.그제야 윤미화는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흥. 여기가 내 동생 집만 아니었으면 수호 씨 거시를 뽑아버렸을 거야.”‘헉, 너무한 거 아니야?’내 인식은 또다시 뒤엎어졌다.평소 그렇게 농염하고 관능적이던 사람이 이렇게 사나울 수가.역시 여자는 알다가도 모를 동물이다.“남편분이 왜 그런대요?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아내가 적극적이길 원하는데, 복에 겨워 행복한 줄도 모르나 봐요.”나는 계획을 바꾸어 윤미화 남편을 헐뜯으며 내가 윤미화 편이라는 걸 어필했다.그제야 윤미화는 태도가 조금 누그러들었다.“우리 남편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매번 본인이 위를 차지하고 난 절대 위에 있지 못하게 해.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면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해.”“그것만 놓고 보면 확실히 문제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마도 주도권을 쥐기 좋아할지도 모르죠. 남편분 혹시 통제욕이 강한 사람이에요?”“맞아. 워낙 성격이 그래. 남을 통제하기 좋아하거든.”“그럼 맞네요 통제욕이 강한 남자는 원래 그래요. 어쩔 수 없어요. 참을 수밖에.”윤미화는 이내 나를 째려봤다.“지금 나더러 평생 이렇게 살라고?”“어... 결혼해서 지금까지 잘 지냈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문제 생겼
나는 차를 몰고 화인당에 도착했다.내가 사장님의 차를 타고 온 걸 보고 다들 내가 사장님의 심복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사실 나는 이런 게 좋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혼자 나가서 일할 때 어려울 테니까.“다들 그만 놀려요. 제가 몰고 다니던 차는 수리해도 영 별로라서요. 지금은 제가 사장님과 화인당을 대표하는데, 제가 그런 차를 타고 다니면 체면이 깎일까 봐 사장님이 빌려주신 거예요. 사장님이 돌아오면 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요.”내 말에 고참 직원들이 마음을 놓았다.이제 막 들어온 지 몇 달도 안 된 신참이 매일 미녀한테 둘러싸이는 것도 모자라, 사장님의 특별 대우까지 받으면 고참 직원들이 불만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신분을 낮추니 그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동료들은 다시 웃고 떠들며 자기가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10시가 넘을 때쯤 형수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수호 씨, 오후에 나랑 애교가 수호 씨네 사장님 뵈러 갈 거예요.]“애교 누나요? 애교 누나랑 같이 가요? 정말이에요?”애교 누나도 함께 온다는 소리에 나는 마음이 설렜다.형수는 웃으며 말했다.[수호 씨가 애교 보고 싶어할 줄 알고, 내가 일부러 애교 본가까지 찾아가서 불러냈어요.]“그럼 누나네 부모님은 뭐라고 안 해요?”[애교를 불러낸 게 수호 씨도 아니고 나잖아요. 그런데 뭐라고 하겠어요? 그냥 저녁에 일찍 돌려보내라고만 했어요.]“형수, 고마워요.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고.”나는 형수한테 너무 고마웠다.그러자 형수가 대답했다.[고마울 거 뭐 있어요? 두 사람을 돕는 건 나를 돕는 거나 다름없어요. 난 평생 새장에 갇힌 새처럼 밖을 나갈 수 없으니까 두 사람이라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형수, 그런 말 마세요. 새장에 갇힌 새라고 해도 형수는 즐겁게 지내야죠.”나는 얼른 형수를 위로했다.그러자 형수가 말을 이었다.[나도 다 알아요. 위로해 줄 거 없어요. 우리가 오후에 수호 씨 찾으러 갈게요. 애교랑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형수는 나와 애교 누나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거였다.형수가 떠난 뒤, 나는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를 와락 끌어안고 강하게 키스를 갈겼다.“애교 누나, 너무 보고 싶었어요.”애교 누나는 내 키스에 얼굴이 발그스름해져 부끄러운 듯 말했다.“그래요? 어디가 보고 싶었는데요?”“어디든요.”고작 몇 번 키스한 것뿐인데 나는 몸이 달아올랐다.역시 애교 누나의 매력은 너무나도 컸다.내 변화를 느낀 애교 누나는 얼굴이 더 상기되었다.“수호 씨 나빴어요. 자꾸 찌르지 마요.”나는 누나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저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누나가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이 근처에 호텔이 있던데 우리 호텔에 잠깐 들를까요?”애교 누나는 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았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방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껴안았다.오랜만이라 나와 애교 누나 모두 감정을 쉽사리 억제하지 못했다. 우리는 마치 영영 헤어지지 않을 것처럼 오랫동안 키스했다. 옷을 한 벌 한 벌 벗기다 보니 익숙한 몸이 눈에 들어왔다. 백옥 같은 몸을 보니 오랜만에 따스함과 즐거움이 느껴졌다.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누나를 탐했다. 심지어 매번 1시간씩 지속했다.애교 누나는 몇 번이나 절정에 달했다. 정사가 끝난 뒤 나는 애교 누나를 꼭 껴안았다.“애교 누나, 그동안 잘 지냈어요? 누나 아빠가 그동안 누나를 난처하게 굴지는 않았어요?”애교 누나도 나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괜찮았어요. 난처하게는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만나는 건 계속 반대했지만. 한 번은 수호 씨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는데, 혹시 만났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만났어요. 저더러 누나를 포기하라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 계약을 맺었어요. 1년 안에 제 성과가 왕정민을 뛰어넘으면 우리를 갈라놓지 않겠댔어요.”“그건 너무 어렵잖아요. 왕정민이 전승빈 도움으로 회사를 더 키웠다고 하던데.”애교 누나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누나가 나를 걱정하는 걸 알았기에
그제야 소여정이 강북에 온 게 임천호와 아이를 갖기 위해 몸조리를 하기 위해서라는 게 떠올랐다. 하지만 사장님 일로 그동안 바삐 보내다 보니 그녀의 일을 잠시 잊고 있었다.“저 지금 가게로 나갈 건데 이쪽으로 와요. 이따가 가게에서 봐 드릴게요.”내 말에 소여정은 알겠다고 대답했다.[그럼 이따 봐.]나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약 20분 뒤, 화인당에 도착했다.얼마 뒤, 소여정과 정태곤이 화인당에 나타났다.정태곤은 여전히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람을 노려봤다. 마치 눈에 칼이 들어있는 것처럼.나는 놈을 한번 보고는 더 이상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소여정이 정태곤더러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자 놈은 싫어하는 눈치였다.“아가씨, 임 회장님이 저더러 항상 아가씨 곁에 있으라고 하셨습니다.”“내 옆에 붙어 있어서 뭐 해? 내가 임 회장님한테 미안한 짓할까 봐 감시하려고? 여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얼마나 방탕하면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겠어?”정태곤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아닙니다.”“그럼 더 이상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밖에서 기다려.”소여정은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호통쳤다.소여정 앞에서 정태곤은 순한 양이 되었다. 내가 비록 정태곤을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 자식을 혼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에 은근히 통쾌했다.그동안 몸조리를 한 덕에 내 팔도 어느 정도 회복되어 이제 더 이상 깁스도 할 필요가 없었다.나는 소여정을 데리고 마사지룸으로 향했다.“앉아요. 이따가 봐줄게요.”말을 마친 나는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소여정이 내 뒤에 서 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그 때문에 갑자기 돌아선 순간 하마터면 소여정과 마주칠 뻔했다.매혹적인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순간 내 심장은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왜, 왜 남의 뒤에 서 있어요?”나는 속이 벌렁거려 소여정을 흘긋거렸다. 그러다가 시선이 소여정의 얼굴에 닿는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이건 어쩔 수 없었다. 소여정이 너무 예뻤으니까. 붉은
그 한 방이 비록 아프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간질거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윤미화를 멀리해야 했다.“제 사장님인 거 본인도 아네요. 그런데 공공연히 남의 사생활을 캐묻는 건 사장님답지 않은 행동 아닌가요?”내 반박에 윤미화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아하니 내가 이렇게 반박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무섭게 굴고 그래?”‘이게 뭔 상황이지?’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저 요염한 눈빛은 뭔데? 설마 나를 유혹하는 건가?’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입에 쑤셔 넣었다. 눈에서 멀리하면 심란함도 줄어드는 법.윤미화는 젓가락으로 내 팔을 쿡쿡 찔렀다. 고개를 들어 다시 확인했더니, 가련한 모습은 나조차도 넋을 잃게 만들었다.‘윤미화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팔색조라도 되나?’때로는 여성스럽고 요염했다,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고 난폭했다 또 때로는 가련하고 청순했다.여자란 생물은 참 신기하다.무엇보다 난 항상 여자의 이런 모습에 쩔쩔맨다는 거다. 나는 마지못해 다시 강조했다.“정말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헛된 생각 하지 마요. 사장님이 저런데 사모님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윤미화는 턱을 괸 채 뭔가를 생각했다.그 사이, 나는 얼른 고개를 숙여 빠른 속도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웠다.나는 얼른 사모님과 작별하고 출근할 준비를 했다.그때.“잠깐, 같이 가.”윤미화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윤 사장님도 차 있잖아요.”“정비 맡겼어. 나 좀 태워주면 안 돼?”솔직히 말하면 싫었지만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평소 같았으면 문제없었을 테지만, 요즘 윤미화는 왠지 이상했다. 이러다가 윤미화가 또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할 어려운 질문을 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나는 모든 걸 순리에 맡기기로 했다.윤미화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사모님은 싱긋 웃었다.“미안할 거 없어요. 도움을 청하는 마당에 집안일까지 시킬 수는 없잖아요.”사모님은 태도가 많이 누그러져 다시 원래의 우아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 모습을 보니 나는 무척 기뻤다. 사모님이 나한테 잘해주는 건 바라지 않지만 전처럼 쌀쌀맞게 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윤미화는 오늘 아침 일찍 떠나지 않고 식탁 앞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손가락으로 노트북을 탁탁 두드리며 타자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눈치껏 자리를 피해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다가 무심코 일화용 팬티를 발견했다.‘이건 내가 지난번에 사모님한테 사드린 팬티잖아? 그런데 사모님은 왜 일회용 팬티를 입지?’일회용 팬티는 계속 갈아입을 필요가 없는 한 입을 일이 없을 텐데.하지만 만약 계속 갈아입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아마 분비물이 많아 일회용이 더 편해서일 거다.그렇다는 건 사모님한테 약간 염증이 있다는 뜻이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나는 슬쩍 밖을 내다보고는 화장실 문을 닫고 일회용 팬티를 들어 확인했다.아니나 다를까, 위에는 분비물이 많이 묻어 있는 데다 색깔도 이상했다.사모님도 몸이 안 좋으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매일 사장님을 돌보느라 자기 몸은 정작 돌보지 못하고 있다.‘나중에 사모님이 드실 약도 처방해 드려야겠어.’나는 조용히 팬티를 다시 쓰레기통에 버린 뒤 세수하고 이를 닦고 아무 일 없는 듯 밖으로 걸어 나왔다.사모님은 이미 아침상을 차려 놓고 나와 윤미화더러 먼저 먹으라고 당부하고는 일인 분을 따로 챙겨 사장님 방으로 들어갔다.사모님은 역시나 조강지처가 틀림없었다. 이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것도 사장님 복이었다.나는 생각을 뒤로 하고 식탁 앞에 다가가 윤미화 앞에 앉았다.윤미화는 여전히 업무를 보면서 아침을 먹었다.그러던 그때, 내가 실수로 윤미화 다리를 건드리자, 그녀는 바로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봤다.“뭐야? 아침 댓바람부터 나 꼬시는 거야?”“헐, 사장님. 저 그런 뜻 절대 아니에요. 실수한 거예요.”“귀
물론 그렇다지만 나는 역시나 자리를 피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만약 나와 형수가 뒹군 걸 본다면, 동성 형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저 베란다로 애교 누나 집에 넘어갈게요.”나는 신속하게 옷을 주워 입고 말했다.형수도 내 뜻을 알아차리고 안쓰러운 듯 나에게 쪽 입 맞췄다.“그러면 조심해요.”“이따가 전 바로 갈게요. 형수도 피곤할 텐데 이만 쉬어요.”나 역시 형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봤다.형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배웅했다.나는 옷을 입은 뒤 곧장 베란다를 넘어 애교 누나 집에 들어갔다.두 곳은 나한테 모두 익숙했기에 베란다를 넘는 건 어렵지 않았다.그동안 애교 누나 집에 아무도 살지 않은 터라 먼지가 조금 쌓였다.익숙한 집안을 보니 나는 저도 모르게 옛날 생각이 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그때가 그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좋았고 충분히 만족됐다.나는 몰래 애교 누나 집을 떠나 사모님 집으로 향했다.그동안 체력이 늘었는지 나는 기운이 넘쳐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나는 돌아가는 길에 일부러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구매했다. 내일 아침에는 내가 식사 준비를 할 생각으로.집에 도착했더니 사장님과 사모님은 모두 잠이 들어 집안이 무척 조용했다.나는 발꿈치를 들고 주방에 들어가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하지만 그때 옆 방문 앞에 머리를 풀어 헤치고 흰 슬립을 입고 있는 여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나는 흠칫 놀랐다. 하마터면 처녀 귀신이 기어 나왔다고 착각할 뻔했다.“윤 사장님, 한밤중에 자지 않고 뭐 하세요?”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었다.야밤에 머리를 풀어 헤친 여자를 보면 그게 누구라도 무서워할 거다.윤미화는 어둠 속에서 나를 향해 걸어왔다.“그건 내가 물을 말이지. 한밤중에 어디 갔다 왔어?”나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오늘 오후에 형수와 애교 누나가 사장님 뵈러 왔었거든요. 늦게까지 있다가 가서 집에 바래다
형수는 차에 오르자마자 나를 보며 물었다.“아직도 불편해요?”형수의 뜻을 이해하지 못 할 리 없었다.야심한 시각, 차에는 나와 형수 둘뿐이었다.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부둥켜안고 입술을 비볐다.한참 동안 입을 맞춘 뒤 형수는 나를 놓아주었다.“여긴 위험해요. 우리 안전한 곳을 찾아요.”“밖에서요?”“우리 집에 갈래요? 그럴 배짱 있어요?”이건 내가 배짱이 있고 없고를 떠나, 동성 형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형수는 내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수호 씨한테 성에 대해 처음 알려줄 때 우리 집에서 했잖아요. 그때 그 경험 다시 해보고 싶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늦게까지 밖에 있는데 진동성 그 인간한테서 전화 한 통 안 오는 걸 보면 아마 집에 안 왔을 거예요. 난 수호 씨랑 집에서 하고 싶어요. 그래야 나도 소속감이 들어요.”형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계속 거절하면 형수가 슬퍼할 것 아닌가?“좋아요. 형수네 집에 가요.”나는 차를 운전해 형수네 동네로 향했다.우리는 손을 잡고 집에 들어섰다. 그랬더니 동성 형은 역시나 집에 없었다.집안이 캄캄해 불을 켜려고 하던 찰나, 형수가 나를 막아섰다.“불 켜지 마요. 난 어두운 게 좋아요. 그래야 마음 놓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나는 형수의 말대로 불을 켜지 않았다.우리는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형수를 오랜만에 안는 거라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형수 역시 그동안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해 몸은 이미 민감할 대로 민감해져 있었다.형수와 하는 동안, 형수의 반응은 매우 격렬했다.40분 뒤, 형수는 내 품에 나른하게 기대 누웠다.“역시 수호 씨랑 하면 항상 만족스러워요.”나는 형수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형수, 고생했어요.”“내가 고생할 게 뭐 있어요?”형수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그동안 참고 다른 남자 만나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거예요. 나 때문이에요?”“몰라요. 아마도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왜 몰라요?”나는 의아했다.“나도 다른 남자 만나볼까 생각해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애교 누나와 합류했다.형수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애교 누나와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나는 욕구를 참으며 운전을 해야 해서 너무 괴로웠다.다행히 한동안 참았더니 욕구가 겨우 가라앉았다.형수와 애교 누나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선물을 샀다. 이윽고 우리는 함께 유미 사모님의 집으로 향했다.형수와 애교 누나가 선물을 고르는 사이, 사모님께 전화해 형수와 애교 누나가 사장님을 뵈러 왔다고 말했더니 사모님은 매우 기뻐했다. 심지어 두 사람을 직접 본 순간 감격에 눈시울까지 붉혔다.아마도 형수와 애교 누나가 직접 병문안까지 오리라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세 사람은 아직 소여정과 윤지은처럼 친해지지 않았기에, 형수와 애교 누나가 직접 온 게 사모님한테는 큰 감동인 모양이었다.형수와 애교 누나는 사장님을 처음 만나는 거였기에 위로의 말을 건네고 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결국에는 사모님한테 사장님 건강과 본인 건강을 잘 돌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사모님은 고마운 눈빛으로 형수와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직접 찾아와줘서 고마워요.”“앞으로 유미라고 불러도 되지? 기분 안 나쁘지?”형수가 사모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러자 사모님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당연하지. 앞으로 친구로 지내자.”“그래. 그럼 앞으로 이렇게 부를게. 친구라고 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고민 없이 우리한테 말해 줘.”애교 누나도 옆에서 맞장구쳤다.“맞아. 이제 남도 아닌데 부탁할 거 있으면 언제든 부탁해.”사모님은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다.형수와 애교 누나는 늦게까지 앉아 있다가 떠났다.그러자 사모님은 나더러 두 사람을 배웅하라고 부추겼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사모님은 처음으로 나한테 살갑게 대했다. 나는 순간 감개무량했다. 만약 형수와 애교 누나가 오지 않았다면 나와 사모님은 아마 지금까지 냉전 중이었을 거다.형수와 애교 누나를 배웅하려고 집에서 내려왔더니 형수가 갑자기 내 팔짱을 꼈다.“이젠 아예 사
“비겁한 x놈들. 두 사람이 저지른 짓 진동성한테 다 말할 거야. 내가 너희 둘이 잘 살게 내버려둘 것 같아?”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나와 형수의 모습에 진용진은 질투심이 솟구쳤다.형수는 동생인 고수연보다 몇 배는 예쁘다. 때문에 진용진은 진작 형수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형수가 저는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나와 눈빛을 교환하니 질투가 날 수밖에.형수는 두말없이 또 진용진의 뺨을 후려갈겼다.“말할 테면 말해. 난 상관없어. 그런데 날 노리려는 생각은 영원히 묻어 둬. 너처럼 두꺼비 같이 생긴 놈은 내 스타일 아니야. 그리고 내 동생과 빨리 이혼해. 또다시 다른 x 데리고 수연이를 역겹게 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형수는 카리스마 있는 말투로 경고했다.그 사이, 나는 핸드폰을 꺼내 진용진과 그 요망한 여자의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진용진은 순간 깜짝 놀라 손을 들어 내 자기를 가렸다.“뭐 하는 거야?”“증거 사진 찍는 거잖아. 바람피운 현장인데 증거 사진 찍어 둬야 하지 않겠어?”윤미화의 탐정 사무소에서 일한 뒤로 나는 이혼 소송이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알아버렸다. 이혼 소송을 하려면 자기한테 유리한 증거를 많이 수집해 상대가 법정에서 할 말이 없게끔 해야 한다.진용진과 고수연은 현재 모두 이혼 소송을 건 상태인데, 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진용진이 내연녀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면 고수연한테 도움이 될 거다.사진을 찍은 뒤, 나는 형수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수호 씨, 가지 마요.”내가 떠나려 할 때, 형수가 내 손을 잡고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그 순간 내 마음이 철렁 가라앉았다‘헝수가 설마...’“형수, 안 돼요. 애교 누나가 기다려요.”“애교 만나러 가는 게 그렇게 급해요? 수호 씨 마음속에 나는 없는 거예요?”형수는 입을 삐죽거리며 질투하는 모습을 보였다.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아니에요. 애교 누나가 너무 오래 기다릴까 봐 그래요. 그리고 우리 사장님 병문안
진용진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제 품에 있던 여자를 내 쪽으로 밀쳤다.하지만 그 여자는 약간 싫어하는 눈치였다.“자기야, 나 여기서 하고 싶지 않아.”“자극적인 플레이를 해볼 거야. 한번 해 봐. 너도 좋아하게 될 테니까.”요염한 여자는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진용진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허리를 살살 흔들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그 순간, 힘없이 내 품에 기대 있던 형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우리는 진용진과 그의 내연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두 사람은 어리둥절해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때 형수가 두말없이 다가가 짝, 하고 진용진의 뺨을 후려갈겼고 진용진은 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쳤다.진용진의 내연녀는 깜짝 놀라 바들바들 떨더니 다급히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진용진은 형수를 때리려고 손을 들었다.그 순간 나는 진용진에게 달려들어 놈을 발로 뻥, 하고 차버렸다. 진용진은 그대로 나가떨어져 바닥에 고꾸라졌다.형수는 얼른 놈을 타고 올라 양 볼을 철썩철썩 때렸다.진용진의 입에서 연신 악악거리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형수는 한참 동안 놈의 뺨을 때리다가 힘이 달리자 그제야 동작을 멈췄다.“개자식, 감히 나를 노려? 죽고 싶어?”진용진은 그제야 나와 형수한테 제대로 당했다는 걸 눈치채고 이를 갈며 나를 노려봤다.“정수호, 이 개자식이. 감히 나를 갖고 놀아?”나는 진용진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너를 갖고 놀지 않으면 누구를 갖고 놀아? 감히 네 주제에 우리 형수를 넘봐?”내 발에 걷어차인 진용진의 얼굴은 순간 퉁퉁 부어올랐다. 하지만 놈은 여전히 불복하는 표정이었다.“나더러 ‘감히’라고 한 거야? 그러는 넌 자격이 있고? 진동성이 없으면 지금의 너도 없었을 거면서, 은인의 여자랑 뒹군 주제에 넌 뭐 좋은놈인 줄 알아?”진용진의 말에 나는 조금도 화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냉소를 띤 채 놈을 또 한 번 걷어찼다.옆에서 지켜보던 형수는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수호 씨,
‘게다가 그렇게 분 냄새 심한 여자를 어떻게 형수와 애교 누나와 비교해?’나는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겉으로는 동의하는 척 연기했다.“그래. 약속할게.”우리는 대화를 끝내고 각자 위치로 돌아갔다.자리에 돌아오자마자 형수와 애교 누나는 내가 진용진과 무슨 대화를 했는지 물었다.나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형수, 이따가 저 협조해 줘요. 이따가 저 개자식을 사람 없는 곳으로 유인한 뒤 죽사발을 만들 거거든요.”형수는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됐어요. 진용진은 미친놈이나 다름없어요. 저런 자식을 때리면 오히려 수호 씨를 물려고 들지도 몰라요.”“전 두렵지 않아요. 저 자식이 감히 형수를 희롱하는데, 이번에 제대로 혼 내주지 않으면 이 화를 도저히 가라앉힐 수 없어요.”형수는 여전히 고민했다.그때 애교 누나가 맞장구치며 말했다.“태연아, 난 이번에 수호 씨 편이야. 저런 쓰레기는 제대로 혼내줘야 해. 그리고 너도 동생 대신 복수하고 싶지 않아?”애교 누나의 말에 형수는 마음이 흔들리는 듯했다.“그럼 이렇게 해요. 이따가 형수가 저를 협조해서 취한 척하면 제가 형수를 끌고 사람 없는 곳으로 갈게요. 그리고 저 자식을 유인하면 돼요.”“하, 알았어요.”형수는 끝내 동의했다.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그 사이, 나와 형수는 끊임없이 술을 들이켰다. 물론 형수가 마신 건 모두 음료수였지만.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자 형수는 기회를 봐서 취한 척 연기했다.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애교 누나, 누나는 먼저 돌아가요. 전 형수 먼저 데려다줄게요.”애교 누나는 내 연기에 협조했다.“그래요. 난 먼저 가볼 테니 두 사람 조심해요.”애교 누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고, 나 역시 형수를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그 사이 형수는 일부러 내 품에 쓰러졌다. 순간 말캉한 몸이 내 가슴에 찰싹 붙어 왔다.형수는 일부러 내 가슴을 꼬집었다.“나쁜놈. 수호 씨 진심으로 나 도와주려는 거예요? 아니면 이 기회에 나를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