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는 게 맞을까?만약 두 사람과 손을 잡으면 자금을 모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덜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해진과 김진호가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와 민우 피만 쪽쪽 빨아먹을 수도 있었다.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거절했다.“됐어. 너무 교활한 사람과 손잡으면 우리한테 남는 게 없을 수도 있어.”“에이, 그러지 말고. 손잡으면 당연히 파트너지. 내가 어떻게 두 사람을 모해하겠어?”주해진은 정말 우리와 손잡고 싶은 모양인지 간절한 모습을 보였다.사실 솔직히 주해진을 완전히 거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그와 협력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상대가 자세를 낮출수록 우리가 상대를 주무를 수 있고, 가장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까.때문에 나는 손을 저으며 귀찮은 척했다.“됐어. 그만 말하고 얼른 가. 난 당신 같은 사람은 안 믿어.”“수호 동생, 나 진짜 진심이라니까.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나는 여전히 주해진을 무시했다.그러자 주해진은 조급해했다.“대체 어떻게 해야 믿어줄 건데? 우리 계약서라도 쓸까? 계약서에 똑똑히 적으면 되잖아.”내가 여전히 떠나려 하자 주해진은 다급히 나를 붙잡았다.“멈춰 서서 내 말 좀 들을 수 없어?”나는 그제야 멈춰 서서 되물었다.“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천수당에 문제 생겼지?”주해진은 나한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그 모습에 나는 이내 냉소를 지었다.“실제 상황도 알려주기 싫으면서 손잡자고? 저리 꺼져.”내가 또 떠나려 하자 주해진은 다급히 말했다.“그래, 말할게. 애초에 천수당을 손에 넣으려고 내가 대출을 좀 섰거든. 김진호 그 자식이 무조건 손님을 빼돌려 천수당을 흑자로 만들겠다고 해서.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록 일전한 푼도 벌지 못했어.”“이대로 가면 절대 안 돼. 무조건 살려내야 해. 난 한의학을 잘 모르니까, 두 사람이 합류하면 어떻게 경영하고 운영할지, 뭘 어떻게 팔아야 할지 알 거잖아. 그건 전적으로 두 사람한테 맡길게.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기
주해진이 떠난 뒤 민우는 내 생각을 물어봤다.나는 사실 아무 생각도 없었다.“협력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급할 거 없어. 저쪽에서 버티지 못하면 우리가 그때 천수당을 인수하면 그만이니까.”민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마를 바라봤다.“그 자식 말에 하마터면 줏대 없이 굴 뻔했어. 그러데 네 그 말 한마디만 있으면 나도 마음 놓여.”“사실 급할 거 없어. 뭐가 됐든 뭐든 정 사장님이 나은 뒤에 생각해야 해.”나도 그저 대략적인 생각만 있을 뿐, 아직 어떻게 실행할지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주해진이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다.나는 더 이상 그 일을 생각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했다.어찌 됐든 주해진이 소란 피우러 찾아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었다.퇴근 후, 나는 민우더러 내 차를 타고 돌아가라고 하고 나는 택시를 타고 사모님 댁으로 향했다.오늘 출근할 때 사장님이 특별히 자기 차를 내어주면서 앞으로 출퇴근할 때 사용하라고 했다.원래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가 사장님을 대표하고 있기에 계약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 잦았다. 그런데 고작 몇천만 원짜리 차를 운전하는 건 신분에 맞지 않았다.게다가 매일 밤 민우를 먼저 집에 바래다주는 것도 조금은 번거로웠다.사모님 댁에 도착했더니 사모님은 사장님 다리를 마사지해 주고 있었다. 오랫동안 누워 있으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기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했다.사모님은 오늘 베이지색 슬립을 입고 있었는데 무척 우아해 보였다.게다가 매일 다른 스타일을 입을 정도로 많은 슬립을 갖고 있다는 게 감탄스러울 정도였다.나는 오늘 약재를 구매한 상황을 사장님께 보고드렸다. 물론 주해진이 찾아왔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업무 보고를 마친 뒤, 나는 오늘 약욕을 할 약재를 준비하고 사장님을 안으로 옮겼다. 그러고 사모님이 안에서 사장님을 돌보자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었다.어젯밤 그런 일을 겪은 터라 나는 또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을까 봐 거실에 앉아 있지 않았다.침대에 누웠는데도 내
“유미야, 나 혼자 몸 좀 담글 테니까 넌 가서 휴식해.”사장님은 마지 못해 사모님 손을 놨다.그러자 사모님 얼굴에 이내 쓸쓸한 표정이 드리우더니 눈시울을 붉힌 채 욕실을 나왔다.그 틈에 나는 얼른 내 방에 숨어 들었다. 하지만 나 역시 마음이 심란했다. 심지어 손에는 아직도 사모님 부탁으로 사온 팬티가 들려 있었다.아까부터 나는 팬티를 건넬 기회만 노렸는데 지금 갈지 말지 고민됐다.‘지금 가면 너무 이상하지 않을까?’하지만 사모님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나는 걱정이 앞섰다. 결국 이를 악무로 사모님에게 다가갔다.“사모님, 이건 사모님이 부탁했던 팬티예요.”나는 당당하게 팬티를 사모님께 건넸다. 그러자 사모님은 얼른 눈물을 닦고는 그걸 건네받았다.“고마워요. 얼마예요? 이체할게요.”“필요 없어요. 얼마 하지도 않는데요.”“그래도 안 돼요. 이런 은밀한 물건을 어떻게 수호 씨한테서 받을 수 있어요? 남편 돌보느라 밖에 나가지 못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부탁 안 했어요.”사모님 말에도 일리가 있어 나는 얼른 대답했다.“1만 9천 원이요.”사모님은 얼른 나한테 돈을 이체했다. 사실 여기까지 했으면 떠나는 게 맞지만, 눈물범벅이 된 사모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러자 사모님은 멍하니 나를 보더니 이내 흠칫 놀라며 내 손을 뿌리쳤다.“뭐 하는 거예요? 수호 씨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나도 적지 않게 놀라 얼른 설명했다.“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사모님이 울고 계셔서 눈물을 닦아준 것뿐이었어요.”사모님은 여전히 어두운 안색으로 나를 노려봤다.“수호 씨가 내 눈물을 왜 닦아줘요? 수호 씨가 무슨 신분인데요? 무슨 자격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어요?”사모님의 말은 나를 쿡쿡 찔렀고 갑자기 뿌려진 찬물처럼 번쩍 정신이 들게 했다.그동안 사모님은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여자라고 생각해 나도 모르게 선 넘는 짓을 해버렸다.그런데 사모님이 냉담한 표정으로 나한테 호통치고 나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
나는 순간 굳어버려 다급히 사장님을 설득했다.“왜 그렇게 생각하세요?”사장님은 한숨을 푹 쉬었다.“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내 몸은 내가 잘 알아.”사장님은 심지어 이틀 동안 사모님이 저한테 관계를 요구한 사실까지 말했다.그걸 듣는 내내 나는 낯이 뜨거워 붉게 달아올랐지만 한편으로 두 사람이 안타까워 연신 탄식했다.정 사장님도 노력하고 싶어 했지만 기운이 없으니 몸이 따라주지 않는 모양이었다.사장님이 이렇게 솔직히 말했는데, 내가 부끄럽다고 우물쭈물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었다.“사장님 몸은 지금 너무 허약해요. 하지만 병세만 안정되고 약물치료로 조절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어요. 방금 저한테 한 말은 사모님한테 절대 하지 마세요. 이게 사모님을 위한 거라고 생각되겠지만, 사실은 그분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거나 다름없어요.”“두 분 사이가 그렇게 좋은데 부부관계가 순조롭지 못하다고 사모님을 다른 남자한테 양보할 생각이에요? 사모님이 그런 여자 같아요?”사장님은 고래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 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하지만 너무 미안해서...”“미안하면 몸조리에 더 신경 써야죠.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일찍 포기하세요?”이건 비록 사장님을 꾸짖는 말인 듯해도 사실은 사장님을 위해서 한 말이었다.안 그래도 병마에 시달려 부정적인 생각과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는 환자인데, 이대로 가면 좋은 일이 아니기에 제때 바로잡아야 한다.“하, 오랫동안 앓더니 이젠 머리도 안 돌아가는 것 같아.”사장님은 한숨을 푹 쉬었다.“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은 억제할 방법을 찾았잖아요. 꾸준히 치료에 협조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얘기해요.”“알았어.”약욕을 끝낸 뒤, 나와 사모님은 함께 사장님을 방으로 부축해 갔다.그 과정에 사모님은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아직 나한테 화가 풀리지 않은 듯했다. 때문에 나도 일부러 다가가지 않았다.사장님을 침대에 눕혀 놓은 뒤, 나는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사모님이 항상 나한테 다정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나한테 호감을 살 필요가 없으니까.내가 주제도 모르고 잘난 척한 거다.나는 한숨을 푹 쉬며 잘 준비를 했다.그때, 밖에서 갑자기 도어락 소리가 들렸다.이 시간에 돌아오고 사모님 집 비번을 알고 있는 사람은 윤미화밖에 없었다. 아침에 잔뜩 신이 나서 가버려 오늘 밤은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윤미화는 들어오자마자 내 방으로 직행했다.“정수호, 일어나.”나는 문을 열고 멍하니 윤미화를 바라봤다.“왜 그래요?”“뭐 하나만 물어볼게.”윤미화는 무척 화나 보였다.그 모습에 나는 오히려 어리둥절했다.“뭔데요? 물어봐요.”“만약 수호 씨한테 여자친구가 있다면 둘이 할 때 수호 씨가 더 적극적이야? 아니면 여자 친구가 더 적극적이야?”‘어...’‘뜬금없이 이건 뭔 뚱딴지같은 질문이지?’나는 무의식적으로 안방 쪽을 흘긋거렸다. 우리의 대화를 두 분이 들을까 봐, 나는 얼른 윤미화를 방 안으로 들였다.그랬더니 윤미화는 씩씩기거리며 내 침대에 털썩 앉았다.“윤 사장님, 혹시 남편 분과 싸웠어요?”“우선 내 질문에 대답해.”윤미화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결국 나는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이건... 절대적인 게 아니죠. 하지만 저라면 당연히 서로 마음이 맞아 협조하는 게 좋죠. 그래야 서로 기쁠 테니까요.”“그럼 수호 씨는 여자가 적극적인 게 좋아?”윤미화는 계속해서 물었다.솔직히 적극적인 여자라면 당연히 좋았다.지금껏 만난 누나들 중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애초에 형수님이 먼저 나를 꼬시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아마 동정 딱찌를 떼지 못해 매번 스스로 해결해야 했을 거다.게다가 적극적인 여자는 더 농염하고 섹시하고 재미있다.내 말을 들은 윤미화는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그런데 우리 남편은 왜 내가 적극적인 걸 싫어하지? 내가 오늘 아침 유미한테서 계발을 받아 집에 가서 남편을 꼬셨는데, 그 인간이 뭐라는 줄
나는 윤미화와 끝도 없이 얘기하고 싶지 않아 또다시 축객령을 내렸다.“얼른 나가요. 저 이제 잘래요. 이따가 사모님 깨겠어요.”“안 가. 나 지금 심란하니까 나랑 얘기 좀 해.”“이봐요, 누님. 내일 일 안 해요?”내 말에 윤미화는 내 귀를 잡아당겼다.“누구더러 누님이래?”‘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나보다 나이 많은 거 맞으면서.’하지만 귀가 잡힌 상황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었기에 나는 어른 말을 바꾸었다.“동생. 동생. 우선 손부터 놓고...”“누가 동생이야? 어디서 은근슬쩍 말 놓으려고.”‘어떻게 하든 결론은 다 내 잘못이구나.’“사랑하는 윤 사장님, 자비를 베풀어 손 좀 놔주실 수 있나요? 제 귀가 떨어질 것 같아요.”나는 헤실 웃으며 윤미화의 눈치를 살폈다.그제야 윤미화는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흥. 여기가 내 동생 집만 아니었으면 수호 씨 거시를 뽑아버렸을 거야.”‘헉, 너무한 거 아니야?’내 인식은 또다시 뒤엎어졌다.평소 그렇게 농염하고 관능적이던 사람이 이렇게 사나울 수가.역시 여자는 알다가도 모를 동물이다.“남편분이 왜 그런대요?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아내가 적극적이길 원하는데, 복에 겨워 행복한 줄도 모르나 봐요.”나는 계획을 바꾸어 윤미화 남편을 헐뜯으며 내가 윤미화 편이라는 걸 어필했다.그제야 윤미화는 태도가 조금 누그러들었다.“우리 남편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매번 본인이 위를 차지하고 난 절대 위에 있지 못하게 해.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면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해.”“그것만 놓고 보면 확실히 문제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마도 주도권을 쥐기 좋아할지도 모르죠. 남편분 혹시 통제욕이 강한 사람이에요?”“맞아. 워낙 성격이 그래. 남을 통제하기 좋아하거든.”“그럼 맞네요 통제욕이 강한 남자는 원래 그래요. 어쩔 수 없어요. 참을 수밖에.”윤미화는 이내 나를 째려봤다.“지금 나더러 평생 이렇게 살라고?”“어... 결혼해서 지금까지 잘 지냈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문제 생겼
나는 차를 몰고 화인당에 도착했다.내가 사장님의 차를 타고 온 걸 보고 다들 내가 사장님의 심복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사실 나는 이런 게 좋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혼자 나가서 일할 때 어려울 테니까.“다들 그만 놀려요. 제가 몰고 다니던 차는 수리해도 영 별로라서요. 지금은 제가 사장님과 화인당을 대표하는데, 제가 그런 차를 타고 다니면 체면이 깎일까 봐 사장님이 빌려주신 거예요. 사장님이 돌아오면 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요.”내 말에 고참 직원들이 마음을 놓았다.이제 막 들어온 지 몇 달도 안 된 신참이 매일 미녀한테 둘러싸이는 것도 모자라, 사장님의 특별 대우까지 받으면 고참 직원들이 불만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신분을 낮추니 그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동료들은 다시 웃고 떠들며 자기가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10시가 넘을 때쯤 형수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수호 씨, 오후에 나랑 애교가 수호 씨네 사장님 뵈러 갈 거예요.]“애교 누나요? 애교 누나랑 같이 가요? 정말이에요?”애교 누나도 함께 온다는 소리에 나는 마음이 설렜다.형수는 웃으며 말했다.[수호 씨가 애교 보고 싶어할 줄 알고, 내가 일부러 애교 본가까지 찾아가서 불러냈어요.]“그럼 누나네 부모님은 뭐라고 안 해요?”[애교를 불러낸 게 수호 씨도 아니고 나잖아요. 그런데 뭐라고 하겠어요? 그냥 저녁에 일찍 돌려보내라고만 했어요.]“형수, 고마워요.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고.”나는 형수한테 너무 고마웠다.그러자 형수가 대답했다.[고마울 거 뭐 있어요? 두 사람을 돕는 건 나를 돕는 거나 다름없어요. 난 평생 새장에 갇힌 새처럼 밖을 나갈 수 없으니까 두 사람이라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형수, 그런 말 마세요. 새장에 갇힌 새라고 해도 형수는 즐겁게 지내야죠.”나는 얼른 형수를 위로했다.그러자 형수가 말을 이었다.[나도 다 알아요. 위로해 줄 거 없어요. 우리가 오후에 수호 씨 찾으러 갈게요. 애교랑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형수는 나와 애교 누나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거였다.형수가 떠난 뒤, 나는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를 와락 끌어안고 강하게 키스를 갈겼다.“애교 누나, 너무 보고 싶었어요.”애교 누나는 내 키스에 얼굴이 발그스름해져 부끄러운 듯 말했다.“그래요? 어디가 보고 싶었는데요?”“어디든요.”고작 몇 번 키스한 것뿐인데 나는 몸이 달아올랐다.역시 애교 누나의 매력은 너무나도 컸다.내 변화를 느낀 애교 누나는 얼굴이 더 상기되었다.“수호 씨 나빴어요. 자꾸 찌르지 마요.”나는 누나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저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누나가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이 근처에 호텔이 있던데 우리 호텔에 잠깐 들를까요?”애교 누나는 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았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방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서로를 껴안았다.오랜만이라 나와 애교 누나 모두 감정을 쉽사리 억제하지 못했다. 우리는 마치 영영 헤어지지 않을 것처럼 오랫동안 키스했다. 옷을 한 벌 한 벌 벗기다 보니 익숙한 몸이 눈에 들어왔다. 백옥 같은 몸을 보니 오랜만에 따스함과 즐거움이 느껴졌다.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누나를 탐했다. 심지어 매번 1시간씩 지속했다.애교 누나는 몇 번이나 절정에 달했다. 정사가 끝난 뒤 나는 애교 누나를 꼭 껴안았다.“애교 누나, 그동안 잘 지냈어요? 누나 아빠가 그동안 누나를 난처하게 굴지는 않았어요?”애교 누나도 나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괜찮았어요. 난처하게는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만나는 건 계속 반대했지만. 한 번은 수호 씨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는데, 혹시 만났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만났어요. 저더러 누나를 포기하라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 계약을 맺었어요. 1년 안에 제 성과가 왕정민을 뛰어넘으면 우리를 갈라놓지 않겠댔어요.”“그건 너무 어렵잖아요. 왕정민이 전승빈 도움으로 회사를 더 키웠다고 하던데.”애교 누나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누나가 나를 걱정하는 걸 알았기에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