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밤 11시.형님 집 아래에 있는 공원에서 야간 러닝을 하던 중, 풀숲 속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진동성, 설마 안 되는 거야? 집에서는 느낌 안 산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더니, 왜 아직도 안 돼?”‘저거 우리 형수님 목소리 아니야?’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여자가 내 형수님 고태연이라는 걸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는 밥 먹으러 간다고 했는데? 왜 공원 풀숲에 있는 거지?’여자 친구는 한 번도 안 사귀어 봤지만 동영상은 그래도 많이 봤다고 자부하기에, 나는 곧바로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님이 이런 스릴을 좋아할 줄은 몰랐네. 그것도 공원에서.’순간 몰래 엿듣고 싶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었다.형수는 얼굴도 예쁘장한데 몸매는 더 끝내준다. 그런 형수의 신음소리라니 이건 꿈에 그리던 일이었다.살금살금 수풀 쪽으로 걸어가 몰래 머리를 내밀었더니 형수님이 형 위에 앉아 있었다. 물론 나를 등지고 있었지만 등 라인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순간 입이 바싹 마르고 아랫배에 열기가 올라왔다.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형수님 앞에서 형은 영 맥을 못 췄다.“태연아, 나 여전히 안 되는데.”그 말에 형수가 버럭 화를 냈다.“약도 없네, 정말. 이제 고작 서른다섯이면서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 안 서면 싸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무것도 없으면 애는 어떻게 가져? 계속 이러면 나 다른 사람 만난다? 당신은 애 싫을지 몰라도 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잔뜩 화가 난 형수가 바지를 입고는 수풀 밖으로 걸어 나오자 놀란 나는 헐레벌떡 도망쳤다.집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쾅’ 닫히는 문소리에 내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깜짝 놀랐네. 형과 형수님 사이가 이렇게 안 좋을 줄이야.’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욕구가 많아진다더니 형수님도 욕구 불만인 게 틀림없었다. ‘하긴, 형처럼 비실비실한 몸으로 형수님을 어떻게 만족시키겠어?
“애교야, 왔어? 얼른 들어와.”내가 한참 답답해하고 있을 때, 형수가 다가와 낯선 여자를 친절하게 맞이했다.여자는 형수의 초대로 곧장 집 안에 들어섰다.그러자 형수가 우리를 소개했다.여자는 형수의 친한 친구인데, 이름은 이애교,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애교야, 이 사람은 동성 씨와 같은 마을에 살던 동생이야, 정수호라고, 어제 왔어.”애교라는 여자는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빙그레 웃었다.“동성 씨한테 이렇게 어리고 잘생긴 동생이 다 있었어?”“수호 씨 이제 막 대학 졸업했어. 그러니 당연히 젊지. 젊을 뿐만 아니라 엄청 튼실해.”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형수의 마지막 한마디는 무척 의미심장했다. 심지어 눈길마저 내 아래를 흘끗거렸다.그 동작에 나는 더 불편해졌다.그때, 애교 누나가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물었다.“태연아, 네가 말했던 마사지사가 설마 이 사람이야?”“맞아. 수호 씨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한테 마사지를 배웠대. 솜씨가 엄청 좋아.”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나를 봤다.“아까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사실 내 친구가 허리와 척추가 아프다고 해서요. 가끔 가슴도 답답하대요. 원래는 한의사를 불러 마사지 좀 받게 하려고 했는데, 수호 씨가 마침 마사지할 줄 알잖아요. 그래서 한번 받아보게 하려고요.”‘그런 거였군.’나는 단번에 승낙했다.‘형과 형수가 나를 이곳에서 머물게 해주고 일자리도 알아봐 줬는데, 이런 일 정도야 당연히 도와야지.’그때, 애교 누나가 부끄러운지 형수를 옆으로 끌고 갔다.“이건 좀 아니지 않나? 너무 젊은데?”“젊은 게 뭐 어때서? 젊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 젊어야 힘이 좋고, 그래야 너 같은 유부녀를 편하게 모실 수 있잖아.”“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혔다.그러자 형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농담이야. 네가 그쪽으로 생각하니까 그렇지. 솔직히 말해봐, 네 남편 반년 동안 집에 안 왔는데, 그동안 하고 싶지 않았어?”“너 계속 이러면
나는 마치 나쁜 짓을 한 어린애처럼 벌떡 일어났다.“형수님, 형수님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애교 누나도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지어 양 볼은 어느새 사과처럼 빨갛게 무르익었다.“태연아, 그런 거 아니야. 나랑 수호 씨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가슴이 답답해서 마사지해 준 것뿐이야.”애교 누나가 구구절절 설명하자 형수가 피식 웃었다.“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긴장해? 아니면 나 몰래 정말 나쁜 짓이라도 했어?”나와 애교 누나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그와 동시에 당혹스러웠다.‘내가 감히 형수님 친구를 어떻게 하려 하다니, 만약 형수님이 알면 분명 쫓아낼 거야.’그때 애교 누나가 안절부절못하더니 일이 있다는 핑계로 서둘러 집을 나갔다.형수는 그런 애교 누나의 뒷모습을 보며 멍해 있다가 한참 뒤에 나를 보며 물었다.“수호 씨, 내 친구 어떻게 같아요?”“네?”형수한테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말까지 더듬었다.“좋죠.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좋잖아요.”“그럼 내 친구 꼬시라고 하면 그럴 의향 있어요?”형수의 말에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마음도 혼란스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문제는 형수가 방금 내가 형수 친구를 어떻게 해보려던 걸 발견하고 일부러 떠보는 것일까 봐 걱정되었다.내가 긴장하고 있을 때, 형수가 내 팔을 잡으며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긴장할 거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돼요.”“형수님, 저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애교 누나는 형수님 친구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감히라고요? 아래가 이렇게 단단해졌으면서.”형수는 내 아래를 흘긋거리며 말했다.순간 너무 쪽팔리고 난감해 나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와, 사이즈 보통 아니네요.”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내 아래를 본 순간 형수의 눈빛이 변했다.그때 형수가 말을 이었다.“나 농담 아니에요. 애교와 잠자리를 가져요. 형 도와주는 셈 치고.”‘뭐지? 애교 누나와 자는
팬티는 부드럽고 나른한 데다 심지어 형수의 냄새까지 배어 있었다.손에 감각이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아침에 몰래 엿들었던 소리가 뇌리에 재생되며 점차 흥분되었다.‘형수와 뭘 진짜로 할 수는 없지만 팬티로 상상하는 건 괜찮잖아.’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벨트를 풀고 팬티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내 손이 아래에 닿으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렸고,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대로 뿜을 뻔했다.‘집에 나와 형수님 둘뿐이니 노크한 사람은 형수님이겠지?’나는 서둘러 그 팬티를 꺼내 목욕 타월 선반 위에 올려다 놓고 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형수님, 왜 그러세요?”“수호 씨, 안에서 무슨 나쁜 짓 했어요?”‘이런 말을 묻는다고?’“네? 아, 아니요.”나는 찔려서 말을 더듬었다.“그런데 왜 그렇게 떨어요?”형수의 한마디에 나는 가슴이 철렁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형수가 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해도 본인과 나는 안 된다고 명확히 말했는데, 만약 내가 형수의 팬티를 가지고 그런 짓을 한 걸 들키면 내가 본인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해 쫓아내면 어떡하지?’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는 애써 설명했다.“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가 아파서 식은땀이 난 것뿐이에요.”“갑자기 식은땀이 왜 나요? 혹시 어디 아파요?”형수는 이내 나를 걱정했다.“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좀 불편해요.”“문 좀 열어봐요. 어디 봐봐요.”“이, 이제 괜찮아요.”“내외할 거 뭐 있어요? 수호 씨 내 눈에는 아직 애예요. 그러니 얼른 문 열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실망감이 휘몰아쳤다. ‘내가 형수님 눈에 고작 애였다니. 어쩐지 내 앞에서 거침없더라니. 나는 그런 상대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나 보네.’나는 허리를 숙여 화장실 문을 열었다. 형수는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목욕 타월을 놓은 선반 위를 확인했다.나는 마음이 찔려 형수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그때 형수가 선반 쪽으로 걸어가더니 나한테 웃으며 물었다.“혹시 내 팬티 건드렸어
애교 누나는 팬티를 벗어 가방 안에 넣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창밖을 내다봤다.하지만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고, 긴장했는지 두 다리를 꽉 붙이고 있었다.나는 백미러로 그 과정을 전부 눈에 담았다.수줍어하고 불안해하는 애교 누나의 모습은 너무 매력적이었다.특히 두 다리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형수 정말 대박이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애교 누나가 저런 행동을 했지?’웅웅-그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 확인해 보니 형수가 보낸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봤어요?]나는 너무 흥분하고 설레는 마음에 뭘 말해야 할지 몰라 싱긋 미소를 날렸다.그러자 형수의 문자가 또 날아왔다.[애교도 수호 씨처럼 부끄러운가 봐요. 하지만 내가 천천히 마음을 열게 할 테니까 기회 잡아요.][네.]답장을 보내고 나니 심장이 더 두근거렸고 가슴이 벅차올랐다.‘형수 진짜 대박이네.’쇼핑몰에 도착하자 형수는 자꾸만 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자꾸만 피하는 애교 누나 때문에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그러다 잠깐 휴식하는 사이, 애교 누나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형수가 내게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기회를 그렇게 많이 만들어줬는데 왜 접근하지 않아요?”“형수님, 저도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애교 누나가 자꾸만 일부러 저를 피해요. 제가 본인한테 딴마음 품고 있다는 걸 의심하는 것 같아요.”“그게 접근한 거예요? 아침에 배웠잖아요. 여자를 상대할 때 너무 선비처럼 굴면 안 돼요. 애교가 멀리하면 수호 씨가 가까이 가야죠.”“애교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안 할 거예요? 강제로라도 해야죠. 남자는 남자답게 먼저 대시해봐요. 남자다운 모습 보여줘야죠. 그러다가 슬쩍 건드리면 애교도 서서히 넘어갈 거예요. 그렇게 안 하면 수호 씨 같은 굼뜬 성격에 언제 애교를 손에 넣겠어요?”이 방면에서 내가 좀 뻣뻣한 건 확실하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만 하느라 여자애를 사귈 생각도 못 했으니 성숙한 유부녀는 더 알 리 없다.나는 알 듯 말 듯해 고개를 끄
“아...”아까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 들지 않아 한참은 더 걸려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애교 누나가 나를 몰래 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 왠지 모르게 흥분되고 짜릿해 그대로 뿜어버렸다.방금 전 바지를 벗은 탓에 다행히 바지는 더럽혀지지 않았지만 운전석은 엉망이 되어버렸다.그걸 확인하니 당황함이 밀려왔다.형수한테 이걸 들키면 아마 쪽팔려 죽을 수도 있다.심지어 이건 형수가 가장 좋아하는 차다어제 동성 형과 함께 나를 픽업하러 왔을 때도 동성 형은 운전대도 잡지 못하게 했었다. 동성 형의 말에 의하면 이건 형수가 직접 산 차인데 고를 때도 엄청 오랫동안 골라 무척 아낀다고 했다.나는 다급하게 조수석에서 휴지를 꺼내 깨끗이 닦았다.하지만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이따가 식사 마치고 올 때까지 마를지도 걱정이었다.‘만약 흔적이 남으면 정말 곤란한데.’‘형수는 분명 나더러 학습하라고 했는데 내가 본인이 아끼는 차에서 이런 짓을 한 걸 알면 화내겠지?’얼른 차를 정리한 뒤 나는 나 자신도 정리했다.하지만 한참 동안 차에 앉아 내리지 않았다.나는 편해졌다지만 이대로 올라갈 수 있을지, 특히 애교 누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걱정되었다.그리고 아까 서로 눈이 마주친 장면을 떠올리니 쪽팔리고 난처했다.‘애교 누나한테 그런 짓을 들켜 버리다니 나를 변태라고 생각했겠지?’안 그래도 나를 일부러 피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으니 형수한테 일러바칠 게 뻔했다.게다가 형수는 계속 나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모든 게 나 때문에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고 난감했다.‘지금 절대 올라갈 수 없어.’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나는 끝내 형수에게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애교 누나가 어떤 상태인지도 살필 겸.그리고 잠시 뒤, 형수의 답장을 받았다.[애교는 뭐 좀 가지러 간다고 내려간 뒤로 아직 안 돌아왔어요. 그래서 마침 물으려던 참이었는데, 혹시 애교 못 봤어요?]형수의 문자를 보니 나는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아까부터 지
“그래, 휴식해.”형수가 전화를 끊자 나는 다급히 물었다.“애교 누나가 뭐라는데요?”형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무 말도 안 하려고 해요. 몸이 불편해서 휴식하러 돌아갔다고만 하지.”그 말을 들으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휴, 다행이다.”그런데 형수가 내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다행이라니요?”“애교 누나가 아무 말도 안 했으니 제가 난감해할 필요는 없잖아요.”“애교가 말 안 한다고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돼요? 잘 들어요. 애교가 말 안 할수록 그 일이 애교의 머릿속에 더 깊이 박힐 거라고요. 심지어 매번 만날 때마다 수호 씨가 차에서 했던 짓이 떠오를 거고.”형수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이건 내가 무심코 형과 형수가 그런 짓을 한 장면을 봤을 때와 같다.매번 형수가 나한테 애매한 행동을 할 때마다 형수가 내 침대에 있는 장면이 떠오르니까.나는 다급하게 물었다.“그럼 어떡해요?”형수는 잠깐 생각하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애교는 입이 엄청 무거워요. 그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하려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여자가 입도 열기 싫어하는데 몸은 어떻게 열겠어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써 봐야겠어요.”“무슨 방법이요?”“애교가 천천히 덫에 걸리게끔 유도해야죠.”형수는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어리둥절했다.그런데 형수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우선 밥부터 먹어요. 이따가 천천히 가르쳐 줄게요.”형수는 나를 배불리 먹이려고 많은 음식을 주문했다.그러면서 방금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을 테니 몸보신 하라고 했다.“내가 영상 보내준 건 학습하라고 보낸 거지, 그걸 낭비하라고 보낸 게 아니에요. 앞으로 혼자 하지 마요. 정 참기 힘들면 내가 도와줄게요. 알았어요?”나는 순간 흥분을 감출 수 없어 어떻게 도와줄 건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형수가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는 건 나에게 서프라이즈를 줄 거라는 생각에 묻지 않았다.그 대신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요.”그 뒤로 형수가 나에게 음식을 짚어 주었지만 나는
나는 순간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매번 형수가 나를 건드릴 때, 나는 한 번도 반항한 적 없는데, 이번에는 좀 반항해 볼까 하는 생각.‘형수가 자꾸만 나더러 마음을 열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 시도해 볼까?’나는 바지를 반쯤 올리고 형수를 보며 말했다.“형수, 나 지금 불편한데, 예전에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말을 마친 순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처음으로 형수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거라 불안감이 몰려왔다.“나 아직 저녁해야 해요.”형수는 의외로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말했다.그 모습에 나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직접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다는 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뜻이기에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괜찮아요. 이따가 씻으면 되잖아요.”나는 말하면서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의 손은 너무 부드러워 마치 뼈가 없는 것 같았다.처음으로 여자의 손을 만져보는 거라 나는 조마조마했다.형수는 거절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이러니 형수가 형한테 만족하지 못해 다른 남자라도 원하는 거라는 의심마저 들었다.나는 더 용기를 내어 형수의 손을 내 아래에 갖다 댔다.그러면서 형수가 나를 도와준다면 무척 행복할 거라는 상상을 했다.하지만 내가 이런저런 상상에 빠져 있을 때, 형수가 갑자기 다른 손으로 나의 이마를 튕겼다.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수호 씨, 설마 정말로 내 손을 빌리려는 건 아니죠?”다시 원래 모습대로 돌아온 형수를 보며 나는 실망하며 다급히 손을 놓았다.확실히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형수의 반응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어 나는 대뜸 거짓말했다.“아,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그럼 방금 왜 내 손을 그곳에 갖다 댔는데요? 그러면서 아니라고 발뺌할 거예요?”형수는 내 눈을 응시했다. 하지만 나는 형수의 눈을 피하며 얼굴을 붉혔다.그때 형수가 갑자기 내 얼굴을 잡으며 제 쪽으로 돌렸다.“수호 씨, 그러고 싶으면 그러고
하지만 지금, 누군가 그 균형을 깨고 싶어 한다. 게다가 정 사장님은 지금 제 코가 석 자라 조만간 그 균형은 깨질 거다.나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 업계는 물이 너무 깊어 내가 낄 수 있는 게 아니다.그날 오후 퇴근 시간이 다가왔을 때 주해진은 또 가게로 찾아왔다.그 순간 나와 민우는 바짝 경계심을 높였다.하지만 주해진은 그저 헤실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내가 말했잖아, 친구가 되고 싶다고.”민우는 콧방귀를 뀌었다.“그 말을 누가 믿어?”“이것 봐, 내가 선물도 가져왔는데. 이만하면 성의 표시는 충분하지 않나?”주해진은 슈트 차림에 가죽 구두를 신고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심지어 평소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똘마니들도 데려오지 않은 걸 봐서 소란 피우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대체 무슨 꿍꿍이야?”나는 오히려 주해진이 속 시원하게 목적을 말하기를 바랐다.그때 주해진이 선물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인맥도 내가 한 수 아래고, 실력도 내가 한 수 아래야. 그런데 내가 왜 주제도 모르고 소란 피우러 오겠어? 머리가 어떻게 된 것도 아니고.”“머리가 어떻게 된 거 맞는 거 같은데? 어젯밤, 그 사람들 부르면 안 됐어.”내가 남주 누나한테 도움을 청했을 때, 주해진은 나한테 뒷배가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사촌 형 말은 귓등으로 듣고 사람까지 불러 나를 처리하려 했다.이렇게 무모한 사람이 이대로 포기할 거라는 걸, 나는 절대 믿지 않는다.주해진은 또 헤실 웃었다.“여기 사람도 많은데, 우리 안에 들어가서 얘기할까?”주해진은 어제 자기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가게 사람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곧 죽어도 체면은 차려야 하는 작자였다.나는 결국 주해진의 체면을 차려주기로 결심하고 그를 데리고 뒤뜰로 향했다.그러자 민우는 내가 걱정됐는지 함께 따라왔다.주해진은 자세를 바짝 낮추었다.“어제 일은 내가 너무 충독적이었어. 두 사람이 그
하지만 내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사장님이 방금 한 말이다.나더러 서윤기의 말을 무시하고 화인당에 필요한 약재만 챙기라니?나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어느 정도 자초지종을 분석해 냈다.나는 사장님더러 몸조리에만 신경 쓰고 다른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고 다시 서윤기 앞으로 다가갔다.“다른 일은 우선 제쳐두고, 저는 화인당만 챙기면 될 것 같아요. 이건 정 사장님께서 나열한 목록이니 한번 봐주세요.”서윤기는 그걸 급히 확인하지 않고 여전히 나를 바라봤다.“수호 씨, 정 사장님이 요즘 상회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텐데 정말 고려해 보지 않을 겁니까?”“왜 저한테 그런 걸 묻죠?”“너는 장사꾼이라 이익만 따지지 정은 뒤로 하거든요. 저와 정 사장님이 다년간 협업해 온 건 맞지만, 정 사장님이 항상 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저희가 버는 게 크게 없어요. 오히려 가짜 약재를 파는 상인들이 저희보다 더 많이 벌어요.”“수호 씨가 정 사장님 손에서 상회 다른 회원의 소식을 알아내서 저한테 넘기면, 제가 이윤을 조금 넘길게요. 어때요?”나는 서윤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 사람 목적이 이것일 줄은 몰랐다. 이 틈에 가격을 올릴 작정이었다니.정 사장님이 서윤기와 협력하는 걸 봐서 강북의 대부분 약재는 모두 서윤기가 제공한다는 걸 알 수 있다.하지만 정 사장님도 대단한 분이기에 이런 사람한테서 약재 가격을 후려쳐 그동안 최저가로 거래해 온 거다.그런데 서윤기는 지금 욕심이 발동해 가격을 올리려는 속셈이었다.나는 정 사장님이 어떻게 하신 건지는 모르지만 너무 존경스러웠다.시장 규율은 한번 깨지면 혼란스러워진다. 심지어 야심 없는 약재상들이 그 틈에 파고들 수 있다.나는 절대 그런 죄인이 될 수는 없었다.“아무리 돈이 좋대도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야 한다고 했어요. 정 사장님이 저를 이렇게나 믿어주시고 저더러 서 사장님과 거래하라고 여기까지 보냈는데, 전 절대 정 사장님께 미안한 일은 할 수 없어요. 그리
‘그게 나라는 건가?’‘정 사장님이 나한테 유일하게 이런 중책을 맡겨 주셨다니.’나는 살짝 놀랐다. 그와 동시에 사장님이 나를 이렇게 믿어준다는 것에 감했다.그때 서윤기가 말을 이었다.“이 찻집에 대한 정보는 내가 일부러 흘렸어요. 때문에 강북의 약재 시장을 노리는 사람들이 요즘 계속 이곳에 진을 치고 있었거든요. 요즘 수호 씨를 찾아오는 사람이 아마 엄청 많을 거예요. 수호 씨가 그 유혹을 이겨내는 지가 관건이에요.”나는 그제야 충격에서 조금 벗어났다.“지금 그러니까 저한테 강북 시장 약재 관리를 맡기겠다는 말씀인가요?”이런 생각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걸 알지만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것뿐이었다.그러자 서윤기가 싱긋 웃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 상세한 건 저도 몰라요. 돌아가서 정 사장님께 물어보세요.”서윤기는 내 물음에 직접적인 대답을 주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내심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순되었다.궁금한 건 이렇게 큰 강북 시장에 자기만의 약재 관리 시스템이 있다는 거였고, 모순되는 건 정 사장님이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맡겨주면 나중에 민우와 어떻게 따로 일하는가 하는 거였다.하지만 지금 상황에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정 사장님은 나를 신임하는 만큼 중요한 일을 모두 나에게 맡겨 주었다. 그런데 내가 가면 화인당은 어떡하고 약재 시장은 또 어쩐단 말인가?만약 정 사장님이 정말 나에게 약재 시장을 맡겨줄 생각이라면, 이 일에 대해서 사장님과 제대로 얘기해 볼 필요가 있다. 절대 사장님을 실망하게 하면 안 되니까.“저 잠깐만 정 사장님께 전화 좀 하고 올게요.”내 말에 서윤기는 편한 대로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나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정 사장님께 전화해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사장님께 말씀드렸다.정 사장님 목소리는 약간 기운이 없었지만 내 질문에 답하는 건 문제없었다.“수호 씨, 사실 나도 회장 신분은 진작 내놓고 싶었는데 합당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서 그동안 미뤘던 거야. 상회는 우리 한약관 사장
그 말에 나는 더 멍해졌다.나는 정 대표님을 대신해 G시 약재상을 만나러 온 거다. 게다가 서윤기 말로는 이곳에 올 사람은 우리 둘뿐이라고 했다.서윤기는 G시 약재상이 맞고, 나도 정 대표님을 대신해 나온 게 맞는데 왜 상대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아니면 이 속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순간 일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해진 느낌이었다.내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진용진이 또 입을 열었다.“당신이 그 대표 맞지? 그쪽일 줄 몰랐네. 오늘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이 모두 돈 벌기 위해서니 예전 일은 없던 셈 치고 나랑 협업하는 거 어때?”“어떻게 협업할 건데?”“간단해. 강북 약재 시장을 나한테 조금 넘겨줘. 내가 더 싼 약재를 공급할 게. 그러면 그 마진이 남을 거 아니야.”진용진은 자기 목적을 말했다.그걸 듣자마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러니까 진용진은 나더러 품질이 떨어지는 약재로 대충 수량만 채우라는 뜻이었다.나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감정을 추슬렀다. 물론 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누군가 약재 시장을 노려 검은 돈을 벌려 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진용진을 바라봤다.“꿈 깨. 난 당신과 손 안 잡아.”진용진은 조급해하지도 않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쉽게 거절하지 말고. 내가 계산해줄 테니 잘 들어 봐.”진용진은 말하면서 펜과 공책을 꺼냈지만 나한테 제지당했다.“내가 말했지. 당신과 협업할 일은 없으니까 꺼지라고!”내가 싸늘한 태도로 거절하자 진용진도 이내 표정이 싹 바뀌었다.“돈 거저 준다는데 어디서 호의를 무시해?”“이거 불법이야. 한마디만 더 하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나는 상대의 협박에 넘어가지 않고 여전히 쌀쌀맞게 말했다.진용진은 그런 나를 한참 노려보다가 결국 헛웃음을 치더니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떠나갔다.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했다.여기 오기 전에 사장님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게 나에
“잘 생각해 봐요.”나는 더 이상 말을 아꼈다. 여기서 더 말하면 진짜 쓸데없는 참견하는 거니까.모태진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수호 씨 말은 잘 생각해 볼게요.”나는 모태진의 어깨를 툭툭 치고 일 보러 갔다.얼마 뒤, 화인당 매니저 오교준이 나를 찾아왔다.“수호 씨, 우리 가게 약재가 모자라서 얼른 재고 보충해야 해요.”이 일은 사장님이 진작 나한테 일러둔 적이 있다. 그러면서 나에게 상세한 과정과 공급업체 연락처를 주었다.그런 걸 보면 사장님은 정말 가게 전체를 나한테 맡긴 셈이다.한의관 잘 돌아가는지는 물론 운영을 잘하는 것과 상관있지만 그보다도 한약재의 품질이 더 중요하다.화인당은 줄곧 자신만의 루트가 따로 있는데, 화인당에 약재를 공급하는 건 G시에 있는 한 약재상이다.그 사장님 이름은 서윤기인데 정 사장님과 10년 넘게 거래해 왔다.정 사장님은 서윤기 사장의 연락처를 나한테 주며 나더러 직접 연락해 보라고 했다.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장님 사무실에 가 서윤기한테 전화했다.화인당 직원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라지만 그래도 사람은 늘 경계해야 한다. 얼마 뒤, 서윤기가 전화를 받았다.“정 사장한테서 들었어요. 늘 만나던 곳에서 만나서 얘기하죠.”“만나던 곳이 어디죠? 그건 사장님이 말씀 안 해 주셨거든요.”사장님이 나한테 말해주지 않는 게 아니라, 사실은 서윤기가 매번 약속 장소를 다른 곳으로 잡았다. 게다가 항상 두 사람이 직접 연락했었고.서윤기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순덕 찻집이라고 알아요?”“네.”“오후 두 시. 순덕 찻집에서 만나요.”서윤기는 말이 많지 않았다. 그저 약속 장소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나는 그냥 약재 공급업체일 뿐인데 비밀스럽게 구는 상대가 의아했다.강북에 한약당이 그렇게나 많은데, 대부분은 공급업체에서 물건을 직접 배달하곤 한다.하지만 나는 정 사장님이 매번 이렇게 거래하는 게 그분만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점심 식사를 마친 뒤, 나는 가게 일을 배정하고 혼자 약속
“아니에요.”하늘에 맹세코 나는 절대 사모님을 노린 게 아니다. 그저 대략적인 사이즈를 가늠하려는 거였다.하지만 사내인 내가 사모님 몸을 훑는 게 확실히 부적절하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오늘 사장님이 드실 약은 냉장고에 넣어 뒀어요. 그럼 일 보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사모님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나도 따라서 쑥스러워졌으니.나는 곧장 화인당으로 가는 대신 우선 자동차 판매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내 차를 수리 맡긴 뒤에야 택시를 타 화인당으로 향했다.내가 가게에 도착했을 때 이미 10시가 넘었다. 나는 더 이상 마사지할 필요가 없기에 일찍 오든 늦게 오든 별로 상관은 없었다.오늘은 모태진도 왔다. 다만 얼굴에는 여자의 손톱자국을 달고서.‘아내한테 할퀴었나?’보아하니 한은솔과의 일을 아내한테 솔직히 털어놓은 게 틀림없었다.어떤 여자도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와 그런 짓을 한 걸 용납할 수는 없다. 비록 그게 강제로 한 것일지라도.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모태진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이 생겼다.“수호 씨, 민우 씨한테서 들었는데 김진호 일당이 어제 또 시비 걸어왔다면서요?”어제 싸워서 이긴 것 때문에 어깨뽕이 올라간 민우는 오늘 출근하자마자 동료들한테 허풍을 떨어댔다. 우리 둘이 4, 50 명을 이겼다고. 그 말에 동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했다.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태진은 이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이번 일은 내 책임이 커요.”나는 얼른 모태진을 째려봤다.“이게 왜 선배 책임이에요?”“내가 한은솔과 엮이지 않았다면 안명훈도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을 거고 나중의 일이 없었을 거잖아요.”“누구 좋으라고 책임을 혼자 떠안아요? 선배가 한은솔과 그런 일이 없었어도 김진호는 우리를 찾아와 시비를 걸 거예요.”나는 모태진을 질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그때 모태진이 칼을 들고 안명훈한테 달려들던 모습
윤미화는 예리하게 이상함을 알아차렸다.“난 그냥 농담한 건데,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져? 설마 내 말이 맞아? 설마 정말 둘이 그랬어?”윤미화는 솔직히 너무 부러웠다. 그녀의 제부는 유려하고 우아하지만, 전혀 무뚝뚝하지 않다. 이건 동생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여자는 정신과 마음이 모두 사랑을 받을 때만 얼굴에 붉은빛이 감돈다. 때문에 윤미화는 자기 동생 역시 그렇다는 확신이 들었다.그에 반해 윤미화는 너무 슬펐다. 똑같이 유려하고 우아한 남편을 뒀으나, 윤미화의 남편은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데다, 매번 정사를 치를 때마다 아무 느낌도 없다.윤미화는 예쁜 데다 몸매도 좋고, 꽃에 비유하자면 활짝 핀 장미 같은 분위기를 띠었다. 그런데 아무리 예쁜 장미꽃이라도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시들어 죽기 마련이다. 윤미화는 본이니 지금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나 속은 텅 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됐어. 그런 얘기는 그만해. 집에 우리만 있는 거 아니잖아.”사모님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나를 자꾸만 흘깃거렸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저들의 대화를 내가 들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더 부끄러워했다.나는 너무 어색해 머리를 긁적이며 얼른 뒤돌아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서로 너무 어색할 테니까.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윤미화는 제 동생의 팔짱을 끼고 계속 물었다.“대체 한 거야 안 한 거야? 말해 봐.”“안 했어. 저 사람 몸이 저런데 어떻게 해? 머리로 생각 좀 해 봐.”“안 했는데 얼굴은 왜 붉혀? 혹시 부끄러워 말 못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네가 먼저 하자고 해서 내가 알기를 원하지 않는 거야?”그 순간 임유미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자기 언니가 이런 것마저 눈치챌 정도로 똑똑할 줄은 몰랐다.“아니야.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아침이나 사와.”“오호. 유미, 네가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윤미화는 더 이상 묻지 않아도 이미 동생의 반응에서 답을 얻었다. 이윽고 신이 나서 집을 나섰다. 그러면서 속으
너무 평화로운 결혼 생활은 잔잔한 물결처럼 기복도 격정도 없다. 윤미화의 결혼 생활이 지금 그러하다.이젠 중년에 접어든 터라 한 달에 한 번 부부 관계를 맺는 것만 해도 괜찮은 축에 속한다.하지만 윤미화의 남편은 매번 할 때마다 숙제를 완성하기라도 하는 듯 기계처럼 임무를 수행하느라, 애무도 하지 않고 그녀를 기쁘게 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만족스러운지 물어보지도 않는다.윤미화는 솔직히 그동안 마음이 허전했다. 때문에 마사지 받으러 와서 자꾸만 나를 희롱했던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편을 배신하는 일을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하지만 방금 나와 뒹군 그 짧은 시간 동안, 윤미화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것처럼 자꾸만 정신이 멍하고 어쩔 줄 몰랐다. 게다가 그녀의 몸은 마치 열쇠라도 열린 듯 민감해지고 통제 불능이 되었다.결국 윤미화는 참지 못하고 제 옷 속으로 손을 넣더니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곧이어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하지만 나는 당연히 그 일을 알 리 없었다.방금 겪은 일에 나는 자극을 받지도 흥분하지도 않고 오히려 불안하고 조마조마했다.윤미화는 내 사장님인데, 내가 사장님을 그랬다니...나는 내 머리를 세게 쥐어박았다.“앞으로 욕구가 생기면 제때제때 풀어야겠어. 절대 이런 망나니 같은 짓을 하면 안 돼.”다행히 중요한 순간에 고삐를 쥐어 잡았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진짜 난처해 죽었을 거다.나는 일부러 문에 바싹 기대 밖을 훔쳐봤다. 그러고는 안방 쪽 문이 굳게 잠겨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사장님과 사모님이 엿듣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진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나는 화장실에서 찬물 샤워를 해 강제로 몸을 식힌 뒤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윤미화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먼저 나한테 인사했다.“수호 씨, 좋은 아침.”나는 속으로 태연하게 행동하는 윤미화를 존경스러워하며 맞장구쳤다.“좋은 아침이에요. 언제 왔어요?”윤미화는 예쁜 미소를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