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랑은 정말 결혼하고 싶은데 남주 누나랑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왠지, 남편이 돌아왔다는 말을 들으니 전 필요 없어진 기분이에요.”애교 누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내 팔짱을 꼈다.“누나들한테 이쁨만 받다가 필요 없게 되니 괴로운 거예요?”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쩌면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애교 누나는 나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했다.“다 정상이에요. 누군들 사람들한테 떠받들리는 걸 싫어하겠어요? 사람들은 아마 모두 자기가 가장 빛나고 둘러싸이기를 바랄 거예요. 내가 어릴 때도 그랬으니까.”나는 너무 놀랐다.“누나는 항상 내성적이고 얌전하지 않았어요? 누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애교 누나는 설명했다.“내성적이고 얌전한 건 다른 사람 눈에 비친 나예요. 사실 나도 속은 엄청 열정 넘쳐요. 내가 고딩 때 공부 말고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매일 수수하게 꾸미고 옷도 수수하게 입어 사람들 사이에서 별로 튀지 않았어요.”“그러다 수능이 끝난 뒤, 나는 아주 자유로워졌어요. 심지어 그때 껌 좀 씹는다 하는 여자애들이 하는 머리 스타일까지 따라 했다니까요. 오죽하면 친구들이 나를 못 알아봤겠어요.”나는 이렇게 얌전하고 우아한 애교 누나가 그때 유행이던 기괴한 머리를 한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더군다나 좀 논다 하는 여자애들이 하고 다니는 머리 스타일은 얌전한 애교 누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그게 어떻게 매치되지?’“혹시 그때 사진 있어요? 보고 싶어요.”나는 너무 궁금했다.“있어도 안 보여줄 거예요. 너무 못생겼어요.”‘그 말인즉 사진이 있다는 뜻이네?’‘무조건 봐야겠다.’안 그러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나는 애교 누나에게 사진을 보여달라고 졸라댔다.결국 누나는 마지못해 싸이월드에서 어릴 때 사진을 찾아 보여주었다.그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애교 누나는 그때 정말 날라리 같았고 지금과는 전혀 딴판이었다.하지만 그때부터 미인
참 뼈아픈 교훈이다.그래서 인생 선배들이 늘 남자는 직업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자는 결혼 상대를 잘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했나 보다.예전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애교 누나의 일을 겪으면서 나는 단번에 깨달았다.여자는 결혼을 잘못하면 평생을 망친다.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었다.나는 애교 누나를 꼭 끌어안았다.“이젠 저를 만났으니 앞으로 절대 상처받게 안 할게요.”“내가 그런 얘기한 건 수호 씨한테서 약속받고 싶은 게 아니에요. 수호 씨 나이대 남자애들이 소유욕 있는 건 정상이에요. 하지만 누구랑 진지하게 만나고 누구랑 즐기기만 해야 하는지 잘 구분해야 해요. 남주거나 소여정 같은 여자는 되도록 멀리 해야 해요.”“그러면서 전에는 왜 남주 누나를 꼬시라고 한 거예요?”애교 누나가 나를 팔았다는 생각에 나는 울고 싶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설명했다.“그때는 내가 왕정민과 이혼하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이미 부적절한 관계였으니 남주도 끌어들여야 모두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그럼 남주 누나가 앞으로 저한테 매달리면 어쩌려고요?”나는 남주 누나한테서 언제든 멀어질 수 있지만, 남주 누나가 나를 쉽게 놓아줄지는 알 수 없었다.남주 누나의 마음은 좀처럼 알기 힘들었으니까.애교 누나가 나를 올려다보며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그건 수호 씨 스스로 해야죠. 그건 나도 도와줄 수 없어요.”수줍어하면서도 갈망하는 듯한 애교 누나의 얼굴을 보니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나는 슬그머니 손을 애교 누나 옷 속으로 넣었다.“남주 누나의 일을 도와주지 못하는 건 그렇다 쳐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요?”애교 누나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내 가슴을 살짝 밀었다.“진짜 나빴어요. 요즘은 안 된다고 했잖아요.”“그런데 저 너무 괴로워요.”“참아요.”“누나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잖아요.”‘예전에 내가 힘들다고 하면 손으로 도와주더니, 지금은 참으라고 하네, 너무해.’나는 너무 참기 괴로웠다.“됐어요. 나도 피곤
나는 거부감이 들었다.그때 애교 누나가 싱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바보, 수호 씨가 그랬잖아요, 우린 앞으로 부부가 될 거라고. 그러면 내게 수호 거 아니겠어요?”“안 돼요. 누나 건 누나 거고. 제 것도 누나 거예요. 그런데 누나 건 제 거가 될 수 없어요.”나는 좀 마초적인 성향이 있어 여자가 내 돈을 쓰는 건 괜찮지만, 내가 여자 돈을 쓰는 건 안 된다.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내 전 재산을 확인했다. 그런데 무려 300만 원이나 있었다.이 돈 대부분은 윤 사모님과 소여정이 준 팁이다.나는 그 돈이 이렇게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말 돈 많은 여자들은 좋네.’나는 애교 누나한테 말했다.“누나, 제가 생각해 봤는데, 돈을 며칠 더 벌어 600만 원을 모으면 직접 사고 싶어요. 물론 비싼 차는 살 수 없지만, 교통수단으로 사용할 차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예요.”애교 누나는 나를 안쓰럽게 쳐다봤다.“뭐 하러 그래요? 어렵게 번 돈으로 차를 사면 앞으로 대출 갚는 것만 해도 빠듯할 거예요.”“빠듯해도 상관없어요. 남자면 남자답게 밖에서 돈 벌어와야죠. 누나 돈은 잘 모아둬요. 그건 모두 혼전 재산이니 저한테 쓸 필요 없어요. 전화 요금도 제가 누나 것까지 내줄게요.”애교 누나는 갑자기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럼 수호 씨 돈으로 산 차 내 명의로 할 수 있어요?”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당연하죠. 제가 돈 버는 건 누나한테 주려고 버는 거잖아요. 누나야말로 제 차가 급이 덜어진다고 싫어하지 마요.”애교 누나는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싫어할 리가 있나요. 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점심에 찾아가서 돈 빌려줄 테니까 우선 그 돈으로 차 사요. 계속 이렇게 형수 차 타고 다니면 동네 주민들한테서 말 나와요.”나는 그 방법이 괜찮은 듯하여 누나에게 차용증까지 써 주었다.우선 누나한테서 400만 정도 빌려 계약금부터 내고 나머지는 대출로 갚으면 된다.나는 사실 진작부터 차를 하고 싶었다. 그것도 예쁜 차로.나는
나는 영상을 재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김진호에게 겁을 줄 수 있었으니까.김진호는 내가 영상을 찍었다고 하더니 안색이 단번에 변했다.“신고? 그래, 해 봐. 할 테면 진작 했겠지, 왜 지금까지 기다려?”김진호는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내 말에 바로 본색을 드러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이럴 때일수록 내가 강하게 나가야지 안 그러면 놈이 나를 무시할 게 뻔하다.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못 할 줄 알아? 정 사장님 봐서 기회 한번 줬던 거야. 경찰이 가게로 찾아와 널 잡아가면 가게 명성에 누가 될까 봐. 하지만 경고하는데,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계속 이렇게 시비 걸면, 내 뒤에도 사람 있어!”김진호는 썩 달갑지 않은 듯 말했다.“무슨 낯짝으로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 사람 윤 사모님이잖아. 윤 사모님이 너 도와주지 않았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그 노랑머리 일을 윤 사모님이 뒤에서 도운 줄 아나 보네.’김진호는 아마 소여정이 나를 도와줬다는 걸 꿈에도 모를 거다. 하지만 나는 설명하기도 귀찮았다.나는 김진호를 도발했다.“낯짝 운운하긴. 그러는 넌, 허구한 날 돈 많은 사모님한테 빌붙어 단물만 빨아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잖아. 그런데 결국 이 사모님 남편한테 두들겨 맞았지? 쪽팔리지도 않아?”내 말은 김진호의 아픈 곳을 단단히 찔렀다.김진호는 곧바로 나에게 덤벼들 것처럼 굴었다.나는 냉소를 지었다.“어디 한 번 손대 봐. 지금 윤 사모님은 내 고객이거든. 네가 날 괴롭힌 걸 그분이 알면 앞으로 그분 마음 돌릴 생각은 하지도 마.”김진호는 아직도 윤 사모님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내가 윤 사모님을 언급하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나는 성공적으로 김진호의 약점을 잡은 셈이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무서워할 필요도 없다.분노에 찬 김진호의 얼굴을 보니 나는 속이 다 후련했다.인맥으로 보나, 수단으로 보나 김진호는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는 내 앞에서 그저 광대에 불과하다.김진호의 마사지룸에서 나오자 문
내가 차를 산 건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라 가격이 적당하고 옵션만 다 갖추면 더 바랄 것도 없었다.지금 수중에 돈도 적어 대출을 끼고 사야 하니 현대를 사는 게 가장 수지가 맞았다.현대차 아반떼는 현대 자동차 중에 가장 싼 축에 속하는데 2,3천 정도다.할부로 사면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고 평생 관리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나는 별로 망설이지도 않고 현대 자동차를 사려고 결정을 내렸다.어느덧 오전이 훌쩍 지나 버렸다.애교 누나가 가게로 찾아오자 늑대 같은 남자 직원들은 하나같이 여자를 처음 보는 것처럼 내 마사지룸 문 밖에서 훔쳐봤다.나는 너무 화가 나 아예 문을 잠가버렸다.“여자를 본 적 없는 것처럼 왜들 이러지? 누가 보면 며칠 굶은 늑대인 줄 알겠네.”“애교 누나, 저 사람들 보면 멀리 물러나요.”애교 누나는 얼굴이 발그스레해서 싱긋 웃었다.누나는 오늘 특별히 연한 화장을 하고 아주 얘쁜 실크 원피스를 입어 아름답고 분위기가 남달랐다.“그래요, 알았어요. 우리 차는 언제 보러 갈래요?”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 휴식 시간이라 나는 애교 누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금 가요. 이 부근에 현대 자동차 매장이 있어요.”“현대 자동차 사려고요? 결정 내렸어요? 현대 아반떼가 고작 2, 3천만 정도라던데, 동력이 별로래요.”“저한테는 그거면 돼요. 나중에 돈 모으면 BMW나 아우디로 바꾸면 되죠.”내 태도는 확고했다. 이 차는 싸고 대중적이라 사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나라고 왜 안 되겠나?애교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결정했다면 됐어요. 거기로 가요.”나는 애교 누나와 함께 현대 자동차 매장으로 향했다.매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직원에게 물었다.“현대 아반떼 사려고 하는 데 지금 있어요?”“네, 고객님.”미리 차를 골라놓은 상태라 시승만 해보고 문제없으면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이 차는 형수의 쉐보레와는 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무척 만족스러웠다.이건 내 생의 첫 차이기도 하니까. 나에게는
당연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애교 누나는 얼굴부터 한꺼번에 붉어졌다.“그래도 안 돼요. 아직 안전기 아니란 말이에요.”나는 아쉬운 듯 애교 누나의 손을 잡고 귓가에 대고 애교 부렸다.“끝까지 할 필요는 없고 어제처럼만 해주면 돼요.”“나, 나빴어요. 중독이라도 됐어요?”애교 누나는 약간 토라진 듯한 말투로 말하며 나를 째려봤다.나는 헤실 웃었다.“네, 중독됐나 봐요. 누나 손이 너무 부드러운 걸 어떡해요.”애교 누나는 나더러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누나 말을 듣지 않았다.누나는 다른 사람한테 꽁냥거리는 모습이 들킬가 봐 걱정하는 듯했지만 결국에는 타협했다.나는 너무 감격스러웠다.겨우 애교 누나랑도 차에서 해볼 수 있다니. 그것도 내 차에서. 나는 더 이상 차를 어지럽힐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구매 절차는 아주 빨리 끝났다.이제 겨우 내가 산 차에 사랑하는 사람을 태우고 곳곳을 다닐 수 있다.나는 차를 외진 골목에 세우고 애교 누나랑 그곳에서...반 시간 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애교 누나도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무르익었다.“앞으로 이러지 마요. 손 너무 아파요.”나는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강하게 입 맞췄다.“그래요. 당분간 아무 짓도 안 하고 누나 말만 들을게요.”“그 말은 만족했다는 뜻이죠? 아까 내가 만족시켜 주지 않아도 이런 말 할 거예요?”애교 누나는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나는 애교 누나를 보며 진지하게 설명했다.“나는 누나를 속이고 싶지 않아요. 누나가 방금 도와주지 않으면 저 정말 참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도와줘서 이제 만족해요.”나는 걱정스럽게 누나를 바라봤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누나 기분이 나쁠지도 모른다.하지만 누나는 조금도 기분 나쁜 기색이 없이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 내 품에 기댔다.“난 수호 씨가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좋아요. 왕정민은 언제나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했어요. 결혼한 몇 년 동안 항상 그럴싸한 말로 나를 달래곤 했거든요.
“하, 사실 내가 전에 그렇게 얘기한 건 수호 씨를 돕고 싶은 것도 있지만, 태연도 돕고 싶어서였어요.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그렇게 결정했다니 나도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게요.”애교 누나는 말을 마치고는 차키를 받았다.누나는 나를 화인당 문 앞에 내려 주고는 그대로 돌아갔다.누나와 작별한 뒤 나는 가게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자 동료들이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었다.“수호 씨, 아까 그 사람 여자 친구죠? 완전 미인이던데요?”“수호 씨 정말 대박이네요. 어쩜 수호 씨 주변에는 미녀가 그렇게 많아요?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경험 좀 전수해 줘요.”“어쩐지 누나들한테 인기 많다 했더니, 수호 씨 연상 킬러였네요. 방법이 있는 거죠?”동료들은 한마디씩 더하며 부러워했다.솔직히 말해 이런 느낌을 나는 굉장히 즐겼다.이렇게 나처럼 맨날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더 중요한 건 내가 권세 있는 사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다.내가 요즘 겪고 있는 일은 모든 직장인이 꿈과 상상을 만족시켜 줬다고 해도 무방하다.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거다.나도 이런 게 스스로도 보람차다.“별다른 방법 같은 건 없어요. 잘생겨서 그런 가 보죠.”내 뻔뻔한 말에 동료들은 욕지거리를 퍼부었다.하지만 나는 깔깔 웃을 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우리 동료들 사이는 꽤 끈끈하다. 물론 김진호는 빼고.때문에 평소 농담을 누고 받아도 다들 가볍게 넘긴다.한참 얘기를 하다 보니 오후 출근 시간이 되었다.나는 오늘 운이 아주 좋았다. 점심에는 애교 누나랑 만나고, 오후에는 소여정 같은 최상급 여자를 위해 복무하게 되었다.이건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사장 사모님 임유미도 함께 왔다.소여정은 심지어 사모님더러 전신 마사지를 받아보라며 꼬드겼다.왠지 소여정의 말을 들으니 나는 은근히 기대했다.사모님 몸매가 어디 좀 좋나? 게다가 남다른 분위기와 아우라 덕분에 옷을 벗은 뒤에도 이런 분위기인지 보고 싶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소여정은 옷을 벗고 마사지 침대에 누웠다.소여정의 등은 아름답다 못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동안 여자의 등을 많이 봐 왔지만, 소여정처럼 섹시하고 아름다운 등은 보기 드물다.그저 등을 보기만 해도 욕망이 끓어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앞을 보면 얼마나 더 흥분될까?소여정은 남자더러 욕망의 한계를 느끼게 하고, 여자의 아름다움, 여성스러움, 우아함을 모두 발휘한다.매번 소여정의 아름다운 몸매를 볼 때면, 이 여자가 임천호를 어떻게 만족시켜 줄지 상상하게 되었다.하지만 나는 소여정이 눈치챌까 봐 상상을 멈추고 오일을 준비한 뒤 마사지를 시작했다.“힘은 이 정도면 괜찮나요?”나는 마사지하며 물었다.하지만 사실은 여자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게 목적이었다.그러지 않으면 내가 몰래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걸 소여정한테 들킬까 봐.소여정은 눈을 감고 작게 말했다.“음, 시원해. 온천보다 낫네. 유미야, 너도 한번 해보라니까. 네 남편보다 나을걸.”“수호 씨가 어려 보여도 손맛은 아주 좋아. 엄청 노련해. 너도 분명 극락을 느낄 거야.”사모님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아주 끝이 없네? 네가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안 오는 건데.”“나랑 같이 안 오면 뭐 하려고? 윤지은과 만나려고? 안면 백연우?”소여정 입에서 윤지은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소여정의 말투만 보면 두 사람이 친한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때 사모님이 한숨을 푹 쉬었다.“너 지은이랑 그만 좀 싸울 수 없어? 너희 둘 다 내 친구인데, 매번 이렇게 싸우면 가운데 낀 나만 곤란해져.”‘윤지은이 이 두 사람과 친구였구나.’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계속 엿들었다.그때 소여정이 말했다.“내가 싸우려는 게 아니잖아. 윤지은이 매번 시비 거는 걸 어떡해. 흥, 윤지은 그 계집애도 다른 여자들처럼 날 무시하는 거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지.”“그 여자들은 내 앞에서 험담하지 않는데, 윤지은은 계속 나한테 시비 거니까. 걔가 먼저 시작하니
나는 더 이상 이영미와 한 공간에 있을 엄두가 나지 않아 헐레벌떡 도망쳤다.그 와중에도 이영미는 나더러 자기 남편 꼭 데려오라고, 안 데려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윽박질렀다.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윤해철에게 전화했다.[수호 군, 나도 마침 자네한테 볼일 있었는데.]“무슨 일인데요?”[회사 일은 내가 이미 다 처리했으니 방법을 대서 우리 마누라한테 좀 전해줘. 내가 요즘 데리러 갈 거라고.]타이밍이 참 기가 막혔다.이영미가 하고 싶다고 할 때 윤해철이 마침 이영미를 데리러 올 생각이었다니.나는 다급히 윤해철에게 말했다.“방금 사모님을 뵀는데 사모님도 회장님을 무척 그리워하셨어요.”[마침 잘됐네. 그럼 지금 당장 데리러 가지.]“윤 회장님, 잠깐만요.”[왜 그러나?]“사모님은 지금 집에 안 계세요. 밖에 있어요...”나는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그러다 문득 내가 집을 나올 때 이영미가 보냈던 주소가 떠올라 나는 그 주소를 윤해철에게 보내고 그곳에서 이영미를 찾으라고 했다.어떻게 설명할지는 부부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었다.이영미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내 임무도 완수한 셈이었다.전화를 끊고 얼마 뒤, 나는 마침 장을 보고 온 애교 누나와 마주쳤다.“수호 씨, 왜 여기 있어요?”나는 대충 얼버무려 상황을 무마하면서 애교 누나의 짐을 들어주었다.“애교 누나, 저 마침 가게에 나가볼 참이었어요. 형수는 수고스러운 대로 누나가 좀 돌봐줘요. 제가 가능한 빨리 도우미를 구할게요. 그러면 누나도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으니까요.”애교 누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나도 어차피 할 일이 없으니 태연이 돌보는 건 나한테 맡겨요. 내가 어려울 때 태연이도 항상 나를 도왔는데 지금은 태연이가 어려운 시기이니 당연히 내가 도와야죠.”“그런데 일 구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일은 뭐 구한다고 바로 구해지는 건가요? 나 공무원 시험 준비하려고요. 나도 아버지 말고 나 스스로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요.”애교 누나
“그럼 얼른 누우세요. 빨리 끝낼게요.”이영미는 두말없이 소파 위에 엎드렸다.나는 먼저 이영미의 허리부터 주물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영미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어머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나는 흠칫 놀라 손을 뒤로 뺐다.그랬더니 이영미가 발긋한 얼굴로 말했다.“남자가 내 몸 만지는 게 오랜만이라 흥분했나 봐.”“계속 그러면 제가 어떻게 주물러 드려요?”“이거 다 정상적인 반응이잖아. 의사라는 사람이 침착해야지.”나는 이런 목소리를 듣고도 어떻게 침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사람 혼을 쏙 빼놓는 듯한 목소리는 아마 내시가 들어도 견디지 못할 거다.“안 돼요. 계속 그러면 마사지 안 해드릴 거예요.”나는 참지 못해 난처한 상황이 생길까 봐 먼저 물러섰다.하지만 이영미는 그것조차도 반대했다.“안돼. 계속 해. 안 그러면 안 갈 거니까. 나도 이것저것 다 겪어본 사람인데 뭔들 못 봤겠어? 그러니 어색하지 마. 내 눈에 수호 씨는 꼬맹이나 다름없으니까. 난 괜찮아.”이영미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다.나도 이제 성인이고 혈기 왕성한 나이인데, 어떻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여길 수 있냔 말이다.하지만 이영미는 한사코 내 팔을 꽉 잡고 어디 가지도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닿는 피붓결에 나는 마음이 더 콩닥거렸다.“알았어요. 그럼 잘 누워 있어요. 계속 마사지해 드릴게요. 하지만 소리 나지 않게 좀 참아주세요.”“그건 안 되지. 욕망을 억누르는 건 몸에 안 좋아.”이영미의 말은 예전에 남주 누나가 했던 말과 똑같았다.하지만 어쩌겠나? 나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영미는 내 마사지를 받으며 한편으론 감탄했다.“여자는 역시 남자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니까. 혼자 하는 건 너무 재미없어. 남자도 마찬가지로 여자의 손길이 필요한 법이지. 안 그러면 조물주가 왜 남녀 성별을 따로 만들었겠어? 그것도 상호 보완할 수 있게. 안 그래?”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여기 느
이영미는 제비집이며 인삼 등 다양한 보양식을 가져왔다.“어머님, 이거 다 너무 귀한 것들이에요.”“이건 다 수호 씨 형수 주려고 가져온 것들이야. 지금 의식이 없다고 해서 죽만 먹이면 안 돼. 영양소를 많이 공급해 줘야지.”나는 형수 대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혹시 윤지은 씨는 함께 오지 않았어요?”그때 애교 누나가 불쑥 물어봤다.“그 계집애는 또 무슨 일인지 함께 내려오자고 하니까 기어코 싫다고 하지 뭐야.”이영미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혹시 우리 지은이랑 싸웠어?”“아니요.”“못 믿겠는데? 지은이가 말은 독하게 해도 마음씨는 착한 애야. 네 형수 줄 거라니까 이렇게 바리바리 준비해 준 걸 보면 네 형수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뜻이거든. 그런데도 기어코 직접 오지 않겠다는 걸 보면 이유는 하나야. 바로 너. 너희 둘 요즘 싸웠지?”나는 더 이상 그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어머님, 정말 아니에요.”하지만 이영미는 포기할 줄을 몰랐다.“아니긴 무슨. 두 사람 분명 문제 있는데.”그때 애교 누나는 내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얘기 나누세요. 저는 내려가서 뭐 좀 사 올게요.”역시 애교 누나는 내가 말하기 부끄러워할까 봐 배려해 주려고 자리를 피한 거였다.애교 누나가 떠난 뒤 이영미는 내 옆에 꼭 붙어 앉았다.“이제 다른 사람도 없으니 말할 수 있지? 대충 얼버무릴 생각하지 마.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나도 수호 씨 용서 안 할 거니까.”이영미가 계속 꼬치꼬치 캐묻자 나는 할 수 없이 그날 병원에서 싸웠던 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어머님도 제가 쓰레기 같아요?”“응. 조금. 내 딸과 사귀면서 다른 여자와도 사귄다니. 내 딸의 매력이 그렇게 부족해? 한 명으로는 만족하지 못 하는 거야?”이영미의 말에 나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어머님은 저와 지은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잖아요. 우리는 각자 원하는 걸 교환한 것뿐이지 마음을 주고받고 결혼 얘기까지
나는 내가 예전에 살던 방을 들여다보았다.이곳은 내 추억이 너무 많이 깃든 곳이다. 상황만 그렇게 되지 않았어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익숙한 물건들을 보니 나는 문득 형수와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랐고 형수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그 모든 건 어제 벌어진 일처럼 생생했다.“저 잠깐 형수 좀 보고 올게요.”나는 형수 방으로 향했다.혼자 얌전히 누워 곤히 잠든 형수의 모습은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았다. 눈을 감고 고른 숨소리를 내며 이불을 덮은 모습은 진짜 그냥 자는 것 같았다.나는 젖은 수건으로 형수의 몸을 닦아준 뒤 면봉에 물을 묻혀 형수의 입을 적셔주었다.형수의 현재 상태는 기껏해야 죽 같은 음식밖에 먹일 수 없고 또 매일 많은 량을 먹을 수도 없다. 나도 당연히 형수가 빨리 깨어나기를 바라지만 그날 밤 이후로 내가 무슨 짓을 해서 자극해도 형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얼마 뒤, 애교 누나가 죽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내가 먹일게요. 수호 씨는 불편하면 가서 쉬어요.”“네. 애교 누나. 그럼 부탁할게요.”사실 나는 너무 아파 더 이상 형수를 돌볼 상황이 아니었기에 곧장 내 방으로 들어갔다.형수는 내 방을 예전 내가 떠나던 그날 그대로 남겨두었다.형수와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니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나는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끝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첫 번째는 나비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형수의 일 때문이었다.원래 나비 일은 이제 그냥 묻어두려고 했는데 결국 어젯밤 또 그렇게 되어버렸다.솔직히 나 스스로도 내가 헛것을 봤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용천 호텔에서의 그날 밤 나와 잔 사람이 세 명 중 한 명이라면 아무리 해도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결국 나는 환각이라고 스스로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나는 침대에 똑바로 누운 채 눈을 지그시 감고는 30분 동안 얕은 수면을 취했다.고작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잤다고 정신상태는 훨씬 나아졌다.침실에서 나와 보
그 순간 나는 머리가 띵했다. 나는 애써 눈을 뜨려고 했지만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눈꺼풀이 무거워 도저히 뜰 수 없었다.다만 그 와중에 약간의 의식은 존재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용천 호텔에서 나와 몸을 섞은 사람이 사모님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사모님 댁에서 지내면서 사모님 다리에 있는 나비 문신을 보고 내 추측을 확신했고.하지만 지금껏 나는 그게 사모님이든 아니든 무조건 사모님과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최면했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사장님께 미안한 행동은 할 수 없었으니까.하지만 오늘 저녁 나는 또 잠결에 그 나비를 보게 된 거다. 그 순간 나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뭐지?’오늘 여기 있는 사람 중에 그날 용천 호텔에 있었던 사람은 오직 애교 누나뿐이다.하지만 애교 누나 몸에는 분명 나비 문신이 없다.게다가 나는 애교 누나 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 애교 누나의 피부는 이 정도로 희지 않다.하지만 애교 누나가 아니면 또 누구란 말인가?고아연? 아니면 고수연?그날 밤 나는 이 두 여자를 본 적이 없다.나는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고 상대가 누구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했다무엇보다 오늘 너무 취해 머리가 어지러웠기에 눈을 뜰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정신도 차리지 못한 채로 애써 몸부림쳤지만 결국 의식이 점멸되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그리고 나는 다음 날까지 푹 잠들었다.내가 바닥에서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모두 깨어났다. 내가 그중 맨 마지막에 깨어난 듯했다.나는 아픈 머리를 문지르다가 테이블을 치우는 애교 누나를 발견했다.“누나, 다른 사람들은요?”애교 누나는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대답했다.“다들 일이 있다고 먼저 갔어요. 수호 씨를 방에서 자라고 하려 했는데 너무 깊이 잠들어 아무리 깨워도 깨지 않더라고요.”“애교 누나, 어젯밤 혹시 안 잤어요?”나는 몸부림치며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그때 애교 누나가 입을 열었다.“늦게 잠들긴 했지만 안 잔 건 아니에요. 나
윤지은은 대체 진동성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 일이 있은 후 진동성은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다.때문에 우리는 형수를 집으로 모신 뒤 번갈아 가면서 돌보기로 했다. 그러는 게 서로서로 안심이 되기도 했으니까.그 일로 애교 누나는 아버지를 설득해 원래 살던 형수네 옆집으로 다시 이사 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다시 함께 살자고 초대했다.나는 잠시 고민 끝에 결국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당분간은 누나랑 같이 살 수 없어요.”“왜요?”애교 누나는 실망스러운 듯 나를 바라봤다.나는 애교 누나의 얼굴을 감싸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이 사실을 누나 아버지가 알게 되면 저를 더 싫어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성공하기 전까지 같이 살면 안 돼요. 그래야 누나 아버지를 화나게 하거나 누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거예요.”애교 누나는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바보. 수호 씨가 나를 이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요.”“당연하죠. 저는 정말 누나랑 결혼하고 싶어요. 때문에 누나 명성을 제가 망가뜨릴 수는 없어요.”“그래요. 수호 씨 말에도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월세방에서 지내는 건 너무 머니까 태연이네 집에서 지내는 건 어때요?”애교 누나의 제안에 나는 살짝 어리둥절했다.“왜요?”“예전에도 태연이네 집에서 지냈잖아요. 지금 다시 거기서 지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동네 사람들도 태연이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는 걸 알고, 진동성은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도 아니까 동생이 대신 형수 돌보는 건 당연하잖아요.”애교 누나는 조리 정연하게 분석했다.사실 애교 누나는 내가 자기랑 같이 살든 아니면 형수 집에서 지내든 가까이에 있고 싶은 거였다. 하지만 나도 나름 걱정이 있었다.“진동성과 형수 사이에 이혼 얘기가 오가고 있다는 건 언젠가 소문이 퍼질 거예요. 그런데 제가 형수 집에 무슨 신분으로 있겠어요? 이건 형수의 평판에도 안 좋아요. 차라리 월세방에서 지내면서 매일 보러 갈게요.”애교 누나는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괜찮아요.”“혹시 불편하지는 않아요? 아까 걸을 때 보니 허리를 짚고 걷던데요.”나는 걱정이 되어 물어봤다. 무엇보다 방금 사모님이 계속 허리를 짚고 걷는 걸 보니 허리가 분명 불편한 것 같아 보였다.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주물러 드릴까요?”“아, 아니에요.”사모님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행동했다.‘대체 왜 이러지?’사모님이 싫다고 하니 나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할 때 사모님이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수호 씨, 그날 밤 일은...”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어느 날 밤을 말하는 거지?’그러다가 사모님이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본 후에야 나는 사모님이 치마가 젖었던 그날을 말한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사모님이 말씀하지 않으면 진작 잊어버렸어요.”“정말요?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제가 왜 거짓말하겠어요? 저 매일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일일이 기억할 수 없어요.”사모님의 미소는 살짝 이상했다. 그건 아무리 봐도 겉웃음이었다.“그럼 다행이네요. 일 봐요.”나는 뒤돌아 집을 나섰다.그 시각 임유미는 안절부절못하며 치맛자락을 잡은 채 나를 훔쳐보았다.임유미는 요즘 왠지 모르게 저녁만 되면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몰래 야한 영상을 보곤 한다. 그것도 나이 많은 여자 주인공과 젊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영상을.영상 속 어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누나라고 부를 때면 임유미는 따라서 흥분하곤 했고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끼곤 했다.임유미도 자기가 요즘 왜 이러는지 의문이었지만 그렇다고 남편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방금 나를 붙잡은 것도 아무 이유 없이 단순히 내 목소리를 듣고 내 탄탄한 팔뚝을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다. 가끔 임유미는 자기 마음속에 다른 자신이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게, 그동안 자기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심지어 가끔은 자기 친구들과 함께하
“사장님도 이미 최선을 다하셨어요.”나는 정 사장님을 매우 존경한다. 하지만 나더러 정 사장님처럼 하라고 하면 할 자신이 없다.내 생각도 사실은 만건희나 이규민과 다를 게 없다. 장사는 당연히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니까.하지만 이 일은 정 사장님이 나한테 부탁한 일이기에 나는 책임지고 정 사장님을 도와야 한다. 비록 모든 사람은 이미 마음이 변해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지만.나는 정 사장님이 자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이건 정 사장님 책임이나 의무가 아니니까.나는 더 이상 정 사장님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방을 나왔다.사실 나는 정 사장님이 왜 이토록 박애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이 공무원이 되었다면 분명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사모님이 다가오자 나는 궁금했던 걸 물었다.“사모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뭔데요? 물어봐요.”나는 얼른 궁금한 걸 물었다.“사실 좀 궁금해서요. 정 사장님은 왜 상회를 설립하셨어요?”“그걸 설명하려면 우리 그이 어릴 때부터 이야기해야 해요.”사모님은 나와 함께 소파에 앉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사실 호섭 씨는 고아예요. 나도 들은 거지만 부모님 모두 병으로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의학을 파고들었고 커서도 계속 의학 분야에서 일했어요.”“화인당도 사실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오픈한 게 아니에요. 그냥 최선을 다해 병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병을 볼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였어요.”그 말에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정 사장님이 이토록 위대한 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호섭 씨는 착한 사람이라 누군가 병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가장 싫어해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현실성 없다고 하겠지만 이게 사실인걸요. 호섭 씨는 누구한테나 친절해요. 선악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게다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한테 잘해줘요. 내 눈에 호섭 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예요.”나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깊이 동감하는 바니까.정 사장님은 모
“나는 이 사장을 따를 생각이 없지만, 정 사장 생각이 너무 허황한 건 사실이에요. 우리가 장사하는 목적이 돈 벌기 위해서인 건 맞잖아요. 그런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걸 왜 하지 않으려 하죠?”민건희의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그의 의도를 파악했다.민건희는 겉으로는 정 사장님 뜻에 따르는 척했지만 사실 진작 마음이 변했다.테이블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몸을 앞으로 기울였던 나는 민건희의 말을 듣는 순간 몸을 뒤로 빼 의자에 기댔다.“민 사장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민건희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솔직히 우리끼리 협력할 수 있어요. 강북 약재 시장 자원 대부분 정 사장이 쥐고 있으니 우리는 원가대로 다른 사장한테 팔면 그만이잖아요. 그러면 수호 씨도 정 사장한테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고요.”“다만 서윤기한테만큼은 약재 가격을 좀 더 쳐줘서 그자가 우리를 도와 더 큰 이익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게 하면 돼요.”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쳐줄 건데요? 진짜 약재를 사용하면 서윤기가 제공하는 가격이 이미 최저 가격이에요. 민 사장님 말대로 하려면 약재를 바꾸는 수밖에 없어요.”민건희은 얼른 자기 생각을 말했다.“약재를 바꾸는 게 안 될 것도 없죠. 그저 품질이 좀 떨어지는 거로 바꿀 생각이지 가짜 약재로 숫자를 채우자는 게 아니잖아요.”나는 속내를 꿰뚫어 볼 것처럼 민건희를 빤히 바라봤다.적어도 민건희는 이규민이나 전광진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민건희는 그저 다른 방식으로 제 욕심을 채우려 하는 것뿐이었다.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아꼈다.“민 사장님, 오늘 만나지 않았던 거로 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내가 떠나려고 하자 민건희는 다급하게 일어섰다.“왜요? 싫어요? 내가 말한 방법은 우리 두 사람한테 모두 이로운 방법일 텐데 왜 싫다는 거죠?”“이건 정 사장님이 원하는 게 아니에요.”민건희는 대뜸 물었다.“정 사장 생각은 너무 현실성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백성들한테 좋은 일을 하자니, 그게 장사꾼이 할 수 있는 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