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은 딱 봐도 유단자였다.나는 한 번도 투신술을 배운 적이 없는데, 뭐로 이놈을 이긴단 말인가?내 유일한 승산이라고는 놈의 혈 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내가 정확히 은침을 꽂아 넣으면 놈을 제압할 수 있었다.하지만 나도 단번에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내가 뭐 소설 속 남자 주인공처럼 대단한 천재성을 띤 것도 아니고.나는 그저 평범한 한의사일 뿐이다.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놈의 팔을 빤히 바라봤다.이윽고 놈의 주먹이 내 얼굴에 닿기 직전에 재빨리 손가락 사이에 은침 다섯 개를 숨겼다.나는 침 다섯 개를 숨기며 그중 하나라도 제대로 꽂히면 놈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놀랍게도 다섯 개 중 네 개나 제대로 꽂혔다.‘명중률이 장난 아닌데?’나 스스로도 놀랐다.혈 자리를 찔린 놈은 오른손을 움직이지 못한 채 고통을 호소했다.“아, 젠장! 나한테 무슨 짓 했어?”놈은 오른손을 축 늘어뜨리며 나를 향해 소리쳤다.한번 성공한 경험이 있으니 나는 더욱 신심이 생겼다.나는 또 은침 몇 개를 꺼내며 냉소를 지었다.“별거 아니야. 은침으로 네 혈 자리를 막았을 뿐!”“어디서 같잖은 술수를 부려!”놈은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왼손을 휘둘렀다.나는 전보다 많이 침착했다.뭐 실패하더라도 고작 한 대 맞기만 하면 그뿐. 다시 재빨리 일어나 공격하면 반드시 놈의 혈 자리를 맞출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단번에 맞췄다.이번에 놈은 왼손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상체가 찌릿찌릿해 났다.놈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지더니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변태놈은 그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했다.“이봐, 왜 그래? 놀리지 마...”나는 자신감이 더해졌다.내 실력이 이렇게 뛰어난 걸 나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니.그때 변태남의 손을 보니 그 손이 애교 누나의 몸을 더듬던 게 생각 나 화가 치밀었다.나는 애교 누나를 만지던 저 손을 망가트릴 생각으로 놈을 도발했다.“동료가 쓰러졌으니 이젠 네 차례야. 말해 봐. 어느 손을 망가뜨려 줄까
나도 상대와 제대로 싸울 작정이었기에 거침없이 공격했다.이번에는 단번에 상대의 혈 자리를 찔렀다.놈은 고통을 호소했다.상황이 심상치 않자 성격 나쁜 놈이 변태놈에게 말했다.“얼른 튀어.”두 사람은 말을 마치자마자 도망쳐 버렸다.나는 그 뒤를 쫓지 않았다.지금 중요한 건 나와 애교 누나의 안전이었으니까.두 사람이 떠난 뒤, 나는 얼른 집 문을 걸어 잠그고 안방에 갔다.“누나, 그 자식들 도망갔어요.”애교 누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더니 내 품에 와락 안겼다.“수호 씨, 너무 무서웠어요. 수호 씨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몰랐을 거예요.”나도 수간 검이 나 누나를 끌어안았다.내가 두 놈을 발견하고 그나마 재주가 좀 있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오늘 애교 누나와 함께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른다.나는 너무 미안하고 괴로웠으면 화가 났다.‘김진호가 이토록 비열하고 파렴치할 줄이야.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오지?’내가 한창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애교 누나가 눈시울을 붉힌 채 나를 보며 말했다.“왕정민이 이렇게 비겁할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이혼하고 나서도 나를 가만두지 않는지.”나는 몇 초간 멍해 반응하지 못했다.그러다 몇초 뒤, 누나가 오해했다는 걸 알아챘다. 누나는 오늘 나타난 두 사람이 완정민이 보낸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나는 마음이 복잡해 사실을 말해줘야 할지 고민했다.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애교 누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왕정민이 이렇게 비겁하게 나온다면 나도 예의 차리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후회하게 할 거예요.”‘큰일 났네.’애교 누나는 이 일이 왕정민 짓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이걸 어떻게 설명하지?’쾅쾅쾅.내가 설명하기 전에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나는 얼른 경계하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누구세요?”그와 동시에 나는 밖을 내다봤다. 밖에는 형과 형수가 서 있었다.“수호야, 우리야.”나는 얼른 문을 열었다.형수와 형이 동시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내가 애초에 너무 착했나 봐. 그렇게 쉽게 그 인간을 풀어주면 안 되는 건데.”형수가 맞장구쳤다. 그사이에 내가 낄 틈은 없었다.오늘 밤 일은 더더욱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형수가 먼저 제안했다.“신고해. 경찰이 왕정민 그 인간을 잡아가게.”“안돼.”동성 형이 다급히 형수 말을 끊었다.너무 급발진하는 형의 모습에 우리 셋은 동시에 형을 쳐다봤다.그러자 형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해명했다.“신고하면 애교 씨 평판에도 안 좋잖아. 사적으로 해결하는 게 어때? 애교 씨가 피해 입지 않는 선에서 해결해야지.”형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형을 바라봤다.“왜 그렇게 왕정민 편을 들어? 설마 아직도 협력하고 있는 거 아니지?”형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그럴 리가. 우리 사이는 진작 틀어졌다. 왕정민 인성 알잖아. 내가 어떻게 그런 인간이랑 계속 친구 하겠어?”“난 애교 씨한테 안 좋은 영향이 있을까 봐 일을 크게 떠벌리지 말자는 뜻이었어. 경찰도 왕정민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 기껏해야 며칠 구금하는 것밖에 더하겠어? 그러다가 다시 나오면 보복할 수도 있고.”형수는 형의 말을 반신반의했다.형수도 이 순간 형이 애교 누나를 생각해서 이런 제안을 한 건지, 아니면 겁에 질려 이러는 건지 헷갈렸다.형은 워낙 성격이 나약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걸 싫어했다. 때문에 이런 일에서도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하지만 형수의 눈에 이건 그저 나약하고 무능하게 비쳤다.형수는 카리스마 있고, 위험할 때 나서서 저를 보호해 주는 남자를 선호했기에 동성 형을 한심하게 쳐다봤다.“어떻게 사적으로 해결할 건데? 그 인간이 이런 짓도 저지르는데, 사적으로 한 제안 받아들이겠어?”“그래도 우선 얘기해 보는 게 낫잖아. 아직 얘기해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형은 여전히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그때 애교 누나가 한참 망설이다가 나에게 물었다.“수호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나는 머리가 복잡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심지어
경찰은 곧바로 왔다. 놀랍게도 또 지난번에 봤던 두 사람이었다.하지만 전에 나를 심문했던 경찰은 나를 보자 아주 친절하게 대해줬다.“아유, 안녕하세요. 영상이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그 영상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나는 방금 내가 찍은 여상을 확인했었는데 후반부만 녹화되었다.그렇다는 건 김진호의 이름을 언급한 부분이 없다는 뜻이다.때문에 나는 마음 놓고 영상을 건넸다.두 경철은 영상을 끝까지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빛이 너무 어두워 두 사람 얼굴은 보기 힘드네요.”“그럼 어떡하죠? 얼굴 잘 보이게 하는 기술은 없나요?”형수가 절박하게 물었다.젊은 경찰은 아주 상냥한 태도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서로 가져가서 확인하고, 결과 나오면 연락드리죠.”“그럼 잘 부탁드립니다.”형수는 정중하게 인사했다.젊은 경찰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저기 정 선생님, 그 노랑머리 놈은 요즘 얌전하죠?”“노랑머리는 또 뭐예요?”나는 애교 누나와 형수가 걱정할까 봐 대충 핑계를 댔다.“별거 아니에요. 길에서 만난 양아치랑 시비가 붙었는데 이제는 해결됐어요.”젊은 경찰은 나를 협조해 주었다.“네, 요즘은 법치 사회라 웬만하면 함부로 하지 않거든요. 요즘 순찰을 강화할 테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이 경찰, 너무 열정적인 거 아니야?’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나를 향한 게 아니라 소여정을 향한 거였다.다시 말해, 나를 통해 소여정에게 줄을 댈 생각이었다.‘권력이 있는 사람은 역시 대단하네. 아무리 정부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빌붙으려는 걸 보면.’나는 내막을 알고 있기에 이 호의를 더욱 잘 받아줘야 한다.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한테는 좋은 거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다.두 경찰이 떠난 뒤 형수와 형도 돌아갔다.시간도 늦었기에 모두 쉬어야 한다.나와 애교 누나는 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누나는 여전히 두려워했다.“누나, 오늘 안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안 오려고 했는데 저녁이 되니 남주 남편
“누나랑은 정말 결혼하고 싶은데 남주 누나랑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왠지, 남편이 돌아왔다는 말을 들으니 전 필요 없어진 기분이에요.”애교 누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내 팔짱을 꼈다.“누나들한테 이쁨만 받다가 필요 없게 되니 괴로운 거예요?”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쩌면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애교 누나는 나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했다.“다 정상이에요. 누군들 사람들한테 떠받들리는 걸 싫어하겠어요? 사람들은 아마 모두 자기가 가장 빛나고 둘러싸이기를 바랄 거예요. 내가 어릴 때도 그랬으니까.”나는 너무 놀랐다.“누나는 항상 내성적이고 얌전하지 않았어요? 누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애교 누나는 설명했다.“내성적이고 얌전한 건 다른 사람 눈에 비친 나예요. 사실 나도 속은 엄청 열정 넘쳐요. 내가 고딩 때 공부 말고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매일 수수하게 꾸미고 옷도 수수하게 입어 사람들 사이에서 별로 튀지 않았어요.”“그러다 수능이 끝난 뒤, 나는 아주 자유로워졌어요. 심지어 그때 껌 좀 씹는다 하는 여자애들이 하는 머리 스타일까지 따라 했다니까요. 오죽하면 친구들이 나를 못 알아봤겠어요.”나는 이렇게 얌전하고 우아한 애교 누나가 그때 유행이던 기괴한 머리를 한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더군다나 좀 논다 하는 여자애들이 하고 다니는 머리 스타일은 얌전한 애교 누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그게 어떻게 매치되지?’“혹시 그때 사진 있어요? 보고 싶어요.”나는 너무 궁금했다.“있어도 안 보여줄 거예요. 너무 못생겼어요.”‘그 말인즉 사진이 있다는 뜻이네?’‘무조건 봐야겠다.’안 그러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나는 애교 누나에게 사진을 보여달라고 졸라댔다.결국 누나는 마지못해 싸이월드에서 어릴 때 사진을 찾아 보여주었다.그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애교 누나는 그때 정말 날라리 같았고 지금과는 전혀 딴판이었다.하지만 그때부터 미인
참 뼈아픈 교훈이다.그래서 인생 선배들이 늘 남자는 직업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자는 결혼 상대를 잘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했나 보다.예전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애교 누나의 일을 겪으면서 나는 단번에 깨달았다.여자는 결혼을 잘못하면 평생을 망친다.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었다.나는 애교 누나를 꼭 끌어안았다.“이젠 저를 만났으니 앞으로 절대 상처받게 안 할게요.”“내가 그런 얘기한 건 수호 씨한테서 약속받고 싶은 게 아니에요. 수호 씨 나이대 남자애들이 소유욕 있는 건 정상이에요. 하지만 누구랑 진지하게 만나고 누구랑 즐기기만 해야 하는지 잘 구분해야 해요. 남주거나 소여정 같은 여자는 되도록 멀리 해야 해요.”“그러면서 전에는 왜 남주 누나를 꼬시라고 한 거예요?”애교 누나가 나를 팔았다는 생각에 나는 울고 싶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설명했다.“그때는 내가 왕정민과 이혼하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이미 부적절한 관계였으니 남주도 끌어들여야 모두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그럼 남주 누나가 앞으로 저한테 매달리면 어쩌려고요?”나는 남주 누나한테서 언제든 멀어질 수 있지만, 남주 누나가 나를 쉽게 놓아줄지는 알 수 없었다.남주 누나의 마음은 좀처럼 알기 힘들었으니까.애교 누나가 나를 올려다보며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그건 수호 씨 스스로 해야죠. 그건 나도 도와줄 수 없어요.”수줍어하면서도 갈망하는 듯한 애교 누나의 얼굴을 보니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나는 슬그머니 손을 애교 누나 옷 속으로 넣었다.“남주 누나의 일을 도와주지 못하는 건 그렇다 쳐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요?”애교 누나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내 가슴을 살짝 밀었다.“진짜 나빴어요. 요즘은 안 된다고 했잖아요.”“그런데 저 너무 괴로워요.”“참아요.”“누나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잖아요.”‘예전에 내가 힘들다고 하면 손으로 도와주더니, 지금은 참으라고 하네, 너무해.’나는 너무 참기 괴로웠다.“됐어요. 나도 피곤
나는 거부감이 들었다.그때 애교 누나가 싱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바보, 수호 씨가 그랬잖아요, 우린 앞으로 부부가 될 거라고. 그러면 내게 수호 거 아니겠어요?”“안 돼요. 누나 건 누나 거고. 제 것도 누나 거예요. 그런데 누나 건 제 거가 될 수 없어요.”나는 좀 마초적인 성향이 있어 여자가 내 돈을 쓰는 건 괜찮지만, 내가 여자 돈을 쓰는 건 안 된다.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내 전 재산을 확인했다. 그런데 무려 300만 원이나 있었다.이 돈 대부분은 윤 사모님과 소여정이 준 팁이다.나는 그 돈이 이렇게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말 돈 많은 여자들은 좋네.’나는 애교 누나한테 말했다.“누나, 제가 생각해 봤는데, 돈을 며칠 더 벌어 600만 원을 모으면 직접 사고 싶어요. 물론 비싼 차는 살 수 없지만, 교통수단으로 사용할 차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예요.”애교 누나는 나를 안쓰럽게 쳐다봤다.“뭐 하러 그래요? 어렵게 번 돈으로 차를 사면 앞으로 대출 갚는 것만 해도 빠듯할 거예요.”“빠듯해도 상관없어요. 남자면 남자답게 밖에서 돈 벌어와야죠. 누나 돈은 잘 모아둬요. 그건 모두 혼전 재산이니 저한테 쓸 필요 없어요. 전화 요금도 제가 누나 것까지 내줄게요.”애교 누나는 갑자기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럼 수호 씨 돈으로 산 차 내 명의로 할 수 있어요?”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당연하죠. 제가 돈 버는 건 누나한테 주려고 버는 거잖아요. 누나야말로 제 차가 급이 덜어진다고 싫어하지 마요.”애교 누나는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싫어할 리가 있나요. 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점심에 찾아가서 돈 빌려줄 테니까 우선 그 돈으로 차 사요. 계속 이렇게 형수 차 타고 다니면 동네 주민들한테서 말 나와요.”나는 그 방법이 괜찮은 듯하여 누나에게 차용증까지 써 주었다.우선 누나한테서 400만 정도 빌려 계약금부터 내고 나머지는 대출로 갚으면 된다.나는 사실 진작부터 차를 하고 싶었다. 그것도 예쁜 차로.나는
나는 영상을 재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김진호에게 겁을 줄 수 있었으니까.김진호는 내가 영상을 찍었다고 하더니 안색이 단번에 변했다.“신고? 그래, 해 봐. 할 테면 진작 했겠지, 왜 지금까지 기다려?”김진호는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내 말에 바로 본색을 드러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이럴 때일수록 내가 강하게 나가야지 안 그러면 놈이 나를 무시할 게 뻔하다.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못 할 줄 알아? 정 사장님 봐서 기회 한번 줬던 거야. 경찰이 가게로 찾아와 널 잡아가면 가게 명성에 누가 될까 봐. 하지만 경고하는데,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계속 이렇게 시비 걸면, 내 뒤에도 사람 있어!”김진호는 썩 달갑지 않은 듯 말했다.“무슨 낯짝으로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 사람 윤 사모님이잖아. 윤 사모님이 너 도와주지 않았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그 노랑머리 일을 윤 사모님이 뒤에서 도운 줄 아나 보네.’김진호는 아마 소여정이 나를 도와줬다는 걸 꿈에도 모를 거다. 하지만 나는 설명하기도 귀찮았다.나는 김진호를 도발했다.“낯짝 운운하긴. 그러는 넌, 허구한 날 돈 많은 사모님한테 빌붙어 단물만 빨아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잖아. 그런데 결국 이 사모님 남편한테 두들겨 맞았지? 쪽팔리지도 않아?”내 말은 김진호의 아픈 곳을 단단히 찔렀다.김진호는 곧바로 나에게 덤벼들 것처럼 굴었다.나는 냉소를 지었다.“어디 한 번 손대 봐. 지금 윤 사모님은 내 고객이거든. 네가 날 괴롭힌 걸 그분이 알면 앞으로 그분 마음 돌릴 생각은 하지도 마.”김진호는 아직도 윤 사모님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내가 윤 사모님을 언급하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나는 성공적으로 김진호의 약점을 잡은 셈이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무서워할 필요도 없다.분노에 찬 김진호의 얼굴을 보니 나는 속이 다 후련했다.인맥으로 보나, 수단으로 보나 김진호는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는 내 앞에서 그저 광대에 불과하다.김진호의 마사지룸에서 나오자 문
현성은 손을 휙 저었다.“뭔데? 말해 봐.”“네가 나 대신 대출 좀 받아 줘.”은행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거액의 대출을 받으려면 실력 있는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했다.현성은 가정형편이 좋으니 내 보증을 서주기에 적합했다.“얼마나 빌릴 건데?”“3억.”나는 필요한 돈보다 더 대출할 생각이었다. 만약 앞으로 혼자 하면 이런저런 지출이 있을 게 뻔하니, 수중에 돈을 남겨두는 건 당연했다.“뭐 하러 그렇게 많이 빌려?”현성은 음식을 우물거리며 물었다.결국 나는 민우와 함께 한의관을 열려고 한다는 걸 털어놓았다.그걸 들은 현성은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섰다.“정수호. 어떻게 민우랑 한의관을 열면서 나한테 말하지 않아? 난 네 친구 아니야?”현성의 반응에 멍해진 나는 한참 뒤에 반응했다.“나도 네가 강북에 온 걸 얼마 전에 알았어.”“그럼 이제 돌아왔는데 나도 좀 끼워주면 안 돼?”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우선 앉아 봐. 내가 천천히 설명해 줄게.”현성은 내 말에 얼른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는 걸 본 나는 조목조목 분석하기 시작했다.“그 한의관을 운영할 사람은 나랑 민우뿐만이 아니야. 또 다른 파트너 두 명이 더 있어. 물론 네가 끼어도 되지만 네 성격에 매일 가게에 붙어 있을 수 있어?”내 기억에 따르면 현성은 학교 다닐 때 교실에 붙어 있는 걸 가장 싫어했었다.직접 한의관을 운영하는 건 학교 다니는 것보다 분명 더 바쁠 거다. 뭐든 직접 해야 하는 건 물론,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며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고생 한번 한 적 없는 현성이 그걸 버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내 분석을 들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뜻은 알겠어.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뭐 하나 해낸 게 없어서 우리 부모님이 맨날 닦달해. 난 진작부터 성과를 내서 두 분께 보여주고 싶었어. 그동안은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실행하지 못했지만 너랑 민우가 창업한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더 등신 같더라. 그래서 나도
게다가 집도 마침 강북에 위치해 있다.나는 얼른 전화번호부에서 조현성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얼마 뒤 현성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현성아. 나야. 정수호.”[정수호? 오호 브라더. 갑자기 웬일로 연락했어?]대학교 때 친구들은 우리가 늘 꼭 붙어 다닌다고 부부냐며 놀렸었다.나도 처음에는 그런 말들이 싫었지만, 현성의 성격이 꽤 괜찮은 데다 어디 놀러갈 때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닌다는 걸 인지한 뒤로는 우리가 친해서 그렇게 놀리는 거라고 점차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성은 웬 여자애를 따라다니느라 대학교를 그만뒀고, 그 뒤로 우리의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그러다 며칠 전 강북으로 돌아왔다는 현성의 SNS를 보고 그에게 연락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용건이 있으니까 했지. 너 지금 어디야? 우리 만날까?”[나야 백수라 빈둥빈둥 놀고먹기만 하지. 며칠 전에 우리 영감탱이가 날 집에 가두는 바람에 아직도 집에 있어.]“어? 그럼 만나지 못하잖아.”[만나려면 당연히 만날 수 있지. 내가 누구야. 마왕이라고 불리는 사나이 아니겠어. 우리 집 열쇠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것 같아? 주소 보내 봐. 이따 찾으러 갈게.]현성의 말에 나는 한시름 놓았다.나는 얼른 근처에서 가게를 찾아 위치 정보를 공유했다.그러자 현성은 곧 올 거라며 기다리라는 문자를 보냈다.약 20분쯤 기다렸을 때 현성은 모습을 비추었다.몇 년 만에 만나서인지 조현성은 많이 변해 있었다. 몸에 살이 올랐고 얼굴도 더 동글동글해졌다. 하지만 본업에는 충실하지 않고 예쁜 여자를 보면 눈을 반짝이던 본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글쎄, 안으로 들어오면서 문 앞에 있는 두 여자애를 향해 휘파람을 불다가 된통 욕까지 먹었다. 하지만 현성은 어찌나 뻔뻔한지 개의치 않고 제 명함까지 건넸다. 물론 그 명함은 예상대로 쓰레기통 행이였지만.“하하. 까칠하네. 그래도 마음에 들어.”현성은 빙그레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 순간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점차 보다 보니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모든 제품을 한번 훑은 뒤 나는 세 가지를 선택했다.“제가 볼 때 이 세 가지가 괜찮아 보여요.”이영미는 한번 확인하더니 말했다.“그래. 그럼 이 세 가지로 하지 뭐. 주소 알려 줘.”“제 주소는 왜요?”“먼저 수호 씨 집에 보낼게. 수호 씨가 한번 사용해 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말해 줘. 그러면 내가 다시 살 테니까.”‘나를 실험용 생쥐로 보는 건가?’비록 조금 찜찜했지만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나도 마침 사용해보고 싶었으니까. 나는 결국 내 주소를 가르쳐 줬다.이영미가 구매를 마쳤을 때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윤지은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밖에서 들어왔다. 그녀는 나와 제 어머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나를 죽일 듯 노려봤다.“둘이 뭐 했어?”이영미는 핸드폰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내가 수호 씨한테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어. 뭐야? 이런 것도 상관하게?”“엄마는 나이도 있으면서 뭐 맨날 사진을 찍어요?”윤지은은 불만 투로 투덜댔으나 표정은 전혀 싫어하는 티가 나지 않았다. 그녀도 제 엄마가 아직도 아이 같은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가끔 윤지은은 이런 엄마가 부러울 때도 있다. 평생 남편의 예쁨을 받고 아무 고민 없이 영원히 동심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식사 후반부는 그런대로 순조로웠다.식사를 마친 뒤 이영미는 함께 노래 부르러 가자고 초대했지만 나는 그걸 거절했다. 이번에는 윤지은도 강요하지 않았다.나는 사장님이 빌려준 레인지로버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쉬고는 형수에게 전화했다. 그러고는 방금 이영미의 병을 봐주고 형수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그런데 결국 못 가게 됐어요.”다시 생각해도 이건 너무 아쉬웠다.내 말에 형수는 싱긋 웃었다.[난 계속 집에 있으니까 언제든 와요.]그 순간, 방금 이영미가 산 물건을 형수와 함께 사용하면 분명 끝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이영미가 문건을 고를 때 나
윤지은은 여전히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 난 꼭 말한 대로 할 테니까.”“그럼 약속한 거예요. 두고 봐요. 지은 씨는 언젠가 저한테 매달리게 될 테니까.”말을 마친 나는 홱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혼자 룸 안에서 셀카를 찍고 있던 이영미는 내가 들어오자 사진을 찍어 달라며 핸드폰을 건넸다.나는 두말없이 핸드폰을 받아 들고 사진을 찍어주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뜬 메시지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이영미가 인터넷으로 중년 부부가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물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때마침 네티즌들이 댓글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섹스 토이를 추천하며 사진까지 첨부했다.“크흠...”난생처음 보는 신문물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때 이영미가 마침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고 물었다.“왜 그래?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간데?”“직접 보세요.”나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건넸다.폰을 건네받은 이영미는 댓글을 확인하더니 피식 웃었다.“고작 이것 때문에 그래? 혹시 우리 지은이랑 이런 거 사용해 본 적 있어?”“아니요. 절대 없어요. 절 그렇게 변태로 몰아가지 마세요.”이영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직도 젊어서 그런지 부끄러움이 많네. 수호 씨도 나이 먹으면 이러지 않을 거야. 사실 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건 즐겁기 위해서라고 봐. 그러니 즐겁고 재밌는 건 해봐야지.”‘제가 경험 많은 어머님과 어떻게 비교하겠어요?’입만 열면 이런 쪽으로 얘기하는 건 난 도저히 할 수 없다. 역시 유부녀라 그런지 욕구도 많고 뭐든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어쩐지 인터넷에서 연애 경험 많은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보다 재밌다고 하더라니.그 말인 즉 유부녀가 훨씬 낫다는 말 아니겠나?“지은은?”“모르겠어요.”나는 그 여자를 언급하고 싶지 않아 거짓말했다.그때 이영미가 룸 문을 닫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그럼 나 대신 골라 줘. 뭐가 더 재밌을 것 같아?”나는 순간 어리
이영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괜찮아. 젊을 때는 누구나 다 경험이 부족해 감정적으로 굴 때가 많아. 이해해. 오늘 기분도 좋은데 이따 같이 식사하는 건 어때? 내가 살 테니까.”사실 나는 싫었다. 형수를 만나러 가고 싶었으니까.하지만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다.“누구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나는 다급히 부인했다.“제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거예요? 저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줄래요? 알았어요. 먹으면 될 거 아니에요.”‘따발총이야 뭐야? 왜 항상 이렇게 쏘아붙여?’이영미는 딸이 남자 맛을 본 걸 축하한다며 고급 호텔을 예약했다. 심지어 파티까지 준비하려 했는데 윤지은이 막았다.“엄마, 파티 열면 엄마를 정신병원에 처넣는 수가 있어요.”이런 일로 정말 파티까지 열면 윤지은은 아마 쪽팔려 죽을 거다. 다행히 윤지은의 말은 이영미에게 겁을 주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식사 내내 윤지은의 상태는 계속 이상했고 자꾸만 나를 흘끔거리기까지 했다. 나 역시 윤지은이 무슨 꿍꿍이인지 걱정이 돼 식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나는 밖에서 바람을 쐬려고 화장실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밖을 나왔다. 그 뒤로 얼마 뒤, 윤지은도 따라 나왔다.“우리 일 이제 들켰는데 어쩔 거야?”‘이건 또 뭔 질문이지?’“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건데요?”“정수호. 너 정말 남자 맞아?”윤지은은 낯빛이 어두워져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뜬금없이 욕을 먹은 난 너무 어이없었다.“의견을 묻는 건데 왜 또 화내는 거예요?”“누가 의견 물으래? 네 태도가 궁금하다고.”“제 태도는... 책임져줄 수 있어요. 물론 지은 씨가 원하면.”윤지은은 여전히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심지어 안색이 점점 어두워져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것도 싫어요? 그럼 뭘 원하는데요?”윤지은은 나에게 바짝 다가오면 싸늘하게 물었다.“그럼 어떻게 책임질 건데? 네 애교 누나를 차버리고 나랑 결혼이라도 할 거야?”“그건 안 되죠. 전 애
“엄마, 괜찮아요?”윤지은은 엄마의 이상한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보통 엄마라면 자기 딸이 우수한 짝을 찾기를 원하지 않나? 왜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게다가 딸이 아무것도 아닌 남자랑 잤다는데 왜 화를 내지 않지?’“괜찮지 그럼. 우리 윤씨 가문은 정략결혼으로 사업을 유지할 필요도 없고 돈 많은 사돈에게 빌붙을 필요도 없어. 난 전에 네 심리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문제없다니 오히려 다행이지. 앞으로 외로우면 만나고 싶은 남자 마음대로 만나. 넌 윤씨 가문 딸이잖아. 뭐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윤지은의 얼굴은 또 빨갛게 달아올랐다.윤지은은 사실 욕구불만인 사람은 아니다. 다만 전에는 정말 힘든 데다 여준휘한테 복수하려는 마음에 아무나 만나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거였다.“필요 없어요. 요즘 병원 일이 바빠서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 없어요.”“누굴 속여? 너희 병원 요즘 안 바쁘잖아. 나 고 교수한테 다 물어봤어. 네가 요즘 할 일이 없다면서 휴가 줄 생각도 하던데. 차라리 이참에 수호 씨랑 여행이나 다녀와.”윤지은은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버럭 소리 질렀다.“싫어요. 가더라도 혼자 다녀올 거예요.”“혼자 가는 게 얼마나 위험해? 낯선 환경과 낯선 도시에 가면 외로울 때 누가 같이 있어 줘?”“엄마. 말끝마다 남자 얘기하지 마요. 전 독립적인 여성이에요. 남자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요.”“우리 딸이 얼마나 독립적인지는 나도 잘 알지. 그럼 그냥 친구랑 같이 논다고 생각해. 두 사람이 가는 게 혼자보다는 낫잖아. 남자도 사실 애완동물처럼 곁에 두면 꽤 즐거워.”그 말에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역시 부자들한테는 뭐든 애완동물로 보이는구나.’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지은 씨, 윤 사모님, 이제 설명 끝났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나는 기분이 언짢아 일부러 호칭으로 두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그러자 이영미가 다급히 내 팔을 잡았다.“가긴 어딜 가?
그때, 슬리퍼 한쪽이 날아와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나는 그대로 소파 위에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윤지은은 그 틈에 덮쳐와 가위로 내 옷을 마구 잘랐다. 그 모습에 나는 오금이 저려 났다.가위가 조금만 더 아래로 향하면 나는 정말 고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나는 다급히 윤지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정말 저를 고자로 만들 작정이에요? 내 거로 얼마나 기분 좋았던지 잊었어요? 정말 잘라버리면 앞으로 누가 지은 씨 기분 좋게 해줘요?”윤지은은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봤다.“그건 너 없이 나 혼자서도 해결해. 그런데 감히 우리 엄마를 노려? 그러면 죽어야지.”“전 지은 씨 어머님 노린 적 없어요. 정말 마사지해 드린 것뿐이에요.”“노린 적 없다고? 그런데 아까 더 세게 하라느니 거친 게 좋다느니 한 말은 뭔데?”“제가 너무 살살 누른다고 더 세게 누르라는 거였어요.”“헛소리하지 마. 누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 내가 들어왔을 때 네놈이 우리 엄마랑 같이 방에 들어가는 거 똑똑히 봤는데. 말해. 우리 엄마한테 나쁜 짓 하려고 했지?”“제가 여색을 밝히는 건 맞지만 짐승은 아니에요. 전에 지은 씨랑 그랬는데 어떻게 지은 씨 어머니를 노리겠어요? 내가 변태도 아니고.”윤지은이 뭐라 하기 전에 이영미가 초조한 모습으로 달려 나왔다.“지은아, 너희 둘... 정말 했어?”윤지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목까지 빨개졌다.“엄마, 말 좀 예쁘게 하면 안 돼요?”이영미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용천 호텔에서부터 두 사람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어. 우리 예쁜 딸. 네가 남자랑 사랑도 나누어 봤다니 엄마는 너무 기뻐. 난 네가 불감증인 줄 알았잖아. 어때? 해보니까 기분 좋지? 한 번 하니 또 하고 싶고 계속하고 싶지?”윤지은의 얼굴은 점점 달아올라 빨갛게 익어 버렸다.“엄마. 좀 점잖게 행동해요.”“에이, 엄마도 다 겪었는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나랑 수호 씨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절대 못 그래요. 제가 그렇게 물으면 지은 씨는 분명 저를 잡아먹으려고 할 거예요.”나는 바로 거절했다.그러자 이영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우리 딸이 정말 불감증은 아니겠지? 평생 결혼도 안 하고 남자도 안 만나려는 건가? 남자랑 한 번도 해보지 못한다는 건 너무 불쌍한데.”“크흠...”서슴없이 말하는 이영미의 모습에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수호 씨, 힘 좀 써봐. 아무 느낌도 안 나잖아.”“이 정도면 돼요?”“아니. 더 힘써 봐. 난 심플하고 거친 걸 좋아하거든.”“이렇게요?”“아, 좋아...”한편, 집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윤지은은 안에서 어머니와 누군가의 이상한 대화가 들려 다급히 문에 귀를 바짝 댔다. 그리고 바로 우리의 대화를 들어 버렸다.그 순간 나와 제 어머니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고 착각한 윤지은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문을 확 열어젖히고 노기등등해서 들어왔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하지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참 공교롭게도 윤지은이 들어오기 바로 전 이영미는 소파가 불편하다며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받겠다고 했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이영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 때문에 나와 이영미가 한 방에 같이 있는 장면을 윤지은에게 들키고 말았다.단단히 화가 난 윤지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손에 잡히는 대로 가위를 집어 들었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 넘봐? 내가 너 다시는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 거야.”나는 침실에 들어오기 전에 사실 도어락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영미가 얼른 마사지해달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바로 그걸 무시해 버렸다.고개를 돌렸을 때 이영미는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게다가 슬립이 너무 짧아 예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이런 상태에서 마사지해 주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 망설이고 있을 때, 이영미가 말했다.“안 될 거 뭐 있어? 집에 사람도 없는데. 무엇보다 당사자인 내가 괜찮다잖아. 얼른 눌
“이렇게요. 손가락을 구부리지 말고 쫙 펴야 해요.”나는 최선을 다해 시범을 보여주었다.그때 이영미가 갑자기 내 바지춤을 잡으며 말했다.“옷이 너무 커서 시선이 막히잖아. 옷 벗어 봐. 그래야 잘 보이지.”“어머님, 그건 안 돼요...”“그럼 옷을 들어 올리던가. 이렇게 하면 잘 안 보여.”나는 어쩔 수 없이 티셔츠 밑단을 위로 들고 다시 시범을 보여주었다.“보세요. 이렇게 손가락을 놓으면 검지와 중지 사이에 간격이 조금 생기는데 그 위치가 바로 우리가 찾으려는 혈자리예요.”“똑바로 앉아 봐. 잘 안 보여.”이영미는 또다시 나를 마구 잡아당겼다. 이러다가 바지가 벗겨질 것 같아 나는 다급히 일어나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그녀와 거리를 유지했다. “어머님, 전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니 직접 찾아보세요.”“이렇게? 이것 봐, 내 손가락이 말을 안 듣는다니까.”이영미는 동안에 귀염 상이지만 손은 어찌나 둔한지 계속 틀렸다.결국 보다 못한 나는 직접 가르쳐주었다. 다만 자세만 잡아주고 혈자리를 찾는 건 역시나 이영미 스스로 찾게 했다.“혈자리를 찾았다면 가볍게 눌러 봐요. 시큰거리는지 확인해 봐요.”그 과정에 나는 이영미를 보지 않으려고 계속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내 말에 이영미는 혈자리를 살짝 눌렀다.“아. 진짜 시큰거리는 것 같네. 앞으로 여기를 누르면 해소된다는 거지?”“네.”나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로 돌아가 다시 이영미의 맥을 짚었다.이영미는 낮은 소리로 진작 물었던 걸 그랬다며 혼잣말했다. 이영미의 모습을 보니 연기 같지는 않았다. 아까 계속 내 바지를 내리려 해서 하마터면 이영미가 나한테 뭐라도 할 줄 알고 진땀을 뺐는데, 보아하니 내가 너무 예민했던 모양이었다.맥을 한참 짚어본 뒤 나는 상황을 말했다.“보아하니 편두통이 있으신 것 같아요. 손으로 마사지하면 두통이 사라질 거예요.”나는 이영미더러 소파에 기대앉게 하고 나는 소파 뒤에 선 채 머리를 마사지해 줬다.그때 이영미가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