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시골과 도시의 차이라고나 할까?“맞아요. 내가 어렸을 때 가정 형편이 안 좋았거든요. 젤리 먹고 싶다고 운 적도 있어요.”하정현은 갑자기 나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나도 갑자기 궁금하여 물어봤다.“혹시 집이 시골에 있었어요.”“아니요.”“그런데 가정 형편은 왜 안 좋았어요?”“아빠가 의원인데 부정부패를 저질러 어릴 때 집 재산을 몰수당했거든요. 그때 마침 발육 시기랑 겹치다 보니 배불리 먹을 수만 있으면 다행이었어요. 엄마도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요.”하정현의 말에 나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부패를 저질렀다는 걸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고?’‘좀 어이없네.’나는 그 사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말했다.“옷 벗어요. 마사지 시작할게요.”하정현은 두말없이 옷을 벗었다.나는 먼저 하정현의 몸에 오일을 발라주고 마사지하기 시작했다.솔직히 웃옷을 벗고 있는 하정현을 봐도 나는 아무런 잡념도 없었다.그도 그럴 게, 너무 평평했으니까.얼굴이 예쁘지 않았다면 의형제를 맺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가슴이 평평한 여자도 좋은 점은 있다. 바로 옷태가 예쁘다는 거다.하정현은 가죽 바지를 유독 좋아하는 듯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마사지를 하면 할수록 하정현의 혈 자리는 자극을 받아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직접 해볼래요? 한번 해보면 나중에 집에서 혼자서도 할 수 있잖아요.”“내가 혼자서도 할 줄 알면 그쪽은 돈 못 벌잖아요?”“이런 마사지는 원래 얼마 못 벌어요. 그러니까 벌든 못 벌든 상관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방문 서비스하기 싫어요. 친구분이 너무 사나워 보여서 귀찮은 일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그러자 하정현이 갑자기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바라봤다.“그럼 내 친구 어떻게 생각해요? 예뻐요? 몸매는 좋아요?”“왜 갑자기 그걸 묻는 건데요?”“내가 먼저 물어봤으니까 대답부터 해요.”하정현이 대뜸 강조했다.나는 한참
“친구들도 다 여친이 있거든요.”나는 너무 귀찮아서 거짓말했다.하지만 하정현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그럼 그 친구의 친구는요? 주위 남자들 중 솔로인 사람이 없는 건 아닐 거잖아요.”“지금 말장난하는 거예요? 내가 없다고 하는 건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친구인데, 어떻게 아무 남자나 소개해 줄 생각을 해요? 상대가 어떤 남자인지, 인성은 어떤지 알아보지도 않았잖아요?”나는 참지 못하고 직설적인 말로 반박했다.하지만 하정현은 배알도 없는지 오히려 깔깔 웃어댔다.“뭘 그렇게 발끈하고 그래요? 농담이에요. 사람이 농담도 못 해요? 가만 보면 내 친구한테 엄청 신경 쓰는 것 같은데요?”“어딜 봐서 내가 그쪽 친구한테 신경 쓰는 것 같은데요? 방관자로서 선의로 귀띔해 주는 것도 안 돼요?”나는 여자의 말에 너무 논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자꾸만 나한테 프레임을 씌우는 느낌이 들어 자꾸만 반박하고 싶었다.“무슨 뜻이에요? 지금 내가 친구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난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 그쪽 스스로 그렇게 말했어요.”나는 하정현을 돌려 깠다.솔직히 하정현이 확실히 친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상식적으로 친구라면 이렇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람 엿 먹이려는 것도 아니고.‘아무리 상처를 치료해 주려는 게 목적이라고 해도, 이건 뭐 독으로 독을 해독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습, 왜 갑자기 사람을 꼬집어요?”여자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내 팔을 꼬집었다. 그 고통에 나는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그때 하정현이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보았다.“여자 마음도 모르고 말할 줄도 모르네요. 그쪽 같은 사람은 절대 여자 친구가 있을 리 없을 텐데, 말해요, 나한테 거짓말한 거죠?”“첫째, 그쪽한테 거짓말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 아니네요. 둘째, 거짓말을 하든 말든 그건 제 자유니까 그쪽이 뭐라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셋째, 나한테 더 이상 폭력 사용하지 마요. 안 그러면 당
그 말을 들은 순간 하정현의 아버지가 부패를 저지른 게 고발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의원 아버지를 믿고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갑질했을지 모르니까.나는 달갑지 않아 대충 얼버무렸다.“안 그럴게요, 됐죠?”“진작 그럴 것이지.”하정현은 다시 소파에 누웠다.평평한 하정현의 가슴을 보니 나는 점점 더 화가 났다.때문에 마사지할 때 일부러 힘을 더 주었다.게다가 혈 자리가 분명 가슴 아래에 있는데 일부러 위을 눌렀다.“음? 뭐 하는 거예요?”하졍현은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나는 얼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혈 자리를 마사지해 주고 있잖아요. 여기 이 혈 자리가 효과가 더 뛰어나거든요.”“그래요? 그런데 아까는 왜 여기 안 눌렀어요?”하정현은 막무가내긴 해도 바보는 아니라 쉽게 속일 수 없었다.하지만 이 질문은 나에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지난번에는 급하게 끝내느라 오일도 안 발랐잖아요. 이번에는 오일도 발랐으니 흡수가 더 잘되게 해야죠.”“아.”‘어디서 감히 나한테 덤벼? 넌 아직 어려.’나는 한 편으로 마사지하며 한 편으로 하정현의 가슴을 주물러댔다.하정현의 가슴은 물론 작았지만 촉감은 아주 좋았다.게다가 마사지를 하고 나니 손안에 마침 들어오는 게 너무 귀여워 오히려 그것대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봐요, 혹시 매일 몇 명의 여자를 마사지해 줘요? 나보다 가슴 작은 여자 본 적 있어요?”하정현은 궁금한 듯 물었다.그 질문에 생각이 끊겨버린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없어요. 정현 씨 가슴이 내가 지금껏 본 여자들 중에 가장 작아요. 그런데 꽤 귀여워요.”“어떻게 귀여운데요? 얼른 말해 봐요.”하정현이 갑자기 두 눈을 반짝이며 묻는 바람에 나는 흠칫 놀랐다.“뭐 하는 거예요? 놀랐잖아요.”“지금껏 내 가슴이 귀엽다고 말해준 사람이 없단 말이에요. 그쪽이 처음이에요. 그러니까 어떻게 귀여운지 들어보고 싶어요.”‘그런 거였어? 식겁했네.’나는 솔직히 말
의느님의 의술을 빌려 이것저것 채워 넣은 가짜 얼굴보다는 훨씬 나았다.“갑자기 그쪽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왠지 가슴 크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어요.”하정현은 말하면서 오만하게 가슴을 내밀었다.하정현의 모습에서 그녀가 정말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나는 내 말이 그렇게 큰 역할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됐어요, 서비스가 끝났으니 송금해요.”나는 큐알 코드를 하정현에게 쭉 내밀었다.그러자 하정현은 두말없이 나에게 송금했다.오일 마사지와 가슴 마사지는 간단하기에 가격도 너무 비싸지 않았다. 도합 16만 원이다.돈을 받은 나는 곧바로 윤지은의 집을 떠났다.첫째 이유는 하정현이 갑자기 말을 번복할까 봐 두려워서였고, 두 번째 이유는 애교 누나가 방금 영상 통화를 걸어 왔는데 너무 바빠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나는 차에 앉자마자 애교 누나에게 전화 걸었다.애교 누나는 바로 전화 받았다. 하지만 남주 누나가 오늘 기분이 안 좋아 하루 더 같이 있어 달라고 한다고 했다.이건 내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었다.나는 당연히 애교 누나가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남주 누나가 기분 안 좋을 게 뭐가 있어? 어젯밤 남편한테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서.’나는 남주 누나가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내가 푸념하자 애교 누나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남주가 기분이 안 좋다는 거, 거짓말 아니에요. 남주 아들이 오늘 학교에서 다른 학생과 싸웠거든요. 그래서 남주가 선생님한테 불려 가 한바탕 꾸중을 들었어요.”‘아, 그런 거였네.’나는 무의식적으로 남주 누나와 형수 그리고 애교 누나는 모두 애가 없다고 셍각해 왔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벌써 7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는데, 올해 막 1학년이 되었다.그렇다면 남주 누나가 기분이 안 좋다는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남자아이는 워낙 장난기가 심하니까.남주 누나는 노는 걸 즐기긴 하지만 아들한테만큼은 늘 최선을 다하는 듯했다.그런데 아들 때문에 그런 일을 겪었으니 기분이
“내가 증명할게. 이것 봐, 나 지금 노력하고 있잖아.”“어떻게 된 거야? 왜 또 갑자기 되는 거야?”형수의 숨소리는 점점 가빠졌다.형수의 물음에 형은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았다.사실 형수가 돌아온 걸 보자마자 동성 형은 몰래 약을 먹었다. 지금 되는 것도 그 덕분이고.하지만 형은 이 사실은 절대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형수가 절대 안에 사정하도록 동의하지 않을 테니까.“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자기가 또 좋아졌나 보지. 태연아, 사랑해. 영원히 잃고 싶지 않아.”점점 격해지는 소리가 고스란히 내 귀에 흘러들었다.형수는 연달아 오르가슴을 느끼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애초에 형수가 이토록 만족했을 때는 나와 함께했을 때였는데, 이제는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어진 모양이다.그 사실을 인지하니 나는 너무 속상했다.나는 묵묵히 집을 나와 다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기분은 너무 복잡하기만 했다.남주 누나는 남편이 있고, 형수도 남편이 있어 그녀들 남편이 돌아올 때면 나는 아무 쓸모도 없게 된다.이런 느낌은 너무 싫었다.마치 내가 필요할 때는 갖다 쓰고, 필요 없어지면 버려지는 물건이 된 기분이었다.나는 속으로 더 이상 남주 누나와 형수랑 엮이지 말아야겠다고 맹세했다.‘난 애교 누나한테만 잘할 거야.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역시 애교 누나뿐이야.’생각을 정리한 뒤, 나는 곧장 화인당으로 향했다.그날 오전, 나는 또 몇 명의 고객을 받아 몇십만 원이나 되는 팁을 받았다.점심시간, 모태진은 또 외식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기분이 꿀꿀해 바로 거절했다.그랬더니 모태진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설득했다.“가요, 네? 내가 쏠게요. 내가 처음으로 쏘겠다고 하는 건데, 체면 좀 세워줘요.”모태진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도 따라서 좋아졌다.“뭐예요? 돈이라도 생겼어요? 왜 갑자기 이렇게 통 커졌는데요?”나는 웃는 얼굴로 농담했다.무엇보다 계속 기분이 안 좋은 채로 있는 것도 방법은 아니기에, 확실히 기분 전환이 필요
내가 모태진과 식사하고 있을 때 노랑머리 놈이 갑자기 여자 친구를 데리고 나타났다.그러고는 모태진의 앞에 다가오더니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모태진에게 삿대질했다.“네가 모태진이야? 내 여자를 건드리려 한 놈이 네 놈이냐고?”“난 그 여자분 건드린 적 없어요. 너무 가여워 보여서 그쪽을 떠나라고 했을 뿐이에요.”모태진은 매우 정중하게 대답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노랑머리 놈이 갑자기 모태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바람에 코피가 흘러내렸다.나는 벌떡 일어나 모태진의 앞에 막아섰다.“뭐 하는 거예요? 계속 이러면 경찰 부를 거예요!”노랑머리는 눈에 뵈는 게 없는지 내가 경찰을 언급했는데도 겁먹지 않았다.심지어 그 말에 오히려 발끈하며 화를 냈다.“난 지금 저 자식이랑 말하는 중이잖아. 그쪽이랑 상관없으니까 넌 빠져.”모태진은 얼굴에 코피를 덕지덕지 묻혔지만, 눈빛을 보니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였다.어제 똑같은 일을 당했을 때, 모태진은 이런 태도가 아니었다.그런데 여자 한 명 때문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기다니.그 여자는 모태진이 맞자 울며 남자 친구한테 애원했다.“안명훈, 그만해. 이 일은 모 선생님과 아무 상관 없어. 내가 너랑 헤어지고 싶은 거야.”짝!안명훈은 두말없이 여자의 뺨을 후려갈겼다.이건 너무 도가 지나쳤다.여자가 남자랑 사귀든 말든 그건 자유인데, 헤어지자고 했다고 사람을 때리다니.나는 참지 못하고 호통쳤다.그러자 안명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씩씩거리며 말했다.“경고하는데,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너도 같이 때려줄 거야.”나는 순간 분노가 끓어 올라 싸늘하게 말했다.“어디 한번 해 봐. 아주 법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네? 벌건 대낮에 어디서 주먹질이야? 너 같은 건 경찰에 잡혀가야 돼.”말을 마친 뒤, 나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이번에는 겁만 주는 게 아니라 진짜였다.안명훈이 갑자기 전화를 빼앗으려고 달려들자 나는 가볍게 몸을 피했다.하지만 그놈은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달려들었다.
은솔이라는 여자는 말하면서 모태진의 품에 와락 안겨 그를 꼭 끌어안았다.그 순간 모태진은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유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나도 이젠 남녀 문제에 있어서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태진이 은솔을 좋아한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하지만 모태진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 절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요.”모태진은 말하면서 두 손으로 여자를 꼭 끌어안았다.그 행동에 나는 내 추측을 더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모습을 본 안명훈은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젠장, 그 손 당장 놔! 그 여자는 내 여자라고! 손대지 마!”안명훈은 또다시 모태진을 때리려고 달려들었다.나는 얼른 그놈을 말리며 시선을 끌었지만 놈은 나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계속 끼어들겠다 이거야? 좋아, 그렇다면 너도 같이 죽여줄게!”우리가 한창 말다툼하고 있을 때 경찰이 도착했다.그러고는 상황을 듣더니 쌍방 폭행이라며 우리를 모두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그 사실에 나는 너무 화가 났다.“이게 어떻게 쌍방 폭행이에요? 분명 저 자식이 먼저 폭행했어요. 저는 정당방위라고요.”“잔말 말고 따라와요.”두 경찰은 두말없이 우리를 모두 끌고 갔다.그때 안명훈이 갑자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설마 저 경찰들이 저 노랑머리랑 아는 사이인가?’우리는 얼마 뒤 관할 파출소로 연행되었다.경찰은 우리가 쌍방 폭행이라고 여겼고, 안명훈이 갑자기 나 때문에 중상을 입었다며 병원에서 진단받고 나를 고소하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심지어 중재에 나선 경찰은 아무리 봐도 노랑머리의 편인 듯했다.“상대가 고소하면 나중에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 사적으로 합의 보세요.”“그런데 합의금 2천만 원이 말이 돼요? 이건 강도랑 뭐가 달라요?”“그건 여러분이 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니 사적으로 합의 보세요.”나는 화가 나서 미칠 지
“뭐든 다? 정확하게 뭐야?”소여정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이런 상황에서 나를 희롱할 생각뿐인 소여정이 너무 짓궂었지만 나는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말 그대로, 다 돼요.”나는 소여정이 나를 놀리고 희롱하는 걸 좋아하는 데다 내 몸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떼문에 내가 이렇게 말한 건 뭐든 다 된다는 걸 암시하기 위해서다.앞으로 그걸 들어줄지 말지는 또 다른 문제일 테지만.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나한테는 우선이었다.“약속했어? 난 절대 강요한 적 없어.”소여정이 동의하자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다급히 대답했다.“모두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질게요. 이제 안심이 되죠?”“그래, 기다려 봐. 전화 한 통만 할게.”소여정은 고작 정부이지만 그녀의 남자 임천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게다가 임천호가 매번 공식 석상에 나갈 때마다 항상 자기 정부를 데리고 다니기에 모든 사람이 소여정을 알고 있다. 심지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소여정을 통해 임천호한테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그때 그 술자리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여정한테 몰려든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정부라는 이름이 사람들 앞에 내놓기 부끄러운 이름이지만, 그 사람이 높은 위치에 있으면 부끄럽고 말고는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심지어 뒤에서 몰래 소여정을 부러워하는 여자가 수없이 많다.어찌 됐든 임천호의 여자가 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내가 막 전화를 끊고 돌아오자 안명훈이 귀찮은 듯 물었다.“대체 해결한 거야. 만 거야? 해결할 생각이 없으면 구치소에서 지내.”그 말에 경찰은 나를 한번 쓱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행동에 나는 기가 찼다.경찰은 국민의 지팡이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나쁜 놈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니.내가 권력이 없는 건 맞지만 나중에 내가 권력을 손에 넣는다면 반드시 이런 부패한 현상을 뿌리 뽑을 거다.“너랑 말하고 있잖아. 귀먹었어?”노랑머리가 나에게 다시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
나는 영상 하나를 찾아 빨리 내 안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한창 욕구 해소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나는 얼른 영상을 끄고 바지를 올리고는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누구세요?”“수호 씨, 나예요.”사모님이었다.‘사장님이랑 끝났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모습인 데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했다.“왜 그러세요?”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사모님이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셨지? 표정은 왜 이렇고?’“약욕 시간 다 됐어요. 나랑 같이 호섭 씨 침대에 좀 옮겨요.”사모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다.사모님은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물어볼 수 없었다.나는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부풀어 올라 민망한 내 그곳을 가릴 수 있었으니까.나와 사모님이 욕실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모님을 바라봤다.“유미야, 나...”사장님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사모님이 말을 잘랐다.“다 알아. 그러니까 말하지 마. 우선 몸조리부터 잘해.”사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지? 설마 사장님이 아까 실패해서 미안해하는 건가?’가끔 어떤 일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나는 사모님을 도와 사장님을 방에 옮겼다. 사장님은 침대에 누운 채 시선을 사모님한테서 떼지 못했다.“수호 씨, 오늘 고마웠어. 오늘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니까 가서 쉬어.”“네.”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방금 전 일을 생각했다.사모님은 만족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할 리 없다. 사장님은 지금 몸 건강이 안 좋아 사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어려울 거다.‘하, 사장님이 얼른 나아서 두 분 백년해로해야 할 텐데.’사모님이 예쁘고 몸매도 좋은 데다 농염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애교 누나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양동준은 나에게 열흘이라는 기한을 줬고, 민우와 함께 따로 나가서 사업해 보려던 계획도 계속 진행해야 하고, 또 사장님 치료도 신경 써야 했다이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특히 열흘 기한 중에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한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야, 이러지 마. 수호 씨 아직 집에 있어...”그건 분명 사장님 목소리였다. 사장님은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곧이어 사모님 목소리도 들렸다.“수호 씨는 지금 방에 있어 못 들을 거야. 호섭 씨, 우리 한동안 안 했었잖아. 내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같이 목욕하자.”사모님 목소리는 약간 안달 나 있었다.순간 내 머릿속에 욕실 속 장면이 그려졌다.풍만한 몸매가 얇은 천에 가려졌지만 사모님의 고혹적인 느낌은 가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안돼. 수호 씨가 들어오면 얼마나 어색해.”“문 잠그면 되지. 호섭 씨, 나 거절하지 마. 나도 정상적인 여자야. 나도 욕구가 있다고. 내가 다른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나 좀 만져주고 안아주고 키스해 주면 돼.”사모님의 말에 나는 피가 들끓었다.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서서 사모님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유미야, 그만 벗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듯 말했다.“못 참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호섭 씨, 나 하고 싶어...”나는 사모님이 이렇게 적나라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래는 이미 부풀어 올랐다.욕실 안에서는 어느새 말소리가 끊기더니 희미하게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
그랬더니 민우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난 싸우는 건 괜찮지만 분석하는 건 됐어. 머리는 네가 나보다 더 잘 돌아가잖아.”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와 민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이다. 민우는 싸움 실력이 뛰어나지만 냉정하지 못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나는 싸움 실력이 달리지만 민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그 때문에 우리는 함께 협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거다.“주해진이 무슨 꿍꿍이가 있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1800만 원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으니 도로 가져갈 생각 못 하게 해야지.”이 돈은 우리의 사업 자금이기에 나는 절대 주해진이 도로 빼앗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주해진한테서 보상금을 받은 뒤로 마음이 덜 아픈 것 같았다. 나중에 페인트칠 조금 하면 사실 별문제 없으니까.전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 건 사실 너무 가난해서였다.어렵게 돈 벌어 차를 장만했는데, 할부도 채 갚지 못했는데 엉망이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거다.역시 사람은 돈에 목숨을 건다는 선조들의 말이 맞나 보다.나는 민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사모님 댁에 갔다.사모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두 분을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고 주해진이 찾아온 일은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체되었다고만 했다.그러자 사모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수호 씨, 호섭 씨가 약욕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네.”나는 두말없이 사모님을 도왔다.사모님 집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는데 마침 약욕을 하기 알맞춤했다.나와 사모님은 헐떡대며 한참을 바삐 돌아친 끝에 겨우 목욕물을 준비했다.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욕실 안에 열기가 오른 데다 힘을 썼더니,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봤더니 얇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던 사모님 역시 옷이 수증기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얇은 옷감에 속이 보일락말락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해진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거지?”주해진이 오늘 이 사달을 벌이느라 분명 적지 않은 돈을 썼을 텐데, 나한테 2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배상하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됐다.“이 전에는 이대로 넘어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댔는데, 두 사람 실력을 보니 승복했거든. 두 사람 말대로 나도 젊을 때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한 번도 두 사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을 못 봤거든.”사실 주해진은 말을 아꼈다. 그가 가장 두려운 건 우리의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 아니라 궁지에 몰렸으면서 상황을 역전한 거였다. 그거야말로 가장 두려운 거였으니까.주해진은 우리를 맹수라고 느꼈다. 그것도 싸울수록 더 미쳐 날뛰는 맹수. 심지어 궁지로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주해진은 제 체면을 회복하고 싶어 그동안 승복하지 않은 거였는데, 우리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손을 씻었고, 이제는 그저 장사를 하며 지내기에 어렵게 얻은 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민우는 나더러 먼저 돈을 받으라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나도 민우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걸 나중에 우리의 사업 자금에 보태자는 뜻이었다. 18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니 나도 확실히 마음이 동해 결국은 말없이 받았다. 주해진은 김진호와 안명훈더러 우리에게 사과하게 했고, 두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사과했다.떠나갈 때 주해진은 제 차를 나에게 주면서 몰고 가라고 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경계심이 곤두섰다.“돈도 배상했으면서 차는 왜 주는 거야? 설마 또 해코지하려고?”주해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경계심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냥 친구 삼고 싶어서 주는 거야.”“그런데 난 그쪽이랑 친구하기 싫은데.”나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주해진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친
김진호는 속이 좁고 질투심이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 없다. 특히 일이 터지면 항상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그런데 주해진이 자기를 내밀자 안명훈보다 더 겁을 먹었다.“싫어요... 안 돼요... 해진 형, 저 자식 차를 망가뜨리라고 한 건 형이잖아요. 저더러 형 대신 뒤집어쓰게 하면 안 되죠.”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김진호는 제가 한 짓에 책임지지 못하고 주해진의 체면을 바닥에 짓밟았다.주해진은 너무 쪽팔려서 김진호의 뺨을 내리치면서 버럭 소리쳤다.“사과하라면 해. 어디서 말이 그렇게 많아? 젠장. 내가 널 돕지 않았다면 수호 동생한테 미움 살 일이 있었겠어?”한창 화를 내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수호 동생? 지금 나를 말하나?’‘젠장, 내가 언제 제 동생이 됐다는 거야?’“어디서 친한 척이야? 너희 셋 다 내려와.”나는 차를 또다시 쾅쾅 내리쳤다.민우 역시 차 위에서 나를 협조해 주었다.승합차가 우리 때문에 완전히 뒤집힐 지경이 되자 주해진은 우리와 연맹을 맺으려는 듯 은근슬쩍 나를 회유했다.“수호 동생, 그만해. 내려갈게. 우리 사이에는 원한이 없잖아. 수호 동생이랑 원한 있는 건 김진호잖아. 그리고 안명훈 저 자식도 자기 여자 친구더러 동생 친구 꼬시라고 했어. 저 둘 중에 좋은 놈 하나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이 두 놈 내려 보내겠으니까 마음대로 처리해.”주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정말로 김진호와 안명훈을 끌어내 앞에 내팽개쳤다.내 분노는 사실 김진호와 안명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내 차가 박살 난 것 때문이다. 그리고 주범은 바로 주해진이다.때문에 나는 화가 잔뜩 나서 주해진을 향해 파이프를 휘둘렀다.“이 자식들 빚은 내가 천천히 받을 거야. 하지만 내 차를 망가뜨린 건 어쩔 건데?”주해진은 고개를 돌려 내 차를 흘긋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배상할 수 있는 저렴한 차라 안도한 듯했다.“수호 동생, 저 차는 1600만 정도 하지? 내가 나중에 새 차 하나 뽑아줄게.”주해진이
사실 오늘 안명훈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주해진이 기어코 자기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불러냈다.그런데 주해진의 위엄은 못 보고 오히려 나와 민우의 미친 모습만 보게 된 거다. 그러니 혼비백산이 되지 않을 리가 있나?안명훈은 필사적으로 차 문을 흔들었다.“나 내릴래. 내려줘...”주해진은 안명훈의 뺨을 후려갈기더니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사내자식이 내리긴 어딜 내려? 네가 문을 내리면 저놈들이 올라올 거잖아. 문 열면 안 돼. 얌전히 앉아 있어. 설마 저 자식이 문을 부수겠어?”펑!나는 승합차를 향해 쇠 파이프를 세게 휘둘렀다.그러면서 속으로는 방금 전의 울분을 토해냈다.‘내 자식 같은 새 차, 아직 할부도 안 끝나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네놈들 때문에 고물이 됐잖아.’나는 승합차를 내리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나와. 차 안에 숨어 있는 게 겁쟁이랑 뭐가 달라?”차 안 세 사람 눈에 나는 충혈되어 시뻘게진 눈을 가진 분노한 맹수나 다름없었을 거다.안명훈은 완전히 겁을 먹어 나한테 끊임없이 간청했다.“오늘 밤 일은 나랑 상관없어... 제발 살려줘. 제발...”주해진도 솔직히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안명훈이 저 하나 살려고 자신을 배신한 걸 보자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차버렸다.안명훈은 그 힘에 못 이겨 옆으로 벌러덩 굴러 넘어졌다.그때, 마침 유리창을 깨뜨린 나는 쇠 파이프로 주해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셋 셀게, 당장 내려. 안 그러면 죽이는 수가 있어.”주해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럴 필요까지 있어? 내가 사람을 불러 모으긴 했지만 무기는 안 들었잖아. 게다가 저놈들은 겁을 먹고 이미 도망쳤어. 너희 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먼서 꼭 미친 짐승처럼 나를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겠어?”나는 이를 악물었다.“난 짐승처럼 네 놈을 물고 늘어지는 거로 안 끝나. 아주 뼈도 안 남기고 씹어 먹을 거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산 차인데, 평소 아까워서 조심조심 다뤘는데, 네 놈 때문에 폐차하게 생겼잖아. 내 차 물어
나는 여전히 손에 든 쇠 파이프를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분명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수도 없었다.민우가 말한 적이 있는데, 싸울 때 가장 무서운 건 싸우기 전부터 겁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한참 싸우다 보니 나는 점점 힘에 부쳤다. 놈들 인원수가 너무 많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인체에는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을 자극하는 혈 자리가 있는데, 그 혈 자리가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이 폭발했다가 나중에 한동안은 몸이 나른해진다.하지만 이 상화에서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나는 고민 없이 혈 자리를 눌렀다.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솟아나면서 내가 마치 거인이 된 느낌이었다.“야! 다 죽었어!”나는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쇠 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달려갔다.나를 에워싸고 있던 놈들은 내가 더 이상 전투력이 없다는 걸 보고 모두 긴장을 푼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놈들의 코뼈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심지어 손이 무척 매웠다.나는 피가 들끓어 끊임없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매번 파이프를 휘두를 때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한방에 놈들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만약 동준 형님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싸울수록 피가 끓고 힘이 솟아났다. 놈들은 심지어 나를 보자 연신 뒷걸음쳤다.옆에 있던 민우마저 나를 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었다.“수호야,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난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나는 혈 자리를 가리켰다.그러자 민우는 바로 눈치챘다.민우 역시 의학을 전공한 지라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민우 역시 스스로 한 대 치더니 갑자기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흥분했다.“하하하, 나도 다시 회복했어. 너희들 죽었어.”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놈들한테 달려가 퍽퍽, 주먹을 날렸다.우리를 끝장내버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놈
전에는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민우더러 나와 함께 가게에서 지내자고 했지만, 지금 사장님 댁에 머물고 있는데 민우까지 데려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뭐든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민우를 집에 데려다 두는 길에 그는 나에게 함께 사장님 댁에 있어 달라냐며 물었다. 그러면 서로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서.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적 없어. 하지만 사장님을 돌보려고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까지 데려가면 이상하잖아.”“난 그 개자식들이 또 너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그러지.”“나도 무서워. 하지만 이미 준비해 뒀어.”나는 의자 밑에서 도구 몇 개를 꺼냈다.민우는 그 도구들을 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이 도구들은 조금 도움이 될 뿐이야. 그래도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해.”민우는 말하면서 손을 움켜쥐는 동작을 했다.그 동작에 나는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그 방법 확실히 좋더라...”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백미러에 언뜻거리는 차 한 대가 비쳤다.무의식적으로 뒤에 따라붙은 사람이 운전할 줄 모른다며 투덜거리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도 그럴 게, 뒤에서 달려오는 차는 속도가 아주 빨랐는데 마치 나를 강제로 세울 것처럼 굴었으니까.“잘 앉아.”나는 불안한 예감에 다급히 액셀을 밟아 속도를 냈다.다만 내 차의 유일한 단점은 속도를 너무 빨리 낼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뒤 차에 따라잡혔다.놈들은 내 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작정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 차량은 승합차였는데, 그런 승합차는 용량이 커 적어도 열댓 명을 태울 수 있었다.만약 차에서 열 몇 명이 우르르 내리면 나와 민우 둘이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때문에 나는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승합차 두 대는 좌우에서 협공하며 내 차를 가운데 몰아 끼긱끼긱, 하며 긁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차가 내는 소리였지만 내 살점이 뜯겨나가는 기분이었다.아직 차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