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형수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 만약 형수가 형을 계속 닦달하면 형은 아마 죽고 싶었을 거다.그러니까 형수는 형의 체면과 심정을 고려해서 모른척해 준 거다.하지만 그렇다면 더 이해되지 않았다.“형수, 그런데 왜 저한테 이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나는 형수의 목적이 알고 싶었다.그때 형수가 말머리를 돌리며 대뜸 말했다.“사실 수호 씨 동료가 봤다던 그 여자 나였을 거에요.”“네?”나는 순간 얼빠진 표정으로 형수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게, 형수의 말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으니까.‘그러니까 형수의 말은 부민규가 라운지 바에서 봤다던 여자가 남주 누나가 아니라 형수였다고? 그 기생오라비와 같이 있었던 여자가?’‘왜지?’나는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그때 형수가 고개를 숙이며 허탈한 듯 말했다.“수호 씨 형이랑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정말 아이를 갖고 싶었거든요. 만약 아이가 없다면 어떻게 이 관계를 유지할지도 막막했고. 그래서 이혼하고 새 가정 꾸릴 생각도 했어요.”“하지만 아이 문제만 아니면 수호 씨 형은 다 좋거든요. 나한테 잘해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이혼하기는 싫고 아이는 가지고 싶고 해서...”형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나는 모두 이해했다.“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이라도 가지려고 한 거예요?”내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예상을 벗어난 상황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심지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저 귓가에서 자꾸만 이명이 들리고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그렇게 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힌 뒤 나는 정신을 차렸다.“그래서 남주 누나한테 부탁해서 사람을 찾았던 거예요?”내가 크게 숨을 들이켜며 묻자 형수는 다시 고래를 끄덕였다.“남주는 아는 사람도 많고 신분과 배경도 있으니까, 남자들의 배경을 조사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거든요. 그래서 사실대로 말하고 괜찮은 사람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어요.”형수의 해명을 듣자 나는 순간
“남주 누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어요? 앞으로 남주 누나 말은 귓등으로 들어요.”형수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이렇게 살라고요? 생리적 욕구는 내가 직접 해결한다 쳐도 수호 씨 형이 안 되면 내가 아이를 가질 수가 없잖아요. 이건 나 혼자 어떻게 할 수도 없다고요.”나는 형수가 얼마나 불만이 많은지 보아낼 수 있었다.게다가 형수가 얼마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나는 이때다 싶어 형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그럼 나는 어때요? 낯선 남자보다 차라리 나를 선택해요.”“나도 수호 씨를 선택하고 싶어요. 하지만 수호 씨와는 관계가 관계인지라...”“만약 형도 그걸 원한다면요?”나는 이참에 형의 계획을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었다.툭 까놓고 말해 버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일 수도 있다.모두 솔직히 말해버리면 서로 속일 필요도 없고.하지만 형수가 대뜸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머리가 잘못된 게 아니면 모를까?”“왜 안 돼요? 형도 본인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잖아요. 만약 형도 형수처럼 이혼하고 싶지 않고 또 형수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어 한다면요?”나는 은근슬쩍 형수한테 귀띔했지만 형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수호 씨는 아직 동성 씨를 모르네요.”나는 형수의 말에 멍해졌다.형에 대한 인식이 아직 예전에 멈춰 있는 건 사실이다. 사회의 시련을 겪으면서 그동안 형이 많이 변했는데 그걸 내가 아직 모르고 있으니.때문에 나는 입을 다물고 형수가 하는 말에 귀 기울였다.“그러면 형이 왜 무조건 반대할 거라고 생각해요?”형수는 내 물음에 확신하는 듯 대답했다.“수호 씨가 본인 동생이니까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다면서요. 툭 까놓고 동성 씨가 없으면 지금의 수호 씨도 없었을 거잖아요.”나는 형수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내 인생에서 형이 참으로 많이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내 정신적 기둥이 되어주었고 물질적으로
형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왠지 불안해졌다. 어쩌면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래도 사실을 알고 싶었다.너무 궁금했으니까. 그러니 끝까지 파고들기 전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때 형수가 내 손을 잡아당기며 자기 옆에 앉혔다.“수호 씨 형이 회사를 크게 키우고 싶어 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알아요. 형이 동네에 돌아올 때마다 동네 사람들한테 말했었거든요. 본인이 나중에 잘나가는 사장이 되면 동네 사람들도 같이 부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말이 쉽지 큰 회사 사장이 되는 게 어디 쉬워요? 수호 씨 형을 봐요, 도시에서 5년을 열심히 일했는데 직원이 고작 10명뿐이잖아요. 정말 좋은 기회를 만나 사업을 키우려면 대가가 필요해요.”“수호 씨 형이 항상 그랬거든요, 자기한테 동생이 있는데 잘생긴 데다 엄청 착실하다고. 자기가 앞으로 발전하는 데 분명 도움 될 거라고. 그러니까 동성 씨가 수호 씨한테 잘해주는 건 수호 씨한테 마음의 빚을 심어주려는 거예요. 본인이 수호 씨 도움 필요할 때 수호 씨가 거절하지 못하게.”형수의 말을 들을수록 나는 얼떨떨했다.“형수, 앞으로의 발전에 제가 큰 도움이 될 거라니, 그건 무슨 뜻이에요? 왜 알아듣지 못하겠죠?”형수는 안타까운 듯 나를 보며 말했다.“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수호 씨 형은 수호 씨를 돈 많은 유부녀의 애인으로 팔아버리려고 계속 도와준 거예요.”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한참 동안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머릿속에는 자꾸만 형수가 했던 말이 맴돌았다.‘형이 나한테 잘해준 게 마음의 빚을 얹어주고 본인이 필요할 때 내가 무조건적으로 도와주게 하기 위해서라고?’‘나를 친동생처럼 대한 게 아니라 이용하기 위해서라고?’하지만 나는 계속 형을 친형처럼 생각했었다.그러면서 언젠가 성공하면 무조건 보답할 거라고 수없이 되뇌었다.그런데 형이 지금껏 나한테 잘해준 게 다 목적이 있어서
‘이제 다시는 바보처럼 굴지 말아야지. 안 그러면 어디 팔려 가면서 돈이나 세어주고 있을지도 모르니.’나는 이제야 형이 절대 그런 말을 할 리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던 형수가 이해되었다.큰 성과를 거두고, 대기업 사장이 되고 싶어 하고, 꼭대기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남자가 자기 아내와 동생이 붙어먹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하지만 형은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때문에 나로서는 더 두렵고 불안했다.그동안은 형수와의 결혼 관계를 유지하려고 나한테 그런 부탁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아마 다른 목적이 있을지도.‘그런데 그 목적이 뭐지?’‘내가 형한테는 항상 그저 도구에 불과했나?’이걸 생각하니 순간 소름이 끼치고 온몸의 솜털이 쭈뼛 곤두섰다.때문에 형수에게 말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내 안색이 안 좋았는지 형수는 다시 내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놀라지 마요. 사회는 원래 이런 거예요. 동성 씨처럼 수호 씨한테 잘해주는 사람도 사실 드물어요. 어떤 사람은 이용만 하고 입 싹 닫고 버리기도 하거든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날 걸요.”“어찌 됐든 이제 수호 씨도 사회의 일원이니 항상 조심하고 아무나 쉽게 믿지 마요.”나는 형수가 너무 고마웠다.이렇게 나한테 귀띔해 주고 깊은 가르침을 준 데다 사회와 현실이 어떤지 알게 해 주었으니까.오늘 형수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형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순진하게 믿고 있었을 거다.그러다가 바보처럼 형이 시킨 일을 할 테지.그 결과가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진심으로 말했다.“네, 알았어요.”“마음 추스르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어요. 이따가 애교가 같이 쇼핑하자고 했으니까 잘 좀 해봐요. 남주 마음만 얻으면 수호 씨한테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형수도 이런 말을 하다니.’전에 애교 누나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애교 누나와 형수 모두 남주 누나의 마음을 얻으면 내 앞날
그저 어떻게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자도록 부추기는 여자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내 마인드가 너무 올드한가?’‘아니면 내가 아직 어려서 너무 단순한 건가? 애교 누나 나이가 되면 다들 이런 마인드를 갖게 되나?’‘됐어, 그만 생각하자.’물론 이해가 되지 않지만 기꺼이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었다.애교 누나와 형수는 절대 나를 속일 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으니까.“알았어요. 이따가 누나가 떠나면 그때 갈게요.”나는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래요.]애교 누나와 한참 대화하다가 전화를 끊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애교 누나가 벌써 형수를 찾아온 것이었다.모두가 이제 곧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지만 연기를 하고 있었다.“태연아, 오늘 바빠? 안 바쁘면 나랑 쇼핑하자. 기분도 풀 겸.”애교 누나가 기분이 꿀꿀한 것처럼 제안하자 형수는 자연스럽게 받아쳤다.“남주도 있는데 왜 나를 찾아왔대?”그 말에 애교 누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말도 마,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아무 데도 가기 싫다며 계속 자겠대. 나도 할 수 없이 너 찾아온 거야.”“내가 두 번째 선택지였다는 거네? 그러면 더 가기 싫어. 다른 사람 알아봐.”‘형수 연기 참 잘하네,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면 나도 깜빡 속았겠어. 애교 누나도 뒤지지 않고.’그때 애교 누나가 형수의 팔짱을 끼며 애교 부렸다.“너무 매몰찬 거 아니야? 내가 안 좋은 일 겪었는데 좀 봐줄 수 없어?”애교 누나는 연기할 필요도 없이 가련한 표정 하나만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였다.형수 역시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곧바로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농담 좀 한 거 가지고. 옷 갈아입고 올게.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어 줄게.”“역시 너밖에 없어!”애교 누나는 형수를 와락 끌어안았다.이윽고 두 사람은 앞뒤로 나란히 서서 안방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감탄이 나왔다.‘대단하네. 두 사람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는
검은 란제리 룩은 남주 누나의 섹시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게다가 안이 언뜻언뜻 비치는 시스루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그 때문에 누나의 가슴을 그대로 드러나 하마터면 코피를 흘릴 뻔했다.“남주 누나, 왜 그렇게 입고 있어요?”남주 누나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이렇게 입은 거 섹시하지 않아? 안 예뻐? 특별히 너 보여주려고 샀는데, 어때? 꼴리지 않아? 흥분되지 않아?”‘꼴려요, 그것도 엄청.’이 옷차림은 내가 봤던 야동 배우도 저리 가라 할 정도다.‘역시 최고의 스승은 항상 생활 속에 있다더니.’영상은 필경 보기만 할 수 있고 만질 수 없기에 뭔가 모자란 기분이 들었다.“남주 누나, 기다려요. 바로 갈게요.”나는 너무 흥분되어 당장이라도 남주 누나를 품에 안고 싶었다.이에 얼른 신발을 갈아 신고 옆집으로 향했다.애교 누나가 사전에 열쇠를 준 덕에 나는 노크 대신 직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는 들어서자마자 남주 누나를 찾기 시작했다.하지만 거실에도, 침실에도 남주 누나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뭐야? 어디 있지?’그 순간 남주 누나가 방금 영상 통화할 때 배경이 베란다였다는 게 떠올랐다.‘그렇다는 건 누나가 지금 베란다에 숨어 있다는 건가?’살금살금 베란다로 걸어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커튼 뒤에 아름다운 여자의 실루엣이 보였다.남주 누나는 역시나 이곳에 숨어 있었다.‘나를 놀라게 하려고? 이미 다 들켰어요.’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남주 누나의 눈을 피해 누나와 커튼을 한꺼번에 안았다.“어머, 푸들,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남주 누나는 내 품에 안겨 교태를 부렸다.나는 누나의 물음에 대답할 새도 없이 슬그머니 손을 누나의 가슴에 얹었다.‘대박, 엄청 크잖아.’나는 바로 커튼을 열지 않았다. 이 상황이 더 짜릿했다.게다가 커튼에 살짝 가려져 몽롱한 게 더 예뻤다.“남주 누나 저 왔어요...”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그때 남주 누나가 입을 열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왜 문소리가 들리지? 설마 남주 누나가 밖에 숨었나?’하지만 곧이어 화장실 쪽에서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나는 다급히 방향을 틀어 화장실 쪽으로 가느라 방금 들린 문소리는 무시했다.안대를 쓴 탓에 더듬거리며 찾다 보니 곧바로 부드러운 촉감이 손에 잡혔다.나는 당연히 그게 남주 누나라고 생각하고 품에 끌어당겼다.“남주 누나, 겨우 잡혔네요. 이제 도망 못 가겠죠?”나는 말하면서 남주 누나의 가슴을 주물렀다.하지만 그 순간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남주 누나는 분명 시스루 란제리를 입고 있어 피부 촉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건 분명 블라우스의 촉감이었다.그렇다는 건 내가 방금 만진 게 남주 누나가 아니라는 뜻이다.나는 너무 놀라 다급히 안대를 벗어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순간 내 눈에 낯선 여자가 들어왔다.여자는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심지어 조금은 즐기는 듯한 표정이었다.나는 너무 놀라서 여자를 밀어내며 물었다.“누구세요?”말하면서 문 쪽을 바라봤더니 아까 방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게 착각이 아니었다.‘그런데 발소리가 너무 낮은 거 아닌가? 내 곁으로 오는 동안 소리도 못 들었네.’여자를 자세히 살폈더니 나이는 어려 보였고 예쁘장하니 몸매도 좋았다.‘그런데 어떻게 들어왔지? 어떻게 애교 누나 집 열쇠를 갖고 있지?’그때 남주 누나가 인기척을 듣고 화장실에서 달려왔다.“선영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남주 누나는 이 낯선 여자애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여자애는 남주 누나의 옷차림을 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언니, 옷차림이 그게 뭐예요?”남주 누나는 시스루 란제리를 입고 아래는 아무것도 입지 않아 속살이 다 비쳤다.그러니 여자애가 부끄러워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남주 누나는 자기 옷차림을 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피식 웃었다.“이게 뭐 어때서? 방금 딱 준비하고 있었는데 네가 갑자기 쳐들어온 거야.”“남주 언니!”여자애는 남주 누나의 말에 얼굴이 홍당무가
게다가 방금 분위기도 깨져 여자애가 떠난다 해도 그럴 기분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차라리 포기하고 말지.하지만 남주 누나가 반박했다.“그만두긴 뭘 그만둬? 내가 내일이면 갈 텐데, 오늘 말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선영이 타이밍을 못 잡은 걸 탓해야지.”그 말에 선영이라는 여자애는 순간 난감한 듯 얼굴을 붉히며 다급히 밖으로 나갔다.“그럼 볼일 봐요. 난 이따가 올게요.”선영이 다급히 떠나는 뒷모습을 보니 나는 왠지 너무 민망했다.“남주 누나, 저 여자애는 누구예요? 꽤 친해 보이네요.”“당연하지, 네 애교 누나 사촌 여동생이야. 주선영이라고. 강북 의과대학 2학년 학생이야. 그러고 보니 네 후배네?”‘그렇구나.’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다가와 나한테 바싹 붙었다.“이제 사람도 갔겠다, 계속해도 되지?”‘이 상황에 어떻게?’나는 순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아무리 시도해도 왠지 이상하기만 했다.“그만둘까요? 아까 여자애가 또 올지도 모르잖아요.”“두려워할 거 뭐 있어? 그렇게 걱정하는 게 많으면 어떻게 놀래?”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내 옷을 잡아당기더니 나를 소파 쪽으로 밀어버렸다.그 힘에 못 이겨 내가 소파 위에 털썩 주저앉자 남주 누나는 두 손으로 내 가슴을 내리누르며 싱긋 눈웃음쳤다.“푸들, 누나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오늘 겨우 소원 이루겠네. 이따가 누나를 마음대로 해도 돼. 나도 좀 젊은 네 덕에 제대로 즐겨보게.”남주 누나는 욕망을 그대로 드러냈다.그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내 욕망도 단번에 끓어올랐다.나는 얼른 일어나 앉고는 남주 누나의 입술을 탐했다.너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누나 대문에 나는 숨이 막혔다.하지만 다른 건 생각할 여유도 없이 오로지 당장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그때, 밖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뭐에요? 설마 왕정민이 돌아온 건 아니겠죠?”“그럴 리가. 왕정민이 돌아오면 바로 문 따고 들어오지
현성은 손을 휙 저었다.“뭔데? 말해 봐.”“네가 나 대신 대출 좀 받아 줘.”은행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거액의 대출을 받으려면 실력 있는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했다.현성은 가정형편이 좋으니 내 보증을 서주기에 적합했다.“얼마나 빌릴 건데?”“3억.”나는 필요한 돈보다 더 대출할 생각이었다. 만약 앞으로 혼자 하면 이런저런 지출이 있을 게 뻔하니, 수중에 돈을 남겨두는 건 당연했다.“뭐 하러 그렇게 많이 빌려?”현성은 음식을 우물거리며 물었다.결국 나는 민우와 함께 한의관을 열려고 한다는 걸 털어놓았다.그걸 들은 현성은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섰다.“정수호. 어떻게 민우랑 한의관을 열면서 나한테 말하지 않아? 난 네 친구 아니야?”현성의 반응에 멍해진 나는 한참 뒤에 반응했다.“나도 네가 강북에 온 걸 얼마 전에 알았어.”“그럼 이제 돌아왔는데 나도 좀 끼워주면 안 돼?”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우선 앉아 봐. 내가 천천히 설명해 줄게.”현성은 내 말에 얼른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는 걸 본 나는 조목조목 분석하기 시작했다.“그 한의관을 운영할 사람은 나랑 민우뿐만이 아니야. 또 다른 파트너 두 명이 더 있어. 물론 네가 끼어도 되지만 네 성격에 매일 가게에 붙어 있을 수 있어?”내 기억에 따르면 현성은 학교 다닐 때 교실에 붙어 있는 걸 가장 싫어했었다.직접 한의관을 운영하는 건 학교 다니는 것보다 분명 더 바쁠 거다. 뭐든 직접 해야 하는 건 물론,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며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고생 한번 한 적 없는 현성이 그걸 버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내 분석을 들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뜻은 알겠어.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뭐 하나 해낸 게 없어서 우리 부모님이 맨날 닦달해. 난 진작부터 성과를 내서 두 분께 보여주고 싶었어. 그동안은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실행하지 못했지만 너랑 민우가 창업한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더 등신 같더라. 그래서 나도
게다가 집도 마침 강북에 위치해 있다.나는 얼른 전화번호부에서 조현성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얼마 뒤 현성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현성아. 나야. 정수호.”[정수호? 오호 브라더. 갑자기 웬일로 연락했어?]대학교 때 친구들은 우리가 늘 꼭 붙어 다닌다고 부부냐며 놀렸었다.나도 처음에는 그런 말들이 싫었지만, 현성의 성격이 꽤 괜찮은 데다 어디 놀러갈 때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닌다는 걸 인지한 뒤로는 우리가 친해서 그렇게 놀리는 거라고 점차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성은 웬 여자애를 따라다니느라 대학교를 그만뒀고, 그 뒤로 우리의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그러다 며칠 전 강북으로 돌아왔다는 현성의 SNS를 보고 그에게 연락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용건이 있으니까 했지. 너 지금 어디야? 우리 만날까?”[나야 백수라 빈둥빈둥 놀고먹기만 하지. 며칠 전에 우리 영감탱이가 날 집에 가두는 바람에 아직도 집에 있어.]“어? 그럼 만나지 못하잖아.”[만나려면 당연히 만날 수 있지. 내가 누구야. 마왕이라고 불리는 사나이 아니겠어. 우리 집 열쇠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것 같아? 주소 보내 봐. 이따 찾으러 갈게.]현성의 말에 나는 한시름 놓았다.나는 얼른 근처에서 가게를 찾아 위치 정보를 공유했다.그러자 현성은 곧 올 거라며 기다리라는 문자를 보냈다.약 20분쯤 기다렸을 때 현성은 모습을 비추었다.몇 년 만에 만나서인지 조현성은 많이 변해 있었다. 몸에 살이 올랐고 얼굴도 더 동글동글해졌다. 하지만 본업에는 충실하지 않고 예쁜 여자를 보면 눈을 반짝이던 본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글쎄, 안으로 들어오면서 문 앞에 있는 두 여자애를 향해 휘파람을 불다가 된통 욕까지 먹었다. 하지만 현성은 어찌나 뻔뻔한지 개의치 않고 제 명함까지 건넸다. 물론 그 명함은 예상대로 쓰레기통 행이였지만.“하하. 까칠하네. 그래도 마음에 들어.”현성은 빙그레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 순간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점차 보다 보니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모든 제품을 한번 훑은 뒤 나는 세 가지를 선택했다.“제가 볼 때 이 세 가지가 괜찮아 보여요.”이영미는 한번 확인하더니 말했다.“그래. 그럼 이 세 가지로 하지 뭐. 주소 알려 줘.”“제 주소는 왜요?”“먼저 수호 씨 집에 보낼게. 수호 씨가 한번 사용해 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말해 줘. 그러면 내가 다시 살 테니까.”‘나를 실험용 생쥐로 보는 건가?’비록 조금 찜찜했지만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나도 마침 사용해보고 싶었으니까. 나는 결국 내 주소를 가르쳐 줬다.이영미가 구매를 마쳤을 때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윤지은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밖에서 들어왔다. 그녀는 나와 제 어머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나를 죽일 듯 노려봤다.“둘이 뭐 했어?”이영미는 핸드폰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내가 수호 씨한테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어. 뭐야? 이런 것도 상관하게?”“엄마는 나이도 있으면서 뭐 맨날 사진을 찍어요?”윤지은은 불만 투로 투덜댔으나 표정은 전혀 싫어하는 티가 나지 않았다. 그녀도 제 엄마가 아직도 아이 같은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가끔 윤지은은 이런 엄마가 부러울 때도 있다. 평생 남편의 예쁨을 받고 아무 고민 없이 영원히 동심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식사 후반부는 그런대로 순조로웠다.식사를 마친 뒤 이영미는 함께 노래 부르러 가자고 초대했지만 나는 그걸 거절했다. 이번에는 윤지은도 강요하지 않았다.나는 사장님이 빌려준 레인지로버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쉬고는 형수에게 전화했다. 그러고는 방금 이영미의 병을 봐주고 형수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그런데 결국 못 가게 됐어요.”다시 생각해도 이건 너무 아쉬웠다.내 말에 형수는 싱긋 웃었다.[난 계속 집에 있으니까 언제든 와요.]그 순간, 방금 이영미가 산 물건을 형수와 함께 사용하면 분명 끝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이영미가 문건을 고를 때 나
윤지은은 여전히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 난 꼭 말한 대로 할 테니까.”“그럼 약속한 거예요. 두고 봐요. 지은 씨는 언젠가 저한테 매달리게 될 테니까.”말을 마친 나는 홱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혼자 룸 안에서 셀카를 찍고 있던 이영미는 내가 들어오자 사진을 찍어 달라며 핸드폰을 건넸다.나는 두말없이 핸드폰을 받아 들고 사진을 찍어주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뜬 메시지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이영미가 인터넷으로 중년 부부가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물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때마침 네티즌들이 댓글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섹스 토이를 추천하며 사진까지 첨부했다.“크흠...”난생처음 보는 신문물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때 이영미가 마침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고 물었다.“왜 그래?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간데?”“직접 보세요.”나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건넸다.폰을 건네받은 이영미는 댓글을 확인하더니 피식 웃었다.“고작 이것 때문에 그래? 혹시 우리 지은이랑 이런 거 사용해 본 적 있어?”“아니요. 절대 없어요. 절 그렇게 변태로 몰아가지 마세요.”이영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직도 젊어서 그런지 부끄러움이 많네. 수호 씨도 나이 먹으면 이러지 않을 거야. 사실 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건 즐겁기 위해서라고 봐. 그러니 즐겁고 재밌는 건 해봐야지.”‘제가 경험 많은 어머님과 어떻게 비교하겠어요?’입만 열면 이런 쪽으로 얘기하는 건 난 도저히 할 수 없다. 역시 유부녀라 그런지 욕구도 많고 뭐든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어쩐지 인터넷에서 연애 경험 많은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보다 재밌다고 하더라니.그 말인 즉 유부녀가 훨씬 낫다는 말 아니겠나?“지은은?”“모르겠어요.”나는 그 여자를 언급하고 싶지 않아 거짓말했다.그때 이영미가 룸 문을 닫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그럼 나 대신 골라 줘. 뭐가 더 재밌을 것 같아?”나는 순간 어리
이영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괜찮아. 젊을 때는 누구나 다 경험이 부족해 감정적으로 굴 때가 많아. 이해해. 오늘 기분도 좋은데 이따 같이 식사하는 건 어때? 내가 살 테니까.”사실 나는 싫었다. 형수를 만나러 가고 싶었으니까.하지만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다.“누구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나는 다급히 부인했다.“제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거예요? 저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줄래요? 알았어요. 먹으면 될 거 아니에요.”‘따발총이야 뭐야? 왜 항상 이렇게 쏘아붙여?’이영미는 딸이 남자 맛을 본 걸 축하한다며 고급 호텔을 예약했다. 심지어 파티까지 준비하려 했는데 윤지은이 막았다.“엄마, 파티 열면 엄마를 정신병원에 처넣는 수가 있어요.”이런 일로 정말 파티까지 열면 윤지은은 아마 쪽팔려 죽을 거다. 다행히 윤지은의 말은 이영미에게 겁을 주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식사 내내 윤지은의 상태는 계속 이상했고 자꾸만 나를 흘끔거리기까지 했다. 나 역시 윤지은이 무슨 꿍꿍이인지 걱정이 돼 식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나는 밖에서 바람을 쐬려고 화장실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밖을 나왔다. 그 뒤로 얼마 뒤, 윤지은도 따라 나왔다.“우리 일 이제 들켰는데 어쩔 거야?”‘이건 또 뭔 질문이지?’“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건데요?”“정수호. 너 정말 남자 맞아?”윤지은은 낯빛이 어두워져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뜬금없이 욕을 먹은 난 너무 어이없었다.“의견을 묻는 건데 왜 또 화내는 거예요?”“누가 의견 물으래? 네 태도가 궁금하다고.”“제 태도는... 책임져줄 수 있어요. 물론 지은 씨가 원하면.”윤지은은 여전히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심지어 안색이 점점 어두워져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것도 싫어요? 그럼 뭘 원하는데요?”윤지은은 나에게 바짝 다가오면 싸늘하게 물었다.“그럼 어떻게 책임질 건데? 네 애교 누나를 차버리고 나랑 결혼이라도 할 거야?”“그건 안 되죠. 전 애
“엄마, 괜찮아요?”윤지은은 엄마의 이상한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보통 엄마라면 자기 딸이 우수한 짝을 찾기를 원하지 않나? 왜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게다가 딸이 아무것도 아닌 남자랑 잤다는데 왜 화를 내지 않지?’“괜찮지 그럼. 우리 윤씨 가문은 정략결혼으로 사업을 유지할 필요도 없고 돈 많은 사돈에게 빌붙을 필요도 없어. 난 전에 네 심리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문제없다니 오히려 다행이지. 앞으로 외로우면 만나고 싶은 남자 마음대로 만나. 넌 윤씨 가문 딸이잖아. 뭐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윤지은의 얼굴은 또 빨갛게 달아올랐다.윤지은은 사실 욕구불만인 사람은 아니다. 다만 전에는 정말 힘든 데다 여준휘한테 복수하려는 마음에 아무나 만나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거였다.“필요 없어요. 요즘 병원 일이 바빠서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 없어요.”“누굴 속여? 너희 병원 요즘 안 바쁘잖아. 나 고 교수한테 다 물어봤어. 네가 요즘 할 일이 없다면서 휴가 줄 생각도 하던데. 차라리 이참에 수호 씨랑 여행이나 다녀와.”윤지은은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버럭 소리 질렀다.“싫어요. 가더라도 혼자 다녀올 거예요.”“혼자 가는 게 얼마나 위험해? 낯선 환경과 낯선 도시에 가면 외로울 때 누가 같이 있어 줘?”“엄마. 말끝마다 남자 얘기하지 마요. 전 독립적인 여성이에요. 남자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요.”“우리 딸이 얼마나 독립적인지는 나도 잘 알지. 그럼 그냥 친구랑 같이 논다고 생각해. 두 사람이 가는 게 혼자보다는 낫잖아. 남자도 사실 애완동물처럼 곁에 두면 꽤 즐거워.”그 말에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역시 부자들한테는 뭐든 애완동물로 보이는구나.’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지은 씨, 윤 사모님, 이제 설명 끝났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나는 기분이 언짢아 일부러 호칭으로 두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그러자 이영미가 다급히 내 팔을 잡았다.“가긴 어딜 가?
그때, 슬리퍼 한쪽이 날아와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나는 그대로 소파 위에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윤지은은 그 틈에 덮쳐와 가위로 내 옷을 마구 잘랐다. 그 모습에 나는 오금이 저려 났다.가위가 조금만 더 아래로 향하면 나는 정말 고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나는 다급히 윤지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정말 저를 고자로 만들 작정이에요? 내 거로 얼마나 기분 좋았던지 잊었어요? 정말 잘라버리면 앞으로 누가 지은 씨 기분 좋게 해줘요?”윤지은은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봤다.“그건 너 없이 나 혼자서도 해결해. 그런데 감히 우리 엄마를 노려? 그러면 죽어야지.”“전 지은 씨 어머님 노린 적 없어요. 정말 마사지해 드린 것뿐이에요.”“노린 적 없다고? 그런데 아까 더 세게 하라느니 거친 게 좋다느니 한 말은 뭔데?”“제가 너무 살살 누른다고 더 세게 누르라는 거였어요.”“헛소리하지 마. 누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 내가 들어왔을 때 네놈이 우리 엄마랑 같이 방에 들어가는 거 똑똑히 봤는데. 말해. 우리 엄마한테 나쁜 짓 하려고 했지?”“제가 여색을 밝히는 건 맞지만 짐승은 아니에요. 전에 지은 씨랑 그랬는데 어떻게 지은 씨 어머니를 노리겠어요? 내가 변태도 아니고.”윤지은이 뭐라 하기 전에 이영미가 초조한 모습으로 달려 나왔다.“지은아, 너희 둘... 정말 했어?”윤지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목까지 빨개졌다.“엄마, 말 좀 예쁘게 하면 안 돼요?”이영미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용천 호텔에서부터 두 사람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어. 우리 예쁜 딸. 네가 남자랑 사랑도 나누어 봤다니 엄마는 너무 기뻐. 난 네가 불감증인 줄 알았잖아. 어때? 해보니까 기분 좋지? 한 번 하니 또 하고 싶고 계속하고 싶지?”윤지은의 얼굴은 점점 달아올라 빨갛게 익어 버렸다.“엄마. 좀 점잖게 행동해요.”“에이, 엄마도 다 겪었는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나랑 수호 씨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절대 못 그래요. 제가 그렇게 물으면 지은 씨는 분명 저를 잡아먹으려고 할 거예요.”나는 바로 거절했다.그러자 이영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우리 딸이 정말 불감증은 아니겠지? 평생 결혼도 안 하고 남자도 안 만나려는 건가? 남자랑 한 번도 해보지 못한다는 건 너무 불쌍한데.”“크흠...”서슴없이 말하는 이영미의 모습에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수호 씨, 힘 좀 써봐. 아무 느낌도 안 나잖아.”“이 정도면 돼요?”“아니. 더 힘써 봐. 난 심플하고 거친 걸 좋아하거든.”“이렇게요?”“아, 좋아...”한편, 집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윤지은은 안에서 어머니와 누군가의 이상한 대화가 들려 다급히 문에 귀를 바짝 댔다. 그리고 바로 우리의 대화를 들어 버렸다.그 순간 나와 제 어머니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고 착각한 윤지은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문을 확 열어젖히고 노기등등해서 들어왔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하지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참 공교롭게도 윤지은이 들어오기 바로 전 이영미는 소파가 불편하다며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받겠다고 했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이영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 때문에 나와 이영미가 한 방에 같이 있는 장면을 윤지은에게 들키고 말았다.단단히 화가 난 윤지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손에 잡히는 대로 가위를 집어 들었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 넘봐? 내가 너 다시는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 거야.”나는 침실에 들어오기 전에 사실 도어락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영미가 얼른 마사지해달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바로 그걸 무시해 버렸다.고개를 돌렸을 때 이영미는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게다가 슬립이 너무 짧아 예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이런 상태에서 마사지해 주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 망설이고 있을 때, 이영미가 말했다.“안 될 거 뭐 있어? 집에 사람도 없는데. 무엇보다 당사자인 내가 괜찮다잖아. 얼른 눌
“이렇게요. 손가락을 구부리지 말고 쫙 펴야 해요.”나는 최선을 다해 시범을 보여주었다.그때 이영미가 갑자기 내 바지춤을 잡으며 말했다.“옷이 너무 커서 시선이 막히잖아. 옷 벗어 봐. 그래야 잘 보이지.”“어머님, 그건 안 돼요...”“그럼 옷을 들어 올리던가. 이렇게 하면 잘 안 보여.”나는 어쩔 수 없이 티셔츠 밑단을 위로 들고 다시 시범을 보여주었다.“보세요. 이렇게 손가락을 놓으면 검지와 중지 사이에 간격이 조금 생기는데 그 위치가 바로 우리가 찾으려는 혈자리예요.”“똑바로 앉아 봐. 잘 안 보여.”이영미는 또다시 나를 마구 잡아당겼다. 이러다가 바지가 벗겨질 것 같아 나는 다급히 일어나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그녀와 거리를 유지했다. “어머님, 전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니 직접 찾아보세요.”“이렇게? 이것 봐, 내 손가락이 말을 안 듣는다니까.”이영미는 동안에 귀염 상이지만 손은 어찌나 둔한지 계속 틀렸다.결국 보다 못한 나는 직접 가르쳐주었다. 다만 자세만 잡아주고 혈자리를 찾는 건 역시나 이영미 스스로 찾게 했다.“혈자리를 찾았다면 가볍게 눌러 봐요. 시큰거리는지 확인해 봐요.”그 과정에 나는 이영미를 보지 않으려고 계속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내 말에 이영미는 혈자리를 살짝 눌렀다.“아. 진짜 시큰거리는 것 같네. 앞으로 여기를 누르면 해소된다는 거지?”“네.”나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로 돌아가 다시 이영미의 맥을 짚었다.이영미는 낮은 소리로 진작 물었던 걸 그랬다며 혼잣말했다. 이영미의 모습을 보니 연기 같지는 않았다. 아까 계속 내 바지를 내리려 해서 하마터면 이영미가 나한테 뭐라도 할 줄 알고 진땀을 뺐는데, 보아하니 내가 너무 예민했던 모양이었다.맥을 한참 짚어본 뒤 나는 상황을 말했다.“보아하니 편두통이 있으신 것 같아요. 손으로 마사지하면 두통이 사라질 거예요.”나는 이영미더러 소파에 기대앉게 하고 나는 소파 뒤에 선 채 머리를 마사지해 줬다.그때 이영미가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