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부인은 보호받는 임산부가 된 후로, 매일 시누이들이 번갈아 그녀를 보살폈다.하루에 한 명씩 오기로 했지만, 초반에는 그런 구분도 없이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함께 모이는 경우도 많았다.늑대파에는 정보를 수집하는 전담 부서가 있었는데, 지금은 미색이 사적인 용도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수집하게 한 뒤, 조금 각색하여 요부인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하지만 우문호는 못마땅했다. 늑대파는 이제 조정에 속하는데 어찌 쓸데없는 이야기를 조사하는 목적으로 움직인다는 말인가?그러나 미색은 그가 불평을 꺼내기도 전, 큰돈으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그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미색은 앞으로 열 달 동안 늑대파의 봉급을 혼자 책임지기로 하겠다고 했다. 물론 그녀도 경중을 구분할 줄 알았기에, 중요한 일을 우선 처리한 후에 남는 시간에만 이야깃거리를 수집하기로 했다. 늑대파의 실력으로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니 말이다.아이를 지키려는 요부인의 힘겨운 여정은 매일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 것으로 시작되었다.요부인이 고생하는 만큼, 원경릉 또한 바빴다. 매일 황궁을 오가며, 실험실 연구를 진행해야 했고, 짬을 내서 다섯째를 챙겨야 하기도 했다.다섯째는 그녀가 힘들까 봐 일이 끝난 후 실험실에 들러 도와주기도 했다.하지만 원경릉은 전혀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충실하다고 느꼈다.현대에 있을 때, 그녀의 삶에서 연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연구소와 집을 오가는 일상을 보내며, 심지어는 연구소에 머무는 시간이 집보다 훨씬 길었지만, 지금은 아이들도 다 자라서 다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고, 동시에 할머니를 도와 환자를 치료하거나, 가끔 산부인과 의사 역할도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다섯째는 사실 과거 그녀의 연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였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제는 점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이해를 하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늘 실험실에서 원경릉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곤
원경릉이 그녀에게 끌려가며 말했다."사실 네가 부르러 오지 않았어도, 오늘은 주사를 놓으러 갈 생각이었다. 미색아, 천천히 가거라. 새 옷이니, 그만 잡아당기고.""제가 몇 벌 더 사드릴 테니, 서두르시지요! 안왕비와 만아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몰라, 조금 어색합니다. 둘째 형수와 원용의도 늦을 것이라 하니, 마마께서 어서 오셔야 합니다.""정화 군주는?""워낙 답답한 성격이라, 아무리 얘기를 해도... 말수가 많지 않습니다."그녀는 여섯째와 약속한 대로, 우아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너도 어색함을 느끼느냐? 넌 혼자서도 한참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혼자선 가능하지만 함께 있지 않습니까? 안왕비는 위로의 말만 건네고 있으며, 만아는 멍하니 있고, 요부인은 기운도 못 차리십니다."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곧장 요부인의 저택으로 향했다.미색은 이미 사람을 보내 안왕비와 만아를 그곳으로 데려가 이야기를 나누게 해두었다. 그 후 직접 원경릉을 찾으러 온 것이다.저택에 도착하니, 시누이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에 앉아 있는 탓에,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졌다.잠시 후 미색과 원경릉이 들어서고 나서야,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동시에 외쳤다."드디어 오셨군요!"만아는 기쁘게 다가와 원경릉에게 예를 올렸다."황후 마마께 인사올립니다!""됐다. 가족끼리 굳이 예를 차릴 필요 없다."원경릉은 만아의 손을 잡고는 웃으며 그녀를 살폈다. 만아의 피부는 이전보다 많이 그을렸고, 옷차림은 소박했으며, 눈가에는 이미 잔주름이 생겼다. 하지만 그녀의 웃음은 여전히 사랑스러웠다."황후 마마!"안왕비도 다가와 웃으며 예를 올렸다."안왕비,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소."그러자 원경릉도 예를 올리며 물었다."혼자 온 것이오? 안지와 함께 오지 않은 것이오?"안왕비가 웃으며 말했다."혼자 왔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는 길 내내 시끄러웠을 것이네. 변방에서 워낙 자유롭게 지내던 아이라, 데리고 다닐
원경릉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더 아름다워지다니, 무슨 소리냐? 나이가 들었다.”“나이가 들었다니요? 조금도 늙지 않으셨고, 오히려 더 예뻐졌습니다. 사실 예전에 병을 앓고 난 후에도, 훨씬 젊고 예쁘셨습니다. 아, 폐하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며칠 전, 병 치료를 받으시고 난 후에 더 젊어지셨습니다.”그러자 미색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병을 치료하면 정말 젊어지는 것인가?’“서른이 되는 여인들이 모여서 어찌 아름다움만 이야기한다는 말이냐? 자식 이야기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정화 군주가 또 아이들을 입양했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날 때 위왕부에 가서 아이들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안왕비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정화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에 돌아오면서 위왕께서 전해달라고 몇천 냥을 주셨습니다. 가기 전에 잠깐 기다리십시오. 마차에 넣어 두었습니다.”미색도 거들었다.“정화 군주, 돈이 부족한 것입니까? 어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필요하면 저한테 말하시지요. 아이들이 고생이라도 하면 어떡합니까?”정화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 충분하니, 괜찮다.”미색이 한숨을 쉬었다.“위왕께서 남겨놓은 돈과 재산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십니까? 몇십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옷 한 벌씩만 해도 엄청난 돈이 들 것입니다. 식비와 서당에 보내는 돈까지, 돈 나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겨울에 입는 옷은 제가 맡겠습니다.”“이건...”정화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거절하지 않고 미색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럼 고맙게 받으마.”그녀도 이제부터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호의를 마냥 거절하지는 않기로 했다.사실 그녀는 아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비록 위왕부에 있는 돈으로 생활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더 많은 아이를 돕고 싶었다.그녀는 마치 쓰레기처럼 부모에게 내던져진 아이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다섯째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백성들은 비록
"두 분께선 요부인이 출산을 마치면 다시 돌아갈 테니, 괜찮습니다."원용의가 말했다.그러자 만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경성에서 몇 년 더 지내고 싶습니다. 비록 집이 남강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곳이 제게 더 익숙합니다."안왕비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는 못했다. 넷째는 꼭 강북부에 있어야 했고, 강북부에 있어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게다가 부부가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수도 없는 법이다. 이번에 넷째가 그녀를 돌아오게 놔둔 것만으로도 뜻밖의 일이었다.요부인은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는 걸 보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다. 우리에겐 평생이라는 긴 시간이 있으니, 보고 싶으면 말 타고 오거라. 너희가 돌아오거나 우리가 가거나, 마음만 있다면 거리는 문제가 아니다.""요부인 말이 맞네."원경릉이 말하자, 모두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색이 가장 먼저 자세를 바로잡으며 응했다."좋습니다. 그럼 우리가 함께 모인 걸 축하하며, 오늘 저녁 성대한 만찬을 즐기는 것이 어떻습니까?""좋구나!"미식에 푹 빠져 있는 손 왕비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여인들의 모임에 남자들은 참여할 수 없었다.그래서 훼천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벌써 몇 끼째 부인과 함께 식사도 하지 못했는데, 심지어는 방에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녀를 한 번 보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그녀들 사이를 지나가야 했고, 곁에서 오붓이 말을 건네려고 해도 주위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으니, 정말 짜증 나는 일이었다.몰래 뽀뽀도 하지 못 할 상황이었다.그래도 부인의 곁에 벗이 있으니, 그녀의 기분도 한결 밝아졌다. 황후께서도 그녀의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 훼천은 서운함을 참았다.이렇게 반달 가까이 모인 끝에야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제왕과 만두가 돌아왔기에 원용의는 이틀간 못 올 수도 있다고 청을 하고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이번 임무는 완벽하게 끝났고, 그들은 궁으로 들어가 우문호에게 보고했다.그러나 매일
요부인의 상태는 점차 호전되고 있었다. 현대에 보내진 혈액 검사 결과도 돌아왔고, 혈액 검사 결과와 함께 얼음 벌레에 대한 보고서와 다섯째가 사용했던 란오의 약도 함께 도착했다.다섯째는 더 이상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자유롭게 물을 조종할 수 있다고 해도, 이 능력을 쉽게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외에도 어떤 능력이 있을지 계속 탐구했다. 원경릉도 얼음 벌레를 치료할 약을 개발하기 위하여, 억제제의 양을 줄였다. HR 연구는 잠시 보류하거나, HR의 주인이 나타나면 스스로 연구하도록 두기로 했다.그녀는 기화와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다. 약이 개발되면 기화 쪽에서 실험을 도와줘야 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녀는 기화를 통해 경천에게도 알리도록 했다. 약이 개발되면 경천의 협력이 필요했고, 그는 이를 알 권리가 있었다.기화가 경천에게 어떻게 알렸는지는 모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경릉은 기화가 보낸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는 경천이 직접 쓴 것으로, 원경릉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운명에 맞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그렇게 다음 날, 원경릉은 기화로부터 또 다른 편지를 받았다. 경천이 강북부에 사람을 보내 안왕이 가지고 있던 황후 책봉 보책을 회수했다는 내용이었다.원경릉은 늘 황후 책봉을 장난 같은 소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경천이 보책을 회수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졌다.그는 운명에 저항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지만, 동시에 최악의 상황도 대비했다. 그래서 계란에게 미친 황후 책봉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보책을 회수한 것이었다.그녀는 다섯째에게 이 일을 전했고, 그는 잠시 침묵했다. 특히 원경릉이 경천과 만두의 나이가 비슷하다고 말하자, 그는 더욱 침묵을 지켰다.다섯째는 줄곧 경천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계란을 넘보는 자는 누구든 싫어했다.경천이 아무리 한 나라의 황제라 해도 결국은 어린아이에 불구했다. 게다가 부모도 없이 홀로 나라를 책임지고 있기에, 의지할 어른도 없이 죽음
그는 점점 더 장인의 위대함을 실감이 났다.당시 장인은 그들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아이까지 있었을 때 알게 되었지만 그는 아무런 원망도 없이 우문호를 받아들였고, 단 한 마디의 험한 말도 하지 않았다.심지어는 매번 방문할 때마다 그를 귀한 손님처럼 정성껏 대접하기도 했다.그렇게 최근 몇 년 동안 부자보다도 더 깊은 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하지만 그는 훗날 계란이가 정말 시집가고, 사위와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까? 심지어 귀한 손님처럼 대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우문호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이 피를 또 당신이 직접 가져다줘야 하는 것이오? 당신이 또 먼 길을 떠나, 고생하는 게 싫으니, 경천에게 직접 오라고 하시오.”“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라, 경과를 지켜봐야 하오. 이건 그와 논의해 봐야겠소. 사실 이일은 계란이에게 숨기고 있었소. 그러니 계란을 시켜 설득하게 하는 것이 어떻소? 기화가 일 처리는 잘하지만, 말솜씨가 없고 독설로 소문이 자자하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우문호는 계란에게 전하겠다는 말에 잠시 고민했다.여자는 쉽게 연민을 느끼고, 그 감정이 묘한 정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게다가 경천은 금나라의 황제다.황제라는 존재가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계란의 마음이 더욱 동요하지 않을까?“우문 선생, 어떻게 할 셈이요?”원경릉이 다시 물었다.‘우문 선생’이라는 말에 그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다. 그는 22세기의 문명을 접한 사람이라, 이렇게 옹졸한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었다.도움을 주기로 한 이상, 더는 고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돕기만 하면 된다.기본적인 원칙만 지킨다면, 나머지는 고려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당신 말대로 하시오.”원경릉은 환히 웃었다.“정말 대단하시오.”“난 원래 이랬네.”우문호는 그녀에게 힘껏 입을 맞추었다. 사실은 마음속에 조금 찝찝한 감정이 남아 있긴 했지만,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어두운 밤을 틈타, 그녀는 꼬마 봉황의 등에 올라 산봉우리로 향했다.그리고 멀리 금나라의 수도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졌다.사실 그녀는 금나라가 왜 도성을 양국의 경계에 두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북당이 금나라를 침략하려 한다면, 국경을 넘는 순간 바로 수도로 도달할 수 있지 않은가? 그가 금나라와 북당이 영원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거라고 믿지 않는 이상, 그럴 이유가 없어 보였다.택란은 그가 무사하길 바라는 동시에, 두 나라가 영원히 평화롭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랬다."꼬마 봉황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는 괜찮을까?"택란은 꼬마 봉황의 날개를 쓰다듬으며 물었다.꼬마 봉황은 그녀 곁에서 날개를 접은 채 금나라 수도를 함께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해."택란의 검은 눈동자에 확신이 깃들었다.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께서 그가 황후 책봉의 보책을 거두었다고 하더구나. 넷째 큰아버지께서 보여주셨을 때, 그저 힐긋 보기만 해서, 나를 어떻게 칭송했는지 모르겠구나."그녀는 작은 봉황을 안아 올리고는, 얼굴을 부드러운 깃털에 기대었다."그가 죽으면, 왠지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을 것 같애."꼬마 봉황은 묵묵히 그런 그녀의 곁을 지켰다.다음날이 되자, 택란은 봉황과 함께 량주부로 향해 곧장 황궁으로 갔다.택란은 금나라 황궁의 단골과도 다름이 없었다. 따로 문서를 올리지 않아도, 궁 안의 호위들은 그녀를 알아보았고, 예를 갖춘 후 바로 안으로 안내했다.경천은 그녀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통천각에 차를 마련해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그는 밝은 황금빛 비단 곤룡포를 입고 있었으며, 맑고 깨끗한 눈빛과 함께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맞이했다.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어둠도 없었다. 햇살처럼 밝은 모습은 마치 저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하지만 어머니는 그가 이미 기화에게서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그는 택란을 자리에
택란이 웃으며 말했다."효도라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부모님 곁에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항상 저를 걱정하시고, 경성에서 좀 지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그리고 증조할아버지께서도 제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십니다.""집안 어른들이 너를 정말 많이 아끼나 보구나."경천의 눈빛에 부러움이 스쳤다.그는 부모님의 따뜻함이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가 알고 지내며 잘해주던 황족 친척마저 모두 진국왕의 손에 죽어 버렸으니 말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이제 그가 높은 자리에 있어 그저 그를 모실 뿐이었다."정말 많이 아끼십니다. 제가 증조할아버지에 대해 얘기한 적 있나요? 저에게 정말 잘해주셨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 금광을 선물로 주셨고, 나중에 나쁜 남편을 만날지라도, 걱정 없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택란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경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억지웃음을 지었다."너는 반드시 좋은 부군을 만날 것이다. 네 아버지도 너를 위해 좋은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택란아, 꼭 행복해야 한다."택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차를 다시 채워주었다."예. 고맙습니다."경천은 착잡한 기분으로 차를 마시다 물었다."정말 그렇게 오래 있을 것이냐?"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경천은 마음이 아파왔다.그는 애써 미소를 짓으며 아닌 척을 하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삼 태감은 다과를 가져다 준 후,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러자 경천이 대추 떡을 그녀 앞에 놓고는, 부드럽게 말했다."먹어보거라. 대추 떡에 장미꽃잎을 넣어, 먹어보니 맛있더구나."택란은 다른 아이들처럼 맛있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약도성의 자원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특권을 누리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통은 주 아가씨와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 약도성의 요리사들이 정교한 다과를 만들지 못하기에 다과를 먹을 기회가 적었다. 주 아가씨가 강남에서 요리사를 청하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경성에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