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66화

작가: 유애
"그건 선글라스를 썼기 때문입니다!"

우문호가 다가가 그의 안경을 벗기고 말했다.

"쓰지 말고 잘 넣어두십시오!"

위왕은 손을 뻗어 선글라스를 빼앗아 상자 안에 넣고 소매 주머니에 챙겨 넣은 후 그제야 등에 이고 있던 배낭을 풀어 안에서 소매에 넣는 작은 화살 기관을 꺼냈다.

그는 계란이의 손목에 기관을 채운 후 말했다.

"이것은 암기 기관이다. 기관을 누르면 작은 화살을 쏠 수 있어 쓰기 좋더구나."

"여자아이한테 어찌 무기를 선물하는 것입니까?"

우문호가 물었다.

하지만 오히려 선물이 마음에 든 계란이는 기관을 열어 연구를 시작했다. 작은 상자에는 이쑤시개보다 작은 화살 수십 개가 들어있었는데, 검게 칠해진 기관은 아주 정교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

계란이가 위왕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

"셋째 큰아버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드릴 테니 약도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래!"

위왕은 단번에 승낙한 후 우문호를 버리고 계란이와 함께 갔다. 몇 걸음 걷다가 그는 멈춰 서서 선글라스를 끼고 으쓱대며 우문호를 힐긋 본 후 계란이와 자리를 떠났다.

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라 목여 태감을 힐긋 보았고 목여 태감은 다급히 예를 올렸다.

"저는 공주마마를 모시러 가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목여 태감도 그를 두고 자리를 떠났다.

"너무 하는구먼!"

우문호는 콧방귀를 뀌고 상소문을 보러 들어갔다.

계란이는 위왕에게 술을 권해 위왕을 취하게 만든 후, 약도성의 일을 전부 알아냈다.

약도성의 영주는 계란이고 저택도 이미 짓고 있었다.

한편, 주 아가씨는 낭자군을 데리고 반란을 평정했다. 하지만 약도성은 다른 성보다 훨씬 복잡했다. 부근에 있는 도적 무리가 도성의 여인들을 괴롭히고 혼란을 일으킨 북막인들도 약도성에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주 아가씨가 힘들긴 할 테지만, 그래도 2년 동안은 지원을 받아 잠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

다만 변수가 하나 더 있었다.

약도성 북쪽에 가까이에 있는 금나라이다. 2년 동안 사람을 보냈는데, 약도성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3067화

    위왕은 계란이와 한참 동안 말을 하고나서야 어서방으로 돌아와 우문호에게 변성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약도성을 언급했다.우문호는 금나라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금나라가 약도성을 되찾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중시하기 시작했다."병사가 필요한 것입니까?""아직은 필요 없다. 금나라도 그냥 얘기만 꺼낸 것이니, 아직 병사가 필요하진 않네. 금나라도 쉽게 병사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도성을 옮기는 것도 조만간 생길 일이다. 아직 북당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그저 얘기나 꺼낼 뿐이다. 약도성 백성들을 우리와 맞서고 싸우게 하려면 30, 50년은 필요할 것이다.""예. 수고하십시오!"우문호도 성곽의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약도성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른 네 개의 성곽이다. 그것이야말로 북막을 막는 진정한 장벽이다.약도성은 외곽에 위치하였지만 광산 자원이 풍부하여 북당이 발전한 후 개발할 것이다. 지금은 그냥 가볍게 상대하면서 계란이를 위해 돈을 모을 생각이다. 결국 약도성은 계란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위왕이 귀경한 지 사흘쯤 될 때, 안왕 부부도 안지를 데리고 돌아왔다.안왕은 요 몇년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부러진 팔의 상처가 늘 짓무른 탓에 강북부에서 오랫동안 치료했지만 쉽게 낫지 않았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고열과 미열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안왕비가 여러 번 돌아가 치료하라고 권고했지만, 그는 원하지 않았다.계란의 생일을 위해 돌아온 위왕을 구실로 조카딸을 만나자고 그를 설득했다. 게다가 돌아온 지 2~3년도 넘었으니, 무상황과 태상황에게 문안을 드릴 때도 되었다.안왕은 심사숙고한 후 살 수 있는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무상황과 아바마마, 어마마마를 보러 돌아가려 했다. 그제야 그는 짐을 챙기고 떠났다. 위왕과 비슷한 날짜에 떠났지만, 길에서 병세로 인해 지체되어 며칠 늦어졌다.그렇게 경성에 도착했지만, 안왕은 도착하자마자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 경중의 의원을 불러 병을 봤지만, 상

  • 명의 왕비   제3068화

    "아이들이 부르고 있는데 어찌 대답하지 않습니까?"안왕비가 그를 살짝 밀었다.안왕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대답했다."됐다. 먼저 나가 놀거라. 엄마가 곧 갈 테니!"원경릉이 아이들을 보내려 하자 계란이가 친절하게 한마디 되물었다."큰아버지, 편찮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으니, 몸조심하십시오."안왕은 멍하니 계란의 다정하고 하얀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눈빛에서 반짝이는 빛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안왕이 진지하게 말했다."꼭 조심하마."아이들이 물러난 후 원경릉은 안왕의 상처를 살폈다.상처는 빨갛게 곪아 살이 썩었고 목과 림프도 심하게 부어있었다. 원경릉도 그 모습에 냉기를 들이마셨다. 염증이 심각한 상황이었다.안왕의 체온을 확인해 보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39도로, 심한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상처가 짓무른건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좋아지고, 때로는 나빠지고 그랬습니다. 약을 계속 먹었지만 여전히 완쾌하지 않았습니다."안왕비가 답했다."2년이나 된 것입니까?"원경릉은 한숨을 쉬고 안왕을 바라보았다."그럼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오."안왕비가 말했다."약을 계속 먹긴 했지만, 귀경하는 동안 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제 의원을 불러 약을 썼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더 심각해졌습니다.""당연한 일입니다. 오는 길 내내 염증이 더 심해졌고 상처를 깨끗이 닦지도 않고 약을 썼잖습니까? 먼저 상처를 깨끗이 씻으십시오."원경릉은 약상자를 열고 작은 칼을 꺼내고 멈칫하다 물었다."좀 아프실 텐데 참으실 수 있지요?"안왕은 이미 아픔에 습관 되었다."참을 수 있소!"원경릉은 마약을 쓰지 않았다. 칼을 소독하고 솜과 생리식염수, 요오드까지 꺼냈다. 비록 이 물건을 안왕부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왠지 마음이 놓였다.상처를 다 씻어내려면 꽤 아픈 일이다. 원경릉도 조금 허둥지둥했다. 안왕이 고통을 참을 수 있다고 했지만, 상처를 긁자 아픔에 몸을 떨

  • 명의 왕비   제3069화

    원경릉이 떠난 후, 안왕은 침대에 누워 옆에서 바삐 움직이는 안왕비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몇 년 동안 내가 한 일을 후회한 적 있는지 묻는다면, 바로 오늘이오."안왕비는 의아했다."왜 지금입니까? 예전에도 후회했다고 생각했습니다.""예전에 후회한다고 말했을 때, 상황이 신경 쓰이기도 했소. 하지만 지금은 정말 후회하고 있소. 아이들의 선의를 보니, 우리 세대의 원한이 지속되지 않은 것 같소. 다섯째네가 얼마나 넓은 마음을 가졌는지 모를 일이오. 나에 대한 원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이들이 그렇게 잘해주지 않았을 것이오."안왕비가 자리에 앉아 부드럽게 웃었다."알고 있으니 다행입니다."안왕이 그녀의 손을 잡고 쓴웃음을 지었다."계속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서 참 마음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오. 아바마마와 다섯째가 기회를 준 것도 참 고맙소.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지금까지 잘 지낼 수 있었겠소?"안왕비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팔과 부상, 그리고 몇 년 동안 받은 고통까지. 어찌 잘 지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당연하오!"안왕이 그녀의 손을 세게 잡았다."이것이야말로 잘 지내는 것이오. 몸이 힘든 것이야 아무런 문제가 아니오."안왕비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마음만 편하면 됩니다."원경릉은 아이들을 데리고 안왕부를 떠나 숙왕부로 향했다. 며칠 지나면 아이들이 돌아가니, 아이들을 데리고 태조부를 뵈러 가야 했다.숙왕부는 예전과 다름없이 떠들썩했다. 아이들이 오는 것을 보고 그들은 더욱 기뻐했다. 무상황은 계란을 끌고 여러 번 훑어보다 계란의 몸이 말랐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계란이는 어른을 공경하며 듣기 좋은 말로 그들을 기쁘게 했다.원경릉은 숙왕부에 온 김에 혈압을 측정하고 몸 상태를 여쭤보았다.그리고 아이들은 각자 놀러 자리를 떠났다.계란은 오빠들과 함께 가지 않고 불이 났던 곳으로 홀로 향했다.다섯째가 돈을 배상했고 다들 힘을 합쳐 무너진 정원을 건설했기에 그곳은 이미 새로 지어져 있었다. 정원의 벽과 목재는 저렴

  • 명의 왕비   제3070화

    왕비가 매서운 표정으로 묻자, 안풍친왕은 잠시 멈칫했다."그건... 됐소. 아이라 철이 없으니, 없던 일로 하시오!"왕비는 그의 팔을 잡아당겨 밖으로 끌고 나갔다."당장 나와서 얘기하시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대체 왜 눈치를 보는 것이오?"안풍친왕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그런 적 없소. 이 손 놓으시오!""그런 적 없다고요? 그동안 부부로 지내면서, 당신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소. 몇 년 전 그 불, 계란이가 한 짓이 아니오?""계란이가 했다고 한 적 없소."안풍친왕이 반박했다."하지만 사람을 데리고 다섯째를 찾아가 배상하라고 하지 않았소?""나와 상관없는 일이오. 기화가 계란의 능력이 너무 강하여 시공간을 사이에 두고 억누를 수 없다고, 조금 일찍 보내야 한다고 했소. 다섯째한테 말하면 원치 않을 것이니, 나도 그저 계란이를 위해 그런 것이오...""아니오, 계란이가 간 후, 기화가 구운 양 몇 마리를 보내지 않았소?""그것도 그저 얘기가 나온 김에 준 것이오..."청우헌 사람들은 뒤에 대화를 더 이상 듣지 못했다. 3대 거두와 원경릉은 시선을 마주한 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그해의 불은 계란이가 저지른 것이 아니었나?다들 계란이를 바라보았는데, 계란이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얌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눈빛에도 티 나지 않는 득의양양한 기색이 있었다.군자가 원수를 갚는 데는 10년도 늦지 않았다.그 해의 불은 정말 그녀가 지른 것이 아니었지만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었다. 염력으로 불을 지를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모두 그녀를 겨냥할 수밖에 없었다. 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계란을 바라보았다."아버지가 널 억울하게 했구나."계란이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어마마마, 안 그래도 일찍 가고 싶었습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다. 네 마음을 나도 느꼈다. 넌 오라버니와 함께 있고 싶었지?"계란이가 다시 고개를

  • 명의 왕비   제3071화

    저녁 무렵에 소월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원경릉이 탁자 앞에서 일기를 쓰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오늘 원경릉이 넷째를 치료하러 궁을 나간 것을 알고 있었기 혹시나 그는 혹시 넷째가 그녀를 억울하게 한 줄 알고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를 안고 화를 냈다."그가 또 무슨 사고를 친 것이요? 또 듣기 싫은 말로 상처를 준 것이오?"원경릉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돌려 그를 안았다."급해 마시오. 그게 아니오. 그런 말 한 적 없소."다섯째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를 보며 안쓰러운 듯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오? 오랫동안 울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궁에서 울고 있는 것이오?"원경릉은 그를 끌고 자리에 앉아 오늘 계란이가 한 말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그에게 전해주었고, 말을 마치고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계란이가 너무 철이 들었소. 나를 대신해 아쉬움을 보상해 줄 줄도 알고 있소."다섯째는 마음이 아파서 한숨을 내쉬었다."계란이를 제일 크게 혼낸 것이 숙왕부에서 불이 났을 때였소. 계란이가 지른 줄 알고 혼냈소. 사실 계란이를 보내고 생각할 때마다 항상 그때 세게 혼낸 것을 후회했소. 내가 어찌... 아이고. 억울하게 혼난 것이라니."그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파왔다."그렇게 어렸는데 어른에게 효도할 줄 알고 있소. 원 선생, 아이가 참 철이 들었소. 심지어 그때, 잘못했다고 하면서 변명도 하지 않았소."원경릉이 말했다."계란이는 그때 오라버니들과 함께 가려고 했소. 아이가 참 고집이 있소."다섯째는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천천히 눈을 뜨고 원경릉의 손을 잡고 말했다."원 선생, 나는 줄곧 아이들을 걱정했소. 기쁜지, 건강한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늘 걱정했소.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쓸데없다고 느꼈소. 만두든 계란이든 우리가 걱정할 필요 없소. 아이들은 각자 갈 길이 있을 것이오."오래된 부부가 아이들을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황실 종부는 계란의 봉호를

  • 명의 왕비   제3072화

    위왕은 밥을 먹으면서 애매한 답을 했다."빨리 먹어야 하오. 먹다가 자네가 나를 쫓아내면 어떡하오?"정화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정도는 아닙니다!"그러자 순간 웃음을 터트린 위왕의 입에서 밥알이 튀어나왔다. 그는 다급히 손으로 막고 밥을 삼킨 후 말했다."고맙소!"그는 밥을 게 눈 감추듯 먹어버렸다.정화는 깜짝 놀랐다. 비록 그녀도 식량을 아끼는 것을 제창하지만 집안 음식을 한 끼도 깨끗이 먹어 치운 적이 없었다.정화는 식탁을 정리한 후, 위왕에게 차 한 잔을 올렸다.위왕은 맑은 차를 보면서 한참동안 마시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방금 너무 많이 드셨으니, 차 한 잔 마시고 느끼함을 푸십시오!"정화가 말했다.위왕이 차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오랫동안 차를 마시지 않아, 차의 맛을 모르겠소.""그래요? 예전에 차 마시는 것을 즐기지 않았습니까?"한 모금 마시자, 감미로운 차의 맛이 퍼지며 말할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맞소. 과거 위왕부에서 평온하게 지내니,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소. 하지만 변방에서 바삐 지내다 보니 여유롭게 차를 마실 시간이 거의 없었소."그는 정화를 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는 정화의 맑은 눈동자를 직시할 수 없었다.그만 그냥 이렇게 얘기만 나누어도 좋았다.정화가 말했다."그래도 차는 마셔야 합니다. 평생 좋아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 하나라도 견지해야지요.""좋소. 당신 말을 듣겠소!"위왕은 차를 마시고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과 상의해야 할 일이 있소.""말하십시오!"정화가 그에게 차를 따라주고 다시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위왕이 말했다."아이들과 이곳에서 지내면 서원에 가는 것이 멀지는 않소? 일찍 집을 나서도 날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돌아오지 않소? 위왕부에서 지내는 것은 어떻소? 서원과 매우 가깝소."하지만 정화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위왕이 눈치를 채고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소. 돌아가서 지내지 않을 것이오. 귀경해도 다섯째네가

  • 명의 왕비   제3073화

    정화가 위왕부로 이사하자 다들 축하하러 왔다.셋째 제왕은 특별히 위왕에게 계속 초왕부에서 지내며 돌아가지 않을 것인지 물었다.하지만 위왕은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그를 한 대 때렸다. 그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며칠 가서 더 묵고 싶다고 입을 열 면목이 없었다.나긋나긋하게 나가라는 소리가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서 맴돌 뿐이었다.그는 그저 정화를 몇 번 더 보기 위해 매일 아침 위왕부로 갔다. 그렇게 뻔뻔스럽게 경성에서 한 달 반 동안 머물다가 안왕의 부상이 거의 나은 후에야 함께 강북부로 돌아갔다.안왕은 이번에 귀경한 후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다.그는 몇 년 동안 반란의 뜻도, 다섯째에 대한 질투도 품지 않았다. 친하지 않았으니, 고마운 마음도 당연히 없었다.그러나 이번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원경릉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한 달 반 동안 황후의 신분으로 궁 밖으로 나와 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약을 처방하며 치료 상황을 살폈다. 상처에 변고가 생기면 그녀가 조급해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혈육의 정은 볼 수도, 느낄 수도 있었고 조금의 가식도 없었기에 황후가 정말 그를 가족으로 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원경릉은 아무 생각 없이 그를 환자로 대하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환자가 문제가 생긴다면 그녀는 늘 관심을 가질 것이기에 그가 생각하는 가족의 정이란 중요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그는 변방을 지키는 병사일 뿐이라 열심히 상처를 치료해 줬을 뿐이었다.강북부로 돌아간 후, 그는 셋째와 함께 조카딸의 약도성으로 다녀오려고 했다. 계란이가 돌아오면 약도성으로 갈 것이라고 다섯째가 말한 적 있었기에 2년 동안 약도성의 문제를 서둘러 평정하려 했다.예전에 그는 병사를 쓰려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안정을 취하려면 병사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기에, 그저 천천히 교육을 통해 백성들의 생각을 바꾸고, 북당인과의 혼사를 통해 북당인의 피를 얻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면 그 문제들도 점점 사라

  • 명의 왕비   제3074화

    위왕은 그 어린아이가 계란이였다는 것을 알고 눈이 휘둥그레진 채 다급히 말했다."왜 온 것이냐? 누가 너를 데리고 온 것이냐? 스승님과 산으로 돌아가 공부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아버지는 네가 온 것을 알고 있느냐?"연달아 이어진 물음과 동시에 그는 계란이의 손을 잡고 안쓰럽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어서 들어오거라. 햇빛이 하도 쎄서 그런지 얼굴도 다 빨개졌구나."안왕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다과가 준비되었느냐? 어서 다과를 갖고 오거라."안왕비와 안지도 걸어 나왔다. 여동생을 본 안지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덥석 계란의 손을 잡았다."계란아, 왜 온 것이냐? 오숙도 오신 것이냐?""아버지께서는 함께 안 오셨습니다. 스승님께서 데려다주셨습니다."계란이가 웃으며 위왕이 묻는 말에 친절히 답했다."어서 들어가자. 요즘 날씨가 정말 덥구나!"안지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고, 안왕비는 바로 하인에게 다과와 군것질을 대접하라고 명했다. 강북부에는 맛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다행히 경성에서 데리고 온 부엌 나인이 다과를 만들 줄 알았다.강북부에서 다과는 최고의 음식이었다.계란이가 자리에 앉자마자 위왕과 안왕이 연달아 ‘고문’을 시작했다."택란아, 네 아버지가 정말 네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위왕이 의아해하며 묻자 우문택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믿지 못하시면 어르신에게 서신을 보내 물으십시오."안왕과 위왕은 시선을 마주했다. 어르신이라는 세 글자가 괜히 속 시원하게 느껴졌다.위왕이 말했다."서신을 보내 물으마. 진국공주로서 절대 문제가 생겨선 안 된다. 네 아버지가 왜 보낸 것이냐? 산에서 스승과 무예를 익혀야 하지 않느냐?"우문택란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성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스승님께서 산에서 배운 지 몇 년이 되었지만, 도에 통달하려면 경험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만 강북부나 약도성에서 인턴 생활을 할 뿐이지요.""인턴?"안왕은 믿을 수 없었지만, 진지한 계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217화

    위왕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혹시 복수하려는 것이냐?”“복수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안왕은 그에게 책임을 떠넘겨 혼자 감당하게 한 위왕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위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찌 다섯째에게 설명할지 생각해 보거라. 보책은 아직 네 손안에 있잖냐.”안왕은 여전히 두꺼운 보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잃어버릴 수 없는 귀한 것이지만, 가만히 들고 있기도 거슬렸다.이렇게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꾀병을 부리고 위왕 혼자 오게 한 것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각자 방으로 돌아가 목욕을 한 후, 막 침대에 누웠을 때 택란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바로 택란을 만나러 나갔다.안왕은 보책을 가지려 했으나, 택란에게 넘겨받으면 곧 금나라 황후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므로, 절대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어린 황제는 아직 그들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택란은 두 분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린 후 자리에 앉아 말했다.“큰아버지, 오늘 일은 아바마마께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안왕도 원하던 바였기에 다급히 답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먼저 네 아버지한테 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예. 저도 그것이 걱정입니다.”택란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버지였다.“어린 황제도 참, 어린 시절의 약속마저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설령 너와 혼사를 약속했다 해도, 네가 승낙하지 않을 것 아니더냐.”안왕이 말하자 택란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때 이미 동의했었습니다.”다만 그때는 그저 그를 달래, 그의 상처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뿐이었다.“승낙했다니?”안왕과 위왕은 서로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면 이 일은 전적으로 어린 황제의 탓도 아니다.“하지만 넌 그때 겨우 여덟, 아홉 살이었다. 그저 아이들의 장난일 뿐일 테니, 동의했다고 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위왕이 재빨

  • 명의 왕비   제3216화

    “폐하, 공주께서 폐하가 드리신 선물을 받지 않으신 것입니까?”언제 올라온 건지, 진이는 어느새 그의 곁에 서 있었다.“응.”경천은 뒤돌아 상자와 두 개의 옥패를 바라보았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배우며 수많은 옥을 망친 끝에 겨우 지금과 같은 모습을 조각해 낸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속상해하지 마십시오. 공주께서 아직 어리셔서 폐하의 노고를 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깐요.”진이가 위로하자 경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받지 않는 것이다.”진이가 잠시 멈칫했다.“너무 잘 안다니요?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요.”경천은 이미 실망한 기분을 떨쳐버렸고, 대신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진아, 나는 그녀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는 먼저 좋은 황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단다. 이곳을 떠나기 전, 나에게 한 나라의 군주라 하지 않았냐? 황제로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이다.”“아... 그런 것입니까!”진이는 비록 이해하지 못했지만, 황제가 속상해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택란 일행은 궁을 나섰다. 냉명여가 그녀에게 물었다.“누나, 어찌 황제가 주신 옥패를 받지 않으시나요? 그를 싫어하시는 것입니까?”택란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절대 그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단 있는 황제이고, 뛰어난 통치로 금나라가 정권 이양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그는 두 나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두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다.”“그럼, 어찌 그의 선물을 받지 않으셨습니까?”냉명여는 다른 사람의 선의를 함부로 거절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택란이 답했다.“그 옥패가 약속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명여야, ‘약속’이라는 말은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약 네가 그것을 이행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약속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하지만 그도 누나와 혼사를 올리겠다고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 아닙니까?”“그래. 하지만 나

  • 명의 왕비   제3215화

    경천은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택란이 말했다."어쩌면 5년 후에는 오늘 한 모든 일이 어리석고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게 될 때, 그 감정이 단순한 사모인지 은혜 때문인지 알게 되실 것이고, 오늘의 행동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경천은 단 한 마디만 응한 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나 분명하니, 절대 그런 말로 그녀를 얽매여 부담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늘 한 모든 일은 그의 결정이며 그의 태도였다. 그녀는 몰라도 되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녀를 기다릴 것이었다.그리고 그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택란은 한숨 놓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해한다니 다행입니다.""알고 있다."경천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삼 태감이 책자를 가져왔다. 경천은 그것을 택란에게 건넸고, 택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매우 공정했으며, 심지어 약도성에 이익을 양보한 정도였다.책자를 접은 후,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약도성을 생각해 줘서 고맙습니다. 두 나라의 원한을 풀기 위해 애써줘서, 그리고 약도성의 백성과 조정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알고 있었던 것이냐?"경천이 다소 놀라며 묻자, 택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 알아봤습니다.""오해하지 마라. 그저 너를 위하여 한 일이 아니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그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해명했다.택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오해하지 마시지요. 저는 정말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해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도 사실 많이 감동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혼사에 대해 논할 나이가 아니고, 사적인 감정보다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혼사를 하더라도 반드시 아바마마

  • 명의 왕비   제3214화

    손에 쥐니,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 그 옥의 차가운 느낌이 서서히 스며들자,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을 때, 그는 미세하게 안도하며,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직접 만든 것입니까?"택란은 마음에 든 듯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녀의 밝은 눈동자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응!"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마음에 드냐?""예. 정말 마음에 듭니다!"택란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그가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이걸 직접 나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느냐?""예?"택란이 잠시 멈칫하며, 놀라 물었다."저에게 준 선물이 아닙니까?"그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소매 주머니에서 또 다른 옥 조각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내가 네게 직접 주고 싶은 것이다."택란은 그가 손에 든 것을 바라보았다. 옥질도 동일하게 맑고 투명했고, 손바닥의 선도 보일 정도였는데, 그 조각에는 경천의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옥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준수한 그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고,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입고 있던 옷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색은 알 수 없었지만, 자수가 명확하게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기억력이 매우 좋았기에, 그때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그녀는 두 개의 옥을 손바닥에 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옥에 3년 전 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시간을 되돌려 3년 전 만남을 담은 것이었다!경천은 택란을 바라보며,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올라올 듯했다.택란이 두 개의 옥을 서둘러 상자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두 개 모두 오라버니께서 먼저 가지고 있으세요."경천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건네받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며, 애써 실망이 드리운 눈빛을 숨겼다.삼 태감이 정교한 음식을 올려놓았고, 모두 택란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 명의 왕비   제3213화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알 수 없는 작은 흥분을 억누르고, 표정을 고쳐서 천천히 돌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북당 백성인 란이 언니와의 혼사는 다 거짓인 겁니까?"경천의 동공이 흔들렸다."혹시... 화가 난 것이냐?""아닙니다."택란이 고개를 젓자, 밝은 빛이 그녀의 깨끗한 얼굴에 비쳤고, 고르게 정리된 이마 밑의 눈동자는 다시 차분해졌다."그런데 어찌 사람을 시켜 저를 찾고 있다고 직접 저게 소식을 전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약 편지를 보냈다면, 저도 오라버니를 만나러 왔을 것입니다. 심지어 혼사에 하객까지 청하며 일을 이렇게나 크게 벌였는데,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십니까?"그는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천천히 그녀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녀의 까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수습할 필요 없다. 나는 이미 천하에 나의 황후가 우문택란이라고 선언했다. 나는 그녀가 어서 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택란은 순간 놀라하며,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경천은 그녀가 화가 난 것 같아, 마음이 내려앉았다. 그의 눈동자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응할 수... 있겠느냐?"택란은 잠시 망설였다. 기억 속의 그 소년이 지금 별빛을 받으며 그녀 곁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10년 후 그가 죽지 않으면 돌아와서 그녀를 부인으로 맞겠다고 열정적으로 말했었다. 그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는 지금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런 과거와 현재가 얽혀 버리자,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저는..."경천은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을 조금 숙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대답할 필요 없다. 몇 년 후라도, 10년, 아니 20년 후라도 괜찮다.""하지만...""아니, 말하지 말거라."그는 방금까지만해도 가득찼던 자신감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

  • 명의 왕비   제3212화

    냉명유는 팔짱을 낀 채 검을 가슴 앞으로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누님께서 어디로 가든, 저도 무조건 함께 갈 것입니다."“하… 하지만."삼 태감이 무척 난감해했다."그래. 함께 가자. 이 거월통천각이 정말 달을 딸 수 있는지 어디 가서 보자꾸나!"그러자 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주 아가씨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정말 공주가 만나고 싶다면, 어찌 공주한테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오르게 할 수 있는가?그러고는 계단 위에 새겨진 난초꽃을 힐끗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계단의 각 층마다 난초꽃이 새겨져 있었다.황제가 자신의 그리움을 돌계단에 새긴 것이었다!택란도 계단을 오르며, 이 사실을 눈치챘다.게다가 각 난초의 형태와 크기는 매우 똑같았다. 처음에는 선이 조금 거칠게 느껴지긴 했지만, 후에는 점점 더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였다.이건 분명 같은 사람이 새긴 것 같았다. 그가 직접 조각한 것일까? 금나라가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잠시 후, 그들은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에 도착했다. 다행히 냉명여는 문 앞에서 멈추고 안까지 들어가지 않았다.택란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네개의 용 모양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네 모서리에는 각각 올라가 쉴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정자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었으며, 가운데에는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떠힌. 네 면에 걸려져 있는 대나무 커튼이 걷혀 있어, 사방에서 밖을 볼 수 있었다.그 사이에서 청색 비단옷 차림의 남자가 통천각 옆 난간에 기대어 택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매우 긴장한 듯 손과 발을 살짝 떨고 있었다. 별빛처럼 맑은 눈동자에 약간 숨이 가쁜 듯 보였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반짝이는 별들도 그중 하나였다.하지만

  • 명의 왕비   제3211화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경천 황제는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 푸른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옅은 청색 옷자락에, 소매 끝에는 난초꽃이 수놓아져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구름 문양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이 옷감은 북당에서 온 것이었다."폐하, 꼬마 은인께서 궁문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삼 태감이 와서 보고했다."좋소."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택수운천으로 가겠네."택수운천은 그가 즉위한 후, 궁궐 안에 지은 새 궁전으로,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궁전 옆에는 거월통천각이 있었는데, 이는 량주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거월통천각 안에 있으면 마치 손바닥에 달을 담을 수 있을정도로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월통천각에서 멀게는 약도성과 량주가 인접한 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생각날 때면, 늘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멀리 바라보곤 했다."진이야, 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느냐?"그가 준수한 옷차림으로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람이 서서히 불며 청색 옷자락이 휘날리자, 옷자락의 네 끝에 박힌 고급스러운 야명주가 그의 선명하고 잘생긴 얼굴을 비추었다.그때,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궁 시위를 따라, 아치과 복도를 지나 거월통천각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젊은 금군 통령 진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습니다.""사모의 마음을 품어보거라. 떨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없다."그는 그녀를 멍하니 보며 말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탓에 그녀의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13세 전까지의 그의 인생에는 나라와 백성들 뿐이었지만, 13세 이후 그의 인새은 온통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금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진이는 황제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세 명을 보며

  • 명의 왕비   제3210화

    안왕은 보책을 받아 든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이상한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일이 다 이상하게 느껴졌다.보책을 펼쳐 안에 적힌 이름을 본 순간 그는 드디어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굳어진 표정으로 경천 황제를 바라보았다.경천 황제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조사를 통해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소. 그녀의 이름은 우문택란이오. 금나라 황후의 이름은 우문택란이네. 난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것이오. 만약 그녀가 황후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황후의 자리는 그녀를 위해 계속 비워둘 것이네.”위왕은 온몸에 식은땀을 흐르는 탓에 두 손을 급히 움켜잡았다. 방금 황제가 보책을 그의 손에 올리지 않아, 그가 받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다섯째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안왕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위왕에게 말했다.“방금까지도 어린 황제에게 어리석다고 했건만. 이렇게 계책에 능하고 이따위 교묘한 계책으로 우리 형제를 그와 같은 편에 서게 만들다니...!”위왕은 또 한 걸음 물러서며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방금 술을 두 잔 마셔 조금 취한 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아니, 지금 들고 있는 그건 무엇이냐?”안왕은 단단한 그의 팔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 연회는 계속되었고, 사람들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북당 황제의 작은 공주도 우문택란이라는 말을 꺼냈다.그 말에 다들 그 당시 금나라 황제를 구한 사람이 북당의 작은 공주가 맞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정말 북당 공주가 맞는다면, 금나라 황제도 참 배짱이 큰 것이다. 사실상 북당 황실이 금나라 황제를 구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 명의 왕비   제3209화

    경천은 위왕의 말을 듣자, 마치 마음속 큰 돌덩이가 내려간 듯 후련해 보였다. 그는 그러고는 궁인에게 술을 올리게 해 술잔을 여러 차례 돌린 후, 아래를 둘러보며 말했다.“오늘 여러분께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오늘 정혼연이 어찌 열리게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오.”그러자 모두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말에 당황을 금치 못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정혼연이든 혼례든,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이때, 위왕이 안왕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에게 서신을 보내야겠다. 금나라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자가 황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진국왕이 아직 살아 있고, 이 황제가 꼭두각시일지도 모른다.”“맞소. 확실히 조금 병신같아 보이네.”안왕도 동의했다.참고로 ‘병신같다’는 표현은 안왕이 조카에게서 배운 단어였다.“이 이야기는 3년 전쯤에 있었던 일이오.”이내 경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담겨져 있었다.“당시 금나라는 진국왕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를 대신해 금나라의 군주가 되려 했소. 이 사실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때 난 진국왕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소. 진국왕이 왕위를 빼앗으려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하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소. 그때 나를 구해준 이가 바로 란이라는 소녀이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오. 그 당시 나는 란이의 정체도 몰랐고, 그저 약도성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소. 상처를 치료하며 그녀와 며칠을 함께 보냈고, 황권을 되찾으면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네. 하지만 그녀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이 진국왕에게 알려졌고, 진국왕이 사람을 보내 그녀의 집에 불을 질렀소. 그리고 그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소.”모두가 진국왕이 불을 질렀다는 말에 멈칫했다.금나라 황제가 이렇게 비극적인 황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