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위, 너는 이 여인과 혼인을 했으면 끝까지 소중하게 여겼어야지! 이 여인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너를 선택했다고! 네가 감히 이 여인을 버리고 다른 여인에게 눈을 돌려?”“안청양(安青陽)!”위왕이 청양군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두 사람은 엎치락 뒤치락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싸웠다.흰 옷을 입은 남자가 위왕의 방해를 막자 원경릉은 사내들과 함께 들것으로 위왕비를 데리고 정후부로 갔다. 위왕비는 원경릉이 초기 대처를 잘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청양군의 도움으로 원경릉은 안전하게 위왕비를 옮기고 원경릉은 위왕비의 옷을 벗기고 자세하게 진찰을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원경릉이 생각했던 것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위왕비는 정신을 잃었고 그 옆에 원경릉은 지쳐서 손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손왕비가 위왕비와 원경릉을 보러 문안을 왔다가 조용히 위왕비를 상황을 살피고 원경릉에게 몇 마디를 했다. “위왕비가 살아있어 천만다행입니다.”손왕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위왕비는 살고 싶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위왕비가 연약하다고 생각할 텐데, 저는 그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녀는 살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압니다. 위왕비가 고생했을 걸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손왕비가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원경릉은 만약 우문호가 위왕처럼 원경릉을 오해하고 다른 여자에게 미혹되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자신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씨네 집안사람들도 정후부로 찾아왔다. 집안 어른과 최대인도 들어와 원경릉에게 무릎을 꿇고 위왕비를 구해 준 은혜에 감사를 표했다. 원경릉은 키가 190cm정도 되는 중년 남자가 슬픈 얼굴로 원경릉에게 절을 하자 그녀는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위왕의 죄가 크다……’최대인께서 무릎을 꿇자 최씨 집안사람들이 자세를 고쳐 앉았고, 나이가 지긋한 노부인까지도 원경릉 앞에 무릎을 꿇어앉았다. 최씨 집안 사람들 틈으로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 나왔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모셔오거라!”원경릉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잠시 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들어왔다. 원경릉은 들어오는 그 남자를 자세히 보았다. ‘풍채도 좋고 외모도 위왕보다 뛰어난 청양군을 놓치다니…… 위왕비도 참……’그의 눈동자가 깊고 풍겨오는 아우라가 어마어마한 남자였다. 원경릉은 청양군의 평판이 좋다는 서일의 말이 단박에 이해가 갔다.“초왕비를 뵙습니다!” 청양군이 말했다.“들어오세요. 청양군.” 원경릉이 고개를 숙이고 그를 맞이했다.청양군은 손을 저었다. “저도 집으로 돌아가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입궁도 해야 해서 앉아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전 그저 위왕비의 상태를 묻고자 한 겁니다. 위왕비는 괜찮으십니까?”“위왕비께서는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어쩌면 금방 좋아질지도 모르겠네요. 한 번 들어가서 보시겠습니까?”청양군의 눈빛이 반짝였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괜찮다는 것만 알면 됩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저렇게 생각이 깊은 남자를 놓치다니…… 복을 제대로 걷어찼구나.’사식이가 원경릉의 속마음을 읽었다는 듯 조용히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위왕비께서 청양군과 혼인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원경릉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세상에 여자는 시집가면 끝이구나. 이 시대에 좋은 신랑감을 만나서 혼인을 하는 게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딱 맞아.”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위왕비가 성벽에 앉아 있을 때, 위왕은 왜 그녀를 자극했을까요?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비록 오해 때문이라고 하지만 위왕비는 위왕이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이잖아요.”라고 말했다.“왕비, 고지의 환술법은 팔찌 방울이 아니라 눈에 있었습니다. 위왕비가 뛰어내리기 전에 고지가 눈으로 환술을 쓴 것이지요.”만아가 말했다.“눈? 어떻게 눈으로 환술을 쓴 거지?”원경릉은 의아한 표정으로 만아를 보았다.만아는 환술이 자신이 알고있던 신장 최면술과 같다고 여겼으나 지금 보니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어난 고지만아가 고개를 흔들며, “몰라요.”사식이가 원경릉에게, “원언니 생각은요?” 원경릉이 추측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만 알겠지.”사식이가 한숨을 쉬고 매정하게: “위왕비가 고지에게 독을 써서 조지가 죽은 건 조금도 안타깝지 않네요 뭐, 고지가 와서 심지어 환술로 위왕비를 해치려 했잖아요.”위왕부.고지가 침대에 누워 있는데, 의원이 와서 무슨 독인지 몰라 해독할 수 없고 침을 놔서 독이 퍼지는 걸 늦추고 있다고 했다.위왕도 의원이 지혈과 상처 치료를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둔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죽은 사람처럼 있다.지금 성루 위에서의 그 순간을 회상해보니 성루에서 떨어져 내릴 때 위왕의 심장이 하마터면 순간 멈춰버릴 것 같았다.위왕이 왜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 떠올려봤지만 모르겠다.원경릉의 말이 위왕의 귀에 맴돌며 머릿속엔 온통 환술이란 두 글자가 가득하다.최씨의 몸종 야야(雅雅)가 문을 열고 들어와 바닥에 꿇어 앉았는데 손에 약병이 들려 있다. 야야는 울었는지 눈이 심하게 부었다.야야가: “왕비마마께서 만약 그녀가 살아나거든 이 해독약을 왕야께 드리라고 했습니다.”“무슨 뜻이지?” 위왕이 차갑게 야야를 바라봤다.야야가 말했다. “왕비마마의 심리상태가 줄곧 안 좋으셔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마마께서는 살기위해 노력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결국 죽을 경우, 고지는 왕비마마께서 구해주신 목숨이니 그 목숨은 돌려받아 가져 가는 걸로. 만약 살아 나실 경우, 모든 건 다 지난 일로 하시겠다고.”야야가 엎드려 절하고 약을 바닥에 놓고: “쇤네 왕야께 작별인사 올립니다. 돌아가서 아가씨를 위해 물건을 정리해야 해서요. 아가씨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어떻게 되든 다시는 여기 돌아오시지 않겠다고요.”“그래서 처음부터 죽으려는 생각이 없었던 거였군.” 위왕이 쓴 웃음을 지으며, “연극을 했을 뿐이야.”야야가 답답하다는 듯이, “하지만 뛰어내리셨어요,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찾고자 했지만 찾지 못했죠. 왕야의 마지막 말씀
손왕의 질책과 고지의 유혹고지의 눈알이 산채로 굴러 떨어졌다.고지는 고통으로 침대를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위왕은 천천히 물러나 손에 피를 닦았다.하인이 달려 와 피비린내나는 현장을 보고 놀라서 그 자리에 우뚝 섰다.위왕이 아무렇지도 않게: “고지 아가씨가 실수로 눈을 다쳤으니 지혈해 주고 의원을 불러 주어라.”말을 마치고 위왕이 천천히 걸어 나가는데 귓가에 고지의 처참한 통곡소리가 들렸다. 위왕은 입술을 말아 올리며 쓴 웃음을 짓는데 눈이 얼음처럼 차갑다.위왕은 위왕부 본관에 앉아 최씨 집안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하지만 날이 저물도록 기다려도 최씨 집안 사람이 오지 않고,손왕만 왔다.손왕이 궁에서 나오자마자 손왕부로 돌아가는 길에 이 일을 듣고 바로 말을 달려 위왕부로 온 것이다.문으로 들어와 뚱뚱한 주먹을 위왕 얼굴에 날리고, 연속으로 몇 대를 때리는데 위왕은 여전히 꼿꼿하게 앉아 있고 손왕 자신이 먼저 지쳐서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혀를 빼물고 헥헥 숨을 몰아 쉬는 손왕은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한다고, “이 놈의 새끼야!” 욕은 잊지 않았다.위왕이 피를 닦고 떨떠름하게 묻길: “아직 살아있어요?”“당연히 살아 있지, 너는 설마 그녀가 죽었는 줄 알았어?” 손왕이 화를 냈다.위왕의 얼굴이 잿빛으로 썩어 들어 갔다.손왕이 일어나서 위왕의 멱살을 움켜쥐고 손바닥으로 당수를 내리치며, “어쩌자고 이런 병신 같은 짓을 저질렀어? 너 귀신 들렸냐?”위왕이 고집스럽게: “난 틀리지 않았어, 그녀가 먼저 나한테 잘못 했어.”“아직도 고집을 부려?” 손왕이 반대쪽 손으로 한 대 더 때리고, “고집 부려서 쓸데가 있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난 틀리지 않았어!” 위왕이 고개를 들자 편집증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얼굴로 주먹을 꼭 쥐고, “난 틀리지 않았어.”손왕이 위왕의 이 모습을 보고 그를 놓아주며 고개를 젓더니: “네가 틀리지 않았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 셋째야, 잘못을 인정해. 그녀는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 들을 자격이
손왕의 일갈“닥쳐!” 위왕이 튀어 오르며 소리를 질렀다. 미친 사람처럼 의자를 집어 들고 던지며, “당장 꺼져, 꺼지라고, 나가, 네 염불소리 듣고 싶지 않으니까, 천한 무당 계집!”고지는 날아온 의자에 맞아서 바닥에 넘어지며 슬픈 목소리로: “당신은 왜 자신의 마음을 똑바로 인정하지 못하죠? 당신 이렇게 하면 안돼요. 우린 아직 아이가 있잖아요.”아이라는 말에 위왕은 멈칫하더니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불길이 치솟아 오른 눈으로 다가와 전신의 힘을 다해 고지의 목을 누르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죽어버려.”손왕이 당수로 위왕의 뒷목에 일격을 가하자 위왕은 바닥에 픽 쓰러졌으며 고지는 풀려났다.고지도 바닥에 무너져 내려 숨을 헐떡였다.손왕이 명을 내려, “이리 오너라, 저 여자를 명월암으로 보내라.”손왕이 다시 명을 내려, “너희 집 왕야는 차가운 연못에 라도 빠뜨려서 정신 좀 들게 해라.”두 사람은 서둘러 끌려 나갔다.위왕을 차가운 연못에 빠뜨렸다가 다시 건져냈더니 정신을 차리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정신이 드냐? 정신이 들었으면 얘기 좀 하자.” 손왕이 차갑게 위왕을 바라보며 잔을 하나 건넸다.위왕이 받아 들고 단숨에 털어 넣더니, 벽 귀퉁이에 쭈그리고 음산한 표정을 지었다.“저 여자가 눈을 사용해 환술을 부린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손왕이 물었다.위왕이 한동안 입술을 떨더니 냉랭하게: “고지가 깰 때 눈에 옅은 안개가 가득하고, 그녀가 그런 눈일때마다 내가 뭘 생각하든지 상관없이 빠르게 빨려 들어갔거든. 하지만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바닥으로 떨어지던 그 장면이 떠올라 말을 꺼내려던 찰나 고지의 눈에 또 그 안개가 생기더군. 매번 내가 고지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줄 땐 늘 같은 눈빛을 본 뒤야. 성벽에 있을 때도, 다섯째 제수씨가 그러더군, 고지가 환술을 쓰고 있다고. 환술이란 두 글자를 듣고 나니 마음속으로 번쩍하는 게 있었어, 많은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고 의심이 들었어. 고지를 봤을 때 모든 의심이 다시 나를 찔러 댔
배후의 안왕과 아라안왕부(安王府)!오늘밤 친왕들은 모두 궁중에서 진북후를 위해 개선의 피로를 푸는 연회를 하고 있다.안왕(安王)은 반쯤 취해서 돌아와 대문을 들어서자 마자 서재로 갔다.붉은 비단치마를 입은 여인이 서재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안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예를 취하는데,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지며, “왕야, 돌아오셨습니까?”안왕이 문을 닫고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아라야, 어떤 상황이야?”아라라 불린 여자는 약간 근심이 서린 눈으로: “위왕비는 성벽에서 자진했으나 초왕비가 구해서 지금 정후부에 있습니다.”안왕이 자리에 앉으며 짙은 눈썹을 찡그리고, “초왕비가 구해?”“예, 계산 착오였습니다.” 아라가 말했다.안왕이 ‘흠’하더니: 그걸 것까진 아니고, 적어도 셋째는 이번 일로 철저하게 망가졌겠지, 최씨 집안의 지원을 잃으면 큰형도 셋째와 어울릴 필요 없고.”“예, 기왕은 위왕을 버릴 게 확실합니다.” 아라가 말했다.안왕이 옅은 냉소를 띠고, “큰형이 셋째를 버리는 걸로 끝나지 않고 아바마마도 셋째에게 벌을 내릴 게 틀림없어, 이것도 다 자업자득이지, 당초에 셋째가 큰형 편을 들 때부터 이럴 운명이었던 거야.”아라도 애석한듯: “그래요, 만약 위왕이 그때 황제 폐하 앞에서 기왕을 구명하지 않았으면, 호부가 도난 당한 일로 폐하께서 기왕의 죄를 다스렸을 텐데 말이죠. 위왕이 정에 호소하며 선처를 바라는 바람에 폐하께서 핏줄의 정에 이끌려 기왕을 풀어 주셨죠. 정말 아까운 큰 기회를 놓쳐버렸어요”안왕의 눈에 사악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가며, “지금도 뭐 괜찮아, 최씨 집안 쪽에 사람을 시켜서 소문 좀 내. 고지는 큰형을 찾아갔다고, 그리고 고지를 죽여서 입을 막을 거라고, 쓸모가 없어졌으니까.”아라가 예를 취하며, “예!”조금 있다가 아라가 다시: “그런데, 왕야는 최씨 집안이 확실히 우리 쪽에 붙게 할 방법이 있으신 가요?”창으로 회오리 바람이 들어와 등불이 갑자기 흔들리고 안왕의 얼굴이 절반
위왕비를 살린 원경릉위왕비가 뛰어내리던 그 순간을 떠올리니, 원경릉은 또다시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원경릉은 침대에서 잡다한 생각을 하는데 마음이 차분해지질 않는다.우문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원경릉은 얼른 두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따스하고 평화로운 미소를 만들어 낸 뒤 생기발랄한 척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우문호가 들어와서 얼른 앞으로 오더니 원경릉 표정을 훑어보고: “척하지 마라. 눈꺼풀도 못 들어올리면서.”원경릉이 얼굴에서 힘을 빼고 작게 내뱉듯이, “밥 먹었어?”“배 터지겠어, 셋째 형수는 정후부에 계셔?” 우문호가 앉아서 손가락으로 눈가에 근육을 풀어주었다.“응, 여기 계셔, 최씨 집안에서는 데려가고 싶다는데, 지금은 얘기 안 했어.”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가: “상태가 심각해?”“심각해, 그런데 엄청 심각한 건 아니야.” 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내리고 우문호에게, “진북후 봤어? 호 아가씨는 만났고?”우문호가: “호 아가씨는 데리고 입궁하지는 않았고, 진북후는 호공자(扈公子)를 데려 갔어, 보긴 봤지만 눈도 마주치지 못 했어.”“아마 그 사람이 왕야가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원경릉이 위로했다.우문호가 풀이 죽은 얼굴로,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만큼 똑똑하고 잘생긴 사람이 눈에 안 찬다는 데 별 수 있나?”원경릉이 가볍게 우문호의 볼을 때리며, “너무 자만하지 말자, 잘 봐, 뒤에서 왕야를 유념해 두고 있을 걸, 아바마마께서 진북후의 딸을 왕야의 후궁으로 삼으려는 심산을 진북후가 틀림없이 아는데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을 리가 있겠어?”우문호가 웃으며: “진북후가 만약 살펴봤다면 나한테 사자처럼 흉폭한 아내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거야. 딸이 시집와서 구박받는 게 두렵지 않았을까? 진북후가 딸을 엄청 사랑하거든.”원경릉이 시큰둥하게 마지못해서 웃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이 얘긴 그만해, 오늘 성루에 올라갔어?”“올라갔어.”“무엄하다!”“’목숨이 먼저’라는 다섯 글자를 알아줬으면 해.”“’위험’이란 두
위왕비의 속마음원경릉은 위왕비와 잠깐 얘기를 나누고 싶어 노부인에게: “약간의 검사와 문진을 좀 해야 하는데, 여러분들께서는 잠시 나가셔서 야식이라도 좀 드시고 오시는 게 어떨까요?”노부인은 사리에 밝은 사람으로 손녀 마음의 괴로움을 헤아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여기 있으면 감정을 표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집안 여자들도 쉽게 나갈 분위기가 아닌 것이, 위왕비가 또 목숨을 끊을까 걱정해서다. 하지만 초왕비가 있으니 우리 다 큰 바보손녀를 진정시켜 주겠지.노부인은 모든 집안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과연 그들이 나가자 위왕비 얼굴에 미소가 스르륵 꺼지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전부 갔어요.” 원경릉이 작게 말했다.위왕비가 외로운 표정으로, “그러네요, 전부 갔네요.”위왕비가 눈을 들어 원경릉을 보고: “오늘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진짜 놀랐어요, 뛰어내리면 안돼요.” 원경릉이 아주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만약 정말 죽었으면, 오늘밤 만난 이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했겠어요?”위왕비의 눈가에 물기가 맺히며, “요 며칠 머리속이 복잡해서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다 가도 또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원경릉이: “정서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 그건 병이에요, 치료가 필요한. 여전히 같은 말을 하지만, 만약 제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치료하게 해주세요. 치료를 마친 뒤에는 오늘 같은 그런 일을 다시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게 확실해요.” 위왕비가 한동안 침묵하다가: “성루에 있을 때, 당신 눈빛을 봤어요. 아주 따뜻했어요. 한줄기 불꽃이 내 마음속에 불붙기 시작해 돌아가고 싶었어요, 결코 당신을 실망시킬 생각은……”“알아요.” 원경릉이 얼른 말하고 위왕비의 손을 잡으며, “그래서 계속 말하잖아요. 당신은 특히 용감하고, 특히 이성적이라고.”“이성적이면 그런 짓을 하지 말아야죠.” 위왕비는 쓴 웃음을 지으며, “사실 고지를 죽이고 싶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지를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