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시인한 고지고지는 울며 몸부림을 치고 힘껏 몸을 뒤로 빼며, “초왕비마마, 절 놔주세요. 마마께서 잡아당긴 손목이 너무 아파요, 아야, 너무 아파.”고지가 하도 구슬프게 울어서 밖에 있는 사람이 모르고 들으면 원경릉이 고지를 때린 줄 알겠다. 몸종들이 안달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원경릉을 말리려 하자 사식이와 만아가 원경릉 앞에 서서 소리쳤다. “누구든 감히 왕비마마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그년의 손모가지를 분질러 놓을 테다.”고지가 울며 말했다. “초왕비마마, 귀하신 신분으로 어찌 신첩과 다투십니까? 신첩이 잘못했습니다. 마마께서 신첩이 위왕비마마를 밀었다고 하니 신첩이 그런 것이겠지요. 신첩은 변명하지 않겠습니다.”기왕비가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앉아 있고, 반대로 손왕비는 나와서 한 대 칠 기세다. 이 거짓말쟁이 년.원경릉이 고지를 노려보며 울어서 콧물이 나올 지경이 되자 비로소 천천히 고지를 놓아주더니 만아에게: “청동거울을 가져오너라.”만아는 원경릉의 의도를 모르지만 하여간 가서 큰 청동거울을 가져왔다. 원경릉이 물러나 느긋하게 옷 매무새를 고치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에게 자기 모습을 보여줘라.”만아가 큰 청동거울을 고지 얼굴 앞으로 밀자, 고지는 순간 울음을 멈추고 난감하다는 듯 뒤로 물러났지만 청동거울이 상당히 커서 고지가 뒤로 갔어도 거울에 비친 눈가가 벌겋고 콧물이 흐르고 머리를 산발한 여인을 볼 수 있었다.고지는 숨고 싶지만 숨을 데가 없고 분노의 눈빛으로 원경릉을 쏘아보며, “초왕비마마는 제가 자신의 용모가 사람 같지 않다는 것을 알기를 바라셨습니까? 그저 외모만 보다니 정말 천박하네요.”원경릉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거울에서 본 모습은 네 외모가 아니라 오히려 네 마음이야. 추하지? 네 스스로도 보기 싫지? 고지야, 네가 한 짓을 가지고, 널 짐승이라고 욕하면 짐승한테 모욕이야.”고지가 주먹을 꼭 쥐고 눈 밑이 바르르 떨리는데 억울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왜 절 괴롭히세요? 위왕비에게 불공평
위왕비 사건, 손왕비가 나서라고지는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배를 만지고 고개를 들어 어멈을 보더니 붉어진 눈으로, “어멈, 사실대로 말해봐, 내가 왕비한테 미안한 거 맞지?”어멈은 고지가 지금 총애를 받는 줄 알고 비위를 맞추는 것만 생각해서: “부인, 미안하고 아니고 하는 게 어디 있겠어요? 왕야 같은 멋진 남자를 어느 여자가 보고 안 반하겠습니까? 게다가 왕야도 정말 부인을 좋아하시고요.”어멈은 고지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왕비 자신도 잘 모르나 본데 사실 왕비는 정비니 부인이 아들을 낳는다고 해도 왕비를 어머니라고 부르게 되지요. 명분상 같은 위왕 전하의 아들이나, 왕비 자신이 임신하고 유산한 아이보다 살아있는 부인 아기가 훨씬 낫지요.”고지는 이 말을 듣고 몸서리를 치며: “내가 낳은 아들을 어떻게 다른 사람을 엄마로 알게 할 수가 있어?”어멈이 당황해서, “부인, 이것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고지는 잠자코 있는데 속이 쓰렸다.그래, 고지가 또 총애를 입는다 해도 경국 명분이 없잖아.앞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왕비를 어머니라고 불러야 한다.고지는 잠시 수심에 잠겼다가 다시 원경릉의 말을 떠올리고 더욱 마음이 힘들어졌다.원경릉과 왕비들이 나가자 손왕비가물었다 “내일 진짜 입궁해서 태후마마께 이 일을 보고할거야?”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제가 입궁하는 건 아니고, 둘째 형님 당신이요.”“내가?” 손왕비 놀랐다.“맞아요, 전 지금 입궁할 수 없으니 내일 궁에 가셔서 태후마마께 말씀해 주세요. 위왕이 강제로 일반 백성의 딸을 위왕부에 남게 했는데 그 여자는 원래 원하지 않았다고 말이예요. 태후마마께서 어찌 하시는 지 보세요.”손왕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년이 안 원하긴요? 내가 보긴 아주 여기 있고 싶어 안달이던데.”“고지 마음 속에 희망 여부는 신경 쓰지 말자구요. 오늘 자기 입으로 원하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이 말은 우리 셋과 사식이가 안에서 같이 직접 들었으니 고지도 발뺌하기 힘들 겁니다.”
손왕비와 기왕비의 말다툼손왕비는 그제서야 ’응’하더니 조금 있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셋째가 오늘밤 돌아와서 위왕비를 괴롭힐 수도 있잖아요.”원경릉이: “안심하셔도 돼요, 위왕비마마는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 아니에요.”“쉽게 당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죽을 기회를 넘겼다고.” 손왕비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원경릉이 웃기만 할 뿐 말이 없다.위왕비가 있는 곳에 돌아가자마자 손왕비는 한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는 듯 얼른 온고각의 일을 얘기하며 고지가 얼마나 가련한 척을 해댔는지, 얼마나 뻔뻔한 지 알렸다.위왕비가 다 듣고 나서 미소를 띠고, “뭘 신경 쓰고 그래요?”“그 여자한테는 전혀 신경 안 써요, 남자를 뺏길 거 같아서 그러지요.” 손왕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며 발을 굴렀다.“제 것이면 못 가져갈 거고, 제 것이 아니어도 소중하지 않습니다.” 위왕비가 담담하게 말했다.손왕비는 사실 위왕비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몰라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오늘밤 셋째가 돌아오면 뭔가 위왕비를 힘들게 할 수도 있어요, 모든 걸 다 저한테 떠넘기세요, 제가 둘째 형수니 함부로 못할 겁니다.”위왕비가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가 놓으니 입술에서 한줄기 붉은 피가 스며 나와 옅은 미소를 띠고,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상대할 수 있어요.”위왕비는 원경릉을 보고 감사를 가득 담아, “모든 재주를 가진 분께 신세를 지니, 위급할 때 달려와 도우신 은혜 잊지 않으리, 초왕비 고마워요.”원경릉이 보니 위왕비의 눈 밑이 맑고 예전만큼 우울증이 심하지 않아 마음속으로 안도하며 답했다. “감사하실 것까지 없어요, 저희도 마마가 쉬시는 걸 방해한 걸요. 진통제 몇 알 더 드릴 게요. 많이 아프시면 드세요, 그리고 지난 번에 드린 건 여전히 잠이 안 올 때 한 알 드시면 됩니다.”위왕비가 이번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기억할 게요, 고마워요.”원경릉이 약 상자를 열자 손왕비가 다가와 의혹의 눈빛으로 말했다. “이 상자는 어의 거랑 다르네요, 안에 들
헛탕친 우문호원경릉이 말했다. “고지가 아이를 가졌으니 태후마마께서는 절대 그녀를 경성에서 떠나도록 하실 리 없습니다. 하지만 태후마마께서 위왕 전하를 각별히 사랑하시니, 자연히 위왕 전하의 명성을 더럽히지 않도록 고지에게 따로 장소를 마련해 주고 지켜 보실 겁니다. 아이를 낳은 후에 다시 생각하시겠지요.”“위왕은 분명 싫어할 텐데요.” 기왕비가 말했다.“싫으면 난동을 부리라고 하죠.”기왕비가 코웃음을 치며, “이기적이기도 하지, 제가 눈치 못 챌 거 같습니까? 위왕이 난동을 피우면 초왕은 아바마마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심산이죠? 초왕비도 위왕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였네요.”원경릉이 어깨를 으쓱하며, “우리가 위왕비를 위해 뭘 해줄 필요가 없어요. 본인이 이미 생각이 있던 걸요.”“그걸 어떻게 알아요?” 기왕비가 화들짝 놀랐다. 음모나 계략은 기왕비가 훤히 꿰뚫어 보지만 위왕비의 생각은 기왕비도 알 수가 없었다.전에 기왕비와 위왕비는 마주친 적이 많지 않아서 받은 인상은 그저 유약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것 정도다.“짐작한 거죠.” 원경릉은 기왕비와 오래 말을 주고받고 싶지 않았다. 기왕비는 추측하는데 달인으로 그녀와 말을 섞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완전 피곤.기왕비가 말했다. “저는 위왕비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던데, 그게 아니면 손목을 그을 필요도 없잖아요, 이번에 다락에서 떨어진 건 누가 밀어서라고 해도, 손목을 그은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위왕비 자신인 걸요. 본인 마음이 약한 걸 다른 사람 탓할 순 없죠.”“위왕비는 병이 있어요.” 원경릉이 참지 못하고 그만 한마디 하고 말았다.“무슨 병이요?” 원경릉은 기왕비의 호기심이 왕성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고개를 젓고 어이없이 웃다가: “마음의 병이겠죠.”기왕비가 구시렁거리며, “마음에 병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황실의 며느리가 되면 행복은 없는 거라고요.”기왕비가 얘기하다가 원경릉을 흘끔흘끔 보며, “초왕비는 뭐 예외 지만요.”원경릉은 웃으며 기왕비
기고만장한 진북후의 속내야심이란 정말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진북후는 고작 비적을 토벌하고 백성을 평안케 했을 뿐인데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한 거야?”적을 물리쳐서 나라를 지킨 것이라면 왕야에 봉해달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우문호가 설명하길: “진북 일대는 줄곧 조정의 골칫거리로, 진북의 인구는 조만간 80만에 달하며 이들은 장난 아니게 사나워. 이유는 지난 조정에서 가제(嘉帝)가 어명을 내려 전국의 비적을 토벌하게 했는데, 워낙 세가 크다 보니 비적과 산적들이 전부 진북 일대로 도망을 쳤어. 진북 쪽은 북막(北漠)과 접경지역이라 조정에서 공격하기 어렵거든. 조정의 대군이 진북으로 간다고 생각해봐, 북막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말아. 그래서 가제는 어쩔 수 없이 비적과 산적들이 진북에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게 했지. 화근을 남긴 셈이지. 진북의 비적들은 매년 북당 각처로 돌며 약탈과 살인을 일삼다가 볼일을 마치면 다시 진북으로 돌아가길 반복했지. 몇 년 전에 아바마마께서 호대장군을 진북으로 파견해 비적을 토벌하게 한 것은, 그저 적당히 위협하거나 약간 압박을 가하길 바란 건데 진북후가 비적을 깨끗하게 토벌해 버린 거야. 그 뿐 아니라 남은 자들을 전부 투항하게 해서 자신의 진북군에 편입시켰어, 바꿔 말해 지금 진북후 수중의 병마는 시들시들한 걸 빼고도 적어도 2~30만은 될 걸. 이것도 보수적으로 잡은 거야.”원경릉이 그제서야: “그러니까 진북후는 업적도 있고 병력도 있다. 이런 뜻이지?”“바로 그거야. 진북후는 진북의 황제라고 할 수 있어서 아무도 반대하지 못하고 병력을 가졌으니 위세가 대단한 데다 전공도 황제보다 크다고 생각하니 방자하게 날뛰고 있지. 일단 야심이 큰 게 조정의 큰 우환이야.”원경릉이 이제서야 명원제의 난감한 상황이 이해되었다.원경릉 생각에 명원제는 자신에게 인자한 편이었다.북당이 이런 국면에 처해 있어 명원제가 세운 모든 계획을, 다른 여자가 내 남편을 빼앗아 가는 걸
목욕하는 원경릉과 우문호원경릉은 배가 점점 나와서 목욕하기 편하지 않은 데다 희상궁과 만아가 옆에서 목욕 시중을 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서 가끔 낭패를 볼 때가 있었다.목욕탕이 따듯한 게 일찍부터 난로를 피워 놓았는데 정후부는 초왕부처럼 지렁이가 있어서 가는 곳마다 전부 숯화로를 피워야 했다.우문호는 목욕탕이 충분히 따듯한 것을 보고 난로를 밖으로 가져갔는데 조금 있다가 옷을 입을 때 다시 가지고 들어올 것이다.원경릉이 지금 임신을 해서 탕 목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아가 정성 들여 목욕 전용 의자를 만들어 원경릉을 목욕통 옆에 앉히고 안에 긴 바가지를 띄워 놓은 뒤 뜨거운 물을 몸에 끼얹어 주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옷을 벗겨주는데 황실 출신이지만 군에서 지낸 세월이 많아 세심한 구석이 좀 서툰 면이 있다. 그래도 조심조심 하는 법을 배워서 여자 옷을 어떻게 벗기는지 잘 알게 되었다.원경릉의 하얀 죽순 같은 속살을 보고 우문호는 마음 속으로 끝없이 감탄하며 배 속에 이 꼬맹이 녀석아, 꼭 지금 왔어야 했어?우문호가 원경릉을 의자에 앉히고 옷을 벗기니 배가 한층 더 커 보이는 게 원경릉의 배를 만지며: “넌 몇 번째 녀석이냐,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아빠가 너네 목욕시켜 줄게.”원경릉이 어이없다는 듯, “여기 온도가 사실 그렇게 따듯한 게 아닌 거 알아?”우문호가 얼른 바가지를 집어 원경릉의 몸에 물을 뿌리는데 물온도가 딱 좋아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난다.“온도 괜찮아?” 우문호가 물을 뿌려주며 묻는데 다른 손으론 원경릉의 몸을 닦는 것이 상당히 정성스럽다.원경릉 답했다.: “좋아.”원경릉이 자신의 발가락을 보며 아직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우문호가 한동안 물을 끼얹더니 잠시 멈췄다가 원경릉의 몸에 세정제를 바르는 폼이 영락없는 프로다.원경릉이 웃음이 터지는 걸 참지 못하고, 우문호의 고집불통의 모습을 보며, 재촉하듯: “왕야, 잠자리 시중을 드는 여자 필요한 거 아냐?”우문호는 고개도 들지 않고: “좋아,
우문호의 질문과 위왕의 갑작스런 방문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꺾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뜻이야?”우문호의 손가락이 천천히 원경릉의 심장을 가리키며, “이 안에 사람이 바뀌었어.”“어?” 눈초리가 사나워지며 웃었다.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억지로 침착한 척 하지 마, 속으로 허둥대는 거 다 알아.”원경릉이 ‘응’하고 고개를 숙이고 옷을 정리했다. “어디 얘기 좀 해봐 내가 뭘 허둥댄다고 그래.”우문호가 원경릉의 얼굴을 떠받치더니 그녀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원경릉 마음속의 솜털 하나까지 다 들여다 보는 것 같다.“뭘 봐? 할 말 있으면 해.”우문호의 눈이 천천히 부드러워지며, “싫어, 열심히 변명하고 거짓말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네가 한 말 너도 수긍 못하잖아.”원경릉은 엄청 난처해서, “뭘!”우문호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어떻게 의술을 배워서 알게 됐는지 왜 약 상자가 갑자기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지, 그 약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던 그때 네 표정은 진실했지만 찬찬히 따져보니 하나도 말이 되는 게 없더라.”원경릉이 뾰로통하게: “그땐 믿었잖아.”“순진해서 너란 사악한 여인을 믿었지. 순진한 게 내 전문이거든.” 우문호가 원경릉을 안았다. 이 목욕탕은 잘못 만들어져서 물이 천천히 빠져서 바닥이 미끄러웠다.원경릉이 우문호의 가슴에 파묻혀 웃었다. 우문호가 바보스럽긴 좀 바보스러운 구석이 있지만 점점 세심하게 변하고 있다.적어도 마음 속의 의문을 참고 원경릉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만큼은 됐다.아니다, 이 말은 할 필요 없다. 우문호의 마음속엔 생각이 다 있다.목욕을 마치고 부부 두사람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우문호가 떠났다.원경릉은 막 자려고 준비하는데 만아가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긴장한 만아가 말했다. 왕비마마, 위왕 전하께서 붉으락푸르락하며 오셨습니다. 왕비마마를 뵙겠다고 하는데요.”원경릉이 ‘에’하더니, “이렇게 빨리? 난 또 내일 올 줄 알았는데.”“오셨습니다
원경릉을 찾아온 분노한 위왕단지 얼굴이 분노로 가득해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우문 집안 특유의 얼굴형을 약간 흉악하게 만들었다.위왕은 원경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에서 불꽃이 튀며 원경릉을 노려보는데 확실히 만아 얘기처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반대로 원경릉은 붉고 윤기나는 얼굴에 입가엔 미소가 감돌며 사뿐히 들어와 예를 취하고, “셋째 아주버님이 오실 줄 모르고 멀리 나가지 못해 송구합니다.”말을 마치고 위왕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가서 앉았다.위왕의 눈을 부릅뜨고 손을 들어 탁자를 무겁게 내리쳤다.‘팡’하는 소리가 났는데, 위왕의 손보다 빨리 탁자에 떨어진 게 있었다. 놀라서 보니, 원경릉 손에 뭔가 막대기 같은 걸 쥐고 그것으로 탁자를 내리친 것이다.위왕은 눈이 먼 게 아니니 태상황이 원경릉에게 하사한 어장이란 것을 알아봤다.분노의 불꽃이 순식간에 어장으로 인해 진압되었다.위왕이 차갑게 말했다. “듣자 하니 오늘 위왕부에 갔다면서요.”원경릉이 물었다. “예, 셋째 아주버님, 셋째 형님은 좀 나아지셨는지요? 아직도 아프신 가요? 제가 드린 약은 드셨나요?”위왕이 냉랭하게 답했다. “모릅니다. 내가 온 건 그 때문이 아닙니다.”원경릉이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이 일 때문이 아니라고요? 그럼 셋째 아주버님은 왜 오셨죠?”위왕은 터져 나오는 분노를 삭힐 수 없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까?”원경릉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지며, “괴롭혔다? 뭘 괴롭혔죠?”“당신도 알고 있잖아!” 위왕이 위협적으로 원경릉을 노려봤다.원경릉이 냉소를 지으며, “알고 있죠, 당연히 알고 있죠, 셋째 아주버님은 친왕답지 못하게 백성의 딸을 위왕부에 강제로 살게 하고 그녀를 겁탈해 아이를 가지게 했다는 걸요. 만약 오늘 저와 기왕비, 손왕비 마마가 같이 가서, 고지가 울면서 자기가 겁탈당했다고 하는 소리를 두 귀로 듣지 않았으면 저는 셋째 아주버님이 그런 사람이라고 못 믿었을 겁니다.”“헛소리 하지마요. 고지는 절대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