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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장

원경릉이 그에게 링거를 꽂아두고는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데 주명취가 시녀를 데리고 뜰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주명취는 제비 자수가 놓여 있는 오색비단 치마에 넓은 청색 소매 저고리를 입고 허리에는 저고리 색과 비슷한 띠를 두르고 있었다. 곱게 빗어 올린 머리에 달린 비녀, 새하얀 귓볼 그 아래에 작은 초롱 귀걸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귀걸이가 찰랑찰랑 흔들리며 청아한 소리가 났다.

제왕은 그녀를 보고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마차를 타는 것이 힘들지 않습니까?” 주명취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두사람은 손을 마주잡고 함께 돌계단을 올랐다.

원경릉은 문 앞에서 냉담한 표정으로 주명취를 바라보았다. 주명취는 원경릉을 보자마자 슬쩍 제왕과 맞잡은 손을 풀었다. “초왕비님 안녕하십니까.”

“응.” 원경릉이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에 제왕은 화가 치밀었다. 황실에서는 예의를 지켜 왕비에게 ‘예.’라고 대답해야지. ‘응’이라니?

주명취는 손을 뻗어 제왕의 손을 꼭 쥐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제왕은 이런 주명취가 참으로 현명하게 느껴졌다. 상대가 예의 없게 행동한다고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 모습.

이런 주명취를 보고 있으니 문득 저런 여자를 아내로 삼은 우문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들어갑시다.” 제왕이 주명취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주명취는 이미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원경릉은 문가에 기대어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주명취는 침상 옆으로 다가가 근심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왕야 괜찮으십니까?” 그녀의 두 눈이 그의 눈썹 뼈 상처에 머물렀다. ‘이렇게 가만히 그를 바라본적이 있던가.’주명취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문호. 왜 좀 더 용기내지 않은 것이야. 만약 당신이 태자가 될 수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순간 그녀의 마음 속에서 슬픔이 솟구쳐 올랐다. 주명취와는 상반되게 우문호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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