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의아한 표정으로 우문호를 보았다. “무슨 뜻이죠?” 우문호는 이에 대답하지 않고는 왜 기왕이 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원경릉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직감” 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직감을 그리 믿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황실 안에 흐르는 기운과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에 근거하면 기왕이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이 됐다. 우문호는 그녀를 훑어보더니 “직감은 무슨 얼어죽을. 그냥 말하거라.”라고 했다. “진짜 직감이 그렇다는 건데.”원경릉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그녀는 우문호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 하는 것을 보고 방금 자신이 한 말을 다시 주워담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봤자 그녀에게 득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우문호가 원경릉이 이런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오해하기 쉬웠다. 역사책을 많이 본 사람의 입장에서 지금 이 시국은 굉장히 복잡하고 예민하다. 기왕의 장자이며 전쟁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었고, 이를 황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기왕은 이 기세를 몰아 조신(朝臣)들을 회유해 태자의 직위를 반드시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기왕의 세력으로는 우문호를 쉼게 제거할 수는 없다. 다른 친왕들도 태자가 되려는 야심은 갖고 있지만, 기왕이 무서워 우문호를 방패삼아 멀리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우문호는 원경릉에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그녀가 기왕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 신경쓰였다. 우문호는 정후부(静候府)에서 시국 논의가 적지 않게 일어나겠구나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정후부에 대한 혐오감이 짙어졌다. 원경릉은 바닥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최근에 많은 일들을 겪은 그녀는 머리가 땅에 붙기만 하면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얽혀 쉽사리 잠이 들지 못했다. “추녀!” 침상 위에 우문호가 소리쳤다.저런 예의없는 사람하고는 상대하기 싫다는 듯 원경릉은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머리 위로 베개가 떨어졌다.
올해 서른 다섯인 탕양은 젊었을 때 풍월장(风月场)에서 이름을 날렸고, 이후로는 우문호를 따라 전쟁터를 다니며 함께 생사를 넘나든 사람이다. 이 건장한 청년이 지금 작은 여인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거기라니……? 왕비는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인건가?’“그렇지?” 원경릉은 그의 벙찐 얼굴을 보며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탕양! 이 자식이 뭔 헛소리를 하는거야!” 안에서 우문호가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기와가 무너질 것만 같았다. 탕양은 요강을 들고 달아났다. 원경릉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우문호의 얼굴은 물감을 짜둔 팔레트처럼 파랗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코 언저리는 희끗희끗 했다. 그의 눈은 분노로 가득차 당장이라도 원경릉을 집어 삼킬것 같았다. 원경릉은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탕양이 당신에게 치료 못한 상처가 있다고 했는데.”“걔가 헛소리를 한거야!” 우문호가 이를 악 물고 말했다. 원경릉은 이런 그를 볼수록 탕양의 말에 확신이 생겼다. 원경릉이 의사생활을 할 때 자신의 병을 숨기려고 하는 환자들을 종종 본적이 있었다. “의사에게 아픈 곳을 숨길 이유가 없어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상처가 점점 심해지며 다른 곳으로 감염되거나 고열로 이어질 수도 있고 위독할 시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요.”원경릉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우문호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원경릉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말 뜻은 치료하지 못한 상처가 확실히 있다는 소리네요?”“본왕이 너를 죽여버릴거야!” 우문호는 원경릉의 교활함에 치를 떨며 고함을 질렀다. “나를 죽이기 전에 일단 회복부터 하시죠.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봅시다.”“까불고 있어!”“까분김에 실컷 까불겠습니다. 탕양이 말하길 상처에 이미 고름이 잡혔다고 했어요. 만약 상처가 감염되면 정말 죽을수도 있다구요.”“꺼져!”“한번 보고 꺼질게요.”“본왕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원경릉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보고싶어서 보는거야? 나도 싫어!’하지만 탕양의 말대로 감염이 심해 그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녀도 태상황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의 상처는 다행히 대퇴부의 동맥을 피해 스쳤기에 심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처의 깊이가 깊어서 지혈이 필요해 보였다. 상처 부위에 끈적한 분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문호 스스로 지혈가루를 부은 것 같았다. 그녀는 슬쩍 우문호를 쳐다보았다. 우문호는 부끄러움에 주먹을 휘둘렀고, 그녀는 재빠르게 머리를 뒤로 젖혔다. 우문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봉합해야해요!” 원경릉은 소독을 마친 원경릉이 말했다.“안돼!” 우문호는 완강히 거부했다. 우문호는 ‘봉합’이라는 두 글자에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것 같았다. “좋아 그렇다면” 원경릉이 약상자를 집어들고 마취연고를 찾아내더니 말했다. 그럼 상처를 아물게 하는 지혈약을 바를게요. “잽싸게 해라!” 우문호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마취연고를 바른 원경릉은 고개를 들고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어때요? 안 아프죠?”원경릉이 약을 바른 뒤로는 확실히 전보다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우문호는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누가 안아프대? 넌 네가 마법이라도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원경릉은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바로 바늘을 꺼내들었다.“마취했으니까 한번 볼게요.” 원경릉은 바늘에 실을 꿰면서 우문호에게 말했다. “원경릉!” 우문호는 분노했다. 지혈 약이라더니! 이 미친여자가 나를 또 속여? 그는 봉합을 하는 동안 어찌나 이를 꽉 물었는지 잇몸이 후들거릴 정도였다. “다 됐다. 다 봉합해서 꿰맬 필요 없을 것 같고, 안에 고름만 뽑아내면 될 것 같네요.”원경릉이 말했다. 우문호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를 발로 걷어차버리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사실 더 이상 봉합이 끝났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원경릉은 마취약을 바른김에 빨리 손을 써야 했다. “쾅!” 갑자기 문이 열렸다. 커튼이 회오리처럼 나부꼈고, 그 곳에는
원경릉은 엎드린채 잠이 들었다. 그녀는 칼을 든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다. 그녀는 이리저리 살기 위해 몸을 숨겼다. 꿈 속에서 그녀는 쫓기다 못해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었고, 그녀가 돌아보자 시퍼렇게 날이 선 장검이 목 아래로 느껴졌다. 그녀는 질끈 감을 눈을 떴고 그 앞에는 흉악한 얼굴의 우문호가 보였다. 우문호가 칼을 들자 얼굴에 피가 튀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잠에서 깨었다. 잠에서 깨고 보니 원경릉의 얼굴이 축축했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니 온통 물이 묻어 있었다. 잠에서 깬 그녀 앞에는 물병을 들고 있는 우문호가 보였다. 물병에 주둥이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목이 마르면 마시라고 둔 물병을 나에게 붓다니.’그녀는 성심성의껏 그를 치료해주고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올라오는 화를 꾹 누르며 연민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타깝네요. 다른 친왕들은 대장부처럼 전장에서 무수히 적들을 섬멸하셨는데, 당신은 고작 나같은 여인에게 물이나 붓는걸 보복이란답시고 하다니.”우문호는 화가난 눈빛으로 물병을 던졌다. 그 물병은 원경릉 쪽이 아닌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물병이 미끄럽기도 했고, 아픈 우문호가 무슨 힘이 남아서 물병을 던졌겠나. 물병이 콧등을 내리치자 우문호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원경릉은 씰룩거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물병을 집어들어 밖으로 나왔다. “하하하하!” 문밖으로 나온 원경릉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안쪽에서는 우문호가 콧등을 감싸고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 “아오! 열받아!” 밖으로 나오니 주홍빛 구름 사이로 아침 해가 뜨고 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문 밖을 지켰던 서일은 문 옆 구석에 쪼그리고 잠이 들어있었다. 원경릉의 웃음 소리에 잠이 깬 그는 눈을 비비며 다가왔다. “왕비님…… 괜찮으십니까?” 어찌나 웃었던지 원경릉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웃음을 멈추고 서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원경릉이 탕양을 따라 본관으로 갔다. 가는길에 탕양은 그녀에게 목여태감이 그녀를 찾아온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녀가 제멋대로 태상황의 병을 치료한 사실을 알게 된 황제가 노하여 목여태감을 시켜 사람을 데리고 원경릉을 찾아가라고 한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궁안에 규칙을 알고 있었기에 내심 속으로 당황스러웠다. 사실 궁 안에서 그녀의 신분은 초왕비일뿐, 어관도 어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목여태감은 엄숙하게 본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원경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서며 담담히 말했다. “초왕비, 황제님이 궁에 들라하셨습니다.”원경릉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태상황께서는 어떠신가요?” 라고 물었다.“태상황께서 중독증상이 있으셔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목여태감은 낮은 목소리로 답하였다. 원경릉은 고개를 떨구었다. ‘병세가 나빠지셨구나.’ 이렇게 될줄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황제가 그녀를 불러 책임을 묻겠는가. 만약 원경릉이 태상황을 치료한 후, 태상황의 병이 호전됐다면, 이렇게 책임을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중독이라니.목여태감을 따라 본관 밖으로 나오니 시위국의 구사도 그 곳에 있었다. “왕비님 마차에 오르시지오.” 마차를 타려고 보니 아래에 발 받침이 없었다. 그녀는 간신히 마차에 올라탔다. 불연듯 그녀의 뇌리 속에 우문호가 스쳤다. 그녀는 마차 안에 장막을 걷어 올리고 시위국 구사를 향해 소리쳤다. “탕양에게 할말이 있소!” 구사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왕비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게 좋소. 일단 궁으로 들어가시지오.”원경릉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쓸데없는 일? 그게 무슨 뜻이죠?”“자기의 사리를 채우기 위해 왕야를 이용하지 말라는 말이오.”구사가 말했다. 원경릉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어르신께서 탕양에게 왕야가 열이 나는지 잘 확인하고, 만약 열이 난다면 왕야의 침상 머리 맡에 놓은 약을 한알 먹이면 나을 것이라고 전해주시지오.”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장막을 확 내렸다. 그녀는 이 곳은 시기와
원경릉은 부인할 수 없었다. 명원제가 묻는데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것 같았다. “부황의 물음에 답을 드리자면, 맞습니다.”“어디서 의술을 배운 것이냐?”명원제가 물었다. 원경릉은 명원제가 이 질문은 할 것이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궁에서 호출이 있었을 때부터 생각을 해둔 대답이 있었다. “부황의 말씀에 대답을 하자면, 소인이 어릴적 강호(江湖)여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여인이 소인을 매우 예뻐하여, 소인에게 의술을 알려주었습니다.”“얼마나 배웠느냐?”“일 년 정도 입니다..”“스승의 이름이 무엇이냐?” 명원제가 그녀에게 가까이 걸어와 캐물었다.“모르옵니다. 사부님께서 이름을 밝히신 적이 없습니다.”설득력이 전혀 없는 원경릉의 말에 황제는 화가 났다. “태상황의 병을 치료하라고 다섯째가 시킨게냐?”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왕야는 모르는 일입니다.”“아니란말야?” 명원제가 입술을 오므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네가 태상황님에게 처음으로 약을 드린게 다섯째와 함께 장막 안으로 들어갔을 때인데, 그가 어찌 모를 수 있다는 말이냐?” 원경릉은 이 일에 우문호를 끌어드리고 싶지 않았다.“정말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소인이 태상황님께 드린 약은 크기도 작고 입안에 넣으면 녹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약입니다. 그래서 이 일은 왕야는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사실 원경릉이 우문호가 시킨 일이라고 말을 했다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자식인 우문호를 그리 쉽게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경릉은 우문호를 끌어드리고 싶지 않았다. 비록 우문호가 못된 사람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에게 공정한 처우가 아니라고 생각이 되었다. “이 약 맞지?” 명원제는 약 한 병을 꺼내놓고 원경릉에게 물었다. 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보니 설저환이었다.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했다. “이 약이 무엇에 쓰이는가? 누가 정제하고, 누가 너에게 준거냐?”“이 약은 빠른 효과를 내는 구심단(救心丹),
만약 이 일이 정후부까지 연루된다면, 그녀는 원경릉의 가족들이 비난의 대상이 될까봐 두려웠다. 별전에 도착한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구사는 바로 맞은편에 서서 두손을 모은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과연 사람을 감시하는데는 일가견이 있군.’그녀는 고개를 들어 구사에게 물었다. “태상황께서 무엇 때문에 중독 증세가 있는지 알려주실 수 없습니까?” 구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원경릉 역시 그가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을 줄 알았다. 원경릉은 푸바오의 사건을 미루어보아 궁 안에 누군가가 태상황이 죽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다만 건곤전은 외부와 내부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기에 누군가 음식이나 약에 독을 탔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만약 독을 탔다고 해도 모든 음식이나 약이 태상황 입에 들어가기 전, 희상궁이나 상선이 먼저 기미를 하고 태상황이 먹는다. 그렇다면 향로를 이용해 독을 살포 한 것인가……. 그러나 건곤전에는 태상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선도 줄곧 곁에 있기에 만약 태상황이 중독이 됐다면, 상선도 중독 증상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늘 태감이 드나들고, 태후와 명원제 그리고 예친왕까지 항상 문안을 가기에 향로에 독을 넣었다면 진작에 발각됐을 것이다.목여태감이 태상황이 혼수상태라고 했는데, 도대체 누가 원경릉이 태상황에게 약을 주었다고 말했을까?상선? 하지만 상선은 원경릉과 우문호가 함께 들어갔을 때 원경릉이 태상황에게 약을 주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 일은 우문호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그는 이 일을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을 뿐더러, 그는 최근 며칠동안 궁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문호가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까? 우문호가 멍청하다고 해도, 자신이 연루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할 사람은 아니었다. 만약 우문호가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사람이라면 혹시 모를까. 만약 그가 말한것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추측을 했다는 건데, 도대체 누가 그녀의 행동을 주시했을까? 그녀의 머릿속에 두명이 스쳤다. 기왕과 주명취.기왕의
“가만히 지켜 본다고 판세가 뒤집히겠느냐?” 탕양의 말에 우문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하지만 적어도 판세를 읽고 대비를 할 수 있겠지요.”탕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왕야, 지금 이 풍랑을 맞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왕야께서 지금 몸이 안좋으니 굳이 황제께서도 양해 해주실겁니다. 지금 이 모양으로 입궐하신다면 오히려 일부러 왕야가 고육지책을 쓴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서일아, 가마를 마련하거라” 우문호는 직접 서일에게 분부했다. 서일은 난처한 표정으로 탕양을 바라보았다. 성치도 않은 몸으로 어떻게 궁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왕야, 심사숙고하십시오!”탕양이 말했다. 우문호가 어찌 심사숙고 하지 않았겠는가. 수천번을 생각해도 답은 같았다. 목여태감이 원경릉을 데려가는 순간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수천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수천번을 생각해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우문호는 원경릉이 자기 혼자 살겠다고 초왕인 자신을 모함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다. 원경릉은 그와 혼인 한 후, 궁 안에서 그녀의 뜻을 한번도 펼치지 못했고, 원경릉과 그의 사이는 늘 안좋았다. 이를 미루어보아 그녀가 그를 배신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우문호가 입궁을 하려고 하는데 문지기가 급하게 달려왔다. “왕야, 경조부 오대감(吴大人)이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탕양이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어쩌면 왕야를 해하려고 한 놈을 찾았을지도 몰라!” 서일은 기쁜 표정으로 눈을 반짝였다.우문호는 그 말을 듣자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대감은 경조부의 포졸을 데리고 왔다. 여섯명의 포졸들이 문앞에 서자, 오대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탕양은 “오대감님, 왕야를 해하려고 한 자객들은 찾았습니까?” 라고 물었다. 오대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앞으로 한걸음 다가와 우문호를 보고 절을 했다. “하관(下官)이 왕야에게 인사드리옵니다.”“예의는 생략하게!” 우문호는 그를 보며 “범인이 자백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