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 친왕비는 재검을 받으러 주 재상을 데리고 가고, 무상황과 소요공은 원래 집에 있으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걸 돕거나 가끔 휘종제에게 효를 다하곤 했다.북당 쪽은 박원과 소홍천이 이미 풍도성에 도착했다. 부임하자마자 맹렬한 기세로 잔당을 진압한 것이 효과가 있었으나, 일부 잔당은 도망쳐서 경성으로 떠났다.박원은 어쨌든 신임 관리인이라, 안지여의 결사대만큼은 그 땅에 익숙하지 않았으나, 그들도 풍도성에 나름대로 인맥이 있었다. 잔당들이 도주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그들이 경성으로 가서 황제를 암살하려 들까 걱정된 나머지, 바로 서신을 써 경성으로 전서구를 보냈다.우문호는 전서구를 받은 뒤, 경성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엄중하게 조사하도록 성지를 내리고, 성문에 검문소를 설치해 바깥에서 경성으로 들어오거나, 풍도성에서 온 무공을 하는 사람은 전부 밀착 조사를 받게 했다.이리 나리 말에 따르면 그날 안지여의 생일잔치에 참여한 다수가 무림 사람들이였다. 그들이 당일엔 안지여를 보호하지 않았던 게, 일이 이렇게 심각할 거로 생각하지 못했었기에 나중에 안지여에게 일이 터지자 풍도성도 안풍 친왕에게 제압당해 그들도 한순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어쨌든 장기적으로 안지여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라, 강호인의 특징이 의리를 중시하므로 반드시 안지여를 위해 복수할 것이며, 특히 안지여의 결사대 부하 전부를 재판에 회부한 것이 아니라 그게 결국 복병이 될 것이라고 했다.우문호가 이렇게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 선생이 늘 의대를 가느라 출궁하는데다가 곁에 사람들 데리고 다니는 것을 싫어해서, 자객을 만나면 원경릉 무공이 허접해 사고가 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그래서 검열을 강화하라는 성지를 내린 뒤, 서일과 구사 두 사람에게 원경릉과 출입을 함께 하며 적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도록 했다.사실 우문호도 아내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예전에 솜방망이 같은 주먹과 발차기가 익숙해져 사람을 몇 명이라도 더 보내 지키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우문호는 역시 직접 계란이를 봐야 안심이 돼서, 그들에게 밖에 서 있으라고 하고 원경릉과 살금살금 문을 밀고 들어갔다.방안이 하도 캄캄해서 조심조심 들어가던 우문호는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한밤중에 가끔 올 때, 계란이가 밤중에 일어나 밤 수유하기 편하도록, 방에 등을 켜져 있었는데 오늘 밤은 어째서 등이 켜져 있지 않은 거지?우문호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 얼른 나가서 풍등을 가지고 들어와 막 문을 들어서는데 원경릉이 발아래에 무언가가 있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원 선생, 당장 발 들어!”원경릉이 무의식적으로 발을 들고 고개를 숙여보니, 발 아래는 영양실조에 걸린 깃털 하나가 있었다.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집어 들으며 물었다. “계란이의 신조 털이네, 어? 신조는?”신조는 원래 방 안 새장에서 살고 있는데, 낮에 계란이가 일어났을 때나 내보내 주지만 지금은 새장이 열려있고 신조는 보이지 않고, 깃털 하나만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우문호의 안색이 돌변해 서둘러 풍등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침실 안에선 유모들이 탁자에 엎드려 자고 있다가, 발소리를 듣고 황송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황제 폐하? 황후 마마께서…?!”황제와 황후가 늘 밤에 오곤 하기에 별생각 없이 일어나 예를 취하는데, 황제가 벌써 쏜살같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고,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침대엔 이불조차 보이지 않았다. 우문호는 얼른 방안을 살펴보다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이성을 잃고 계란이를 부르며 바로 달려 나갔다.“맙소사!” 유모도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할 말을 잃었다. “공주마마? 공주마마는?”원경릉이 새장을 자세히 본뒤 우문호가 계란이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말할 겨를도 없이 우문호가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 순간 안색이 돌변하며 따라가 보았는데, 계란이는 보이지 않았고 유모들은 울고 있었다.“어떻게 된 겁니까? 누가 들어온 겁니까?!” 원경릉이 다급하게 물었다.하지만 유모들은 모두 얼이 빠져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 “
구사가 잡힌 자들을 끌고 가 엄히 형벌을 가해도 공주의 행방을 불지 않았다.그저 이구동성으로 자객은 총 12명이며, 죽은 세 사람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여기 잡혀 왔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공주를 데려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소리였다.우문호는 평소 어떤 상황에 처해도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원 선생과 아이는 그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기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어 서둘러 사람들 배치해 궁 안을 수색하게 하고, 구사와 금군과 함께 찾으러 나섰다.성문은 밤이라 닫혀 있었으며 성문을 지키는 수문장도 성을 나간 사람이 없다고 했고, 의심스러운 사람이 나타난 일도 없었다고 했다.경조부에 신속하게 어명이 하달되어, 공주가 실종됐다는 소식에 한참 잠을 자던 제왕이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사람을 데리고 출두했다.늑대파, 숙왕부 노인, 여러 친왕이 전부 경악해, 대대적으로 경성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다음날 해가 떴으나 여전히 이렇다 할 결과가 없는 가운데, 의심스러운 사람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우문호는 조회에 나가지 않았고, 이렇게 대대적인 수색이 펼쳐지자, 경성 전체에 공주마마의 실종 소식과 어젯밤 황궁에 자객이 들었던 일이 쫙 퍼지면서, 안지여의 잔당이 한 짓임을 다들 속으로 예상하고 있었다.우문호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우선 궁으로 돌아갔다.우문호는 괴롭고 초조했으나 원 선생이 분명 자신보다 더 괴로울 것이기에, 우선 돌아가서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게 그녀부터 위로하기로 마음 먹었다.소월전에 돌아오자, 녹주가 원 선생이 계란이 방에 갔다고 했다. 힘든 마음으로 계란이 방으로 가자 원 선생이 양반다리를 하고 침대에 앉아서 눈을 감고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우문호는 한숨을 내쉬고 다가가 원 선생을 안는데, 면목이 없고 괴로운 마음이 들어 눈물을 흘렀다. “미안해, 계란이를 찾지 못했어…”원경릉이 눈을 뜨고 살짝 우문호를 밀어내며, 그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 물었다.“전부 죽은 거야?”“응, 온 경성을 다 둘러보았는데.. 지금
이틀 동안 연달아 수색을 했으나, 여전히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다.하지만 성문 쪽에서 사람을 한 명 색출해 냈는데, 그자는 안지여의 옛 부하로 형벌을 견디지 못하고 자백한 내용이, 경성에 들어온 사람은 총 30명이고, 그날 밤 궁으로 들어간 자객이 몇 명인지까지는 모른다고 했다.구사는 사람들을 데리고 온 성을 수색해 그 자가 말한 사람들을 전부 색출해 냈다. 잡아놓은 12명과 같이 30명 전원을 체포해 재판에 회부했으나, 아무리 형을 가해도 공주는 납치하지 않았다고 말할 뿐이었다.그리고 12명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황궁에 들어온 적도 없다고 했다.그러자 우문호는 황궁 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전에 누군가 경비의 틈을 남겨놓았을 것으로 의심했었는데, 조사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금군 한 명이 자객에게 은자를 받고 일부러 금군을 유인해 자객이 들어올 수 있게 했다.우문호는 황제가 된 이래 처음으로 사형을 명했다. 감히 황궁에 잠입해 황제를 해치려는 자객과 내통하다니, 구족을 멸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성은이 망극하고도 남을 지경이다.….계란이가 실종된 지 사흘째, 계속 된 감감무소식으로, 우문호는 상처 입은 야수처럼 성격이 완전히 거칠어졌다. 계란이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원경릉마저 마음이 초조해졌다.모두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가운데 안풍 친왕 부부와 삼대거두가 경성에 도착했다.안풍 친왕 부부는 한 손에 아이를 안고, 한 손에는 새 한 마리를 들고 마차에 올라 궁으로 들어왔다.궁문에 있던 사람이 안풍 친왕비가 마침 실종된 공주마마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기뻐서 무릎을 꿇고 인사한 뒤 바로 달려가 황제에게 보고했다.안풍 친왕 부부에 안겨져 있던 아이가 바로 계란이였던 것이다! 우문호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상태로 얼른 계란이를 품에 안았는데, 계란이는 아주 얌전하게 품에 폭 안겨있는 모습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을 아는 듯한 모습이었다.원경릉도 울며 계란이 얼굴을 쓰다듬고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풍 친왕비에게 물
“만두가 의식에 단톡방을 하나 만들어 자기들끼리 초대해서, 의식이 서로 통하게 된 것인데, 너는 초대를 안 했으니까 모르는 거야.”원경릉은 순간 버럭 화가 났다. ‘자기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서 날 초대하지 않았단 말이지?’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어쩐지 계란이가 안전하다는 느낌과 계란이가 즐겁다는 느낌은 감지할 수 있었는데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더라고요. 알고 보니 시공간이 달라서 그랬던 거군요. 이거 제가 한 번 다녀와야겠는데요? 애들을 아주 따끔하게 혼을 내야겠어요!”“혼나야지!” 우문호도 화가 치미는 것이, 요 며칠간 온 동네에서 난리를 쳤는데 결국엔 자기 집 애들이 벌인 일이었으니 말이다.안풍 친왕비가 우문호를 흘끔 보고 말을 이었다. “네가 얘들을 혼내서 어쩔 거야? 계란이 본인의 생각이었어. 계란이가 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야 꼬마 봉황도 그녀의 생각에 따라 행할 수 있지 않겠어? 아들들은 기껏해야 좀 부추긴 정도에 지나지 않아.”우문호의 매섭던 눈빛이 순간 굳어지며, 자신의 가슴속에 폭하고 숨어있는 계란이를 바라봤다. 포도알 같은 까만 눈동자가 순진무구한 것이, 조금도 못된 짓을 할 아이가 아닌 것 같아 보여 화를 낼 수 없었다. “따져보면 역시 애들이 부추긴 잘못이긴 하지요. 여동생이 어린 걸 모르나?” 우문호가 좀 뜸을 들이다가 새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리고 넌, 내일 내가 기름에 넣고 바로 튀겨버리겠어!”꼬마 새는 앵앵 거리며 울더니, 폴짝폴짝 뛰어와 억울하고 무고한 눈빛으로 우문호를 바라보며 자신을 믿어 달라고 했다.우문호가 다시 새를 노려봤다. 계란이를 혼낼 수 없으니 다른 곳에 화풀이를 해야했다.꼬마 신조는 풀이 죽은 상태로 바닥에 엎드렸다.“너희 부부는 내일 무상황 일행을 어떻게 위로할지 생각 좀 해 둬야 할 거야.” 안풍 친왕비가 뾰로통하게 말하자 원경릉이 놀라서 물었다.“무슨 일 있었나요?”안풍 친왕비가 씩씩거렸다. “계란이가 그쪽에 가서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 뻔했어. 시공간의 속박이 없어진 탓에 기화의
이날 정무회의를 마치고, 우문호는 냉정언과 홍엽에게 남았다가 어서방에서 잠시 얘기 좀 나누자고 했다.그는 아주 낙담한 모습으로 긴 한숨을 내쉬는데, 홍엽과 냉정언이 서로 눈을 맞추며 ‘이거 또 무슨 꿍꿍이지?’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만날 땐, 예전 모습 그대로 서로를 군신이 아닌 친구처럼 대했다.냉정언이 편하게 물었다.“왜 그래?”우문호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정언아, 엽이야,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나 갑자기 늙어버린 것 같아.”“어? 잠자리가 마음같이 안돼?” 홍엽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그러자 우문호가 화가 난듯 홍엽에게 붓을 던졌다.“마음같이 안되는 건 너고, 상대도 없는 게 어디서!”홍엽이 킥킥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그럼,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냉정언은 예상이 되는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말했다.“애들이 다 커서 곁을 떠났는데,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아직 내 딸이 옆에 있잖아?” 우문호가 홍엽에게 눈을 부라렸다.“내 딸이야, 우리 딸 아니거든.”“똑같지, 뭐, 네 꺼가 내 꺼고, 내 꺼가 네 꺼고.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자.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쪼잔하게 나누고 그래.” 홍엽이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이건 원칙의 문제거든!” 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러자 냉정언이 나섰다.“기왕 이렇게 된 거 또 낳으면 되지!”“그건 불가능해.”“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우문호가 두 사람을 쳐다봤다.“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너희들 나이도 적지 않잖아. 이젠 본인의 인륜지대사를 좀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냐?”홍엽과 냉정언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쓸데없는 참견 하지마!”말을 마치고 각자 일어나 예를 취했다.“공무가 바빠서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투덜이는 무시하는 게 정석이지!우문호가 몸을 움츠리고 자신의 아내와 딸에게 갔다. 시간이 남았을 땐 딸과 함께 있는 게 역시 최고였다. 반면, 원경릉은 그가 곁에 있기를 바라지 않는 듯, 오늘 숙왕부에
다행히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무상황은 만두와 아이들이 그리워 원경릉에게 언제 돌아오냐고 물었는데, 원경릉이 연말에 돌아와서 시끌벅적하게 함께 새해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무상황은 내심 아쉬웠지만, 지금 숙왕부에 사람이 많아서 가끔 증손자들이 생각나도 이내 왁자지껄한 무리에 이끌려가기에 다행이었다. 원경릉이 궁으로 돌아오자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저분들이 나이가 들어, 같이 사는 게 정말 다행이네. 그렇지 않았으면 얼마나 고독하셨을지...’세월이 쏜살같이 흘러,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나날이 그들에겐 점점 익숙해져 갔다. 우문호는 민심이 향하는 쪽으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느라 바빠졌고, 현대에 한 번 다녀와 인터넷 용어를 잔뜩 배운 것 외에도 국가 관리 정책을 열심히 공부했다. 그중 교육, 의료는 핵심 중의 핵심이었기에 나라에 전쟁이 없을 때, 백성의 수준을 높이고 교육을 진흥하고 의료를 개혁하기로 했다.의료 개혁 방면에서는 원경릉과 할머니가 주도했다.교육을 추진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조정은 아직 의무 교육을 시행할 단계는 아니라, 그저 공부가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제창해 더 많은 아이가 공부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우문호가 조례를 발표해 아이들이 입학하는 것을 가장 큰 업적으로 삼아, 일개 주나 부에서 입학률이 50%를 넘으면 해당 관리 인사고과에 대대적으로 가산점을 줄 예정이다.우문호는 교육부를 설립하고 각지의 교육 상태를 책임지고 전담 감독하며, 교육 모델을 만들도록 했다.학교를 세우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조정은 전국에 학교를 세울만큼 그렇게 많은 돈이 없어, 민간의 기부금을 통해 조정과 지방 관아가 연합해서 출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처음 목표는 현마다 조정이 개설한 학교를 2곳 이상씩 두는 것이었다.이건 향후 10년 계획으로 전반기가 비교적 힘이 들 예정인데, 어떤 정책이든 마련해 내보내면, 시행이 쉽지 않은데다가 특히 교육 쪽은 더욱 어려웠다.북당은 농업 국가로 최근 몇 년간 경제를 개발하고 무역에서 괜찮은 성
떡국을 먹은 후, 모두 적성루에 모여 새해를 맞기로 했다.적성루가 원래 크지 않은 데다 사람이 많이 모였다 보니,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은 대부분 담장 위에 쭈그리고 앉거나, 지붕을 가득 메웠다. 담장 아래에서는 술을 마시고 허풍을 떨며 논쟁을 벌이느라 시끌벅적했다.아이들은 눈 늑대, 호랑이, 개들과 같이 밖에서 뛰어다니느라 안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밖이 넓어서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었다. 여자들은 본관에 자리를 잡았는데, 적성루는 본관도 크지 않아 여자들이 모이니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전부 꽉 찼다.멀리서 폭죽 소리가 들리자, 옆 저택에 있는 사람들도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 온통 기쁨으로 일렁였다.태상황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험난했던 보물찾기 사건을 얘기하는데, 감히 안풍 친왕을 원망할 수는 없었지만 어른,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던 차에 그들 또한 관심을 보여서 한바탕 얘기를 늘어놓게 되었다.처음엔 그냥 가볍게 얘기 하는 분위기였는데 누군가 무공을 겨루자고 제안을 하는 바람에, 마당에 빈 곳을 찾아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먼저 대결을 펼쳤다. 그들의 검법은 전혀 우아하지 않은 것이 도처에 살기가 등등했으나, 오히려 상당한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이어서 무상황도 소요공과 함께 몇 초식이나 겨뤘다.한창때 무상황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글로는 주 꼬맹이를 능가하고, 무예로는 소요공을 능가한다’ 결과적으로 글은 낫 놓고 기역 자도 겨우 아는 소요공을 넘었고, 무예와 무공도 글만 완벽하게 아는 주 꼬맹이를 능가하는 수준이 되고 말았으니, 자기표현에 따르면 문무에서 전부 두 사람을 누른 셈이라고는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저 정신 승리에 불과했다.황제와 태상황을 맡던 시절 그는 무공 수련에 소홀했는데, 최근 1-2년 동안 다시 연습을 시작해 소요공과 몇 초식을 나누더니 분위기에 휩쓸려 아들 태상황과도 몇 초식을 겨루고 싶다고 했다.모두가 뜨거운 눈빛으로 그들을 주목하자 전 명원제의 얼굴이 그 자리에서 하얗게 질려 버렸다.그가 일어나 땀을
소요공은 얼굴을 찌푸리며 무상황을 한 번 쏘아보았다.하지만 무상황은 신경 쓰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물었다."요부인이 아이를 낳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오?"원 할머니는 말했다."의사로서 저는 그저 의견만 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를 지킬지 말지는 그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무상황도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형식적인 말은 그만하고, 웃어른으로서 말해보라는 것이오."그러자 원 할머니는 자리에 앉아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지하지 않습니다. 위험이 너무 크고,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를 포기한다면, 그녀는 후회할 것입니다."이것은 몹시 어려운 결정이었기에, 태상황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기다려야 하네. 만약 그들이 아이를 지키기로 결정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하네. 그 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 이것도 어쩌면 지지하는 것이네."어른스러운 그의 말에 원 할머니가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그의 마음은 참 소중했다. 어쨌든 요부인은 더 이상 황실의 사람이 아니기에, 무상황은 사람을 보내 원경릉에게 명을 전했고, 원경릉은 곧바로 그 명에 응했다.사실 무상황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는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약을 처방하긴 했지만, 그녀는 요부인이 훼천을 설득하여 이 아이를 지킬 것이라 생각했다.말솜씨에서 훼천은 요부인에게 한참 뒤떨어지기 때문이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궁을 떠나 집으로 향했다. 역시나 요부인이 그녀에게 간절히 부탁한 것이었다."아이를 지켜보기로 결정을 내렸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게. 아이를 지키려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아이를 포기할 것이니. 그 후에는 모든 것을 당신에게 맡기고, 절대로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을 것이네."원경릉이 훼천을 바라보았는데, 훼천은 불안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의 창백한 안색으로 보아, 어젯밤 밤새 격한 토론을 했고, 훼천이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부인이 애절하게 부탁하는 눈빛을 보며, 원경릉은
원 할머니는 요부인의 맥을 짚으며, 몇 가지 상황을 물었다.요부인은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원 할머니는 다시 맥을 짚은 후, 잠시 침묵을 지켰다. 무상황이 재촉하자, 그제야 원 할머니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상황이 정말 좋지 않구나. 기운과 폐기운이 부족하고 허약하며, 심장도 다쳤다. 몸이 찬 편이라 아이에게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정말 낳고 싶다면..."요부인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희망마저 끊어지자, 너무 슬펐다.훼천이 물었다."원 할머니, 그동안 몸조리를 잘 해왔는데 어찌 몸 상태가 이렇게 나쁠 수 있습니까?"기혈이 부족하고, 몸이 찬 편이라고 이야기하자, 그는 걱정으로 가득 찼다.원 할머니가 말했다. "워낙 허약하니, 쉽게 회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몇 년 전, 지나치게 고생한 탓에 몸을 다쳤고, 그 후에 폐병에 걸려서 폐까지 상했다. 몸조리로 상황이 더 악회하진 않겠지만 나아지지도 않을 것이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니, 무리하며 아이를 낳으면 결국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할 것이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치료받아야 할 것이다. 침대에서의 생활은 아이를 낳을 때까지, 아홉 달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하지만 요부인의 눈에는 다시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계속 누워 있으면, 이 아이를 지킬 수 있는 것입니까?""지킬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 아이를 지키려면 꼭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원 할머니는 말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황후를 찾아보았느냐?""예. 오늘 황후가 오셨습니다."요부인이 말했다."무엇이라 했느냐?"요부인은 말했다."너무 심각하게 말하진 않았습니다. 저희에게 결정을 내리라 했지만, 아이를 남기기를 원하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황후의 약이 나의 약보다 나을 것이다. 하지만 황후도 그렇게 말했다면, 정말 위험한 것이다. 사실 의원으로서, 우리도 그저 조언만 할 수 있는 법이다. 아이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위
원경릉은 못내 조금 흥분했지만, 이내 다시 차분해졌다.약상자에 어떤 약이 나타났든, 지금 상황에는 여전히 위험이 컸다. 그리고 그 약들을 사용한다는 것은, 요부인의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게다가 두 번째 층에는 출산 중 사용할 응급 약도 있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었다."다 그들의 팔자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우문호는 말하면서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어찌 고민할 때마다 이마를 찡그리는 것이오.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아 보이면 안 되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리프팅을 해야 하네.""당신은 리프팅 안 했소."원경릉은 웃으면서 말했다."난 괜찮소. 리프팅을 했든 안 했든, 예전보다 확실히 젊어 보이니 괜찮소."우문호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스스로 만족해했다. 어쨌든, 원경릉이 좋아하면 되었다."정말 리프팅 안 했소. 다 그 약 덕분이오."원경릉이 말했다."정말이오?"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다행이오. 난 당신이 내가 늙었다고 싫어할 줄 알았소."원경릉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있소? 사랑하는 사람의 흰머리를 볼 수 있다는 건, 사실 행복한 일이네."우문호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맞소."원경릉이 그의 품에 기대며 조용히 말했다."아마 오늘 밤 요부인과 훼천은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오."정말 그러했다.모두가 나가자마자, 요부인이 약을 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훼천은 그녀 곁에 있었지만, 위로는 서투른 사람이라, 그저 그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곁에 있었다.이 아이는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가 오지 않았으면 이런 슬픔도 없었을 것이고, 그들의 삶도 잘 흘러갔을 것이다.왔지만 떠나니, 정말 상처가 될 뿐이었다. 앞으로 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아플 것이다."어르신을 찾으러 가겠네."요부인이 갑자기 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훼천은 누구를 말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숙왕부에 가려 하니, 함께 가시게."요부인이 벌
원경릉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약을 다 처방한 후에 원경릉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일부터 약을 드시게. 잊을 수도 있으니, 며칠 동안 자주 올 것이네. 게다가 또..."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바로 그녀의 말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약을 먹는 과정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그들은 이 나이에 아이를 낳든, 낙태하든, 모두 위험이 따른다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당부를 마친 후, 훼천이 그녀들을 배웅했다.모두 지금은 그들이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아이와 함께, 셋이 하루를 보낼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에게는 오직 오늘 하루만이 남아 있었다.미색은 집을 나서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한참 뒤 눈물을 닦고 나서 원경릉에게 물었다."방법이 없는 것입니까? 정말 이렇게 해야만 합니까?""그저 지지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미색 또한 이 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기에, 원경릉은 더 이상 위험에 관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요부인의 목숨이 더 중요한 법이지요."미색은 말을 마친 후, 말을 타고 그곳을 떠났다."며칠 동안 계속 그녀의 곁을 지킬 셈 같아 보이니,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원용의가 말했다."그래. 나도 올 것이다."그러자 손왕비가 덧붙였다.한편, 궁에 돌아온 원경릉은 바로 실험실로 가지 않고, 창가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셨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슬픔에 가득 찬 요부인의 얼굴만이 떠올랐다.강한 여자의 눈물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저녁 무렵, 다섯째가 돌아왔다. 그는 원경릉이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보고서는 대충 눈치챘다. 그는 다가가서 그녀를 안으며 물었다."요부인의 상태가 좋지 않소?""알아챈 것이오?""나이가 나이인지라."우문호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물었다."결국 아이를 포기하기로 했소?""그렇소.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니..."원경릉은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요부인의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말은 항상 그녀의 불안을 사라지게 해주었다.그녀가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아이가 정말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고, 정말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네. 이렇게 좋은 아버지를 두었으니. 아이가 우리 곁에 올 수 있기를 너무 바랐네."그가 아버지로서 얼마나 훌륭한지, 희열과 희성은 여러 번 그녀에게 말했었다.그들은 밖에서 모두 아무 말 없이 침묵하며, 두 사람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다 마침내, 미색이 참다못해 물었다."나이가 좀 많다는 것 외에, 다른 위험이 있습니까?""나이가 많다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다. 출혈도 있고, 다른 증상도 있을 텐데 말하지 않더구나.""무슨 증상이요?"미색이 잠시 멈칫했다."혹 어떤 증상이 나타납니까? 증상 때문에 아이를 지킬 수 없다면 그때 다시 아이를 포기해도 됩니까?""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가정할 수는 없다. 너무 많은 경우가 생겨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저 지금의 상황과 몸 상태를 고려해 볼 뿐."나이가 많은 여인이 임신하면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어머니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위험이 생길 것이다. 임신 중에는 자간, 경련, 두개내출혈, 태반 조기 박리가 있을 수 있고, 출산 후에는 선천적 결함이나 선천성 심장병 등이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임산부의 위험이 더 컸다. 임신성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그리고 신장병 등 여러 가지 질병이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이 증상들이 꼭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지만, 정상 연령대의 임산부보다는 확률이 훨씬 더 높고, 흔히 보는 증상이었다.원용의가 물었다."그럼, 가장 나쁜 결과는 무엇입니까?"원경릉이 고개를 흔들었다."가장 나쁜 결과는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어머니와 아이 모두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문제가 클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알 수 없지만, 아이를 지키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큰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바로 그때, 훼천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
미색은 오히려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정말 잘됐습니다! 정말 임신이라니요!"원용의와 손왕비는 서로 눈을 마주쳤을 뿐, 미색처럼 기뻐하지는 않았다. 사실 오늘, 이곳에 온 두 사람의 마음은 무거웠다.그들은 모두 요부인이 이 나이에 임신한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다.특히, 요부인이 황후와 함께 걸어 나올 때, 황후의 눈빛에서도 기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의술에 정통한 그녀마저도 낙관적이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은 더더욱 낙관할 수 없었다.원경릉이 미색과 나머지 사람들에게 말했다."요부인과 훼천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 먼저 나가자꾸나."미색은 잠시 멈칫했다."우리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입니까?""그래. 부부끼리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원경릉이 미색을 끌어당겼고, 미색은 워낙 눈치가 빨라 이 말을 듣자마자 단번에 깨달았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요부인에게 물었다."설마... 아이를 포기할 셈입니까? 왜요?""미색아, 헛소리하지 말고, 먼저 나가자."원경릉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문밖으로 향했다. 손왕비와 원용의도 이 모습을 보고는 함께 따라 나갔다.미색은 잠깐 머뭇거렸지만 결국 원경릉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계속 원경릉을 붙잡고 캐물었다."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입니까?"뜰로 나와서 원경릉은 말했다."나이가 있으니, 지금 상태로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잘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손왕비와 원용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미색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그러니... 지금 두 분은 아이를 가질지 말지를 논의 중이신 것입니까?""이건 그들 부부의 일입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린 그저 지지해 주면 됩니다."원용의가 담담히 말했다.그러자 미색이 갑자기 마음이 아파왔다."예. 물론 지지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꼭 지지할 것입니다."그녀는 돌의자에 앉아 무릎 위에 손을 올려 천천히 문지르고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이도 이 세상을 한번 보고 싶었을 텐데요."다들 아이
원경릉은 도무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훼천이 자네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심지어 이 아이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안다고 하는데, 어찌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것인가? 자네가 없는 세상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 그에게 이 아이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네."그들은 혼사 후 줄곧 행복하게 지냈다. 아이가 없어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만약 그녀의 몸이 견딜 수 있다면 문제 없겠지만, 이제 막 임신한 상태에기에 벌써 출혈이 생겼다. 게다가 이후에 그녀가 말하지 않은 다른 증상이 생길 가능성도 높았다.그러면 너무 위험해진다.요 부인이 아랫배를 어루만졌는데, 얼굴에는 모성애가 감돌고 있었다."처음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도 이 아이를 포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네. 내 몸이 임신과 출산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아이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네. 난 간절하게 그와의 아이를 갖고 싶네. 너무 이기적인 걸 알지만, 그 바람이 나를 흔들었네. 그가 아버지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네.""그는 이미 아버지네. 훼천은 언제나 희열과 희성을 친자식처럼 여겼네."원경릉이 말했다."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고, 심지어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래서 더욱 미안한 것이네. 다른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했더라면, 자식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나를 선택한 탓에, 그는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없네. 그도 정말 아이를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아이를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원한 적은 없네. 임신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할 용기가 없다는 건, 그도 위험을 감수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네."요 부인의 얼굴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나도 알지만... 참 아쉽네."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혼사를 올렸을 때, 그도 아이를 더 가질 필요 없이 희열과 희성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네. 하지만 두 딸은 그의 성을 따를 수 없네. 임신한 적
과거에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미색은 풍부한 출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훼천은 그녀의 경험이 필요했다.훼천은 미색을 한 대 쥐어박으려 튀어나오려는 손을 억누르며 원경릉에게 다가가 공손히 예를 올렸다."황후 마마, 부디 맥을 짚어 상태를 확인해 주시옵소서."원경릉이 물었다."이미 의원에게 진맥을 받지 않았는가? 회임이 확실한 것인가?""몸이 좋지 않다고 하니, 그제 돌아온 희열이가 맥을 짚어 보고는 임신했다고 했네. 나도 잘 모르겠네."요 부인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이 나이에 임신이라니, 정말 부끄러웠다.그녀는 원경릉을 불러 가까이 오라고 부르더니, 조용히 속삭였다."사실 아닐 수도 있네. 몇 달째 월경을 하지 않아서...""몇 달 동안 하지 않았다니요? 그럼… 임신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내력이 깊은 미색은 요부인이 원경릉에게 바짝 다가가 낮게 말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리고 미색은 바로 입 밖으로 말을 꺼냈다."조용히 하거라!"원경릉이 웃으며 그녀를 나무랐다.‘미색도 참...’"정말 임신한 것인지, 어서 확인해 보게나."손 왕비가 말했다."그럼, 방으로 가세."원경릉은 요 부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미색도 따라가려 했지만, 훼천이 그녀를 막았다."여기서 기다리시지요. 어차피 의술도 모르잖습니까.""나도 도우려는 것이다. 훼천아, 너도 참... 호의를 몰라주는구나."미색은 목을 길게 빼고 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을 제일 먼저 알아내야 했다. 그러자 원용의가 그녀를 붙잡았다."그냥 앉아서 기다리시지요. 임신이 맞는다면 원 언니가 곧 알려줄 것이니."미색에는 다시 훼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지 않았느냐? 어찌 임신을 막는 약을 쓰지 않은 것이냐?"훼천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지금 너무 걱정되었다.이 나이에 아이를 가지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희열과 희성도 효심이 깊었고, 외손자까지 얻었기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리 나리가 말했다."훼천이 집으로 왔는데, 기쁘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소. 그래서 물으니 다 말해주었소. 석 달 동안 비밀로 하려 했지만, 그래도 사전에 검사도 하고 미리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황후에게 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소."목여 태감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원경릉을 찾아갔다.원경릉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요 부인이 임신했다는 목여 태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실험 도구를 급히 내려놓으며 물었다."정말인가?""부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목여 태감이 대답하자, 원경릉이 말을 이었다."정말 큰 일이네. 요부인의 건강 상태가 원래 좋지 않았는데, 이제야 임신하다니. 그래도 큰 경사니, 내일 당장 찾아가야겠소."지금은 이미 오후였기에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았다.저녁이 되어 우문호가 궁으로 돌아오자, 원경릉이 말했다."내일 요부인을 만나러 갈 것이오. 아마 밤늦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오.""다녀오시오."우문호가 말했다.그는 겉옷을 벗으며 물었다."이 나이에 임신해도 괜찮소?""아직 쉰 살은 안 됐지만, 고령 임산부인 건 맞소. 게다가 건강 상태가 원래부터 좋지 않아서 나도 좀 걱정되오.""그럼 당신이 곁에서 잘 챙겨주시오."우문호가 배려하며 말했다.그는 오래전부터 어디서든 원경릉의 도움이 필요하면 무조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늘 저녁 여섯째도 궁에 왔소. 그래서 이 소식을 전했으니, 아마 내일 미색도 갈 것이오."우문호가 말했다."미색이 알게 됐다면 내일 아주 많은 사람이 몰리겠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미색은 비록 수다스럽지는 않았지만, 기쁜 일에는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이른 아침부터 약상자를 들고 출발했다.요부인의 저택 앞에 도착하니, 역시 미색의 마차뿐만 아니라 원용의와 손 왕비의 마차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문을 들어서자마자 미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제부터입니까? 대체 언제부터 우리한테 비밀로 하고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