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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85화

희상궁 의견은 일단 다른 왕비들이 요부인 혼수로 뭘 해주는지 보고, 격식보다 실용적인 걸 주는 게 제일 낫겠다고 했다. 요부인이 금은보석을 별로 귀히 여기지 않을뿐더러, 관건은 초왕부에 금은보석 자체가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원경릉은 왕비들을 전부 이리 나리 저택으로 불러들여 혼수를 어떻게 준비할까 상의했다. 그러나 원래 혼수란 것이 연장자가 손아랫사람에게 장만해 주는 것으로, 다들 요부인보다 어렸기 때문에 혼수란 이름으로 해 줄 수 없지만 성의란 게 있으니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혼수라는 명분이 아닌 그저 공주 쪽에서 적당히 챙겨 주는 것으로 했다.

동서들이 이리 나리 저택에서 모인 이유는 시누이인 공주가 회임해 이동이 불편하므로 회합 장소를 옮겨 겸사겸사 공주도 보기로 한 것이었다.

어린 시누이에게 다들 애착이 상당했지만 의외로 우문령이 회임한 사실을 원용의 외에 다른 왕비들은 전혀 몰랐다. 전에 시누이가 그렇게 이리 나리와 합방을 원해도 오래 걸려 힘들게 이루어졌으니, 임신도 금방 될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매사에 느긋하고 합방도 몇 년이나 미루던 이리 나리 부부이니 애를 갖는데도 몇 년은 걸려야 정상인데 이렇게 덜컥 회임하리라곤 아무도 생각 못 해 모두 화들짝 놀랐다.

원경릉이 우문령을 진찰하고 초기 임신 반응을 묻자 부끄러워하며 잠이 계속 쏟아지는 것만 제외하면 별다른 반응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입맛은 좀 변해서 신 것도 매운 것도 다 좋고 먹을 수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그이가 저에게 먹을 걸 장만해 주느라 늑대파 사람들을 다 달달 볶는 바람에 힘들어 하세요.” 우문령이 행복하게 웃었다.

“이리 나리께서 전혀 이리 나리답지 않으시네요.” 미색이 말했다.

“애처가인 거지.” 원용의가 웃으며 말했다. 원용의는 우문령과 이리 나리의 순수한 사랑을 좋아했다. 그리고 이리 나리는 걸핏하면 돈을 팍팍 들인 선물을 사서 령이에게 주는데 이 호탕함이 또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손 왕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집 그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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