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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7화

Aвтор: 유애
주재상이 당황하며 바로 말했다. “그럴 것 까지는 없어.”

“뭐가 그럴 것까지 없는데? 얼마나 황당했는데!” 소요공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주재상이 말했다. “십팔매, 폐하시잖아. 황제의 존엄을 다쳐선 안돼. 앞으로 군신들을 어떻게 호령하고 천하를 어떻게 통솔하려고?”

소요공이 대꾸했다. “이 일은 조정에서 떠들 게 아니고 우리끼리 사적으로 해결할 거야. 알건 알아야지. 태상황 폐하께서 지금 화도 누르지 못하고 걸핏하면 피를 토해내는데 그분은 지금 아주 편안하셔. 너랑 나는 어쨌든 신하 입장이니 말하기 불편하고. 근래 내우외환에 시달렸지만 곁에는 우리 말고도 어진 신하와 인재들이 넘쳐나서 제 아무리 큰 위기도 걱정이 없어. 나날이 평안하다 보니 경계심이 없어지고 자연스레 자기 성격이 나오는 거지. 좀 깨닫게 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다섯째 고생문이 훤해. 당장이야 잘못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또 그럴 게 틀림없어. 역사가 아무런 교훈이 못되는 모양이야. 황제 폐하의 머리 위에 검을 하나 걸어 놔야 머리 위쪽을 올려다보고 싶을 때 그 검에 찔리게 되겠지.”

주재상이 가만 있다가 한마디, “여섯째는 알고 있어?”

태상황의 목소리가 주재상 머리 위쪽에서 들려왔다. “과인이 여기서 듣고 있었는데 몰랐어?”

주재상이 알았다며 고개를 들어 웃으며, “순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태상황이 담담하게 말했다. “과인은 소요공 말이 맞다고 생각하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면 된 거죠.”

소요공이 덧붙였다. “그래야 황귀비 편도 좀 들어주는 셈이고. 마침 여 장군도 휘형(안풍친왕)과 생사를 함께 하는 막역한 사인데 자기 딸이 그런 꼴을 당했는데 참아지겠어?”

여 장군은 황귀비의 아버지로 일찍이 사방에 무훈을 떨친 장군이다. 황귀비가 명원제에게 후궁으로 시집갈 때 소요공이 나서서 다리를 놓았었다.

소요공이 당시 여씨 집안의 큰 아가씨는 장군 집안의 가풍을 이어, 앞으로 태자가 등극하면 분명 태자를 도와 후궁을 안정시켜 그로 인한 근심이 없도록 할 거라고 했다.

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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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주재상의 눈으로, 원경릉은 그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심이 들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절대적으로 불길한 일이었다.하지만 건곤전에는 사람이 많아 당분간 묻기 곤란해 원경릉은 주재상이 이미 상당히 호전되었으니 다른 곳에 묵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건의했다. 건곤전에 사람이 많아 쉬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을 덧붙였다. 병자가 쉬는 일과 관련된 지라 태상황은 당연히 허락했고 주재상은 원래 머물던 곳에 묵게 되었는데 상황이 호전되어 한시름 놓아 소요공에게 농담까지 던졌다. “다른 사람이 있는 게 좀 걸리적 거려. 난 희야랑 단둘이서 있고 싶거든.”소요공이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 “눈치 빤한 사람들끼리 염라대왕 한번 보고 왔으면 속 얘기 좀 해야지 말이야!”희상궁이 소요공을 흘겨보더니 몇 분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주재상이 죽을 먹으며 입가에 웃음을 띠었으나 눈빛은 여전히 어두운 회색 빛이 맴돌았다.그는 죽을 먹은 뒤 약을 마신 후 원래 있던 전각으로 옮겨졌다.원경릉이 들어가 주재상을 똑바로 눕히고 자리를 잡은 후 희상궁을 불러 주재상에게 뜨거운 물을 끓여주라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빙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원경릉이 주재상에게 물었다. “제가 뻗은 손가락이 보이십니까, 재상?”원경릉은 주재상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주재상은 보지 못하고 그저 웃기만 했다. “태자비 마마, 안보입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저들에게 말하지 마세요. 일단 저들이 한숨 돌리고 며칠 쉬도록 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조급한 나머지 열이 치받쳐요. 나이가 많아서 그렇게 자꾸 타격을 입으면 안됩니다.”원경릉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희상궁은 알 거예요.”주재상이 말했다. “일단 감추죠. 한 시진이라도 기뻐할 수 있으면 그 한 시진은 감춥시다. 희상궁이 저를 가장 많이 챙기는데 제가 눈이 안 보이는 걸 알면 또 얼마나 슬퍼하겠어요.”원경릉이 말했다. “그래요, 재상 말씀대로 하죠. 하지만 재상도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 명의 왕비   제 2649화

    우문호가 저녁 무렵 입궐하자 원경릉이 그에게 주재상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얘기를 했다.우문호는 오늘 회의로 피곤한 이유가 관계 수리가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마음이 좋지 않은데 주재상의 소식까지 들으니 마음이 아픈듯 해 보였다. 원경릉을 품에 안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요즘엔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지?”원경릉도 가만히 우문호 품에 안겼다. 며칠간 다들 정말 지쳤다.처음엔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안일하고 느긋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원, 전보다 더 조마조마한 나날이었다.우문호의 목소리가 원경릉의 귓가에 쟁쟁 울렸다. “여기 북당은 걱정할 거리 정말 투성이야. 내가 왜 이렇게 당신 고향에 돌아가고 싶냐 면 거기는 북당이 없고, 내가 걱정할 일이 없어. 그저 우리 가족만 있지. 난 매일 오늘은 어디 가서 놀까 하는 소소한 고민만 하고 싶어.”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그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주진 쪽에서 아직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호수에 뛰어들 수만 있으면, 원경릉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주재상을 데리고 뛰어내렸을 것이다.“됐어, 이따금 한 두마디 터트려야 또 살아가지. 줄곧 부정적으로 매일을 어떻게 보내.” 우문호가 원경릉을 풀어주고 초췌한 얼굴을 보더니 마음이 아팠다. “입궐한지 며칠 지나니까 얼굴이 영 말이 아니네.”“주재상이 좋아지면 다시 잘 먹을 수 있을거야.” 원경릉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 끌고 건곤전 밖으로 나갔다. 부부가 산책하는데 바람이 불어 머리가 맑아지며 어두운 구름이 걷히는 것 같다.“맞다,” 우문호가 갑자기 눈썹을 찡그리고 원경릉을 보며 말했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관도에 다수의 병사들이 말을 달려 경성으로 향한다 던데 그게 안풍친왕의 병사들 같다고. 섬전위, 흑영위 있잖아. 그리고 이리 나리가 그러는데 자기가 기르고 있는 회색 늑대도 안풍친왕이 전부 빌려갔는데 어디에 쓸 건지 모르고 있더군. 설마 전

  • 명의 왕비   제 26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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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651화

    그러자 우문호가 소리쳤다. “잘못인 줄 아시면서 왜 사과하지 못하십니까?”“짐은 천자니라!” 명원제가 일갈했지만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닫. “호비 마마께는 사과하신 적이 있으시죠? 호비 마마마저도 하실 수 있는 일인데 왜 어마마마께는 하실 수 없는 겁니까?”명원제가 관자놀이를 누르는데 시퍼런 핏줄이 불끈거리고 말투도 차갑기가 이를 데 없었다. “다 떠들었어? 언제부터 짐과 비빈의 일에 태자의 의견을 들어야 했지? 짐이 어쩌다 태상황 폐하의 말씀은 들을 수 있지만, 네 의견까지 들어야 해? 넌 네 주제가 뭔지 알고 있느냐?”싸움이 커지는 것을 보고 목여태감이 얼른 앞으로 나와 우문호를 말렸다. “전하 그만하세요. 부자 지간에 말다툼이 생기면 화목을 해칩니다. 어서 잘못했다고 빌고 가시지요!”목여태감의 이 말은 우문호에게 권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명원제 보고 들으라는 소리로 부자의 정을 생각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들된 도리로 어마마마를 위해 한 마디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이 일은 집안일로 처리 해야지 물불 못 가리고 군신관계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소리였다.목여태감이 명원제의 시중을 오래 들어왔기 때문에 목여태감이 명원제를 알듯 명원제도 목여태감의 말을 못 알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명원제도 분노를 조금 가라앉히고 우문호를 대했다. “넌 일단 돌아가거라. 짐이 있다가 장문전으로 가볼 것이니 더는 이 일로 소란하게 하지 말도록 하거라. 짐은 너와 부자의 화목을 상하고 싶지 않구나.”우문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조금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바마마, 소신이 어찌 아바마마와의 화목을 상하게 하고 싶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어마마마 생각에 마음이 아팠던 것으로, 지난 세월을 함께 해온 어마마마를 보시고 아바마마께서 평하시기를 온화하고 공손하며 검소하다고 하셨습니다. 어질고 덕이 있다고도 하셨죠. 그러나 자신의 남편을 지키고 싶지 않는 여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마마마는 아바마마를 떠올리고 서운한 마음을 삼킨 것입니다. 아바마마께서

  • 명의 왕비   제 26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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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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