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양의 비밀우문호가 방으로 들어가자 원경릉이 쌍둥이에게 막 이유식을 먹이고 있는데 우문호가 최근 바쁜 편이라 쌍둥이가 깨어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해서 이참에 데리고 놀았다.쌍둥이는 상당히 진중해서 웃지도 않고 표정도 없지만 생긴 건 꽤 잘생겨졌다. 앞머리는 약간 곱슬에 얼굴은 동글동글하고 이목구비가 자라서 정교하기가 도자기 인형같이 손에서 내려놓고 싶지 않다.“곱슬머리는 나 어릴 때 닮았네.” 우문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원경릉이 우문호의 머리카락을 보고 말했다. “자기 앞머리는 곱슬 아닌 줄 알았는데.”우문호의 앞머리는 반 곱슬머리로 확연하지는 않지만 젖으면 알아볼 수 있고 평소는 잘 모른다.쌍둥이는 잠시 아버지와 놀고 유모가 안고 갔다.원경릉은 방금 밖에서 기 상궁이 하는 말을 전부 들었는데, 거리가 멀지 않고 바깥과 벽 하나 사이다. “기 상궁이 탕양 대신 다 말할 수 있나. 마음에 두지 마, 기 상궁이랑 잘못 따지지도 말고.”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내가 기 상궁에게 화낼 수 있겠어? 기 상궁은 줄곧 탕양을 자기 아들처럼 여기고 대했는데 내가 곤장을 30대나 치고 초왕부에서 내쫓았는데 당연히 가슴이 아프지 안 아파. 그래서 탕양이 기 상궁에게 초왕부 일을 물으면 시시콜콜 전부 얘기했던 거야. 당신이 했던 그 말, 탕양이 전부 퍼트렸어. 아주 빠르게.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상세하지 못했을 거야. 오히려 잘 된 일이지. 적어도 사람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일 없고, 탕양이 다시 우리와 접촉하지 않게 말이야. 이 일은 당신, 나, 탕양 세 사람 외에 서일도 몰라.”“자기가 화 안 내면 돼.” 우문호가 원경릉을 가슴에 꼭 파묻더니 입술에 세차게 키스를 퍼부으며 말했다. “어떻게 당신 마음속에 나는 시시콜콜 쫀쫀한 인간이 된 거야?”원경릉이 우문호의 눈썹을 매만지며 좁고 긴 봉황의 눈매를 바라는데 지금 꽤나 예리하고 냉정해 졌지만 우문호는 여전히 우문호고 변한 적이 없다. 원경릉은 안다.친밀하게 말했다. “탕양 쪽은 위험하
혼란안정감을 느끼게 한다.부부 두 사람이 아직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 밖에서 제왕이 왔다는 소식이 전해왔다.우문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편청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여라.”원경릉은 그가 몹시 초조해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왜 그래? 너는 그가 왜 왔는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적중양의 일로 갔다 올게요.” 말을 마친 후 원경릉을 한번 안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적중양의 시체는 그대로다. 아무도 수렴해 가는 사람이 없어 제왕은 적씨 집에 사람을 보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처리하는 사람이 없다면 적중양의 시체를 의장으로 옮겨 묻어버려야 했다.사실 의장에 보내여 묻어버려도 좋다. 적중양이 태자를 암살했으니, 그의 시체만 남겨둔 것만 해도 좋은 결과를 가진 것이다. 적중양이 태자를 암살한 경위를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제왕은 마음이 약해서 적중양이 이렇게 참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우문호에게 두 번이나 물어보았다. 우문호는 그에게 스스로 처리하라고 말했다.어차피 제왕은 마음 약해서 의사결정을 못 할 테고 적중양은 또 자객의 신분이기에 다섯째 형님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제왕이 앉아서 차를 마시다가 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또 바삐 일어섰다. “다섯째 형님, 이번 사건에 대해 형님 의견이 필요합니다.”우문호가 말했다. “이 일은 나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어. 자네 스스로 결정해서 하면 돼. 그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그가 적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 마음에 둔다면 그를 도와서 안장하면 돼요.”“내가 나서는 게 마땅하지 않아. 첫째는 경조부 관원이고 둘째는 내가 형님의 동생인데 어떻게 그를 안장할 수 있겠어. 그렇지 않으면 넷째 형님을 불러서 넷째 형님이 그를 위해 축장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적씨 집안은 기대할 수 없을 거 같아.”우문호는 앉아서 담담하게 말했다. “넷째 형님은 내일 수도를 떠나 강북 부로 돌아가야
익숙하게제왕은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다섯째 형님, 역대 왕조가 바뀌면 또 몇 사람이 황숙부처럼 황제의 중시를 받고 중용됩니까?” 우문호는 이마에 핏줄을 들어내더니 말했다. "일곱째야, 너 말을 똑똑히 해야 해~"제왕은 그의 노기에 놀라 오물거리면서 말했다."나는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을 뿐입니다."“입에서 나오면 다 말이야? 누군가가 너에게 무슨 말을 했어?" 우문호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아니요." 제왕은 손을 저으며 말하려던 것을 멈추고 다시 일어났다. "제가 헛소리를 했다고 생각하고 다섯째 형님은 마음에 두지 마세요. 저 이만 가볼게요.”우문호는 책상을 내리치더니 화를 냈다. “너 말을 똑바로 하고 가! ” 제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더니 심호흡하며 말했다. ”바로 이거예요, 지금 높은 위치에 있는 태자이고 감국임조한 후부터 이전과 정말 달라졌어요. 더 이상 화기애애하게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무슨 말을 해도 명령과 같았어요. 경조부든, 아니면 사석 저택이든 형은 높은 군왕이고 저는 신하예요. 제가 형에게 미움을 살지 몰라도 다시는 예전처럼 털어놓고 말할 수가 없어요. 둘째 형님조차도 자주 그래요. 형은 지금 매우 위풍당당하다고 몇 마디 잡담도 안 되고 무슨 말이든 재빨리 끝내고 가버리고 차도 마시지 않고 지난번에 둘째 형님을 찾아가셨을 때 둘째 형님이 식사를 대접하려 했는데 둘째 형님이 말을 꺼내자 마자 형은 둘째 형님에게 어느 때인데 밥을 먹으라고 했다던데 둘째 형님의 식탐을 싫어하는 겁니까? 아직 황제가 되지도 않았잖아요.”그는 끝까지 목이 메는 듯한 소리를 하고는 곧 문을 박차고 나갔다.우문호는 반쯤 멍해졌다. 제왕이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을 보고 마음속에 점점 슬픔과 무기력이 넘쳤다. 그는 지금까지 그들 앞에서 위풍을 떨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둘째 형님을 찾아갔을 때 그는 정말 기억나지 않았다. 언제인가?원경릉이 마침 제왕이 화
오해그녀는 그를 매우 아까워한다. 부부로서 오래 해 왔기 때문에 그녀는 그가 지금 섭섭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와 몇 마디 말한 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손왕부를 찾아갔다. 사식이를 시켜 손왕부에 원용의를 청하게 했다.형제간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잘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두 왕비도 남편에게 요즘 누구와 자주 어울리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누군가 뒤에서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다.손왕은 이때 아직 홍려시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문에 들어서 손 왕비를 본 원경릉은 그제야 손 왕비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손 왕비는 그녀가 찾아온 것에 뜻밖이었다. 원경릉은 그녀를 바라보지만 손 왕비의 표정은 의외인지 다른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잠깐 사이 손 왕비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당연히 손 왕비를 보러 왔지요.” 원경릉은 웃으며 자연스럽게 걸어갔다. “반갑지 않아요?”“매우 반가워요.” 손 왕비는 웃으면서 얘기했다. “빨리 들어오세요, 태손자는 왜 데리고 오지 않으셨어요?”원경릉은 말을 듣고 웃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실망감이 느껴졌다. 찐빵은 태손자의 별명이었다. 손 왕비는 예전에 찐빵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태손자이라고 부른다.자리에 앉은 후 손 왕비는 부집사더러 직접 차를 대접하라고 하였다. 정신이 다른 곳에 있던 원경릉은 데워져 있는 차를 주의하지 못하고 차를 엎어놓았다. 그녀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손 왕비는 벌떡 일어나 부집사를 가리키며 분노했다. “어찌 된 일인가? 차를 식힌 다음에 갖다 드리지 못하니? 어서 무릎을 꿇고 세자비에게 사죄를 하라!”손 왕비는 말하면서 부집사의 귀를 비튼 후 원경릉에게 사죄했다. “부집사와 따지지 마세요. 요즘 어찌 된 일인지 계속 덜렁대요.”그녀는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세자빈, 죄를 용서해 주세요. 저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원경릉은 지금 다섯째의 억울함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원경릉은 아무런
화해를 하다손 왕비도 눈시울이 붉으며 세자빈을 쳐다봤다. “이렇게 말하지 마세요. 제 마음도 괴로워요.”“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에요?” 원경릉이 물었다.손 왕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느 날 둘째 형이 앞으로 너희를 예전과 같이 대하면 안 되다고 했어요. 반드시 군신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다섯째가 황위를 얻으면 우리가 다른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워할 것이에요. 그리고...”“그리고 형제끼리 서로 싸워요?” 원경릉은 정말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다섯째를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둘째 형의 말은 정말 어이가 없어요.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황위를 염려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해요.”손 왕비는 멍하니 세자빈을 보고 있었다. “이 말은... 사실이네요. 저도 말이 좀 황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둘째 형은 평생 먹는 것 외에는 다른 일에 관심이 없는데 황위를 염려한다고 누가 의심하겠어요. 지금은 홍려시에서 심부름을 하고 있지만 반은 자기 밑의 사람에게 의지하여 일을 하고 자신은 종일 한가하게 지내기만 하고 있어요.”“그가 왜 갑자기 이렇게 말해요?” 원경릉이 물었다.손 왕비는 아직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원용의와 사식이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잠시 지나서 부 집사가 자매들과 같이 들어왔다. 원용의는 급한 마음에 화장도 고치지 못하고 옷에는 아직도 수아가 묻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사식이가 그녀에게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일곱째가 태자에게 그런 말을 하여 속이 화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황급히 달려와서 앉자마자 따지지도 않고 물어보았다. “일곱째가 요새 멍청해지고 실성한 것 같아요. 세자와 술 한 뒤로는 일득일실에 끙끙 앓아요. 계속 태자의 칼끝을 피해야 한다고 앞으로는 신중해야 한다며 형제간의 의리마저 저버리자고 얘기해요.”원용의가 이렇게 말하자 손 왕비도 한마디 했다. “일곱째도 세자와 술을 마셨어요? 둘째 형도 요즘에 세자와 술을 마시는데
취중진담“일단 얘기 먼저 하고, 얘기 끝나면 음식을 올리지, 오늘 밤 식단은 원 선생이 직접 희상궁을 특별히 모셔서 요리 부탁했어, 몇 가지 요리를 준비했으니 얘기 끝나면 먹을 수 있어, 안 그러면 계속 마셔야 할 거야. ”우문호가 말한다. 손왕은 술잔을 놓고 그를 바라본다, “이 둘째 형이 너랑 거리를 둔 게 아니고 단지 가끔은 이미 정해놓은 규정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 규정을 안 지키면 황위에 오른 다음부터 지키려고?”우문호는 화가 치밀었다. “뭔 규정?뭔 황위?부황이 지금 아직 펄펄해서 한창 장년인데 부황보다 내가 더 빨리 저세상 갈 수도 있겠다.”“뭔 헛소리야?”손왕은 쉬쉬하면서 입 막을 행세하며 눈을 부릅떴다.“재수 없게?아무나 막말을 해 진짜! ”우문호는 피했다.“틀린 말 했어? 큰형도 부황보다 일찍이 죽었잖아? 너희 때문에 매일 화를 나는데 얼마 살 것 같니?”화풀이하더니만 형제 몇은 그제야 정직하게 대화하려 한다. 우문호는 그제야 자초지종을 알았다. 평남왕은 그들한테 각각 술 약속을 했는데 두세 번은 동일 날에 나갔다가 즉 먼저 손왕을 요청하고 느지막이 일곱째와 얘기 나누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말이 거의 비슷했다. 지금 본인 댁에 태자가 들인 사람들이 있어 왕이 댁에서 하는 말 한마디 그리고 일거일동이 태자에게 보고된다고 한다.그리고 평남왕은 역대 제왕들의 전쟁을 사례로 들어 처음부터 군자와 신의 예의를 잘 지켜야만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고 그들한테 절대로 남의 눈에 티 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대사는 부하들을 시키고 정작 본인은 자질구레한 일들만 전념하여 제왕이 원래는 경조 부에서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는데 현재는 작은 일에만 신경 쓰고 적중양을 위해 여러 번이나 일 처리 하러 사방에 다녔다고 한다.우문호는 들을수록 화가 났다, “그런 얘기를 너희 다 믿었어?”제왕은 우물쭈물했다. “술도 많이 마셨고 여러 번 반복으로 얘기하다 보니 점점 그렇나 싶기도 해. 난 지금은 홑몸
주먹 다짐서일은 화가 치밀어 올라오면서 원래 이번에 그를 만나 다시 돌아오게끔 설득하려 했으나 방금 얘기를 듣고 나서 가망이 없는 걸 알아챘다.이어서 화를 냈다.“그래, 기다려봐,내가 내쫓기는지 남기는지 탕양 너 언젠가는 네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서일,너 나랑 같이 왕부를 떠나자,그. 사람 곁에 머물지 말고. ”탕양은 손을 내밀어 그를 당겼다. 취한 얼굴은 왠지 괴이해 보였다. “우리 말이야,안왕의 곁에서 목숨을 걸고 지내왔는데 그 사람 비밀 알대로 다 알잖아, 이걸로. 부귀를 쉽게 누릴 수 있어, 우리 그 사람 곁을 떠나자. ”서일은 버럭하더니 그의 머리로 주먹을 날렸다. 눈은 점차 빨개져 터질 것만 같았다. “더 말해봐,내가 널 죽여버릴 테니. ”탕양도 악을 쓰고 그와 부둥켜 때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되어 얼굴 곳곳에 붓고 청색으로 되었다.서일은 그를 싫어하긴 하지만 죽도록 패진 않았고 홧김에 문을 박차 나가더니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생사를 함께 하던 형제들이 오늘 이 시각 탕양 이 꼴이 되다니... 탕양은 지쳐 바닥에 쓰러져 누웠다. 밖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웃으면서 일어났다.“바보,멍청이,나중에 꼭 후회할 일이 있을거야, 그때 가서 쫓기더라도 이 형이 안 봐줬단 얘기 꺼내기만 해봐. ”서일은 탕양을 찾아 겨루었다. 무공을 따지면 탕양은 서일의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내쫓기던 그날 그는 술에 마취된 상태라 서일이 찾아와서 한 손에 목덜미를 잡아 한 주먹을 그의 얼굴에 퍼부었다.“너 이 꼬락서니가 뭐야? 그동안 태자마마께서 얼마나 잘해줬는데 자택도 선물해 주고 네가 꼼꼼하지 못해서 신변에 간첩이 있는 줄도 몰라서 30대를 맞아 내쫓긴 거잖아! 따지면 그 간첩이랑 동죄인데, 알아? 배은망덕한 자식, 함부로 입을 나불대고 태자와 태자 왕비 얼굴에 먹칠을 해? 내가 예전에 눈이 돌았지, 미쳤으니, 형으로 모시고 말이다.”탕양은 취기에 억울하게 한 대를 맞았다. 갑자기 화가
안왕과 우문호문지기에서 발을 퉁퉁 치더니 호위를 불러냈다. “이 사람을 데리고 가게, 이 늦은 밤 사방이 조용한데 누구라도 알게 되면 왕은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몇몇 호위들이 그를 치켜들었다. 입에선 안왕 전하와의 계략을 맺자고 투덜대는데 거리 한복판에 던져도 하책이었다. 하는 수 없이 뒤통수를 때려서 의식을 잃게 해야 했다. 그들은 그를 객전으로 모시고 잘 챙겨서 큰 소리 못 치게끔 당부했다. 거리에서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간 또 잡소리 칠 수 있으니, 그때는 거둬가는 사람도 없다.탕양이 객전으로 버려진 뒤 머리가 어지러워 아예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의외로 큰소리는 치지 않지만 토를 하고 나서 투덜댄다.“전하, 우리 같이 대사를 꾸며 우문호를 치워요......”이때 누군가 방문을 밀어 차분히 걸어들어온다.“누구야!”탕양은 구름무늬 비단으로 된 장화를 보며 시선이 점점 위로 향하는데 취김에 몇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취김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그는 껄껄 웃어댄다,“안왕 전하시군요?드디여 왔군요,자,자,신이 바로 일어나서 상세 내용을 말씀드리겠사옵니다......”그는 애써 일어나 비틀거리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전하......”한 손으로 그의 팔뚝을 안으면서 말했다.“탕 나으리,똑바로 봐주시죠! ”오늘 밤 안왕은 너무 화가 났다. 탕양 그 주정뱅이가 왔으면 왔지 이 정도로 시끄럽게 굴고 갈 줄 몰랐다. 주변 몇몇 부저에서 아마 어느 정도 귀가 솔깃해 들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사람들의 말거리로 되는 마당에 탕양을 치워도 어느 정도 주변 의심을 삼을 것 같다.안 왕비는 딸 안지를 안으며 안달나는 그의 얼굴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내일 일찍이 가는 거예요?궁에 들어가 어마마마한테 인사하고 오시지 그랬어요?”안왕은 눈썹을 찡그리며 어두운 낯빛으로 말했다.“입궁하면 정오가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어요. ”“그럼, 정오에 출발하죠. 뭐. ”안 왕비는 가볍게 품에 둔 아기를 흔들면서 말했다.“이번에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